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15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제22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한 해를 빛낸 인물·사물·단체에 수여하는 이 상은 더블랙레이블, 갓, 불닭볶음면에 돌아갔다. 사진은 왼쪽부터 갓의 대표 수상자인 차인표와 벨투아즈 디디에 CICI 공동대표, 불닭볶음면 대표 수상자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정경인 더블랙레이블 대표. [사진 CICI]
2026.01.15. 8:36
━ 6월까지 지자체장 수사 가능…지방선거용 의구심 ━ 통일교·공천 헌금 특검은 거부, ‘내로남불’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 ‘2차 종합특검법안’을 상정했다.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가동이 마무리되자마자 연장선에 있는 추가 특검을 또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가며 반발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여권은 24시간이 지나는 16일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이어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여권발 2차 특검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우선 수사 대상이 사실상 3대 특검 내용과 겹쳐 ‘재탕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2차 특검법은 3대 특검 수사에서 미진하거나 새로 드러난 범죄 혐의를 수사토록 했다. 미진한 부분은 보완 수사를 해야 하지만 다른 수사기관으로 보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내란 수사는 지난 13일 사형 구형을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결심 공판이 이뤄졌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차분하게 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다시 특검을 한다는 건 다수당의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한 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상황이 이런데 2차 특검을 밀어붙이니 6월 지방선거에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차 특검법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군 등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지시·수행한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 대상에 담았다. 기간도 최장 170일이어서 6·3 지방선거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이 계엄 당시 청사를 폐쇄하는 등 동조했다고 주장했었다. 야당 주장대로 “야당 지자체장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술수”가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특검에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3대 특검에 500여억원이 투입됐는데, 2차 특검에 150억원가량이 들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계했다. 특검은 수사로 규명하기 어려운 사안에 한해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특수한 경우에 국한해 할 일이지, 특검이 상설화되는 건 나라 전체로 봐도 정상이 아니다. 새로운 범죄 사실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여권은 다수 의석을 이용해 특검을 원할 때마다 꺼내 쓰는 카드처럼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과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을 특검으로 규명하자고 하면 여당은 “신천지 특검도 같이 하자”며 반대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특검은 하고 불리한 특검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2026.01.15. 8:34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1.5㎏의 초저체중 이른둥이가 생후 8일 만에 고난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5일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팀이 선천성 심장기형을 지니고 태어난 홍이준(1)군을 한 번의 수술로 정상화하는 완전 교정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신효진(46)씨는 1년 넘는 시험관 시술 끝에 홍군을 얻었다. 하지만 임신 중이던 지난해 8월 홍군의 심장과 혈관의 네 곳에 구조적 이상이 발견됐다. 1만 명당 3~4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기형이다. 지난해 11월 임신 35주 차에 태어난 홍군은 출생 직후 산소포화도가 떨어졌고 무산소 발작도 나타났다. 의료진은 조기수술을 결정했다. 윤 교수는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심장을 열어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을 제거했으며, 폐동맥 판막을 보존한 채 혈류를 정상화했다. 홍군의 몸이 워낙 작아 장시간 수술이 예상됐지만, 의료진은 4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다. 집중 치료를 거친 홍군은 수술 49일 만인 지난 5일 체중 2.2㎏의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2026.01.15. 8: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으로 수출되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자동차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제시하며, 관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3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품목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포고문은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 등 첨단 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대중 수출 물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또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국고로 환수하도록 했다.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겨냥한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어 공개한 팩트시트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를 명분으로 반도체가 다수 포함된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제품 등에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어 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본부장은 체류를 연장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로 했다. 강태화.안효성([email protected])
2026.01.15. 8:33
녜웨이핑 9단(왼쪽)이 2019년 서울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초대 응씨배 제패 30주년 특별대국’에서 조훈현 9단과 대국하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2026.01.15. 8:32
━ 환율 방어에 미 재무장관 사상 초유 구두개입 ━ 섣부른 개입과 대응, 외환시장 내성만 키울 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제동이 걸렸다. 어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했다. 제자리걸음한 금리보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통화정책 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사라진 ‘금리 인하 가능성’이란 문구다.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데도 한은은 사실상 금리 인하 종료를 시사하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보다 경제 형편이 나은 미국이 머지않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뻗었던 발을 거둬들인 건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화 약세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환율이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정부와 외환 당국이 지난 연말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 등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친 데 힘입어 14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급기야 미국 재무장관이 우리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지난 12일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원화가치 방어에 가세했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숨에 12원 넘게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내 1469.7원까지 다시 올랐다. 지난해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치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괜찮다는 당국의 주장이 근거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을 서학개미와 기업 탓으로 돌리는 오진(誤診)에서 나온 섣부른 개입과 땜질식 대응은 오히려 외환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달러 저가 매수 기회만 만들어줄 뿐이다. 문제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투영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이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석유화학과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률과 규제로 투자와 고용은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확장 재정 등으로 급증하는 나랏빚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외환 수급 개선을 위해 당장의 대응책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외환 당국의 주장대로 경제 펀더멘털과 따로 노는 환율을 제대로 잡으려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과 함께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이창용 총재는 “달러는 풍부하지만 환율 상승 기대에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해져야 비로소 달러가 시장에 나오고,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걸맞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2026.01.15. 8:32
한국은 정부의 역할과 국가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역사적, 전통적, 문화적 측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건 지지하지 않건 내심 국가가 나서서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저 신뢰사회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정부에 대한 신뢰도 매우 약하지만 국민들간 상호신뢰는 더욱 약하다. 우리의 사회적 자본은 여전히 최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중소기업들 협동조합의 실질적 운영행태, 자영업자들의 상가조합 운영행태들을 보아도 그렇다. 이들은 스스로의 자율적 규율과 상호협력을 위한 역할보다 세금, 예산지원 등 정부기관들과의 관계에 주력하고 전직 관료들을 영입해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고 있다. 동대문상가에서도 옆 가게 새로운 디자인의 도용이 비일비재해도 이를 조합에서 스스로 규율을 세우지 못한다. 같은 시장이라고 불리지만 오랜 길드조직의 뿌리를 가지고 자율규제, 상호협력의 전통을 가진 서구의 시장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노동조합의 행태도 비슷하다. 유럽과 달리 산별노조의 협력에는 적극적이지 않고, 대기업 노조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는 어느 나라보다 크게 벌어져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저신뢰 사회 국가의 기능과 역할 여전히 중요 반면에 정부 역량은 점점 떨어져 국가지배구조개편 논의 일어나야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솔직히 직시하고 그 위에 국가의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그래야 할 국가의 기능과 역량이 점점 떨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동력을 잃고 장기침체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과 같은 정치와 권력구조에서 국가리더십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국가정책을 끌어가기 어렵다. 장기적 효과보다 단기적으로 시선을 끌고 차별화하는데 더 집중하게 된다. 인재들의 흐름도 그렇다. 우수한 청년들은 의대와 법대에 가 안주하길 바라고, 경험을 쌓은 엘리트들은 유수 로펌들로 몰려들어 이들이 결국 대기업 고객들을 위한 쟁송과 정부기관 로비를 위한 한국최고의 인재집단으로 부상해있다. 반면에 정부와 공공부문은 점점 더 우수한 인재를 끌어오기 힘들어지고, 그 인재들의 충성도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거기서 열심히 일한다고 본인과 가족의 삶, 장래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가 기울어져가는 길이다. 오늘날 세상의 추세는 다시 산업정책 시대로 돌아섰다. 중국 경제의 추격에 당황한 미국, 유럽이 모두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전략적, 장기적 산업정책에 의한 굴기를 지속하고 있다. 동맹도, 정의도, 가치도 없이 오로지 국익만 좇는 오늘날 세상에서 국가간 경쟁은 결국 국가지배구조와 정부의 능력간 경쟁이 되고 있다. 지난 해 이맘때쯤 한국은 극도의 혼란 속에 있었다. 한 겨울 거리는 양쪽으로 분열된 시위대로 넘쳐났고,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지나 않을지 우려되었다. 많은 이들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우려했고, 정치와 국가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제언들이 쏟아졌다. 일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새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실용적 외교노선의 추구, 경기활성화 대책 등을 빠르게 추진해오며 정국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이와 함께 정치제도, 국가지배구조 등 미래한국에 대한 담론도 쑥 들어갔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정치, 사회, 경제에 쌓인 문제들을 있게 한 어떤 요인들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비상계엄사태는 단순히 대통령 자리에 있던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버릴 수만 없는 여러 얼굴들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반년간 이어진 특검 활동은 관련된 인사들과 전 대통령 부부의 비리를 캐고 사법적 처리를 하는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이미 선진국이라고 자처한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제도적, 사회적 분석과 판단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세월호 사태가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는데 집중하며 그 근본적,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분석과 개선책은 흐지부지 외면되고 끝난 거와 같다. 비상계엄사태는 국가지도자로 양성되고 선출되는 과정, 국가권력구조, 정당제도와 운영행태, 정부의 역할과 역량 등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졌다. 이에 제대로 접근해야 현 정권이 말하는 ‘내란극복’이 될 수 있다. 날로 험난해지는 세계정세에서 우리가 어떻게 국가발전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가리더십, 권력구조, 정당 및 선거제도, 정부혁신 등의 관점에서 새해에 깊이 있는 논의가 다시 일어나게 되길 바란다. 정권 초기에 이러한 논의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충분히 긴 시간을 가지고 국민의 지성을 모아 깊이 있게 토의하고 모색해 나가야 할 이 시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건설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2026.01.15. 8:30
원화가치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다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옆 나라 일본도 비상이다. 엔화 가치는 연초부터 급락하며 달러당 160엔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일본 재무상은 지난 14일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언급하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어찌 익숙하게 보던 풍경이다.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조기 총선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미끄럼틀을 탔다. ‘아베 노선’을 추종하는 다카이치 총리가 확실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재정 확대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위안 대신 엔을 따라가는 원화 G2에 치이는 ‘동병상련’의 동조화 협력 통해 ‘죄수의 딜레마’ 넘어야 그런데 외환시장에선 최근 원화 약세가 엔화의 움직임을 따라간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이른바 ‘동조화(coupling)’ 현상이라는 것이다. 환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달러의 방향이다. 하지만 다른 변수도 있다. 주변의 힘 센 통화의 움직임이다. 특히 경제 의존성이 강하고 처한 환경이 비슷할 때 동조화도 강해진다. 원화와 엔화의 ‘이인삼각’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나란히 천문학적 투자를 약속한 그즈음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화가 엔화에 동조하면서, 중국 위안화와는 ‘탈동조(decoupling)’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위안화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세를 이어가더니 최근에는 달러당 7위안 선을 깼다.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가 한때 위안화의 ‘프락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며 찰떡같이 붙어 다녔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국의 원, 중국의 위안, 일본의 엔은 모두 둥글다는 뜻의 한자 원(圓)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세 나라 간 얽히고설킨 관계만큼이나 복잡한 행로를 보였다. 새로운 조합이 구성된다는 건 동북아 3국 간 경제 구도가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화와 엔화의 커플링은 ‘동병상련(同病相憐)’형이다. 두 나라 모두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자유무역 질서를 이끌던 미국은 거칠디 거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현금 인출기’ 역할을 강요한다. 이웃 중국은 어떤가. 한편으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견제하며 으름장을 놓고, 다른 한편으론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쏟아부어 타국 기업을 고사 상태로 내몰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은 게임이론에서 얘기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 이럴 땐 경쟁보다는 협력의 이익이 훨씬 큰 법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유독 살가웠던 분위기 역시 밑바탕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 한·일 ‘미들 파워(middle power)’ 연대론, 독도 문제로 한국을 자극하지 말자는 전향적 목소리가 나온 것도 진전이다. 반대로 원화와 위안화의 탈동조화는 단단했던 경제적 결속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신호다. 한때 중국의 경기가 곧 한국의 경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공급망 재편으로 상황이 많이 바뀐 게 사실이다. 2018년 26.8%에 달했던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18.4%로 내려왔다. 대중 무역수지는 2023년 이후 3년째 내리 적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지평을 상품 무역에서 서비스·투자로 확대하는 등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했다. 글쎄, 날것의 국익이 맞부딪치는 세계에서 옳은 편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먹고사는 편’, 즉 실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양국의 통화가 답을 주고 있다. 시 주석의 언급에 대해 “공자 말씀으로 들었다”는 이 대통령의 답변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패권을 다투는 대국답게 먼저 얼토당토않은 한한령부터 풀겠다고 나섰다면 아마도 답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조민근([email protected])
2026.01.15. 8:28
중국 바둑의 최고봉으로 1980년대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던 ‘바둑의 성인’ 녜웨이핑(聶衛平·섭위평) 9단이 14일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1952년 과학자이던 부친의 근무지였던 랴오닝성 선양에서 태어난 녜 9단의 고향은 허베이성 선저우다. 아홉 살 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62년 열 살 때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대회에 참가해 아동조 3위에 입상했다. 당시 천이(陳毅) 원수에게 트로피를 받으면서 바둑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1985년 제1회 중·일 바둑 수퍼대항전에서 당대 최고수였던 고바야시 고이치, 가토 마사오, 후지사와 히데유키 9단을 차례차례 격파하며 중국에 첫 우승을 안겼다. 이후 1988년 4회 대회까지 일본을 상대로 11연승을 거두며 중국인에게 ‘극일(克日)’의 상징이 됐다. 그해 중국국가체육위원회는 녜 9단에게 ‘바둑의 성인’을 뜻하는 ‘기성’ 칭호를 부여했다. 녜 9단의 바둑 인생은 1989년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승부로 전환기를 맞았다. 제1회 응씨배 세계대회 결승전 5판 3선승제에서 녜 9단은 조 9단을 상대로 2승1패로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두 경기는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경유지 방콕을 도착지로 여긴 녜 9단이 출국장으로 나가면서 컨디션 난조를 보여, 결국 조 9단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대국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웹툰 ‘미생’이 매회 두 9단의 제5국 기보를 인용하며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중국 차이신은 부고에서 당시 시합을 소개하며 “한국 바둑이 세계를 지배한 20년의 시작을 알린 승부였다”며 “중국 바둑의 도약과 침체, 양대 전환점이 모두 녜웨이핑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녜웨이핑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 25중학을 함께 다닌 동창생이다. 2015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녜 9단은 “문화대혁명 때 청소년기를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틈틈이 녜 9단을 찾아가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녜 9단은 바둑의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인공지능 알파고 등장 이후 침체에 빠진 바둑계의 활로 찾기에도 힘썼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창하오(50), 구리(43) 등 차세대 기사를 양성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2026.01.15. 8:26
뉴욕증시, 반도체주 강세에 상승 출발 (서울=연합뉴스) 윤정원 연합인포맥스 기자 =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 1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20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0.43포인트(0.61%) 오른 49,450.06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 대비 37.59포인트(0.54%) 상승한 6,964.19,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78.01포인트(0.76%) 상승한 23,649.76을 가리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칩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북돋웠다. 지난해 매출액과 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찍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도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TSMC의 4분기 매출액은 1조460억9천만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고, 순이익은 5천57억 대만달러로 35.0% 증가했다. 특히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 4천784억 대만달러를 대폭 웃돌았다. 미국에 상장된 TSMC 주가는 6.20% 올랐고 AMD도 6.23% 상승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엔비디아도 각각 2.98%, 2.56%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30% 뛰었다. 금융주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주식 트레이딩 매출이 43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에서 어떤 은행도 달성한 적 없는 수치다.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4.01달러로 시장 예상치 11.67달러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4분기 EPS가 2.68달러를 나타내 시장예상치 2.44달러를 상회했다. 매출도 178억9천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77억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은 순매출이 318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투자은행 부문 순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 운용자산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해 14조400억달러를 기록했다. 블랙록 운용자산이 14조달러를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각각 3.47%, 0.73% 올랐고 블랙록은 4.97% 뛰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19만8천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의 20만7천건 대비 줄어든 것일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 21만5천건도 밑돌았다. BNY의 밥 새비지 시장 거시 전략 헤드는 "미국에서 기술주에서 소형주로의 로테이션 거래가 하룻밤 사이에 멈췄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술, 금융, 부동산 등은 강세를 나타냈고 헬스케어, 통신은 약세를 보였다. ASML은 TSMC가 실적발표에서 예상보다 더 큰 자본 지출 계획을 제시하면서 주가가 6% 넘게 뛰었다. 델 테크놀로지는 바클레이즈가 투자 의견을 비중 유지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주가가 3% 넘게 뛰었다. 바클레이즈는 AI 서버 주문 강세, AI 운영시장의 안정성, 기업 서버 확장 기회 등을 투자 의견 상향 요인으로 꼽았다. 의료기기 업체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심혈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페넘브라를 1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5% 가까이 밀렸다. 유럽증시도 대체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59% 오른 6,040.69에 거래 중이다. 영국 FTSE100 지수와 독일 DAX 지수는 각각 0.57%, 0.08% 상승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전장 대비 0.21%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발언에 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적 시위에 대한 이란의 진압 과정에서 벌어지던 살해 행위가 진정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여전히 높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처형 계획이 없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이란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4.45% 내린 배럴당 59.26달러를 기록 중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뉴스공용1
2026.01.15. 8:26
푸틴 "한러 관계 회복 기대"…실용적 접근 강조(종합) 이석배 대사 등 34개국 신임 주러대사 신임장 제정식 유럽 국가들에도 "필요한 수준으로 관계 회복 준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한국과 관계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연설하면서 "과거 양국은 실용적인 접근을 유지하며 무역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정말 좋은 결과를 거뒀다"며 "한국과 관계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우리와 한국의 상호작용에서 긍정적 기반이 많이 낭비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도 한국에 대해 비우호국가 지정으로 대응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며 밀착을 강화, 한러 관계 회복 전망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날 신임장 제정식에는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석배 주러시아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신임장 제정은 파견국의 국가 원수가 신임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전달하는 절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비우호국인 한국과 관계 회복 의지를 내비친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12월 이도훈 당시 대사가 참석한 신임장 제정식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 한국은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발전시켰고 한반도 상황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함께 일했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한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6월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인터뷰하면서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우호국·비우호국을 포함해 총 34개국 신임 외국 대사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갈수록 대립각을 세우는 유럽 국가들과도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유럽 국가와 협력이 동결됐다고 진단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바뀌고 우리가 국익 존중과 정당한 안보 우려를 고려하는 원칙에 기반해 정상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을 회복할 것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그런 접근법을 유지하고 지켜왔으며 필요한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됐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이날 제정식에 참석한 대사의 국가를 언급하며 "러시아와 여러 유럽 국가의 관계는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6.01.15. 8:26
英보수당 대표, 유력 경쟁자 당원자격 정지 "당 배신할 음모 세워"…영국개혁당으로 탈당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제1야당 보수당의 유력 인사인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이 당을 배신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로 예비내각 법무장관에서 해임되고 당원 자격이 정지됐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로버트 젠릭을 예비내각에서 해임하고 당 지도부에서 제외했으며 당원 자격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예비내각 동료들 및 보수당 전체에 가장 해로운 방식으로 배신할 음모를 꾸몄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우파 보수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 속에 중도좌파 노동당 참패해 14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이후 집권 노동당과 나란히 10% 중반대의 낮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에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밀리고 있다. 특히 보수당 유력 인사가 잇달아 영국개혁당으로 이탈하면서 위기에 놓였다. 최근에는 보수당 보리스 존슨 정부에서 재무장관까지 지낸 나딤 자하위 전 하원의원이 영국개혁당으로 적을 옮겼다. 44세인 젠릭 하원의원은 2024년 당 대표 경선에서 베이드녹 대표와 마지막까지 겨룬 유력 인사로, 이민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당내 강경파로 꼽혔다. 젠릭 의원이 탈당과 영국개혁당 입당을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논의해 왔으며 이날 이를 발표할 계획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수당 한 유력 인사는 BBC 방송에 "(젠릭 의원이) 사임 연설문을 인쇄해 대충 놔뒀고 누군가가 그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자신이 젠릭 의원과 접촉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종의 합의를 했거나 이날 오후 그의 입당을 발표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그에게 전화할 것"이라며 "한 잔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젠릭은 오랫동안 나라를 분열시키는 못된 말들을 해왔는데 영국개혁당으로 탈당하기 직전 베이드녹이 그를 해임했다"며 "패라지는 이런 실패한 정치인들을 맞아들이면서 자기 당을 보수당 정치인의 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양쪽을 동시에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연
2026.01.15. 8:26
어떤 학교에서 중요한 시험을 쳤다고 가정해보자. 한 학생이 부정행위로 내신등급을 대폭 올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구체적인 부정행위의 정황이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학생은 전교 학생회 임원 후보자다. 그러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조사 결과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시험 성적을 취소하고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 임원 후보자로서 자격 상실은 당연하다. 이걸 그냥 뭉개고 넘어가는 건 다른 학생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반포 아파트 당첨 이혜훈 후보자 기혼 자녀를 부양가족 포함 의혹 사실이라면 책임지고 사퇴해야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이다. 부양가족 부풀리기로 부당하게 청약가점을 높인 뒤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에 당첨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자 부부는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중대한 범법 행위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이런 식의 부양가족 부풀리기를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해왔다.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씩 따져보자. 2024년 7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가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이 단지의 137A형(전용면적 137㎡, 공급면적 54평형)에 청약해 당첨자가 됐다. 해당 주택형의 당첨 커트라인은 74점이었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과 무주택 기간(32점)에서 모두 만점을 받더라도 부양가족 수가 네 명(25점)이어야 가능한 점수다. 이 후보자 부부에겐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아파트를 청약할 때 아들 셋을 모두 부양가족에 포함해야만 당첨이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 중 한 명은 입주자 모집공고 7개월 전인 2023년 12월에 결혼식을 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부양가족 수를 계산할 때 “자녀의 경우 미혼으로 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라 이미 결혼한 자녀는 부양가족에서 제외된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자는 “성년인 아들의 혼인신고에 부모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엉터리 해명이다. 중요한 건 이 후보자 아들이 아파트 청약 시점에 기혼이었느냐, 미혼이었느냐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주택공급 규칙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자녀는 미혼으로 본다는 내용이 없다.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에서 혼인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기혼 자녀를 부양가족에 포함했다면 부정청약으로 당첨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아파트를 청약할 때 부양가족이 몇 명인지는 청약자가 직접 입력하는 사항이다. 청약자 본인도 모르게 자동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청약 과정에서 부양가족 수를 허위로 입력했다면 부정청약으로 당첨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자 부부가 소유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36억7840만원이었다. 현재 이 단지에서 같은 면적의 매물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그보다 작은 전용면적 107㎡(공급면적 42평형)의 저층 매물이 74억원에 나와 있다. 현재 시세에서 분양가를 뺀 시세차익은 4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오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후보자는 부정청약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든지,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부정청약이 맞는다면 청와대도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건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운영 중인 아파트 청약 시스템의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분양가 상한제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지 벌써 19년이 됐다. 겉으로는 분양가 상승을 억눌러 집값 과열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로또 분양’이란 말처럼 당첨자에게만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제도로 변질했다. 의도가 좋았다고 해서 그 결과도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지금처럼 새 아파트 분양가를 억지로 누르면 누를수록 극소수 당첨자가 가져가는 시세차익만 많아질 뿐이다. 반면에 대다수 청약 탈락자에겐 상실감을 안겨주고, 새 아파트의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부작용만 커진다. 차라리 분양가를 다소 높이더라도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정완([email protected])
2026.01.15. 8:26
━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 인터뷰 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실에서 이영훈(72) 담임목사를 만났다. 그는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 중 하나는 ‘부정적 사고(Negative thinking)’”라고 짚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역사를 리드하는 상위 5% 지도자의 공통점은 ‘긍정적 사고’라고 했다. 거기서 창의성도 나온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걸 바꾸기 위해 ‘감사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Q : 왜 ‘감사 운동’인가. A :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 이래 가장 풍족한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지치고 메마르다. 주위를 돌아보라. 극한의 경쟁과 끊임없는 비교 의식에 다들 지쳐 있다. 불평과 불만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로 인해 사회는 점점 양극화로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 ‘영적 백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 영적 백신, 어떤 건가. A : “ 다름 아닌 ‘감사’라는 백신이다. 단순한 삶의 태도나 예의범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의 방향을 긍정과 만족으로 돌릴 수 있는 영적인 결단을 말한다. 그게 감사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이 말끝에 이영훈 목사는 ‘감사’의 어원을 꺼냈다. “‘thank(감사하다)’와 ‘think(생각하다)’, 그리고 ‘thought(생각)’는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나왔다. 그 뿌리는 게르만어로 ‘thankona(싼코나)’다. 감사가 없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 결국 생각 없는 삶이 된다. 사유가 없는 삶이 된다. 한국의 K-POP이 왜 인기인지, 미국인에게 직접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다.” Q : 이유가 뭐라고 했나. A : “그 사람은 ‘긍정의 메시지’라고 하더라. K-POP은 파괴적이고 저주하는 게 아니라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좋다고 했다. 감사 운동도 그렇다. 긍정의 에너지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갈 건가.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Q : 그게 왜 중요한 문제인가. A : “나의 삶에 없는 것, 나의 결핍만 맛보며 사는 삶은 어떻게 될까. 남과 비교하며 갈수록 불만이 쌓이고, 결국 불행한 삶이 되지 않겠나. 반면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떨까.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까. 결국 행복한 삶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사회에는 이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 의식혁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감사 운동’을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사는 하나의 도구다.” Q : 무엇을 위한 도구인가. A : “긍정적 사고로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한 도구다. 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이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꿈이라면, 감사는 그 꿈을 위한 실천이다. 부부간에평생 함께 밥을 먹지 않나. 날을 잡아서 남편이 아내에게 말해 보라. ‘당신, 너무 고마워. 그동안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는데, 정말 고마워.’ 그 말은 아내가 하루 종일눈물짓게 할 거다.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하게 하는 말이다. 그런 게 감사다.” 이영훈 목사는 최근 ‘순직 해병 특검팀’에 의해 압수 수색을 받았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자신의 해임이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개신교계 유력 인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었다. 휴대 전화는 디지털 포렌식을 했고, 자택은 물론 컴퓨터와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압수 수색을 했다. 종교 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작 이 목사는 주위에 아무런 내색이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직원들까지 놀랄 정도였다. 결국 특검은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의원들이 찾아와 무리한 압수 수색에 대한 위로와 유감을 표할 정도였다. Q : 억울한 일이다. 화가 나지 않았나. A : “솔직히 마음은 상했다. 막상 당해보면 압수 수색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감사’의 키워드를 생각했다. 진실은 어차피 역사가 밝혀주는 법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다짐했다. 이번 일을 통해 제가 절감한 게 있다. ‘감사’는 역시 미래전략이란 사실이다. 제가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게 밝혀지니까, 우리 교회가 오히려 더 건강한 교회가 됐다. 더 굳건해졌다. 그래서 그 모든 일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이 목사는 1950년대와 현대를 비교했다. “50년대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72가지, 그중 절대 필수품은 18가지였다. 오늘날 현대인의 생필품은 500가지 이상이고, 그중 절대 필수품은 50가지가 넘는다. 지금은 분명히 모든 게 풍족한 시대다. 이런 풍요를 누리면서도, 왜 이전 사람들보다 행복하진 않은 걸까?” Q :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A : “사람들의 마음에서 ‘감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기준이 비교 우위적 경쟁에서의 승리와 물질적 성취의 논리에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감사의 고백을 시작하면 좋겠다. 배우자와 자녀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부터 해보자. 서로에게 용기가 생기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진다. 그래서 ‘365 감사챌린지’를 시작하고자 한다.” 백성호([email protected])
2026.01.15. 8:24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 어떻게 볼 것인가 서학 개미는 한동안 발 빠른 국제감각을 가진 K금융 리터러시의 진화로 대접받았다. 고소득을 올리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최근 서학 개미의 해외주식 매입은 더욱 급격하게 증가했다.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024년 105억 달러에서 2025년 326억 달러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서학 개미의 행보가 최근에는 지속적인 고환율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걱정 등으로 우려의 대상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순대외자산의 GDP 대비 비중, 한국은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한국 10년간 2873억 달러 해외 주식 순매수, 외국은 한국주식 순매도 코스피 급등보다는 꾸준히 오르는 게 중요…경제성장 뒷받침 돼야 해외 충격의 국내 영향 커질 것…국내외 자본 급격한 유출입 경계를 서학 개미의 등장은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Financial Globaliza tion)’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한국과 외국 간의 주식, 채권, 국제 대출 등 대외 금융자산 거래는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 외국의 해외 금융자산을, 외국은 한국의 금융자산을 매입,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자산과 부채는 꾸준히 상승했고, 2024년 말에는 GDP 대비 대외자산과 부채 비율은 각각 134%와 75%에 달했다. 특히 대외자산의 양은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134%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상당한 수치라 할 수 있다. 금융 글로벌화의 편익과 전망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된 것은 대외 금융자산의 거래가 다양한 경제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해외 금융자산이 국내 금융자산보다 더 높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서학 개미들은 미국 증시 수익률이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던 것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미국 증시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둘째, 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해외 금융자산 거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분산투자 기회를 제공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 전체적인 입장에서도 국내 투자 기회가 제한적인 경우 해외 투자 기회로 더 높은 수익을 얻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 분산 투자를 통해 국가 고유의 위험을 줄이면 불황이 와도 해외 소득을 통해 소비 등 경제활동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자는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가 지나치게 진행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도 금융 글로벌화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이미 엄청난 자산을 해외에 투자한 것이라 여길 수 있으나, 사실 아직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림 2〉는 세계 80개국과 한국의 순대외자산(대외자산-대외부채)의 GDP 대비 비중을 보여주는데, 한국은 아직 세계 평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대외자산만 보면 세계와의 갭이 작아지기는 하지만, 이 역시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또한 간단한 국제분산투자(international portfolio diversification) 이론에 따르면, 세계에서 차지하는 본국의 GDP 비중만큼 본국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이고, 세계 전체와 비교하면 경제 규모가 상당히 작은 한국의 경우 총자산의 대부분인 98% 이상을 해외자산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적이다. 실제 한국의 최적 해외투자 비중은 이보다 낮겠지만, 적어도 현재 수준에서 향후에도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되리라는 것은 명확하다. 서학 개미는 더 많아지고 더 많은 해외주식을 매입할 것이다. 대외 자산과 부채의 비대칭적 구조 최근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 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대외 금융자산과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외 금융부채의 축적은 완만하지만, 대외 금융자산의 축적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주식 거래의 차이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2024년 말까지 지난 10년간 한국은 2873억 달러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은 70억 달러의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였다. 한국은 더 많은 해외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고 구입한 미국 주식 등의 가격도 급격히 상승한 반면, 외국은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을 뿐 아니라 기존 자산의 가치도 더 천천히 올라간 점이 반영돼 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로 대외 금융자산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를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외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므로 한국은 대외 국부(External Wealth of Nations)를 많이 축적했다는 점을 자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해외에서 더 많은 투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이, 외국에 줘야 할 투자수익보다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국내 수익이 낮더라도 해외 투자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측면이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중요한 이유 하지만 그러한 비대칭적 구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냥 즐거워만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국내 투자수익률이 해외 투자수익률보다 훨씬 저조했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은 물론 외국 투자자들도 국내 시장을 외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4년까지 지난 10년간 S&P500의 수익률(배당 포함, 환율 변동 제외)은 연 13%를 초과하는 반면, 10년간 KOSPI200의 수익률(배당 포함)은 연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주식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뉴스다. 한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비대칭 구조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번에 코스피가 5000을 넘어 7000, 1만까지 가는 것보다 향후 매년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몇십년 만에 한번 코스피가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리면서 반짝하고, 이후 매년 지지부진해진다면 투자자들은 다시 떠날 것이고, 향후 한국 증시를 도박이나 로또와 같이 여기게 될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과열되다가 일부 급락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 꼭지를 잡은 투자자들은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되고, 이후 도박이나 로또 같은 한국 증시를 다시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 후 코스피가 급등 후 급락했을 때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고, 이후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외면하는 경향이 더욱 커졌었다. 향후 코스피가 상승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한국 주식이 외국에 상장된 주식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면서 상승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피의 꾸준한 상승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다. 향후 점점 더 낮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경제에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과 수입, 즉 국제 무역의 확대를 의미해왔다. 한국은 이를 선도했던 국가였고, 이를 통해 과거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브렉시트, 코로나 사태, 트럼프 집권 후 무역 전쟁 등을 거치면서 무역을 통한 글로벌화는 더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제의 글로벌화의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투자의 글로벌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향후에도 빠르게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 글로벌화에서 유의할 점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해외 충격이 국제 금융 연계를 통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정적 해외 충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한·미 장기 금리가 동조화되는 등, 미국 등 해외 금융 여건이 한국 금융 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외 금융 여건이 불안할 때 국내 금융 여건을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을지, 한국의 독자적인 금융 통화 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도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금융기관과 개별 투자자도 이러한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급격한 국제 자본 유출입이 발생하면서, 환율·주가·금리 등 금융 변수들과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자본이 은행 대출 등의 형태로 국내에 들어왔다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향후 국제자본이동의 반전은 국제 거래가 증가하고 축적된 국가 간 자산이 더욱 많아진 만큼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국제 자산 거래가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나 가상자산·코인 등 새로운 자산의 형태로 진화되면서 더욱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자본뿐 아니라 국내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통해서도 경제 불안정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026.01.15. 8:22
대한체육회에서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침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렸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 제도를 잘 마련하라”고 주문해 체육회 선거제도 개선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는 약 20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다. 이를 앞으로 30만 명 이상의 체육인의 직선제로 전환하고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명분과 방향성에서 보면 개선 방향은 무난하다. 좀 더 고심이 필요한 부분은 모든 득표를 등가로 합산해 최다 득표자를 가리는 평등선거 원칙을 적용하느냐 여부다. 적임자가 선출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직선제 도입, 모바일 투표 논의 단체 유형·직군 불균형 고려해 전문성·리더십 적임자 선출해야 체육회는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다.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하는 일반적 공공기관과 달리 체육회는 자체 선거로 회장을 선출하는데, 이는 올림픽 헌장이 보장하는 NOC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회장 선출 제도를 정비한다면 국제적으로 NOC 수장, 국내에서는 공공기관장으로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할 적임자가 선출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직선제와 평등선거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모든 직선제 선거에 평등선거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우선 유권자 집단 간에 인원 불균형에 따른 대표성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체육회의 경우 회원 단체 유형과 유권자 직군에 따른 불균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종목 단체 간에 인원 편중은 자명하다.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축구·배드민턴 등 상위 5개 종목의 투표권 비중이 65%나 된다. 단순 합산 방식의 직선제를 적용하면 체육회장이 아닌 ‘상위 5개 종목 회장’이 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육회장이 NOC 대표로 자체 선거를 가능하게 한 만큼 올림픽 유관 단체의 비중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체육회 회원종목 단체에는 족구 등 비올림픽 종목이 43%나 된다.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지방 체육회 조직과 함께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비올림픽 조직의 득표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NOC 수장을 선출하는 최적의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유권자 직군별 비중도 중요한 요소다. 임원·대의원·선수·지도자는 수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생활체육 동호인은 신규 등록이 비교적 쉽다. 1인 1표 평등선거를 적용하면 미래의 체육회장을 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이 결정할 수 있다. 생활체육 동호인은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체육행정과 정책 이해도가 낮을 수 있고, 후보들이 지지층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동호인 영입을 할 경우 선거가 혼탁해질 수 있다. 평등선거는 모든 득표를 등가로 합산하기에 인기투표나 이미지 선거로 흐를 우려가 있다. 정책과 전문성보다 단기 이익과 후보자 유명세에 따라 투표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직선제와 모바일 투표, 그리고 평등선거 원칙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장투표 방식은 지방이나 해외 훈련 중인 유권자의 참여가 어렵다. 기술적 준비가 충분하다면 모바일 투표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모바일 투표는 참여 장벽을 낮춰 직선제 도입을 한층 현실적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직선제가 반드시 평등선거를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평등선거는 모든 표를 산술 합산하므로 과열, 유권자 동원, 포퓰리즘, 대표성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를 도입하더라도 회원 단체 유형과 유권자 직군별 득표를 적정 비율로 환산해 최종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때 단체 유형에는 개별 종목 간의 편차와 올림픽 유관 종목 및 지방 체육회의 비중을 고려하고, 유권자 직군에서는 생활체육 동호인의 비중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최적의 비중을 정하는 것은 난제다. 그렇기에 시한을 정해 서두르지 말고 다각도로 분석하고 숙의를 거쳐 대안이 무르익었을 때 결론을 내는 것이 안전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자리에 맞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가 선출되는 좋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2026.01.15. 8:20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꼽으라면 조세이 탄광 수몰자 DNA 감정에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점이다. 조세이 탄광 사고는 일제가 태평양전쟁으로 석탄 채굴에 열을 올리던 시기, 야마구치현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해저 탄광을 무리하게 채굴해 지반이 약해졌고 결국 1942년 2월 3일 바닷물이 갱도로 침투했지만 183명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조선인 광부는 136명이었다. 일본에서조차 잊힌 사건이었다. 이 역사를 알리고 유골 발굴을 위해 애썼던 것은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라는 일본 시민단체였다. 희생자 신원을 모두 파악했고, 2024년엔 갱도 입구를 발견해냈다. 이후 잠수부를 동원해 유골 발굴에 지속적으로 나선 결과 지난해 8월, 유골 4점을 육지로 끌어올렸다. 유골은 일본 경찰에 인계됐지만 DNA 감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선 유골 감정부터 협력하기로 한 점을 인도주의적 성과로 꼽았다. 시민단체도 정치적 합의가 추진동력이 된다며 기대해온 만큼 이번 성과를 깎아내릴 순 없다. 그럼에도 유골이 땅 위에 있었던 5개월 동안 일본 정부의 태도는 바다 밑에 그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한국과의 외교적 스킨십을 위한 카드로 끌어올려지기 전까지, 그것도 시민단체가 여태껏 고군분투한 노력의 결과가 버젓이 나와 있는데 말이다. 시민단체가 지금껏 유가족들을 접촉하며 확보해온 DNA 대조군은 84명(한국 83명, 일본 1명)분이다. 이번 DNA 감정을 통해 한 명이라도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한·일 양국은 DNA 감정은 물론 나머지 100여 명의 대조군 확보와 수몰된 해저 탄광의 유골 발굴 작업에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노우에 요코(井上洋子) 시민단체 대표는 “한·일 공동 사업으로 양국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자금을 마련해 전문가 팀을 구성해 유골 수습을 진행하면 좋겠다”면서도 “만약 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시민의 힘만으로 끝까지 해낸다는 각오부터 다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 유골 발굴 조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꼭 83년째인 다음 달 3일부터 11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도 유가족 일부가 다음 달 6일부터 사흘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성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정부의 결단보다는 시민들이 버텨온 시간과 쏟아부은 노력 덕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의 공식 석상에서 언급된 협력이 말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정원석([email protected])
2026.01.15. 8:18
강유미의 유튜브 코미디 ‘중년 남미새’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누군가는 통쾌한 풍자라 하고, 누군가는 여성 비하라고 비난한다. 이 콘텐트는 중년 여성을 조롱하는가, 아니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적 병리를 꼬집는 것일까. 재빨리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이 코미디는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지독할 정도의 재현만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현실 들춘 코미디 논란 성급하게 옹호나 비난하기보다 왜 불편한지 스스로 살펴봐야 화면 속 50대 여성은 명품 로고가 선명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 남직원에겐 노골적 호의를, 여직원에겐 “눈웃음 살살 치는 스타일”이라며 악담을 한다. 외아들에 대한 맹목적 애정과 “요즘 여자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같은 편견 섞인 발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강유미는 이 인물을 그저 보여줄 뿐, 해석의 전권은 관객에게 넘어간다. 풍자는 장르적 약속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맥락과 아이러니를 읽어내는 능력이 없다면 풍자는 쉽게 공격으로 오독된다. 특히 확증 편견이 연료가 되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풍자는 쉽게 혐오의 정당화로 돌진한다. 실제로 일부 시청자는 여기서 “저런 여자들은 비하당해도 싸다”는 메시지를 추출했고, 이 불편함을 제거하고 사과할 것을 강유미에게 요구했다. 그동안 강유미는 인간 군상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코미디 인류학자’라는 칭송을 쌓아왔다. 그런 그가 비난의 과녁이 된 것은 이번만 풍자의 칼날이 어긋났기 때문일까. 나는 이 논란을 지켜보며 ‘풍자냐 비하냐’라는 이분법적 질문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미의 코미디는 일종의 ‘불쾌한 거울’이다.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의 민낯을 징그러울 정도로 정확하게 비춘다. 관객은 웃으면서도 가슴한구석이 섬뜩해지는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는 ‘불편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닮았다. 인간과 너무나 똑같아서 구별하기 힘든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본능적 거부감. 강유미의 코미디는 실제 현실과 너무 닮아 있는 그 지점에서 작동하며 우리를 심리적 언캐니 밸리로 밀어 넣는다. 흥미로운 것은 거울 앞에서 나타난 반응의 스펙트럼이다. 맘 카페를 중심으로 “아들맘에 대한 희화화”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자, 댓글창에는 영상 속 캐릭터 같은 어른들 밑에서 자란 아들들에게 성희롱과 혐오를 겪고 있다는 여학생들의 호소가 쏟아지며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같은 거울 앞에서 있지만 누구는 피해자를, 누구는 가해자를 본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공포, 편견을 이 영상 위에 투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 불편함이 대상에 대한 혐오인지, 뒤틀린 현실을 직면한 수치심인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편을 가른다. 도덕적 선명함을 얻기 위해 서둘러 비난이나 옹호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은 콘텐트가 지닌 풍부한 내러티브의 결을 지워버린다. 코미디가 도덕적 선명함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닌 무미건조한 훈화 말씀에 불과할 것이다. 진정한 코미디는 우리를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대면하게 만듦으로써 사유를 촉발한다. 예술은 정답보다 질문을 던지는 법이다. 때로는 폭력과 풍자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현실의 얼룩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그 얼룩을 놓고 누구는 천사를, 누구는 악마를 보는 것이 대중문화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비하인가?’라는 닫힌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는 똑같은 현실을 마주하며 이토록 다르게 반응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불편함 속에 이 질문을 던지게 했다는 것 자체가 이 콘텐트가 이뤄낸 성취다. 우리는 너무 빨리 판결을 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은 ‘좋아요’와 ‘차단’ 사이의 광활한 회색 지대를 지워버린다. AI는 복잡한 갈등이나 모호함을 노이즈나 오류로 분류하고 제거하려 하겠지만, 인간은 그 노이즈 속에서 우리 사회의 병리와 슬픔을 읽어낼 수 있다. 시인 존 키츠는 성급하게 사실을 찾으려 애쓰지 않고 불확실함 속에 머무를 줄 아는 능력인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을 제시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하와 풍자를 가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정답 없는 모호함 속에서 사유를 지속하는 사회적 근육이 아닐까. 불편한 코미디를 만났을 때, 판결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멈춰보려 한다. 내가 불편한 이유는 저 영상 때문인가, 아니면 내 안의 어떤 그림자 때문인가. 거울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정답은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모호함을 견디며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알고리즘의 이분법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된다. 도덕적 판결을 유예하고 결론 나지 않는 상태를 견뎌내며 질문의 층위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강유미가 쏘아 올린 불편함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윤정 문화칼럼니스트
2026.01.15. 8:16
“지금 티샷 준비하는 저 선수를 봐.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라던데.” 지난해 초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 클럽에서 열린 LIV 골프 대회 현장. 취재 도중 만난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한 선수를 가리켰다. 표정 변화 없는 얼굴, 한쪽 팔을 뒤덮은 문신 그리고 포니테일로 묶었지만 여기저기 삐져나온 잿빛 곱슬머리. 직접 본 그의 첫인상은 정돈되고 잘 차려진 골프장 분위기와는 사뭇 이질적이었다. 앤서니 김(41·미국). 한때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불리며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다 어느 날 신기루처럼 모습을 감췄고, 무려 12년간 두문불출했다. 2년 전, 이번엔 전격 컴백해 또 한 번 대중을 놀라게 했다. 그의 커리어는 ‘천재의 몰락’이라는 표현으로 갈음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이던 지난 2007년 2승을 거둘 때만 해도 거칠 게 없었다. 이후 세계 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렸다. “나는 호랑이(타이거 우즈) 잡으러 온 사자”라 일갈했으니, 재능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흘러넘쳤다. 하지만 이른 성공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2010년부터 크고 작은 부상과 함께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아킬레스건을 다친 뒤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자 그는 골프채를 집어 던지고 은둔을 시작했다. 회복에 힘써야 할 시기에 회피를 택했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듯했던 앤서니 김의 골프 인생 시나리오는 2년 전 필드 복귀와 함께 속편으로 접어들었다. 처절한 자기 고백과 반성도 뒤따랐다. 그는 “한때 술과 약물에 의존했고, 지독한 자살 충동에도 시달렸다”면서 “내 인생의 가장 큰 성취는 알코올과 약물을 끊은 것이다. 가족의 응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선수로서 실패보다 인간으로서 약점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게 어쩌면 더 힘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냈다. 바로 그 순간이 재기의 출발점이 됐다. 드라마 같은 부활 스토리는 아직 없다. 지난 2년간 LIV 골프 무대에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지난해 말 ‘퇴출’ 도장이 찍힌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호랑이 잡으러 왔다”던 그 청년은 어느덧 40대 아저씨가 됐다. 경기력과 스코어 또한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LIV 골프 무대를 다시 노크하기 위해 프로모션(승격) 대회에 참여했고, 3위에 올랐다. 상위 3명까지 주어지는 2026시즌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확보해 올해도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앤서니 김이 완성형 서사를 이루기까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참고 견디고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 그의 도전뿐만 아니라 또 다가올지 모를 좌절과 실패까지도 응원한다. 그 길의 끝자락 어딘가엔 분명 성공이 기다릴 테니.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01.15. 8:14
최고가로 거래되는 사진작가 구르스키의 세계 눈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겨울은 우울하기 그지없는 시기이다. 생애 주기에 비유하면 죽음에 해당하는 계절.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시들 확률도 높아진다. 이따금 내리는 눈이 세상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꿔 놓으면 겨울이 죽음의 계절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래서 겨울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가라면 한 번쯤 겨울 풍경을 그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 안에도 겨울 풍경을 담은 작품이 수십 점 있다. 그중 가장 비싼 작품은 놀랍게도 유화가 아니고 사진이다. 작가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얼어붙은 강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4m가 넘는 대작이다. 현재 과천관에 전시되어 있다. 디테일 낱낱이 살린 소비사회 풍경 한눈에 못 담는 거대한 시각정보 4m 넘는 대작 ‘얼음 위의 사람들’ 코로나 시기 역설적인 유대감 포착 객관적 거리 위해 ‘새의 시선’ 애용 8만 명 동원한 평양 카드섹션 촬영 구르스키는 생존하는 사진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에 라인강을 담은 사진이 당시로는 사진 역대 최고가인 약 43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62억)에 경매에서 팔렸다. 실제 풍경에서 건물과 인물을 모두 지우고 완벽한 수평 구도로 만들어 추상화처럼 보이게 한 작품으로 역시 3.5미터가 넘는 대작이다. 구르스키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만드는 작가가 되었을까? 그 성공의 비결은 한마디로 스케일과 태도, 그리고 주제라는 삼박자의 탁월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상업사진가였던 조부와 아버지 구르스키의 사진은 우리 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절묘하게 담아낸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 현대 사회는 인간의 통상적인 지각 능력과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와 복잡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점을 마치 그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외부인의 시선인 듯 무심하게 담아내는 데 구르스키 사진의 특징이 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는 1955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상업사진가였다. 아버지의 사진 스튜디오는 어린 구르스키의 놀이터였다. 아버지가 특히 잘 찍은 것은 맥주 광고. 글리세린을 이용하면 스튜디오 조명의 열기 아래에서도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처럼 보인다는 사실에 어린 구르스키는 매혹되었다. 특히 조명을 통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뒤셀도르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예술대학에 진학하면서 사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법을 배운다. 현대 사진의 판도를 바꾼 두 인물, 베른트와 힐라 베허 부부를 교수로 만난 것이다. 그가 이전까지 알던 사진이 기술이었다면 베허 부부에게 사진은 개념, 그리고 태도였다. 베허 부부는 작업 방식이 독특하고 엄격했는데, 한마디로 중립적 태도를 지향한 건조한 사진들이었다. 그들은 공장지대의 산업건축물만 촬영했고, 빛이 들어가면 감정이 자극된다고 하여 항상 구름 낀 날을 고집했다. 정중앙의 시선, 일정한 높이에서 찍은 이 흑백의 사진들은 유형학적 사진, 무표정(deadpan)의 사진이라고도 불렸다. 이는 이전까지의 사진이 빛의 효과나 대상과의 교감에 집중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이보다 더 쿨할 수 없는 사진의 등장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구르스키는 베허 부부에게서 감정을 배제한 거리두기,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과 구조를 이용하는 방식을 배웠다. 초반에는 대학에서 배운 대로 합성이나 조작을 하지 않는, 소위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집했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차로 여행하던 중, 그는 거대한 항만을 위에서 본 풍경에 압도되는 경험을 한다. 컨테이너와 차량이 엄청난 규모로 집적되어 있는 광경을 내려다본 순간 그의 예술은 완전히 달라졌다. 산업시대의 미학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도쿄의 주식 거래소, 지멘스 공장, 대형 마트 등을 찍었다. 세계화와 자본주의, 소비주의가 지배하는 동시대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감과 날카롭고 선명한 디테일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디지털 수정을 시작했다. 사진의 크기도 점점 커졌기 때문에 디지털 후작업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소비주의 스펙터클 표현한 ‘99센트’ 대형마트의 진열대를 촬영한 ‘99센트’는 소비주의 시대의 스펙터클을 표현한 사진으로 유명하다. 수평을 정확히 맞춘 구도와 다채로운 색깔 때문에 얼핏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익숙한 브랜드의 포장지가 보인다. 디지털 후작업으로 상품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선명하게 다듬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절대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시각정보가 담겨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글로벌 자본주의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휴먼 스케일을 넘어서는 압도적 규모 이면에는 상품의 포장지를 봐도 장소를 짐작할 수 없다는 특징이 숨어 있다. 세계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몰개성적인 공간 또한 우리 시대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얼핏 추상화처럼 보이는 느낌도 틀리지 않은 셈이다. 추상화는 내용이 아닌, 형식에 집중하는 그림이다. 그리고 우리는 개별적인 내용보다는 거대한 구조, 즉 대량생산과 소비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개념에 인간을 대입시킨 것이 ‘평양’ 연작이다. 구르스키는 2007년에 단체 여행단의 일원으로 5일간 평양을 방문했다. 김일성 주석 기념행사인 아리랑 축제를 찍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5만 명의 무용단, 그리고 3만 명의 초등학생이 동원된 카드섹션으로 이루어진 공연 장면이다. 작가는 여행단을 인솔한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평론가는 “김일성 주석이 자신에게 바쳐지는 공연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구르스키는 군중을 촬영할 때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 소위 ‘새의 시선(Bird’s Eye View)’이라 불리는 구도를 즐겨 썼다. 그런데 그의 사진에 대해서는 “새가 아니라 신의 시선” 혹은 “지구에 막 도착한 외계인의 시선”이라는 평이 종종 따라붙는다. 인간 사회의 모습 혹은 현대 문명의 단면을 어떤 초월적 존재가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구르스키의 사진에서 대상과의 거리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거리는 관람자가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가까이서 찍으면 촬영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세부 사항에 휘둘리지만, 멀리서 찍으면 비로소 그 대상의 구조와 본질이 보인다는 뜻이다. ‘얼음 위의 사람들’ 역시 단순한 겨울 풍경 사진은 아니다. 2021년의 어느 겨울날,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라인강이 범람하고 한파가 몰아쳤다. 강변이 모두 얼어붙고 눈까지 내리자 사람들은 썰매와 스케이트, 그리고 아이스하키 장비를 들고 나왔다. 처음엔 한두명이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때문에 실내에서 모이지 못하던 시기, 야외에서 오히려 조용한 유대감이 생기는 때였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2021년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과거를 참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6세기에 활동한 플랑드르 화가 브뤼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독특한 화풍으로 당대 풍속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브뤼헐은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겨울 풍경화를 몇 점 남겼다. 브뤼헐의 겨울 풍경 그림과 닮은꼴 브뤼헐의 1565년작 ‘새덫이 있는 겨울 풍경’은 얼어붙은 강 위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고 있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팽이를 돌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화면 오른쪽 강둑에는 새들이 커다란 새덫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놀이에 몰두한 사람들과 모이에 집중한 새들이 대비되어 어떤 우화적 성격이 있다고 추정되는 독특한 그림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 때문에 더 그렇다. 브뤼헐과 구르스키의 겨울 풍경은 모두 군중을 담고 있지만 이들이 제각각 분리되어 있다. 이들은 아마 각자의 놀이에 집중하느라 아마 옆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제각각 떨어져 있는 이들도 멀리서 보면 모두 연결돼 있다. 그리고 새덫,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험이 닥치면 원래 개별적 존재였던 우리는 운명 공동체가 된다. 밤사이 내린 눈이 세상을 하나의 색으로 뒤덮듯이 말이다. 이는 브뤼헐의 16세기나 벌써 5년 전이 되어 버린 2021년, 그리고 미래에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가끔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사실 모두 연결돼 있고 우리들 각각이 이 시대를 정의하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이사빈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2026.01.15. 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