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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표, 美의회 출석…'韓소비자에 할말 있느냐' 질의에 침묵

쿠팡 대표, 美의회 출석…'韓소비자에 할말 있느냐' 질의에 침묵 하원 법사위 비공개 증언…'韓정부·국회가 쿠팡 부당대우한다' 주장할듯 '상호관세 위법·트럼프 새 관세' 국면서 한미 통상에 미칠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박성민 특파원 =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에 출석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전 워싱턴DC의 레이번 하원 빌딩내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증언했다. 이 청문회는 법사위의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의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보낸 소환장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불필요한 장벽 생성을 피하겠다는 내용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표적 공격을 계속해왔다"고 적은 바 있다. 또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로저스 대표 역시 청문회 성격의 이날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자신과 쿠팡을 차별하고 처벌을 시도해왔다는 점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인 쿠팡은 미 의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왔으며, 이번 청문회 자체가 쿠팡을 엄호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황이 나온 바 있다. 현재 로저스 대표와 쿠팡은 정보유출 규모 축소 및 증거 인멸, 국회 청문회 위증, 산업재해 은폐 등 여러 의혹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쿠팡을 둘러싼 사태와 이날 열린 로저스 대표의 청문회 증언이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무역법 122조 및 301조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 시도 국면에서 한미 통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미 의회의 이날 청문회가 한미 간 '외교적 사안'으로 비화할 문제가 아니라 쿠팡 측의 로비를 받은 의회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이번 사태를 다루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6.02.23. 8:26

트럼프 "대법원 결정으로 장난치는 국가, 더높은 관세 마주할것"

트럼프 "대법원 결정으로 장난치는 국가, 더높은 관세 마주할것" '대미투자 담은 한일 등과의 무역합의 불변' 대못박기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이용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성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려'(wants to play game with) 한다면, 특히 수년 심지어 수십년 간 미국을 '뜯어 먹어온' 곳은, 그들이 최근에 동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미국과 무역합의를 한 국가, 즉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한 국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이를 번복하려 할 경우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각국에 대미 투자 약속을 담은 무역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맥락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상거래 경고 문구인 "구매자 주의!!!(BUYER BEWARE!!!)"라고 덧붙였다. 거래(무역합의)가 파기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1977년 제정)을 근거로 자신이 부과한 관세를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하자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라 150일 동안 '글로벌 관세' 10%를 매기는 포고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불공정·차별적 무역관행'을 저지르는 특정 국가 또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할 태세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홍정규

2026.02.23. 8:26

론스타 이어 엘리엇도 뒤집었다…1600억 배상 취소 승소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이어 23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약 1600억원(현재 기준)을 지급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을 3년 만에 뒤집고 승소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PCA 판정을 ‘관할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집요한 법리 다툼 끝에 얻어낸 반전의 결과다. 영국 법원의 중재판정 취소 인용률이 3%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소는 막판 대역전극으로 평가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승소 판결로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의 원 중재판정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됐고 사건은 중재절차로 환송됐다”며 “국가 재정 부담을 방지하고 국제투자분쟁(ISDS) 대응의 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7월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 총 7억7000만 달러(약 1조1117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다. 합병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였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비율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주장이었다. 엘리엇의 중재 신청에 대해 PCA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PCA는 2023년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엘리엇의 청구금액 대비 7%만 인용한 판결이었지만 법무부는 이를 수긍하지 않고 재차 법적 다툼에 나섰다. 2023년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PCA의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국가기관의 조치가 아니고, 이에 따라 한·미 FTA에서 규정한 국제투자분쟁 제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는 엘리엇이 제기한 중재 판정에 대해 PCA는 판단할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역시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2025년 7월 영국 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에서 각하한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환송하면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재차 다툴 기회를 갖게 됐고, 이후 반년이 넘는 법적 절차 끝에 이날 배상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무부는 “향후 환송 중재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정진우([email protected])

2026.02.23. 8:16

[이선우의 퍼스펙티브] 여권발 합당 다이내믹스의 달라진 점과 달라져야 할 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합당 논의가 여권의 심각한 내홍만을 드러내며 끝이 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일방적 추진이었다는 절차적 문제와 6·3 지방선거 이전에 성사시키려 했다는 시점의 문제가 모두 논란을 키웠다. 기존 공식과 달라진 여권발 합당 과거 한국의 여권발 합당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었다. 첫째, 여소야대에 처한 대통령이 여대야소로의 전환 등 유리한 의회 지형을 구축하기 위해 시도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기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간 '3당 합당'(1990), 김대중 대통령 시기 새정치국민회의와 국민신당 간 합당(1998)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소수당 지도자는 통합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합당에 적극 응했다. 특히 개인적 경쟁력은 우수하나 당세가 약할 때 결단이 이뤄졌다. '3당 합당' 때는 김영삼 총재가, 1998년 합당 때는 이인제 고문이 통합 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며 합당에 임했다. 주지하듯 전자는 결국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후자는 실패한 후 탈당했다. 셋째, 각 당 지도자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막강하던 때라 내부 반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며 합당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밀실 합의도 난무했다. 특히 지역주의가 굳어진 이후론 각 당별로 국회의원 등 주요 구성원의 기반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던 덕분에 지도부 구성, 공천 배분 등 합당에 따른 지분 조율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이번 여권발 합당 다이내믹스는 과거와 몇 가지 점에서 달랐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다. 여당 의석이 이미 절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데다 합당을 한다고 개헌 정족수를 채우는 것도 아니므로 절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합당으로 인해 여당을 향한 자신의 영향력이 축소되거나 중도 표심이 이탈할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컸을 것이다. 향후 이 대통령은 여권의 외연 확대로 인한 정치적 이득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본인한테 좀 더 협조적인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합당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혁신당 쪽을 보면, 조국 대표가 당장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합당을 추진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당세에 비해 그의 개인적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선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생존이 더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지방선거를 기회로 삼아 통합여당 안에서 자신의 세력과 지분을 키우는 게 당면 목표였을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가장 중요한 점은 합당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비록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정치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거대 규모의 당원 등 이해관계자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 크다. 몇몇 지도자들만의 밀실 합의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합당의 시점도 불리했다. 자신의 지역구를 혁신당 측에 내줘야 할지도 모를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과 이들의 불안을 외면할 수 없는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들이 쉽게 찬성할 리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당은 모두 호남을 핵심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어 공천을 둘러싼 조율이 과거 합당 사례들에 비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논의 중인 선거연대 또한 쉽게 체결되진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았던 합당 몇몇 지도자의 밀실 합의 불가능 호남 기반이라 선거연대도 어려워 숙의 통해 정책 경쟁의 장 열어가길 합당의 부정적 예후들 한편, 이번 여권발 합당 논의 역시 단지 여권의 내부 권력투쟁 차원에서만 해석되고 소비될 뿐 중요한 성찰은 부재한 듯해 우려된다. 지방선거 이후 어느 시점에는 다시 논의될텐데, 정치공학적 사고에만 매몰된 합당의 담론들 속에선 한국 민주주의와 관련해 제대로 된 고민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양당 간 합당은 다당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어렵게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미 그 빛이 바랬지만, 그나마 혁신당의 선전은 이 선거제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단 하나의 사례였다. 특정 정책아젠다 및 고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 기회를 차츰 넓힐 수 있는 제도적 틀로서의 가능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예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당의 합당은 기득권 양당제의 타파와 다당제로의 전환을 통한 정치적 대표성(비례성)의 증진이란 선거제 개혁의 근본적인 목표를 또 한 번 좌절시킬 수 있다. 또한 합당은, 대선 후보급 인사들의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이루어질 경우 향후 더 격렬한 당내 갈등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달라진 합당의 문법 속에서도 이 위험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총선 때 공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종국에는 대선 때 후보직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특정 계파의 이탈 등 다시금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에 패한 민정당계가 그랬고, 노무현에 패한 이인제가 그랬다. 긍정적 합당 위해 달라져야 할 점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합당은 당내 민주주의란 측면에서 긍정적 가능성도 내포한다. 당내 목소리가 다원화될수록 특정 계파의 패권이 희석되고, 지지자들의 다채로운 정책적 요구들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합당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진보적·개혁적 노선을 공유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정책 등을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불러일으킬 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숙의의 문화가 필수적이다. 이야말로 향후 합당 다이내믹스에서 반드시 달라져야 할 점이다. 마침 정 대표 주도 하에 당원의 권한까지 대폭 확대된 만큼, 민주당으로선 숙의의 배양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권한이 큰 대규모의 당원들이 숙의하지 않은 채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면, 투쟁 지향적인 당내 강경파한테 힘이 쏠리는 추세만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양당 간 합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후 합당이 다시 논의된다면, 위로는 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들에서부터 아래로는 당원들에 이르기까지 숙의를 학습해나갈 수 있는 기회로 선용되어야 한다. 숙의만이 합당 이후 벌어질지 모를 참혹한 당내 권력 투쟁을 생산적인 정책 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6.02.23.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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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방패 훈련 2주 남았는데…정부 돌연 “최소화”

정부가 다음 달 9일 시작하는 한·미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실기동훈련(FTX)을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는 방안을 미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박한 통보에 미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한·미 군 당국은 반드시 필요한 기동 훈련은 진행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23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 측에 올해 FS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주가 되는 지휘소 연습(CPX) 위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상 FS는 본 연습 일주일 전부터 위기관리연습(CMX)을 시행하는데, 이는 다음 달 3일께 시작할 예정이었다. 앞서 정부는 이달 초 올해 연합연습 기간 FTX를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예정했던 여단급 이상 대규모 FTX는 5건 안팎으로, 이 역시 지난해(16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동시에 대대급 이하 소부대 기동훈련 위주로 진행하고, 대규모 기동훈련은 아예 진행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국방부는 FS 기간 훈련 건수가 줄더라도 연간 횟수·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고, “연중 분산 시행”한다는 입장이었다. 군 당국은 이달 중순 이후 이런 방향을 주한미군 측에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군 당국의 반응을 보면, 정부는 연합 연습의 본류인 CPX에 방점을 두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 측은 CMX 시행을 1~2주 앞두고 계획했던 FTX를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이미 기동훈련을 위해 외부에서 전개한 인원·병력의 예산·배치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가 조정에 난항을 보이며 FS 실시와 관련한 언론 발표가 3월 초로 늦춰지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한 소식통은 23일 오후 “꼭 필요한 FTX는 진행하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합연습(CMX) 시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까지 미 측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자체가 한·미 간 이견이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의 대규모 기동훈련 최소화 기조는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시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남북 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에서 5㎞ 내의 여단급(옛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정부 내에선 4월 미·중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북·미, 남북 정상회담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FS 기간 기동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다만 이는 한·미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도 남북 유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연합연습 기간 시행했던 FTX를 대대급 이하로 축소하거나 유예했던 전례가 있다. 훈련 축소와 관련한 기류와 관련해 군내에선 이재명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목표 연도를 받아내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선 상·하반기 연합연습 기간에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관련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FS는 지휘소 연습(CPX)으로 FTX(기동훈련)와는 별개”라며 “FS 연습은 정상 시행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2026.02.23. 8:15

이달만 85건…산불 잘 나는 한반도 됐다

“겁이 나서 후다닥 나온다꼬 보따리도 몬 쌌지. 몸땡이만 나왔어….” 23일 오후 1시쯤 경남 함양군 한 체육관에서 만난 소모(88) 할머니 얘기다. 다리가 불편한 소 할머니 옆엔 지팡이를 두 개씩 짚고 다니는 80·90대 할머니 3명도 있었다. 이들 할머니는 구호 텐트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모두 산불로 대피한 송전마을 주민들이다. 송전 마을은 최초 발화 지점인 함양 마천면 창원리 한 야산에서 2㎞ 가량 떨어져 있다. 석연상(71) 송전마을 이장은 “대부분 70~90대 어르신들이어서 군 직원 등이 부축해 대피했다”며 “불길이 급경사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말했다. 21일 발생한 이 산불로 인근 5개 마을 주민 164명이 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함양산불은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린 산림당국이 헬기 등을 동원해 밤낮없는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은 쉽게 안 잡혔다. 장기간 비가 안 와 건조한 날씨에 강풍·급경사, 두꺼운 낙엽층이 연료 역할을 해서다. 다행히 강풍이 한풀 꺾이고 대규모 진화작업이 계속되면서 이날 오후 5시쯤 이틀만에 불길이 잡혔다. 인명 피해는 없고, 비닐하우스 한 동, 농막 한 동 불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4시 10분쯤 경남 밀양에서도 산불이 발생,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해 산림당국과 함께 진화에 나섰다. 앞서 강원 고성, 충북 단양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에서 85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3건이 발생했고, 2024년엔 11건이었다. 이처럼 산불이 2월에 많이 늘어난 건 한반도가 점점 산불이 발화·확산하기 용이한 기후로 변화해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일보가 기상청의 1974~2025년 기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강원 속초의 경우 평균 상대습도가 50% 미만이었던 해는 2000~2025년 중 총 12개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974~1999년엔 4개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건조한 2월’이 3배로 늘어난 셈이다. 방재학자들은 상대습도가 50% 미만일 경우 산불이 발생하기 쉽고 연소가 빠르다고 본다. 강수량이 적은 해도 더 잦다. 2월 기준 속초의 강수량이 10㎜ 미만인 해는 1974~1999년엔 3개년이었는데 2000~2025년 총 7개년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날씨는 한층 따뜻해졌다. 1974~1999년 속초의 2월 기온은 평균 1도였지만, 2000~2025년은 평균 1.9도로 1도 가까이 올랐다. 함양의 기후도 비슷하다. 인접한 경남 산청의 기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불 위험 3개 요소(낮은 상대습도, 적은 강수량, 높은 기온)가 2개 이상 중첩돼 나타난 해는 1974~1999년 1회에서 2000~2025년 7회로 늘었다. 이 기간 평균 상대습도는 62→ 53.5%로 더 건조해졌고, 평균 기온은 1.5도→ 2.5도로 1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 변화로 인해 한번 산불이 나면 피해 면적이 커지는 ‘대형화’가 진행 중이라고 봤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년대 산불 피해면적은 연평균 857㏊(헥타르)였지만 2020년대 들어 2만3118㏊로 약 27배 커졌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진짜 원인은 기온·습도·바람이 만들어 낸 기후 조건”이라며 “대기 중 탄소 농도 자체를 줄이는 탄소 포집·저장, 산림 복원 등이 (산불 방지에) 필수”라고 말했다. 안대훈.김민주.박진호.허정원([email protected])

2026.02.23.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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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막강한 협상 지렛대를 빼앗긴 트럼프의 ‘분노 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변덕 부렸다. 그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매긴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20일 무역법(1974년)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1일 관세율을 15%로 인상했다. 그는 스스로 협상의 귀재라고 여긴다. 가장 믿음직한 지렛대를 빼앗기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 IEEPA는 미국의 관세 관련 법 다섯 개 가운데 미 대통령의 재량권을 가장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교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단하라며 브라질에 관세 50%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IEEPA가 부여한 재량권이 큰 만큼 상대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만점이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은 서둘러 워싱턴으로 달려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해야 트럼프의 아량(상호관세율 인하)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제 미 의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는 한 트럼프가 꺼내 들 수 있는 법은 네 개뿐이다. 이미 써먹고 있는 1974년 무역법(122조)을 비롯해 ▶1930년 스무트-헐리법(338조) ▶1962년 무역확대법(232조) ▶1974년 무역법(301조) 등이다. 이들 법엔 제약 조건이 분명하다. 무역법 122조의 최고 세율은 15%다. 의회의 연장 의결이 없는 한 150일 뒤에는 관세를 물릴 수 없다. 나머지 법은 몇 달씩 걸리는 사전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제약 조건이 분명하다는 것은 누군가 소송하면 트럼프는 패배하기에 십상이란 얘기다. 결국 트럼프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기술을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 직후 “수년간 우리를 갈취해 온 나라들이 환호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말대로 품목 관세 등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 외교협회(CFR)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은 어떤 법 조항도 IEEPA만큼 폭넓은 재량권과 강력한 협상력을 트럼프에게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대법원 판결 직후 SNS를 통해 예측한 대로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일 수 있다. 내면의 무력감이 분노로 표출된다는 얘기다. 강남규([email protected])

2026.02.23.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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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의 인문지리기행] 쇠락한 세운 상권, ‘현대판 운종가’ 벼룩시장으로 명맥

서울 종로의 세운상가와 동묘 서울 종로의 세운상가 재개발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계획한 신축 건물의 높이가 종묘 경관을 해친다고 해 총리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반대해서다. 또 이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니까,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을 꾀해야 하는 서울시의 입장도 난감하다. 이 일대는 오랫동안 강북의 중심지였는데 세운상가 일대가 슬럼화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중요한 게 하나 빠졌다. 이 일대는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 상가인데 상권이 무너졌어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다. 이런 상권도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위세 떨쳤던 시전 상인 종로 상권 세운상가 몰락했는데도 관심 끊겨 황제로 추존된 관우 모시는 동묘 재물운 때문인지 벼룩시장 성황 문화재 가치 지닌 동묘와 세운 상권 옛 모습 복원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조선 시대 한양도성의 안과 그 인근에는 세 곳에 시장이 있었는데 종로와 마포 그리고 서소문 밖 칠패 시장이다. 이 중에서 종로 시전의 역사가 가장 오래돼 한양 천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종로 시전은 종각 부근에 지은 행랑에 상인들이 입주하면서 관의 보호를 받으며 종로를 끼고서 성장하다가 동대문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이들은 궁궐과 관아는 물론이고 종묘의 제사 등에 물품을 대는 등 나라에 역(役)을 지고, 또 상업세를 내는 대가로 특정 물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를 얻었다. 대신 관은 허가 없이 물건을 파는 난전(亂廛)을 금지함으로써 이들의 독점판매권을 보장해 줘 사람들은 이들을 어용상인이라 불렀다. 구름처럼 사람 꼬이던 운종가 당시 종각 일대를 가리켜서 운종가(雲從街)라고 한 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가 흩어져서이고, 육의전(六矣廛)이라고 부른 건 독점 판매 품목이 여섯 개로 무명을 파는 면포전, 종이를 파는 지전, 삼베를 파는 포전, 수입 물품을 파는 청포전, 비단을 파는 선전, 건어물을 파는 어물전 때문이다. 한양도성 안에서 시장을 종로 한곳으로 제한한 건 사농공상의 신분 질서 탓이다. 이 신분 질서에 따르면 상인이 가장 아래인데 농사짓는 농민이나 공산품을 제작하는 공인과 달리 곡식과 물건 등을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거래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서다. 그래서 시장 숫자를 가급적 늘리지 않으려고 한 게 조선 조정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그렇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막을 수 없는 데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상인의 증가가 불가피해지면서 종로 시전의 독점판매권이 깨졌다. 그래서 마포를 중심으로 한강 변을 따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남대문 바깥에도 칠패시장이 들어섰다. 마포시장은 삼남 지방에서 배로 운송된 물건들이 집결하면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칠패시장은 한양의 남쪽 통로인 과천 신원(新院)과 동작나루, 또 서쪽 통로인 행주와 서강을 통해 형성됐는데 나중에 남대문시장으로 흡수되었다. 그런데 남대문시장이 현 위치에 들어선 건 대동미를 보관하던 선혜청 소속의 창고 때문인데 북창동과 남창동이란 이 일대의 동명에서 그 흔적이 찾아진다. 동대문시장은 한양의 북쪽 통로인 양주의 퇴계원과 다락원 그리고 파주의 송우점, 또 동쪽 통로인 송파와 삼전나루를 거쳐서 뚝섬과 왕십리를 통해 형성되었다. 동대문 부근에 광장시장과 동대문 패션상가가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과 신설동역 사이에는 동묘역이 있다. 동묘(東廟)는 동관왕묘를 줄인 말인데 관왕은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이다. 이곳은 한때 관제묘로도 불렸는데 고종이 구한말 황제로 등극하자 관우에게도 ‘현령소덕의열무안관제(顯靈昭德義烈武安關帝)’라는 시호를 내려 그가 황제로 추존되어서다. 이 시호는 지금도 동묘에 현판으로 걸려 있다. 고종이 이렇게까지 관우를 추존한 데는 동묘가 무묘(武廟)로서 성균관 문묘와 나란할 정도로 격이 높아서다. 그래서 춘추로 치러지는 대제(大祭)에는 역대 왕들이 무복(武服)을 입고 동묘를 방문해서 참례했다. 그런데 한양에는 동묘만 있지 않고 북묘·남묘·서묘를 포함해서 총 네 개의 무묘가 있었다. 이 무묘들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들이 관우의 혼령으로 일본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해 이들의 요청으로 전쟁 직후인 1601년부터 세워졌다. 그런데 조선 조정이 오랫동안 문(文)을 숭상해 와 무묘를 짓는데 혹시 늦장 피울까 봐서 조선에는 문묘는 많아도 무묘가 없어 일본의 침략에 취약했다고 윽박지른 탓에 조선 조정은 무묘를 서둘러서 지어야 했다. 이 중에서 동묘는 조선과 명나라와의 우호를 다짐하며 가장 크고 멋지게 지어 수준 높은 문화재로 남았다. 지금은 동묘만 있고 나머지는 없다. 북묘는 서울 과학고 옆에 있었는데 송시열이 살던 집과 가까웠다. 고종 때 진령군이라는 무당이 여기에 북관왕묘를 다시 세웠는데 갑신정변 때 고종 내외가 비원 담을 넘어 여기로 피신했다. 진령군은 임오군란 때 명성왕후가 장호원으로 피신하자 이때를 계기로 고종 내외의 측근이 된 여자이다. 서묘는 독립문 아래 천연동에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남묘는 남대문경찰서 뒤쪽에 있었는데 명나라 유격장 진인(陳寅)이 울산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여기서 치료를 받고 완치되자 관우의 혼으로 살아났다고 해 여기에 세워졌다. 지금은 철거돼 1955년 사당동에 새롭게 조성되었다. 중국인에게 관우는 재물의 신 그런데 중국인 집에 가면 비록 작아도 관우 제단을 발견할 수 있다. 사업하거나 장사하는 사람의 집에선 특히 그러한데 중국인에게 관우는 재물의 신을 의미해서다. 관우는 무장인데 어째서 재물의 신으로서 받들어질까? 이를 알기 위해선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일대는 춘추전국시대 때 진(晉)나라였는데 이곳 남서쪽 끝에 해지(解池)라는 호수가 있는데 이 근처가 관우의 고향이다. 이 호수는 유명한 소금 산지로 한때 중국인들이 소비하는 소금의 70%까지를 생산했다. 이 소금이 중국 각지로 팔리자 이곳에 부호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여기가 진상(晉商)의 기원이 되었다. 한국인은 진상을 곧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자리를 오래 차지해 본전을 제대로 뽑는 손님을 가리켜서 진상이라 해서다. 반면 중국에선 우리와는 달리 좋은 의미를 지니는데 이들의 신용도가 높아서다. 이런 높은 신용도로 북쪽 오랑캐인 북융이 쳐들어올 때마다 진상은 전쟁 물자를 공급하고 그 대금을 나라에서 지불받았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돈을 많이 벌어 청나라 서태후조차 이화원(頤和園))을 지을 때 모자란 자금을 진상에게 돈을 빌려서 완공했을 정도다. 또 이들은 중국 전역을 상대로 장사를 해 어음을 발행해야 했는데 이 어음의 신용도가 절대적인지라 중국에선 은행이 따로 필요 없었다. 중국에는 진상에 버금가는 휘상(徽商)도 있다. 안휘성(安徽省)은 안주와 휘주가 합쳐져서 생겨난 성인데 휘상은 휘주 상인을 말한다. 휘주는 전통적으로 가난한 지역이라 사내아이는 10세 초중반만 돼도 장강을 맨몸으로 내려가 물산이 풍부한 남경(南京)에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돈을 벌면 고향에 경쟁적으로 집을 멋지게 지어 이 집들은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도 휘상의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서 거지에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그래도 휘상의 명성은 진상만 못 한데 대부분의 중국인이 집에 관우 제단을 설치해 진상이 하는 것을 따라 해서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동묘로 이동하려면 이 일대는 벼룩시장 등으로 늘 북적인다. 규모는 작아도 동묘를 중심으로 상권이 잘 발달 돼 있어서다. 그래서 동묘를 지은 애초 목적과는 크게 달라졌지만, 재물의 신으로 받들어지는 관우의 신통력이 여기서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동묘 일대는 이런 재미난 얘깃거리가 있는 데다 ‘현대판 운종가’가 되었으니 역대 죽은 왕들의 혼을 모신 종묘 못지않게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는 게 아닌가. 세운상가도 한때는 미사일까지 만든다고 해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던 전자상가였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데 이런 건 복원 대상이 아닐까? 김정탁 노장사상가

2026.02.23.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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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활짝 핀 홍매화…오늘 전국에 눈·비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도로변에서 참새 한 마리가 활짝 핀 홍매화 나무에 앉아 있다. 오늘(24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포근한 가운데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뉴스1]

2026.02.23.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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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배 소송 무관하게 건강 위해선 금연 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개별 환자에 대해 법적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건강보험 급여 지출은 법에 따른 건보공단의 의무적 지출이라는 이유로 담배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법적 책임의 범위를 다룬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작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법원, 흡연과 폐암 등 관련성 인정 건보공단 패소 판결, 오해 없어야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 줄이길 임상의사이자 대한금연학회 회장으로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판결이 흡연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흡연이 폐암이나 후두암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는 식의 오해로 이어지거나, 금연을 미뤄도 된다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 의과학적으로 흡연은 폐암과 후두암을 포함한 수많은 질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란 것은 이미 확립된 사실이다. 물론 암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지만, 폐암과 후두암의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은 흡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와 수많은 연구에서 흡연이 폐암 발생 위험을 비흡연자보다 15~30배까지 높이며, 후두암·구강암·식도암·췌장암 등 다양한 암의 주요 원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흡연은 암뿐 아니라 심근경색·뇌졸중·만성폐쇄성폐질환·당뇨합병증 등 수많은 만성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초래한다. 이는 단일 연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여러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와 메타분석을 통해 확인된 의과학적 연구 결과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금연의 효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심혈관계 위험은 빠르게 감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폐암과 여러 암의 발생 위험도 지속해서 낮아진다. 즉, 금연은 이러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번 판결과 별개로 우리가 분명히 직시해야 할 현실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13조원 이상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많은 국가에서 흡연 피해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주정부들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공공의료보험(메디케이드) 재정 악화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가 마스터 합의(MSA)다. 이 합의에 따라 담배회사가 2000억 달러(약 291조원)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을 지급하고, 담배 광고와 마케팅을 제한하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다. 캐나다에서도 주정부와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은폐하고 마케팅해 온 사실을 지적하며 담배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회사가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배상액을 지급하는 합의안이 법원에서 승인됐다. 이렇게 외국에서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에 대해 담배회사가 보상과 책임을 지도록 했다. 흡연 피해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부담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도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는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지출되고, 이는 결국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연 정책이 퇴보하면 안 된다. 오히려 국가는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흡연자 금연 지원과 담배 규제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담배회사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고위험 상품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온 담배회사는 흡연자를 위한 금연 지원 재원을 마련하고, 흡연 관련 질병 부담을 나누는 것이 응당한 사회적 책임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흡연자가 새로운 각오로 금연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치거나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 명절에 모처럼 가족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금연을 다시 시작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과 실천일 것이다. 흡연자들에게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왔든 매일 흡연으로 인해 발암물질이 축적되는 당신의 몸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금연은 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열 가정의학과 전문의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2026.02.23.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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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2세대 최용해 결국 밀려났다…김정은, 선대 그림자 벗어나 홀로서기

북한이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의 권력 지형 구축을 본격화했다. 핵심 원로들을 당 중앙위원회 명단에서 대거 제외하면서다.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선대와 차별화된 업적을 토대로 정치적인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3일 전날 열린 9차 당대회 4일 차 회의에서 138명의 중앙위원과 111명의 후보위원을 전원 찬성으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고위직 발탁의 필수 관문으로 여겨지는 당 중앙위원 명단은 5년 전 8차 당대회 명단과 비교해 73명이 바뀌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빨치산 2세대의 대표주자 격인 최용해(사진)의 탈락이다. 빨치산 출신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그는 2019년부터 7년째 북한 공식 의전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해 왔지만, 이번에는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군부 권력의 중심축도 이동했다. 김정은 체제에서 군 서열 1·2위를 다투던 박정천 당비서와 이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이 나란히 중앙위원에서 빠지면서다. 이밖에 대표적인 ‘대남통’으로 꼽히는 김영철 당 고문과 이선권 당 10국(전 통일전선부) 부장 등도 명단에서 사라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용해를 배제한 건 김정은이 선대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나섰음을 선포한 것”이라며 “향후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인사를 중심으로 권력이 재편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앙위원 명단에는 김정은이 외무상으로 발탁한 최선희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주창일 당 선전선동부장, 한광상 당 경공업부장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윤지원([email protected])

2026.02.23.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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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 재추대…북, 김일성보다 더 치켜세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시작된 노동당 9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에 다시 추대됐다. 북한은 핵무력을 중추로 전쟁 억제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 발전도 이뤘다는 점을 내세워 ‘재추대’ 하는 형식을 취했다. 선대와 차별화된 업적을 기반으로 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3일 전날 열린 9차 당 대회 4일차 회의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하는 결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 따라 5년 주기로 열리는 당 대회에서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조직 영도’하는 총비서를 선출한다. 김정은이 맡은 당 최고 직책은 집권 초기 제1비서였는데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위원장으로 바뀌었고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총비서로 다시 변경됐다. 북한은 추대 결정서에서 김정은의 공적을 언급하면서 “어떤 침략 위협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만반으로 준비된 혁명적 무장력을 건설했다”며 “역사의 준엄한 도전 속에서도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전쟁억제력이 비약적으로 제고됐다”고 강조했다. 또 이일환 당비서는 총비서 선거 관련 제의에서 “반만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그리고 해방 후 75년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고 하나의 새로운 시대를 탄생”시켰다고 김정은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이는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완수하지 못했던 과업을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국방이 선차냐, 경제가 선차냐 하는 문제 자체를 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사탕 알은 없어도 총알은 있어야 한다던 우리 인민의 신념이 이제는 사탕도 총알도 다 있어야 하며 우리는 결심하면 무엇이든지 모두 만들어낸다는 자신감으로 승화됐다”고 밝혔다. 핵 무력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탕’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번영도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이달 회의에선 당 규약 개정에 대한 토의를 거쳐 결정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하여’도 전원일치로 채택됐다. 결정서는 정치·조직·사상·규율·작풍건설 등 김정은이 제시한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을 “항구적인 당 건설 노선으로 틀어쥐고 나간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하는 등의 내용이 개정 규약에 담겼다고 밝혔다. 다만 신문은 기존 당규약에 있던 통일, 민족 관련 표현이 삭제됐는지, 남한에 대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명문화됐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선대보다 위대한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하는 모습”이라면서 “당대회 결론을 통해 김정은 시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사상, 강령 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날 당대회 석상에 나온 연설자들이 김정은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를 달고 나온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김정은에게 “함께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자”는 내용이 담긴 축전을 보냈다. 시진핑은 축전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 우의를 강조하며 지정학적 공동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 7차·8차 노동당 대회 축전과 지난달 14차 베트남 공산당 대회 뒤 보낸 축전과 비교할 때 북·중 관계를 상향 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경진.심석용([email protected])

2026.02.23.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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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2명 살해한 여성 신상 비공개…전문가도 “기준 뭐냐”

경찰이 ‘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 20대 여성 김모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결정과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김씨의 개인 정보가 오히려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다. 모호한 경찰의 신상공개제도 기준이 잘못된 ‘사적 제재’를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9일 김씨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지난달 28일, 이달 9일 등 3차례에 걸쳐 강북구 일대의 모텔 등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내부 검토 끝에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게 돼 있다. 또 범죄와 관련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을 비공개하자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김씨의 개인정보가 유포됐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북 모텔 살인 용의자 신상 공개’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김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은 물론 출신 고등학교까지 담겨 있다. 해당 글은 23일 오후 4시 기준 조회 수만 약 16만회에 달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도 김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알려졌다. 김씨의 SNS엔 욕설과 희롱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이 1800개 넘게 달렸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김씨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은 명백한 사적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처벌 대상도 될 수도 있다. 앞서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한 유튜버는 지난 10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은 가해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등 사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삐뚤어진 정의감에 기반을 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신상공개제도 기준이 오히려 온라인 신상 유포 등 사적 제재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찰이 김씨의 신상을 비공개한 결정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살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살인 방식이라 토막 살인 같은 다른 중범죄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잔혹하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김씨는 이미 체포되어 재범 가능성도 없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건 단순한 호기심에 기반을 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씨가 나중에 출소할 수도 있고, 그러면 젊으니 또 사람들을 살해할 수도 있는데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해야 하지 않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면서 “미국이나 일본은 (피의자가) 미성년자만 아니면 살인 피의자 신상은 다 공개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이 자의적으로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적 제재라는 다른 범죄를 만들고 있다”면서 “신상 비공개 결정이 나왔을 때 시민단체나 사건 관계자 등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용([email protected])

2026.02.23. 8:08

[이철민의 마켓 나우]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의미하는 것

지난 13일,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약 92%를 1300억원대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넥슨 지주사 NXC와 SK 계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인수하는 주체는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다. 전통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에 따르는 규제·감독 이슈를 고려한 구조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나 글로벌 원자재 시장과 달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하락세가 확대되는 국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빗썸의 초대형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터졌고, 그로 인해 네이버파이넨셜의 두나무(업비트) 인수에 빨간불까지 켜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또 한 번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혹한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코빗을, 우회적인 구조까지 동원해 인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단기적인 브랜드 가치나 수수료 수익 확대가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빗이 그간 구축해온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신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시간과 리스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단순한 앱 서비스가 아니다. 실명계좌 연동,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거래·정산 시스템, 내부통제 구조 등 복합적인 금융IT 인프라의 집합체다. 미래에셋이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편입해 자산관리(WM)나 기관 영업과 연계하려 한다면, 인수를 통한 플랫폼 확보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을 것이다. 인수 이후 미래에셋은 향후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범위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성,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역량 측면에서 전통 금융회사가 갖는 강점은 분명 존재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일정 부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수의 성패는 확보한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고도화하고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규제와 감독의 변동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법인이나 기관 투자의 가상자산 투자 범위 확대와 토큰화 자산의 제도화 속도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동시에 두나무 등 경쟁 플랫폼의 전략 변화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인수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이라는 두 영역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그 연장선에서, 투자 유치 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빗썸과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설이 이어지는 코인원의 향방에도 시장의 관심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2026.02.23.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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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학급 심해…광주서 7년 만에 초등학교 2곳 문 연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광역시에서는 초등학교 2곳이 새롭게 문을 연다. 광주시교육청은 23일 “참미르초등학교와 운수초등학교가 다음달 1일 자로 개교한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초교가 신설된 것은 2019년 남구 빛여울초등학교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신설된 북구 참미르초와 인접한 용두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가 4학년 25.1명, 5학년 26.1명에 달하는 등 광주 지역 기준 과밀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용두동·신용동 일대 공동주택 입주에 따른 취학인구가 증가하면서 참미르초 신설이 추진됐다. 올해 광주지역 초등학교 학생 수는 6만6400여 명으로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19.5명이다. 교육부에서 정한 과밀학급은 학급당 학생 수 28명인데, 광주시교육청은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학년별로 상한 기준을 적용했다. 초등학교 1~4학년은 20.4명, 5~6학년은 24.7명 이하로 학급을 배정하고 있다. 참미르초 설립 규모는 일반 27학급, 특수 1학급 등 총 28학급이며, 병설 유치원은 일반 3학급, 특수 1학급 등 총 4학급이다. 학생 수는 1학년 136명을 비롯해 총 525명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모든 학년의 학급이 완성되면 최대 37학급, 957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산구 선운지구 일대도 운수초가 개교하면서 과밀 학급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운수초는 일반 12학급, 특수 1학급 등 13학급 규모로 운영된다. 학생 수는 1학년 55명을 비롯해 총 202명이다. 완성학급이 이뤄지면 최대 31학급, 583명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선운지구는 학교 부족에 따른 학생 수 과밀이 심각한 지역이었다. 선운지구 거주 학생들이 배정되는 선운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24.4명에 달했다. 이번 운수초 개교로 올해 선운초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2명으로 지난해보다 2.4명 줄어든다. 광주시교육청은 신설 학교 개교에 앞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안전한 통학 여건 등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신설학교 개교를 통해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학생 학습권 보호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개교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황희규([email protected])

2026.02.23.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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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표기 ‘Gim’으로 만든 완도, K-해조류 세계화 가속도

2015년 2월 10일 미국 LA의 한 수산물상설매장. 한국산 수산물 수출을 위해 미국 시장을 찾은 신우철(73) 전남 완도군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매대에 놓인 한국산 김 아래 ‘노리(Nori)’라는 일본어가 영어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옆에 놓인 미역과 다시마에도 일본어 표기인 ‘와카메(wakame)’ ‘콤부(Kombu)’라고 적혀 있었다. 신 군수는 귀국 직후 해양수산부 측에 “해산물에 대한 우리말 영문 표기를 통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해수부는 완도군의 제안대로 김은 ‘Gim’, 미역은 ‘Miyok’, 다시마는 ‘Dasima’, 파래는 ‘Parae’, 톳은 ‘Tot’ 등 5개 해조류(海藻類)에 대한 우리말 영문 표기를 확정했다. 신 군수는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후 국내산 해조류가 일본과 해외에서 대박을 쳤는데도 여전히 김을 ‘노리’라고 표기하고 있었다”며 “해조류를 시위드(Seaweed·해초)라고 부르는 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영문 표기법 정착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해조류의 영문 표기 확정 후 한국의 김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0년 1억달러(1456억원) 수준이던 김 수출액은 2016년 3억5000만달러(5097억원)로 증가한 후 2020년에는 6억달러(8738억원)까지 급증했다. 세계 김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한국김은 지난해 11억3400만달러(1조6513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김을 비롯한 한국 양식장에 대한 관심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NASA는 2021년 4월 23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완도군의 양식장 사진을 올리면서 양식환경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기온이 따뜻하고 조수가 강하지 않은 완도의 얕은 바다는 다시마·김·미역을 기르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내용이다. NASA는 한국이 초밥에 사용하는 붉은 김(Pyropia)의 수출량이 세계 1위라는 내용도 소개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세계 3위 규모의 해조류가 생산된다. 이중 완도는 김을 비롯한 해조류를 연간 80만t 이상 생산하는 국내 최대 산지다. 완도군은 K-해조류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오는 5월 2일 ‘2026 프레(pre)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를 연다. 2028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국제해조류박람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사다. 앞서 2014년과 2017년 열린 국제해조류박람회는 K-해조류 산업의 발판을 마련한 행사로 평가받는다. 완도군은 두 차례 박람회를 통해 한국산 해조류의 가치와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조류를 테마로 한 프레박람회는 K-시푸드(seafood)의 세계화를 위한 산업형 박람회로 치러진다. 60개 공공기관과 수출기업 등의 산업·홍보관을 비롯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저탄소 퍼포먼스 등이 6일 동안 열린다. 신 군수는 “NASA가 완도 양식장을 소개한 후 세계은행(WB)과 세계자연기금(WWF), 미국, 영국, 호주, 아프리카 등 각국의 해조류 전문가들이 완도를 찾고 있다”며 “한국 수산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해조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 번째 국제해조류박람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경호([email protected])

2026.02.23.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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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나의 아름다운 사부인

엄마와 함께 살 때 명절이면 우리 집은 일가친척들로 북적거렸다. 장손이 아니어도 어른이 있는 집은 큰집이었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주방은 기름 냄새가 가실 틈이 없었다. 또 친척들이 돌아갈 때 음식 안겨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더러 성정이 뾰족한 형제가 비상한 기억력으로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니, 명절은 늘 시끄러웠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면 언쟁이 벌어졌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온 집안을 뛰어다녔고, 울음을 터트렸으며 누가 더 세뱃돈을 많이 받는지 곁눈질했다. 내가 어린 시절의 명절을 혀로 기억하듯 장성한 조카들도 맛으로 추억했다. 이제 나의 형제들은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요양병원에 누워계신다. 며느리도 사위와 같은 백년손님 명절 차례 대신 함께 외식했더니 딸 걱정된 사부인 설 음식 싸보내 아들이 결혼하고 새 식구가 들어오면서 나는 명절 음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여자들의 가혹한 노동은 나의 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맞벌이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양쪽 집안을 뛰어다니며 명절 차림을 준비했던 나의 기억은 즐겁지 않았다, 사위가 백년손님이면 며느리도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래서 아들 부부와 명절에 외식 후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웃으며 헤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며느리의 친정, 나와 같은 세대인 안사돈께서 음식을 바리바리 보내온 것이다. 갈비찜에, 잡채에 각종 전까지 오색이 찬란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남도가 고향인 사돈은 딸을 시집보내고 노심초사했던 것 같다. 며느리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시모의 행태에 고심하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냈으니 이건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었다. 감사와 함께 이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쓴 편지가 사부인을 더 혼란에 빠트렸다. 결과적으로 나는 사돈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딸을 시집보낸 친정 부모가 시댁 눈치를 보는 일은 과거의 잘못된 유물이다. 명절이 아니어도 갈비찜이나 전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 해 먹을 수 있고 사 먹을 수도 있다.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비만약이 불티나게 팔리는 세상이다.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명절이면 주방에서 헤어날 길 없던 우리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 달라지리라 믿는다. 물론 변화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잃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문자의 발명이 암송 능력을 잃게 하고 내비게이션이 지도를 읽고 길을 찾는 능력을 퇴화시켰듯 키보드는 악필을 양산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잃은 걸까? 내가 좋아하는 백석의 시 ‘여우난골족’은 평안도 방언과 함께 친인척 대가족이 산골의 조부모 집에 모여 명절 밤을 지새우는 풍경이 그려진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 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동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여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립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명절이면 큰집에 모여서 사촌들과 밤을 지새웠다. 새 옷을 입었고, 음식은 풍족했으며 세뱃돈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꼬마는 자신이 부엌에서 일하는 여자 어른이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혈연적 유대로 맺어진 공동체의 따스한 기억만 남아있다. 우리 가족은 도시로 올라오면서 각자도생의 삶에 익숙해졌다. 남도에서 긴 세월을 보낸 나의 사부인에게 대가족은 여전히 현실일지 모르겠다. 같은 세대라도 성장 배경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며느리의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다. 시모 자리를 권력형 지위로 인식하는 구태가 남아있는 한 허심탄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기본적인 나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좀 더 긴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끼리도 세대 간의 소통은 일방이 되지 않아야 한다. 봄이 오면 나는 사부인과 함께 유명 음식점에서 외식할 생각이다. 우리 세대의 여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 딸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아쉽지만 사부인의 음식이 정말 맛있기는 하다. 김미옥 작가·문예평론가

2026.02.23.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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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계올림픽 선수처럼 빙판 달려보자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폐막일인 23일 부산 동래구 동래아이스링크에 평소보다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한국은 금메달 3개 등 1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13위에 올랐다. 송봉근([email protected])

2026.02.23.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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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스무 살의 독서 노트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 텍스트를 통과하기 전의 내가 있고 통과한 후의 내가 있다. (…) 내가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이다. -노영민 외 『스무 살의 독서 노트』 중에서. 내가 읽은 것이 나다. 특히 스무 살의 독서는 말랑한 내 몸을 통과해 평생의 나를 결정한다. 정치인·교육자·사회활동가 등 76학번 운동권 출신 인사 20명이 스무살에 읽은 인생책을 꼽았다. 70, 80년대 대학가의 필독서들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참조할 만한 리스트다. 위 문장은 여성학자 정희진의 것으로, 80년대 공장에 위장 취업했던 이현숙 환경운동가의 글에 나온다. 이씨는 『전태일 평전』을 꼽았다. 훗날 정식 출판되면서 제목과 저자(조영래)를 찾았지만, 당시에는 몰래 돌려 읽어 너덜너덜해진 종이 뭉치에 제목도 지은이도 없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이 서로서로 ‘전체의 일부’이며 ‘너는 또다른 나’라는 (전태일의) 비범한 인간관”이 놀라웠다. 노동자를 의식화 대상 정도로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요즘은 운동권 혹은 386이 기득권이나 불명예의 대명사쯤으로 폄훼되기도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전태일스러움’에서 ‘운동권스러움’을 찾는다. “불의한 것에 아니라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근성, 삶에 대한 탐구심으로 새로운 상황을 열어가는 태도 같은 것”이다. 그 외에도 이런 문장과 책들이 나온다. “근대의 자유는 개인의 해방을 의미했으나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로 진화하였다.” “이성은 신을 몰아냈으나 인간 자신을 신의 자리에 앉히지 않았는가.”(차하순 『서양사 총론』) “인간 사회는 일반적으로 사상의 자유, 또는 달리 말해 새로운 생각에 반대해왔다.”(존 B. 베리 『사상의 자유의 역사』) “시간이 없어 교회에 못 나가고, 결국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지옥으로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죠.”(유동우 『어느 돌멩이의 외침』)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2026.02.23.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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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99% 마쳤는데 6년째 멈춰선 ‘부마선’ 무슨 일이

경남 김해에는 지은 지 5년이 되도록 전철이 오지 않는 역(驛)이 있다. 김해 내덕동 장유역이다. 역진입로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쓴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역 바로 앞 쉼터도 잡풀만 무성했다. 그 사이로 빈 플라스틱병, 라면 용기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역 주변도 허허벌판이었다. 장유역은 부산과 경남을 잇는 ‘부전~마산 복선전철(이하 부마선)’의 한 구간이다. 2021년 상반기 역사(驛舍) 건물과 내부 시설이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부마선이 개통하지 않아 이처럼 방치되고 있다. 장유역 완공 직전 해인 2020년 3월 부마선의 낙동 1터널 구간에서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이후 부마선 공사는 사실상 멈췄다. 전체 공정률은 현재 99%다. 불과 1%를 남겨둔 채 개통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벌써 6년 가까이 됐다. 부마선 개통을 손꼽아 기다린 지역민 원성은 크다. 부마선이 부산·울산·경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을 핵심 광역철도망이어서다. 부산 부전역에서 김해 신월역까지 32.7㎞ 구간을 신설, 경남 창원 마산역까지 총연장 51.1㎞를 연결한다. 개통하면 마산역에서 부전역까지 기존 1시간 30분에서 30분대로 이동 시간이 준다. 곧이어 부전역에서 동해선으로 환승하면 울산까지도 1시간대다. 총 사업비만 1조5766억원(민간투자 1조4303억원 등)이다. 부산에 사는 이모(30대)씨는 “부전역에서 전철을 타면 창원까지 30분이면 도착할 텐데 개통이 안 돼 3년째 자가용으로 출퇴근 중”이라며 “출·퇴근에만 (차량 정체 등으로) 1시간 30분씩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고 복구 작업은 막바지라고 한다. 그런데도 개통 시기는 불투명하다.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스마트레일㈜)가 사고가 난 터널의 피난 통로 공사를 두고 이견을 보여서다. 기존 원안에 국토부와 사업시행자는 낙동강 아래를 지나는 상·하행 지하 터널을 피난 통로로 연결, 한쪽 터널에서 사고가 나면 승객이 반대편 터널로 대피하게 할 계획이었다. 현재는 사업시행자가 피난 통로 대신 안전문 형태의 격벽형 대피 통로를 만들어 사고 발생 시 이 통로를 통해 승객이 인근 역까지 대피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요구 중이다. 이곳 피난 통로 4개 중 아직 짓지 않은 2개의 시공 구간이 앞서 지반 침하 사고 지점과 지반 여건이 비슷해 또다시 붕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국토부는 격벽형 대피 통로가 우리나라 철도 방재 시스템에 도입된 적이 없다는 등 이유로 원안을 고수 중이다. 시공 기준·매뉴얼도 없어 안전성 여부를 담보하기 어렵단 것이다. 이처럼 부마선 개통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부·울·경을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고 복구공사 등으로 수차례 공사 기간이 연장됐는데,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또 실시계획을 변경(20차)해 공기가 올해 12월까지로 1년 더 늘었다. 경남도는 ‘부분 개통’(마산역~부산 강서금호역)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 “국토부는 해결하는 길을 알아보고 비용 문제가 있다면 선 개통하고 후 정산하는 등 순서를 바꿔서라도 속도를 내 달라”고 말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2026.02.23.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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