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에 눈물의 일요일이었다. 25일 국내에서 끝난 굵직한 남녀 국제대회 두 개에서 모두 일본 선수가 우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요시다 유리가,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선 가쓰라가와 유토가 정상에 올랐다. 요시다는 이날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최혜진과 유해란을 1타 차로 제쳤다. 2024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첫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35만2000달러(약 4억6000만원)다. 빗속의 혈투였다. 전날부터 내린 비가 최종 라운드 내내 이어졌고, 경기는 6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선두 유해란에게 4타 뒤진 채 출발한 요시다는 2번 홀(파5) 칩인 이글, 5번 홀(파4) 칩인 버디로 판을 흔들었다. 7번 홀까지 3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17번 홀(파5)에선 벙커샷을 붙여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파4)에서 3퍼트 보기를 했지만 한국 선수 둘은 그 틈을 파고들지 못했다. 올 시즌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연승을 거둔 유해란은 17번 홀까지 요시다와 동타였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을 연달아 실수해 보기를 했다. 빗속에서 17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텼지만 버디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눈물을 삼켰다. 최혜진의 아픔은 더 크다. 1타 뒤진 채 맞은 18번 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가 컵을 스쳐갔다. 넣었다면 연장이었다. 최혜진은 지난주 중국에서 열린 뷰익 LPGA 상하이에서도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다 1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2주 연속 1타 차 준우승이다. 그는 LPGA 투어 역사상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상금을 번 선수다.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대회에서 기회를 잡았으나 우승 문턱에서 또 돌아섰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4승의 요시다는 “경기 전 많이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17번 홀 벙커샷이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시작된 이 대회는 그동안 한국 선수와 교포 선수의 무대였다. 장하나(2019), 고진영(2021), 리디아 고(2022), 이민지(2023)가 우승했고, 지난해엔 김세영이 정상에 올랐다. 일본 선수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선 가쓰라가와가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약 9억원이다. 3라운드까지 선두와 3타 차였던 김시우는 신상훈과 함께 10언더파 공동 4위로 마쳤다.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없었던 국내 우승을 또다시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문 코스에서 열린 국제대회 트로피를 모두 한국 팬들에게 낯선 일본 선수가 들어 올렸다. 안방에서 당한 남녀 동반 패배다.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10.25. 8:01
한·일전으로 전개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국내 대회에서 일본의 요시다 유리가 웃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혜진과 유해란을 모두 제치고 우승했다. 요시다는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장(파72·6784야드)에서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인 최혜진과 유해란을 1타 차이로 꺾고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요시다는 2024년 LPGA 투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우승 감격을 맛봤다. 또, 우승 상금 35만2000달러(4억6000만원)와 2년치 풀시드도 함께 수확했다. 반면 직전 중국에서 열린 뷰익 LPGA 상하이에서도 준우승했던 최혜진은 개인 통산 9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면 연장 승부로 갈 수 있었지만, 이 퍼트가 컵을 빗겨 갔다. 17번 홀(파5)까지 요시다와 동타였던 유해란은 마지막 홀에서 실수가 연달아 나와 보기를 적어 역시 연장행 기회를 놓쳤다. 이날 경기는 우중혈투였다. 전날부터 내린 비가 이날까지 계속됐다. 플레이 시간도 지체돼 6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우승자가 결정됐다. 2000년생으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선 4승의 경력이 있는 요시다는 “내게 특별한 순간이다. 경기를 앞두고 많이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특히 17번 홀 벙커샷이 환상적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한국 선수들 대다수가 티샷을 멀리 쳐서 놀랐다. 높은 수준의 골프를 하더라. 매일 성실하게 연습해야 저런 샷이 나올 수 있다. 나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 열리기 시작한 이 대회는 그간 한국과 오세아니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장하나가 초대 대회를 제패했고, 고진영이 2021년 챔피언이 됐다(2020년은 코로나19로 취소). 2022년부터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호주 교포 이민지 그리고 호주의 한나 그린이 차례로 우승했다. 지난해 김세영이 다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일본 선수에게 정상을 넘겨줬다. 이와이 아키와 치지 자매 그리고 타케다 리오 등 일본 선수들은 요시다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기쁨을 나눴다. 최종라운드는 한국의 집안싸움이 예상됐다. 17언더파의 유해란과 13언더파 공동 2위 박민지와 최혜진이 챔피언조로 출발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앞조 요시다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2번 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더니 파4 5번 홀에선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기세를 몰아 6번 홀(파5)과 7번 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기록하고 18언더파 단독선두가 됐다. 단단한 스윙으로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반면 유해란은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보기는 없었지만, 버디 퍼트가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그나마 4번 홀(파4)과 9번 홀(파4)에서 정교한 벙커샷으로 파를 지킨 장면이 다행처럼 여겨졌다. 경기 분위기는 후반부 들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인비치의 시그니처 홀인 15번 홀(파3). 요시다의 티샷이 왼쪽으로 말렸다. 공은 카트 도로에서 멈춰 겨우 구제를 받고 다음 샷을 했는데 이 어프로치도 그린까지 오지 못해 이날의 첫 번째 보기를 적었다. 같은 홀에서 유해란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바닷가로 향하던 상황. 그런데 이 공이 바위를 맞고 튀어나와 그린으로 올라왔다. 행운의 파. 요시다와 유해란이 혼전 양상을 띨 때 최혜진은 후반 버디 2개로 유해란과 17언더파 동타를 이뤘다. 요시다는 17번 홀에서 완벽한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았지만, 18번 홀에서 스리 퍼트가 나와 보기를 적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17언더파 동타 유해란은 18번 홀에서 티샷과 다음 샷을 연달아 실수해 보기를 기록했다. 1타 뒤진 최혜진은 짧은 버디 퍼트가 빗나가 유해란과 함께 공동 준우승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김민솔은 김효주와 함께 15언더파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역시 국내파인 김민선7은 13언더파 10위다. 디펜딩 챔피언인 김세영은 2언더파 공동 55위를 기록했다. 해남=고봉준 기자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10.25. 0:17
DP월드투어 제10회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 아마존웹서비스(AWS) 간판을 단 텐트가 들어섰다. 클럽도 공도, 자동차도 시계도 팔지 않는 클라우드 회사가 왜 골프 대회장에 텐트를 쳤을까. AWS는 2021년부터 PGA 투어의 공식 클라우드 제공자였고, 지난해에는 DP월드투어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AWS는 대회 기간 매일 오전 이 텐트에서 패널 세션을 연다. 엘레인 치아슨 AWS 글로벌 골프 기술 총괄과 그레이엄 기퍼드 유러피언 투어 IT 디렉터, 이경훈의 데이터 코치를 지낸 최완용 노스플로리다대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연구소장을 만났다. 데이터로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스포츠 축구나 농구는 정해진 경기장 하나를 카메라 몇 대가 내려다보면 된다. 골프는 축구장 수십 개 넓이의 코스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126명이 18개 홀에 흩어져 동시에 공을 친다. 공은 300m 가까이 날아가 나무 뒤로, 언덕 너머로, 러프 속으로 사라진다. 바람과 비, 잔디 상태도 시시각각 변한다. 넓은 들판에서 동시에 날아다니는 수십 개의 공을 하나하나 쫓아 궤적과 위치를 잡아내고, 이를 의미 있는 정보로 바꾸려면 고난도의 AI 기술이 필요하다. 골프가 AI의 실험장이 된 이유다. 무대도 매주 바뀐다. DP월드투어는 26개국에서 대회를 연다. 매주 다른 나라, 다른 골프장에 작은 도시 하나를 세웠다가 허문다. 기퍼드는 “예전엔 데이터가 대회장마다, 나라마다 다른 클라우드에 흩어져 있었다. 통신이 나쁜 지역엔 지연이 큰 문제였다. 데이터를 AWS 클라우드 한 곳에 모으면서 훨씬 빨리 혁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치아슨은 이를 ‘토너먼트 애즈 어 서비스’라고 불렀다. 대회 운영의 공통 요소를 표준화해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이 복제하겠다는 것이다. 치아슨은 이 기술이 투어 고유의 지식재산이 아니어서 KPGA 같은 중소 투어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DP월드투어가 수십 년간 쌓아온 경기 영상 아카이브는 약 5페타바이트다. 치아슨은 “투어에는 샷마다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가 있는데 일부는 종이에, 일부는 엑셀에, 영상은 테이프에 흩어져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75~80%가 AWS 클라우드로 옮겨졌다. AI가 영상마다 선수와 샷 종류를 자동으로 태그해, 원하는 장면을 검색 한 번으로 찾는다. 코스를 통째로 복제하다 텐트 안 터치스크린에는 우정힐스의 ‘버추얼 트윈’이 떠 있다. 수천 개 센서에서 나온 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로 코스를 밀리미터 단위까지 재현한 디지털 복제본이다. 땅 위 구조물뿐 아니라 땅속 배수관과 스프링클러 배관까지 담겼다. 기퍼드는 “5년 뒤 이 골프장에 다시 와도 당시 대회를 어떻게 세팅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다. 말뚝을 박다가 수도관을 건드릴 일도 없다”고 했다. 투어는 다음 단계로 잔디결과 물 흐름, 기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할 계획이다. 밤새 내린 비가 티오프 시간대별로 그린 스피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산해 핀 위치를 정하는 식이다. 그 위로 ‘AI 샷 해설’이 흐른다. AWS의 생성형 AI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이 대회당 2만5000개가 넘는 모든 샷에 “이 선수는 이 홀에서 지난 시즌 평균보다 얼마나 잘 쳤다” 같은 문장을 붙인다. 이번 대회에선 번역 서비스 ‘아마존 트랜슬레이트’로 한국어 해설도 제공했다. 다음 단계는 해당 선수의 과거 샷 영상을 함께 띄우는 것이다. 치아슨은 “중계 카메라가 따라가는 주요 조뿐 아니라 모든 선수의 경기를 맥락과 함께 볼 수 있다”고 했다. 바람도 예측한다. 치아슨은 “바람 부는 오전에 친 선수가 잔잔한 오후에 친 선수보다 불리한 건 공정하지 않다”며 “예측 분석으로 티와 핀 위치를 정해 그 격차를 줄인다”고 했다. 다만 경기 중인 선수에게 실시간 데이터를 주지는 않는다. 경쟁상 이점이 생기고 베팅 문제도 걸려 있어서다.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투어의 선수 포털에서 자기 데이터를 본다. 현장 운영도 바뀐다. 개념검증 단계인 ‘컨슈머 인텔리전스 대시보드’는 매점 대기 시간과 식음료 재고, 그랜드스탠드 수용 인원을 실시간 지도에 띄우고 예측한다. 기퍼드는 “어느 매점에 가면 기다리지 않고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코스 지도에는 과거 공이 떨어진 위치가 겹쳐져 있어, 갤러리 로프 라인을 공이 날아오지 않는 곳에 친다. 천안=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24. 21:24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승째를 노리는 유해란이냐,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0승의 박민지냐. 아니면 2022년 LPGA 투어 데뷔 후 아직 우승이 없는 최혜진이냐.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서 집안싸움 대진표가 확정됐다. 유해란은 24일 전남광주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7언더파 199타로 단독선두를 달렸다. 박민지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만 잡아 13언더파 공동 2위로 올라섰고, 최혜진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박민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23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유해란은 올 시즌을 최고의 한 해로 장식하고 있다.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을 연거푸 제패했다. 이외에도 올해 15개 대회에서 단 한 번만 컷 탈락했고, 톱10 진입은 모두 10차례를 기록했다. 이날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5번 홀(파4)까지 버디가 나오지 않았다. 6번 홀(파5)에서 버디를 낚았지만, 다시 파 행진이 계속됐다. 분위기는 후반 들어 바꿨다. 파4 10번 홀에서 8m의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파인비치의 시그니처 홀인 15번 홀(파3)에선 티샷이 빗나가 보기를 적었지만, 이후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 산뜻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민지의 선전도 빛났다. 전반 버디 3개로 흐름을 탔고, 파3 13번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였다. 이어 유해란처럼 마지막 3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해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최혜진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전반에는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무려 8타를 줄였다. 특히 6번 홀에선 그린 벙커샷이 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글로 갤러리의 환호를 끌어냈다. 10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최혜진. 그러나 12번 홀(파5)에서 짧은 파 퍼트가 빗나가며 흐름을 잃었다. 15번 홀과 파4 16번 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번갈아 적었고, 17번 홀(파5)에선 세컨샷 실수로 더블보기가 나왔다. 최혜진은 아직 LPGA 투어 우승 트로피가 없다. 올 시즌까지 준우승만 8차례를 기록했다. 특히 직전 중국에서 열린 뷰익 LPGA 상하이에선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중국의 인뤄닝에게 우승을 내줘 아쉬움을 삼켰다. 유해란과 박민지, 최혜진은 25일 오전 9시 38분 챔피언조로 출발한다. 한편 일본의 요시다 유리가 13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고, 김민주는 12언더파 공동 5위를 달렸다. 김효주와 김민선7은 11언더파 공동 7위, 전지원과 김민솔이 10언더파 공동 11위다. 이번 대회 유일한 아마추어인 2012년생 김서아는 4언더파 공동 35위로 선전했다. 해남=고봉준 기자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10.24. 2:04
김시우(31)가 한국에서 프로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김시우는 4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선두인 일본의 가쓰라가와 유토(13언더파)에 3타 뒤진 공동 3위다. 남아공의 케이시 자비스가 11언더파로 2위, KPGA 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신상훈이 김시우와 함께 공동 3위다. 선두 가쓰라가와는 이날 8언더파 63타를 몰아쳤지만 큰 무대 경험은 많지 않다. 세계랭킹 13위 김시우에게 기회가 있다. 김시우는 "한국에서 우승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우승하면 꿈같은 일이 될 것"이라며 “3타 차에서 더 벌어지면 안 된다. 초반 6~7개 홀에서 2~3언더파를 치고 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PGA 투어 4승의 김시우에게 한국 우승이 없다는 건 의외다.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한 적이 없다. 17세 고등학생이던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역대 최연소로 통과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뒤 국내 대회 출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건 10년 전인 2016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이다. 올해는 김시우 골프 인생 최고의 시즌이다.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 세 번을 포함해 톱10에 11차례 들었다. 준우승과 톱10 횟수 모두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 다음이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시즌 상금 1000만달러를 넘었고, 세계랭킹은 개인 최고인 13위까지 올랐다. 7월 디 오픈에서는 최종 라운드 전반을 단독 선두로 마친 끝에 공동 6위를 했다. 개인 메이저 최고 성적이다. 지난달 미국 메디나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는 인터내셔널팀 포인트 1위로 출전해 3승 2패를 기록했다. 김시우는 “프레지던츠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했다. 우정힐스는 김시우와 인연이 깊다. 14세이던 2009년 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이다. 김시우는 “티샷을 똑바로 치고 아이언을 잘 쳐야 하는 코스”라고 했다. 정교한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김시우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열네 살 때 처음 프로 무대를 밟은 코스에서, 서른한 살 김시우가 한국 팬 앞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주목된다. 새 도전도 시작한다. 김시우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 다음 시즌부터 출전한다. 디트로이트를 연고로 한 신생팀 모터시티에서 브룩스 켑카, 제이크 냅 등과 한 팀이 된다. 프레지던츠컵 싱글 매치에서 대결한 잭슨 코이번도 팀 동료다. 김시우는 “TGL을 해보고 싶었는데 신생팀이 생기면서 기회가 왔다”고 했다. 연고지 얘기가 나오자 김시우는 “디트로이트에 갈 때는 여권을 꼭 챙기겠다”며 웃었다. 사연이 있다. 지난여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PGA 투어 로켓 클래식 기간에 김시우는 재미교포 마이클 김과 한식당 '대박'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인근 사우스필드의 식당이 아니라 디트로이트강 건너 캐나다 윈저의 '대박집'으로 길을 안내했다. 터널 통행료 9달러가 찍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을 땐 이미 유턴할 수 없는 일방통행로였다. 여권 없이 국경을 넘은 김시우의 차에 캐나다 국경순찰대원 8명이 몰려와 수색까지 했다. 한 대원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거냐”고 묻자 김시우는 “당신들이 나를 무사히 보내준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일은 마이클 김이 소셜미디어에 “시우와 함께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고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자 윈저와 디트로이트를 잇는 터널의 관리 당국은 입구 전광판에 “김시우 무료 통행(FREE TOLL FOR SI WOO KIM)”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당국은 “김시우 선수가 다시 이 터널로 드라이브하러 와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제 디트로이트는 김시우의 TGL 연고지다. 다음 시즌에는 여권뿐 아니라 무료 통행권도 챙겨 갈 수 있게 됐다. 천안=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24. 0:48
본지 주최 ‘2026 중앙일보 제네레이션 골프 챔피언십’의 타이틀 스폰서로 포시즌 골프투어(대표 제임스 신)가 나섰다. 29일 리버사이드 캐년 크레스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144명 정원이 조기 마감될 만큼 첫 대회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포시즌 골프투어는 세계 명문 골프코스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맞춤형 골프여행을 설계하는 전문 업체다. 제임스 신(사진) 대표가 상품을 만드는 원칙은 분명하다. “직접 경험하고 검증하지 않은 골프여행 상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코스 관리 상태와 난이도는 물론 호텔과 이동 동선, 현지 서비스까지 직접 확인한 뒤에야 상품을 구성한다. 골프장을 선택할 때도 유명세나 순위보다는 설계자의 철학과 자연 지형의 조화를 먼저 살핀다. 세계 골프장을 직접 누비며 고객과 함께 호흡해 온 만큼 골프 문화의 변화도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신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단체여행보다 2~8명 규모의 개별 맞춤형 여행이 늘었고, 부부나 가족, 친구끼리 떠나는 여행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목적지도 다양해졌다. 과거 일본과 하와이, 멕시코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넘어 남아공 사파리 골프투어까지 찾는다. 여성 골퍼의 참여도 크게 늘었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세계 곳곳을 찾아 라운드를 즐기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변화는 포시즌 골프투어가 제네레이션컵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신 대표는 “골프를 즐기는 방식이 비슷한 연령대와 동문 중심에서 가족과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며 “단순히 우승자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다는 점이 제네레이션컵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2인 1팀으로 진행되는 경기 방식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개인의 기량만 겨루기보다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포시즌 골프투어는 대회 현장에서 포르투갈과 불가리아 등 아직 한인 골퍼들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유럽 골프여행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신 대표는 “미국 내 골프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시기와 상품 구성에 따라서는 캘리포니아 골프 여행 예산으로 유럽에서 7박 일정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30여 년간 한인 골프 문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신 대표에게 골프의 매력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골프는 나이가 아니라 열정으로 즐기는 스포츠”라며 “진정한 가치는 스코어보다 함께 라운드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과 추억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가족과 친구, 선후배가 함께 웃으며 오래 기억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첫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골퍼가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골프 방향 여행 상품 대표 제임스 유럽 여행
2026.10.22. 21:54
상황이 급해지면 헤드업(head up)은 기본이고 스윙 속도는 초고속으로 전환되는 게 골퍼의 심리. 탁월한 자제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자신을 컨트롤하겠지만 대다수 골퍼들은 이에 대응하는 자제력이 절대 부족하다. 라운드 중 그런대로 점수 관리를 잘 해오다 상황이 급변하면 스코어카드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인 더블 보기(+2), 트리플(+3), 심지어는 더블 파(+4) 이상의 대형 사고도 발생한다. 특히 숲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 들어가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급해지면 좌우측의 충분한 탈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무와 나무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샷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당연히 좁은 공간을 향해 힘찬 샷을 과시한다. 그러나 나뭇가지를 치는 소리와 함께 당구장의 쿠션처럼 이리저리 볼이 튕기며 급기야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혹시’가 ‘역시’로 끝나 버리는 허무한 결과이다. 골프란 언제나 상황 판단의 분석을 통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만회에 능한 골퍼는 감정을 자제하고 정해진 선택을 존중하며 ‘다음’이라는 기약으로 스스로 결정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악투를 거듭하면 여지없이 코치는 마운드에 올라 투수의 마음을 안정시키듯 골프에서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스스로 흐름을 끊고 ‘기분 전환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나무 속에 볼이 들어간 상태라면 낮은 탄도나 또는 높이 칠 것인가가 결정되면 넘겨야 할 나무 높이와 볼에서 나무까지 거리를 우선 파악해야 하며 일단 나무를 넘겨야 할 상황이라면 예상 클럽보다 한 클럽 내려 잡는 지혜가 필수적이다. 탄도 대입(projectile entry)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7번 아이언이라면 8번이나 9번으로 샷해야 한다. 자세는 오픈 스탠스가 기본이고 볼의 위치는 왼쪽 허벅지 선상, 체중은 좌우 균등하게 한다. 그리고 클럽 타면은 거리에 따라 오픈하면서, 볼의 탄도를 높여주는 조절이 필요하다. 이때 더 높은 탄도를 원한다면 체중 배분을 달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양발의 균등한 체중에서 6:4의 비율, 즉 오른쪽에 체중을 조금 더 옮겨야 탄도를 높일 수 있다. 단 오른발에 체중이 지나치게 실리면 섕크(shank)와 뒤땅치기도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다수 골퍼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위치에서 무모한 방법을 동원, 목표를 향해 샷을 할 때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골프 게임은 언제나 십자로(4 way) 게임 방식이 최상의 방법이다. 전진 목적의 게임이 아닌 사방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보 후퇴는 2보 전진을 위함이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후퇴도 불사하는 단호한 사고방식은 만회할 기회가 따르지만 오직 전진을 목적으로 한다면 수초 후에 벌어질 나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스윙은 선택이며, 자신감은 스윙이다. 문제 홀에서는 스스로 감정 분출을 터 주고 관리를 목적으로 감정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수적임을 알아야 한다. ▶www.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 골프 클럽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탈출 나무 사이 나무 높이 상황 판단
2026.10.22. 18:32
김시우(CJ)가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갤러리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졌다.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단단한 스윙, 타깃을 쏘아보는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팬들을 향한 여유 넘치는 미소까지 일거수일투족에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에서 톱클래스로 자리매김한 그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시우는 22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 1라운드에 나섰다. 지난해 이 대회 참가 이후 1년 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은 그를 보기 위해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모여들었다. 국내 골프 팬들에게 김시우는 단순한 ‘해외파’ 그 이상이다. PGA 투어 통산 4승을 올린 그는 최경주, 양용은의 뒤를 이어 한국 남자골프 간판 계보를 이을 주인공으로 주목 받는다. 이번 대회 1라운드 성적은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 공동 3위. 단독 선두 케이시 자비스(남아공·6언더파 65타)와 2타 차다. 올 시즌 김시우의 PGA 투어 기록표에는 ‘우승’이라는 두 글자가 없다. 하지만 경기력과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짝 날이 섰다. 세 차례 준우승한 것을 포함해 TOP10에 11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우승이라는 마지막 단추를 꿰지 못 했을 뿐, 필드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넘버원’이다. 세계랭킹(14위)도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다. 골프 전문가들이 김시우를 높이 평가하는 배경에는 흔들림 없는 멘털과 강한 집중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독한 연습을 더해 샷의 정확도를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올 시즌 김시우는 어프로치(그린 공략) 타수 이득 부문에서 라운드당 0.738타로 전체 2위에 올랐다. 퍼트 제외 나머지 부분을 합친 타수 이득 또한 1.357타로 2위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퍼트까지 포함한 타수 이득은 1.182타로 6위였고 평균 타수(68.97타) 7위, 총 버디 수(417개) 3위 등 여러 부문에서 두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상금은 1027만1694달러(약 142억원)로 전체 10위다. PGA 투어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 중 시즌 상금 1000만 달러를 넘긴 건 그가 최초다. 한편 메이저대회 디오픈 챔피언 라이언 폭스(뉴질랜드)는 3언더파 68타로 공동 8위로 출발했다. 임성재는 이븐파 71타 공동 35위, DP월드투어 포인트 랭킹 1위 에우헤니오 차카라(스페인)는 1오버파 72타 공동 54위다. 1라운드를 공동 3위로 마치며 예열을 끝낸 김시우는 23일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우승 사냥에 나설 전망이다. DP월드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국내·외 수준급 골퍼들이 총출동해 ‘별들의 전쟁’으로 주목 받는다. 우승자에겐 상금 68만 달러(약 9억원)와 GV80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어진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10.22. 8:01
한국 남자골프 간판 김시우(CJ)가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도하는 스크린골프리그 TGL에 전격 합류한다. TGL은 오는 12월 개막을 앞둔 2027시즌 출전 선수 명단을 21일(한국시간) 공개했다. 이 명단에서 김시우는 디트로이트를 연고로 하는 신생팀 모터시티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브룩스 켑카, 잭슨 코이번, 제이크 냅, 버드 카울리(이상 미국) 등과 함께 한다. 한국 선수가 TGL 무대를 밟는 건 우즈가 이끄는 주피터 링크스 소속의 김주형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다. TGL이 김시우를 선택한 건 경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카드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시우는 2026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에서 준우승 3차례를 비롯해 톱10에 11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페덱스컵 랭킹과 세계랭킹에서 나란히 14위에 이름을 올려 데뷔 이래 최고의 해를 보냈다. 최근 막을 내린 라이벌전 프레지던츠컵에서도 인터내셔널팀 소속으로 미국팀 선수들 상대로 3승2패를 거두며 맹활약했다. 아시아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그를 TGL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김시우가 합류하며 국내 골프 팬들에겐 김주형과의 맞대결이라는 ‘빅 매치’가 성사됐다. 김주형이 속한 주피터 링크스는 우즈와 맥스 호마, 악샤이 바티아 등 기존 멤버에 키스 미첼을 더해 5인 체제를 갖췄다. TGL은 이번 시즌부터 팀당 인원을 4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총 7개 팀 35명으로 라인업을 확대 개편했다. 모터시티의 연고지 디트로이트는 김시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다. 지난 7월 이곳에서 열린 PGA 투어 로켓 클래식 출전을 앞두고 황당한 해프닝을 겪었다. 동료 선수 마이클 김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자동차로 한국 식당으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며 국경을 넘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지역에 진입했다. 여권도 없이 월경한 그는 8명의 캐나다 국경순찰대원에 둘러싸이는 곤욕을 치른 끝에 약 1시간 반 가까이 늦게 식사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당 사실이 보도되며 골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직후 미국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윈저를 잇는 터널 관리자들이 ‘김시우는 통행료 면제(Free Toll for Si Woo Kim)’라는 문구를 터널 입구 전광판에 게시해 거듭 눈길을 끌었다. 김시우 입장에선 엉뚱한 사건으로 맺은 디트로이트와의 인연이 ‘소속팀 연고지’라는 새로운 관계로 확장된 셈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가 “TGL 경기 만큼은 정기적으로 출전하겠다는 게 우즈의 각오”라 보도한 만큼, TGL 무대에서 김시우가 우즈-김주형 콤비와 불꽃 튀는 샷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 시즌 TGL 개막전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각종 보도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오는 12월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소파이 센터(SoFi Center)에서 열릴 전망이다. 지난 2025년 첫 시즌에 애틀랜타 드라이브, 올해 두 번째 시즌에 로스앤젤레스 골프클럽이 왕좌에 오른 가운데, 신생팀 디트로이트 모터시티를 대표할 김시우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10.20. 18:54
“홍순상 프로는 앙드레 김 패션쇼에도 섰던 분입니다. 축구의 안정환, 농구의 우지원, 골프의 홍순상. 스포츠계 3대 미남이죠.” 20일 서울 청담동 JB 골프클럽. LF 헤지스골프의 ‘스윙&스타일’ 행사에서 SBS 골프 한형구 아나운서가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홍순상(45)은 넉살 좋게 받았다. “아나운서님이 빼먹은 게 있습니다. 아나운서계 최고 미남은 한형구 아나운서입니다.”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얼굴도 몸도 그대로다. 운동선수는 은퇴하면 살이 붙기 마련인데, 그는 현역 때 몸매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 돌보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점심을 거를 때가 많아요. 고민도 많고요. 그래서 살이 빠집니다.” 홍순상은 필드를 떠났다. 골프에는 명쾌한 은퇴가 없다. 팀에서 방출되면 끝나는 야구나 축구와 다르다. 40대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있고, 50세가 되면 시니어 투어가 기다린다. 투어 카드를 잃어도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끝이 없으니 희망이 남고, 끝이 없으니 놓아주기도 어렵다. 통산 5승, 2011년 대상 수상자인 홍순상도 그랬다. 2023년 1부 투어 시드를 잃은 뒤에도 돌아가려 애썼다. 결국 그의 은퇴 시점은 지난 7월이다.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다.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그게 은퇴가 됐습니다.” 현역 시절 그는 얼굴로 먼저 주목받았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는 무명이던 그를 보러 온 여성 팬이 당대 최고 스타 최경주의 갤러리보다 많았다. 그러나 운동 선수에게 잘생긴 얼굴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혹이 따르기도 하고, 불필요한 시선도 따라붙었다. 11년 전 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외모가 아니라 골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했다. 은퇴한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패션 브랜드 앰버서더로 무대에 서는 일에는 외모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방지연 LF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2011년 헤지스골프 후원 선수로 KPGA에서 우승한 영광의 기억과 함께 브랜드와 맞는 룩앤필 때문에 섭외했다”고 했다. 그 룩앤필이 외모다. 그는 SBS 골프 아카데미에 출연하고, 성균관대에서 강의도 한다. 홍순상은 투어에서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눈 오는 날에도 혼자 퍼트를 했다. 대회장에서 가장 늦게 철수하는 중계팀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퍼트하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곤 했다. 제자들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라고 제안은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아요.” 자기만큼 매달리지 않는 아이들이 다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각자의 장점을 살려주려 하고, 쇼트게임만큼은 연습한 만큼 나온다고 일러준다. 연습벌레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주니어 다섯 명을 가르쳐요. 많지는 않은데, 매번 한 명 한 명에게 빙의해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똑같이 가르쳐도 다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게 신기하고요.” 그는 “아이들이 잘하면 내가 친 것만큼 기분이 좋더라”고 했다. 바쁘게 지내느라 공허할 틈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그리운 것은 있다. “경기 끝나고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 경기가 아주 잘된 날 라운드를 마치고 악수할 때, 그리고 땅거미가 지고 경쟁자들은 다 돌아가 아무도 없는 연습 그린에 혼자 남았을 때의 뿌듯함 같은 것들이요.” 얼마 전 그는 제자와 함께 전남 무안의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 갔다. 이후 파3 연습장에서 제자의 훈련을 지켜보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현역 때 생각이 났습니다.” 어둠이 내린 골프장에 홍순상은 아직도 남아 있는다.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20. 1:50
18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CC. KPGA 투어 더채리티클래식 최종 라운드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바람골에 놓인 파3 2번 홀에서는 몇 개 조가 밀려 줄지어 서 있었다.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시간은 선수를 초조하게 만든다. 선두로 출발한 정찬민은 달랐다. 그는 2번 홀 티잉구역에서 1번 홀 그린을 바라보며, 악천후 속에 파를 지켜낸 동료들에게 거푸 박수를 보냈다. 경기는 몇 차례 멈췄다 다시 이어졌다. 핸드폰에 몇 번이나 강풍 주의 문자가 뜨고 8시간이 걸린 이 날 결국 우승한 선수는 정찬민이었다. 2023년 11월 골프존 오픈 이후 3년 만의 우승이자 통산 3승째다. 정찬민은 삼국지의 장비를 닮았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고, 가끔 덜렁댄다. 어려서 정찬민은 매일 우유를 1L 넘게 마시고, 점심엔 치즈 피자를 한 판씩 먹고, 줄넘기를 하루 2000개씩 했다. 그의 아버지 정원채씨는 “줄넘기는 성장판 자극용이었다”고 했다. 정씨는 스윙보다 거리가 먼저라고도 믿었다. 아들은 장비가 장팔사모를 휘두르듯 드라이버를 휘갈기는 법을 깨쳤다. 키 1m88㎝, 몸무게 120㎏ 안팎에 손은 솥뚜껑만 하다. 주니어 시절부터 ‘살살 치면 300야드, 세게 치면 300m’를 보내던 한국 최고의 장타자였다. 정찬민은 2023년 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그때 그는 “샷 거리는 나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국내에 하나밖에 없다는 가장 단단한 샤프트를 쓰면서도 너무 부드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24년과 2025년, 그의 상금랭킹은 80위권으로 밀렸다. 어깨에 탈이 났다. 아버지 정 씨는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햇다”고 했다. KPGA 의료 파트너인 부민병원의 도움을 받았다. 이 병원 스포츠재활센터 서경묵 센터장은 “대회장 뿐 아니라 전지훈련에도 물리치료사를 보내 몸을 관리해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도 바꿨다. 정찬민은 예전 공이 드라이버 임팩트 때 페이스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성능과 별개로 그 느낌이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새 공을 쓰면서 ‘임팩트 때 공이 페이스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진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생각이 달라졌다. 정찬민은 지금 평균 타수 1위다. 대회 1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뒤 그는 “장타력과 평균 타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당연히 평균 타수가 더 탐난다. 힘보다 리듬을 타며 치다 보니 샷이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거리를 정체성이라 했던 사내가 거리를 내려놓았다. 결정적인 변화는 참모였다. 캐디 김범식씨는 정찬민보다 크다. 키가 193㎝다. 정찬민은 “내가 반달곰이라면 형은 불곰”이라고 했다. 『삼국지연의』의 장비는 유비가 모셔 온 제갈량을 ‘물’이라 비꼬다가 박망파 싸움을 보고서야 고개를 숙였다. 정찬민은 “뭘 하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얘기해 준다. 내가 장비라면 범식이 형은 제갈량”이라고 했다. 퍼트 교습가 출신인 김씨는 경기 전후로 정찬민과 퍼트 연습을 많이 한다. 정찬민은 성격이 급하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한다. 경기가 밀리면 마음이 먼저 달려 나간다. 그 고삐를 김씨가 쥐었다. 강풍 속최종 라운드의 여유는 그렇게 생겼다. 정찬민은 원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 1차 예선부터 치를 생각이었다. 김씨는 “국내 투어 5위 안에 들면 2차 예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 5위 안에 못 드는 실력이면 미국에 가도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정찬민은 국내 투어 5위로 목표를 고쳐 잡았다. 올 시즌 5월 KPGA 파운더스컵과 9월 골프존 오픈에서 잇따라 준우승했고, 이번에 마침내 정상에 섰다. 정찬민은 올해 PGA 투어에 도전한다. 김씨는 2년 전 이승택의 가방을 메고 Q스쿨을 통과한 캐디다. 『삼국지연의』에서 장비가 가장 빛난 순간은 장팔사모를 휘두를 때가 아니었다. 꾀를 써서 노장 엄안을 사로잡았을 때였다.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19. 8:01
18일 중국 상하이 서산 골프클럽 18번 홀. 고즈넉한 중국식 운하 물길 옆 그린 위에서 최혜진(27)은 또 남의 우승을 축하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뷰익 상하이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10언더파로, 인뤄닝(중국·11언더파)에 한 타 뒤진 2위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최혜진은 가장 먼저 인뤄닝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이어 중국 선수들, 인뤄닝과 친한 지노 티띠꾼(태국) 등 LPGA 정상급 선수들, 양희영과 김아림 같은 한국 선수들이 차례로 몰려와 챔피언을 축하했다. 최혜진은 그 틈을 빠져나와 쓸쓸히 그린을 떠났다. 최혜진은 1라운드부터 사흘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1타 차 선두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는 사실상 원정 경기였다. 갤러리 대부분이 홈 선수 인뤄닝을 응원했다. 그래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승부는 막판에 갈렸다. 9언더파로 맞서던 16번 홀에서 인뤄닝이 버디를 잡았다. 파3인 17번 홀에서는 운까지 인뤄닝 편이었다. 인뤄닝의 티샷은 그린 구석으로 가는 듯했지만, 첫 바운스가 핀 쪽으로 튀면서 홀 쪽으로 굴러갔다. 인뤄닝은 버디를 잡았고, 최혜진의 버디 퍼트는 짧았다. 차이는 두 타로 벌어졌다. 최혜진은 파5인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인뤄닝은 안전하게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려 파로 우승을 지켰다. LPGA 투어에서만 여덟 번째 준우승이다. 올해만 두 번째다. 최혜진은 2022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통산 상금은 723만 달러(약 97억원)가 넘는다. 이번 대회 준우승 상금을 더하면 100억원을 넘어선다. 우승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많다. ‘무관의 상금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최혜진 같은 정상급 선수에게 준우승은 그냥 2위가 아니다. 우승 경쟁에서 실패한 결과라 더 아프다. 타이거 우즈가 준우승자를 ‘첫 번째 패배자’라고 부른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여덟 번이 아니라 아홉 번 넘어지고 열 번째에 일어선 선수도 여럿이다. 최예림은 KLPGA 투어에서 아홉 번의 준우승 끝에 지난달 첫 우승을 했다. LPGA 투어의 로리 케인과 DP월드투어의 올리버 윌슨도 9번 준우승한 뒤 첫 우승을 차지했다. PGA 투어에서 팀 클라크는 8번 준우승 끝에 2010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다. 최혜진은 K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뒀다. 우승을 못 하는 선수가 아니라, 아직 우승하지 못한 선수다. 엉킨 실타래만 풀면 된다.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18. 8:01
‘대한민국 장타자 간판’ 정찬민이 굵어진 빗줄기와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모두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다. 첫날부터 최종라운드까지 꾸준히 선두를 유지한 끝에 거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정찬민은 18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막판 턱밑까지 추격한 신상훈(18언더파 270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23년 11월 골프존-도레이 오픈 이후 3년 만에 낭보를 전하며 통산 3승째를 거뒀고, 우승 상금 2억원을 거머쥐었다. 최종라운드 스코어(4오버파)가 말해주듯,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2위권에 여유 있게 앞선 23언더파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지만, 대회 최종일 악천후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7번 홀까지는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버텼지만, 8번 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한 뒤 샷감이 흔들렸다. 먹구름이 더욱 짙어진 후반, 10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상황에서 거세진 폭우로 인해 경기가 일시 중단되는 악재가 겹쳤다. 약 1시간40분이 지난 뒤 경기가 재개됐지만, 무너진 흐름을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11번 홀(파5) 보기 이후 13번 홀(파3) 버디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16번 홀(파5)에서 다시 보기를 범하며 경쟁자(신상훈, 김백준)와의 간격이 더욱 좁혀졌다. 챔피언 조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 들어섰을 때 차이는 2타에 불과했다. 먼저 홀 아웃한 신상훈이 버디를 낚아 간격이 1타까지 좁혀졌다. 정찬민이 보기를 범할 경우 연장전으로 끌려가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한 정찬민이 파를 지켜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켜냈다. 경기 중단을 포함해 무려 8시간 가까이 이어진 마라톤 승부를 값진 우승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정찬민은 지난 2023년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11월 골프존-도레이오픈에서 잇달아 2승을 거두며 ‘괴물의 등장’을 알렸다. 압도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골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3번째 승리를 신고하기까지 3년 가까운 숨고르기 기간이 필요했다. 한동안 우승 가뭄에 시달리며 절치부심하던 그는 절호의 우승 기회를 앞두고 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극복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여러 차례 정상권 언저리에 접근하면서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아쉬움도 털어냈다. 경기 후 정찬민은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타수 차가 크게 나 편안하게 출발했는데, 우승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애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찬민은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평균타수 1위, 제네시스 포인트 2위, 상금 랭킹 4위 등 고루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10.18. 2:02
18일 중국 상하이 서산 골프클럽 18번 홀. 클럽하우스 사이로 고즈넉한 물길이 흐르는 그린 위에서 최혜진(27)은 또 남의 우승을 축하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뷰익 LPGA 상하이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10언더파로, 인뤄닝(중국·11언더파)에 한 타 뒤진 2위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최혜진은 가장 먼저 인뤄닝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이어 중국 선수들, 인뤄닝과 친한 지노 티띠꾼(태국) 등 LPGA 정상급 선수들, 양희영과 김아림 같은 한국 선수들이 차례로 몰려와 챔피언을 축하했다. 최혜진은 그 틈을 빠져나와 쓸쓸히 그린을 떠났다. 최혜진은 1라운드부터 사흘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1타 차 선두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에서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승부는 막판에 갈렸다. 9언더파로 맞서던 16번 홀에서 인뤄닝이 버디를 잡았다. 파3인 17번 홀에서는 운까지 인뤄닝 편이었다. 인뤄닝의 티샷은 그린 구석으로 가는 듯했지만, 첫 바운스가 핀 쪽으로 튀면서 홀 쪽으로 굴러갔다. 인뤄닝은 버디를 잡았고, 최혜진의 버디 퍼트는 짧았다. 차이는 두 타로 벌어졌다. 최혜진은 파5인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인뤄닝은 안전하게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려 파로 우승을 지켰다. 사실상 원정 경기였다. 갤러리 대부분이 홈 선수 인뤄닝을 응원했다. LPGA 투어에서만 여덟 번째 준우승이다. 올해만 두 번째다. 6월 다우 챔피언십에서는 김효주와 짝을 이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2위에 그쳤다. 김효주는 “혜진이에게 첫 우승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라며 미안해했다. 지난해 10월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는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고도 연장전 끝에 우승을 내줬다. 최혜진은 2022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통산 상금은 723만 달러(약 97억원)가 넘는다. 이번 대회 준우승 상금을 더하면 100억원을 넘어선다. 우승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많다. ‘무관의 상금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최혜진 같은 정상급 선수에게 준우승은 그냥 2위가 아니다.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뒤 실패한 결과라 더 아프다. 타이거 우즈가 준우승자를 ‘첫 번째 패배자’라고 부른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끝은아니다. 아홉 번 넘어지고 열 번째에 일어선 선수도 여럿이다. 최예림은 KLPGA 투어에서 아홉 번의 준우승 끝에 지난달 첫 우승을 했다. 로리 케인도 9번 준우승한 뒤 2000년 LPGA 투어 첫 승을 거뒀고, 그해에만 3승을 쓸어 담았다. 올리버 윌슨도 9번 준우승한 뒤 2014년 DP월드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PGA 투어의 팀 클라크는 8번 준우승 끝에 2010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다. 데이비드 듀발은 7번 준우승한 뒤 첫 승을 거두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첫 우승 다음 주에 또 우승했고, 1998년과 1999년 각각 4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갔다. 캐머런 영도 첫 승 전 7번 준우승했고, 이후 3승을 더했다. 최혜진은 K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뒀다. 우승할 줄 아는 선수다. 엉킨 실타래만 풀면 된다. 최혜진은 우승을 못 하는 선수가 아니라, 아직 우승하지 못한 선수다.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18. 0:56
올 시즌 상금 랭킹 56위 ‘언더독’ 마서영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다음 시즌 시드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시점에 거둔 우승이라 더욱 값진 성과다. 마서영은 18일 경기도 이천의 H1클럽(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총상금 15억원)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해 초대 챔피언이 됐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2억7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 직전까지 시즌 상금 랭킹 56위(1억7200만원)로 내년 시드 유지(60위 이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기분 좋은 우승과 함께 2028시즌까지 출전권을 보장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첫 우승에 이르는 과정은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비와 바람이 뒤섞인 악조건 속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한 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12타를 적어내며 동타의 성유진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1차전을 나란히 파로 마친 두 선수의 승부는 이어진 2차전에서 갈렸다. 마서영이 두 번째 샷을 홀컵 8.4m 앞에 떨군 뒤 두 번의 퍼트를 더해 파로 마무리했다.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것은 물론, 연장전도 처음 치르는 상황이었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며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반면 성유진은 스리온에 이은 투 퍼트로 보기를 범해 통산 5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지난 2023년 정규투어 데뷔 후 4년 차에 접어든 마서영의 올 시즌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출전한 25개의 대회 중 8차례나 컷 탈락했고, 톱10에 이름을 올린 건 두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를 기록했고 8월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KB금융 골든라이프 챔피언십, 하나금융챔피언십 등에서 잇달아 컷 탈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83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2억7000만원의 우승 상금과 웰컴저축은행 대상포인트 90점을 추가해 상금 부문 22위(4억4233만8333원) 및 대상포인트 부문 30위(132점)로 뛰어올랐다. 이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안정적으로 투어에서 도전을 이어갈 자격을 확보했다. 경기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서영은 “연습량은 누구 못지 않은데 우승하지 못해 골프에 재능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지구력 만큼은 자신 있다는 각오로 도전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워 비거리를 크게 늘렸다”면서 “이전에 비해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게 되면서 성적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생각지도 못한 우승으로 인생역전을 이뤘다”고 언급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10단계 정도 성장한 것 같다. 앞으로는 긴장감 속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예원과 김시현이 합계 3언더파 213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민솔과 이채은, 김민주가 2언더파 214타 공동 5위로 뒤를 이었다. 고지원, 노승희, 박보겸, 홍진영, 짜라위 분짠(태국)은 공동 9위(1언더파 215타)로 톱10에 합류했다. 나란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소속인 유해란과 윤이나는 각각 공동 42위(6오버파 222타)와 공동 53위(9오버파 225타)로 부진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10.18. 0:24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에 도전하는 최혜진이 뷰익 상하이 대회(총상금 320만 달러) 이틀째 선두 자리를 지켰다. 최혜진은 16일 중국 상하이의 서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오버파 74타를 쳤다. 중간 합계 6언더파 138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최혜진은 그린 굴곡이 심하고 길게 세팅된 코스 난도와 퍼트 난조로 고전했다. 전날과 달리 퍼트 수가 38개로 치솟으며 전반에 한 타를 잃었고, 11번 홀(파4)에서 추가 보기를 범해 2타를 잃었다. 그러나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켜냈다. LPGA 투어 통산 6승의 베테랑 양희영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줄였다. 이로써 중간 합계 4언더파 140타를 기록하며 그레이스 김(호주)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선두 최혜진과는 2타 차다. 양희영은 2024년 6월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4개월 만에 통산 7승 사냥에 나선다. 하라 에리카와 다케다 리오(이상 일본),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3언더파 141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2위인 지노 티띠꾼(태국)은 인뤄닝(중국)과 함께 2언더파 142타 공동 7위로 그 뒤를 이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는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2026.10.16. 2:48
정찬민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 원)에서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시즌 첫 승을 향해 순항했다. 정찬민은 16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전날 9언더파에 이어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두른 정찬민은 중간 합계 17언더파 127타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다. 2위 김연섭(14언더파 130타)과는 3타 차다. 2023년 11월 골프존 오픈에서 통산 2승을 거둔 정찬민은 약 3년 만에 우승 트로피 추가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5월 KPGA 파운더스컵과 9월 골프존 오픈에서 두 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낼 절호의 찬스다. 한편 김연섭이 이날 6타를 줄여 중간 합계 14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랐고, 9언더파를 몰아친 배용준은 신상훈과 함께 13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김백준과 문도엽은 11언더파 공동 5위로 뒤를 이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2026.10.16. 2:37
골프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퍼팅이 가장 쉽고 골프의 연륜이 쌓이기 시작하면 무섭고 두려운 게 퍼팅, 대책 없이 그린에 올라가면 허무한 마음으로 그린을 떠나는 것도 퍼팅이다. 골프에서 황당한 상황은 수없이 많지만 그린에서의 퍼팅 실수가 다음 홀 티샷까지, 그리고 18홀 전체 골프에 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방심하고 친 볼이 턱없이 짧거나 볼이 컵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약을 올리고 ‘살짝’ 친 볼이 한없이 컵을 지나칠 때는 황당하고 허무한 감정이 교차한다. 겨우 5000~8000스퀘어피트, 약 150~180평 남짓한 원형 안에서 골프 점수 만점인, 72점의 절반인 36점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장소다. 그럼에도 절반인 36점을 무시하고 드라이버 연습에만 치중하는 골퍼들을 대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고, 핸디캡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퍼팅에는 기본이 없는 것같이 보이나 철저한 기본이 필요하고, 그린 공략법이 절대적 필요하며 여기에 정신 집중과 담력까지 갖춰야 퍼팅다운 퍼팅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샷에 비해 단 1인치의 허용 오차도 용납이 안 되는 것이 퍼트이고 보면 예술과 과학이 어우러진 것이 골프라는 것을 실감한다. 퍼팅의 기본 자세는 스퀘어(square)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목표인 컵(hole)을 향해 스퀘어 자세가 아니라 볼이 굴러가야 할 선(line)에 스퀘어로 서야 한다. 따라서 퍼팅 라인을 설정했다면 볼이 굴러갈 선상에 가상 점(spot)을 만들고, 이 점을 연결하는 선에 대하여 스퀘어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볼 위치는 왼발 뒤꿈치 선상에 오도록 자세를 취한 후, 컵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퍼터 타면(face)을 가상 점에 직각이 되도록 하며 최종적으로 자신의 턱 끝이 올바른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볼 위치를 왼발 뒤꿈치에 정렬하는 이유는 퍼터 타면으로 볼을 칠 때, 볼에 톱스핀(topspin)이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볼에 톱스핀이 들어가야 급각, 휘어짐과 작은 백스윙(backstroke)에서도 볼을 멀리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턱 끝의 방향이 목표 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볼이 컵의 오른쪽으로 빗나갈 확률이 매우 높고, 턱 끝이 오른쪽 어깨를 향하면 타면이 볼을 덮어 쳐 컵 왼쪽을 향하게 된다. 턱 끝은 퍼팅의 방향키(key)로 언제나 바르게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퍼팅에서 또 다른 원칙은 방향보다 거리감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방향에 치우치면 거리감을 상실, 오른손이 흔들리며 스트로크(stroke)가 원칙을 크게 벗어난다. 왼손은 방향을 조정하며 오른손은 거리감을 지시하는 것으로 사용하지만 중요한 거리감은 그린의 상태, 경사도에 따라 스윙의 폭이나 느낌으로 이를 찾아야 한다. 퍼터는 다른 클럽과 다르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훌륭한 퍼팅을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연습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www.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 골프 클럽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퍼팅 멘탈 퍼팅 실수 퍼팅 라인 퍼팅 하나
2026.10.15. 19:25
‘제로토크 퍼터=센터샤프트 퍼터’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하지만 샤프트를 가운데 꽂았다고 다 제로토크는 아니고, 가운데 꽂지 않았다고 제로토크가 아닌 것도 아니다. 핵심은 샤프트를 어디에 꽂았느냐가 아니라 샤프트 연장선과 무게중심이 일치하느냐다. 야구 방망이는 무게중심과 손잡이가 일직선상에 있다. 그래서 스윙할 때 방망이가 손안에서 따로 놀지 않고 그립을 따라 자연스럽게 돈다. 무게중심이 손잡이 축에서 벗어나 있으면 스윙 도중 방망이가 제멋대로 비틀리려 한다. 전통적인 퍼터가 딱 이렇다. 샤프트와 무게중심이 일치하지 않아 스트로크 때 헤드가 손안에서 살짝 비틀리는 힘을 받는다. 이 힘이 ‘토크’다. 야구 방망이처럼 샤프트 축과 헤드 무게중심을 정확히 일치시키면, 손목에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헤드가 알아서 스퀘어(페이스가 목표를 정확히 향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이게 제로토크의 핵심 아이디어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퍼터는 공이 스위트스폿을 벗어나도 최대한 똑바로 가도록 무게를 좌우와 뒤쪽으로 벌려 배치한다. 그런데 제로토크를 만들겠다고 무게를 샤프트 바로 아래, 즉 헤드 중앙으로 모으면 어떻게 될까. 스트로크 중에는 다루기 편하지만, 빗맞으면 헤드가 쉽게 비틀린다. ‘다루기 편한 것’과 ‘빗맞아도 버티는 것’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셈이다. 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 한 브랜드가 엑시스원(Axis1)이다. 2009년 처음 나온 이 퍼터는 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정확히 맞추면서 관성모멘트도 최대한 살리려 했다. 무게를 중앙에 모으면서 동시에 바깥으로도 뻗어야 하니, 헤드는 앞뒤로 길게 늘어진 낯선 말렛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샤프트는 무게중심 자리에 꽂는 대신 구부려서 연장선만 무게중심을 지나게 했다. 모양이 이상해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제로토크 열풍을 일으킨 랩골프는 다른 길을 택했다. 무게중심을 샤프트 바로 밑에 억지로 두는 대신, 라이 각을 이용해 스트로크 중 생기는 토크를 반대 방향의 힘으로 상쇄한다. 무게중심을 손잡이 밑으로 옮기는 대신 저울 양쪽에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랩골프 인기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제로토크 퍼터를 내놨는데, 대부분 샤프트를 헤드 가운데에 꽂는 방식이었다. ‘센터샤프트=제로토크’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미즈노가 11월 국내에 출시하는 M.크래프트 X Z 퍼터는 원조인 엑시스원의 아이디어, 즉 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실제로 맞추면서 관성모먼트도 포기하지 않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크랭크 형태로 살짝 꺾인 호젤을 써서 얼핏 보면 전통적인 퍼터처럼 보이게 다듬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15. 8:01
‘제로토크 퍼터=센터샤프트 퍼터’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요즘 나온 제로토크 퍼터들이 대부분 샤프트를 헤드 가운데쯤에 꽂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샤프트를 가운데 꽂았다고 다 제로토크인 것도 아니고, 가운데 꽂지 않았다고 제로토크가 아닌 것도 아니다. 제로토크의 핵심은 샤프트가 어디에 꽂혔느냐가 아니라, 샤프트 연장선과 무게중심이 일치하느냐에 있다. 제로토크 원리는 야구방망이 야구 방망이는 무게중심과 손잡이가 일직선상에 있다. 그래서 스윙할 때 방망이가 손안에서 따로 놀지 않고 그립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반대로 무게중심이 손잡이 축에서 벗어나 있으면, 스윙 도중 방망이가 제멋대로 비틀리려는 힘을 받는다. 일반 퍼터가 딱 이렇다. 샤프트와 무게중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로크를 할 때 헤드가 손안에서 살짝 비틀리는 힘을 받는다. 이 힘을 ‘토크’라고 부른다. 야구 방망이처럼 퍼터를 샤프트(그립) 축과 헤드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일치시키면, 손목에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헤드가 알아서 스퀘어(페이스가 목표를 정확히 향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이게 제로토크의 핵심 아이디어다. 그게 쉬운 게 아니다. 문제는 퍼터 헤드가 무게가 고르게 퍼진 둥근 원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다른 클럽과 마찬가지로 퍼터도 볼이 스위트스팟이 아니라 옆쪽에 맞았을 때 최대한 똑바로 가도록, 무게를 좌우와 뒤쪽으로 최대한 벌려 배치한다. 그런데 제로토크를 만들겠다고 무게를 샤프트 바로 아래, 즉 헤드 중앙 쪽으로 모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헤드는 잡기 편해지고 스트로크 중에는 잘 돌아가지만, 정작 빗맞았을 때는 쉽게 비틀려버린다. ‘잡기 편한 것’과 ‘빗맞아도 버티는 것’, 이 두 가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겨루기 관계에 있는 셈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나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시도한 브랜드가 엑시스원(Axis1)이다. 2009년 처음 등장한 이 퍼터는 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정확히 맞추면서도 관성모먼트까지 최대한 살리려 했다. 무게는 중앙에 모아야 하는데 동시에 바깥으로도 최대한 뻗어야 하니, 헤드가 앞뒤로 길게 늘어지거나 이상하게 뻗은 말렛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샤프트를 아예 무게중심 자리에 꽂는 대신, 샤프트를 구부려 그 연장선만 무게중심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신 모양을 포기한 셈인데, 그래서인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정작 제로토크 열풍을 일으킨 랩골프(L.A.B. Golf)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무게중심을 샤프트 바로 밑에 억지로 두는 대신, 클럽의 라이 각을 이용해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생기는 토크를 반대 방향의 힘으로 상쇄시킨다. 비유하자면, 무게중심을 손잡이 밑으로 옮기는 대신 저울 양쪽에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무게를 굳이 중앙에 모을 필요가 없다 보니 바깥쪽으로 충분히 뺄 수 있었고, 그 덕에 관성모먼트도 높게 가져갈 수 있었다. 성능과 모양,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긴 것이다. 랩골프가 인기를 얻자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제로토크 퍼터를 내놨는데, 대부분 샤프트를 헤드 센터에 꽂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제품이 쏟아지면서 ‘센터샤프트=제로토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굳어져 버렸다. 원조로 돌아간 미즈노 미즈노가 11월 국내 출시할 M.크래프트 X Z 퍼터는 이 흐름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원조인 엑시스원의 아이디어―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실제로 맞추면서 관성모먼트도 포기하지 않는 방식―를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다만 엑시스원이 포기했던 부분, 즉 낯설고 부담스러운 생김새는 다시 잡으려 했다. 크랭크 형태로 살짝 꺾인 호셀을 이용해, 얼핏 보면 전통적인 퍼터처럼 보이도록 다듬었다. 성능의 본질은 엑시스원 쪽에, 겉모습은 익숙한 전통 퍼터 쪽에 걸친 절충안인 셈이다. 이번 신제품이 흥미로운 건 그동안 ‘제로토크=센터샤프트’로 뭉뚱그려 알려졌던 개념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토크를 없앤다고, 혹은 관성모먼트를 키운다고 무조건 좋은 퍼터가 되는 건 아니다. 잡기 편하게 만들 것이냐, 빗맞아도 상대적으로 똑바로 가게 만들 것이냐, 아니면 둘 다 잡으려다 모양을 포기할 것이냐. 지금 나와 있는 제로토크 퍼터들은 저마다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은 결과물이다. 성호준([email protected])
2026.10.14.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