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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스테이시 박 밀번’을 아십니까

나는 인터넷 검색할 때 구글 크롬을 사용한다. 이유는 가끔 ‘Google’이라는 로고가 다양한 그림과 함께 영웅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쌈박한 아이디어로 만든 동영상은 100년에 태어난 과학자를 만나게 만들고 재즈 가수의 노래를 소개했다. 만화를 곁들인 게임 동영상이 뜬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눌러서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지난 5월19일은 독특한 그림이 구글 로고 대신 올라왔다. 하와이 꽃과 함께 호랑이 꼬리에 감긴 안경을 쓴 여자의 그림이었다. 몇 번은 그냥 지나치다 결국 호기심에 나는 그 이미지를 클릭을 했다.     그러자 모니터에서는 폭죽이 터지듯 색색의 종이와 하와이 꽃이 화면 아래로 흘렀다. 나는 그 화려함에 여러 번 마우스를 클릭하며 쏟아지는 색종이를 즐겼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안경 낀 여자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누굴까.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 그녀가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녀의 삶이 33세 끝이 났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글을 읽는데 슬픔이라고 할 수 없는 감정이 압력기로 누르는 듯 가슴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 상을 타거나 주목을 받게 되면 한국인 피가 반만 섞였어도 한국인이라고 서로 앞 다퉈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던데 왜 그녀의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까. 장애인이라서 그랬을 거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동영상에서 접한 그녀의 생전의 모습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16살부터 그녀는 장애인 권익을 부르짖었다. 불필요한 수술을 반대했고 편견 없이 장애인에게 공정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연설을 했다. 지적 장애인을 위한 대통령 위원회에 임명되었던 그녀는 2년 동안 오바마 행정부에 조언하는 등 장애인들의 소통창구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2020년에 세상을 떠났다. 팬데믹 사태로 병원 시스템이 엉망이 되었던 그 시절이 아니던가. 빠르게 진행되던 신장암 수술이 연기되었고 수술 합병증으로 33살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고 위키피디어에 적혀 있었다.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세상은 경직되었다. 당연히 신체적인 장애로 활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각지대로 몰리기 마련이다. 그때도 그녀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와 함께 오클랜드 야영지 노숙자에게 전할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넣은 질병예방 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 그날 하루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영학 석사 공부까지 취득한 그녀의 성실과 집념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후원자를 구하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치기 어렵다. 그런 그녀의 업적을 구글은 세상에 소개했다.   눈으로 보기에 화려한 업적에 열광하고 번듯한 무대를 쫓아다니는 세상에서 지금, 나는 어느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권소희 / 소설가이 아침에 스테이시 장애인 권익 지적 장애인 한국인 엄마

2022-05-23

[기고] 증오범죄 참극 부른 ‘대체론’

프랑스의 인종주의 작가 르노 카뮈가 2011년 저서에서 주장한 ‘대체론(The Great Replacement)’이 백인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지침으로 수면에 떠올랐다. 이는 뉴욕주 버펄로 수퍼마켓에서 총기 난사를 한 18세 페이튼 제드런이 범행 전에 쓴 180쪽 선언문 때문이다. 그는 5개월 전에 자신의 집에서 200마일 떨어진, 집코드상 흑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골라 계획을 세웠다. 여러 번 답사를 했으며 최소 30명 살해 목표를 세웠다.     대체론은 이민자와 유색인종이 늘어나게 되면 주류인 백인을 대체한다는 음모론이다. 타국에서 온 유색인종이 미국에 많아지면 미국서 출생한 백인들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대체론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퍼졌고 이를 극우 정치인과 극우 언론이 수용했다. 실제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은 2016년 이래 대체론을 400번 이상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권력 유지를 위해 이민자들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주장했다.     AP 공무연구센터(AP-NORC Center for Public Affairs Research)가 2020년 12월에 조사해서 이번 달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2%가 대체론을 믿고 있다. 29%는 이민자의 증가는 미국의 경제, 정치, 문화의 힘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다. 19%는 위의 두 가지를 다 믿는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일수록 이민자의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한다.     백인 극단주의자들은 유색인종은 미국적이 아니며 완전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폭력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과거와 달리 요즘의 백인우월주의자는 고등학생이 많다. 그들은 경제적 결핍과 미래에 대한 좌절감을 갖고 있으며 외톨이로 온라인에 몰입하며 총쏘기를 비디오 게임처럼 여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역사학자이며 저술가인 캐서린 벨류는 대체이론의 기원이 19세기 미국 정치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의 인종 분포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폭력과 위협이 백인 우생학 캠페인과 반이민 활동가들을 고무시켰다.     우월론은 백인 극우의 모태가 되어 극단주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유색 인종의 희생으로 출생률이 낮은 백인의 다수 지위를 지키려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서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450명 이상이 살해됐다고 ‘반명예훼손 연맹(ADL)’이 밝혔다. 이중 75%는 보수 극단주의자에 의해, 20%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4%는 진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서라 한다.   증오범죄가 멈추지 않는데 ‘총기소유 자유 권리’가 대량살상을 부추긴다. 얼마 전 밀워키주 다운타운에서 MBA게임 후 총기 사건으로 17명이 다쳤다. 14일 버펄로에서 10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15일 오렌지카운티 라구나우즈의 교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중국계 미국인이 대만계 1명을 살해하고 5명을 다치게 했다. 이 사건이 올해 미국의 199번째 총기 사고다.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향한 증오범죄도 급상승했다. 작년은 그 전 해에 비해 339% 증가했다.     인간의 행동은 아주 복잡한 힘에 의해 움직인다. 대다수의 증오범죄자들은 범행 전에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글을 남기고 언론 주목을 원한다.     대체론은 더 이상 변방의 생각이 아니다. 대체론의 주류화는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치인이 표심을 위해 증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 대량살상이 계속되지만 총기 규제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 레지나 / LA독자기고 증오범죄 대체론 이래 대체론 백인 극단주의자들 이슬람 극단주의자

2022-05-23

[중앙 칼럼] 다시 찾아온 ‘스크루플레이션’ 공포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물가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달리고 있다. 작년 5월 처음으로 5% 선을 돌파한 후 12월에는 7%에 다다랐다. 올 3월에는 8.5%, 4월에는 8.3%로 8% 선을 웃돌았다. 서민가계에 상당한 부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에너지 가격 탓에 서민들의 지갑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걸 가리킨다. 이미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실상 -1.4%로 역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6.9%에서 급전직하한 것이다. 그런데도 물가 상승률은 8%대를 유지해 일각에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잡히지 않은 물가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는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시행했다. 다음 달에도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이런 조치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스크루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쥐어짜다'라는 뜻의 '스크루(screw)'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소득 증가가 따라가지 못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현상을 뜻한다. 스크루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고소득층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주어 빈부격차를 더 확대한다는 점이다.   스크루플레이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실질 소득은 줄었다. 4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작년보다 2.3%가 감소했다. 인력난과 호경기에 작년엔 봉급 인상과 보너스 지급 등으로 소득 증가가 뚜렷했다. 하지만 급등한 물가가 임금 상승효과를 갉아먹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자 쇼핑거리와 식당가에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경기부양 지원금과 자녀세금크레딧(CTC)이 풀렸던 작년만 해도 마켓과 레스토랑에는 고객들로 붐볐다. 또 마켓 주차장에는 빈틈 없이 차가 가득했다. 이제는 빈자리가 보일 정도이고 줄 서지 않는 식당도 증가세다. 서민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도 충격이 더 크고 해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2011년 무렵 생겨났다. 최근 급등한 물가로 인해 10여년 만에 생경한 경제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10여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경제상황과 연준의 정책에 유사점이 많다며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과감하게 유동성을 살포했는데도 경기부양 효과는 미흡했다. 반면 자산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비판이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버티다가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의 급격한 긴축이 자칫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금리인상에도 고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마저 하강하면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지속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식량 부족 및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 스크루플레이션의 본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개스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내릴 수 있는 요인들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서 각개격파하고 인상 요인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 물가 안정화가 스태크플레이션도 스크루플레이션도 막을 수 기본 수단이기 때문이다.  진성철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스크루플레이션 공포 스크루플레이션 징후 가운데 스크루플레이션 물가 상승률

2022-05-23

[J네트워크] 낙태 판결문이 유출된 '이유'

그는 왜 기자를 찾았을까. 이달 초 낙태권(임신중단 권리)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려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유출됐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를 특종 보도한 폴리티코는 ‘사건 관계자’에게 초안을 입수했다고 썼다. 대법원이 수사를 의뢰했으니 제보자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이런 극단적 방법을 택했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판결문의 내용을 보며 유출 이유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초안을 작성한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낙태권의 박탈이 진정한 민주주의 회복이라 설파한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당시 미국 대법관들이 7(찬성):2(반대)라는 압도적 표결로 보장한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법원이 아닌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이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얼리토의 이런 논리는 동성결혼 등 다른 소수자의 권리를 박탈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 지금 많은 주의 대표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종자다. 그와 반대 진영에 있는 이들에겐 견딜 수 없는 법 논리다. 그러니 올해 11월 중간 선거 전 여론을 환기해 ‘판례 뒤집기’를 막으려 했단 것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제보자는 언론에 터트리는 것 외에는 낙태권을 공론화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미국 사회는 낙태와 같은 사회적 쟁점을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는 곳이 아닌 폭발시키는 곳이 됐다. 미국 의회엔 낙태권을 법으로 명문화할 수 있는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대법원에 기댄 채 수십년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정치인은 없었다. 초안이 유출된 뒤에야 민주당에서 낙태권을 연방법으로 보장하려는 ‘건강보호법안’을 제출했지만 49(찬성):51(반대)로 부결됐다. 부결이 예상된 터라 사실 쇼에 가까웠다.   한국도 상황은 반대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국회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검수완박을 두고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2014년 헌재가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는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위헌인 법이 그대로니 실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글픈 코미디다. 우리 정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얼리토 대법관이 말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판결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 아닐까. 현실 속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이들은 망가져 버린 지 오래다. 정치가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제보자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테다. 유출만으로도 추락할 대법원의 신뢰 역시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다. 판결문 유출은 망가진 정치가 초래한 예고된 재앙이다. 우리 역시 피해가기 어려운 가까운 미래다. 박태인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판결문 낙태 판결문 유출 낙태 판결문 판결문 초안

2022-05-23

[열린 광장] 넷플릭스의 겨울

지난주 넷플릭스가 직원 150명을 해고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하던 사태가 닥쳤다고 반응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0일 구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폭락했다.     한때 700달러를 넘보던 주당 가격이 요즘은 180달러 선을 지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넷플릭스는 비상이다. 주주에게 경영 개선을 보여줘야 하니 예전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계정 공유 단속에서 시작해서 구독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저가상품까지 다양하다.     직원 수 감축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후속편 제작을 포기하는 영화·드라마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콘텐트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들여 업계 인력을 빨아들였던 넷플릭스의 성장이 멈추는 건 경쟁사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1위 주자에게 힘든 시장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유리할 리 없다. 스트리밍은 계속 인기를 유지하겠지만 시장 포화로 과거와 같은 성장은 끝났고, 이제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졌던 영상 콘텐트 업계에선 대량 해고마저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넷플릭스가 경쟁 기업을 인수하거나 플랫폼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총 800억 달러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테크 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열린 광장 겨울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인력 후발 주자들

2022-05-23

[중앙 칼럼] 전기차로 이룰 '포니의 꿈'

초등학교 시절 출장 갔던 아버지가 반짝이는 은색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인 현대 포니였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 탐색에 열중했다. 겉모양과 인테리어 곳곳에 현대 마크와 조랑말 엠블럼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후드를 열어보니 엔진부터 팬벨트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다이아몬드 마크가 보였다. 주요 파트인 파워트레인 대부분이 미쓰비시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연휴나 방학이면 가족과 함께 포니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 덕분에 어린 시절 포니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펑크로 차가 서 본 일은 있어도 큰 문제 없이 잘 달렸다. 그래서인지 포니 이후로 40여년간 계속 현대차만 고집한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차도 에쿠우스였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처음 본 순간 포니에 대한 추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1974년 11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던 포니가 47년 만에 심장은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아이오닉5로 부활한 것 같았다. 시승회에서 만난 아이오닉5는 주행 성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만족스러웠다. 지난해 미국 내 판매량에서 혼다를 제친 현대차 그룹이 차기 대세로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를 상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호평 속에 아이오닉5에 대한 각종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굿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올해 구매해야 할 해치백’ ‘최고의 신차’ ‘가족들을 위한 최고의 전기차’에 선정됐다.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발표된 월드카 어워드에서는 대상격인 ‘세계 올해의 차’는 물론 ‘올해의 전기차’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기아의 첫 순수 전기차 EV6도 각종 수상과 함께 한국차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같이 한국 전기차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향후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것은 기존 개스차와 달리 전기차는 근본적으로 태생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일본차에 비해 역사가 짧은 개스차의 경우 한국차들이 개솔린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성능,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하며 뒤쫓는 입장이었다.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주행성능이나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경쟁차를 압도하기가 쉽지 않다.     내연 기관차라는 마라톤에서 이미 반환점을 돌아선 경쟁자들을 벤치마킹하며 뒤늦게 출발한 한국이 전기차에서는 거의 동시에 출발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 그룹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연구,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차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은 전기차의 핵심인 충전과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실시된 전기차 설문조사에서 전기차 구매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사양이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와 배터리 충전 시간 단축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한국 전기차들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이 밖에도 전기차의 클러스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직결되는 반도체, 스마트폰, 고화질 HDTV 등 전자 분야에서도 한국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해가 거듭할수록 시승한 한국 신차들의 주행 보조 전자시스템 성능이 일취월장하고 자동차 디자인 면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현대 아이오닉5나 기아 EV6는 딜러에 입고 되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니 쾌조의 스타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달부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첫 순수 전기차 GV60를 시판하고 12월부터는 판매 신기록 행진을 견인하고 있는 GV70의 전동화 모델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특히 20일에는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2025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1986년 울산서 생산된 엑셀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 이후 35년만인 지난해 총판매량 670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4위로 급부상한 현대차 그룹이 전동화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일 혁신으로 세계를 질주하는 ‘포니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전기차로 전기차 시장 순수 전기차 자동차 디자인

2022-05-22

[독자 마당] 자유의 의미

2년여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도 끝을 모르게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삶이 위축되고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가 지구촌 한 공동체로 묶여 있음을 다시금 실감나게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대선기간 동안 경합을 벌였던 두 후보의 지지자들로 인해 전 국민이 두 진영으로 나뉜 듯했다. 하지만 혼란스럽던 대치가 표면상 큰 불상사 없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참으로 다행스럽다.     지금의 현실에서 보듯, 국가 지도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국가 정체성이 결정되고, 국정 능력에 따라 국민의 위상과 삶의 질이 정해진다.     이번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 ‘자유’라고 한다. 이 흔히 쓰이는 말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시점에 여러 차례 되풀이 적시되었음은 그 안에 여러 중요한 의미를 함축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자유의 일반적 의미는 무엇에든 방해 받지 않고 구속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이 자유의 영역을 사회 공동체로 넓혔을 때, 개인 각자의 자유가 상충하고 간섭 받게 됨을 최소화하려고 조절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가 정치이다.     또 이번 취임사에 인용되고 이후 널리 회자되고 있는 ‘반지성주의’는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 보전과 역사 진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한 저명한 역사학자는 세계 경제가 물질기반에서 지식기반으로 바뀌고 있어 인류사에서 전쟁은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도 도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지식기반의 이성적·합리적 사고의 지성주의를 가로막는, 자기욕구를 절제하지 못하는 반지성주의 때문이다.   지성주의에 기초한 자유를 최대한 신장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선진 복지사회로 가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새 대통령의 과제이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 마당 자유 의미 자유 보전 일반적 의미 우크라이나 전쟁

2022-05-22

[오픈 업] 여권 신장의 전환점 ‘타이틀 나인’

얼마 전 딸네 부부 대신에 운동 경기가 있는 학교에 손녀를 데리러 갔다. 운동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스포츠에 열중하는 남녀 다인종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와 경쟁 상대 선수에게도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여년 전, 뉴욕타임스는 스포츠 활동이 여학생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도했다. 여학생들의 교육열을 높여 학교 성적이 좋아진다고 한다. 자신감도 생기고, 취직률도 높아지는 반면 비만증, 10대 임신, 우울증 등은 대폭 내려간다고 한다.     지금은 각종 스포츠나 경기에서 남녀의 차별이 없다. 많은 여성들이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다.     남녀가 평등하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정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선구자들 덕분이다. 그들이 겪은 시련은 적지 않았고, 불공평이 시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국대학스포츠연합(NCAA)의 보고서에 따르면 56년 전인 1966~1967년 사이에 등록된 여자 대학생 운동선수는 1만5182명에 지나지 않았고, 남자 선수들은 10배나 되는 15만1918명이었다.     1972년 제정된 남녀교육평등법인 ‘타이틀 나인(IX)’ 덕분에 이 같은 불균형은 많이 개선됐다. ‘타이틀 나인’은 50년 전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 법이다. ‘1964 민권법’인 ‘타이틀 세븐(VII)’을 보강한 것이다. 인종, 민족, 출신국, 종교, 성별 등에 대한 차별을 불법화한 기념비적 법안 ‘타이틀 세븐’에는 아쉽게도 기회균등의 교육에 관한 조항이 빠졌다. 그래서 8년 후 1972년 교육 수정안이 만들어졌다. 그  일부가 타이틀 나인이다.     타이틀 나인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은 어떠한 형태로도 성차별을 할 수 없다는 법이다. 초안은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상원의원이었던 일본계 3세 펫지 다케모도 밍크가 이디트 그린과 함께 발의했다.     하와이 출신인 그녀는 여러 차례 상원의원을 지냈다. 원래 희망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원서를 제출한 22개 의과대학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여자 또는 아시안이라서 거절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결국 그녀는 불평등한 세상을 고치려고 법학대학에 진학했고 법조인으로서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색인종 여성들의 리더십이 돋보이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233년 만에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대법관이 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109년 전 설립된 연방준비제도에 최초로 영입된 흑인 리사 쿡 미시간대학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어쩌면 카말라 해리스, 커탄지 잭슨, 리사 쿡 세 여성들은 ‘타이틀 세븐’과 ‘타이틀 나인’의 수혜자일지도 모른다. 이 두 법안으로 미국은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고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남녀의 평등성만 뜻하는 타이틀 나인이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변화되어 온 사회상에 걸맞게 성소수자 보호를 포함하는 평등성이 이 법의 또 다른 해석이다. 조만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대에 맞는 조항을 넣어 보강할 것이라고 한다.   다인종 여학생들이 참여했던 손녀의 운동 경기는 더욱 공평해질 미래 사회의 모습을 암시했다. 남녀, 인종에 상관없이 앞으로 더 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될 것이다. 또 운동으로 단련된 우수한 인재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전문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전환점 타이틀 타이틀 세븐 타이틀 나인 유색인종 여성

2022-05-22

[이 아침에] 아빠가 딸의 남자를 만날 때

내가 교꼬를 처음 만난 것은 27살 때였다. 교꼬는 23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1년차. 그녀를 만난 지 딱 24시간 만에 그녀의 아빠를 만났다.     교꼬와 나는 당시 미국 국적의 컴퓨터 회사 직원이었다. 나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그녀는 일본 지사 직원이었다. 회사의 대외관계를 다루는 신생 부서의 일을 맡게 되어 업무 수습차 가는 출장길. 일본 지사의 같은 업무를 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상무급, 직원이 60여명 있었다. 한국 지사에는 달랑 나 혼자. 그래도 아버지 뻘이 되는 담당 임원은 나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깍듯이 대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 날 보고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에 관해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으로 뭔가 배우러 갔는데 입사 1개월짜리 보고 모회사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라니. 어쨌든 강단에 올랐다. 40여명의 부서 직원들이 모였고 앞줄에 열댓 명의 여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때 눈에 띈 여인이 교꼬였다. 모두 명찰을 달고 있어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내 전화 번호부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교꼬상, 내가 일본이 처음인데 주말에 뭘 할지 모르겠어요. 주말에 안내를 좀 부탁할까요?” 당시 일본 지사는 주 5일 근무였다.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교꼬의 망설임, 이해가 가는 대답이었다.     저녁에 호텔로 전화가 왔다. “저는 주말이면 부모님을 뵈러 가요. 효도행이라고 하지요. 내일 같이 가실래요?”     황당한 나의 요청에 더 황당한 제안. 속으로 ‘Why not?’ 기내에서 산 12년 시바스 리갈도 한 병 있겠다, 갑작스러운 손님 노릇 준비가 되어 있었다.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가나가와에 있는 교꼬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일본의 고도 가마쿠라에 내려서 하루 종일 놀면서, 배스킨로빈슨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마쿠라 큰 부처님도 보고.     저녁에 교꼬의 집에 도착했다. 2층짜리 아담한 일본식 가옥.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교꼬의 부모가 기다렸다. 아버지는 아마 50 전후.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둘이 대작을 했다. 정종잔을 주거니 받거니. 반 시간도 안 되어서 그는 술이 취해 누워 버렸다. 교꼬의 어머니는 조용히 차를 따라 주기만 했다.   그날 밤 교꼬의 집에서 묵었다. 1층에는 부모가 쓰는 방, 2층에는 교꼬의 방 그리고 그녀의 오빠 방이 있었다. 오빠는 취직을 해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내가 그의 방을 차지했다. 그 이튿날은 후지산을 구경하고, 도쿄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바빠서 다시 교꼬 아버지와 대작을 할 기회는 없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딸의 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 가끔씩 교꼬 아버지가 생각난다. 딸이 불쑥 집으로 데리고 온 첫 남자가 한국인, 불편한 상황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술이 취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딸의 남자를 처음 만날 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순간이다. 내가 교꼬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어찌했을까? 딸 바보 아빠는 아마도 술기운을 빙자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겠지.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아빠 남자 바보 아빠 부서 직원들 한국 지사

2022-05-22

[J네트워크] 하르키우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한국인에게 낯선 도시다. 유서 깊은 수도 키이우와 직항로가 연결돼 있지 않았던 만큼, 넘버 투 도시가 생소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 “우리와 아무 관계 없는 지구 반대편 나라”라고 했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는 한국과 인연이 전혀 없는 곳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유일의 고려인 학교가 이곳에 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총 3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이들과 그들의 후손이다. 하르키우가 6·25 전쟁 초기 국군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T-34’ 전차의 주요 생산기지였다는 점에서 악연도 있던 곳이다.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삶만큼이나 하르키우란 도시도 근·현대사에서 부침이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과 나치독일은 이 도시에서만 네 차례나 대규모 공방전을 벌였다. 규모가 컸던 건 1942년과 1943년 전투다.     1942년 소련은 쾌속 진격하던 독일군을 막아내기 위해 하르키우에서 선공했지만, 결국 독일군의 역습에 무너졌다. 하르키우를 빼앗긴 소련군은 스탈린그라드(볼고그라드)까지 밀렸다.   1943년에는 소련이 공격에 나섰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 40만 명을 포로로 잡은 소련이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소련이 하르키우까지 진격해 오길 기다렸다가 역습에 나섰다. 소련의 진격은 늦춰졌다. 여러 차례 공방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하르키우는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하르키우는 소련이 해체된 뒤에도 정치적 혼란기를 겪었다. 2014년 유로마이단(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요구한 시위) 당시 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하르키우는 친러파와 친서방파의 대결 정국에서 친러 정치인 야누코비치의 지지 기반이기도 했다. 러시아 국경까지 불과 50㎞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러시아계 시민도 다수 거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하르키우는 또 한 번 화마에 휩싸였다. 전쟁 초기부터 하르키우 대학교와 시청사 등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 석 달째 치열한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국경까지 도달한 군인들이 “우리가 해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하르키우가 평화를 찾길 기원한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우크라이나 고려인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북동부

2022-05-21

[시론] 북한 코로나는 ‘정치적 재앙’

많은 이들처럼, 필자는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상황이 됐다. 지난 12일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알린 뒤 확진자·사망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전국적 확산은 시간문제이며 치명률도 2%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수십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는 재앙이다.   북한 정치국회의는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긴급 의약품 배포, 소독, 철저한 봉쇄 조치를 한다는 것인데, 중국 사례로 보듯 이 조치로 오미크론 확산세는 늦추겠지만 막을 순 없다. 봉쇄된 상하이 시민들은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참혹하게 지냈다. 그나마 식료품을 사재기할 수 있었지만 북한에선 봉쇄 조치가 긴급하게 취해진 데다 주민들이 식료품을 대량 구입할 재정적 여력도 없다.   주민에겐 인도적 재앙이고, 북한 정권엔 정치적 재앙이다. 지난 2년 국경 봉쇄로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며 백신도 필요 없다고 역설해온 북한 당국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면역력도 낮다. 코로나는 지방 협동농장 농민뿐 아니라 북한 정권 유지의 기반인 평양의 엘리트층도 강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 상황을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한 건 과장이 아니다. 14일 노동신문에선 “국가 안전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 정권의 안위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과 같다. 정보가 부족하고 정보 불신이 강한 북한에선 루머가 곧 공포를 확산하고, 공포는 다시 분노를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북한이 질서정연한 사회이고 주민들은 당국에 순종한다고 믿곤 한다. 그러나 2009년 섣부른 화폐 개혁을 하고 ‘돈주’의 화폐를 몰수했을 때 폭동과 시위가 일어났고, 북한 정권은 죄 없는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하고 없던 일로 되돌렸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다시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사태가 당조직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 특정 세력이 문책당하고 총살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지경을 만든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분노한 주민들이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봉쇄명령을 어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코로나가 북한군 내에도 확산하고 기지가 봉쇄되면 군의 반란도 일어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핵실험 같은 이벤트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런 행동은 북한 정권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제20차 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 코로나와 경제 침체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고, 국제 사회도 북한에 대한 동정심을 거둬들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 정권의 의도와 달리 이미 여섯 차례나 한 핵실험을 한 번 더 한다 해서 북한 주민이 크게 감동할 것 같진 않다. 주민 생명이 코로나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을 핵 실험에 낭비한다는 분노와 불신으로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 정권엔 최악이다. 그렇다고 북한 정권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긴 아니다.   북한 정권은 현재 위기를 풀 실마리조차 못 찾고 있다.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벨라루스에서 보듯 코로나 대응 실패로 인한 국민 분노는 하루아침에 정권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 북한은 바나나 껍질이 깔린 길을 위태롭게 걷는 주정뱅이 행보를 오랫동안 보여왔다. 지금까진 운과 우방국 도움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한 번만 잘못 밟아도 넘어질 수 있다. 정권 붕괴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정말 크고 미끄러운 바나나 껍질 위에 있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북한 코로나 코로나 대응 정권 안위 위기 상황

2022-05-20

[독자 마당]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올해로 100세를 맞으셨겠지요. 과수원집 장녀로 태어난 어머니는 옛적 선교사의 영향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한 동네의 신실한 청년을 만나 결혼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사이에 다섯 남매를 두며 목회자의 아내로, 목회자의 어머니로, 목사 손주의 할머니로 기도와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전쟁을 경험했고 보릿고개도 겪으셨습니다. 81년에는 미국에 와 낯선 이민자의 삶도 감당하셨습니다.     마지막 기거하셨던 양로원의 생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흠뻑 받다가 아버지의  안수 기도 중에 마지막 숨을 거두어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셨습니다.     12년 전에 가셨지만 내유외강으로 한 번도 싫은 소리, 화 한 번 내지 않고 막내인 저에게 늘 자애롭게 대해 주셨습니다.   제 방 침대 앞의 어머니 사진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온유하심과 사랑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어머니의 막내사위 애들 아빠가 2년 전 코로나가 막 시작할 즈음에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갔지요. 만나 보셨는지요. 그간 긴 터널 속에서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어머니가 계셨다면 어떤 말로 나를 위로해 주셨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두 아들이 옆에 있어 조금은 위로가 되고 제가 더 힘을 내게 됐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저도 모르게 어머니가 자주 부르셨던 찬송가 ‘나의 갈 길 다가도록’을 불러 봅니다. 비록 가까운 곳에 안 계시지만 늘 저희 위해 기도로 응원해주실 거라 믿으며 그 사랑을 가슴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고 유머가 많았던 성품을 많이 닮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머니와의 인연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남은 삶을 마치면 만날 때가 오게 되겠지요. 그때까지 힘차게 정진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선애·부에나파크독자 마당 어머니 어머니 사진들 할머니로 기도 안수 기도

2022-05-20

[기고] 이제는 국민이 변해야 한다

굳게 닫혔던 청와대 정문이 활짝 열림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가 시작됐다. 활짝 열린 청와대가 국민에게 아름다운 경치를 선보이듯 활짝 열린 윤 대통령의 시대가 국민에게 밝은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 10일 한국에선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5년 동안 한국의 국정을 담당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가 끝나고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민주국가인 한국에서 대통령의 교체는 매 5년마다 반복되는 행사이지만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정권교체의 주요 이슈가 대부분 경제성장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건국 이후 지속되었던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이 흔들리고, 국민생활에서 미덕인 정직과 근면, 상식과 공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진영 중심으로 사분오열되는 등 국가가 위기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결국 진보 성향의 정권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사회적 분열만을 남긴 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국민이 주인이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정권에 이양됐다.     새 정권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파당적 이익 집단으로 전락한 정치인들의 집합인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간의 진영싸움에서 장수(대선후보)간의 대결은 보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은 다수당의 오기로 패배에 승복하지 않고 승자의 진로를 방해하려고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왔는가? 국민 속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의 4류 정치는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인들은 다른 사람 아닌 내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높이든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권을 바르게 행사하여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갑자기 바뀔 수는 없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도 바뀌어야 한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고 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을 선출한 것으로 국민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선출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초심대로 진행되어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민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잘 살아보세’라는 국민운동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의식수준과 삶의 질이다.     ‘잘 살아보세’가 풍요로운 삶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물질만능’이라는 퇴폐적 사고방식을 만연시키기도 했다. 개인소득 3만 달러에 10대 경제대국의 위치에 오른 지금, 한국에 필요한 국민정신은 ‘잘 살아보세’보다는 ‘바르게 살아보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 각자가 바르게 살면서 반지성주의를 타파하고, 상식과 공정이 통하고, 자유가 존중되는 새 시대를 열어가야겠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기고 국민 국민 각자 민주국가인 한국 케네디 대통령

2022-05-20

[이 아침에]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요정 같은 꽃들이 만개한 봄이다.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안개비가 내리지만 우리는 하이킹을 간다. 칠십도 넘은 하이킹 그룹 이름은 ‘원더걸스’다. 피터스 캐년 루프(Peters Canyon Loop)는 6.5마일 길이로 적당히 어려운 트레일이다. 겨자꽃과 파피꽃이 2년 전만큼은 아니어도 여기저기 피었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으며 야생의 상태를 즐기기에 좋다. 50에이커가 넘는 큰 저수지가 물이 말라 한쪽은 바닥을 드러냈고 호수 옆은 쩍쩍 갈라졌다.     담수 습지 저수지는 플라타너스, 검은 버드나무, 미루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고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다람쥐, 사슴, 개구리, 뱀, 살쾡이, 코요테, 주머니쥐, 너구리, 도마뱀 등 양서류와 포유동물, 파충류 등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전체 공원 면적은 340에이커로 이렇게 거대하고 환경친화적인 공원이 집 가까이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트레일은 경사가 심한 고갯길을 걸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도 있고 쉬운 코스도 있어 저마다 알맞은 트레일을 찾아 걷는다.   산꼭대기의 힘든 코스를 15년 전부터 다녔지만, 요즘은 발이 편치 않아 쉬운 코스를 걷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산꼭대기를 선택해서 걸었다. 이스트 릿지 뷰 트레일은 피터스 캐년과 주변의 경관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어서 아침 일찍 걷는 우리가 선호하는 코스다. 이곳은 나무 그늘이 거의 없어 햇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직선 경사로는 멀리서 보면 위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이킹하는 동안 살림의 지혜와 처세술을 나누다 보면 우린 여전히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나이 들면 옳은 말을 해주는 지혜롭고 선한 친구가 더없이 귀하다. 삶의 아픔을 얘기하면 “시냇물 소리가 아름다운 것은 뾰족한 돌멩이를 여유 있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온다.     섭섭함을 털어놓으면 “나의 처지만 이해하라고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도 공감해 주자”고 조언한다. 공감해주는 친구는 보석 같다. 얼마나 귀하면 “공감은 정신의 심폐소생술”이라 했을까?     평지를 걷다가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또 걷다 보면 호수의 끝을 만난다. 호수를 끼고 돌아가면 서서히 경사진 곳을 오른다. 오르락내리락 능선를 따라 있는 큰 집들은 철망으로 담장을 쳤고 부겐빌레아가 그 위를 덮었다. 한 폭의 수채화다.     두 번째 경사를 올라가면 또 다른 정상이다. 사방은 병풍을 친 듯 산봉우리 풍경은 그대로 산수화다.     내려가는 길은 선인장 가득한 좁은 길이다. 선인장 사이를 걸으며 쉽지 않은 우리 인생사를 뒤돌아본다. 삶은 내가 존재해야 하기에 사랑해야 하고 그 사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신을 부정하고 희생으로 관대함을 베푸는 것이 너무 어렵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주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나에게 위로와 이해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서로 이해하고 원망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힘이 생긴다.     삶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아닌가. 내일 아침에 ‘새로운 날’이라고 기뻐하며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지. 이럴 때 느끼는 자유는 어깨에 날개를 단 듯 마음이 가볍다. 사랑은 책임과 의무가 담긴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체여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엄영아 / 수필가이 아침에 자연 지혜 하이킹 그룹 버드나무 미루나무 직선 경사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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