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추모관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올림픽공원(올공) 투표지 반출 이후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택한 첫 행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이었다.
장 대표는 30일 경북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을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전에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잊히지 않는 이름, 흔들리지 않는 역사.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라고 썼다. 정희용 사무총장과 경북도당위원장인 김형동 의원, 구미가 지역구인 구자근·강명구 의원이 동행했다.
장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박 전 대통령을 폄훼하더라도 조국 근대화의 역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5일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했을 때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음해하고 폄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었다. 장 대표는 이후 구미 무을면으로 이동해 벼 베기 봉사활동을 한 뒤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장 대표를 둘러싼 정치 지형은 심상찮게 요동치고 있다. 먼저 장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나 다름없는 ‘올공’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9일 선거관리위원회 특검은 올공 핸드볼경기장에서 6·3 지방선거 서울 송파 지역 투표지 247만장을 재검표 후 모두 반출했다. 정치권에선 올공의 상징이 ‘투표지 사수’였던 만큼 향후 집회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 이후 사퇴론 등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올공 집회에 참석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장 대표 측은 “장 대표의 정치 행보는 늘 일관됐고, 올공 투표지 반출이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장 대표가 ‘포스트 올공’ 구상을 하고 있을 것”(영남 중진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장 대표는 29일 밤 올공 집회 참여자들에 “5일까지 철거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우려가 있더라도 특검을 믿고 지켜보자”고 설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저녁 올림픽공원 참정권 수호 집회 현장을 찾아 “올공이든 어디든 여러분이 참정권 회복을 위해 목소리 내는 곳이라면 함께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장 대표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뚜렷해진 ‘반(反)장동혁’ 그룹의 부상이다. 당장 오 시장이나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주요 인사들이 가시적인 협력 전선을 형성한 단계까진 아니지만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반장동혁 그룹이 결속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당내 전망이 적지 않다.
한동훈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훈훈(오세훈·한동훈) 연대’ 가능성에 대해 “국민을 위한 연대는 친분이 아니라 명분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을 막고 민주 공화정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적 흐름 속에서 장 대표가 지난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한 데 이어 30일 생가까지 방문하자 “장 대표의 ‘포스트 올공’ 전략은 전통 보수층 다지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반장동혁 그룹과 이른바 ‘쇄신파’의 결속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 대표가 중도 공략보다는 강성층 재결집으로 대응하는 ‘우향우’ 전략을 이어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11월 3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6일엔 청년 정책 개발단 발대식에 참석한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가 청년, 플랫폼 노동자 등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차츰 외연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