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일본 배드민턴의 자존심' 야마구치 아카네(29·세계 2위)가 충격 탈락했다. 최근 안세영(24, 삼성생명)과 치열하게 맞붙은 끝에 모두 패하더니 이번엔 안세영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야마구치는 2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그랑 파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 36위 아시미타 찰리하(인도)에 게임스코어 0-2(19-21 18-21)로 졌다.
37분 만에 패한 야마구치는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다. 만약 그는 쭉 승리했다면 준결승에서 안세영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야마구치가 조기 탈락하면서 안세영으로선 결승전을 앞두고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야마구치는 1게임에서 18-14로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는가 싶었다. 하지만 4연속 실점을 내주며 18-18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로도 흐름을 되찾지 못한 채 19-21로 물러났다.
2게임에서도 만회하지 못했다. 야마구치는 7-7에서 내리 6점을 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후 4연속 득점을 올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3점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탈락을 확정했다.
[사진] BWF 소셜 미디어.
야마구치는 안세영과 여러 번 맞붙은 숙적이다. 다만 최근엔 안세영을 상대로 10연패에 빠져 있다. 지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졌고, 지난 18일엔 덴마크 오픈 결승에서도 1-2로 역전패했다.
그럼에도 야마구치는 안세영을 코너까지 몰아붙이는 플레이로 명승부를 펼쳤다. 덴마크 오픈 결승전도 무려 1시간 17분에 달하는 혈투였다. 안세영은 마지막 게임에서 5-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았지만,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패자' 야마구치에게도 박수갈채가 쏟아진 이유다. BWF 해설은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최고의 명승부라고 극찬했다.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이날의 야마구치는 100점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야마구치는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덴마크 오픈에서 기존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제치고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프랑스 오픈에서도 안세영과 결승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찰리하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한편 안세영은 앞서 열린 16강 경기에서 인도의 천재 소녀로 불리는 탄비 샤르마(세계 24위)의 추격을 잘 따돌리고 2-0(21-11 21-14)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서는 중국의 한웨(세계 10위)와 맞붙는다.
안세영으로선 야마구치의 탈락으로 프랑스 오픈 3연패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그는 2024년 대회와 2025년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만약 안세영이 덴마크 오픈에 이어 프랑스 오픈도 제패한다면 통산 48번째 우승이 된다. 그는 덴마크 오픈 우승으로 47회 우승을 달성하며 인도네시아의 전설 수지 수산티를 넘어 여자단식 최다 우승 신기록을 썼다. 앞으로 추가하는 우승 하나하나가 새 역사인 셈.
또한 이미 시즌 9승을 확보한 안세영에게는 시즌 10번째 우승 트로피가 된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여자단식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11승)까지 단 1승만 남는다. 일본 남자단식 스타 모모타 겐토가 2019년 세운 단식 선수의 단일 시즌 최다 우승(11승)과 타이 기록도 충분히 뛰어넘을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