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경절 연휴, 중국 쇼핑몰 중앙 광장은 쉴 틈이 없었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팝업 72개 가운데 거의 4분의 1이 K-POP 관련 팝업이다. 베이징 스트레이 키즈 팝업에서는 한정 포토카드와 전용 응원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 달 전부터 알람을 맞춰 예약하고, 한시간 넘게 구매 목록을 손에 쥐고 번호표를 기다리는 팬도 있었다.
중국 백화점에서 열린 빅뱅 팝업스토어.
아이돌이 중국에서 팝업을 여는 것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달라진 것은 속도와 규모다. 지드래곤의 중국 팝업은 2024년 2회에서 2025년 10회로 늘더니 2026년에는 벌써 23회를 넘겼다.(CBN DATA) 9~10월 두 달 사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深圳)에서만 K-POP 팝업이 33번 열렸다. 2025년 한국의 K-POP 음반 대중 수출액은 약 6970만 달러(약 1020억 원)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전체 음반 수출의 23%가 중국으로 향했다. 공연 한 번 없이 벌어들인 숫자다.
포토카드 경제학
가수 장원영의 포토카드는 원가 4만원 정도지만 구매대행을 거치면 중국에서 두 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BTS 정국의 한정 포토카드는 희소성에 힘입어 한때 800만원을 넘겼다. 논리는 단순하다. 팬층이 클수록, 물건이 희소할수록 프리미엄은 커진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BTS 컴백 팝업스토어에서 팬들이 앨범을 구매한 뒤 포토카드를 진열하고 있다. 2026.03.20. [email protected]
중국에서 진행되는 K-POP 팝업 상품은 두 종류로 나뉜다. 공식 온라인몰에서도 살 수 있는 앨범·응원봉 같은 상품과, 현장에서만 파는 도시 한정 포토카드·한정 후드다. '오직 이곳, 오직 이번 한 번'이라는 조건이 붙는 순간 158위안짜리 슬리퍼도, 300위안에 가까운 여권 케이스도 품귀 상품이 된다. 이 고 마진 한정 상품이 진짜 수익원이다.
2차 판매도 완벽한 사이클로 돌아간다. 샤오훙수(小紅書)와 중고 플랫폼 셴위(閒魚)에서 대리구매 웃돈은 보통 5~10% 붙는다. 암표상들은 도시 한정 물량을 쓸어 담아 중고 마켓에서 되판다. NCT 지성의 인형 굿즈는 단종 소식에 130위안에서 430위안으로 뛰었다. 물론 연예인의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가격은 폭락한다. 이렇게 주식처럼 요동 치는 게 굿즈 시장이다. 중국 굿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689억 위안(약 32조 원)으로 추산된다. 2029년에는 3000억 위안(약 58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리사 미니소 콜라보 팝업스토어는 팬들로 가득 차 있다. 중국연구소
연예인은 못가도 IP는 간다
한국 엔터사 입장에서 팝업은 본질적으로 손해 볼 일이 없는 장사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공연 심사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일정도 절차도 규모도 변수투성이 이다. 그러나 팝업은 다르다. 연예인이 올 필요도, 만 명이 모이는 공연장도, 당국의 심사도 필요 없다. 콘서트를 열 수 없으니 콘서트의 굿즈만 떼어 파는 셈이다. 사람은 오지 않지만 IP가 먼저 가고, 현장에 모일 수 없어도 팬심은 그대로 현금화된다. 이른바 '그림자 투어'다. 2025년 한국 4대 엔터사의 상품·IP 라이선스 매출 합계는 50억 위안을 넘었고, 모두 30% 이상 성장했다.
최근에는 중국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라이선스 판의 중앙에 뛰어들고 있다. 운영 방식은 세 갈래다. 엔터사의 중국 지사 직영, 중국 회사가 장소·인건비·재고 리스크를 떠안는 대리 운영, 그리고 미니소(MINISO)식 브랜드 콜라보다. 지난 3월 미니소×제니 팝업은 첫날 단일 매장 매출 220만 위안을 돌파했다. 공식 굿즈보다 낮은 가격으로 팬 층을 대중으로 넓힌 결과다.
〈YONHAP PHOTO-4335〉 케이팝 음반 수출 1분기에만 1억2천만 달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케이팝 굿즈샵에 케이팝 음반이 진열돼 있다. 케이팝 팬덤의 세계적 확산으로 2026년 1분기 음반(CD)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59% 증가한 1.2억 달러(원화 1천770억 원)로 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2026.4.28 [email protected]/2026-04-28 14:30:47/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7월 JYP는 샤오망(小芒)과 IP 라이선스·유통 협약을 맺었고, SM은 텐센트 뮤직과 자본금 4000만 위안의 합자회사를 세웠다. 이즈위(一直娛)는 HYBE, 샤오망은 JYP, M2UCAC는 SM과 짝을 이루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단순 하청이 아니라 제대로 된 콜라보다.
정책의 벽이 콘서트를 막을수록 K팝은 더 다양한 형태로 중국 일상에 스며든다. 공연장에 모일 수 없어도 감정 소비는 멈추지 않는다. 한류는 라이선스로 돈을 벌고, 중국 운영사는 판매자에서 협력자로 자리를 옮겼으며, 쇼핑몰은 트래픽을 얻는다. 팬은 사랑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받아 기쁘다. 이 감정 소비의 생태계가 중국에서 만들어 낸 숫자를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