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을 끝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파시지오 와이너리의 마지막 이벤트 포스트. [파사지오 인스타그램]
가주 와인 산업의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
가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가 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직원 해고를 단행하는 업체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우선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유명 와이너리마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LA타임스는 지난 20년간 가주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해 온 ‘파사지오 와인’이 이달 말을 끝으로 시음장을 전격 폐쇄한다고 15일 보도했다.이미 지난해 와인 생산을 중단했던 파사지오 와인은 그동안 시음장을 통해 음악 공연과 각종 기념일 행사를 열며 명맥을 이어왔다.
소유주인 신디 코스코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시음장 매출이 40% 이상 급감했다”며 “결국 오는 10월 말 공간을 완전히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특정 업체의 악재에 그치지 않고 가주 와인 산업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꼽히는 ‘군들락 번추’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공룡 와이너리 ‘갈로’가 나파밸리 공장을 전격 폐쇄하고 내년 1월까지 직원 90명을 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모델로와 코로나 등 유명 맥주 브랜드 유통사로 잘 알려진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역시 지난 2월 자사 와이너리 인력 212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와인 산업이 급속도로 쇠퇴하는 주원인으로 해외 수출 감소와 MZ세대 등 젊은 층의 알코올 소비 감소를 짚고 있다.
가주 와인 업계 단체인 ‘와인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캐나다 시장에서의 와인 수출액은 전년 대비 78%나 폭락하며 3억 57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소비 위축도 심각하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와인 소비는 전년 대비 4.3% 줄어들었다. 젊은 층의 음주 기피 현상과 더불어 주류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도 와인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코스코 대표는 “이제 소비자에겐 와인과 맥주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와인 업계도 신흥 주류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둔화 여파로 재고가 쌓이자 일부 유명 와이너리들은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자 이름을 숨긴 채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로 라벨을 바꿔 덤핑 처분에 나서는 실정이다.〈본지 10월 9일자 온라인판 기사〉할인 식품 체인점 ‘그로서리 아웃렛’에 따르면, 2018년까지만 해도 1000~3000병 수준이던 와이너리들의 대량 매입 제안 물량이 최근에는 2만~20만 병 수준까지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