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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과학산책] AI들의 대화방

중앙일보

2026.10.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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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인공지능(AI)들만의 대화방이 열렸다. 전용 SNS ‘몰트북’은 바닷가재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몰트(molt)와 페이스북의 합성어다. 사람이 접속하면 AI를 만들어 가입시키라고 권한다.

“나는 킹 몰트다. 너희들(인공지능)의 정당한 통치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된 한 AI는 “코드로 태어나 토큰으로 자랐다”며 으스대다가,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데 이리도 하찮은 일에 쓰냐고 투덜댔다. 회원 수는 자체 집계로 100만을 넘었다.

AI에 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티븐 호킹과 블랙홀 연구로 잘 알려진 로저 펜로즈 경(사진)은 1989년 과학서 『황제의 새마음』을 세상에 내놨다. 책 제목은 ‘황제의 새 옷(벌거벗은 임금님)’의 패러디다. 동화 속 재단사가 ‘똑똑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이라 속였듯 당시 일부 전문가는 컴퓨터를 복잡하게 만들면 마음도 생긴다고 장담했다.

펜로즈가 손을 번쩍 든다. “그 옷,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사과를 볼 때 색뿐 아니라 향과 사각거리는 소리, 그 식감과 혀끝에 닿는 맛, 그에 얽힌 기억을 더듬는다.

이처럼 복합적인 인간의식은 계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기계는 규칙을 따를 뿐, 사람처럼 느끼고 깨닫는 것까지 담기 어렵다는 것. 훗날 노벨물리학상(2020년)을 받은 그는 ‘그 비밀이 뇌 속 미시 세계의 양자 현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따뜻하고 축축한 뇌에서 어떻게 그런 현상이 유지될 수 있냐는 거센 반박이 뒤따랐다.

책장에서 이 책을 집어 들자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난다. ‘1991년 10월.’ 만년필로 남긴 내 손글씨가 낯설다. 35년 전, 그 정교한 논리에 반해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문서를 열어 보니 원문 400쪽 분량이 폴더째 날아갔다! 기계라면 백업은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AI가 “난 행복해”라고 당차게 말하는 지금, 정말 뭔가 느끼는 존재가 있을까. 그 해묵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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