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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프로스포츠 구단 지분 사는 사모펀드

중앙일보

2026.10.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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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미국 4대 프로스포츠 리그가 사모펀드(PEF)에 구단 지분을 팔지 않는다는 오랜 금기를 차례로 허물고 있다. 2019년 프로야구(MLB)가 사모펀드의 소수지분(경영권이 없는 지분) 투자를 처음 공식 허용했고, 2021년에는 프로농구(NBA)와 프로아이스하키(NHL)가 뒤를 이었다. 가장 보수적이던 미식축구(NFL)마저 2024년 8월 빗장을 풀었다.

변화의 근본 원인은 구단 가치의 폭등이다. 4대 리그 124개 구단의 가치를 합치면 약 5000억 달러(약 700조원)로 추산된다. NFL 구단의 평균 가치만 71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른다. 전통적인 구단주였던 개인 부호가 의미 있는 지분을 사려면 조 단위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NFL이 변화를 수용한 계기는 2023년 워싱턴 커맨더스 매각이었다. 초대형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인 조시 해리스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이 60억5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라는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가에 구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이후 인터뷰에서 약 50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으며, 당시 NFL 규정 때문에 사모펀드 자금을 활용하지 못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NFL은 소유구조 개편을 논의할 구단주 위원회를 꾸렸고 결국 2024년 8월 사모펀드의 소수지분 투자를 최종 승인했다.

리그별 사모펀드의 투자 한도는 조금씩 다르다. MLB·NBA·NHL은 개별 사모펀드가 한 구단 지분을 최대 20%까지 보유할 수 있다. 반면 NFL은 가장 늦게 개방한 만큼 규정도 가장 까다롭다. 한 구단의 사모펀드 지분 총합은 10%로 제한된다. 더불어 리그가 사전에 승인한 소수의 ‘허가된 펀드’만 참여할 수 있으며, 최소 6년간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문을 열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모펀드들은 왜 뛰어드는가. 답은 바로 중계권 수익이다. NFL은 리그 전체 수익의 약 66%가 중계권에서 나오고, NBA와 MLB도 각각 54%와 49%를 차지한다. 통상 10년 이상 장기로 체결되는 이 계약들이 구단 가치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사모펀드가 구단은 물론 미디어 판권, 데이터 기술, 팬 관련 사업 등 프로스포츠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550억 달러(약 77조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현시점 기준으로 74개 이상의 북미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수의 부호와 사모펀드의 공생이 미국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본격화된 것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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