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다. 거꾸로 윗물이 더러우면 아랫물도 더러운 법. 최근 지리산 청정 수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전북 남원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생활 하수가 하천에 그대로 방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마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방류되고 있다. 사진 수달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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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산청 주민 “우리가 먹는 물인데…” 반발
17일 남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남원시 산내면 대정마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가 덜 된 오폐수가 람천 상류에 방류됐다. 람천은 지리산에서 시작해 남원을 거쳐 낙동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환경단체 ‘수달친구들’이 지난 3일 대정 하수처리장 상공에서 드론으로 찍은 영상엔 수풀 쪽 하수 배출구에서 희뿌연 물이 계속 쏟아지는 장면이 담겼다. 인분 등 오염물질이 섞인 생활 하수가 하천에 그대로 흘러나왔다. 현장을 적발한 최상두 ‘수달친구들’ 대표는 “정화조도 거치지 않은 오수가 람천으로 방류됐다”며 “악취도 심했다”고 했다.
오폐수 방류 소식에 람천을 식수원으로 쓰는 경남 함양·산청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람천임천수질개선주민대책위원회·진주환경운동연합·함양시민연대 등 전북·경남 지역 23개 단체는 지난 11일 남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람천 오염은 전북을 넘어 람천을 식수원으로 쓰는 경남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남원시를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최소 4시간 이상 소요되는 정상적인 정화 과정을 무시하고 불과 2시간 만에 미처리 오폐수를 강제로 조기에 방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문책 ▶민간위탁 계약 해지와 시 직영 전환 ▶전북·낙동강유역환경청, 관내 하수처리시설 전수 조사 ▶람천·엄천강 수계 ‘국가하천’ 승격 ▶환경오염 현장 대응 매뉴얼 제정과 128(환경신문고) 신고 체계 개편 ▶남원-함양 수계 일원화 특별관리전담팀(TF) 구성 ▶하수처리장 용량 증설 등을 요구했다.
수달친구들·람천임천수질개선주민대책위원회·진주환경운동연합·함양시민연대 등 전북·경남 지역 23개 단체가 지난 11일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람천 오폐수 무단 방류를 규탄하고 남원시 관계자 문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수달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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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휴가철 피서객 몰려 하수 급증”
대정 하수처리장은 남원시가 만들어 민간 업체에 운영을 맡긴 곳이다. 해당 업체가 관리하는 다른 시설도 오폐수 방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인월면 중계펌프장에서 오폐수가 람천으로 유입됐다. 지난 4월엔 대정 하수처리장 인근 맨홀에서 오폐수가 역류했다. 6~7월 주생면·아영면 중계펌프장 인근 맨홀에서도 오폐수가 역류한다는 주민 제보가 잇따랐다. “마을 주민들이 수차례 하수 처리를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남원시는 방치했다”는 게 이들 단체 주장이다.
논란이 일자 남원시는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면서 하수 처리 용량을 초과해 벌어진 일”이라며 사과했다. “대정 하수처리장의 하루 처리 용량은 130t인데 200t이 넘는 생활 하수가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주말을 중심으로 계곡물 이용이 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하수(불명수) 유입이 겹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정 하수처리장은 SBR(Sequencing Batch Reactor, 연속회분식 반응조) 공법으로 운영되며, 하루 평균 처리량은 100t 안팎이라는 게 남원시 설명이다. SBR 공법은 미생물을 이용해 하수의 오염물질을 분해한 뒤 침전·방류까지 한 탱크에서 순서대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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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환경청, 과태료 200만원 부과
남원시는 “지난 3일 하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하수가 들어오자 (운영자가) 제어프로그램에 설정된 ‘고수위 운전 모드’로 전환해 포기·침전 공정을 거쳐 방류했다”며 “다만 과다 유입으로 처리 효율이 떨어지면서 일부 슬러지(찌꺼기)와 협잡물이 최종 처리 수조로 넘어가 방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탁한 물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남원시는 초과 유입된 하수는 다른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장기적으로 대정 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늘릴 방침이다. 현재는 유입량을 하루 130~140t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탁 업체엔 엄중 경고하고, 전북지방환경청 방류수 검사 결과에 따라 행정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남원시에 과태료 200만원과 개선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낙동강 수계에 있는 공공하수처리장 27곳을 긴급 점검할 계획이다. 안순엽 남원시 안전건설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설 운영 관리를 강화하고 초과 하수의 분산 처리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불명수 유입 저감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주민 불편과 하천 수질 오염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