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경찰이 화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전날 오전 8시 29분쯤 70대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사무소 안에 있던 가연성 물질에 불을 질러 8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스1
지난달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관리실 방화 사건 피해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 50대 A씨가 숨지면서다.
2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45분쯤 A씨가 사건 발생 일주일여 만에 사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 사망 피해자는 A씨를 비롯해 50대 주민, 50대 관리실 직원 등 3명으로 늘었다. 입원 치료 중인 나머지 4명 가운데 1명도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전 8시29분쯤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입주민 류모(71)씨가 불을 지르면서 류씨를 포함한 8명(남 2명·여 6명)이 화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류씨는 관리실에서 입주민 대표 등과 언쟁을 벌이던 중 격분해 건물 지하창고로 내려가 4L짜리 통에 담겨 있던 인화물질 일부를 깡통에 옮겨 담아 가져온 뒤 관리실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입구 등이 그을려진 모습. 경찰은 한 입주민이 관리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사건을 목격한 입주민은 “바깥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길래 확인해 보니 관리실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며 “달려가서 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관리실에 난 불은 약 20분 만인 이날 오전 8시48분쯤 진화됐다.
류씨는 화재 직후 현장에서 빠져나온 뒤 자신의 집으로 가 흉기를 들고 다시 나와 “다 죽여버리겠다” “할복하겠다”며 주민들을 위협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 당일 경찰은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경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경북 경산경찰서 형사팀, 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구성된 36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류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다만 전신화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류씨는 현재 의식은 있지만 대화가 어려운 상태여서 정확한 범행 동기 파악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류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대면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뉴스1
또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 주변인 탐문과 함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류씨 휴대전화와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직전 아파트 일부 CCTV가 훼손됐다는 주민 진술이 있었던 만큼 류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류씨가 평소 아파트 운영 문제 등을 놓고 관리실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고, 사건 전날에도 관리실 관계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 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류씨가 특정인을 겨냥한 보복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른 사실이 수사를 통해 입증될 경우 기존 혐의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