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부산 남구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출항 환송식에서 왕건함이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48진은 파병 기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미·이란 종전 합의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 내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건을 위해 당초 배제했던 해군 소해함(기뢰를 찾아 제거하는 함정) 파병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소형인 한국 소해함은 먼바다 항해엔 한계가 있어 대형 민간 운반선을 임차해 함정을 통째로 해협까지 싣고 가는 수송 방식이 거론된다.
14일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 내에선 종전과 해협 안정을 전제로 소해함을 파견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결국 (미국을 향한) 헌신의 문제라 소해함 파병도 선택지”라며 “처음부터 해협 재건에 전면 개입할지, 아니면 낮은 수위에서 차차 발을 담글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동시에 대미 안보 기여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고려에 따라 기뢰제거 작전에 전력을 투입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재개방될 경우 수중 기뢰 제거는 통항로 안전 확보를 위한 최우선 작전이 될 전망이다. 미 측 고위 당국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개막하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집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과 별도 회담을 열어 이란 전쟁의 수습·종식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G7 국가들이 (기뢰제거 작전에) 참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G7 회의 참석을 위해 현재 해외 순방 중이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해군이 기뢰제거용 소해함을 현장에 배치하는 데 여러 주가 걸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파병의 최대 관건은 국내법 절차다. 소해함을 파견하려면 국회에 별도의 파병 동의안을 발의해야 한다. 다만 야당 내부에서 파병 찬성 기류가 적잖아 정부가 결단을 내릴 경우 국회 문턱을 넘어서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해군의 소해함이 현지 전력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700t급 이하 소형인 소해함이 중동 먼바다까지 자력 항해 시 선체 파손 위험이 크고 시일도 수개월이 걸려, 정부 내부에선 대형 민간 운반선을 임차해 선체를 수송하는 방식이 언급된다. 이런 방식은 미 해군도 원거리 소해함 전개나 파손된 구축함 이송 시 민간 수송선을 임차해 활용하는 식으로 통용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항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한반도 대비 태세 및 국내법적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방부가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선 신중론도 만만찮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소해함 투입 여부는 아직 미국이나 영·프와 협의 단계가 아니다”며 “종전 서명이 이뤄져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실제 해협에 기뢰가 얼마나 부설되어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지 전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얼마나 부설했는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논의에 적극 참여 중”이라면서도 “국제법 및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운데 관계부처와 현실적 기여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 수위는 향후 정세와 주변국 반응에 연동 돼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루스 소셜을 통해 “종전 합의는 내일(14일) 서명될 예정이다. 서명 이후 즉시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노력을 지지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위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