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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해협 대치에 중국 변수 부상…이란 외무장관, 전격 중국행

중앙일보

2026.05.05 04:31 2026.05.05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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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다시 무력 대치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란 외교 수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미국이 중국의 이란 원유 거래를 정조준하자 중국과 이란이 서로를 외교적 지렛대로 삼아 대미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4월 23일 왕이(오른쪽)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 겸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5년 4월 23일 왕이(오른쪽)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 겸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며 “방중 기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급변하는 중동 및 국제 정세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아라그치 장관이 초청에 응해 6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양측이 지난달 15일 전화 통화로 전쟁 상황을 논의한 지 약 3주 만이다. 당시 왕 부장은 “호르무즈 해협 연안 국가인 이란의 주권과 안보, 합법적 권익은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국제 통행 해협의 항행 자유와 안전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휴전과 협상 추세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중동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 실현에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해협 문제에서는 미묘한 균형을 취한 것이다.

이후 이번 아라그치 장관의 방중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군사 충돌로 번지는 시점에 성사됐다. 미군은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 실행 첫날 호르무즈해협 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무력을 사용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지난달 8일 휴전 발효 이후 약 한 달 만에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며 응수했다.

이란으로선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과 밀착을 통해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이란 압박에 동참을 요구하며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는 미국에 맞서 아라그치 장관을 먼저 초청해 이란과 연대를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여한 중국 정유업체와 해운 네트워크를 제재 대상으로 올렸고, 이란과 거래 정황이 있는 중국 은행을 향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테러리즘의 최대 후원국이며, 중국은 이란 에너지의 90%를 구매하고 있다”며 “사실상 최대 테러 지원국에 자금을 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며 자국 기업들에 미국 제재를 따르지 말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아라그치 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중 대결 구도에서 미·이란 대치가 핵심 요소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전쟁과 관련된 사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게 베센트 장관의 설명이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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