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한국학교 학생들의 만세 삼창

권정순 전직교사
풀러턴 한국학교는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10개 한국학교 중 가장 많은, 약 350명의 학생이 다니는 대규모 학교다. 교장 선생님은 사랑과 정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선생님들에게도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하시는 분이다. 그 따뜻한 리더십 아래 학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정을 쏟는 선생님들, 그리고 탁자를 직접 옮기고 무거운 물통을 들며 학생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학부모 회장님의 솔선수범은 학교의 든든한 힘이다.
올해 풀러턴 한국학교의 3.1절 기념행사는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1교시에는 학생들이 태극기를 직접 만들었다. 음과 양을 나타내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도안에 색칠하고, 하늘, 물, 불, 땅을 상징하는 사괘에 정성껏 검은색을 채우며 태극기에 담긴 깊은 뜻을 배웠다.
2교시에는 유관순 열사 역할을 맡은 선생님께서 태극기가 그려진 흰 티셔츠에 검정 치마를 입고 선두에 섰고, 학생들과 TA, 교사들은 흰 상의와 검정 바지 또는 치마를 입은 채 손수 만든 태극기를 흔들며 교내를 행진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 교무실 외벽에 부착된 큰 태극기 앞 간이 연단에 모여 애국가를 제창한 뒤, 교장 선생님께서는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학교가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말씀을 전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큰 목소리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모국을 떠나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멕시코 등지에서 독립자금을 모았던 선열들의 애국 활동은 더욱 뜻 깊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남긴 “오렌지 하나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라는 말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문학 역시 그 시대를 반영한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는 만주 일대에서 항일 투쟁을 벌이던 독립군의 의지와 고향을 떠난 동포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갑이 아제’는 만주에서 홀로 벌목일을 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한다. 강물에서 목욕한 여윈 몸에 베옷을 걸친 채, 학의 날개짓 같은 몸짓으로 참담한 현실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구구절절한 소리로 풀어낸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한 민중의 삶과 소망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다. 모국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의 학교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보다, 이곳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를 때 더욱 깊은 울림을 느낀다. 첫 소절부터 눈시울이 젖는 경험을 하곤 한다.
먼 조국의 태극기를 직접 그리며, 선열들처럼 함께 만세를 외치는 한국학교 학생들의 가슴 속엔 분명 새로운 씨앗이 심어졌을 것이다.
권정순 / 풀러턴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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