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영화로 읽는 시대의 변화
올해로 개봉 70주년 맞은 '마티', 이탈리아 감성의 로맨스
1965년 첫 상영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
50주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 인권침해 고발
40년된 '아웃 오브 아프리카,' 초원서 핀 운명적 사랑 이야기
영화보다 더 치열했던 역사 논쟁, 올 30주년 '브레이브 하트'
![개봉 70주년 '마티', 오스카와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받았다. [United Artist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0/f8474c47-40a7-40d0-8fd5-a199e6bafa8a.jpg)
개봉 70주년 '마티', 오스카와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받았다. [United Artists]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는, 1945년작 ‘로스트 위켄드’, 1955년작 ‘마티’, 2019년작 ‘기생충’, 그리고 2025년의 ‘아노라’ 등 4편뿐이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64년 동안 불발되다 나온 2관왕이었다.
‘마티’는 정육점에서 일하는 소심한 이탈리아계 남자 마티(어니스트 보그나인)가 화학 교사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을 다뤘다. 보그나인은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의 악역 등 주로 조연이나 단역을 맡던 배우였으나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뉴욕 필름 영화제 남우주연상, BAFTA 남우주연상, 전미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등을 싹쓸이했다.
‘마티’는 보그나인을 위한 영화였다. 그 자신 이탈리아계 이민의 후손이었으며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이민자로 영어가 어눌하고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의 이미지로 마티를 연기, 세인의 공감을 샀다.
명배우 버트 랜캐스터가 제작, 35만 달러의 제작비로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개봉 60주년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 [20th Century Fox]](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0/cbdc0a28-fdbc-4726-bf68-4df9c4b6a52b.jpg)
개봉 60주년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 [20th Century Fox]
많은 뮤지컬 영화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많은 사람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영화에 나오는 ‘도레미 송’이나 ‘에델바이스’는 당시 한국에서 국민가요가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흥행을 거두자 1965년 20세기 폭스사가 영화로 제작,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와이즈), 음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견습 수녀인 마리아(줄리 앤드류스)가 알프스 산맥의 오스트리아의 명문가인 폰 트랩 가문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아이들의 사랑을 얻고,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밝은 노래들,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는 1965년 첫 개봉 후 무려 5차례나 재개봉했을 정도로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먼저 데뷔한 영국 배우 줄리 앤드류스는 이전 해 ‘메리 포핀스’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 2년 연속 수상을 노렸으나 ‘다링’에서 열연한 또 다른 영국 출신의 줄리 크리스티(닥터 지바고)에게 넘겨줘야 했다.
![개봉 50주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의 폭력성을 고발한 잭 니컬슨의 출세작 [United Artist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0/d42801c6-94fa-4f01-9e76-0be812efaab8.jpg)
개봉 50주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의 폭력성을 고발한 잭 니컬슨의 출세작 [United Artists]
‘아마데우스’(1984), ‘래리 플린트’(1996)로 잘 알려진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켄 캐시의 1962년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여 제4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최우수남우주연상, 최우수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5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면서 당시 미국 내 정신병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방 정부는 정신질환자들의 장기 입원을 제재하는 정책을 강구하였다.
커크 더글라스가 일찌감치 판권을 사들여 오랫동안 영화화를 기획했으나 주연을 맡기에는 자신이 너무 늙었다고 판단,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에다 판권을 넘겼다. 결국 마이클이 잭 니컬슨을 발탁하여 시대의 명작이 탄생하게 된다. 마이클은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첫 아카데미상을 안았다.
1963년 랜들 맥머피(잭 니콜슨)가 형무소행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상자로 위장하고 오리건의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병원은 수간호원 래치드(루이스 플레쳐)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랜들은 환자들이 모두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탈출을 시도한다.
루이즈 플레처가 열연한 간호사 밀드레드 래치드는 AFI 선정 ‘영화사상 최고의 빌런 캐릭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178cm의 장신의 풍모에서 우러나오는 위압감, 플레처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당시 청각 장애인인 부모를 위해 수화로 수상 연설을 했다. 무감정한 사이코패스 래치드와는 달리 따듯한 인간미의 소유자였다는 세평.
![개봉 40주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메릴 스트리프와 로버트 레 드포드 주연, 그 시대 최고의 로맨스 영화 [Universal Picture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0/d55838ba-78c9-40f7-b6f7-b44b7003bacf.jpg)
개봉 40주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메릴 스트리프와 로버트 레 드포드 주연, 그 시대 최고의 로맨스 영화 [Universal Pictures]
덴마크 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동명의 자서전을 시드니 폴락이 각색, 감독하였고 실제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촬영했다.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실존 인물이었던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리프), 여우조연상, 의상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2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 10배에 가까운 2억 272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세기 초, 자연의 생동감이 넘치는 아프리카 케냐의 초원을 배경으로 당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유럽 열강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결혼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온 덴마크 부호의 딸 카렌을 연기하고 약혼자 블릭센 남작의 외도로 별거에 들어간 사이 카렌 앞에 나타난 남자 데니스를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는 카렌이 늘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두 사람은 결국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에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모차르트가 죽기 전 작곡한 마지막 협주곡 클라리넷 협주곡 가장조!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함께 두 연인의 사랑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었다.
![개봉 30주년 '브레이브 하트', 전쟁의 잔인한 실상 묘사한 선구자적 영화 [Paramount Picture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0/4823262b-c01a-46ff-b4d3-edb75f0505d5.jpg)
개봉 30주년 '브레이브 하트', 전쟁의 잔인한 실상 묘사한 선구자적 영화 [Paramount Pictures]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스코틀랜드의 민속 음악과 함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장엄하고 비장한 분위기는 언제 보아도 ‘대작’으로 기억되기에 손색이 없다.
13세기 말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에서 활약한 전쟁 영웅 윌리엄 월리스의 사랑과 투쟁을 통해 잉글랜드 침입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한 스코틀랜드 민족의 정체성을 그린 영화. 멜 깁슨이 감독하고 스스로 월리스를 연기했다.
월리스는 자국의 귀족들을 신뢰한 대가로 적에게 생포되어 처형장으로 끌려간다. 자비를 구걸하면 고통 없이 죽게 해주겠다는 사형집행관과 군중을 향해,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Freedom)’를 외치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격렬한 역사 왜곡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월리스가 실존 인물이었고 그가 형장에서 처형됐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허구라는 역사학자들의 반론이 거세지면서 영국에서는 상영금지 요구까지 제기되었지만 정작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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