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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단국대 미주 아카데미를 마치며

단국 대학교가 주최하는 미주문학아카데미가 LA에서 1주일 간 열렸다. 시와 수필을 창작하는 코스로, 열기가 대단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의 교수이며 한국 문단의 최고봉에 있는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열강이 매일 오후 5시간씩 펼쳐졌다. 참가자 40여 명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인 작가들이었다. 북가주와 샌디에이고 쪽에서 온 작가들은 LA 인근의 호텔에 일주일 간 머물며 강의를 들었다. 2014년부터 해마다 단국대가 미주 작가들을 지원해 온 겨울 캠프로 많은 작가들이 도움을 받아왔다.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공통적 키워드는 훈련, 훈련, 훈련이었다. 많이 읽기, 매일 꾸준한 연습, 내용과 형태의 다양한 시도, 채찍질 같은 타인의 평가를 겸손하게 수용하며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낯선 환경을 과감히 접해보고, 자신의 우물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 흔들어 주면, 전혀 새로운 시어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특히 ‘나’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버리면, 작가가 객관화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된다고 했다. 시인은 ‘나’를 버리는 글쓰기 연습을 3년 동안 하라고 주문했다.   해이수 작가는 첫 강의에서 자신의 에베레스트산 등반과 호주 사막 여행,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 가졌던 사색과 독서 등이 자신의 인생과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해이수 소설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이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감동 받으려 노력하면, 타인의 삶에 울림이 있는 글을 쓰게 된다고 가르쳤다. 작가가 되겠다는 용기는 매일 쓰겠다는 결심과 훈련, 그리고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6일에 걸친 아카데미 강의는 미주 작가들이 느껴온 목마름이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제자리에서 시간 안에 20편 정도의 수필 작품을 읽어내고 평가하는 훈련을 했다. 시는 왜 꼭 12행 내외여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혔냐는 질책을 받으며 30행 이상의 시를 써내라는 과제를 받기도 했다.     오후 내내 강의를 들은 후, 다들 집에 가서 수필과 시를 밤늦도록 써서 다음날 제출했다. 그리고 도마 위의 생선처럼 혹독하게 난도질 받을 각오를 하고 합평 시간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배움에 진지했다.   미주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갈망은 6일간의 아카데미 캠프라는 단비를 맞았다. 시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고, 수필의 격을 높이는 싹을 틔웠다. 참가자들이 마지막 날 제출한 작품들은 시작 첫날에 제출한 작품보다 월등하게 좋아져 있었다.     우리 미주 작가들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스스로의 성장을 목격했다. 우리는 귀한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열정까지 나누어 받았다. 해마다 멀리 귀한 지원을 해주는 단국 대학교 미주 아카데미에 깊이 감사한다. 송마리 / 시인열린광장 아카데미 단국대 아카데미 강의 아카데미 캠프 단국대 문예창작과

2025-03-09

노래로 채우는 삶의 빈자리…17주년 ‘클래식 아카데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클래식 아카데미’(회장 배인철·뮤직디렉터 문혜원)가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매주 열리는 이 모임은 한국 가곡과 이태리 가곡을 배우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자리다. 단순한 음악 강습이 아닌, 삶을 나누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회원은 약 50명, 매주 30~40명이 참석한다. 평균 60~70대의 시니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은퇴 후 삶의 공허함을 채우고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배인철 회장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공허함을 노래로 채운다”며 “음악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클래식 아카데미에서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감정을 나눈다.   이옥겸 이사는 “노래를 부르면 과거가 떠오르고,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정을 느낀다”며 “클래식 아카데미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아카데미에서 13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두섭 박사는 “나이가 들어 공통적인 취미를 가지고 함께 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른다”며 “여러 사람들과 노래 부르고 삶을 나누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정을 나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중요한 부분이다.     문혜원 뮤직디렉터는 “많은 시니어들이 이 모임을 통해 행복과 만족감을 얻고, 다양하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래식 아카데미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미주평안교회(170 Bimini Place, LA)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회비는 매달 50달러다.     ▶문의:(213)453-8690 글·사진=강한길 기자아카데미 게시판 클래식 아카데미 클래식 음악 뮤직디렉터 문혜원

2025-03-05

올해 오스카 주인공 ‘아노라’ 작품상 등 5관왕 최고 영예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 반드시 그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술 작품을 시상 제도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인 모두는 오스카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일로 받아들인다.     오스카는 97년 동안 유지되어 온 그 나름의 성향과 전통이 있다. 비교적 보수적이고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다양성 추구를 선포했다. 유색 인종,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이 상당 부분 참여한 영화만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 이전에는 다양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격이다.       할리우드에도 권력이 있다. 모든 권력은 정치적이다. 할리우드 최대의 이벤트 아카데미 시상식은 언제나 정치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지난 1월 23일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고 각 제작사 및 배급사들의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분명 ‘에밀리아 페레즈’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칸 영화제에서 ‘아노라’에게 황금종려상을 양보(?)했지만,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면서 ‘에밀리아 페레즈’로 쏠리는 세인의 관심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레이스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아노라’의 상승세로 급선회했다.     최근 미국인들의 여권에서 ‘제3의 성’을 없애버린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 영향이었을까. ‘에밀리아 페레즈’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이없게도 주저앉고 말았다. 영화 속 주인공 에밀리아가 트랜스젠더이고, 에밀리아를 연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실제로 트랜스젠더 배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할리우드의 권력이 아직 너무나 보수적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13개 최다 부문 후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가상과 여우조연상(조 셀다나) 등 2개 부문에서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13개 부문에서 노미니된 작품이 이처럼 저조한 기록을 세운 건 2009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가 13개 부문에 후보를 내고 고작 3개의 상을 받은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겨졌던 국제영화 부문에서조차 ‘아이 엠 스틸 히어(I am still here)’에게 밀려 최대 이변을 낳았다.     아카데미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에밀리아 페레즈’ 대신,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신데렐라 이야기인 듯 보이는 ‘아노라’를 아카데미 5관왕으로 택했다. 코믹하고 엉뚱한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인간 드라마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아노라’는 주연 배우 마이키 매디슨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녀는 할리우드 권력의 핵심층인 유대계이다. 조연급 배우에 불과했던 매디슨은 러시아 갑부의 아들을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스트리퍼 아노라 역으로 칸 영화제에서 데뷔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아카데미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수상작’에서 벗어난 작품들에 작품상을 수여하는 이례적 성향을 보였다. ‘기생충’(2019)과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다양성 표방의 흐름 아래 ‘에밀리아 페레즈’의 선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신데렐라 ‘아노라’에게 왕관을 씌워주므로 그 이상의 모험을 하지 않았다.   비평가들이 선호했던 작품은 모든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헌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였다. 대체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의 감독에게 수여되는 전통에도 불구하고 브래디 코베이가 무난히 감독상을 받을 걸로 예상됐다. 6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브루탈리스트’는 2차 대전 유대계 건축가의 삶을 통해 무너져 내린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코베이의 역작이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2명의 젊은 감독, 작가주의 인디 영화의 기수 션 베이커와 AI를 도입, 저예산으로 놀라운 성과를 올린 브래디 코베이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쌍두마차 격으로 경쟁을 벌인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주목할 만한 변화다. 두 감독 모두 미국인의 다양한 밑바닥 삶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과 그 안에 담긴 사회 비판 정신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를 낸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의 셧다운은 다소 충격적이다. 포크록의 살아 있는 전설 밥 딜란의 전기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강력한 작품상 수상 후보는 아니었지만, 불과 28세에 이 시대 최고의 배우 대열에 들어선 티모시 샬라메의 호연은 주목받을 만했다.     자신의 영화를 직접 편집하는 감독 션 베이커는 이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에 ‘콘클레이브(Conclave)’에 수여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편집상 마저 수상하면서 4관왕의 업적을 달성했다. 이전까지는 디즈니의 창립자 월트 디즈니가 1954년 이룩한 4관왕이 유일한 기록이었다.       작곡가 다이앤 워렌은 ‘The Six Triple Eight’의 삽입곡 ‘The Journey’로16번째 오스카 주제가상에 노미니됐지만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서브스턴스(Substance)’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데뷔 45년 차 배우 데미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을 이변으로 여긴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메이크업 및 헤어스타일상이 유일한 수상인 ‘서브스턴스’와 같은 영화에 여우주연상을 수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변이었을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오스카 주인공 오스카 작품상 작품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2025-03-05

케이블TV 없는데…아카데미상 시상식, 어떻게 볼까

세계 최고 권위 영화 시상식이라 불리는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3월 2일 LA 돌비 극장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도 역시 ABC방송에서 생중계된다. 오후 3시 30분(동부시간)부터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며, 6시 30분부터 사전 쇼가, 7시부터 시상식이 진행된다. ABC방송은 1976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독점 중계해왔으며,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ABC방송이 시청 가능하면 채널만 맞추면 레드카펫 행사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반세기 가량 ABC가 독점 중계해온 전통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는 것. 지난해 12월 전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OTT 플랫폼인 ‘훌루(Hulu)’를 통해서도 시상식을 생중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ABC와 ESPN 등 95개 넘는 라이브 채널을 제공하는 ‘훌루+라이브 TV(Hulu + Live TV)’는 현재 회원가입 이후 3일 동안 무료 체험이 가능하며, 이후 월 82달러99센트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앱 스토어(안드로이드의 경우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다운받아 이용이 가능하다. TV로 시청하고 싶은 경우, 스마트TV를 사용한다면 앱을 다운받으면 되고 아닌 경우 ‘아마존 파이어 스틱(Amazon Fire Stick)’ 또는 ‘로쿠 스트리밍 스틱(Roku Streaming Stick)’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스틱은 일반TV를 스마트TV로 변환하거나 스마트TV에 추가적인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스틱을 TV에 연결하면 인터넷 연결을 통해 영화·TV프로그램·음악·앱·게임 등 다양한 컨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영화들 역시 각종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역대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는 ‘에밀리아 페레즈’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시청 가능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히트작을 영화화해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위키드’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대여·구매 가능하며, ▶지난해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작품 중 하나인 ‘듄:파트2’는 ‘맥스(Max)’에서 ▶배우 ‘데미 무어’를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려준 영화 ‘서브스턴스’는 ‘무비(Mubi)’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다. 현재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나머지 작품들도 추후 OTT 플랫폼에 제공될 예정이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아카데미상 케이블tv 아카데미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스트리밍 스틱

2025-02-27

고통 넘어선 모성, 희망을 지키다

독재는 영화의 영원한 소재다. 독재 하의 탄압과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어머니의 강한 모성과 용기는 종종 기적을 낳는다. 영화 ‘아이 엠 스틸 히어’는 남편이 독재 정권의 정보기관에 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채 돌아 오지 않는 가운데 5자녀와 가정을 지켜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이며 나라의 군사독재 시대를 견뎌낸 한 가족의 서사다.     199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등의 영화로 찬사를 받은 감독 바우테르 살리즈 감독은 불과 세 번째 영화로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그의 영화들은 브라질의 현실과 민중의 암울한 삶에 민감하다. 다큐의 리얼함과 극영화의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살리즈의 카메라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브라질 민중의 현실을 담아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앙역 앞에서 문맹들의 편지를 대필하는 일을 하는 괴팍한 노처녀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와 교통사고로 졸지에 엄마를 잃은 소년 조슈에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 ‘중앙역’에서 도라를 연기한 몬테네그로는 그해 베를린 영화제 은공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     브라질의 국민 배우 95세의 몬테니그로는 ‘아이 엠 스틸 히어’에서 그녀의 딸 페르난다 토레즈가 연기하는 저항의 여성 유니스의 말년을 연기하기 위해 잠시 등장한다. 토레스는 브라질 배우로는 최초로 2025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오는 3월 열리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부문에도 후보로 올라있다.     어머니가 수상하지 못한 오스카상을 27년 만에 딸이 수상하게 될지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아이 엠 스틸 히어’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1964년 군사 쿠데타 이후 1985년까지 브라질은 21년간 군사 독재하에 있었다. 강제 연행에 이은 고문, 실종, 살인 등의 잔혹한 인권 탄압은 그 나라 국민의 삶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이 시기에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많이 발표됐다. 영화는 브라질 국민들의 집단 트라우마를 그릇에 담아 민중의 정서를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살리즈 감독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1971년 일어났던 실제 사건에 바탕한 ‘아이 엠 스틸 히어’는 서사 속 서사의 형태로 진행된다. 국회의원 루벤스 파이바가 정보기관에 의해 연행되고 살해되기까지의 일들을, 그의 아들이며 추후 작가가 된 마르셀로 파이바가 회고록에 담아 정리한 이야기들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작가는 놀랍도록 삶에 낙관적인 어머니와 브라질 공동체를 동시에 영웅으로 묘사한다. 그의 가족들과 브라질 국민이 인내했던 고통과 어두웠던 과거를 공동체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어머니의 초상화로 정제했다.     1970년대 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 근처의 저택에 사는 파이바 가정. 가장 루벤스 파이바(셀튼 멜론)와 그의 아내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 그리고 다섯 아이가 동네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사는 나라가 잔혹한 군사 독재 정권 아래에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영화는 곧 군인들이 대마초를 피다 걸린 10대 소년들을 검문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테러리스트 명단과 닮은 얼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독재정권의 통제가 극에 달하던 시기임을 짐작게 한다.     어느 날,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선 후 1년간 피신해 있던 루벤스가 자녀들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만에 정보기관에 의해 끌려간다. 전직 의원 자격으로 증언해야 한다는 이유이지만 좌익 노동운동가 루벤스는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유니스는 남편이 사라진 후 홀로 가정을 지켜내야 하는 의무감으로 슬퍼할 여유조차 없다.     군사 독재 정부는 남편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유니스는 남편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남편을 찾아 헤맨다. 남편의 서명 없이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어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헬리콥터가 도시 상공을 날아다니며 시민들을 관찰한다. 언제나 낯선 사람들이 집 주위를 맴돌고 건너편에 주차한 차 안에서 요원들이 집안을 끊임없이 지켜 보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납치된 좌익 인사들에 대한 뉴스가 들여온다. 그런데도 유니스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으로 안아주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녀의 겸손한 결의에 사람들은 감화되고 세상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유니스는 어린 자녀들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숨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 브라질이 처한 현실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큰 아이들은 무언가 세상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어느 날 유니스마저 머리에 가방을 씌운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감금실은 피로 젖어 있고 변호사의 접견조차 거부된 채 12일 동안 격리된다. 그녀는 요원으로부터 사진들 속 사람들을 반란군으로 지목하도록 강요받는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여교사가 눈에 뜨인다. 주변의 비명이 벽을 뚫고 들어와 유니스의 영혼을 흔들어댄다.     마침내 1985년 군사 정권이 막을 내리고 유니스는 48세에 법대에 입학해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처럼 실종된 사람들을 정부가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운동가로 활동한다.     말미에 다다른 영화는 시작 부분의 평온함으로 다시 돌아가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을 했고 손자들이 할머니 주변을 뛰놀고 있다. 이즈음에 가족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은 이 가정이 경험했던 억압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지막 장면. 세월이 흘러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는 노년의 유니스(페르난다 몬테네그로)와 만난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남편 루벤스의 사진이 TV에 등장한다. 아나운서가 그를 저항의 영웅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니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어린다.     흥미진진하고 조용히 감동을 주는 영화이지만 비애의 우물이 깊다. 중요한 건, 유니스와 브라질 국민이 수십 년의 어두운 역사를 견뎌냈다는 사실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희망 모성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군사독재 시대

2025-02-05

한인 성 린 양, 사카고 바이올린 콩쿨 수상

매사추세츠주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 11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성 린(Lynn Sung) 양이 지난달 열린 시카고 바이올린 콩쿨(Chicago Violin Competition) 영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2023년 대회가 연기되면서 훨씬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했던 콩쿨로 매년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명망 있는 대회다.     린 양은 한국에서 한국예술영재원과 예원학교를 다니던 중 도미해, 2022년부터 명문 디어필드아카데미와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해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다. 린 양은 어릴 시절부터 한국에서 부암·성정·음연·스트라드콩쿨에서 1등, 음악 춘추·소년 한국 일보·KCO 등 다수의 콩쿨에서 입상했다.     또 레오니드코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수상, 프랑스 국제 바이올린 콩쿨 1등, 줄리아드 실내악 팀 콩쿨 우승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린 콩쿨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린 양은 음악만 하는 연주자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공부와 음악을 병행하고 있는데, 특히 매년 필리핀의 낙후된 지역에 아이들을 위해 바이올린 기부와 연주회를 열고, 또 전쟁 피해로 힘든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린 양은 “항상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종원 기자성 린 Lynn Sung 시카고 바이올린 콩쿨 Chicago Violin Competition 성 린 영 아티스트 부문 수상 디어필드 아카데미 한인 성 린 양 사카고 바이올린 콩쿨 수상

2025-02-03

‘봉준호 감독’ 조명한 전시 개최…내달 23일 아카데미 박물관

세계 최대 영화 전문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이 봄 특별전에서 봉준호 감독을 집중 조명한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오스카 수상 봉준호 감독의 창작 과정을 조명하는 첫 박물관 전시 ‘감독의 영감: 봉준호’를 내달 23일 개막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봉 감독의 스토리보드, 연구 자료, 영화 포스터, 콘셉트 아트, 소품 및 현장 사진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오리지널 전시물을 공개한다.     또 대표작 ‘괴물’(2006), ‘기생충’(2019) 등을 포함한 필모그래피와 영향을 준 영화도 탐구한다.     박물관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계층 불평등, 사회적 불의, 정치적·도덕적 부패 같은 국경을 넘나드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다”며 “깊이 있고, 예상치 못한, 생각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사회적 비판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전시 큐레이터는 미셸 푸에츠가 맡았으며, 보조 큐레이터로 니콜라스 바로우, 연구 보조로 호수에 로페즈와 정실 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23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진행되며 22일 '기생충'과 '옥자' 상영 및 봉준호 감독이 참석한다.     ‘감독의 영감: 봉준호’ 특별전은 2027년 10월까지 진행된다. 이은영 기자아카데미 봉준호 아카데미 박물관 봉준호 감독 박물관 전시

2025-02-02

2025년 영화계 ‘리부트의 해’….화제작 속편 줄이어

지난주 소개한 기대되는 2025년 상반기 개봉작 5편에 이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인 화제작 5편을 소개한다.     20세기 센추리 스튜디오 탄생 90주년을 맞는 영화계의 2025년은 리부트의 해다. 지면에 소개한 영화들 외에도 ‘위키드’, ‘카라데 키드’, ‘캡틴 아메리카’, ‘배드 가이즈’, ‘패딩턴’ 등 속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모두 차지한 배우 르네 젤위거가 21년 만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속편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로 빅스크린에 다시 돌아온다.   미션: 임파서블 ? 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제목에 보이는 ‘Final’(최종)이 정말 시리즈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일까. 62세 톰 크루즈의 나이 때문은 아니다. 시리즈 8번째 작품인 ‘더 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작사의 은근히 계산된 마켓팅 전략으로 보인다. 해리슨 포드가 70대의 나이에도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톰 크루즈의 IMF 정보원 이선 헌트는 아직 젊다. 시리즈의 전편 ‘데드 레코닝’의 속편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2022년 3월 영국에서 시작, 몰타, 남아프리카, 노르웨이 등지를 돌며 촬영을 마쳤다. 약 4억 달러의 역대급 제작비가 들어갔다. 5월 23일 개봉.   발레리나(Ballerina)   ‘존 윅’과 본드걸의 만남! 현존하는 최고의 핫한 여배우 애나 데 아르마스가 ‘존 윅’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첫 번째 스핀오프 ‘발레리나’를 이끈다. 2021년 007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했던 아르마스가 범죄 조직 루스카 로마 소속의 발레리나이자 킬러 이브로 출연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한다는 내용.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암살용 발레리나들을 양성하는 디렉터로 출연한 우 안젤리카 휴스턴, 전설적 킬러 존 윅 역에 키아누 리브스, ‘워킹 데드’의 노만 리더스가 출연한다. 아직 알려진 세부 사항이 많지 않다. 그간 수차례 개봉을 미루다가 6월 6일로 개봉일이 확정됐다.     주라식 월드 리버스 (Jurassic World Rebirth)   전작 ‘월드 도미니언’에서 지난 시대에 작별을 고했던 시리즈는, ‘윌드 리버스’를 통해 캐릭터들을 모두 갈아 치운다. 스카렛 요한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올스타 캐스트를 이끈다. 2025년 개봉작 중 최대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직 예고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수퍼볼 게임 중 예고편이 최초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있다.   ‘월드 도미니온’ 이후 5년이 지났다. 지구의 온난화로 선사 시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던 공룡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겨우 3마리가 살아남는다.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유전 인자가 필요하다.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캡틴 던컨(마허살라 알리), 그리고 생물학자 헨리(조나단 베일리)가 공룡으로부터 유전 인자를 추출하기 위해 파견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고질라’(2014)의 개러스 에드워즈가 감독을 맡았다. 원작 ‘쥬라기 공원’의 작가 데이비드 코엡이 다시 극본을 맡았다. 7월 2일 개봉.   수퍼맨 (Superman)   수퍼히어로의 상징 ‘슈퍼맨’은 ‘배트맨’, ‘원더우먼’과 함께 ‘DC 트리니티’로 불린다. 1938년 만화 시리즈로 세상에 처음 나온 이후 현재까지 약 6억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만화 판매량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의 수장 제임스 건이 내어놓는 ‘수퍼맨’은 어떤 모습일까. 건은 최근 그의 새로운 버전이 더 이상 ‘파시스트 적 환상’의 반복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고전의 현대화, 그러나 수퍼맨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치중했다는 뜻이다. 예고편에서 수퍼맨이 누워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장면은 수퍼맨의 선함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수퍼맨 역에 데이비드 코런스웻, 로이스 레인 역에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수퍼히어로 커플’로 확정된 후, 2024년 1월 촬영에 들어간 ‘수퍼맨’은 7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이 커플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시리즈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파이어 앤 애쉬 (Avatar: Fire and Ash)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카메라는 미지의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2편 ‘물의 길’의 속편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샘 워싱턴(제이크 설리), 조 살다냐(나이티리), 시고니 위버(키리), 스티븐 랭(마일 쿼리치)등 아바타 전작의 많은 출연진이 돌아올 예정이다.   윈시족이지만 고도로 진화한 나비 족의 고향,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인 판도라. 나비 족의 하이브리드 애쉬족이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25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여됐다. 9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12월 19일로 확정했다. 아직도 2029년과 2031년에 개봉 예정인 2개의 후속작이 남아 있다.   머티리얼리스트 (Materialists)   셀린 송과 다코타 존슨의 만남.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면서 단번에 할리우드의 주류 감독 대열에 들어선 한인 1.5세 감독 셀린 송이 ‘50가지의 그림자’, ‘마담 웹’의 스타 다코타 존슨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삼각관계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다.   탁월한 각본가로 평가되어온 셀린 송이 각본을 쓴 영화는 소니 픽처스가 투자를 담당하고 A24가 배급권을 가져갔다. 미국 개봉에 앞서 유럽의 영화제를 통해 데뷔할 예정이다.   뉴욕시를 배경으로, 부유한 사업가(페드로 파스칼)를 만나 여유로운 삶을 사는 중매업자(다코타 존슨), 그녀의 옛 애인(크리스 에번스)과 다시 관계를 이어간다. 그녀는 가난한 무명 배우,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다. 영화 제목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리고 있는 듯. 개봉일은 미정.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영화계 화제작 상반기 개봉작 아카데미 작품상 화제작 5편

2025-01-22

영화계 침체 속 새해 대작 줄고 흥행 노린다

오는 3월 8일 아카데미상 시상을 끝으로 2024년의 영화계는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2025년은 ‘기생충’(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봉준호 감독과 2023년 작품상, 각본상 후보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이 돌아오는 해이다.     2025년 개봉 예정인 영화 중 10편을 선정했다. 이번에 상반기 개봉작 5편을 먼저 소개한다.     백 인 액션(Back in Action)   2014년 은퇴를 선언한 캐머런 디아즈의 11년만의 복귀작.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었던 그녀의 마지막 작품 ‘애니’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제이미 폭스가 디아즈의 컴백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백 인 액션’은 가정을 위해 CIA 요원의 삶을 떠났던 전직 정보원 부부 에밀리와 맷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 부부는 가정을 위해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자들이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부부와 자녀들의 뒤를 쫓는다.     예고편 오토바이 추격 장면이 압권인데 런던 템즈강에서의 촬영 도중 폭스가 스턴트씬을 촬영하다 응급에 실려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카일 챈들러, 글렌 클로즈 등 출연. 오는 17일 개봉     미키 17(Mickey 17)   17번째 죽음을 앞둔 일회용 인간 미키17.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미리 세상에 나온다. 로버트 패틴슨이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이 재생되는 ‘소모품’으로 출연해 얼음으로 뒤덮인 미지의 행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임무를 수행한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기생충’ 이후 첫 번째 작품이자 그의 8번째 장편 영화다.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이은 4번째 SF이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영화로 봉준호의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을 봉준호 감독에게 선물했고 봉 감독은 소설이 출판되기 전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예측불허의 복제인간 스토리다. 디스토피아 SF에 봉준호식의 풍자가 가미됐다.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출연. 3월 7일개봉.     블랙 백 (Black Bag)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주인공 부부가 모두 정보 요원이라는 설정이 액션 코미디 ‘백 인 액션(Back in Action)’과 유사하다.     전설적인 스파이 조지 우드하우스와 아내 캐서린은 그들의 사생활과 스파이라는 직업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갈등한다.     국가의 1급 비밀이 유출되고 두 사람은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아내가 의심을 받게 되자 조지는 결혼과 국가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두 주연 배우 외에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다. 3월 14일 개봉.     알토 나이츠 (Alto Nights)   라이벌 갱 비토 제노베세와 프랭크 코스텔로, 1950년대 미국의 이탈리안 마피아의 최고 보스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 비토는 프랭크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프랭크는 다행히 생명을 건지지만, 부상이 심해 은퇴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거장 베리 레빈슨 감독의 갱스터 영화로 ‘언터처블’, ‘굿펠라스’, ‘아메리칸 갱스터’ 등의 수준급 범죄 물로 기대된다. 할리우드 최고의 팀들이 모여 그들의 방식으로 폭력과 음모를 다루고 미국의 범죄 역사를 재해석한다.   라이벌 갱 비토와 프랭크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지상에서 이 두 배역을 1인 2역으로 소화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배우, 로버트 드니로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캐서린 나르두치, 데브라 메싱, ‘쇼군’의 코스모 자비스가 함께 출연한다. 3월 21일 개봉.   백설공주(Snow White)   ‘백설공주’는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쫓겨나지만 일곱 난쟁이의 도움으로 구제되고 이에 분노한 새어머니가 자객을 보내 공주를 죽이려 한다는 16세기 독일의 민담에서 시작됐다. 그림 형제에 의해 1812년 최초로 동화로, 1937년 디즈니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영화가 발표됐다. 2016년 리메이크 기획에 들어간 이래 9년 만에 선을 보인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 백설공주 역에, 그리고 앤드류 버냅이 매력적인 왕자 역을 맡는다. 갤 가돗(원더우먼)이 아름다우나 질투심에 휩싸여 백설공주를 죽이려는 사악한 왕비 역에 캐스팅된 것이 흥미롭다.     공주를 지켜주는 일곱 난장이는 그간의 이미지에서 완전 탈피, 디즈니의 CGI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바비’를 쓴 그레타 거윅과 ‘세크리터리’의 에린 크레시다 윌슨이 각본을 썼다. 3월 21일 개봉.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영화계 흥행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작품상 작품상 각본상

2025-01-15

하버드 법대 석지영 교수, ‘배리상’ 수상

석지영(사진) 하버드 법대 교수가 미국 과학·문학 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Sciences & Letters)가 수여하는 저명한 학술상인 ‘배리상’(Barry Prize)을 수상했다. 매년 인류의 지식과 아름다움 등을 위해 뛰어난 기여를 한 학자들에게 수상되는 상으로, 수상자는 매년 아카데미 회원들이 지명하고 이사회에서 임명한다. 배리상 수상자는 상금을 받게 되며, 아카데미 회원 자격도 갖게 된다.     28일 아카데미 측은 배리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석 교수는 법과 법의 발전에 대한 심오한 지식, 그리고 개인 생활에서의 예리한 통찰력을 결합해 법이 우리 삶의 가장 친밀하고 민감하며, 사적인 차원에서도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학술적, 대중적 이해를 높이도록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석 교수의 학문은 예술적 표현, 언론의 자유, 문화적 정체성, 교육학, 심리 트라우마 등과 같은 분야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탐구한다”며 “아카데미는 인류에 대한 석 박사의 뛰어난 공헌을 기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아시안 여성으로는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로 임명된 인물이다. 뉴요커 매거진에 정기 기고하고 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하버드 하버드 법대 수상자 명단 아카데미 회원들

2024-10-28

필그림스 시낭송 아카데미 첫 발표회

지난 봄 시카고서 발족한 필그림스 시낭송 아카데미(대표 이미숙)가 오는 27일 오후 2시30분 윌링 소재 안디옥 교회(480 S. Elmhurst Rd. Wheeling)서 제 1기 발표회를 갖는다.     이미숙 대표는 "인생은 어떤 시점에서 '만남' 같다.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가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한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병원에서 임상치료의 방법 (심장병, 정신질환, 스트레스 질환, 치매 예방 등)으로 시낭송을 도입했다"며 "점점 더 많은 대학에서 시낭송학과를 개설해 시낭송을 통한 국민정서 함양과 개인의 꿈들을 펼쳐나가는 문들을 열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주에서는 시낭송 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이미숙 대표는 " 5년 전부터 시도했다가 그 꿈을 더 이상 덮어 둘 수 없어서 금년 초봄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와 저녁반을 시작한 것이 8개월째이며, 15명의 회원들이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문학 장르가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결정체, 문학의 최고봉은 '시'다. 시가 지향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며 우리가 기도하는 나라에 대한 소망이다. 이 모든 것을 담은 결정체인 시에 소리를 입히고 생명을 불어 넣어 전하는 전령사가 곧 시낭송가의 역할”이라면서 "문자 이전 역사와 교육의 주도는 말(언어) 곧 '소리'였다. 말(언어)이 주는 소리만큼 신속하고 빠른 정보 전달은 없다. 취미생활을 넘어서 시낭송은 지구 어느 모퉁이에서 그러나 가장 강력하고도 신속한 언어로 사람을 연결하고, 치유하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놀라운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시카고에 시낭송의 첫 씨앗을 심을 수 있어서 참 기쁘다"는 그는 "다음 세대 자녀에게 모국어를 남겨주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시를 낭송으로 접해 인생의 큰 재산을 만들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한다"고 덧붙였다. 문의=(224)477-9764.       배미순아카데미 필그림 시낭송 아카데미 시낭송 문화 이미숙 대표

2024-10-24

여성 아카데미, 추억의 기차 여행 다녀와

 지난 10일(목) 달라스문화센터 여성아카데미(원장 이형천) 회원들이 함께 모여 텍사스의 짧은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기차 여행 소풍 시간을 가졌다.   여성아카데미 공식 행사인 이번 소풍에는 마음이 맞고 시간이 되는 32명의 회원들이 손수 마련한 소풍 도시락을 들고 예전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들뜬 마음으로 오전 7시30분에 문화센터에 빌딩에서 만났다. 소풍 계획은 팔레스틴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해 둘러본 후 그곳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차역에서 1920년대 빈티지 기차를 타고 러스크(Rusk) 역에 내려서 주변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들은 목요일 오전에 함께 벤에 올라타 2시간 가량을 달려서 팔레스타인에 도착했다. 그곳에 내려서 만찬과도 같은 풍성한 음식을 점심으로 함께 나눠 먹고 주위를 풍경을 둘러본 후, 팔레스타인 역에서 역사적인 텍사스 주립 철도 기차(Texas State Railroad)를 타고 약 1시간 반 가량의 낭만적인 기차 여행 시간을 가진 후 러스크 역에서 내렸다. 참고로, 팔레스타인 기차역은 증기 기관차가 처음으로 미국 전역을 누비기 시작한 100여 년 저의 빅토리아 시대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러스크를 연결하는 빈티지 디젤 기관차는 여러 편의 시설과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테마 열차이다. 텍사스 주립 철도는 35편 이상의 다큐멘터리, TV 시리즈, 영화, 광도 등의 작품 촬영지로 활용된 곳이다. 러스크는 텍사스 주립 철도가 시작된 곳으로, 러스크 기차역에는 명예의 벽(Wall of Fame)도 마련되어 있다. 철로로 연결되는 이 두 도시는1972년에 주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형천 원장에 따르면 이번 소풍이 여성아카데미에서는 처음으로 갖는 가을 소풍이자 기차 여행이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바깥 나들이었기에 다들 들뜬 마음으로 기대했는데 날씨까지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하며, “특히, 달라스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빈티지 기차 여행을 하면서 도란도란 바깥 풍경을 보며 얘기도 나누고, 옛 정취가 묻어있는 기차역 및 그 주변에서 가을 풍경들을 둘러보면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눠 먹으니 모두가 함께 즐거워하고 기억에 남을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했다. 이번 가을 소풍 참가자들 중 한 회원은 “아기자기한 러스크 역 주변의 좁은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며 만난 소나무 숲과 작은 호수, 그리고 그 호숫가와 잘 어우러진 숲과 예쁜 뭉게구름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은 가을을 우리 모두가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문화센터 여성아카데미를 통해 소중한 분들과 웃음이 멈추지 않는 즐겁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진 이번 추억의 기차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고 여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형천 회장은 이번 기차 소풍 여행은 모두에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단조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며, 앞으로 매년 가을소풍 시간을 갖고 자연 속에서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친목과 우애를 다지는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조 기자아카데미 여성 달라스문화센터 여성아카데미 여성아카데미 공식 기차 여행

2024-10-17

나이야 가라!…93세 켄 박씨의 강 스매싱

지난 2일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 올해 93세인 켄 박(풀러턴)씨가 애런 김(89)씨와 탁구를 하고 있다. 박씨는 간결한 동작으로 랠리를 이어가다 기회를 잡으면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강한 스매싱으로 승부를 냈다. 언뜻 봐도 구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박씨는 “탁구는 내 건강 비결”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씨는 80세가 되던 해 처음 탁구에 입문했다. 이후 남가주 사랑의교회, 풀러턴 커뮤니티 센터에서 주 3~4차례 탁구를 즐긴 지 13년이 흘렀다. 지난 1일부터는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에서 라켓과 탁구공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박씨는 “탁구를 하면 좋은 게 젊은 사람들과 만나 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는 거다.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냥 집에 있으면 어울릴 사람이 없어 삶이 무료했을 거다. 탁구 덕분에 젊은 친구가 수십 명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탁구라며 각자의 건강 상태에 적합한 방식으로 즐길 것을 권유했다. 이어 “난 전반적으로 건강하다. 심하진 않지만, 퇴행성 관절염 증세가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정맥 증세로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았다. 관리하며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쉬는 시간을 합쳐 하루에 1시간 좀 넘게 탁구를 하는데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중, 고교 시절 달리기, 높이뛰기, 테니스, 배구를 섭렵했다. 나이가 들어선 골프도 쳤다. 박씨는 “순발력과 운동 신경 덕분에 80대와 탁구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출신이며, 소령으로 예편했다. 1980년 미국에 와 소매 할인 매장을 운영하다 20여 년 전 은퇴했다. 박씨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탁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스매싱 나이 탁구 아카데미 탁구 덕분 4차례 탁구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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