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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결혼, 진짜 가족 이야기로 선입견 벽 넘어

원작이 걸작인데 리메이크도 걸작이다. 아시안들의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그 중심에 한인들이 있고 영화를 만든 감독은 코리언 아메리칸이다.     아이덴티티의 세대 간 갈등을 주로 이야기하던 이전 한인 2세 감독들의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웨딩 뱅큇(The Wedding Banquet)’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퀴어들의 이야기다. 이제 한인들의 가정에도 성 정체성의 문제가 도래한 걸까.     2020년 ‘미나리’의 아이작 정 감독, 2023년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렌 송 감독에 이어 앤드류 안 감독이 메인스트림을 두드린다.     타이완 출신의 거장 앙 리 감독의 1993년 원작을 바탕으로, 두 LGBTQ 커플의 관계를 그린 영화 ‘웨딩 뱅큇’은 철저하게 즐거운 드라마 코미디다.     2005년 ‘브로우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던 앙 리 감독의 초기작 ‘웨딩 뱅큇’이 원작이다. 앙 리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안 감독으로 일찌감치 할리우드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와호장룡’(2000), ‘색, 계’(2007)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93년 앙 리의 원작 ‘웨딩 뱅큇’이 개봉되었을 때는 동성애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에이즈(AIDS)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영화에서 퀴어에 관한 표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은 동성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앤드류 안은 앙 리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아시안의 이야기로 확장하고 장소도 뉴욕에서 시애틀로 옮겨온다. 그는 원작의 냉소주의를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로 진화시켰다. 예측불허의 코미디, 그러나 진한 감동이 있다. 빠른 진행, 현란한 익살에도 가볍지 않다.   영화는 ‘동성결혼이 가능한 시대에 왜 주인공들은 가짜로 이성 결혼을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유학생 민(한기찬)은 숨어 있는 게이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의 상속자다. 민은 동성애자 연인 크리스(보웬 양)와 동거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집에는 또 다른 동성애 커플 안젤라(켈리 매리 트란)와 리(릴리 글래드스톤)가 룸메이트로 함께 살고 있다.     민의 엄격한 할머니(윤여정)는 민과의 화상 통화를 통해 민이 이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와 가업을 이어가라고 종용한다. 민의 학생 비자가 곧 만료된다. 크리스와 헤어지길 원치 않는 민은 고민에 차 있다.     민은 5년 차 보이프렌드 크리스에게 청혼한다. 할아버지가 알게 되면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릴 게 뻔하지만, 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할머니가 자신의 귀국을 포기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러나 크리스는 민의 청혼을 거부한다. 예술가 크리스는 민을 사랑하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본질에서 거부한다. 그는 관계에 얽매이기를 원치 않는다. 사랑에서도 자유를 지향하는 그에게 결혼은 공포다.     레즈비언 커플 리와 안젤라는 아기를 원한다. 여러 번 인공 수정에 실패해 실의에 차 있는 이들은 체외수정을 시도하고 싶지만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크리스가 그의 청혼을 거부하자 민은 절박한 상황에서 두 커플, 네 사람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낸다. 민과 안젤라의 가짜 결혼! 민의 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민은 안젤라와 리의 체외수정 비용을 제공하기로 한다. 네 사람은 ‘거래’를 결정한다. 당장 미국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마음에 민은 할머니에게 애인이 생겼다며 약혼하겠다고 통보한다.   어느 날 갑자기 민의 여자친구를 보기 위해 시애틀에 도착한 할머니. 이에 당황한 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시간. 그들은 부리나케 서로의 방을 바꾸고 집안 내 게이와 레즈비언의 흔적을 치워야 한다.     할머니는 민의 ‘약혼녀’ 안젤라를 만나고 결혼식을 계획한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민의 계획을 알 리 없는 할머니는 성대한 결혼식, 그것도 한국 전통혼례식으로 치를 것을 고집한다. 민의 가짜 결혼 계획은 이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안젤라와 크리스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 모든 걸 다 터놓는 사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마신 데킬라 만큼이나 우정이 두텁다. 서로에게 베스트 프렌드인 이 둘은 성 정체성의 반대 지점에 있다. 두 친구는 서로의 고민에 데킬라 샷을 마구 들이키고 만취 상태에서 그날 밤을 한 침대에서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알몸으로 있는 서로의 모습에 놀란 두 사람이 황급히 옷을 주워 입는다. 코믹의 최고점, 폭소의 하이라이트인 장면이다.     영화를 끌고 나가는 주동력은 두 배우의 연기다. ‘위키드’의 스타 보웬 양이 전체를 이끌고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이는 트란이 깊이를 더한다.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으로 2023년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 역량이 십분발휘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베테랑 조앤 첸과 윤여정이 각기 안젤라의 어머니와 민의 할머니로 출연한다. 이들은 진보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듯 보이지만, 실은 고정 관념의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고정관념의 범위를 좀 더 넓혀 간다.     4명의 동성애 주인공들 사이에도 고정관념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나와 다른 그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고정관념의 영역임을 감독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대입해 표현해간다.     사회적 규범은 늘 강압적이다. 주변의 편견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가한다. 연인 간, 부모와 자식 간에 성 정체성의 문제가 들어서며 세대 간, 이성간, 동성 간의 갈등이 제각기 다르게 작동한다.     스토리는 일단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거짓말로 얽힌 두 커플과 그들 가족 간의 복잡한 스토리가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을까.     결혼은 어느 한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가족은 모든 것을 수용한다. 영화는 젊은 세대 동성애 문화의 한 단면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내면을 보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가 동성 간의 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성 정체성의 문제를 그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웨딩 뱅큇’은 이 시대에 ‘퀴어란 누구인가’라는 이슈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서로의 숨기려는 부분을 숨겨주려는 따듯한 배려가 느껴지는 영화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선입견 이야기 가짜 결혼 아카데미 감독상 결혼식 그것

2025-04-09

로맨스 영화의 영원한 고전 '남과 여'

프랑스적으로 우울한 로맨스! 1966년 개봉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속에 로맨스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는 영화.     196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끌로드 를르슈 감독의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의 복원판이 LA와 뉴욕에서 재개봉된다.     ‘남과 여’는 단 3주 만에 완성됐다. 누구도 이 영화가 이후 프랑스 영화의 전설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28세 신인 감독의 작품이 획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줄거리에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두 주연 배우의 이미지로 채운 영상미 때문이었다.     여주인공 안느 역의 아누크 에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숙미와 남자 주인공 역의 장루이 트랭티냥의 깊이 있는 내면이 신비스럽고 로맨틱한 조화를 이루었다.   ‘남과 여’는, 스타일은 멜로드라마의 모든 것이라는 걸 입증해 보인 영화였다. 평범하고 밋밋한 듯 보이지만 극적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로 연출했고 안개처럼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이어지는 사랑을 잔잔하고 황홀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남과 여’에는 두 남녀 주인공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주제가 ‘러브 테마’다. 영화 촬영을 다 마치고 난 후, 를르슈 감독은 뭔가 부족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작곡가 프란시스 레이의 달콤한 음악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영화의 주제곡은 영화 못지않게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는 이후 ‘러브스토리’(1970)의 주제가를 작곡, 로맨스 영화 음악의 거장 반열에 오른다.     영화 스크립터 안느(아누크 에메)는 파리에 혼자 살고 있다.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근교 도빌의 기숙학교로 딸을 찾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홀애비 장루이(장루이 트랭티냥)도 다를 바 없다. 카레이서인 그는 아들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차를 몰고 도빌로 향한다.     안느는 딸과 보내는 행복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막차를 놓치고 만다. 일 때문에 파리로 돌아가야만 하는 안느, 당황해 하는 그녀에게 장루이가 다가간다.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남과 여는 이렇게 처음 만난다.     남자는 아름다운 안느에게 마음이 끌린다.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지만 안느는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도착할 무렵에야 얼마 전 스턴트맨으로 일하던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음 주에 함께 도빌로 가자는 장루이의 제안에 안느는 답 대신 전화번호를 적어 준다.     이후 두 사람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한가로운 파리의 거리를 누비고, 호젓한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안느는 장루이의 아내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카레이서 남편을 기다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주를 마친 장루이에게 안느는 “사랑해요”라는 단 한마디의 전보를 보내고 장 루이는 즉시 안느를 향해 달려간다.   2008년, 를르슈 감독은 속편 ‘남과 여, 20년후(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를 발표한다.     30대였던 두 주인공이 50대의 중년이 되어 다시 재회하는 내용이다. 전편이 영상미와 분위기 위주였다면 속편은 두 배우의 원숙한 연기력에 의존하여 영화를 끌고 나간다. 보사노바풍의 테마 음악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안느는 50대 중반의 영화제작자가 되어 있고 장루이는 여전히 카레이서로 일하고 있다. 장 루이의 아들은 결혼했고 안느의 딸은 엄마의 영향을 받아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딸이 장루이의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전하면서 두 사람은 20년 만에 재회한다.     안느는 장루이에게 20년 전의 추억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영화 속 자신의 역할은 안느의 딸이 맡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이후 영화는 영화 속 영화와 영화 밖 현실을 오가며 진행되지만 안느는 갑자기 영화를 중단해버린다. 중단되었던 그들의 사랑을 의미하는 듯.     2019년 를르슈 감독은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어 ‘남과 여’ 3편을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The Best Years of a Life)’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오리지널 발표 후 54년만의 일이다. 같은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노년의 두 배우가 다시 한번 안느와 장루이를 연기하며 이전 두 작품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요양원에 앉아 있는 80대 후반의 장루이. 그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아들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한때 사랑했던 여인 안느. 그는 안느와 함께 요양원을 탈출한다.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고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쫓아오는 경찰에게 총을 쏘아댄다. 꿈에서 깨어난다. 여전히 요양원 마당이다.   아들은 안느를 수소문, 아버지 앞에 데려온다. 그러나 설렘으로 찾아온 안나를 장루이는 알아보지 못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1966년의 원작이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안느를 장루이는 견디지 못하고 이 여자 저 여자의 품을 전전하다 결국 안느와 헤어지고 말았다.     장루이는 안느가 누군가와 닮았다면서 말한다. 자신에게도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노라고. 안느는 장루이의 ‘과거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의 운명에 얽힌 사랑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자신만을 사랑한다면서 자신을 떠나갔던 남자, 자신만을 사랑한다면서 이 순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 안느는 인제야 깨닫는다. 장루이가 자신을 떠났지만, 아직도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트랭티냥과 에메가 2022년과 2024년에 사망할 때까지 생전에 출연한 마지막 영화였다.     2015년 전도연, 공유 주연의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고, 8개월 후 서울에서 만나 다시 사랑을 이어가는 스토리! 를르슈 감독의 원작의 제목과 내용을 살짝 차용한 한국판 ‘남과 여’는 윤리와 책임감,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을 뒤로하고 뜨거운 장면 가득한 ‘불륜’ 이야기로 전개된다. 전도연의 우아한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사랑을 나누는 장루이와 안나. ‘남과 여’라는 제목의 4편의 영화가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 사랑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까.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로맨스 영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칸영화제 비경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2025-04-02

아카데미 작품상…영화로 읽는 시대의 변화

1929년 5월 26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루스벨트 호텔에서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9년 3월 역사적 100회를 맞는다. 아카데미는 지난 3월 5일 97번째 작품상 ‘아노라’를 비롯한 총 97개의 작품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올해로 개봉 30주년을 맞은 ‘브레이브하트’는 역사 왜곡으로 비난을 받았고, 50주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에서 행해지는 비인권적 폭력을 고발했다. 올해로 큰 생일(애니버서리)을 맞는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5편을 골라봤다.     ▶마티 (Marty, 1955년 개봉)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는, 1945년작 ‘로스트 위켄드’, 1955년작 ‘마티’, 2019년작 ‘기생충’, 그리고 2025년의 ‘아노라’ 등 4편뿐이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64년 동안 불발되다 나온 2관왕이었다.       ‘마티’는 정육점에서 일하는 소심한 이탈리아계 남자 마티(어니스트 보그나인)가 화학 교사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을 다뤘다. 보그나인은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의 악역 등 주로 조연이나 단역을 맡던 배우였으나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뉴욕 필름 영화제 남우주연상, BAFTA 남우주연상, 전미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등을 싹쓸이했다.       ‘마티’는 보그나인을 위한 영화였다. 그 자신 이탈리아계 이민의 후손이었으며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이민자로 영어가 어눌하고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의 이미지로 마티를 연기, 세인의 공감을 샀다.         명배우 버트 랜캐스터가 제작, 35만 달러의 제작비로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1965년 개봉)   많은 뮤지컬 영화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많은 사람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영화에 나오는 ‘도레미 송’이나 ‘에델바이스’는 당시 한국에서 국민가요가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흥행을 거두자 1965년 20세기 폭스사가 영화로 제작,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와이즈), 음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견습 수녀인 마리아(줄리 앤드류스)가 알프스 산맥의 오스트리아의 명문가인 폰 트랩 가문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아이들의 사랑을 얻고,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밝은 노래들,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는 1965년 첫 개봉 후 무려 5차례나 재개봉했을 정도로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먼저 데뷔한 영국 배우 줄리 앤드류스는 이전 해 ‘메리 포핀스’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 2년 연속 수상을 노렸으나 ‘다링’에서 열연한 또 다른 영국 출신의 줄리 크리스티(닥터 지바고)에게 넘겨줘야 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년 개봉)     ‘아마데우스’(1984), ‘래리 플린트’(1996)로 잘 알려진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켄 캐시의 1962년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여 제4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최우수남우주연상, 최우수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5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면서 당시 미국 내 정신병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방 정부는 정신질환자들의 장기 입원을 제재하는 정책을 강구하였다.     커크 더글라스가 일찌감치 판권을 사들여 오랫동안 영화화를 기획했으나 주연을 맡기에는 자신이 너무 늙었다고 판단,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에다 판권을 넘겼다. 결국 마이클이 잭 니컬슨을 발탁하여 시대의 명작이 탄생하게 된다. 마이클은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첫 아카데미상을 안았다.       1963년 랜들 맥머피(잭 니콜슨)가 형무소행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상자로 위장하고 오리건의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병원은 수간호원 래치드(루이스 플레쳐)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랜들은 환자들이 모두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탈출을 시도한다.       루이즈 플레처가 열연한 간호사 밀드레드 래치드는 AFI 선정 ‘영화사상 최고의 빌런 캐릭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178cm의 장신의 풍모에서 우러나오는 위압감, 플레처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당시 청각 장애인인 부모를 위해 수화로 수상 연설을 했다. 무감정한 사이코패스 래치드와는 달리 따듯한 인간미의 소유자였다는 세평.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5년 개봉)     덴마크 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동명의 자서전을 시드니 폴락이 각색, 감독하였고 실제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촬영했다.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실존 인물이었던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여우주연상(메릴 스트리프), 여우조연상, 의상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2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 10배에 가까운 2억 272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세기 초, 자연의 생동감이 넘치는 아프리카 케냐의 초원을 배경으로 당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유럽 열강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결혼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온 덴마크 부호의 딸 카렌을 연기하고 약혼자 블릭센 남작의 외도로 별거에 들어간 사이 카렌 앞에 나타난 남자 데니스를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는 카렌이 늘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두 사람은 결국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에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모차르트가 죽기 전 작곡한 마지막 협주곡 클라리넷 협주곡 가장조!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함께 두 연인의 사랑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었다.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년 개봉)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스코틀랜드의 민속 음악과 함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장엄하고 비장한 분위기는 언제 보아도 ‘대작’으로 기억되기에 손색이 없다.       13세기 말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에서 활약한 전쟁 영웅 윌리엄 월리스의 사랑과 투쟁을 통해 잉글랜드 침입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한 스코틀랜드 민족의 정체성을 그린 영화. 멜 깁슨이 감독하고 스스로 월리스를 연기했다.       월리스는 자국의 귀족들을 신뢰한 대가로 적에게 생포되어 처형장으로 끌려간다. 자비를 구걸하면 고통 없이 죽게 해주겠다는 사형집행관과 군중을 향해,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Freedom)’를 외치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격렬한 역사 왜곡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월리스가 실존 인물이었고 그가 형장에서 처형됐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허구라는 역사학자들의 반론이 거세지면서 영국에서는 상영금지 요구까지 제기되었지만 정작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아카데미 작품상 아카데미 작품상 작품상 수상작 아카데미 시상식

2025-03-19

[열린광장] 단국대 미주 아카데미를 마치며

단국 대학교가 주최하는 미주문학아카데미가 LA에서 1주일 간 열렸다. 시와 수필을 창작하는 코스로, 열기가 대단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의 교수이며 한국 문단의 최고봉에 있는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열강이 매일 오후 5시간씩 펼쳐졌다. 참가자 40여 명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인 작가들이었다. 북가주와 샌디에이고 쪽에서 온 작가들은 LA 인근의 호텔에 일주일 간 머물며 강의를 들었다. 2014년부터 해마다 단국대가 미주 작가들을 지원해 온 겨울 캠프로 많은 작가들이 도움을 받아왔다.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공통적 키워드는 훈련, 훈련, 훈련이었다. 많이 읽기, 매일 꾸준한 연습, 내용과 형태의 다양한 시도, 채찍질 같은 타인의 평가를 겸손하게 수용하며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낯선 환경을 과감히 접해보고, 자신의 우물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 흔들어 주면, 전혀 새로운 시어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특히 ‘나’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버리면, 작가가 객관화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된다고 했다. 시인은 ‘나’를 버리는 글쓰기 연습을 3년 동안 하라고 주문했다.   해이수 작가는 첫 강의에서 자신의 에베레스트산 등반과 호주 사막 여행,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 가졌던 사색과 독서 등이 자신의 인생과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해이수 소설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이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감동 받으려 노력하면, 타인의 삶에 울림이 있는 글을 쓰게 된다고 가르쳤다. 작가가 되겠다는 용기는 매일 쓰겠다는 결심과 훈련, 그리고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6일에 걸친 아카데미 강의는 미주 작가들이 느껴온 목마름이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제자리에서 시간 안에 20편 정도의 수필 작품을 읽어내고 평가하는 훈련을 했다. 시는 왜 꼭 12행 내외여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혔냐는 질책을 받으며 30행 이상의 시를 써내라는 과제를 받기도 했다.     오후 내내 강의를 들은 후, 다들 집에 가서 수필과 시를 밤늦도록 써서 다음날 제출했다. 그리고 도마 위의 생선처럼 혹독하게 난도질 받을 각오를 하고 합평 시간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배움에 진지했다.   미주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갈망은 6일간의 아카데미 캠프라는 단비를 맞았다. 시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고, 수필의 격을 높이는 싹을 틔웠다. 참가자들이 마지막 날 제출한 작품들은 시작 첫날에 제출한 작품보다 월등하게 좋아져 있었다.     우리 미주 작가들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스스로의 성장을 목격했다. 우리는 귀한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열정까지 나누어 받았다. 해마다 멀리 귀한 지원을 해주는 단국 대학교 미주 아카데미에 깊이 감사한다. 송마리 / 시인열린광장 아카데미 단국대 아카데미 강의 아카데미 캠프 단국대 문예창작과

2025-03-09

노래로 채우는 삶의 빈자리…17주년 ‘클래식 아카데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클래식 아카데미’(회장 배인철·뮤직디렉터 문혜원)가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매주 열리는 이 모임은 한국 가곡과 이태리 가곡을 배우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자리다. 단순한 음악 강습이 아닌, 삶을 나누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회원은 약 50명, 매주 30~40명이 참석한다. 평균 60~70대의 시니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은퇴 후 삶의 공허함을 채우고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배인철 회장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공허함을 노래로 채운다”며 “음악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클래식 아카데미에서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감정을 나눈다.   이옥겸 이사는 “노래를 부르면 과거가 떠오르고,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정을 느낀다”며 “클래식 아카데미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아카데미에서 13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두섭 박사는 “나이가 들어 공통적인 취미를 가지고 함께 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른다”며 “여러 사람들과 노래 부르고 삶을 나누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정을 나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중요한 부분이다.     문혜원 뮤직디렉터는 “많은 시니어들이 이 모임을 통해 행복과 만족감을 얻고, 다양하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래식 아카데미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미주평안교회(170 Bimini Place, LA)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회비는 매달 50달러다.     ▶문의:(213)453-8690 글·사진=강한길 기자아카데미 게시판 클래식 아카데미 클래식 음악 뮤직디렉터 문혜원

2025-03-05

올해 오스카 주인공 ‘아노라’ 작품상 등 5관왕 최고 영예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 반드시 그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술 작품을 시상 제도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인 모두는 오스카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일로 받아들인다.     오스카는 97년 동안 유지되어 온 그 나름의 성향과 전통이 있다. 비교적 보수적이고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다양성 추구를 선포했다. 유색 인종,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이 상당 부분 참여한 영화만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 이전에는 다양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격이다.       할리우드에도 권력이 있다. 모든 권력은 정치적이다. 할리우드 최대의 이벤트 아카데미 시상식은 언제나 정치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지난 1월 23일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고 각 제작사 및 배급사들의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분명 ‘에밀리아 페레즈’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칸 영화제에서 ‘아노라’에게 황금종려상을 양보(?)했지만,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면서 ‘에밀리아 페레즈’로 쏠리는 세인의 관심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레이스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아노라’의 상승세로 급선회했다.     최근 미국인들의 여권에서 ‘제3의 성’을 없애버린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 영향이었을까. ‘에밀리아 페레즈’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이없게도 주저앉고 말았다. 영화 속 주인공 에밀리아가 트랜스젠더이고, 에밀리아를 연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실제로 트랜스젠더 배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할리우드의 권력이 아직 너무나 보수적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13개 최다 부문 후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가상과 여우조연상(조 셀다나) 등 2개 부문에서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13개 부문에서 노미니된 작품이 이처럼 저조한 기록을 세운 건 2009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가 13개 부문에 후보를 내고 고작 3개의 상을 받은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겨졌던 국제영화 부문에서조차 ‘아이 엠 스틸 히어(I am still here)’에게 밀려 최대 이변을 낳았다.     아카데미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에밀리아 페레즈’ 대신,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신데렐라 이야기인 듯 보이는 ‘아노라’를 아카데미 5관왕으로 택했다. 코믹하고 엉뚱한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인간 드라마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아노라’는 주연 배우 마이키 매디슨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녀는 할리우드 권력의 핵심층인 유대계이다. 조연급 배우에 불과했던 매디슨은 러시아 갑부의 아들을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스트리퍼 아노라 역으로 칸 영화제에서 데뷔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아카데미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수상작’에서 벗어난 작품들에 작품상을 수여하는 이례적 성향을 보였다. ‘기생충’(2019)과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다양성 표방의 흐름 아래 ‘에밀리아 페레즈’의 선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신데렐라 ‘아노라’에게 왕관을 씌워주므로 그 이상의 모험을 하지 않았다.   비평가들이 선호했던 작품은 모든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헌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였다. 대체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의 감독에게 수여되는 전통에도 불구하고 브래디 코베이가 무난히 감독상을 받을 걸로 예상됐다. 6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브루탈리스트’는 2차 대전 유대계 건축가의 삶을 통해 무너져 내린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코베이의 역작이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2명의 젊은 감독, 작가주의 인디 영화의 기수 션 베이커와 AI를 도입, 저예산으로 놀라운 성과를 올린 브래디 코베이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쌍두마차 격으로 경쟁을 벌인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주목할 만한 변화다. 두 감독 모두 미국인의 다양한 밑바닥 삶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과 그 안에 담긴 사회 비판 정신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를 낸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의 셧다운은 다소 충격적이다. 포크록의 살아 있는 전설 밥 딜란의 전기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강력한 작품상 수상 후보는 아니었지만, 불과 28세에 이 시대 최고의 배우 대열에 들어선 티모시 샬라메의 호연은 주목받을 만했다.     자신의 영화를 직접 편집하는 감독 션 베이커는 이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에 ‘콘클레이브(Conclave)’에 수여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편집상 마저 수상하면서 4관왕의 업적을 달성했다. 이전까지는 디즈니의 창립자 월트 디즈니가 1954년 이룩한 4관왕이 유일한 기록이었다.       작곡가 다이앤 워렌은 ‘The Six Triple Eight’의 삽입곡 ‘The Journey’로16번째 오스카 주제가상에 노미니됐지만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서브스턴스(Substance)’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데뷔 45년 차 배우 데미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을 이변으로 여긴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메이크업 및 헤어스타일상이 유일한 수상인 ‘서브스턴스’와 같은 영화에 여우주연상을 수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변이었을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오스카 주인공 오스카 작품상 작품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2025-03-05

케이블TV 없는데…아카데미상 시상식, 어떻게 볼까

세계 최고 권위 영화 시상식이라 불리는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3월 2일 LA 돌비 극장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도 역시 ABC방송에서 생중계된다. 오후 3시 30분(동부시간)부터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며, 6시 30분부터 사전 쇼가, 7시부터 시상식이 진행된다. ABC방송은 1976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독점 중계해왔으며,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ABC방송이 시청 가능하면 채널만 맞추면 레드카펫 행사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반세기 가량 ABC가 독점 중계해온 전통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는 것. 지난해 12월 전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OTT 플랫폼인 ‘훌루(Hulu)’를 통해서도 시상식을 생중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ABC와 ESPN 등 95개 넘는 라이브 채널을 제공하는 ‘훌루+라이브 TV(Hulu + Live TV)’는 현재 회원가입 이후 3일 동안 무료 체험이 가능하며, 이후 월 82달러99센트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앱 스토어(안드로이드의 경우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다운받아 이용이 가능하다. TV로 시청하고 싶은 경우, 스마트TV를 사용한다면 앱을 다운받으면 되고 아닌 경우 ‘아마존 파이어 스틱(Amazon Fire Stick)’ 또는 ‘로쿠 스트리밍 스틱(Roku Streaming Stick)’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스틱은 일반TV를 스마트TV로 변환하거나 스마트TV에 추가적인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스틱을 TV에 연결하면 인터넷 연결을 통해 영화·TV프로그램·음악·앱·게임 등 다양한 컨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영화들 역시 각종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역대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는 ‘에밀리아 페레즈’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시청 가능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히트작을 영화화해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위키드’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대여·구매 가능하며, ▶지난해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작품 중 하나인 ‘듄:파트2’는 ‘맥스(Max)’에서 ▶배우 ‘데미 무어’를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려준 영화 ‘서브스턴스’는 ‘무비(Mubi)’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다. 현재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나머지 작품들도 추후 OTT 플랫폼에 제공될 예정이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아카데미상 케이블tv 아카데미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스트리밍 스틱

2025-02-27

고통 넘어선 모성, 희망을 지키다

독재는 영화의 영원한 소재다. 독재 하의 탄압과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어머니의 강한 모성과 용기는 종종 기적을 낳는다. 영화 ‘아이 엠 스틸 히어’는 남편이 독재 정권의 정보기관에 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채 돌아 오지 않는 가운데 5자녀와 가정을 지켜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이며 나라의 군사독재 시대를 견뎌낸 한 가족의 서사다.     199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등의 영화로 찬사를 받은 감독 바우테르 살리즈 감독은 불과 세 번째 영화로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그의 영화들은 브라질의 현실과 민중의 암울한 삶에 민감하다. 다큐의 리얼함과 극영화의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살리즈의 카메라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브라질 민중의 현실을 담아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앙역 앞에서 문맹들의 편지를 대필하는 일을 하는 괴팍한 노처녀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와 교통사고로 졸지에 엄마를 잃은 소년 조슈에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 ‘중앙역’에서 도라를 연기한 몬테네그로는 그해 베를린 영화제 은공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     브라질의 국민 배우 95세의 몬테니그로는 ‘아이 엠 스틸 히어’에서 그녀의 딸 페르난다 토레즈가 연기하는 저항의 여성 유니스의 말년을 연기하기 위해 잠시 등장한다. 토레스는 브라질 배우로는 최초로 2025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오는 3월 열리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부문에도 후보로 올라있다.     어머니가 수상하지 못한 오스카상을 27년 만에 딸이 수상하게 될지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아이 엠 스틸 히어’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1964년 군사 쿠데타 이후 1985년까지 브라질은 21년간 군사 독재하에 있었다. 강제 연행에 이은 고문, 실종, 살인 등의 잔혹한 인권 탄압은 그 나라 국민의 삶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이 시기에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많이 발표됐다. 영화는 브라질 국민들의 집단 트라우마를 그릇에 담아 민중의 정서를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살리즈 감독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1971년 일어났던 실제 사건에 바탕한 ‘아이 엠 스틸 히어’는 서사 속 서사의 형태로 진행된다. 국회의원 루벤스 파이바가 정보기관에 의해 연행되고 살해되기까지의 일들을, 그의 아들이며 추후 작가가 된 마르셀로 파이바가 회고록에 담아 정리한 이야기들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작가는 놀랍도록 삶에 낙관적인 어머니와 브라질 공동체를 동시에 영웅으로 묘사한다. 그의 가족들과 브라질 국민이 인내했던 고통과 어두웠던 과거를 공동체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어머니의 초상화로 정제했다.     1970년대 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 근처의 저택에 사는 파이바 가정. 가장 루벤스 파이바(셀튼 멜론)와 그의 아내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 그리고 다섯 아이가 동네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사는 나라가 잔혹한 군사 독재 정권 아래에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영화는 곧 군인들이 대마초를 피다 걸린 10대 소년들을 검문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테러리스트 명단과 닮은 얼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독재정권의 통제가 극에 달하던 시기임을 짐작게 한다.     어느 날,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선 후 1년간 피신해 있던 루벤스가 자녀들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만에 정보기관에 의해 끌려간다. 전직 의원 자격으로 증언해야 한다는 이유이지만 좌익 노동운동가 루벤스는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유니스는 남편이 사라진 후 홀로 가정을 지켜내야 하는 의무감으로 슬퍼할 여유조차 없다.     군사 독재 정부는 남편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유니스는 남편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남편을 찾아 헤맨다. 남편의 서명 없이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어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헬리콥터가 도시 상공을 날아다니며 시민들을 관찰한다. 언제나 낯선 사람들이 집 주위를 맴돌고 건너편에 주차한 차 안에서 요원들이 집안을 끊임없이 지켜 보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납치된 좌익 인사들에 대한 뉴스가 들여온다. 그런데도 유니스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으로 안아주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녀의 겸손한 결의에 사람들은 감화되고 세상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유니스는 어린 자녀들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숨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 브라질이 처한 현실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큰 아이들은 무언가 세상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어느 날 유니스마저 머리에 가방을 씌운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감금실은 피로 젖어 있고 변호사의 접견조차 거부된 채 12일 동안 격리된다. 그녀는 요원으로부터 사진들 속 사람들을 반란군으로 지목하도록 강요받는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여교사가 눈에 뜨인다. 주변의 비명이 벽을 뚫고 들어와 유니스의 영혼을 흔들어댄다.     마침내 1985년 군사 정권이 막을 내리고 유니스는 48세에 법대에 입학해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처럼 실종된 사람들을 정부가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운동가로 활동한다.     말미에 다다른 영화는 시작 부분의 평온함으로 다시 돌아가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을 했고 손자들이 할머니 주변을 뛰놀고 있다. 이즈음에 가족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은 이 가정이 경험했던 억압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지막 장면. 세월이 흘러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는 노년의 유니스(페르난다 몬테네그로)와 만난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남편 루벤스의 사진이 TV에 등장한다. 아나운서가 그를 저항의 영웅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니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어린다.     흥미진진하고 조용히 감동을 주는 영화이지만 비애의 우물이 깊다. 중요한 건, 유니스와 브라질 국민이 수십 년의 어두운 역사를 견뎌냈다는 사실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희망 모성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군사독재 시대

2025-02-05

한인 성 린 양, 사카고 바이올린 콩쿨 수상

매사추세츠주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 11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성 린(Lynn Sung) 양이 지난달 열린 시카고 바이올린 콩쿨(Chicago Violin Competition) 영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2023년 대회가 연기되면서 훨씬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했던 콩쿨로 매년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명망 있는 대회다.     린 양은 한국에서 한국예술영재원과 예원학교를 다니던 중 도미해, 2022년부터 명문 디어필드아카데미와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해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다. 린 양은 어릴 시절부터 한국에서 부암·성정·음연·스트라드콩쿨에서 1등, 음악 춘추·소년 한국 일보·KCO 등 다수의 콩쿨에서 입상했다.     또 레오니드코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수상, 프랑스 국제 바이올린 콩쿨 1등, 줄리아드 실내악 팀 콩쿨 우승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린 콩쿨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린 양은 음악만 하는 연주자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공부와 음악을 병행하고 있는데, 특히 매년 필리핀의 낙후된 지역에 아이들을 위해 바이올린 기부와 연주회를 열고, 또 전쟁 피해로 힘든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린 양은 “항상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종원 기자성 린 Lynn Sung 시카고 바이올린 콩쿨 Chicago Violin Competition 성 린 영 아티스트 부문 수상 디어필드 아카데미 한인 성 린 양 사카고 바이올린 콩쿨 수상

2025-02-03

‘봉준호 감독’ 조명한 전시 개최…내달 23일 아카데미 박물관

세계 최대 영화 전문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이 봄 특별전에서 봉준호 감독을 집중 조명한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오스카 수상 봉준호 감독의 창작 과정을 조명하는 첫 박물관 전시 ‘감독의 영감: 봉준호’를 내달 23일 개막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봉 감독의 스토리보드, 연구 자료, 영화 포스터, 콘셉트 아트, 소품 및 현장 사진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오리지널 전시물을 공개한다.     또 대표작 ‘괴물’(2006), ‘기생충’(2019) 등을 포함한 필모그래피와 영향을 준 영화도 탐구한다.     박물관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계층 불평등, 사회적 불의, 정치적·도덕적 부패 같은 국경을 넘나드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다”며 “깊이 있고, 예상치 못한, 생각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사회적 비판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전시 큐레이터는 미셸 푸에츠가 맡았으며, 보조 큐레이터로 니콜라스 바로우, 연구 보조로 호수에 로페즈와 정실 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23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진행되며 22일 '기생충'과 '옥자' 상영 및 봉준호 감독이 참석한다.     ‘감독의 영감: 봉준호’ 특별전은 2027년 10월까지 진행된다. 이은영 기자아카데미 봉준호 아카데미 박물관 봉준호 감독 박물관 전시

2025-02-02

2025년 영화계 ‘리부트의 해’….화제작 속편 줄이어

지난주 소개한 기대되는 2025년 상반기 개봉작 5편에 이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인 화제작 5편을 소개한다.     20세기 센추리 스튜디오 탄생 90주년을 맞는 영화계의 2025년은 리부트의 해다. 지면에 소개한 영화들 외에도 ‘위키드’, ‘카라데 키드’, ‘캡틴 아메리카’, ‘배드 가이즈’, ‘패딩턴’ 등 속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모두 차지한 배우 르네 젤위거가 21년 만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속편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로 빅스크린에 다시 돌아온다.   미션: 임파서블 ? 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제목에 보이는 ‘Final’(최종)이 정말 시리즈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일까. 62세 톰 크루즈의 나이 때문은 아니다. 시리즈 8번째 작품인 ‘더 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작사의 은근히 계산된 마켓팅 전략으로 보인다. 해리슨 포드가 70대의 나이에도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톰 크루즈의 IMF 정보원 이선 헌트는 아직 젊다. 시리즈의 전편 ‘데드 레코닝’의 속편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2022년 3월 영국에서 시작, 몰타, 남아프리카, 노르웨이 등지를 돌며 촬영을 마쳤다. 약 4억 달러의 역대급 제작비가 들어갔다. 5월 23일 개봉.   발레리나(Ballerina)   ‘존 윅’과 본드걸의 만남! 현존하는 최고의 핫한 여배우 애나 데 아르마스가 ‘존 윅’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첫 번째 스핀오프 ‘발레리나’를 이끈다. 2021년 007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했던 아르마스가 범죄 조직 루스카 로마 소속의 발레리나이자 킬러 이브로 출연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한다는 내용.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암살용 발레리나들을 양성하는 디렉터로 출연한 우 안젤리카 휴스턴, 전설적 킬러 존 윅 역에 키아누 리브스, ‘워킹 데드’의 노만 리더스가 출연한다. 아직 알려진 세부 사항이 많지 않다. 그간 수차례 개봉을 미루다가 6월 6일로 개봉일이 확정됐다.     주라식 월드 리버스 (Jurassic World Rebirth)   전작 ‘월드 도미니언’에서 지난 시대에 작별을 고했던 시리즈는, ‘윌드 리버스’를 통해 캐릭터들을 모두 갈아 치운다. 스카렛 요한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올스타 캐스트를 이끈다. 2025년 개봉작 중 최대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직 예고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수퍼볼 게임 중 예고편이 최초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있다.   ‘월드 도미니온’ 이후 5년이 지났다. 지구의 온난화로 선사 시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던 공룡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겨우 3마리가 살아남는다.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유전 인자가 필요하다.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캡틴 던컨(마허살라 알리), 그리고 생물학자 헨리(조나단 베일리)가 공룡으로부터 유전 인자를 추출하기 위해 파견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고질라’(2014)의 개러스 에드워즈가 감독을 맡았다. 원작 ‘쥬라기 공원’의 작가 데이비드 코엡이 다시 극본을 맡았다. 7월 2일 개봉.   수퍼맨 (Superman)   수퍼히어로의 상징 ‘슈퍼맨’은 ‘배트맨’, ‘원더우먼’과 함께 ‘DC 트리니티’로 불린다. 1938년 만화 시리즈로 세상에 처음 나온 이후 현재까지 약 6억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만화 판매량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의 수장 제임스 건이 내어놓는 ‘수퍼맨’은 어떤 모습일까. 건은 최근 그의 새로운 버전이 더 이상 ‘파시스트 적 환상’의 반복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고전의 현대화, 그러나 수퍼맨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치중했다는 뜻이다. 예고편에서 수퍼맨이 누워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장면은 수퍼맨의 선함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수퍼맨 역에 데이비드 코런스웻, 로이스 레인 역에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수퍼히어로 커플’로 확정된 후, 2024년 1월 촬영에 들어간 ‘수퍼맨’은 7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이 커플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시리즈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파이어 앤 애쉬 (Avatar: Fire and Ash)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카메라는 미지의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2편 ‘물의 길’의 속편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샘 워싱턴(제이크 설리), 조 살다냐(나이티리), 시고니 위버(키리), 스티븐 랭(마일 쿼리치)등 아바타 전작의 많은 출연진이 돌아올 예정이다.   윈시족이지만 고도로 진화한 나비 족의 고향,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인 판도라. 나비 족의 하이브리드 애쉬족이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25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여됐다. 9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12월 19일로 확정했다. 아직도 2029년과 2031년에 개봉 예정인 2개의 후속작이 남아 있다.   머티리얼리스트 (Materialists)   셀린 송과 다코타 존슨의 만남.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면서 단번에 할리우드의 주류 감독 대열에 들어선 한인 1.5세 감독 셀린 송이 ‘50가지의 그림자’, ‘마담 웹’의 스타 다코타 존슨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삼각관계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다.   탁월한 각본가로 평가되어온 셀린 송이 각본을 쓴 영화는 소니 픽처스가 투자를 담당하고 A24가 배급권을 가져갔다. 미국 개봉에 앞서 유럽의 영화제를 통해 데뷔할 예정이다.   뉴욕시를 배경으로, 부유한 사업가(페드로 파스칼)를 만나 여유로운 삶을 사는 중매업자(다코타 존슨), 그녀의 옛 애인(크리스 에번스)과 다시 관계를 이어간다. 그녀는 가난한 무명 배우,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다. 영화 제목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리고 있는 듯. 개봉일은 미정.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영화계 화제작 상반기 개봉작 아카데미 작품상 화제작 5편

2025-01-22

영화계 침체 속 새해 대작 줄고 흥행 노린다

오는 3월 8일 아카데미상 시상을 끝으로 2024년의 영화계는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2025년은 ‘기생충’(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봉준호 감독과 2023년 작품상, 각본상 후보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이 돌아오는 해이다.     2025년 개봉 예정인 영화 중 10편을 선정했다. 이번에 상반기 개봉작 5편을 먼저 소개한다.     백 인 액션(Back in Action)   2014년 은퇴를 선언한 캐머런 디아즈의 11년만의 복귀작.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었던 그녀의 마지막 작품 ‘애니’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제이미 폭스가 디아즈의 컴백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백 인 액션’은 가정을 위해 CIA 요원의 삶을 떠났던 전직 정보원 부부 에밀리와 맷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 부부는 가정을 위해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자들이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부부와 자녀들의 뒤를 쫓는다.     예고편 오토바이 추격 장면이 압권인데 런던 템즈강에서의 촬영 도중 폭스가 스턴트씬을 촬영하다 응급에 실려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카일 챈들러, 글렌 클로즈 등 출연. 오는 17일 개봉     미키 17(Mickey 17)   17번째 죽음을 앞둔 일회용 인간 미키17.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미리 세상에 나온다. 로버트 패틴슨이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이 재생되는 ‘소모품’으로 출연해 얼음으로 뒤덮인 미지의 행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임무를 수행한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기생충’ 이후 첫 번째 작품이자 그의 8번째 장편 영화다.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이은 4번째 SF이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영화로 봉준호의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을 봉준호 감독에게 선물했고 봉 감독은 소설이 출판되기 전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예측불허의 복제인간 스토리다. 디스토피아 SF에 봉준호식의 풍자가 가미됐다.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출연. 3월 7일개봉.     블랙 백 (Black Bag)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주인공 부부가 모두 정보 요원이라는 설정이 액션 코미디 ‘백 인 액션(Back in Action)’과 유사하다.     전설적인 스파이 조지 우드하우스와 아내 캐서린은 그들의 사생활과 스파이라는 직업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갈등한다.     국가의 1급 비밀이 유출되고 두 사람은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아내가 의심을 받게 되자 조지는 결혼과 국가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두 주연 배우 외에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다. 3월 14일 개봉.     알토 나이츠 (Alto Nights)   라이벌 갱 비토 제노베세와 프랭크 코스텔로, 1950년대 미국의 이탈리안 마피아의 최고 보스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 비토는 프랭크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프랭크는 다행히 생명을 건지지만, 부상이 심해 은퇴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거장 베리 레빈슨 감독의 갱스터 영화로 ‘언터처블’, ‘굿펠라스’, ‘아메리칸 갱스터’ 등의 수준급 범죄 물로 기대된다. 할리우드 최고의 팀들이 모여 그들의 방식으로 폭력과 음모를 다루고 미국의 범죄 역사를 재해석한다.   라이벌 갱 비토와 프랭크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지상에서 이 두 배역을 1인 2역으로 소화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배우, 로버트 드니로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캐서린 나르두치, 데브라 메싱, ‘쇼군’의 코스모 자비스가 함께 출연한다. 3월 21일 개봉.   백설공주(Snow White)   ‘백설공주’는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쫓겨나지만 일곱 난쟁이의 도움으로 구제되고 이에 분노한 새어머니가 자객을 보내 공주를 죽이려 한다는 16세기 독일의 민담에서 시작됐다. 그림 형제에 의해 1812년 최초로 동화로, 1937년 디즈니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영화가 발표됐다. 2016년 리메이크 기획에 들어간 이래 9년 만에 선을 보인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 백설공주 역에, 그리고 앤드류 버냅이 매력적인 왕자 역을 맡는다. 갤 가돗(원더우먼)이 아름다우나 질투심에 휩싸여 백설공주를 죽이려는 사악한 왕비 역에 캐스팅된 것이 흥미롭다.     공주를 지켜주는 일곱 난장이는 그간의 이미지에서 완전 탈피, 디즈니의 CGI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바비’를 쓴 그레타 거윅과 ‘세크리터리’의 에린 크레시다 윌슨이 각본을 썼다. 3월 21일 개봉.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영화계 흥행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작품상 작품상 각본상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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