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트럼프 시대에 맞춰 할리우드 '보수화'

엔터테인먼트 기업, DEI 정책 폐기
영화사 다양성 채용 대폭 줄어들어
보수층 관객 겨냥한 콘텐트로 변경
트럼프의 '어프렌티스' 재공개 예정

원문은 LA타임스 3월17일자 “Hollywood sweeps DEI under the rug” 기사입니다.

[LA타임스 포토 일러스트레이션]

[LA타임스 포토 일러스트레이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함께 할리우드가 추진했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불과 5년 만에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 이후, 미국 기업 전반에서 DEI 정책이 축소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할리우드와 미디어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민간 부문의 DEI 프로그램이 인종 및 성별에 기반한 ‘불법적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무부에 단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컴캐스트(Comcast Corp.)를 상대로 DEI 정책을 조사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DEI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채용 및 인사 관련 목표에서 성별, 인종, 민족성을 고려하는 기준을 삭제했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는 DEI 부서를 단순히 ‘포용성(Inclusion)’ 부서로 개편했다. 월트디즈니(Walt Disney Co.) 역시 경영진의 연봉 책정 기준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항목을 제거했다. 디즈니는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시리즈 Win or Lose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관련 스토리를 삭제하는 등 보수적인 문화전쟁 기조에 맞춰 행보를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DEI 정책의 후퇴는 새로운 흐름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주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DEI 관련 고위직들이 대거 사임하거나 해고되었으며, 이는 기업들의 다양성 정책이 일시적인 흐름에 불과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소수자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하면서 기업들의 DEI 후퇴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됐다.
 
최근 UCLA가 발표한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Hollywood Diversity Report)’에 따르면, 2024년 개봉한 최고 흥행 영화들에서 유색인종 배우가 주연을 맡은 비율은 25.2%로, 2023년 29.2%에서 감소했다. 또한, 유색인종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비율도 2023년 22.9%에서 2024년 20.2%로 하락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44%가 유색인종임을 감안하면 대표성 부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직장 내 DEI 직책 감소율은 전체 고용 감소율을 훨씬 웃돌았다. 인사 데이터 분석 기업 레벨리오 랩스(Revelio Labs)의 조사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마존 스튜디오 등 주요 영화사에서 DEI 관련 직책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EI 정책 후퇴는 트럼프 대통령과 주류 미디어의 갈등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 뉴스가 부통령이었던 카말라 해리스와의 60 Minutes 인터뷰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FCC 역시 CBS를 상대로 같은 사안을 조사 중이다. CBS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는 언론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 위반을 근거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편, 파라마운트의 최대 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은 트럼프와의 갈등을 해결해 데이비드 엘리슨의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와의 합병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사인 [연합뉴스]

할리우드 사인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DEI 정책 철폐와 맞물려, 할리우드는 보수 성향이 강한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주)’ 관객을 겨냥한 콘텐트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A&E는 보수층에서 인기가 높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덕 다이너스티(Duck Dynasty)’의 부활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트럼프가 진행했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를 프라임 비디오에서 다시 공개할 예정이다. 디즈니 계열 ABC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배우 팀 앨런(Tim Allen)이 출연하는 시트콤 Shifting Gears를 새롭게 론칭했고,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보수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논란성 주제를 콘텐트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DEI 정책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에서 DEI 정책을 총괄했던 카렌 혼(Karen Horne)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DEI 관련 노력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을 뿐, 내부적으로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할리우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기존 DEI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을 유지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할리우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이 잘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할리우드는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지 않으면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수적인 시청자층을 고려한 콘텐트를 제작하는 한편, 기업 내부적으로는 DEI 정책을 조용히 이어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DEI 정책이 단기적인 유행이었는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의 일부였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할리우드는 트럼프 시대에 맞춰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글=라이언 포너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