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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 찿아 떠나는 길섶에서

이기희

이기희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돌아올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사는 것이 힘들 때, 고독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을 때. 주름진 생의 고비마다 떠나고 싶었다. 피하고 싶었다. 허무와 방랑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돌아가야할,지켜내야할 무엇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리사가 마지막 내게 남긴 편지 접어 가방에 넣고 여행길에 오른다. 리사는 이제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믿기 어렵지만리사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태양이 지고 뜨는 것처럼 확실하게 아프다.
 
리사는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순수하고 착한 천사였다. 퍼즐과 레고 게임 천재고유머가 가득한 멘트로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사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탈없이 건강하던 리사가 응급실에 실려가기 5일 전에 쓴 편지다.  
 
‘Mom you deserve to be happy. You are a very special person. Be happy allthe time. Everybody loves you. You deserve happiness always. Thank you,Lisa. (마미는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모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리사)  
 
또박 또박 눌러쓴 편지가 너무 기특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더니 리사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리사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됐다.
 
나를 두고 홀로 떠나는 자신의 죽음을 리사는 감지하고 있었을까.
 
인생의 길은 수만 갈래다. 여러갈래로 흩어져 있어 가야할 길이 어딘지 알지못한다. 꿈꾸고 염원하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길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는지 모른다.
 
어릴 적 연날리기 할 때 연실을 한없이 풀어내야 하는데 기술 부족으로 내 연은 잘 끊어 먹히거나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기 예사였다. 그래도 찔레꽃 넝쿨 앞에 앉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취해 졸음을 참던 순간은 따스하고 행복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살면 살아진다. 청춘은 늙지 않는다. 길위에서 길을 찿는 바보짓이라도 하늘 끝까지 치솟는 연 따라 창공을 나르고 아지랑이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날들은 감미로웠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에 집착 했지만 다섯 번째 천하 순행 때 길위에서 49세로 죽는다. 절인 생선을 마차에 실어 그의 죽음을 은폐했는데 진시황제의 최후는 냄새나는 생선과 함께 썩어갔다 .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얻기위해 살아왔던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간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 나는 그냥 살아왔을 뿐이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없다.’-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리사의 마지막날들을 사랑으로 지켜준 딸과 아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낸다. 리사를 보내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내려 놓고 리사가 남긴 편지의 약속처럼 살기로 한다. ‘I am going to leave the pain and suffering behind on this tripand start anew.’ 길 위에서 다시 행복하기로 했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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