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늪에서 헤어나려면

덫에 걸리면 꼼짝 못한다.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들다. 늪도 마찬가지다. 늪에 빠지면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숙이 빠진다. 늪지대는 한번 푹 빠지면 중력에 의해 점토나 모래가 몸과 압착돼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늪’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빠져 들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위협하는 경지를 ‘늪에 빠지다’라고 한다. ‘도박의 늪’, ‘사채의 늪’, ‘유혹의 늪’ 등등 매우 부정적인 단어라서 ‘늪’이란 말은 이미 답이 없다는 뜻이 된다.   살면서 실수나 부주의로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눈 부릅뜨고 살면서 늪에 빠지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과욕의 끝은 파산이다.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능가하는 과욕은 파멸의 길을 간다.   ‘대박’과 ‘쪽박’은 한 끗 차이다. 한쪽은 웃고 다른 한쪽은 울지만 둘 사이에 공통점은 성공했던 실패했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점이다. 대박 나면 행운의 여신을 믿고 다시 배팅 해서 본전까지 날린다. 쪽박 찬 사람은 자기도 행운이 올 것 같은 조짐에 비비대기로 발목 잡혀 결국 알거지가 된다.   피테르 브뢰헬의 그림 ‘사순절과 사육제의 싸움’(1559, 판넬에 오일, 118cmx164cm, 빈 미술관 소장)’은 두 개의 구도로 나누어 사육제와 사순절의 대결 양상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사순절(Lent)은 부활절을 앞두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께서 겪은 고난에 감사하며 경건과 절제로 다가오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카니발Carnival)의 어원인 사육제(謝肉祭)는 고난 기간인 사순절을 맞이하기 전 인간 본능에 맞춰 마음껏 고기 먹고 한바탕 놀자는 축제다.   작품에는 200여명이 등장하는데 왼쪽은 술집 식당 여인숙, 오른쪽에는 교회가 보인다. 방탕한 축제 행렬과 경건, 속죄, 자선, 금식의 행렬이 그림 앞 가운데에서 마주친다. 사육제를 의인화한 인물은 돼지머리와 소시지, 닭들이 꽂혀 있는 꼬치를 들고 술통 위에 앉아 있다. 오른쪽 사순절을 상징하는 수레에는 나무 의자에 앉은 빼빼 마른 여인을 신부와 수녀가 힘들게 끈다. 이마에 재로 십지가를 그린 아이들과 불구자가 뒤 따르고 거지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다.   브뢰헬은 이 그림을 통해 종교적 관행에 매몰된 채 사회와 유리된 종교인들의 위선적인 모습과 사순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사순절의 고행을 억지로 따르거나, 반대로 사육제에서 방탕하게 즐기는 신구교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맹목적인 절기 준수보다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작품은 말한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사육제와 사순절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마음 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치열한 싸움에서 벗어나 영혼과 육신의 부활을 간구하는 사순절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내 금식은 삼 일을 넘기지 못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흔들린다. 위선과 탐욕의 허울을 벗지 못하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세상의 부정한 것들을 위해 TV 금식, 핸드폰 금식도 생겼다니 약간의 변명이 된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는 좋아하는 주기도문이다.     몸과 마음이 늪에 빠진 것처럼 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위로를 준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사순절과 사육제 오른쪽 사순절 축제 행렬

2025-04-0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유가 충만케 하리라

나이 들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것도 많다. 존경 받지 않고 무시 당한다고 서글퍼하지 마라. 존경도 위로도 가을 오후에 스치는 바람이다. 날아가는 방구 잡고 시비거는 꼴이다. 무너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살아서 움직여라. 누구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죽은 뒤에 후회할 일 있으면 지금 바로 잡으면 된다. 나쁜 짓 많이 하다 죽으면 바가지로 욕 먹을텐데 변명도 못하고 싸울 수도 없어 속상할 게 뻔하다.   나이 들수록 용감해져야 한다. 주눅 들 필요 없다. ‘운명’이란 단어에 매달려 살았으면 큰 맘 먹고 나이태 숫자만큼 힘찬 발길질로 ‘뻥’ 차서 날려 버려라. 골대 앞에서 내 공을 막을 사람은 없다. 두려워 하지 말라. 누구를 위해 목숨 걸고 살던 시절은 흘러갔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뜬구름처럼 흘러갔다 해도 빛바랜 일기장을 펼치면 어제의 추억이 먼지처럼 켜켜이 남아있다. 이제 그 흔적을 찿아 길을 떠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은 내 편이다. 남편 자식 친구 이웃, 명예와 물욕, 성공과 좌절, 행복과 불행마저도 타인의 방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내 인생을 닥달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지 못한다. 나이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살아 남았다.   눈물샘이 마르도록 절망으로 허우적거리던 모습을 인생이란 화폭에 그려 낸다면 비록 훈장은 받지 못해도 몇 개의 동메달은 목에 걸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발목 잡는 실수 범하지 말기를. 사랑이던 미움이던 함께한 순간은 축복이였다. 슬픔도 고통도 사랑의 꽃망울로 피어오른다.   치사하게 살지 않기로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싫으면 버린다. 떠난 사랑을 잊어버리듯 해묵은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다. 죽도록 사랑했던 시간들도 아낌없이 떠나보낸다.   흉내 내지 않고, 고집 부리지 않고, 잘난 체 하지 말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대로 생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사소한 일에 목 매달며 작은 일에 흥분하고 남 일에 참견하는 신경 끄고 소수의 정예 인원만 곁에 두면 사는게 수월해진다,   자식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기죽지 말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켜도 크게 유산 남길 처지도 아니면서 서운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기로 한다.   인생은 싸워서 이기는 투쟁이 아니라 담담하게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것.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길을 나홀로 간다. 망설이지 말고 소풍 가듯 김밥 몇 줄 주머니에 넣고 길을 떠난다. 오늘이 이 땅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도 별이 빛나는 길은 슬프지 않다. 간혹 멍 때리며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 비어 있는 시간이 어쩌면 가장 위로 받는 시간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고마운 사람에겐 예쁜 카드를 보낸다. 인사 못하고 떠날 수도 있으니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듬고 정리하면 마음이 풍요롭고 살아갈 공간이 넓어진다. 부족한 것은 다시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들은 주워 담기 힘들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소중한 무엇이 되면 멍에를 벗고 하늘 높이 날 수 있다.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 생각하면 늙다가 죽는다. 살아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면 자유가 인생을 충만케 하리라.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남편 자식 editions 대표 좌절 행복

2025-04-0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리

‘늙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 하네/ 벌겋게 힘들어 하네/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 하얀 구름 한 조각/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 남은 잔은 비우고 가세/ 가면 어때 저 세월 가면 어때 이 청춘’-‘나훈아 작사 작곡 노래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조각’은 2006년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나훈아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시적인 가사와 어우려져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흐름을 슬프고 애잔한 곡조로 가슴 저미게 한다.   오랫만에 조국땅을 밟는다. 고향땅이라고 부르기엔 북극성보다 아득히 먼 곳을 헤메다 돌아온 느낌이다. 모두 떠나버린 부둣가에서 가슴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뱃고동 소리는 세 차례 울린다고 한다. 떠나는 배에서 들려오는 첫 소리는 잘 있으라는 작별의 뜻이고 두 번째는 잘 다녀오라는 안녕을 기원하는 고동 소리다. 세 번째 뱃고동 소리는 재회를 약속하는 다짐이다.   재회의 약속을 나는 지키지 못했다. 비행기가 끝없는 허공을 날 때도 금의환향 돌아올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이 부풀었다. 익숙하던 모든 것들과 다정했던 사람들과 작별해도 울지 않았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낮선 땅 어눌한 언어로 부딫히는 일상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절망하지 않았다. 돌아가야 할 내 땅, 고향이 있는 나의 뿌리는 단단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깊고 맑은 우물과 봄이면 천지를 뒤덮는 비슬산 참꽃, 툇마루에 걸터 앉아 찔레꽃 향기에 스르르 잠이 들면 들 일을 나간 삼만이 아재가 샛노란 고들배기꽃과 아기똥풀 엮어 머리에 화관을 씌워 주었다.   나는 가난한 나라의 공주였다. 비록 멋진 옷과 화려한 치장이 없어도 공주는 울지 않는다. 빌 붙지 않으며 낮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다.   세월은 믿고 바라는 모든 것들을 바람에 날려 버린다.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는다. 내 것이 남의 것이 되고, 내 땅과 남의 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랑과 미움이 엇박자가 되면서 악함과 선함, 진실과 거짓이 분간하기 힘든 형국으로 바뀐다.   서울에 가면 택시를 즐겨 탄다. 택시 기사는 한국 정세를 밝히는 민중의 지팡이다. 신문 방송 볼 필요 없다. 현실의 맥을 잡는 살아 숨쉬는 생방송 뉴스다.   우리 국민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두뇌가 명석하고 창의력과 손재주가 탁월한데 얼빠진 정치인들 때문에 나라가 곤경에 처한다는데 전적으로 합의 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600달러를 기록해 세계 6위를 유지했다.   독불장군은 외롭다. 자기 고집대로 행동한다. 군중 속에 파묻혀 살면서 늘 외로웠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혼신을 다해 싸웠다.   회의 참석이나 사업 관계로 한국을 방문할 때도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시간에 쪼들려 만나기 힘들었다. 조금 벌어지면 점차 사이가 금이 간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난다. 노을 베고 누운 구름처럼 이 하늘 저 하늘 떠돌다가 바람이 머무는 곳에 둥지 튼다. 떠나간 사람은 잊었지만 남은 자는 흔적을 품는다. 긴 세월의 떼를 벗고 고교 동창생이 살갑게 일정을 챙겨준다.   수 십 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만난 동무처럼 낯설지 않다. 흘러간 시간은 재생이 불가해도 추억의 필름 속에 세월 베고 누운 구름 한 조각 떠오르지 않을까.   늙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 하기 전에 소녀처럼 까르르 웃을 만남을 기다린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세월 가면 구름 한조각 뱃고동 소리

2025-03-2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대 있음에 내가 있으니

허생원은 젊은 시절 꽤나 돈을 모은 적도 있었지만 노름으로 다 날리고 집도 절도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하지만 지난날 봉평 물레방앗간에서 마을 처녀와 보낸 하룻밤은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무더운 여름 조선달과 봉평장을 파하고 가던 길에 충주집에서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와 시비가 붙어 손찌검을 한다. 그날 밤 하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것 같이 산골 언덕배기를 수놓고 달빛마저 머금은 몽한적인 풍경 속을 세 사람은 장터로 떠난다. 이럴 때마다 허생원은 그 옛날 봉평에서의 애틋한 추억을 떠올린다.   냇가를 지나다 미끄러져 동이에게 업혀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동이가 왼손잡이인 걸 보고 아들임을 눈치채며 감회에 사로 잡힌다.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은 소설의 영역에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서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으로 가슴 저미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헤어져도 마냥 슬프지 않다. 긴 겨울 밤 삭풍에 문풍지 해져도 사랑은 얼어붙은 심장에 따스한 피를 돌게 한다.   사랑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해답이다. 사랑은 천만 개의 언어와 백만 개의 꽃송이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생명의 꽃을 피운다.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쳐도 사랑은 사랑을 위해 길을 터준다. 내 것이 아닌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 타인의 존재가 내 삶의 무게와 합해진다. 사랑은 길이가 아니라 무게다. 가슴 뚫고 지나가는 바람이 허수아비라 해도 사랑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영원히 그대를 기다린다.   산다는 것은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발을 땅에 굳건히 딛고 누군가를 위해 빛이 되고 그림자가 되는 일이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함께 있어도 넘치지 않는 사랑으로 서로의 가슴을 끈으로 묶는다.   길을 떠났다. 빈자리를 채워 줄 무엇인가를 찿기로 했었다. 빈 손으로 돌아왔다. 연민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손에 잡힌 연날리기 줄을 놓아버리면 사는 것이 한결 자유로워진다. 뒤척임을 끝맺으면 별들이 어둠과 작별하는 새벽이 온다.   다시 시작 할 무엇이, 사랑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존재하는 것들의 은밀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해도 그대 있음에 내가 있다면 나의 존재는 살아가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존재(存在)’는 정신적인 ‘존’(存)함과 물질적인 ‘재’(在)함을 포괄하는 단어다.   실존하는 모든 것은 존재한다. 존재는 실존의 객관과 주관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눈을 뜨면 다시 저녁이 오기를, 하루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픔으로, 기대도 희망도 없이 허무의 일기장에 낙서 하며,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해도 살아있는 것만큼 소중한 기적은 없다.   강력한 부정은 긍정으로 가는 첫 단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사실 만큼 정신적이고 물질적이며 살아가야 할 구원의 희망을 준다.   연결되지 않는 삶은 없다. 사랑은 모든 관계를 잇는 구심점이다. 내가 없으면 너도 없듯이 그대 사랑은 절뚝거리며 인생의 먼 길을 걷게 한다.   존재하는 것이 한 때 피어나고 사라지는 꽃잎 송별이라 해도, 메밀꽃 필 무렵 그대 손잡고 꿈결 같은 꽃 길 떠나는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그대 사랑 장돌뱅이 동이 가슴 저미

2025-03-18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심성은 일치

성리학(性理學)에서는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심성(心性)이 일치한다고 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명제 아래, 우주 자연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바탕으로 이기론(理氣論)을 발달시켰고, 다시 이를 근거로 하여 인간 심성의 발생 과정과 그 작용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실천의 철학적 근거를 해명하고자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유교는 공자와 맹자의 사상과 송나라 때 주희의 성리학(性理學) 사상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성리학은 조선의 통치이념이 되면서 선비들의 출세에 발판이 되었다. 주희의 성리학은 하늘과 인간 심성의 합일을 통하여 인간과 우주는 하나로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용에서 말하는 하늘의 명령인 성(性)을 따르는 것은 도(道)요, 이것을 되게끔 하는 것이 교(敎)라 한 것과 맥락이 같다.     조선시대 이황은 이(理)와 기(氣)는 서로 구분된다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했으나 이이는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장했다. 이 사상은 현재까지도 한국 유교철학에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퇴계는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을 분리시켰고, 율곡은 사단은 칠정의 선한 것만 추렸으니, 칠정인 기(氣)가 이(理)를 포함하는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했다. 퇴계는 '사단'은 하늘의 이치이자 본질이므로 이(理)로 보았고, '칠정'은 인간의 생각과 헤아림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므로 기(氣)로 보았다. 즉, 이기이원론을 주장했다. 사단(四端)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 즉, 선천적이며 도덕적 능력을 말하며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상편에 나오는 말로 실천도덕의 근거로 삼았다.     그 내용은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을 말한다. 칠정은 '예기(禮記)'의 예운(禮運)과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로 기쁨(희, 喜), 노여움(노, 怒), 슬픔(애, 哀), 두려움(구, 懼), 사랑(애, 愛), 미움(오, 惡), 욕망(욕, 欲) 일곱 가지 인간의 자연적 감정을 가리킨다. 유교에서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희노우구애증욕(喜怒憂懼愛憎慾)이라 한다. 어리석음과 두려움, 증오로 표현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원래 사단은 인(仁).의(義).예(禮).지(智)의 덕목이 관련된 윤리적 범주에, 칠정은 인간의 감정을 총칭하는 인성론의 범주에 각각 속하여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던 말이었다. 공자는 인(仁).예(禮)를 중히 여겼고, 맹자는 인(仁).의(義)를 중히 여겼다. 맹자는 인간은 선한 마음을 타고난다고 했으나, 순자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심성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인(仁).예(禮)로 소양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성리학(性理學)에서는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심성(心性)이 일치한다고 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명제 아래, 우주 자연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바탕으로 이기론(理氣論)을 발달시켰고, 다시 이를 근거로 하여 인간 심성의 발생 과정과 그 작용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실천의 철학적 근거를 해명하고자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퇴계는 영남학파가 되고, 율곡은 기호학파가 된다. 동서로 나누어지게 된다. 결국, 서인인 기호학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또 갈린다. 사단칠정론의 논쟁은 퇴계(1502~1571)와 기대승(1527~1572)의 사칠이기논쟁(四七理氣論爭)으로 시작되어, 조선 유학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퇴계와 기대승의 8년 논쟁(1559~1566) 끝에 기대승은 퇴계를 스승으로 모셨다. 그 후로 율곡(1536~1584)도 논쟁에 가세한다. 일본에서는 율곡보다 퇴계를 더 따른다. 퇴계의 사상이 성리학의 철학을 더 따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심성 하늘 인간 심성 한국 유교철학 철학적 근거

2025-03-1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 찿아 떠나는 길섶에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돌아올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사는 것이 힘들 때, 고독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을 때. 주름진 생의 고비마다 떠나고 싶었다. 피하고 싶었다. 허무와 방랑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돌아가야할,지켜내야할 무엇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리사가 마지막 내게 남긴 편지 접어 가방에 넣고 여행길에 오른다. 리사는 이제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믿기 어렵지만리사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태양이 지고 뜨는 것처럼 확실하게 아프다.   리사는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순수하고 착한 천사였다. 퍼즐과 레고 게임 천재고유머가 가득한 멘트로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사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탈없이 건강하던 리사가 응급실에 실려가기 5일 전에 쓴 편지다.     ‘Mom you deserve to be happy. You are a very special person. Be happy allthe time. Everybody loves you. You deserve happiness always. Thank you,Lisa. (마미는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모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리사)     또박 또박 눌러쓴 편지가 너무 기특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더니 리사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리사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됐다.   나를 두고 홀로 떠나는 자신의 죽음을 리사는 감지하고 있었을까.   인생의 길은 수만 갈래다. 여러갈래로 흩어져 있어 가야할 길이 어딘지 알지못한다. 꿈꾸고 염원하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길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는지 모른다.   어릴 적 연날리기 할 때 연실을 한없이 풀어내야 하는데 기술 부족으로 내 연은 잘 끊어 먹히거나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기 예사였다. 그래도 찔레꽃 넝쿨 앞에 앉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취해 졸음을 참던 순간은 따스하고 행복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살면 살아진다. 청춘은 늙지 않는다. 길위에서 길을 찿는 바보짓이라도 하늘 끝까지 치솟는 연 따라 창공을 나르고 아지랑이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날들은 감미로웠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에 집착 했지만 다섯 번째 천하 순행 때 길위에서 49세로 죽는다. 절인 생선을 마차에 실어 그의 죽음을 은폐했는데 진시황제의 최후는 냄새나는 생선과 함께 썩어갔다 .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얻기위해 살아왔던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간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 나는 그냥 살아왔을 뿐이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없다.’-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리사의 마지막날들을 사랑으로 지켜준 딸과 아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낸다. 리사를 보내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내려 놓고 리사가 남긴 편지의 약속처럼 살기로 한다. ‘I am going to leave the pain and suffering behind on this tripand start anew.’ 길 위에서 다시 행복하기로 했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마지막 편지 everybody loves special person

2025-03-0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과 손이 잉태하는 아름다움

세월은 쉬지 않는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돌아온다. 눈사태로 꽁꽁 얼어붙었던 천지가 밝고 따스한 햇살 아래 녹아내린다. 서글프고 차갑던 가슴이 열리고 마음도 어느새 말랑말랑해졌다. 날씨가 풀리면 몸도 마음도 따스해진다. 봄이 오면 텃밭에 생명을 일구는 푸성귀처럼 세월에 묻혀 살아갈 생각을 한다.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1472-1475, 목판에 유채, 우피치(Uffizi) 미술관)는 성모마리아가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예수의 잉태를 고지 받는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가브리엘 천사 날개 깃털의 세밀함과 순결을 뜻하는 푸른 옷을 입은 마리아가 읽고 있는 성서의 펄럭임, 미세하게 떨리는 마리아의 섬세한 손가락 등은 예수의 잉태 사실을 그린 수많은 그림들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에서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했는데 ‘Sfumato’는 ‘연기처럼 흐린, 흐릿한’이란 뜻이다. 색상 간의 전환을 부드럽게 그려 눈이 초점을 맞추는 영역 너머 초점이 맞지 않는 면을 모방하는 회화 기법이다.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색깔과 톤 사이의 부드러운 전환을 만들어내는 정교한 음양법이다. 주로 밝은 영역에서 어두운 영역으로 선이나 경계 없이 미묘한 단계적 변화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다빈치는 먼 배경의 객체를 흐릿하게 표현하는 대기원근법을 최초로 사용한 화가다. 뒤쪽 사선의 돌 건축물을 통해 시선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투시원근법을 사용했는데 투시원근법은 소실점에 맞춰 선을 연장시켜 입체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원근법은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길 때 일정한 시점에서 본 것을 멀고 가까운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네이처지가 인류 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에 가장 창의적인 인물 1위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선정했다. 다빈치는 평생 기술과 과학, 예술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창의적인 노력을 끓임없이 시도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과학자, 발명가, 엔지니어, 해부학자, 음악가, 지질학의 선구자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다빈치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예술가이고 창조를 꿈꾸는 도전자였다. 다빈치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였다. 새가 날 수 있다면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빈치의 천재성은 호기심과 창의성에서 비롯된다.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행동으로 연결해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새로운 무엇을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하찮은 작은 일에도 새로운 도전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계절은 싱그럽고 아름답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영혼이 손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뜨거운 영혼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돌이켜보면 아름답지 않는 어제는 없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봄이 오면 호기심 가득한 눈 비비며 대지를 가지각색으로 물 들일 창조자의 손길을 그리워한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있는 모든 것이 창조다.   그대 떠나도 세월이 다시 오는 것처럼, 오늘보다 나은 내일 위해 옷깃을 여민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레오나르도 다빈치 잉태 사실 가브리엘 대천사

2025-02-2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이 집착이 되면

내 것이 아닌 것은 남의 것이다. 집착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을 말한다. 타인이나 내 것이 아닌 것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현상이다.   과도한 집착은 인간 관계를 무너트리고 불행의 화근이 된다.   사랑이 집착이 되면 종국에는 파멸의 길로 간다. 누군가를 끔직이 사랑하면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착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이 아니다.   흔히들 사랑이 집착이라고 착각한다. 사랑과 집착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 자체가 다르다. 사랑이 상대를 배려하고 입장을 존중하는데 비해 집착은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한다.   사랑에는 배려심이 포함되어 있지만 집착은 이기심이 포함되어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해 줄까 끝없이 고민하고 희생하며 노력한다.   집착은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프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행복해지면 그것은 집착이다.   인형놀이가 지루해지면 인형은 버려진다. 사랑은 아끼고 배푸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면 결별이 해답이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잊혀진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집착은 불행의 원천이 된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간섭은 자식을 병들게 한다. 부모의 어긋난 자식 사랑과 이기심, 과잉된 경쟁으로 미혼으로 혼밥을 먹고 결혼을 외면하는 자녀들이 속출한다.   토끼나 다람쥐는 새끼가 필요로 할 때는 목숨 걸고 보호하다가 자라면 새끼에 대한 집착을 끊고 각자도생 하게 내버려둔다.   남편은 남의 배에서 나왔지만, 자식은 내 배에서 나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찌질하다. 자빠지든 엎어지든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쿨하게 대처하는 게 상수다,   ‘헬리콥터 부모’는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빙빙 돌며 전반적인 생활을 간섭하는 부모를 말한다. 자식이 잘 되면 온 가족이 신분상승 하는 것처럼 수다 떠는 부모가 있는 한 자녀들은 사랑과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새장에서 날려 보내라. 돌아오면 내것이고 돌아오지 않으면 애초에 내 것이 아니였다(If you love someone, let them fly out of the cage. If they come back, they are mine. If they don’t come back, they were never mine in the first place.) 내가 즐겨 사용하는 문구다.   사랑은 상대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다. 집착은 상대가 고통스럽고 슬프든지 상관없이 자신만 행복하면 만족한다.   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 이름을 모른다. 새로 직장을 옮긴 사위 회사 직함을 딸에게 물었더니 딸도 잘 모른단다. 그래도 애들 부부는 알콩달콩 잘 산다. 내 간섭과 보호없이 자기들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손주들에겐 애교를 떤다. 알록달록한 발렌타인 카드 사서 눈꼽 만큼 적은 수표 넣어 침 발라 보낸다. 애들이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살아 늦게 도착할까 봐 우체국에 가서 직접 부친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나이 들면 친구다.   집착을 내려 놓으면 사는 것이 편해진다. 집착은 스스로의 삶에 올가미를 씌운다. ‘치열하게 살다가 편하게 죽는다’가 삶의 목표다. 집착을 버리고 사랑으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면 생명이 푸르게 돋아나는 봄이 늘 온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자식 사랑 헬리콥터 부모 회사 이름

2025-02-1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 우연이 필연이 되기까지

어젯밤 꿈 속에 너를 만났다. 너는 왼편 윗쪽에 나는 아랫쪽에 있었다. 우리들 사이에는 닿지 못할 공간이 있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모호한 간극이 이승과 저승처럼 우리를 갈라 놓는다. 얼굴이나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실루엣으로 서있는 뒷모습 보며 네 이름이 생각났다. 가슴이 널 기억하고 있으니까.   꿈 속에서도 나는 꿈꾼다.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꿈 속에서 찿아 헤맨다. 소슬바람에 흩날리는 가랑잎처럼 뒹굴다가 어느날 우연히 동무가 됐다. 여태 우정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누구에게 매달려서 정신적인 유대감을 갖거나 외로움 그리움 괴로움 쓸쓸함 같은 단어들로 위로를 받기에는 사는 것이 너무 각박했다.   이국 땅에서 아이 셋 키우며 사업하고 화랑과 창작예술센터를 운영하며 차별 받지 않기 위해 이를 악다물고 버티며 살았다. 사업이나 행사로 한국을 가도 동창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이국 땅에서 홀로서기는 땅따먹기 할 때 한 발로 뛸 때처럼 고달프고 힘들었다.   친구는 명석하고 너그럽고 이해심 많고 다정했다. 일년 내내 전화 한통 안 하다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에 알려주면 젊은 느티나무처럼 날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었다. 무얼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는다. ‘배 고프지. 먹으러 가자’며 소문난 냉면집이나 갈치백반 식당으로 데려가 주린 배를 채워준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너를 마지막 본 지도 유수 같은 세월이 흘렀다. 지친 나의 이국생활을 보듬어 주며 도착부터 출국까지 스케줄을 꿰고 있던 네가 없는 내 나라는 이국처럼 낯설다. 이제 한국을 가면 끈 떨어진 연처럼 나는 펄럭인다.   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반 평생 넘는 이국 생활에도 자음과 모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사무치도록 집착하는 나에게 ‘꼭 할 수 있다’며 용기와 희망을 주던 친구여. 너의 격려와 믿음이 없었다면 자전소설 두권과 자전에세이 ‘여왕이 아니면 집시처럼’을 출간할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인간이 죽는다는 현상은 필연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사고(事故)로 죽는 것은 우연이다. E.T.처럼 필연이 우연을 통해서 나타나 필연이 되기도 한다.   어느 한적한 마을 숲속에 우주선이 나타난다.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들은 지구의 각종 표본들을 채취하는데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고 뒤쳐진 한 외계인만 남게 되고 꼬마 엘리어트를 만난다. 엘리어트는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란 이름을 붙여주고 형 마이클과 여동생 거티와 끈끈한 정을 나눈다. 그러나 E.T.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할 몸. 우여곡절 끝에 E.T.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항상 네 곁에 있을께”란 약속을 남긴 채 지구를 떠난다.   그리운 친구여. 다시 만날 수 없는 작별이여. 우리의 만남은 우연에서 출발했지만 필연으로 남아있다. 별에서 혹은 달에서, 유성처럼 떠돌던 두 물체가 지구에서 만나게 되듯이 필연은 항상 우연을 동반한다.   인생은 우연히 태어나서 필연적으로 죽는다. 아인슈타인은 ‘우연은 신이 익명을 유지하는 방법이다.’라고 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는다 해도, 달과 별이 빛나는 밤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사랑을 꿈꾼다. 찰나의 만남이라 해도 그 곳에 우리가 있었기에 행복했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 하늘 이국 생활 꼬마 엘리어트 외로움 그리움

2025-02-0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 별이 빛나는 밤에는, 사랑을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P.85) 중에서.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끈 청년 괴테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청춘의 열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젊은 날의 생명감 넘치는 순수한 열정에 담아 사랑의 열병을 앓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영혼을 울린 작품이다.   괴테는 25세 되던 해 봄, 약혼자가 있었던 샤로테 부프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를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괴테는 자신의 체험을 엮어 불과 14주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성했다. 출간 되자마자 젊은 독자층을 감동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는데 젊은 남자들은 베르테르처럼 노랑 조끼에 파랑 상의를 입었으며 실연 당한 남자들이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랑은 우주 탄생의 빅뱅처럼 찰라의 순간에 포착된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크고 작은 암석들이 뭉치면서 1억 년 정도의 긴 과정을 거치며 행성이 된다.   사랑은 순간에서 영원으로, 지상에서 천국까지 한 순간에 돌개바람을 일으키며 슬프고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노래한다. 별에서 온 이름 모를 그대를 만나 단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억겁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날개짓에 운명을 묶는다.   피할 수 있었다면, 돌아설 수 있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불장난이다.   테풍의 눈은 고요하고 잔잔하다. 창공에 떠 있는 오아시스 같다. 비는 멈추고 바람은 잔잔해지고 태양이 빛을 품으며 푹풍의 울부짖음은 멀어진다.   하지만 이 평화는 속임수다. 태풍의 눈은 잠잠한 폭력의 영역이다. 이곳의 기압은 주변보다 훨씬 낮아 급격한 압력 변화를 일으킨다. 태풍의 눈은 폭풍에 자각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폭풍의 혼란 속에서도 고요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고요함 속에는 파괴와 위험이 숨어 있다.   사랑은 태풍처럼 무서운 힘으로 눈과 귀를 멀게 한다. 사랑의 회오리 바람에 좌절 하지 않기 위해서는 태풍의 눈과 같이 침착함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은 진심으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자신의 모든 걸 내 줄 수 있는 감정을 나누는 일이다. 계산을 하거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사랑이 아니고 흥정이다.   사랑은 증오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의 크기와 파동이 거대해서 사랑에 빠지면 이성이 마비되고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영원히 아름답고, 끝나지 않는 사랑은 없다. 평생토록 함께 동행하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별을 전제로 하는 한시적인 만남일 뿐이다.   베스비오 화산 폭발로 18시간 만에 폼페이 도시와 2만여명의 사람들이 4미터 깊이의 화산재에 묻힌다. 폼페이 최후의 날 사랑하는 두 남녀는 부둥켜 안고 죽음을 맞는다. 재가 되어도, 찰라라고 해도 사랑의 흔적은 남는다.   황량한 인생길에서 사랑은 떠돌이 별로 모여 어둔 하늘을 은하수로 가득 채운다.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이 생각난다. 밤하늘 별처럼 손에 닿지 못해도, 별이 빛나는 밤에는 지나간 사랑을 노래한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어둔 하늘 청년 괴테 폼페이 최후

2025-01-28

[등불 아래서] 절망 속에 빛나는 별들

매일 나보다 앞서 출근하던 현관문은 간 곳이 없고 하루의 피곤을 아무 불평 없이 안아주던 소파는 찾을 길이 없습니다. 깔깔대며 아이들이 밟고 내리던 계단은 손잡이 끝만 남아 그을음을 토합니다. 기억이 많을수록 슬픔도 깊어집니다. 도시라는 삭막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 쉼터가 되어주던 자리는 이제 주소지만 남은 아픔이 되었습니다.   놀란 가슴은 어찌해야 할지 불안해하며, 허탈한 마음은 분노에 신음합니다. 어둠이 우리를 덮고 절망이 노을빛조차 감추어버립니다. 그러나 하늘이 어둠에 깊이 물들어 갈수록 별들도 하나 둘 나타납니다. 그리고 더 많이 더 깊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둠 속에 별이 반짝이며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별들 속에서 어둠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별들이 새벽 햇살을 마중 나갑니다. 서쪽 하늘에는 도무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어둠이 버티고 있었지만, 푸른 하늘과 함께 동은 트고야 맙니다. 절망은 우리를 삼킬 수 없고 소망 앞에 겨우 버틸 뿐입니다. 소망은 절망보다 강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합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쓰며, 쥐어짜기도 하고 심심하면 손목을 비틀었던 자연이 실은 얼마나 무서우며 그 앞에 우리가 참으로 연약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도 다시 생각합니다. 바람 속에 모든 것이 사그라질 때,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을 준비하고 살았는지도 묻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소망은 사랑을 먹고 자라며, 위로는 함께 흘리는 눈물과 기댈 곳을 주는 따뜻한 어깨와 말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재난에 온 힘을 다해 맞서주는 소방대원들의 수고와 용기가, 잠시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소파가 되어주려고 달려오는 이웃들의 사랑이, 힘든 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우는 분들과 함께 우는 눈물이 되고, 버텨주는 위로가 됩니다. 그 속에 다시 일어서는 당신이 우리의 감사입니다.     다시 손을 모읍니다. 하나님이시여 그 얼굴빛을 비추사 우리에게 향하소서. 우리의 힘이시여 우리를 도우소서. 곤고한 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며 외면하지 않으시니 우리의 곤고와 눈물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눈물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고통 속에, 그 고통과 함께하시는 주님.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의 구원이시여.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절망 서쪽 하늘 콘크리트 덩어리 자의 고통

2025-01-20

[삶과 믿음] 하늘로 간 기도 동역자

누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12월치고는 따뜻했지만, 잔뜩 흐렸다. 허겁지겁 먼 길을 달려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한 병원 신경과학 중환자실에서 만난 누나는 혼수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여러 개의 주사를 맞고 있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누나는 기계에 의지하여 숨을 이어갈 뿐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수많은 기계가 시시각각 그의 상태를 점검하는 중에 산소와 알지 못할 약물들이 희망을 희석하더니 끝내 누나는 깨어나지 못했다.   하루를 지나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매형과 가족들이 모여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산소호흡기가 제거된 후 14분이 지나자, 누나의 상태를 보여주던 모든 그래프가 수평선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낮아지며 애태우던 숫자들이 파르르 떨며 꺼지더니 병실로 어둠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슬픔보다 더 큰 이별의 무게가 우리를 누르고 있었다. 누나는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날까지 친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보냈다. 워싱턴에 사는 아들은 고모가 병원에서 숨을 거둘 때 임종하고, 장례식 전에 집에 다녀온다고 갔다가 고모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집에서 받았다며 또 통곡했다.   나보다 세 살 위의 누나는 사십여 년 전에 미국에 이민을 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초청하고, 우리 형제가 다 미국에 자리를 잡는데 넉넉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신앙심이 깊어 이민 초기에 아버지를 도와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고, 찬양을 좋아하고 잘해서, 집이나 교회에서 찬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회 성도와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서 인근에 누나의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누나가 출석하던 교회는 매년 아이티 후원 헌금을 한다. 지난해 가을, 올해에는 예년보다 많은 헌금이 되었다며, 누나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을 사랑하시는 증거라고 했다. 우리는 새해 1월에 누나의 교회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누나는 성탄절을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교회 회중 앞에 차갑게 누운 것이다. 장례 예배는 조문객들이 큰 예배당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모두 너무 놀라며 한결같이 슬퍼했다. 매형에게도 누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이들에게 누나의 빈자리는 참 클 것이다. 그러나 누나는 나에게 가장 큰 빈자리를 남기고 갔다.   아이티 사역을 하면서 아내와 어머니와 누나의 기도가 큰 기둥이 되어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우리 아이티 사역을 더욱 세세히 묻고 기도했다. 아이티에 가면 가는 대로, 못 가면 못 가는 대로,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서로 기도의 파트너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로에게 기도의 동반자였던 누나를 하나님께서는 어느 날 갑작스레 하늘 찬양대로 부르신 것이다.   아이티가 갱단에 의해 폭력적 상황이 되어가고 있을 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누나는 텍스트 메시지로 아이티 상황을 물어왔고, 기도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기도해 주던 기도의 동역자가 너무 서둘러 하늘로 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누나가 천국에서도 여전히 우리와 아이티 고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준비 안 된 이별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기도의 동역자가 있어 그분들의 기도로 아이티 고아 구호 사역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께서 하늘로 데려간 누나를 대신하여 사랑하시는 고아들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기도의 동역자를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우리 사역은 기도가 아니면 헤쳐 나갈 수 없는 일이므로.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동역자 하늘 기도 동역자 아이티 고아들 하늘 찬양

2025-01-0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허투루 살지 말기

절망이 나락으로 바뀌면 끝없이 아래로 추락한다. 나락은 지옥을 뜻하는 불교식 용어로 밑이 없는 구멍이다. 나락은 산스크리트어인 “나라카(Naraka)”에서 유래했는데 불교의 여러 지옥 중 하나다. 죄를 짓고 심하게 괴로운 세계에 태어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이 사는 곳으로 철위산의 바깥 변두리 어두운 곳에 있다고 한다.   나락은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나락(奈落)으로 떨어졌다’는 표현은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에 처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절망이 생을 나락으로 몰고가도 밧줄을 부둥켜 잡고 있으면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아둥바둥 부대끼며 살아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 오늘을 버티면 내일이 올 것이란 믿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고난의 끝이 보인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도 살기로 작정하면 살아남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지푸라기 잡을 힘이 있는 한 어떤 불행과 고통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치 못한다. 체념하지 않고 운명에 순응하지 않으면 살아 남는다.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 살아 있는 모든 것, 마주하는 사람들의 정겨운 눈망울, 드라이브에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치워주는 다정한 이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순간들은 작은 기적의 징표다. 기적은 기적을 믿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크고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 살뜰하고 정겨운 만남으로 매일 일어난다.   ‘허투루 살지 않기’가 새해 좌우명이다. 아무렇게나 되는 데로 살지 않기로 한다. 인생 후반부에는 바겐세일을 기다릴 시간 없다. 사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덧셈보다 뺄셈을 잘 하는 것이 인생을 수월하게 만든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은 바보짓이다. 서두르지 말고 주저하지 않고 말 할 수 있을 때 ‘사랑한다’ 고백하고, 형편 될 때 가족 친구 이웃들과 밥 한끼 나눠 먹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자식에게 재산 줄 생각 말고, 나를 위해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 만들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정답이다.   그동안 잊었거나 미뤄왔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근차근 메모지에 적는다. 겨울학기에 컴퓨터 클래스와 영작문법에 수강 신청을 했다. 젊은 애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공부하면 사그러지는 청춘과 열정이 다시 용솟음칠지 모른다.   미국 국민화가 그랜마 모지스는 78세에 그림그리기를 시작해 1600여점을 그리고 250점은 100세가 넘어 완성했다. 내게도 충분히 도전 할 시간이 남아 있다.   외국에 오래 살면 한국어도 아리송하고 영어도 잘 못해 외계인 취급 받는다. 무식이 유식을 이긴다. 세월이 가면 유식도 무식의 반열에 오른다. 모르면 밀린다. 자식에게 밀리고 나이 때문에 밀린다. 미룰 시간의 여유가 없다.   허투루 살면 뒤죽박죽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산다. ‘허투루란 ‘남을 속이기 위하여 거짓으로 꾸미는 겉치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겉으로 꾸며, 상대를 속이는 뜻으로 사용된다.   세상 모든 사람을 속여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살면서 제일 슬픈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냉장고에 남은 음식은 먹기 싫으면 과감하게 버리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과는 작별하고, 나를 위해 꼭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하며, 푸른 뱀띠 해를 싱그럽게 시작할 작정을 한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불교식 용어 인생 후반부 눈망울 드라이브

2025-01-0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 올려다보고, 가끔 내려 보기도 하면서

1 한없이 가라앉았던 날이 있었네 / 여름이 막 시작되었고 초록의 세상이었지 / 귀 언저리 초록의 작은 기포 떠다니고 / 침잠해 가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네 / 맑은 유리잔에 물 한 잔 건네주었네 / 물 한 모금의 삼킴이 목 너머 흐를 때 / 너는 내게로 와 출렁이는 호수가 되었지     2   꽃이 진 곳에 빨간 열매 맺히고 있었네 / 바람에 꽃잎처럼 떨어지던 가을이 오고 있었고 / 손잡으려다 놓쳐버린 날들도 가고 / 새장을 빠져나온 가슴이 아픈 새들은 / 긴 날개 펼치며 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네 / 내려다보이는 호수 위, 푸른 실핏줄 같은 은하 / 너는 내게로 와 흐르는 푸른 별이 되었지     3   창밖엔 눈 내리고, 찬 바람 불고 / 맑고 향기로운 언덕은 흰 눈을 쓰다듬고 / 손이 얼고 발이 붙어도 파도치는 미시간 호수가 좋았네 / 홀로여도 외롭지 않은 빈 해변 동무 되어 놀다가 / 너를 담고 돌아오는 길, 올려다본 하늘 가장자리 / 한 편의 시가 눈처럼 날리며 가슴을 파고들었지 / 너는 내게로 와 선물처럼 흰 눈으로 뿌려졌지     4   봄은 고양이 걸음처럼 살며시 오고 / 뿌리로 자란 만큼 손톱만큼씩 움튼 새싹 / 무채색 세상 속에서 연둣빛으로 변해가는 언덕 너머 / 긴 얼굴 목련이 서럽고, 널 향해 살기로 작정한 / 꽃이 피던 그날, 꽃잎 떨어지던 아픈 날도 / 널 가슴에 품고 걸었던 / 나의 숨 쉬는 동안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이었지 하늘 향해 뻗은 소나무야, 움츠린 솔잎아 / 그 푸른 정수리, 빨간 열매, 찬 바람 겨울 오면 / 흰 눈 위 각혈처럼 쏟아놓은 후회 같아 / 거울 앞에 서면 나이 먹는 것들의 이유가 서러워 / 그중 깊은 주름 몇 개, 깊은 발자국 따라 / 썰물처럼 눈물 지우며 네게로 간다     또 한 살이라는 명패와 함께 푸른 뱀의 해를 맞은 지도 여러 날이 지나간다. 살처럼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었지만 바라볼 수는 있었다. 이제는 쉼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좇아 뛰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땀 흘리는 내게 물 한 잔 건네주던 손길이 있었다. 쉬어 가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자유라는 명제를 슬며시 내 손에 쥐여주고 뒤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을 보고 알았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시간을 거슬리는 삶은 바른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시선을 시간에만 집착해 있다면 시간은 우리와 함께 걷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시간을 놓아준다? 그리고 내 삶에 자유 한다? 시간에 얽매이면 마음도 초조해져서 되는 일도 그르칠 때가 많이 있다. 시간을 잃어버릴 때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난 며칠 써 놓았던 시들을 정리했다. 이곳저곳에서 시를 찾아 모으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저물어왔다. 시계의 초침 소리를 귀담아들어 본 적이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밀어 넣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무료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놓아주어 자유케 하라 그리하면 하루는 내게 기대하지 못한 선물을 준비하고 나의 걸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루는 나에게 한송이 꽃으로, 쏟아 내리는 비로, 출렁이는 호수로, 흩날리는 흰 눈으로, 밤하늘 흐르는 푸른 별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깊은 숲, 작은 집에 불이 켜질 것이다.    깊은 숲,   작은 집엔   너의 별,   너의 음악,   너의 눈물,   너의 떨림,   너의 웃음 가득하고    나를 비추고,   나를 설레이고,   나를 토닥이고,   나를 재우고,   나를 안아주는,   같은 하루가 아닌   새날을 맞이한다     하얗게 내려지는   기대와 설렘으로 받은 도화지   산을 보다 산이 되고   호수를 보다 호수가 되고   별을 보다 별이 되어지는   도화지 가득 하루가 담겨   깊은 숲,   작은 집에   불이 켜진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미시간 호수 하늘 가장자리 언저리 초록

2025-01-06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온 몸으로 즐기는 그랜드캐년

지구 역사 20억 년의 이야기를 가진 협곡이다. 한때는 바다 밑이었다가 육지가 되었고, 다시 바다 밑으로 변했던 곳이 바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이다. 협곡의 길이는 277마일(대한민국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더 길다), 평균 너비는 10마일, 평균 깊이는 1마일에 달하는 대협곡이다. 오랜 세월 동안 콜로라도 강의 침식과 부식이 반복되며, 변화무쌍한 날씨와 맞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현재와 같은 장엄한 모습이 됐다.   우리가 이곳의 전망대에서 위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 많은 사람이 말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단지 드러난 지층의 나이가 20억 년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발 약 2000~2100미터에 위치한 그랜드캐년 남쪽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깊은 협곡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흐른다. 이곳은 5개의 기후대가 있다. 1919년 2월 26일, ‘토머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대통령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연평균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억7000만년 전의 지층에서 바다였음을 증명하는 조개 화석 등 여러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5억년 전의 지층에서도 바다였던 증거가 확인되며, 이 화석들은 이곳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모든 미국인은 꼭 한 번은 보아야 할 곳”이라고 했던 만큼, 그랜드캐년은 누구에게나 깊은 감동을 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관광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방법으로 그랜드캐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기차로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이곳 호텔에 숙박하면서 일몰과 일출을 감상하거나, 나귀를 타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을 통해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협곡 아래 콜로라도 강에 도착하면 최소 3일에서 최대 3주 동안 래프팅으로 그랜드캐년을 탐험하는 여정도 즐길 수 있다.   오래전 동료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그랜드캐년 관광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그는 경비행기 투어를 신청했다고 한다.   “혹시 보이세요?” 동료 가이드가 물었다. 그는 “안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가이드는 “그런데 경비행기를 타시겠다고요?”라고 다시 물었다. 시각장애인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네, 저는 눈만 안 보이지 다른 곳은 건강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꼭 봐야 한다는 그랜드캐년의 상공을 약 40분간 날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랜드캐년을 찾아오기 위해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분명히 그랜드캐년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그랜드캐년 상공을 날고 있다는 것이 거짓은 아닙니다. 저는 보이지 않더라도, 온몸으로 느낄 겁니다.”   그랜드캐년 전망대에 서면 이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해돋이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며 감동을 준다.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그랜드캐년 루스벨트 그랜드캐년 상공 그랜드캐년 관광 그랜드캐년 하늘

2025-01-0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안개비 호수

호수가 하늘을 안는다 / 수평선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 / 경계에서 사라진 호수 / 안개 자욱한 하늘 계단을 오르고 있다 / 걸어온 발자국은 지워져 버렸기에 / 앞에 남겨진 길 하나, 하늘에 오르는 / 너에게 가는 길만 남았다 // 밀려오는, 밀려가기도 하는 우리는 / 숨 막히는 세상을 살다 / 숨이 트이는 이곳에 왔다 / 저녁으로 가는 시간을 지우며 왔다 / 호수 향해 뻗은 나무의 잔가지 틈새로 // 안개비가 내린다 / 하늘은 가늘고 긴팔을 내려 / 호수의 속삭이는 얼굴을 매만진다 / 출렁이는 얼굴 위로 미끄러지는 비의 왈츠 / 수천의 군무 되어 춤추는 호수의 물방울은 / 너의 흐르는 눈물 같아 가슴을 쓸어내린다 // 물결 위로 들려오는 하늘 소리 / 비 오는 호수 위 내려앉은 하늘길 따라 /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온다 / 누구라도 새로운 것에서 설렘을 찾으려 한다면 / 익숙함에서 오는 설레임은 만날 수 없다 / 호수와 하늘의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 네게로 향한 설렘은 안개 속으로 / 밀려오는 물방울 속에 가득하다 / 호수가 하늘을 안고 잠들었다     안개비 내리는 호수는 신비하다. 호수의 색마저 옥빛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끼워져 있던 둥글고 도톰한 옥반지를 보고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바로 그 옥색이 되살아난다. 안개 비가 내리는 호수는 몽환적이다. 호수 끝에 맞닿은 하늘마저 옥색으로 바뀌고 있다. 호수는 하늘로 향해 풀어지고. 하늘은 호수를 향해 그 경계를 지우고 있다. 그러니 호수와 하늘은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호수가 하늘을 품은 건지, 하늘이 호수를 품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나가 된 옥색의 호수와 옥색의 하늘이었다.     안개 비 내리는 호수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하늘가에까지 출렁이는 물결을 볼 수 없다. 다만 발밑에 부서지는 흰 파도의 거품만 보였다 사라질 뿐이다. 너와 나의 인생길이 그렇지 않은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 속을 거니는 것처럼 손을 뻗어도 너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가까운 곳 같으나 참으로 먼 곳 같기도 한 그곳.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일생을 걷고 간혹 뒤돌아보기도 하고 오랜 침묵 속에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였는데 길이 사라지기도 하고 길을 잃었다 낙심하였는데. 누군가의 손이 나를 이끌어 선명한 킬 위로 인도 할 때도 있지 않았던가.     안개비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러나 걸어온 그 길 뒤로 되돌아 걸으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네게로 향해 걷고. 너는 내게로 걸어오고 있다. 다만 안개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안개가 걷히면 익숙함에서 오는 설렘은 저 수평선 너머로부터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같이 온몸 속에 스며드는 당신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떨어져 있는 너를 볼 수 없기에 너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네. 너의 생각을 안다고 위로했지만 그건 흐르는 물같이 붙잡을 수 없었네. 손에 쥔 모래처럼 내 손을 빠져나갔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보네. 발을 적시고 무릎까지 잠겨오는 너를 다시 만나네.    안개 속에서는   너를 볼 수 없네   너에게 다가갈 수 없네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조금 움직여도 괜찮아   짧게 말해도 괜찮아   우리는 흐린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먼 곳이어도   가까운 곳이어도   손잡을 수 없는 우리는   감추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돌아온 걸음만큼   다시 돌아서 걸으면   안개 속에 호수와 하늘이 만나듯   우리도 만날 수 있으니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안개비 안개비 호수 하늘 소리 하늘 계단

2024-12-3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세월이 지나간 풍경

지나간 것들은 그립다. 고향집 마을 옹기종기 붙은 삼거리 초가집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은 텃밭에서 돋아난 버섯처럼 동그라미를 그린다. 먼 산 봉우리에 살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비슬산을 감싸고 지천으로 핀 참꽃(진달래)은 핏빛 사랑을 품고 광활한 참꽃군락지를 이룬다.   삼만이 아재는 땔감을 장만하러 산에 갈 때마다 참꽃 한아름 꺾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옥이 언니는 양지 바른 툇마루에 날 앉히고 ‘꼬마 공주님’ 하며 머리에 참꽃을 매달았다. 왠지 가슴이 떨려 왔다. 하모니카 불듯 꽃잎 따서 입 안에 넣으면 쌉쌀하고 달콤한 향기가 혀 끝을 맴돌았다.   ‘늙마에 미국 가는 친구/ 이메일과 전화에 매달려 서울서처럼 살다가/ 자식 곁에서 죽겠다고 하지만/ 늦가을 비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인사동에서 만나/ 따끈한 오뎅 안주로/ 천천히 한잔할 도리는 없겠구나./ 허나 같이 살다 누가 먼저 세상 뜨는 것보다/ 서로의 추억이 반짝일 때 헤어지는 맛도 있겠다’-황동규 ‘이별 없는 시대’ 중에서.   시인은 스코틀랜드 위스키 발렌타인을 좋아한다. 나는 술을 전혀 못 마시지만 서울 갈 때 가끔식 여행 가방 속에 발렌타인21을 챙겨 간다. 선생님은 소중하게(?) 아껴 드시고 반쯤 남으면 뚜껑을 닫아 주머니에 넣으신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그냥 수양버들에 묶인 그네가 하늘 높이 나는 신선한 자유로움이다.   ‘이별 없는 시대’의 ‘늙마’는 미국으로 떠나는 친구 마종기다. 마종기 시인은 1965년 군의관으로 군 복무 중 ‘한일 굴욕외교 반대 재경 문인 82인 서명’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미국으로 추방되듯 이민을 간다.   마종기 시인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를 거쳐 톨리도에서 방사선의사로 역임한 후 은퇴했다. 주립대학 시절 타계한 친구 기일이 오면 4시간을 운전해 꽃을 들고 우리 동네에 있는 데이빗 묘지를 찿아왔다.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해?/ 내가 사랑하니까. (중략)/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느니까.(중략)/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 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마종기 ‘대화’ 중에서 아픔과 고통, 사랑과 미움, 이별과 그리움은 살아있는 동안 넘치는 축복이였다. 사라져 별이 되는 순간에도 언약의 말들은 사랑의 끈을 놓치 않는다.   ‘누군가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는다’ 황동규 시인은 ‘외로움’의 존재론적 의미를 ‘홀로움’이라는 새로운 경지로 승화시킨다.   바람이 매섭게 심장을 헤집고 폭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그대가 풍경 속에 있기에 외롭지 않았다. 찬란했던 시절. 그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가면 눈물이 방울져 내리는 내 손에 안개꽃 한아름을 건네준다.   세월이 지나간 풍경 속에 따스한 햇살로 남은 그대여! 다시 만날 수 없다 해도 작별이 끝이 아닌 것처럼, 사랑이 재가 될 때까지 불꽃으로 타오르기를.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친구 마종기 마종기 시인 그네가 하늘

2024-12-2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