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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탐사선 클리퍼

박종진

박종진

우리가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금성은 미국의 플로리다주 정도의 기온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정도였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순진한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금성의 표면은 고온과 고압, 그리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옥과 같은 환경이고 화성에는 우리 탐사 로버가 굴러다니기 시작하자 화성인들이 꼭꼭 숨어버렸는지 아직 아무런 생명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태양계 안에서 그나마 지구와 가장 가까운 두 행성이 이 정도니 더 멀리 떨어진 행성에 생명체의 존재는 기대할 수도 없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47년을 쉬지 않고 날아서 막 태양계를 빠져나갔다. 그 상태로 약 7만 년을 더 날아야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 도착한다니 태양계 바깥을 넘보기는 당장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진다.
 
태양 주위에는 지구를 포함해서 총 8개의 행성이 있지만, 지구 말고는 그 어느 행성에서도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태양계 밖에 눈을 돌릴 형편이 안 되자 과학자들은 태양계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으로 관심을 돌렸다. 처음에는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으나 거리상으로 토성보다 가까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먼저 뒤지기로 했다. 유로파는 태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표면이 두꺼운 얼음층인데 그 틈에서 수증기가 솟구친다. 유로파의 크기는 지구의 달보다 조금 작지만, 지구 위에 있는 물의 양보다 거의 두 배 정도나 되는 물을 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는 표면의 7할 이상이 물이기는 하지만 지각 위에 얕게 깔려 있으므로 물의 총량에서는 유로파가 훨씬 많다. 물에 염분이 포함된 사실도 알아서 해양 생명체의 존재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024년 10월에 발사된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는 5년여 비행 후에 목성 궤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유로파에 착륙하지 않고 그 대신 25km 근처까지 가깝게 접근하여 비행하면서 유로파를 관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간헐천처럼 수증기를 내뿜는 곳을 지나며 샘플을 확보한 후 탑재된 장비로 분석하여 결과를 지구로 보낼 것이다. 클리퍼 탐사선의 가장 주된 임무는 유로파 표면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존재하는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태양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어서 물이 있다고 해도 얼음 상태로 존재할 줄 알았는데 거대한 목성의 중력으로 생긴 조석 마찰력으로 내부의 얼음은 녹아서 액체 상태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학자들은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지구의 해저 깊은 곳에서 열수구라는 곳을 발견했고 그 주위에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관계없는 생명체가 있으며, 심지어는 먹이사슬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에너지의 원천은 오직 태양인 줄 알았는데 심해 바닥에 지열을 이용한 생명체가 발견된 후로 우주 생명체 탐사의 범위가 넓어졌다.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는 계획된 4년 임무를 끝내면 혹시나 유로파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목성의 다른 위성인 가니메데나 칼리스토에 충돌시켜 임무를 마칠 예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구 밖 생명체와 대면할 전야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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