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폐기물 드럼통 고발 한인 교수 '영화화'…SDSU 허은하 공중 보건과 교수
해양생물 DDT 오염 폭로
다큐 '보이지 않는 곳에서'
SD 아시안 영화제 개막작

샌디에이고에서 멀지 않은 카탈리나섬 인근 수중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수십 년 묵은 수십만 개의 공장 폐기물 드럼통이 바닷속에서 녹슬고 있는 것.
공상 과학 공포 영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보이지 않는 곳에서(Out of Plain Sight)'를 통해 드러난 위태로운 현실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San Diego Asian Film Festival, SDAFF)가 매년 봄 개최하는 '2025년도 스프링 쇼케이스'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샌디에이고 주립대(SDSU) 공중 보건과에 재직 중인 허은하 교수(사진)의 2015년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당시 허 교수 연구팀은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 전역에 서식하는 해양 포유류로부터 사상 최고 수준 살충제의 일종인 DDT의 농도를 측정했고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관련 화합물 45종을 발견했다. DDT는 잘 알려진 살충제 중 하나로 자연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1874년 처음으로 합성됐다. 또 반감기가 2~15년에 이르는 분해가 잘 안되는 오염물질인 DDT는 여러 생물에 독성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허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그녀는 "DDT가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고 확대된다"며 "DDT는 해산물 섭취를 통해 해양 포유류뿐만이 아닌 인간 건강에도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DDT는 자연환경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남아있을 수 있다"며 "특히 산소와 햇빛이 부족한 심해 환경에서의 DDT 분해는 상당히 느려진다"고 덧붙였다.
불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가주 해안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화학 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합법이었다. 이후 화학 폐기물 투기가 금지됐지만 우리 주변 환경 속 화학 폐기물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허 교수는 "이 문제 연구를 위해 2022년부터 데이비드 발렌타인 UC산타바바라 교수와 합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DDT 오염은 화학 폐기물 투기와 깊게 연관됐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의 발견은 과학계와 언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LA타임스가 탐사 리포트를 발간한 데 이어 LA타임스 스튜디오가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를 제작한 것. 이번 다큐멘터리의 감독 및 프로듀서를 맡은 LA타임스 환경 전문 기자 로산나 시아는 필름을 통해 수십 년간 묻혀온 환경 위험의 심각성을 폭로하고 있다.
한편 2024년 11월 개봉된 이번 다큐멘터리는 '2025 산타바바라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Audience Choice Award)'과 2025 환경 영화제에서 '환경 옹호상(Shared Earth Foundation Award)'을 수상했다.
SDAFF 스프링 쇼케이스 개막식은 25일 오후7시 울트라스타 시네마스 미션 밸리(7510 Hazard Center Drive, San Diego)에서 열린다.
▶문의: sdaff.org/spring2025/
박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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