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사설] 재외선거, 산넘고 물건너서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헌정사의 격랑에 휘말렸다. 6월3일로 확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2017년 5월9일 ‘장미 대선’ 이후 불과 8년 만에 되풀이되는 조기 대선이다.
 
국민들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됐다. 그 첫 번째 주권 행사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 한인들에게 먼저 주어진다. 한국보다 2주 앞선 5월20일부터 25일까지 재외선거가 진행된다.
 
첫 재외선거가 실시된 2012년 18대 이후 세 차례 대선에서 한인들의 표심은 뚜렷한 진보 성향을 보여왔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56.7%의 지지를 얻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13.9%p 앞섰고, 19대 대선에서는 60.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59.77%의 한인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36.19%)와의 격차를 23.58%p까지 벌렸다. 결과적이긴 하지만 나라밖 한인들은 파면된 2명의 전 대통령들을 선택하지 않았던 셈이다.
 
한인 표심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번 재외선거 역시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세하다. 하지만 예단하긴 어렵다.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적 대립의 책임에서 야당 또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재외선거에서 표심의 향배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중요한 쟁점이 있다. 지난 3차례 대선 때는 없었던 ‘헌법 개정 국민투표’ 시행 여부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일련의 사태를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개헌 논의가 충분한 숙고 없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높다.
 
문제는 여야가 개헌 국민투표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재외국민에게는 찬반을 결정할 권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점이다.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투표 자격을 ‘국내에 주민등록 혹은 거소신고가 되어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이러한 차별적 조항에 대해 2014년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후 11년간 국회의 정쟁에 밀려 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재외선거를 계기로 바로 잡아야 할 고질적 문제가 있다. 낮은 투표율이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재외선거의 효용성을 문제삼았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재외선거 참여 인원은 9만2923명으로 전체 재외국민 197만여 명의 4.7%에 불과하다. 이 총선 재외선거 예산은 143억원이었다. 1표당 투입 비용이 한국의 유권자에 비해 많게는 40배에 달했으니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한인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보도들이다. 재외선거의 가치는 쓸모의 논리로 평가절하될 수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외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재외국민들이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낮아서다. 투표소 대부분이 공관 근처에 설치되어 있어 유권자들이 오가기 어렵다. 유권자가 17만명인 LA지역에도 투표소는 고작 4곳에 불과하다. 그래서 먼 지역에 사는 한인들은 아직도 ‘산넘고 물건너’ 투표소로 간다. 정부는 투표소 확대와 이동 투표소 운영 등을 비롯한 다른 현실적인 대안들도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13년째 답보 상태인 우편투표 또는 전자투표 도입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한인들은 지난 2020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250만 재외국민유권자를 위한 우편투표제도 도입을 촉구합니다’는 청원문을 올렸고 국회에도 우편 투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이를 허용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한인들의 마땅한 권리라면, 투표는 지켜야 할 의무다. 비록 산넘고 물건너 투표소로 가야할 불편함이 여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한 표의 가치는 더더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 5월20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인들이 결정하는 날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