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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리 살다 보면

그래
그래야지
그리 살다 보면
슬픔도 견디는
아름드리나무 되겠지
외로움도 손 젓는
다소곳한 들꽃 되겠지
내 자리인 양
푸른 싹 보듬는
구름 한 점 되겠지
 
그래
그래야지
그리 살다 보면
오라 손짓하는
그대 앞에 서겠지
옷가지 매만지며
뒤돌아보겠지
굽이굽이 걸어온 길
손잡고 함께 걷는
꽃길 보이겠지
 
그래
그래야지
그리 살다 보면
 
[신호철]

[신호철]

문학 단체 카톡방엔 하루에도 상당한 양의 글들이 올라온다. 글 하나 하나 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글들이다. 무엇 하나 가볍게 지나칠 글은 하나도 없지만 며칠 전 올라온 소식이 내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 삶과 죽음 사이로 흐르는 강은 그리 깊지 않을 거야. 그래서 누구도 어렵지 않게, 슬프지 않게 건너갈 수 있겠다고 생각할거야. 그러나 사실 그 문턱에 한발을 디디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쓸쓸함도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 두려움 없이 강물을 건널 수 있겠단 생각. 죽음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내게 그런 절실한 상황이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피부로 껴안고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일지 생각했다. 준비된 삶을 살고 있다면 눈을 떠 맞이하는 하루의 삶은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올 것이다.
 
입안이 헐어서 며칠을 고생했다. 혀가 상처에 닿아 분명히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작은 상처가 이렇게 온 몸을 찌푸리게 할 줄 몰랐다. 이 상황만 지나면 무엇이든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깊이 잠들지 못했다.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안됐다며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그 말에 시원하게 대답도 못 하고 씩 웃고 말었다. 당신도 한번 아파보라 하며 속으로 혼자 대답하고 말았다. 고작 혓바닥에 불거진 좁쌀만 한 상처 때문에.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친구의 부인께서 세상을 달리하셨다. 오랜 시간 동안 병원을 오가며 투병하셨기에 마음이 더 더욱 아프다. 아직도 앞길이 길게 펼쳐져 있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셨다. 아픔을 당한 가족들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극정성으로 병상의 아내를 간호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늘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았던 친구가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토록 투명할까? 서로에게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표현이 이리도 덤덤하고 아름다울지 생각했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처지에 놓여있든, 가난하든 혹 부유하든, 건강하든 혹 병상에 누워있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언덕이 되어준다면 긴 삶이든, 짧은 삶이든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죽음은 언제일지 몰라도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내 마음가짐의 문제일 것이다.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보고 싶었다. 부끄러워 한참 만에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입안에 난 작은 상처로 일주일 내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창피스러웠는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다. 내게 남겨진 소중한 날들을 따뜻하게 안아 내 체온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나는 진정 죽음을 준비하고 살고 있는가?라고.
 
잎눈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도
본향으로 돌아가는
숨 가쁜 걸음 위에도
막 피어난 목련의
눈부심 속에도
당신은 그곳에 있네요
노을 속 빛의 섞임같이
어우러져 살고 싶어요
죽음이 나를 건드려도 오늘
내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당신은 용기를 주네요
하루가 지는 고요 속에
내 한 몸 누울 수 있을까요
덤덤히 맞아들여야 할
죽음이라는 유혹마저
소중히 꽃피우고 싶어요
내일 깨어날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저 함께할 수 있다면
두려울 게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의 손길이
나를 흔들고 있어요 깨어나
봄날 새벽을 맞이해야 하겠지요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오늘 가야 할 길 떠나야겠어요
한껏 사랑하지 못한
부끄러운 봇짐 챙겨
새싹 보리 나가야겠어요
저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인생의 날들이 보여요
봄날처럼 아름다워요
그날이 오면 이곳에 머물고 싶어요
당신 품에 안겨서요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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