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탐사 로버

박종진
구소련과의 경쟁에서 밀린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디디며 주도권을 빼앗았고, 1971년에 발사한 아폴로 15호에 실린 유인 월면차는 달 표면을 달렸다. 1973년 구소련은 루나 21호를 발사했는데 함께 실려 간 무인 탐사 로버 루노호트 2호는 반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달 표면 약 40km를 이동하는 기록을 세웠다.
화성 탐사도 그 시작은 역시 구소련이 미국을 2년여 앞서서 1962년 마스 1호가 화성 궤도에 먼저 안착했지만, 그 후 번번이 착륙에는 실패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미국의 바이킹 1호가 1976년 최초로 화성 표면에 착륙했고 이어서 달포 후 바이킹 2호도 무사히 착륙했다. 미국은 2004년에 최초의 무인 탐사 로버 스피리트를 보냈고 한 달도 안 돼서 쌍둥이 로버 오퍼튜니티도 착륙시켰다.
우주 탐험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동시에 두 계획을 함께 진행한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인데 지금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쌍둥이 보이저호도 그런 경우다. 스피리트 로버는 고장 나고 바퀴가 모래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총 6년 동안 생존하며 지구에 탐사 자료를 보냈고, 오퍼튜니티도 12년 동안 버티다 결국 심한 모래 폭풍에 파묻히며 임무를 마쳤다.
2012년 또 하나의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큐리오시티의 임무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었는데 2018년 화성에서 단백질의 기본이 되는 간단한 탄소 화합물인 메탄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탐사 로버에 장착된 컴퓨터는 초고성능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정 반대다. 지금 우리가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못 미치는 성능이라고 한다. 컴퓨터가 복잡해지면 무게가 많이 나가고 고장 나기 쉬워서 탐사 로버가 지구로 보낸 자료를 연구실에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처리하면 되므로 정작 탐사선의 컴퓨터는 그다지 고성능이 아니라고 한다. 큐리오시티는 바퀴에 이상이 있지만,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마침내 2021년 2월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도착했다. 특이한 것은 로버 아래에 인제뉴어티라는 이름의 드론이 실려 있었다. 인제뉴어티는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계곡이나 절벽 등을 관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인 헬리콥터인데 기대수명 30일, 예상 비행 횟수 5번이란 예측이 무색하게도 지난 3년 동안 무려 72번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했다. 퍼서비어런스는 과거에 물이 있어서 혹시 생명이 존재했을지 모르는 예제로 분화구 근처에서 채취한 샘플을 2033년경에 지구에 보낼 예정이다. NASA와 유럽 우주국에서는 2027년 지구 귀환 궤도선을 발사해서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 3년 반 동안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소리 샘플을 지구로 전송했고 화성의 대기를 이용하여 산소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앞으로 인류가 직접 화성을 탐험할 기초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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