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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는 돈을 믿습니다”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내세우는 상징적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막가’로 읽었다가 공화당 지지자로부터 아주 호되게 혼이 났다. 눈이 가물거려서 MAGGA로 보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막가’로 읽은 것인데….
 
된통 혼이 나고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생각해보니 MAGGA라고 해도 크게 틀린 것 같지 않다.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고 위대하게!’라고 강조하면 한층 박력이 있어 보이지 않나! 발음상으로도 ‘마가’보다는 ‘막가’가 힘차고 생동감 넘친다. 게다가 실제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면 ‘막가’라는 말이 별로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옆에 있던 한 어른이 점잖게 한 말씀 하시는데, 참 절묘하다. “아, 그건 MAG-A ‘막아’로 읽어야 해요. 그런 건 ‘막아’야 한다는 말씀!”
 
아무튼, 이 구호가 매력적인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의 오세훈 시장님께서 흉내 내서 ‘KOGA’라는 구호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어로는 ‘Korea Growth Again’, 우리말로는 ‘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란다. 자기 ‘코가(KOGA)’ 석 자인 양반이 생각해낸 구호답다. 나는 도박에는 흥미가 없어서 ‘트럼프 카드’에는 관심이 없지만, 대통령 트럼프는 참 별난 것 같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의 연속이니….
 
국내에서 백인우월주의가 의심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세계 여러나라와 충돌 하는 것도 무척 걱정스럽다. 불법체류자 추방은 물론이고,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흑인, 히스패닉, 여성 참전용사 지우기에 이르고 있는 현실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급기야는 미국 해병대의 상징이자, 미군 고난 극복의 상징으로 유명한 ‘이오지마(硫黃島) 성조기’ 사진이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에 등장하는 세 병사 중 한 명이 원주민 헤이스 상병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이와 함께 원주민 병사 소개와 사진도 함께 사라졌고, 나바호족의 암호병 활약상도 삭제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을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기반을 둔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까불지 말고 우리나라의 한 주로 들어와라!” 이런 말을 이웃 나라에 서슴없이 한다. 잔혹한 전쟁에 간신히 맞서고 있는 외국 대통령을 불러다 놓고, 너는 정장도 없느냐, 복장이 그게 뭐냐, 너희 나라에서 나오는 광물의 절반을 내놓으면 도와주마…. 이래서야 되는가? 품격이라곤 찾을 수 없다.
 
내가 가장 불안하고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일을 돈으로 따지는 독선이다. 그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것이 결국은 완전히 장사꾼 논리 아닌가. 세상에 공짜는 없고, 돈이 제일이라는 믿음…. 가령, 영주권을 돈 받고 팔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돈 받고 방 빌려주는 여인숙 주인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이 믿는 신이 변하고 있다”는 한국 보수 언론 칼럼의 제목이 오늘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미국의 많은 결정이 ‘돈’과 ‘미국의 이익’에 따라 내려지는 지금, 미국의 정식 국가 표어인 ‘우리는 신을 믿습니다(In God We Trust)’가 ‘우리는 돈을 믿습니다(In Money We Trust)’로 바뀌어 버린 것 같다”는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단순히 크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를 이끄는 ‘위대하고, 특별한 나라’로 만든 가치는 건국 이래 미국 정신의 바탕을 이룬 기독교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그 신성한 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 ‘기브 앤드 테이크’를 요구하는 정책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인간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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