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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시카고 7

박춘호

박춘호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즐비한 시카고에서는 이중에서도 오랫동안 보전할 가치가 있지만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건물을 선정해 매년 발표한다. 역사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 사라져서는 안될 건물들을 모아 발표하고 설사 건물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원래 상태를 가급적 유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런 건물 리스트를 ‘시카고 7’이라고 부른다. 매년 일곱개의 건물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발표된 시카고 7 중에는 다운타운을 오고가다 자주 지나친 건물도 하나 포함돼 있었다. 36번지 웨스트 랜돌프길에 위치한 델라웨어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건물은 리차드 J 데일리 센터 북동쪽, 굿맨극장 동쪽, 네덜란드 극장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일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다운타운 중에서도 핵심 지역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운타운 법원을 갈 때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때 지나쳤던 곳이기도 하다. 많은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이 건물의 1층과 2층에 위치한 시카고를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로 인해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8층 규모로 사무실 용도로 주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시카고 대화재 이후 건설붐으로 고층 건물이 지어지던 당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안 건축 양식을 도입해 주변 건물과도 차별성을 지녔다. 맥도날드가 더 이상 델라웨어 건물에서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건물주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장기 계약을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에서 건물주가 이를 사들이는 바이 아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건물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시카고 7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곧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처한 건물에는 유콘 빌딩이 들어갔다. 유콘 빌딩의 경우 쿡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쿡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왜 땅값이 비싸고 복잡한 이 곳에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인근에 연방 법원이 있어 재판을 받는 수감자들을 후송하기 용이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수년 전 수감자가 침대 시트를 이어서 유리창을 통해 탈옥하는 일도 있었다. 또 건물 옥상에는 수감자들이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도록 운동장이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콘 빌등은 127년 전인 지난 1898년에 지어졌다. 19세기말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 건물은 인근에 위치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루커리, 모나독, 마켓 빌딩을 세운 보스톤 출신의 부동산 개발업자 피터 브룩스에 의해 지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브룩스는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황폐화가 된 시카고를 재건하기 위해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이끌었다.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다운타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브룩스와 같은 투자가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유콘 빌딩 역시 클락과 밴 뷰렌길의 L 자 모양의 땅을 17만5000달러를 주고 매입하면서 개발이 가능했다. 현재 시세로 하면 56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주변의 높은 빌딩숲에 가려 그 역사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로 평가된다.  
 
브룩스는 부동산 개발업자 중에서도 효율성을 따지는 인물이었다. 그가 투자한 건물들을 평가할 때 따라오는 주요 수식어가 비용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실용적인 구조물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유콘 빌딩 역시 초기에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고층 건물의 형식을 채택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초기에는 당시에는 꽤 높은 12층으로 계획했다가 6층으로 낮췄고 최종적으로는 현재처럼 2층 건물로 확정됐다.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낮은 건물을 지은 뒤 여기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후에 더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 브룩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세금 납세자의 건물이라는 별명으로도 널리 불렸었다.    
 
2층 건물이었기 때문에 건물 뻐대를 지탱할 수 있는 크고 두꺼운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더 넓은 유리창을 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 현재와 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바깥에서 보면 건물 표면이 거의 대부분 유리창으로 덮여 있었고 모더니즘의 한계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유리창은 1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대로 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대변되는 유콘 빌딩의 미래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수개월 전부터 주요 입주자들이 건물에서 철수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2년간의 재산세 납부도 연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금 미납으로 인한 건물 매각 위기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세금 납세자의 건물로 불렸던 건물이 세금 체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이 건물을 끝까지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적어도 건물 외관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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