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아끼는 마음

아낀다는 말은 좋은 말입니다. 행복해지는 표현이기도 하죠. 물건을 아끼기도 하지만, 사람을 아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아낀다고 표현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낀다는 말에는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서로 아끼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아끼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함부로 쓰지 않거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의미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낀다는 말의 단어의 구성을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낀다는 말은 겉으로는 구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아끼다’라는 말은 아깝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즐기다와 즐겁다, 반기다와 반갑다의 구성과 같습니다. ‘기와 갑/겁’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끼’나 ‘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앞에 받침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앗다’에 ‘-기-’, ‘-갑-’이 붙은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앗다는 주로 예전에 많이 쓰던 말로 ‘빼앗다’는 의미의 단어입니다. 지금도 ‘청춘을 앗아갔다’와 같은 표현에 쓰이곤 합니다.  
 
 따라서 아끼다와 아깝다는 빼앗다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져갈까 봐, 빼앗아갈까 봐 소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해서 다루는 것입니다. 그런 행위를 보고 아낀다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음에도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깝다고 하였을 것입니다.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감정을 아끼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은 먹을 것이 있겠네요. 먹고 싶었던 맛있는 것이라면 조금씩 아껴서 먹게 됩니다. 어릴 적 아이스크림을 아껴먹던 기억이 납니다. 아껴 먹느라 천천히 먹었는데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뚝뚝 떨어지던 씁쓸한 기억입니다. 종종은 숨겨놓고 먹기도 합니다. 저는 식탐은 별로 없어서 숨겨두지 않아서 음식을 숨겨두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식탐도 늘고 있습니다.  
 
 아끼는 것의 대명사는 아마도 ‘돈’일 겁니다. 구두쇠나 수전노 등은 돈을 아끼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아끼는 것은 좋은 것임에도 구두쇠나 수전노에 부정적 감정이 한가득인 것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절약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아끼는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쓸 데 쓸 줄 아는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사회는 빈부의 차이 없이 사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베풀고, 나누고, 조화를 이루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끼는 마음 중 가장 귀한 것은 사람에 대한 마음입니다. 물론 사라져가는 생명이나 자연 유산을 아끼는 마음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아끼는 마음입니다. 또한 늘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아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내가 아끼는 사람이 많으면 행복한 겁니다.
 
 저는 아끼다와 아깝다를 보면서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봅니다.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 누구를 아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낌없이 나누어야 하는 것은 무언인지, 누구에게 아낌없이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끼는 마음이 아름다운 쪽으로 깊어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