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아침에] 친구 S를 그리며

계절로 치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스무 살에서 몇 번의 봄이 지난 시절이었다. 고래 한 마리 정도는 너끈히 잡을 것 같던 그때, 만만해 보인 인생 위에 설계된 나의 완벽한 계획에는 실패란 없었다. 하지만, 고난이 계속되자, 앞으로 살아갈 새털처럼 많은 나날이 오히려 저주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을 같이 보낸 S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시리다. LA한인타운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다.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은 하찮은 일에 상처받고 축 처져 있는 내게, “왜 그래”라고 묻기에 요즘 사는 것이 버겁다고 하자, 대뜸 자기는 가시나무로 이리저리 후리게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언제나 주어진 환경에 당당하게 맞서서 사는 그녀였다.   어느 날, 일도 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눈을 떠보니 해는 저문 지 오래였고, 7시면 퇴근해 들어오는 S는 아직 안 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파트가 무섭고 배가 고팠지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한참 후, S가 조심히 방문을 열며 “아파?”라고 묻길래, 고개만 끄떡였다. 이까짓 몸살이 뭔 대수라고 되뇌며, 불 꺼진 방에서 혼자 훌쩍였다. 잠시 후, 그녀가 나지막하게 “나와서 밥 먹어”라고 했다.   느릿느릿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방금 지은 밥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일이 늦게 끝나서 지금 들어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왠지 모를 설움에 꾹꾹 눌렀는데도 굵은 눈물방울이 뜨거운 김칫국에 떨어졌다. 때로는 울음을 참는 것이 우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웠다. 온종일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위는 그제야 만족했는지 포만감이 몰려왔다.   궁둥이를 바닥에 제대로 붙이고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친구 대신 다 식은 S의 밥과 국만 보였다. 야근하고 와서 배가 고플 텐데. 미안한 마음에 S의 방문을 두드리고, 나와서 밥 먹으라고 했지만, 끝내 말을 다 잇지는 못했다.   다시 국 데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고맙다고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퉁퉁 부은 눈으로 대하기가 민망했다. 처량히 비가 오길 바랐지만, 창밖으로 네온사인만 빛났다.   순자의 성악설이 피부에 와닿는 날에 우린 공평하지 않은 삶을, 불완전한 세상을, 카르마가 어떻게 그들에게 임할까를 두 번째 커피가 식을 때까지 토론했다. 그렇게 이십 대가 흘러갔다.우린 살다가 풀썩 주저앉고 싶을 때 만났으니, 서로의 삶이 순탄해지면 다시 만날 것이다. 불현듯 S가 떠오르니, 아마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하나 보다. 평안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오늘 밤은 유난히 짧다. 이리나 / 수필가이아침에 친구 친구 대신 친구 s 마음 한편

2025-03-11

[문화산책] “공부 많이 헌 것들이…”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되는 글이 있다. 정신 버쩍 드는 매운 회초리 같은 글… 예를 들어 이런 말씀.   “우리 손자가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하지 마라.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맘 공부를 해야헌다, 사람 공부를 해야헌다, 그러고 말해. 착실허니 살고 넘 속이지 말고 나 뼈 빠지게 벌어묵어라. 넘의 것 돌라 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라.”   〈월간 전라도닷컴〉에 실린 전남 순천 송광면 왕대마을 윤순심 할매의 말씀이다. 그동안 이 잡지에 실린 말씀 중 가장 인기 있는 어록이라고 한다. 〈월간 전라도닷컴〉은 전라남북 방방곡곡 안 가본 촌구석 없이 찾아 헤매며 발로 뛰면서 촌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을 손으로 받아적어 매달 내는 잡지다. 여기 실린 말씀들은 하나같이 찰지고 맛깔스럽다.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 무법의 시대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아닌가. 이 대목은 조정래의 소설 〈천년의 질문〉 3권에 그대로 인용되어 나온다고 한다. 어느 이름 없는 시골 할머니의 말씀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유식한 사람들의 심장을 찌르는 훈계이자 경고라고 작가는 말한다.   다른 사람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나를 향해 매섭게 떨어지는 회초리 같아서 아프고 부끄러웠다. 물건이나 돈 도둑질은 안 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마음 공부, 사람 공부… 정신이 버쩍 든다.   내 친구는 이 말씀을 읽고 진심 어린 감탄의 글을 보내왔다.   “촌 무지렁이라고 업수이 여겨지는 분들이 실은 참으로 재치있고, 따듯하고, 지혜롭고, 기품 있는 분들임에 감탄했어유. 윤순심 할매의 말씀은 동판에 새겨 서울대 교문 앞에 세웠으면 좋겠구먼.”   한국 사회에서 공부했다는 것은 곧 학교 교육을 말한다. 학벌과 학위만 중요하게 취급한다. 달리 말하면, 가방끈 길이만 따지는 세상이다. 주입식 교육의 지식만 중요하게 여기고, 삶을 통찰하는 지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런 교육의 독소가 사회 전반에 지독한 악영향을 미친다. 사회지도층, 이른바 배운 자들이란 학교 다닐만한 환경에서 자라고, 기억력이 좋아서 시험 잘 쳐서 출세한 사람들이다. 당락을 결정하고, 인간 줄 세우기의 기준이 되는 시험 점수는 인간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람다움이나 품격과도 무관하다.   법조인을 예로 들어보자. 법조문 달달 외워서 고시 합격하고, 출세와 벼슬따기에 혈안이 되어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법 기술자’가 되어 개인적으로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릴 수는 있겠지만,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일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판, 언론,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비슷한 현실이라는 점이 문제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교묘하게 나쁜 짓을 할 여지가 크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는 경제계나 부자들의 문제도 크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촌사람들에 한참 못 미친다. 참 답답하다.   세상 탓, 남 탓할 것 없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사람 공부, 마음공부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윤순심 할머니의 말씀 중 마지막 구절이 특별히 가슴을 때린다.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공부 마음 공부 아가 공부 사람 공부

2025-03-06

댕댕이 마음 사로잡을 노즈워크 “여기 다 있네”

우리 집 반려견이 주체할 수없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거나, 분리불안으로 힘들어한다면 노즈워크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노즈워크란,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에너지 해소는 물론, 자신감까지 키워주는 놀이 겸 훈련 도구이다. 후각을 이용하여 노즈워크 곳곳에 숨겨진 간식을 찾는 놀이를 통해 반려견은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쓰며 정서적으로 안정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반려견이 심심해할 때는 물론, 분리불안과 외로움을 겪을 때도 최고의 놀이라 할 수 있다.     미주 최대 한인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는 반려견들을 위한 다양한 노즈워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폭죽 놀이 모양의 노즈워크는 솜이 없는 장난감으로 노즈워크는 물론 터그놀이까지 가능하다.     웨빙끈을 사용하고 X자 고무패드를 결합해 터깅의 힘 강도를 올렸으며 덩달아 노즈워크 난이도도 높아졌다. 끈과 슬롯을 잡아당겨도 쉽게 끈이 나오지 않아 터그놀이를 즐기는 반려견에게 강력 추천된다.     독마망 쨈은 고난도 노즈워크 장난감이다. 쨈 속에 80cm 노즈워크 슬롯이 숨어있는데 단순히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입구 타입을 반복되지 않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해수복에 주로 사용되는 원단을 적용, 간식이나 먼지가 들러붙지 않고 침도 빠르게 건조된다.     이 밖에도 김밥 모양, 귀여운 샌드위치 모양, 고구마 모양, 대파 모양 등 다양한 노즈워크 장난감이 핫딜에 입고되어 있으니, 반려견이 있다면 필수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상품 살펴보기:hotdeal.koreadaily.com핫딜 노즈워크 마음

2025-02-05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헌신하는 선교적 교회”

 인투 달라스교회(IN2 Dallas Church, 담임목사 박대원)가 창립예배를 드리고 예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적 교회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26일(일) 프리스코에 위치한 프리스코 홀(Frisco Hall)에서 창립예배를 드렸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미주 온누리 비전교회의 협력교회로 뉴저지 온누리교회에 의해서 달라스 지역에 개척된 교회다. 미주 온누리 비전교회 본부장인 마크 최 목사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많은 인구가 텍사스로 이주하는 현상을 지켜보며, 달라스 지역에 사도행전적 교회의 비전을 가진 교회가 필요함을 인식해 교회 개척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교회의 이름은 20년 전에 뉴욕 맨하튼에 개척된 ‘뉴욕IN2’의 이름을 따라 ‘IN2 Dallas’로 정했으며, 뉴저지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던 박대원 목사를 작년7월에 달라스로 파송해 개척을 시작하게 했다. 지난해 7월7일부터 10 가정이 함께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기 시작한지 7개월만에 이번 창립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인투 달라스 교회 창립예배는 심형진 목사의 찬양인도, 최경주 장로, 이용규 선교사, 홍재회 선교사의 축사, 이재훈 위임목사, 박종길 목사, 이찬수 목사의 영상 축하 메세지, 마크 최 목사의 설교, 박대원 목사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이재훈 위임목사는 영상 축하 메세지를 통해 “달라스 지역에 IN2 달라스 교회가 시작됨으로써 사도행전적 교회의 비전을 더욱 힘있게 이루어 나가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미주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해외비전교회 협력위원회를 섬기는 박종길 목사 또한 영상 축하 메세지를 통해 “미국 남부지역에 Acts29의 비전과 예수바보행전을 써가는 귀한 교회가 세워짐에 감사하다”며 “개척의 기쁨을 누리는 성도들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창립예배의 설교자인 마크 최 목사는 누가복음9장10~17절의 말씀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헌신하는 선교적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이날 예배에는 마크 최 목사와 더불어 60여명의 뉴저지 온누리교회 성도들이 창립을 축하하기 위해서 동부에서 달라스까지 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해 감동을 더했다. 박대원 목사는 “앞으로 인투 달라스 교회가 달라스를 넘어 텍사스에, 텍사스를 넘어 미주에, 미주를 넘어 열방에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행전적 교회로 쓰임받을 것을 믿는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10시30분과 오후1시30분에 달라스 프리스코에 있는 프리스코 홀을 빌려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인투 달라스교회는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복음화하는 비전을 가지고 뉴저지 온누리교회에 의해서 개척됐다. 박대원 목사는 “IN2라는 이름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두 가지 부르심을 의미한다”며 “그 부르심은 ‘예수께로 오라’(마태복음 11:28)는 예배의 부르심, ‘세상으로 가라’(마태복음 28:19)는 선교의 부르심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일 1부 예배는 오전 10시30분 성인, 차세대 예꿈 및 꿈땅, Power Wave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2부 예배는 오후 1시30분엥 드려진다. 인투 달라스 교회 주소는 5353 Independence Pkwy. Ste 1, Frisco, TX 75035이며 웹사이트는 in2dallas.org다.                                   〈토니 채 기자〉  예수 마음 뉴저지 온누리교회 달라스 교회 선교적 교회

2025-01-31

손원임의 마주보기 - 노화와 우아한 삶(중)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나날이 늘어나 ‘100세 시대’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평균수명 80을 훨씬 넘어서서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120세, 나아가 150세 시대가 임박했다고 확언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더 이상 한없이 노화를 슬퍼하거나 자포자기에 빠져 마냥 시간만 흘려보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노년기에도 꾸준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살아 갈 지를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노화의 ‘재설계’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노화 앞에서 장사가 없으며, 갱년기와 우울증으로 심신이 나약해지고, 은퇴 등으로 삶의 목표와 열정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이 들고 덧없이 늙어가는 세월 속에서도 삶의 의욕과 기쁨, 나아가 우아함을 찾아야 된다. 그래야 노화 만세(!)가 된다.     그래서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노화’를 ‘우아하게 사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즉 즐겁게 우아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아함(gracefulness)’을 생각할 때,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영어 표현은 이렇다. “Life is graceful when our heart is joyful.” 이를 번역하면, “삶이란 우리의 마음이 즐거울 때 우아해진다”가 되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외출시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우리에게 “와우, 오늘 너 옷맵시가 아주 우아해 보이는데!”라고 말하면 왠지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올라간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조금 더 우아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쁨과 행복도 훨씬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멋을 풍기며 잘 늙어가자!  우리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몸과 뇌를 다시 젊게 만들 수는 없지만, 나이 들며 좀 더 소양을 쌓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건강한 몸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따라서 우리는 긴 노년에 대비해서 최대한 자신의 신체 건강을 지키고, 더욱 더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다잡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우아한 삶을 굳이 아주 거창한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노년의 우아함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다음은 ‘우아한 삶’의 법칙을 내 나름대로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신체적인 위생을 지키고, 잘 먹고, 건강하게 움직이자. 정신적으로는 우리의 인지적 소양을 지속적으로 갈고 닦으며 배우자. 인성적으로는 자중하고, 좀 더 융통성을 키우자. 여기에 때때로 상대방의 작고 사소한 거짓말에 속아주고, 또 속으면서 웃어줄 수도 있는 여유와 포용력을 갖추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이 진술에서 지적한 우아하고 품위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는 우아하게 늙으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당연지사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관리가 먼저다. 일단은 위생상 잘 씻고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독특한 냄새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강해지는 체취가 있다. 이 퀘퀘한 노인 냄새, 즉 ‘가령취(加齡臭)’가 나지 않도록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귀찮더라도 자주 씻고 집안의 환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 두루두루 좋다.     다음은 사지가 아직 멀쩡한 것에 감사하고 ‘정도껏’ 걷고 움직여야 한다. 몸이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우울증까지 오면 정말 큰일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식욕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 말도 섞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립된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힘들어도 밖에 나가 콧바람을 쐬도록 노력하자. 몸을 움직이고 걷는 것은 몸 속에 산소를 공급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걷다가 보면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되어 우울한 생각을 떨쳐낼 수도 있다. 그러면 가끔 자신에게 ‘작은 달콤함’을 선물할 수도 있게 된다.     나는 가끔 동네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들이 나오신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 군것질로 아이스크림을 자근자근 천천히 맛보는 모습이 매우 여유 있어 보인다. 우리가 나이에 상관없이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은 참 멋지고 우아한 것이 아니겠는가. 〈계속〉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노화 노화 만세 정신과 마음 신체 건강

2025-01-21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세요”

 미주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 H 마트가 을사년 설날을 맞이하여 H 마트 고국통신에서 설날 행사를 진행한다. H마트 고국통신은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LA 갈비, 조기, 스킨케어 세트, 케이크 등의 다양한 선물을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손쉽게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지인에게 설날맞이 선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1 월6 일부터 2 월2 일까지 약 한달간 진행되며, 사전예약 기간인 1 월6일부터 1 월19 일 이내에 사전 주문할 경우 쿠폰 코드(HGIFT10)를 통해 추가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전예약 기간 내 캐롤튼, 오스틴, 휴스턴, 블레이락 등 텍사스 매장에서 200달러 이상 주문시 20달러 상당의 H 마트 상품권을 즉시 받을 수 있다. H마트의 이번 고국 통신 행사에 관한 기타 자세한 내용은 H 마트 온라인 주문 고객 서비스 센터(800.648.0980)에 하면 된다. 주문은 웹사이트(gift.hmart.com)에서도 가능하다. 한편, H마트는 1982 년 뉴욕 우드사이드에 1 호점을 개점한 이래 현재 미국 18 개 주에 100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6,000 명 이상의 직원과 5 개의 지역 물류센터 및 가공시설을 보유한 미주 최대의 인터네셔널 슈퍼마켓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H 마트는 고품질의 아시아 식료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필수 식료품, 정육, 수산, 청과, 생활용품 및 Ready To Eat 제품들을 제공함으로써 다문화 고객층은 물론 지역 사회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해 노력하고 있으며, 항상 우수한 품질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함으로 최고의 고객 만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H마트 제공〉마음 설날맞이 h마트 고국통신 설날맞이 선물 마트 온라인

2025-01-10

무궁화 벽화는 치유입니다…미술봉사 ‘아리아리21’

LA 지역 한인 학생들이 벽화 그리기 봉사를 통해 한인 시니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윌셔양로보건센터(원장 데이비드 김)는 2일 한인 청소년 미술 봉사단체 아리아리21(Ariari 21·대표 홍이나) 소속 한인 학생 25명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주말마다 센터를 찾아 벽화를 그려왔다. 이들은 센터 내에 한국 전통을 강조한 기와 벽과 무궁화 등 한국 전통 꽃을 그렸다.     데이비드 김 윌셔양로보건센터 원장은 “벽화가 시니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며 “직원들도 벽화를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벽화 작업은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한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한인사회의 뿌리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이 박(11학년)양은 “한국 전통을 살린 벽화를 한인사회에서 작업하며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LA 한인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홍이나 아리아리21 대표는 “현재 70% 정도 작업을 마친 상태고 이후 센터 외벽에 무궁화를 그릴 예정”이라며 “앞으로 한인사회를 나타내는 벽화 그리기 봉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정체성 시니어 한인 정체성 한인 시니어들 시니어 마음

2025-01-02

[골프칼럼] <2354> 을사년 푸른 뱀(靑蛇)의 해

새해가 되면 매번 되풀이되는 다짐은 누구나 있게 마련이고 을사년(乙巳年)을 맞이하는 골퍼들 마음도 그럴 것이다.   지난해 마무리 못 한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환상의 꿈을 품고 새로운 계획으로 거칠고 메마른 마음을 추슬러 사랑을 듬뿍 담아 이웃에 전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쩌다 본 ‘토정비결’에 좋은 일이 있겠노라 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나쁜 괘면 다시 한번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기도 한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는데도 두 살 뒤로 하는 듯, 젊어진 것 같은 신년의 세시 풍경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세월에 새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묵은 때를 벗기고 신선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하우스로, 아이들 방이 있는 우리 집을 장만한다는 희망찬 꿈과 덜덜거리는 중고차를 처분해 전기차를 살 것이라는 기대감도 신년에나 다짐해 보는 우리들의 특권이다.   골퍼들의 꿈은 어떠한가? 지금은 백(100)타일 망정 90과 심지어 70대의 싱글에 도전하여 이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포부이다.   도대체 그 어려운 72라는 파는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십진법으로 10홀에 파가 100이면 안 되겠는가? 하필, 18홀에 72가 무엇인가?   ‘18’이나 ‘72’라는 숫자는 아시안이 좋아하는 가보(9)라는 숫자와 상통한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왜 아시안이 좋아하는 행운의 ‘9’자를 채택했는지 궁금하다.   1457년 스코틀랜드에서 골프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세종3년 1421년, 무려 36년이나 앞서 조선왕조실록, 봉희놀이에 대한 기록을 보면 경기방법이나 기구가 현대 골프와 흡사하다.   이뿐인가. 13세기경 원나라에서도 ‘추환이라는 경기가 왕실을 중심으로 성행했다’고 원나라 문헌‘환경’에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골프 코스의 전후반 9홀이나 18홀 전체가 ‘9’라는 숫자이고 36홀, 54홀, 72홀 역시 9라는 숫자다. 그리고 전반 9홀의 기본타수(par)도 36, 18홀 전체는 72타, 27홀은 108타, 36홀은 144타 등 모두가 9자와 일맥상통한다.   아무튼 9자로만 이루어진 골프에서 9(single digit)를 목표로 하되, 가정과 사업(직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앞 팀이 밀렸거든 기다려 주고, 숲속에 숨어버린 하얀 백구(골프공)를 함께 찾아주며 상투적인 언사이긴 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위로하는 아량도 베풀어보자.       계산이 어려워 홀을 되돌아 손가락을 접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초보 골퍼의 아물아물한 숫자개념, 벙커를 온탕 냉탕 들락거리며 6자에 8자, 양파(더불파)를 했다 해도 그들을 챙겨줘야 다시 도전하는 진정한 골퍼로 거듭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험악한 분위기가 골프를 병들게 하고 지폐가 오가다, 헤어지는 썰렁한 분위기보다는 식탁의 보글보글 끓고 있는 전골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이것이 친목과 행복이다.       필자가 수시로 강조하는 골프의 9가지 매너(manner)중 첫 번째, 잘 배우면 ‘보약’, 잘못 배우면 '마약'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심지 있는 새해, 을사년 골프를 맞이해 보자.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을사년 청사 새해 을사년 숫자개념 벙커 골퍼들 마음

2025-01-02

[마음 읽기] 원하는 것을 다 이루고 살 수는 없으니

누군가 찾아와 푸념을 쏟아내던 중 내게 묻는다. 스님은 외롭지 않나요? 라고. 듣는 찰나에 씁쓸한 엷은 웃음이 미간으로 퍼진다. ‘뭐 이런 질문을 하지?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무래도 출가자는 외로운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 같다. 그래서 답을 하기 전에 물음을 되돌려준다. 당신은 외롭지 않으냐고. 그랬더니 맨날 외롭단다. 바람 소리만 들어도 춥고 옆구리가 시려 오고, 해가 바뀌는 무렵이 되면 더 외롭고 쓸쓸하다면서 자신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을 하소연한다.   사실 이런 얘기는 그 누구와도 오래 하고 싶지 않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에도 오한 들 듯 싸늘한 마음을 다지는 게 수행자의 삶이다. 그런데, 굳이 이런 속내까지 드러내면서 상대를 위로해야 하는 게 싫을 때도 있다. 왠지 가련한 나의 생애라도 내놓고 파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춥다는 생각은 외로움을 부른다. 그 외로움은 불청객 감기를 불러오고, 감기는 몸을 아프게 하며, 몸이 아프면 다시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 외로워지게 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 삶에서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자신이 일으키는 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러하다. 더욱이 새해 새날이 되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지기도 할 테니, 길을 모색하려면 몸도 마음도 잘 추슬러야 한다. 특히 외로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두렵게 하고, 새롭게 솟아날 용기를 가로막는다. 때문에, 서둘러 내려놓지 않으면 정작 가야 할 길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고향 집을 떠나올 때,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씀이 생각난다. “힘들면 언제든 돌아와.” 이별의 순간이었지만 가슴 깊이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와 닿는 순간, 그대로 박혀버려서 지금껏 빼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말씀 덕분에 살면서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위안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외롭고 힘들 때마다 더 크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기댈 곳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기는 매한가지인 듯하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출가의 길은 건조해진 마음을 유연하게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제약과 금기가 많아서 한시라도 몸가짐이 흐트러지면 안 되기 때문에 고단한 삶에 가깝다. 마음가짐은 곧 몸가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하고, 가지고 싶다고 다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도 마음 한 번 내려놓고 나면 사라지게 마련인 것을.   우리나라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던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2023년 봄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였다. 특히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나의 고단했던 유학 생활에서 그나마 마음이 각박해지지 않았던 건 그의 음악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초여름 출간된 그의 유작 저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있노라면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여느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는 인간적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또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담담한 화법으로 서술되는 문장에서는 은은한 공감을 표하게 된다. 다음은 그의 문장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험 삼아 피아노를 마당에 그냥 놔둬 보기로 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으며 도장도 다 벗겨진 지금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어떻게 썩어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 가야 하는가, 하는 것과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암 투병 중 깨달았던 그의 사생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나이를 쌓아만 가는 것은 나무가 썩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유에서 시사하는 메시지가 크다. 결국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이냐는 사카모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면서, 더불어 우리 모두 답을 찾아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이제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과도한 목표나 실현 불가능한 소망, 작심삼일로 끝날 다짐을 정하기보다는 후회나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바람의 크기를 재단하는 것은 어떨까. 올해 을사년에 볼수 있는 보름달이 아직 열두 번이나 남아있으니까.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욕망 마음 말씀 덕분 사카모토 류이치 나무 상태

2025-01-01

[삶과 믿음]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해

  필자는 중학교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1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 영화 주제곡을 듣고 어떤 무상함이 강하게 일어났고, 내가 누구이며 과연 마음의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답답함과 강한 의심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무상한 경계를 대할 때마다 그런 의심과 답답함이 일어났는데, 당시 필자의 심경은 마치 좁은 통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의심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좁은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외적 구속이건, 내적 구속이건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해도 결코 내 ‘마음’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원불교로 출가하고 난 후에야 그 좁은 통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음의 실체를 깨달아야만 그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고요해지고 번뇌가 사라지면 이런저런 의심이 생깁니다. 이는 마치 호수의 물결이 잠잠해지면 호수 밑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의심은 진리가 우리를 참 고향으로 오라는 부름이자 손짓입니다.   다음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입니다.   “수도하는 이가 큰 발심이 나 가지고 공부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자연 큰 의심 하나가 생겨나서 일체 의심이 그 의심 아래 잠을 자고, 자나 깨나 보나 들으나 어묵동정이 다 의심으로 화하여 온 천지가 그 의심 안에 들어 있다가 홀연히 한 생각을 얻어 그 의심을 부수고 나면 일체의 의심이 다 풀어지고 그로 좇아 참 지혜가 발하나니, 지금 그대들 가운데 보고 듣고 생각해서 아는 지혜는 참 지혜를 얻어 들어가는 첫 문에 첫걸음이 되나니 그것으로써 만족하지 말라.”   수도인에게이런저런 의심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그 의심들이 하나의 큰 의심으로 귀결된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모든 강물이 결국 하나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불교 수행인들에게 궁극의 의심은 주로 ‘이뭣고’가 됩니다. 내가 말하고 보고 생각하는 그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심입니다. 우리는 이를 마음, 의식, 성품 등이라 말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 우리는 그 실체를 정확히 모릅니다. 큰 의심이 걸리면 그 의심을 통해 큰 입정에 드는 것입니다. 큰 의심이 있고 난 뒤에 큰 깨달음이 있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큰 의심이 있는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선진포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다 저절로 입정에 들어 온종일 그대로 서 계신 적이 있습니다. 큰 의심이 걸려 대정(大定)에 든 것입니다. 만공 스님께서도 스승님으로부터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받고 처음에는 이를 그냥 개념적으로 되뇌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가 참으로 깊은 의심이 되었고, 그 의심 속에 먹고 자고 걸어가는 것을 거의 잊을 정도의 동정 간 입정이 몇 달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불붙은 나무가 ‘딱’ 하며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일체의 의심이 해결되고 깨달음을 얻었다 합니다.   큰 의심을 통해 큰 정(定)에 들고 이가 깨달음의 경로입니다.     그러나 보통 수도인에게는 이런 의심이 깊게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 불교 선종(禪宗)에서는 많은 선지식은 제자들에게 어떤 진리적인 의심거리를 주었는데 이를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화두를 때때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공안은 글자 그대로 ‘관공서의 공식문서’라는 뜻입니다. 관공서의 법적 문서처럼 공안이 공부의 기준, 깨달음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선가의 대표적 화두 혹은 공안입니다. 한 수행자가 중국 조주 선사에게 “인도의 달마대사가 서쪽 즉 중국으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물었습니다. 마침 뜰앞에서 있었던 조주 선사는 “뜰앞의 잣나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한 학인이 조주 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개에게도 과연 불성이 있을까 그 학인은 의심이 되었나 봅니다. 조주 선사는 “무(無), 즉 없다.”고 답했습니다.   학인들의 어떤 물음에 대해 선지식들이 진리를 직관적으로 바로 학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선지식들의 이러한 답은 엉뚱한 답, 비논리적인 답변으로 보이는데, 이는 생각 논리로서 알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많은 화두가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화두는 근본적으로 수수께끼와 다릅니다. 수수께끼의 답은 생각으로서 논리적 사고로서 얻을 수 있지만, 화두의 해결은 생각이 끊이진 자리에 들어가야 그 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화두(話頭)라는 말이 화(話), 즉 말과 글과 생각 이전의 자리(머리 頭)라는 뜻입니다. 말과 생각 등 모든 관념 이전의 세계로 들어가야 성품을 본다는 것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자유 의심 하나 의심 아래 마음 의식

2024-12-19

[삶의 뜨락에서] 세월 따라 변하는 생각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거슬러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우리의 몸이 우선 그러하다. 한동안 성장을 위해서 달려가던 육체는 이제 어느 시점을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낡아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노화로 통칭하는 이 과정이 언제 정확히 시작되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시작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천천히 망가지면서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변화하는 것은 우리의 몸만이 아니다. 생각과 마음 정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아마도 생각건대 몸의 조건과 상태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시점보다는 훨씬 늦은 때에 우리의 생각은 진화를 멈추고 망가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어쩌면 육체와는 달리 정신은 끝없이 전진하고 전진할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이를 조금 먹은, 그러니까 이제는 상당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일 수 있다.   정신도 퇴락한다. 한동안 굳건했던 저 푸르른 마음도 아주 천천히 밀도가 떨어지며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하강이건 상승이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생각 또한 변한다. 물론 이는 때로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망아지처럼 아무 곳으로나 뛰어다니던 옛 시절의 마음과 생각에 그대로 변함없이 머무른다면 그 또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나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하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가장 흔히 듣는 대답 중 하나는 경험의 양이 늘어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포용하는 정신이 되고 더욱 허용하는 정신이 된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이는 생각보다 드문 예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 어떻게 변해 나가는가.   우리 손님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은 젊었을 때 입은 옷이 해어져 새 옷을 사 입었으면 좋겠는데 다 낡아빠진 옷을 가지고 와서 수선을 부탁한다. 수선하는 비용이 새로 사는 옷보다 많은데도 고집을 피우며 고쳐달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옷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새 옷보다 이 옷을 고집한다. 왜라고 다그치듯 묻는다. 아주 부담 없이 편하고 입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란다. 몇 달 뒤에는 또 다른 곳이 찢어져 가지고 왔다. 아무 말 없이 고쳐준다. 한두 손님이 그런 수선을 원하지만 보통은 새로운 스타일 옷을 사 입는다. 고집통 손님들을 보면 유행이나 시대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에 큰 흥미를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신발이 떨어져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고치면 발이 편하고 쪼이는 느낌이 없어 좋을 것 같아 구두 수선집을 찾았다. 우리 가게 근처에는 오랫동안 구두 수선을 해온 사람이 있었는데 은퇴한 뒤로는 가게 문이 닫혔다. 다른 사람이 가게를 인수할까 기다렸는데 열지 않았다. 친구 가게 근처에 구두 수선하는 곳이 있다기에 부탁을 해서 고쳤는데 발이 편하고 익숙해서 너무 좋다. 새 신발보다 부드럽고 볼이 늘어나 아프지 않아 편하다. 사람의 생각하는 의도가 변해야 이것저것 입어도 보고 신어도 본다. 꼭 그것에만 집착해 있으면 변화가 없다. 그저 편하고 귀찮다는 생각이다. 음식도 자꾸 새로운 것을 맛봐야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식당을 가도 먹었던 것에 눈도장이 먼저 가니 그 순간부터 맛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도 메뉴판 들여다보고 또 봐도 새로운 음식보다 그전 맛에 길들어 먹었던 것으로 주문하게 된다. 머리에 저장해 있는 생각이 변하지 않고 움직일 줄 모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세월 생각 구두 수선집 마음 정신 한동안 성장

2024-12-03

[잠망경] 오해

뒷마당 풀밭에 사슴 한 마리 서 있다. 그에게 살금살금 접근해서 정면으로 시선을 교환한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생후 몇 달 안 되는 손녀딸을 팔에 안는다. 그녀는 아주 차분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살핀다. 이 아이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토끼와 호랑이가 동화에서 말을 주고받는다. 동화작가는 의인화(擬人化) 기법으로 동물을 사람으로 둔갑시킨다. 말은 생각을 전제로 하는 법. 당신의 손짓 발짓, 웃거나 찌푸리는 얼굴, 짧은 탄성 같은 것들은 비언어(非言語)적인 도우미 역할을 할 뿐 세련된 ‘마스터 오브 세리머니’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아이가 어른처럼 언어를 사용해서 생각한다는 설정을 성인화(成人化)라 한다. 나는 사슴도 손녀딸도 언어를 훌륭하게 구사하는 성인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들이 나와 같은 수준의 소통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 마음껏 빠진다.   사슴이 이러저러한 생각을 했다는 둥, 손녀딸이 여차여차한 생각을 했다는 둥, 하며 내가 둘러댄다면 그건 이해가 아닌 오해다. 오해가 지나치면 곡해가 일어나지. 상대방 마음을 제멋대로 구부리고 비틀어대는 사태가 터진다.   만약에, 내가 사슴에게 “너는 내가 무슨 맛있는 음식이라도 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구나”라고 말한다면? 손녀딸에게 “너는 할아버지가 많이 늙었네, 하는 측은한 생각에서 내 얼굴을 살피는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런다면, 나와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단순한 대답이 나온다. - 나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왜냐하면 그들은 마음속 일을 말로 옮기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표현능력이 없으니까 상대방의 오해를 바로잡아주는 친절이나 정열 또한 있을 수 없다. 말을 할 줄 알아야 생각을 말할 수 있지. ‘말=생각’이다. 이 등식이 정교하지 않게 들리더라도 당신은 양해해 주기를 바란다.   ‘thought, 생각’은 ‘think, 생각하다’라는 동사의 과거형이면서 명사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서구인의 생각은 현재형이 아니라 이미 터진 일, 엎질러진 물 같은 거다. 그래서인지 ‘think’의 고대영어 ‘thinken’에는 생각한다는 뜻 외에 ‘remember, 기억하다’라는 뜻이 있었다. 우리말로도 ‘고향생각’, 하면 고향에 대한 ‘메모리’를 뜻한다. 참 오랜만에 영어와 우리말 어원이 같은 사고방식에서 오는 것을 찾아내서 기쁘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대영어 ‘thinken’에는 또 상상하다, 배려하다, 의도하다, 소망하다, 느끼다 라는 뜻이 있었는데 우리말 ‘생각하다’에도 똑같은 뜻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짧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상상-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배려-야, 남 생각도 좀 해라! ▶의도-나도 그럴 생각이야. ▶소망-생각 있어? ▶느낌-쓸쓸한 생각. (표준국어대사전)   사슴이며 손녀딸을 생각한다. 사슴은 비 내리는 늦가을 밤 어디에 숨어있는가. 어느새 발랄한 소녀가 되어서 간드러진 목청으로 노래를 기똥차게 잘 부르는 손녀딸은 어떤 마음으로 학교공부를 하며 지내는지.   그들이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상상한다. 틀린 상상, 틀린 생각을 무턱대고 한다. 무념무상의 늪에서 벗어나서 오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다. 백지 답안지보다 틀린 답을 써넣겠다는 속셈. 빵점보다 몇십 점이라도 받고 싶다. 그런 노력이 없는 삶은 호되게 재미없는 삶이라 생각한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오해 thought 생각 상대방 마음 우리말 어원

2024-11-26

[삶과 믿음] 진리적 의심과 깨달음

100여년 전 원불교 창시자이신 소태산 대종사를 어떤 한 사람이 찾아와 대종사께 물었습니다. “저는 항상 진세(塵世)에 있어서 번뇌와 망상으로 잠시도 마음이 바로 잡히지 못하오니 그 마음을  바로 잡기가 원이옵이다.” 대종사께서는 다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마음 바로잡는 방법은 먼저 마음의 근본을 깨치고 그 쓰는 곳에 편벽됨이 없게 하는 것이니 그 까닭을 알고자 하거든 이 의두(疑頭)를 연구해 보라.” 하시고 “만법귀일(萬法歸一) 하니 일귀하처(一歸何處)오”라고 써 주셨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마음 안정을 원하는 사람에게 명상 등 수양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데,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분께 의두, 즉 진리적인 의문 거리를 연마해 보라고 하신 말씀은 참으로 의미 깊습니다.   필자는 20대 중반 원불교 교학과 학생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이마에 부스럼 돌기 같은 것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붉게 된 부분이 가렵기 시작했고 이마가 흉하게 되었습니다. 피부과를 찾아갔고 조직검사까지 하였으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겠다고 하며 아마 어떤 바이러스 혹은 박테리아 감염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사가 권하는 약을 먹고 처방된 연고를 두 달간 발랐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어떤 한의사를 찾아갔습니다. 한의사는 저를 진맥해 보더니 제 몸이 너무 피곤한 상태이며, 이마의 돌기는 피곤으로 인해 화기(火氣)가 얼굴로 올라와 생긴 것 같다고 하며 화기를 내리고 수기(水氣)를 강하게 하는 한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약을 먹는 것이 주요한 것이 아니라 잘 쉬는 것이 우선이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두 달 정도 잘 쉬고 나니 이마에 돌기가 저절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원인에는 피상적 원인이 있고 근원적 원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바이러스가 제 이마에 돌기를 일으켰다고 하는 것은 (이가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만) 피상적 원인이며, 돌기의 근본 이유는 제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화나는 마음, 요란한 마음, 어리석고 그른 마음, 비교하는 마음 등 우리는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합니다. 그것의 피상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근원적 원인은 우리가 마음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마음의 근본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음을 바로잡기를 원하면 마음의 근본을 깨쳐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런저런 경계에서 해탈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마음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대종사 서울 박람회에서 화재보험 회사의 선전 시설을 보시고 한 감상을 얻었다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항상 말하기를 생사고락과 해탈을 하자고 하지만 생사의 원리를 알지 못하면 해탈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니….” (천도6)   예수님께서도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8:32) 진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가 마음의 자유를 얻지 못합니다. 인생의 제반 고통으로부터 근원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진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 합니다. 불교(佛敎)의 불(佛)자는 ‘깨칠 불’ 혹은 ‘깨달을 불’입니다.     진리란 우주만유의 본원이자 우리의 본성입니다. 진리를 깨치는 것, 즉 우리 마음의 실체를 아는 것을 불교에서는 견성(見性), 즉 성품을 본다고 말합니다.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우선 ‘의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진리에 관한 의심 없이 깨달음을 얻기란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없는데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깨달음 진리 진리적 의심 우리 마음 마음 안정

2024-11-1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열정을 껴안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설쳐댄다. 요즘 눈만 뜨면 아들이 사 준 트레드밀에서 다람쥐처럼 뜀박질을 한다. 장가 가서 집에 다니러 온 아들이 다짜고짜로 끌고가 트레드밀을 구입했다.   물론 구입대금은 내 크레딧 카드로 긁었다. 그리곤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운동을 시킨다. 지들 어릴 때 숙제 조사하듯 매일 체크를 해대니 안하고는 못배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자식이다. 범보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식하고 맺은 약속이다.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해야 돼요. 엄마 일찍 죽으면 나 슬퍼해.” 아들의 이 한마디에 40년 동안 ‘운동 안 하고도 스트레스 안 받기 작전’으로 버티던 내 지조(?)가 와르르 무너졌다. 성가시게 보채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뻐근하게 저려온다.   몸으로 떼우는 모든 것에 나는 젬병이다. 특히 운동에는 취미도 관심도 없다. 미식 축구 게임조차 잘 이해를 못하니 무식 정도가 아니라 푼수에 속한다.   친구들에게 등 떠밀려 산 골프채는 레슨만 두 번 받고 차고에서 휴식 중이다. 그래도 주눅 안들고 “난 운동 싫어서 안한다”고 오리발을 내밀며 오히려 큰소리치며 산다. 포기각서 쓰면 맨날 마음만 먹고 실천 못해 안달하는 사람보단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모를 때는 몰랐는데 해보니 진짜 운동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저 혼자 놀아도 즐겁고 봐주는 사람 없어도 신나는 게 운동이다.   신나면 재미있다. 신은 열정을 유발시킨다. 열정이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생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면 자신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열정이 생긴다. 마음은 콩밭에 있는데 보리밭에 가면 물에 물탄 듯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다. 열정은 겉으로 들어난 것만으로 파악할 수 없다. 떠벌리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열정이라 할 수 없다. 떠벌리기는 겉으로 뿜어내는 거품이기 때문에 잘 사그러든다.   드러나지 않지만 차분한 열정을 가진 사람은 작은 물방울로 바윗돌을 뚫는다. 열정은 마음의 밑바닥에서 용솟음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영혼을 붙태우는 화염이고 생을 끌고가는 수레바퀴다. 찬물을 끼얹으면 의기소침해지고 풀이 죽어 마음에 병이 생긴다. 열정은 드릴 속의 배터리와 같다. 열정은 드릴처럼 삶에 구멍을 뚫어 신선한 바람이 불게 한다. 드릴을 사용할 때는 배터리 점검도 중요하지만 용도에 맞는 드릴척(drillbit)을 잘 골라야 된다.   분별 없는 열정은 에너지만 소진시킬 뿐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 열정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타협해서 무너지면 열정이 아니라 오기였을 뿐이다. 오기는 벽에 부딫치면 부서지지만 열정은 벽을 넘고 산을 넘어 지칠 줄 모르는 힘으로 인생이라는 동력선을 이끌게 한다.   왠지 의기소침하고 사는 게 시시하고 삶에 열정이 없다고요? 마음의 상자를 열어보고 제일 하고 싶은 것부터 순서대로 줄을 세우세요.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맥을 짚고 다른 한 손을 심장에 얹어보세요. 살아있다는 이 작은 충만함으로도 당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그 일을 활화산처럼 불태울 열정이 다시금 용솟음치고 있지 않나요?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활화산 열정 맨날 마음 진짜 운동 배터리 점검

2024-11-12

[하이모] 머리카락도 가을 탄다? 하이모 동안 가발 '인기'

가을에 떨어지는 것이 낙엽뿐만은 아니다. 가을에는 봄의 갑절에 해당하는 양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모발은 발생기,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치는데 가을에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휴지기에 들어가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울적한 가을철 마음을 더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탈모, 속 시원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   맞춤가발 전문기업 '하이모(Hi-Mo)'에도 고객들의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탈모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M자 헤어라인이 두드러지거나 정수리에 두피가 비쳐 보이는 정도가 심하다면, 독보적인 기술력과 케어를 제공하는 하이모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동안룩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업체 측은 전했다.     하이모는 탈모의 계절인 10월을 맞아 한 달 동안 특별 세일을 펼치고 있다. 이달 말일까지 남녀 가발을 10~20% 할인가에 제공하는데, 남자 맞춤 가발은 어떤 형태든 커버가 가능하며, 여자 가발의 경우 흰머리 커버용, 메디칼 위그, 머리숱 조절용 등을 아우른다.   특별히 매장을 방문하면 버추얼 시스템을 통해 가발 착용 모습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하이모는 3D 스캐너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하여 개인의 두상과 모발색, 모발 길이, 탈모 부위 등에 최적화된 제품을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또 헤어스타일 케어, 프로닥 케어, 멤버십 케어 등의 독보적인 애프터케어 시스템도 지원해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올가을, 하이모와 함께 잃어버린 세월과 자신감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이모는 무료 상담 및 무료 체험을 환영한다.     ▶문의: (213)387-4466(LA),   (626)281-4466(샌 가브리엘),   (949)474-4466(어바인)하이모 머리카락도 올가을 하이모 맞춤가발 전문기업 가을철 마음

2024-10-17

[삶과 믿음] 습관 고치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늦게 일어나는 것, 부지런한 것, 게으른 것, 남을 흉보는 것, 말을 많이 하거나 빨리하는 것 등 우리 행동의 태반은 습관입니다.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행해져서 규칙처럼 되어 있는 일 혹은 고정화된 행동 양식” 입니다. 좋은 습관은 길들이기가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반면 좋지 않은 습관은 금방 길듭니다.   원불교 5대 종법사이셨던 경산 상사님께서는 “어떤 일에 성공할 것인가 혹은 내가 성불을 할 것인가를 알려면 너 습관을 봐라.”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습관이 나의 수행과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고, 나쁜 습관이 내 인생을 망친다는 것을 알지만 나쁜 습관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우선 좌선,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권합니다. 원불교 경전을 보면 ‘좌선의 공덕’이 다음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좌선을 오래 하여 그 힘을 얻고 보면 아래와 같은 열 가지 이익이 있나니… ①인내력이 생겨나는 것이요 ②착심이 없어지는 것이요 ③사심이 정심으로 변하는 것이요 ④자성의 혜광이 나타나는 것이요…”   좌선 혹은 각종 명상을 하게 되면 마음이 깨끗해져서 유혹이 적어질 뿐만 아니라, 마음의 힘을 얻어 여러 욕심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육신은 쓸수록 강해지지만 생각을 과도하게 하는 현대인에게는 마음은 멈출수록 그 힘이 강해집니다.   좌선은 ‘마음의 힘’을 얻는 최고의 방법의 하나입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모든 부처 모든 성인과 일체 위인이 다 이 선법으로써 그만한 심력을 얻었느니라.” 말씀하셨습니다.   좌선 수행으로 우리 본성이 드러나면  욕심, 착심, 사심이 차차 없어지고 자성의 혜광이 비추어져서 모든 생각이 바르게 됩니다. 심리학자들도 어떤 유혹이 생기면 일단 갈등하지 말고 호흡을 고르게 하며 잠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안정되어서 자연스럽게 지혜가 나오고 유혹의 생각도 사라져서 바른 판단과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뉴욕주 원달마센터에서는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배추를 기를 때 거름을 잘 주면, 설사 배추에 벌레가 있어도 배추는 건강하고 싱싱하게 자랍니다. 명상과 선은 우리 마음 땅에 거름을 주는 것과 같이 우리 마음과 인생에 힘과 활력을 줍니다. 배추를 키울 때 거름을 줄 뿐 아니라 배추에 붙은 벌레도 함께 잡아주면 배추가 더 잘 자랍니다. 규칙적으로 하는 선과 명상이 우리 마음 밭에 거름을 주는 것이라면, 현실 가운데서 하나하나 나쁜 습관을 고치는 유무념 공부는 배추에서 벌레를 잡는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좋지 않은 습관을 바꾸고 자신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쁜 습관을 하나하나 고치는 것을 유무념 조항을 잡고 현실적 공부를 꾸준하면 이가 자기 인생을 바꾸는 큰 역할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급한 마음, 욕속심, 남을 판단하는 마음, 악한 말 안 하기, 자비심과 이해심을 기르기 등을 유무념 조항으로 잡고 마음공부 하고 있습니다. 이가 유무념 조항으로 되어 있으면 현실 경계에 당할 때 즉 어떤 현실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마음을 멈추고 생각하게 되어 좋지 않은 습관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습관을 고치고 바른 취사 혹은 정의를 실현할 때 대종사께서는 “기어이 취하고 불의어든 기어이 버려라”고 말씀하십니다.   ‘기어이’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꼭, 마침내, 기어코’입니다.   알렉산더 대왕 혹은 나폴레옹이 단기간에 세계를 제패한 이유가 그들의 훌륭한 전략 전술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어떤 사람과도 비교될 수 없는 ‘기어이’ 하고자 하는 용심, 분심이 있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왕의 신분으로도 많은 전쟁에 직접 참전해서 결정적 순간에 최전방에서 싸웠습니다. 왕이 최전선에서 싸우니 당연히 주변에 있던 장군, 장교, 일반 군인들도 최선을 다해 싸웠을 것입니다. 이가 승리의 결정적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나폴레옹이 옆으로 길게 된 큰 모자를 쓴 이유도 전쟁에서 부하들에게 “나는 뒤에서 작전만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들과 함께 직접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병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많은 전투에서 최전선에서 부하들과 함께 싸우며 지휘했기에 허벅지에 포탄 파편으로 인한 많은 흉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기어이’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입니다. 우리 마음공부 혹은 신앙 수행은 마음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입니다. 이 세상 전쟁 중에서 마음 나라의 일어나는 전쟁이 가장 큰 전쟁이고 근본되는 전쟁이라고 대종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습관 습관 고치기 우리 마음 좌선 명상

2024-10-17

[삶과 믿음] 큰 욕심, 작은 욕심

어떤 여자분이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식 당일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몇 개월간 다이어트를 철저히 했습니다. 그 여자분에게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그동안 실패했던 다이어트가 결혼식을 앞두고 성공적으로 이행된 것입니다. 날씬하게 보여야 한다는 큰 욕구가 음식에 대한 욕구를 잠재워 버린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진리적인 참된 큰 욕심이 발하게 되면 세상으로 향하는 작은 욕심이 잠잠해집니다. 필자도 출가한 후 진리를 알고 믿고 인생의 목적과 가치관이 바뀌었으므로 세상 것에 끌리는 마음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다음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욕망을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한 제자 여쭙기를 무슨 방법으로 수양하여야 오욕을 다 없애고 수도에 전일 하여 부처님과 같이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니,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워서 마음이 거기에 전일 하면 작은 욕심들은 자연 잔잔할 것이요, 그러하면 저절로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리라.” (수행 36)   어떤 목적지에 빨리 그리고 반드시 도달하려는 마음, 목표의식이 분명하면 이런저런 휴게소에 들리거나 그곳에서 너무 많이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 진리적 목표가 뚜렷이 세워지면 우리 마음이 안정되고 삶에 중심이 잡힙니다.     원불교 2대 종법사이신 정산 종사님께서는 정신수양과 부동심 공부를 말씀하시면서 ‘내정정(內定靜)’ ‘외정정(外定靜)’ 법문을 하셨습니다. ‘내정정’은 염불 좌선 등으로 마음을 청결히 해서 안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며, ‘외정정’은 서원과 믿음, 분심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아서 입지를 부동하게 함을 말합니다.   “외정정은 밖으로 입지가 부동하게 하는 공부인바, 첫째는 큰 원을 발함이니, 원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만 가지 세상 인연이 앞에 가로놓여도 보되 보이지 않고 조금도 마음에 걸리지 않기를 서가세존께 한 번 대도에 발심하매 왕궁의 낙과 설산의 고가 조금도 마음에 머물지 않듯 하는 것이요….”   부처님 말씀하시길 “내가 왕후의 위 보기를 과객같이 하면 금옥의 보배 보기를 자갈같이 하며 좋은 비단 보기를 헌 걸레같이 하노라.” (사십이장경42)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나는 그대들에게 희로애락의 감정을 억지로 없애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곳과 때에 마땅하게 써서 자유로운 마음 기틀을 걸림 없이 운용하되 중도에만 어그러지지 않게 하라고 하며, 가벼운 재주와 작은 욕심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그 재주와 발심의 크지 못함을 걱정하라 하노니, 그러므로 나의 가르치는 법은 오직 작은 것을 크게 할 뿐이며, 배우는 사람도 작은 데에 들이던 그 공력을 다시 큰 데로 돌리라는 것이니, 이것이 곧 큰 것을 성취하는 대법이니라.” (수행 37)   진리적 큰 욕심을 발하면 작은 욕심이 자연히 잠재워집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욕심을 잠재우는 좋은 방법입니다. 원불교 3대 종법사이신 대산 종사님께서는 “부처님은 욕심이 없는 분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자기 집으로 만들려는 큰 욕심을 가지신 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산 종사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지금 욕심을 참는 공부를 하는 것은 작은 욕심을 큰 욕심으로 키워 영생을 잘 살자는 것이니, 마치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처음 몇 년간 수확하지 않고 열매를 모두 따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영생을 잘 살기로 하면 반드시 욕심을 절제하고 조절하고 중도를 잡아나가야 하나니, 만약 욕심을 참지 않고 일생을 마치게 되면 그 영이 땅에 떨어져 천만 갈래로 흩어져 보잘것없이 되고 마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대종사께서 ‘나이가 마흔이 되면 수염에 불 끄듯 공부하라.’ 하신 법문을 받들어 마흔 살부터 더욱 금욕하고 정진(精進), 적공(積功) 하였느니라.”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욕심 마음 목표의식 대종사 말씀하시기 마음 기틀

2024-09-1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