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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나무는 아무리 작아도
 
기대려하지 않는다
 
태여 난 순간부터
 
제자리 숙명으로 여겨
 
한목숨 다할 때까지
 
올곧게 하늘로만
 
팔 벌려 살아간다
 
태풍과 폭설 온갖 어려움
 
다시 일어서는 나무들
 
가없는 허공만
 
꿈을 꾸며 사는 삶
 
 
 
한낮에도 컴컴한
 
천년도 넘게 살았다는
 
레드우드 숲 속
 
아스라이 먼 조각하늘을 본다
 
내가 아팠을 때
 
우리가 힘들고 괴로웠을 때
 
너희는 천 년 전부터
 
그런 시련 수도 없이 겪었으리
 
이 순간도 의연히 하늘 향해
 
백 년을 열 번 쌓아올린 몸통
 
말없이 서있는 거목들 아래
 
나 오늘은 작은 풀잎이 되어
 
조용히 무릎 꿇고 싶다.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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