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생명 보호법안’ 텍사스 주의회 상정
의사들이 임산부의 생명을 구하는 결정을 더 쉽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

텍사스 주 의사당
찰리 게렌 주하원의원(공화당/포트워스)은 이날 주 의사당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 법안은 내 24년 정치 경력 중 ‘가장 중요한’ 입법이다. 텍사스는 의사들이 어떤 상황에서 낙태를 시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료 전문가들과 옹호 단체들은 현재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이 애매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어 의사들이 언제 의료적으로 필요한 낙태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게렌 의원은 “너무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았고 너무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1명이라도 사망했다면 이미 너무 많은 것인데 실제로 훨씬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됐다. 내 친구들 중에는 첫 임신 과정에서 겪은 문제와 의사들의 늦어진 대처로 인해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아내를 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게렌 의원과 브라이언 휴즈 주상원의원(공화당/마이놀라)은 지난 14일, ‘모성 생명 보호법’(Life of the Mother Act)으로 알려진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 법안은 낙태 문제와 관련해 흔치 않은 광범위한 동의와 지지를 얻고 있다.
게렌 의원은 주 전역에서 모인 여성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달라스 소재 프렌십-웨스트 교회의 대니얼 아이어스 목사는 “임신과 출산은 신성한 것이다. 이 법안은 여성의 신체 자율권을 회복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조치다. 우리의 몸은 우리 자신의 것이며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즈와 게렌 의원은 모두 주의회에서 강력한 반낙태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들이다. 특히 휴즈 의원은 2021년 텍사스 ‘심장박동법’(Texas Heartbeat Act)으로 알려진 임신 6주 낙태 금지법을 주도하며 반낙태 입법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게렌 의원은 이번 법안에 대해 “내가 다뤄온 법안 중 가장 중요한 법안이다. 이를 주지사 책상까지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태런트 카운티 출신 의원으로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에게 “이번 회기에서 내가 당신을 화나게 만들어 어떤 법안을 거부해야 한다면, 다른 모든 법안은 다 거부해도 좋다. 하지만 이 법안만큼은 승인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텍사스의 사실상 전면적인 낙태 금지법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 상태’에 있는 환자를 위한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법률상, 시술을 수행하는 의료인은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명시됨으로써 의료계에서는 이 기준이 모호하고 혼란스럽다고 지적한다.
불법적인 낙태 시술을 수행한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1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 2급 중범죄에 해당한다. 태아가 사망할 경우, 1급 중범죄로 격상돼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으며 최소 10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도 부과될 수 있다.
새로 제출된 법안은 임신으로 인해 “생명의 위험이 있거나, 주요 신체 기능의 중대한 손상을 초래할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주요 신체 기능에 중대한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치료를 미루거나 변경하거나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자궁외 임신(ectopic pregnancy)이나 유산(miscarriage)과 같은 상황에서도 의사들이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주법에 따르면, 응급 상황에서도 태아의 ‘수정 후 연령’(post-fertilization age)을 먼저 확인해야 하고 태아 생존 가능성을 고려해 임신을 종결해야 하지만 새로운 법안에서는 이러한 요건이 삭제된다. 또한, 20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조항도 해당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수정된다.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모성 생명 보호법’은 불법 낙태를 ‘도운’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행위들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 주법에서는 의사들이 불법 낙태를 돕거나 방조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당할 수 있지만 이번 법안은 의료 제공자, 의사, 환자간의 의료적 논의와 서비스 제공이 법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밖에 법안에는 변호사(텍사스 변호사 협회/State Bar of Texas)와 의사(텍사스 의료 위원회/Texas Medical Board)를 대상으로 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낙태법과 그 예외 조항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텍사스주 하원과 상원의 지도부는 지난 1월부터 낙태 예외 조항의 명확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더스틴 버로스 하원의장(공화당/러벅)은 당시 “텍사스 전역의 의사들과 여성들이 제기한 우려를 고려해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미 여러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하원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보호를 명확히 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텍사스 의료 협회(Texas Medical Association)의 입법위원회(legislation council) 의장이자 방사선과 전문의인 에제키엘 실바 3세는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법이 명확해지면 의사들은 환자를 최선의 방식으로 치료하는데 있어 더욱 안심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낙태 단체 ‘텍사스 생명 연합’(Texas Alliance for Life)의 창립자 겸 사무총장인 조 포즈먼도 해당 법안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포즈먼은 낙태 금지법의 예외 조항을 다시 쓰는 것은 필요하지 않지만 법안의 명확성 강화는 낙태 접근성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의료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확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주요 목표는 아니었지만 이번 법안은 의료적 예외의 정의를 표준화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손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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