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반미와 연관?"…美, 유엔 원조기구에 질의서
'중·러·이란 자금 받았나' 묻기도…인도주의 지원 전면 중단 수순?
'중·러·이란 자금 받았나' 묻기도…인도주의 지원 전면 중단 수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대외원조 축소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유엔 산하 원조 기구들에 공산주의나 반미와 연계돼 있는지를 밝히라는 질의서를 보냈다고 BBC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신념과 소속을 묻는 36개 질문이 포함된 질의서를 유엔난민기구를 포함한 유엔 원조 기구와 국제 적십자 위원회(ICRC) 등국제 구호 기구에 보냈다.
이 질의서를 받은 유엔 원조 기구 중 상당수는 그간 USAID뿐 아니라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받아왔다.
질의서에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전체주의 정당이나 반미 신념을 지지하는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밖에도 중국, 러시아, 쿠바, 이란 등에서 자금을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 해당 기관의 사업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요소나 기후 변화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지에 관한 질문 등도 있었다.
DEI나 기후변화 관련 질문의 경우 여성들의 평등한 교육 기회를 지원하는 유니세프나 기후에 더 적응력이 높은 작물로 전환을 지원해 기근을 예방하려는 세계식량계획(WFP)에는 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 될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유엔의 최대 기부국이던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대외 원조를 대폭 축소하거나 몇몇 유엔 산하 기구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22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한 바 있다.
또 연방 정부 지출 감축 등을 이유로 미국의 대외원조 전담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없애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OMB의 질의서가 전 세계 인도주의 자금의 40%를 책임져 온 미국이 인도주의 활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나아가 유엔과도 전면적으로 선을 그으려는 수순이 아닐지 유엔 기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 인도주의 연구센터의 칼 블랑셰 교수는 구호기관들이 일을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이미 결정은 내려졌고 미국이 유엔 시스템에 대한 관여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번 질의서에 전부 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OHCHR 대변인은 "대부분 '네' 또는 '아니오'로 답변해야 하는 질문이고 설명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며 일부는 유엔에 적용되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바로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답변할 수 있는 질문에 관해서는 설명과 함께 이메일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도연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