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텍사스에서 금기어가 된 ‘다양성’

달라스 모닝 뉴스, 사설 통해 문제점 지적

텍사스 주 의회

텍사스 주 의회

 달라스 모닝 뉴스는 지난 4일자 사설을 통해 현재 텍사스에서는 맥락이나 설명과 관계없이 ‘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가 됐으며 최근 주의회에서는 이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주정부 기관을 이끄는 유능한 인재를 몰아세워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진정으로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 사설을 전재한 것이다.
최근 열린 텍사스 주하원 세출위원회 회의에서, 텍사스주의 수자원 계획을 총괄하는 한 여성 관리자가 심각한 현실을 전달했다. 로리얼 스텝니(L’Oreal Stepney)는 수자원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녀가 이끄는 기관이 현재 220억달러의 자산과 수백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직원과 기타 인력이 새롭게 채용된 인물들임을 언급했다.
이는 충분히 깊이 논의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해리슨 주하원의원은 텍사스 수자원 개발위원회(Texas Water Development Board)의 전략 계획에서 한 문장에 집착했다. 해당 문장은 기관의 인력이 “주의 다양성(diversity)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리슨 의원은 스텝니 위원장과 그녀의 직원들을 상대로 인종을 고려해 불법적으로 고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 결과로 벌어진 광경은 공화당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에 반대하며 벌이는 전쟁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재 텍사스에서는 맥락이나 설명과 관계없이 ‘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가 돼 버렸다. 해리슨 의원은 스스로를 반 DEI 전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난주 그는 어리석은 모습만을 보였다.
수자원 개발위원회의 흑인 여성인 스텝니 위원장과 백인 남성인 브라이언 맥매스 행정 책임자는 모두 수자원 개발위원회가 그렉 애보트 주지사의 명령을 준수하고 있으며 기관내 DEI 정책을 금지하고 있다고 확언했다. 스텝니 자신도 애보트 주지사에 의해 임명된 인물이다.
특히 해리슨 의원은 흑인인 에드나 잭슨 부행정 책임자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잭슨은 텍사스 노동법이 주정부 기관에 대해 특정 직군의 소수 집단 고용 비율을 분석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 목적은 소수계 집단이 기관을 더 잘 인식하도록 만들어 보다 많은 유능한 인재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인종을 기준으로 채용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잭슨은 강조했다.
그러나 해리슨 의원은 이러한 답변을 믿을 수 없다면서 전략 계획에 명시된 문구를 문제 삼았다. 잭슨이 “그 표현을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답하자, 그는 비아냥거리듯 “지금 당신께 읽어주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해리슨 의원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도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주 인구 구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문구가 할당제(쿼터제)로 해석될 수 있다. 수정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었다. 존중하는 태도로 논리를 펴는 것이 좋은 정치이며 비록 좋은 TV 쇼 장면은 아닐지라도 더 바람직한 행위였을 것이다.
해리슨 의원은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텝니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텝니의 감정적 반응은 그녀가 그런 뉘앙스를 느꼈음을 보여준다. 눈물을 흘리며 스텝니 위원장은 자신의 경력을 밝혔다. 그녀는 텍사스대학 오스틴 캠퍼스에서 2개의 공학 학위를 취득했고, 공공 부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수십개의 수자원 시스템을 가뭄으로부터 보호하고 텍사스를 대표해 멕시코와 수자원 공급 협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현직 주지사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애보트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는 적절하게도 스텝니 위원장을 옹호했다.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두 분께 묻고 싶다. 지금 텍사스의 분위기를 돌아보시라. 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는 공포 분위기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물론, ‘다양성 진술서’(diversity statements)나 ‘토지 인정’(Land Acknowledgment/원주민 영토였음을 인정하는 선언)과 같은 진보적인 기준이 강요되었던 문제는 시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오랜 세월 동안 소수계 인구에게 기회를 박탈해 온 나라다. 따라서 고용 기회를 공정하게 확대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종을 기준으로 한 채용은 부적절할 수 있지만, 다양성이란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주 정부 기관이 주 인구의 구성과 비슷한 인력을 유치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진정 잘못된 것은, 단지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주정부 기관을 이끄는 유능한 인재를 몰아세워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일이다.
 
손혜성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