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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효율화에 뒷전된 소비자 보호

우훈식 경제부 기자

우훈식 경제부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방 정부 기관의 효율화 및 재구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폐지 추진이었다. 다행히 현재 폐지는 보류된 상태지만, 향후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새 행정부는 지난달 CFPB를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이 특정 산업과 개인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무기화된 관료 기구”라고 비판하며, 기구 해체를 추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정크 수수료 폐지 정책을 추진했던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을 해임하고, 러셀 보트를 임시 국장으로 임명했다. 보트 국장은 부임 즉시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 및 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즉각적인 혼란을 초래했다. CFPB가 업무를 중단하면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소비자 불만 접수가 중단되었고, 이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CFPB는 그동안 소비자들의 금융 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기관으로 기능해 왔다. 은행 측에서 해결하지 않는 문제도 CFPB에 접수하면 빠르게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정부와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 불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금융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구제 창구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CFPB의 업무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 보호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행 직원들이 “CFPB 포털을 통해 접수되던 소비자 불만이 더 이상 전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소비자 보호 체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행정부 변호사들은 지난달 25일 법정 문서를 통해 “CFPB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간소화(streamline)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존에 행정부가 “CFPB는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던 입장과 배치된다. 모순된 메시지는 소비자 보호 기구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만약 CFPB가 해체된다면 소비자들은 금융기관의 부당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대응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사기 및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구체적인 예로는, 금융기관의 부당한 이자율 적용, 잘못된 대출 승인 절차, 불투명한 수수료 체계 등의 문제가 감시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적절한 구제를 받기 어려워지며, 금융권의 자율 규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금융 규제 완화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신용 보호가 약화되면 대출 상환 능력이 낮은 소비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경제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CFPB의 축소나 폐지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 체계 전반의 약화를 의미한다. 행정부는 이를 ‘폐지’가 아닌 ‘효율화’라고 설명했지만, 이러한 변화조차 장기적으로 소비자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 효율화를 통한 부채 감소라는 목표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관을 급작스럽게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이러한 정책이 결국 소비자들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내몬다면,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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