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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눈먼 강아지

짧은 꼬리를
 
깃발의 표식처럼 흔들고 있다
 
 
 
서로의 생을 걸고 있듯 채워 준 시간들이
 
가슴 속 뜨겁게 녹아
 
둘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있게 하는지
 
초월의 교감은
 
보이지 않는 너머의 인식을
 
끈처럼 붙잡고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볼 수 있는 내면의 눈은
 
한 사람에게 향한 염원으로
 
빛줄기처럼 열려 있다
 
 
 
저 은밀한 영역이 보고 싶어져
 
나도 눈을 감았다
 
어둠을 건너
 
서로가 의존하는 사랑과 믿음의 표상으로
 
어딘가 잠들어 있던 영혼의 불꽃이
 
심연의 한끝에서피어오르고 있다
 
 
 
서로의 어깨가 필요한 세상을
 
나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 감고 있었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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