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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충혈된 사랑

창가에는 반쪽짜리 긴 수박이 누워있고
 
침대에는 세상에 쫓겨 밀려 내려온 J가 누워있다
 
속이 빨갛게 달아오른 내장!
 
그 둘은 닮았다
 
 
 
커튼 속에서 노란 입들이 운다
 
슬피 운다
 
그 너머로 누렇게 바랜
 
어미의 중울음이 아슬아슬하게 삐져나온다
 
 
 
벌겋게 충혈된 사랑이  
 
그들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넷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리고 울음의 꼬리가 희미해질 때
 
아빠
 
이제 누가 빵을 사 오지
 
5살 난 세바스천 다시 울음을 입에 문다
 
J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눈이 커진 아들을  
 
자신의 지문이 다 사라진 굳은살 속에 안는다  
 
 
 
얼룩진 얼굴로  
 
J는 김빠진 수박을 사방이 흔들리게 베어 문다
 
수박이 J를 다독인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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