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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불면의 밤

아무 기별도 없이 찾아 든 어둠 속으로
 
기차의 가쁜 숨소리가 멀어지고 있다
 
뒤따라온 공허한 여운에
 
촉수를 세운 의식은
 
숨소리의 끝을 놓지 못하고
 
어디쯤에서 멈춘 시간
 
내 존재는 검은 안개 속에 묻혀
 
아득히 잊혀 지나온 삶의 편린들이
 
어둠의 손끝에 이끌려 그림자 드리우고 있다
 
뜬눈으로 끌려간 상실의 시간
 
불면의 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리서 돌아오고 있는 힘찬 기차의 숨소리에
 
먼동이 트고 있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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