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기름통을 들고 주유소를 가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름통은 하나가 5갤런(한국의 '말통'보다 조금 작다)짜리인데, 열풍기 한 대에 필요한 디젤은 이런 통으로 거의 매일 2개가 필요했다. 더 큰 기름통이 있겠지만 이보다 크면 들고 옮기기가 힘들고 깔때기로 연료를 열풍기에 넣기도 힘들어 5갤런짜리 기름통들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유가의 변동에 신경을 써는 것이 의아해 물어보니 연료비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처음에야 농사짓는데 난방비가 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겠느냐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연료비의 부담이 상당했다. 현재 옥스나드 지역의 디젤 가격은 갤런 당 6달러 정도로 열풍기 한대에 들어가는 연료비는 매일 60달러 정도이다. 육묘동 2개에 4대의 열풍기를 작동시킬 경우, 하루에 240달러(한화로 30만원)정도로 한 달이면 연료비가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육묘동의 크기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모종의 수도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이다. 한국에서는 농업용 연료는 면세라 가격이 싸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일 주유소에 가서 기름통을 바닥에 줄을 세워 놓고 하나씩 채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대형 온풍기를 설치하면 연료 공급업체에서 연료 탱크를 제공하고 연료도 공급해 주지만, 아직 그럴 규모도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매일 디젤을 사다 나르는데 한 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차에서 거름 냄새가 난다는데, 지금 필자의 차는 기름 냄새가 가득하다. 위대한 한국인 다행히 이런 수고스러운 일을 함께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 한국에서 온 연수생 김건우군이다. 건우군은 필자보다 28살이 어린 아들뻘 되는 친구이다. 미국에 처음 왔고 농사 경험이 없는 건우군이지만 성실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훌륭한 친구다. 건우군이 오고 난 이후,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자기들이 아주 전문가이고 일을 잘한다고 자부하던 멕시칸 직원들의 태도다. 어느 나라의 어떤 회사에서던 자기가 없으면 이 회사가 굴러가지 않고 망할 거라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가 없으면 농장 운영이 안 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건우는 평범한 한국인이다. 천하 장사도 아니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착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이곳 직원들을 앞서 나갔다. 한 가지 단순한 사례로 이곳 시마 농장에서 사용하던 난을 키우던 베드를 딸기 재배용으로 바꾸기 위해 쇠파이프를 전기톱으로 잘라 규격을 맞추는 작업을 했다. 전기톱으로 쇠파이프를 자르면 베드가 흔들려 자르기가 쉽지 않기에 2인이 1조가 되어 한 명이 전기톱으로 파이프를 자르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쇠파이프를 잡아 준다. 한두 시간 정도 그렇게 하고 난 후, 건우는 잡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전기톱으로 쇠파이프를 자르기 시작했는데, 멕시칸 직원 2인 1조가 자르는 양의 1.5배를 잘랐다. 힘이 세지 않은 필자도 멕시칸 직원 두 명이 자르는 양 정도는 혼자서 자른다. 힘이 아닌 요령이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들 JQ라고 하는 잔머리 지수가 발달하여 있다. 그리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서 어떤 일이든 빨리 배우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도전정신까지 있으니,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잘 사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건우가 오고 난 후 직원들은 그동안 필자가 답답해 하던 이유도 알고, 한국에서 자신들을 대체할 우수한 인재들이 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은 것 같다. 한국 딸기를 먹어 보고 한국 딸기의 우수성은 인정한 그들이 한국인이 일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이지만 한국 농장에서 일하는 그들 또한 우수하게 성장할 것이고, 이곳에서는 맛있는 딸기가 계속 재배될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