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의 여성 배우로서"..전여빈, '검은 수녀들'에 담은 진심 (종합)[인터뷰]
영화 '검은 수녀들' 이야기와 함께 진심을 전했다. 2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는 영화 ‘검은 수녀들’ 배우 전여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집) 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 ‘마스터’, ‘브로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신작이자 송혜교, 전여빈의 신선한 조합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날 전여빈은 영화 '하얼빈'에 이어 '검은 수녀들'까지 연말연시, 바쁜 일상을 지내고 있는 소감에 대해 "'하얼빈'은 겨울쯤 개봉하게 될 거라 예상하였고, 안내를 받았었는데, '검은 수녀들' 개봉은 제가 예상했던 거보다는 개봉이 빨라졌다. 두 작품 홍보를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을 다지고 있었는데, 두 영화를 떠올리다 보니, 관통하는 마음이 동일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말하는 존재를 넘어서서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고, 그걸 향해 달려 나가는 마음이 무엇일까. 이타심이라는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어떤 순간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일까? 용감함이란 무엇일까, 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그때 떠올린 생각은,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닌 거 같더라.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 마주하고 맞서고. 문을 열고 나오려는 의지로 느꼈다. 그런 마음을 새기다 보니,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려는 저에게도 큰 영감 같은 것을 주더라. 괜히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라며 소신을 전했다. 전여빈은 극 중 혼란스러운 내면을 지닌 채 '유니아'(송혜교 분)을 도와 함께 구마에 나서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했다. 그는 "시나리오 자체에서 미카엘라 전사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인서트로 들어가긴 하지만, 어릴 적 미카엘라가 귀태, 귀신에 씐 채로 태어난, 저주받은 아이라고 프레임화된 사람이다. 그걸 벗어내기 위해 굿당에도 갔지만, 안되어서 수도원에 들어가게 되어 바오르 신부(이진욱 분) 아래서 길러지고, 이 모든 과정이 미카엘라가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에 충실해지려 했지만, 그런데도 바오르 신부는 과학적 구마 현상은 없다고 부정한다. 부마자라는 것은 정신 질환의 일종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영적인 것으로 해석하려 한다는 유니아와는 전혀 새로운 시선을 보인다. 미카엘라는 그 속에서 혼돈을 느꼈을 거다. 이미 어린 시절 겪은 기질이 있는데, 자라나면서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혹은 보통의 존재가 되기 위해 령을 느끼는 것을 숨기면서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으니, 친구가 의지한 건 타로였을 텐데, 수녀가 타로로 점술을 본다는 것이 너무나 역설적 아닌가. 그게 미카엘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같기도 하더라. 누구보다 과학적이고 차갑고 냉철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기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더라"라며 자신이 바라본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유니아 수녀는 극 중 단 음식을 폭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이에 전여빈은 "미카엘라는 두려움이나 영을 느낄 때 단것을 폭식하다시피 더 많이 먹는 설정이 있었다. 영화상 빠진 장면도 있다. 어렸을 때는 그게 폭발하듯이 섭취했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허기를 채우기는 하지만 마구잡이로 먹지는 않는다. 한 번 정도 욱여넣는 씬이 있긴 했다. 복도에서 환자를 만나지 않나. 그분을 보고 와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초코바를 허겁지겁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건 편집이 되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배우가 그 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장과 의상에서 많은 힘을 얻는다고 느끼는 편이다. '하얼빈'에서도 공부인을 만났을 때, 공부인의 의상에서 주는 간결하고 정제된 힘이 저에게 큰 도움을 받았었다. 이번 ‘검은 수녀들’에서도 처음에 미카엘라가 입는 복장과 구마할 때 입는 복장이 살짝 다르다. 조금 더 단정해진 옷을 입는데, 조금 마음이 열린 것 같이 느껴지면서도 정돈이 된 거 같은. 악령을 만나러 가는 준비가 정말로 된 거 같은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다. 막상 수녀복을 입으니 편안함이 느껴지더라. 몸에 어떤 거슬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엔 미카엘라가 되게 딱딱해 보이고, 가둬둔 사람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힌트를 얻었다"라고 전했다.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오컬트' 장르에 처음 도전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전여빈은 "사실 저는 오컬트를 무서워한다. 극장 안에서 놀라게 하는 거나, 음습한 분위기를 되게 무서워하는 편이라, 혼자서는 절대 못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검은 수녀들'은 해보고 싶었고, 만드는 사람이면 덜 겁먹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웃었다. 이어 "또 저의 겁먹은 마음이 미카엘라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된 거 같기도 하다. 미카엘라는 유니아와 반대로 선뜻 용기 있게 나가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떨면서 더 성장하는 캐릭터니까. 이 영화상에서는 유니아와 희준 둘의 기싸움을 바라보는 미카엘라는 대사보다는 리액션이다. 그게 대본에는 나와 있지는 않았다. 저도 연기를 할 때 거기에 주안점을 삼고 어렵기도 했는데, 콘티도 그렇고, 미카엘라는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인데, 나는 어떻게 두려움을 떨고 어떻게 희준이를 살리고 싶어 할지, 리액션을 되게 많이 고민했다. 그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오컬트와 연결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특히나 10년 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공식 스핀오프이기도 한 '검은 수녀들'에 대해 전여빈은 "그 뿌리의 처음은 닮아있더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속도감이 느껴지기보다는, 유니아와 미카엘라, 바오르 신부를 보면서 드라마가 훨씬 더 잘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훨씬 더 감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야기가 돋보이는 영화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두 수녀가 보이는 영화니까. 그 다름이 다양함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라고 말했다. 캐릭터 연기의 어려움도 전했다. 극 중 라틴어로 된 상당한 분량의 기도문을 외워야 했던 전여빈은 "구마 장면의 처음부터 끝까지 라틴어 구절을 반복해야 했다. 다행으로 여겼던 지점은, 이제 구마를 막 시작한 캐릭터라, 그 라틴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할 필요는 없었다. 좀 서툴더라도, 의지로 완성된 기도문을 읊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됐다. 기도를 읊을 때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온도가 느껴졌으면 했다. 기도문은 랩 외우듯이, 툭 치면 나올 수 있게끔 외웠던 거 같다. 쉽지는 않았다. 그 뜻을 알고 외우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이미 해내신 분들이 있지 않나. 박소담 배우도 너무 완벽하게 하셨고. 가장 최연소 배우인 우진 군이 너무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선배로서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저 또한 아주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몸을 사리지 않았던 순간도 떠올렸다. 그는 "(극 중) 넘어지는 장면도 너무 넘어져서, 다리에 멍이 엄청나게 들어서, ‘훈장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한테 괜히 무릎 사진 찍어서 보내고 ‘엄마 나 열심히 했다’고 했다"라고 웃으며 "사실 배우로서는 그럴 때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몰입하고 쏟아부었을 때. 연기라는 예술을 배워가는 입장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는 사실 허상이고 허구의 것 아닌가. 저를 차용해서 만들어내는 건데, 어떻게 이걸 진짜로 보일 수 있을까 되게 많이 고민하는 거 같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저는 아직 (몸을 사리면서 할) 요령이 없는 거 같다"라고 부연했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송혜교와 함께 투톱 호흡을 맞추게 된 전여빈은 "송혜교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이 된 상황이었고, 저는 그 이후로 제안받았다. 일단 ‘검은 사제들’을 너무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 스핀오프 형식이라는 것에 기대감이 있었다. 우선 대본을 읽는데, 같은 포맷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다. 둘만의 힘으로 한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걸음들에 한 숟갈 얹어주는 사람들과의 연대 모습이 잘 보였다. 지금 시대의 한 여성 배우로서 이런 주제를 같이 나눌 수 있고,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훗날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듣게 된 건, 아무래도 미카엘라 수녀 역에 다른 후보들이 있었을 거 아닌가. 그 과정에서 혜교 선배님께서 저를 되게 많이 추천해 주셨다 하더라"라며 "언니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스타이지 않았나. 언니가 나왔던 드라마는 다 본 거 같다. 어렸을 때는 마냥 아름다운 스타로 봤다면, 배우라는 꿈을 꾸고 행보를 보면서 또 다른 얼굴을 만나려 노력하시는구나,가 이상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런데 이번에 상대 배우로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꿈 같기도 했다. 실제로 언니랑 연기를 했을 때, 언니는 서정적인 부분도 있고, 유니아 수녀가 작품에서 너무 중요하지 않나. 언니가 현장에서도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큰 나무처럼, 작고 가녀린 몸으로 현장을 묵묵하게 버텨주는 힘이 느껴졌다. 존재감이 유니아 수녀와 같게 느껴졌다. 언니를 보며 때때로 울컥하고, 마음으로 온전히 의지하고 기대었던 거 같다. 언니가 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며 ‘나도 훗날 저런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현장이었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전했다. 악령이 들린 부마자, 희준역을 맡아 열연한 문우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여빈은 "현장에서 보면 혜교 선배님과 우진 군, 두 사람의 연기를 넋 놓고 보다가 내 연기를 하는 걸 까먹을 때도 있었다"라며 "(문우진의 연기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진 씨의 연기는 프로 배우 같더라. 이런저런 연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우진 씨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 본인이 그 당시에 감정연기를 했던 게 있다더라. 본인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는 우진 군도 너무 예쁘고, 신기하더라. 어릴 때도 잘했는데 그걸 모르겠다고 하니까"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우진 씨가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고, 성인 못지않게 책임감도 크다. 저는 정말 성인이니까. 모든 순간 완벽하게끔 하려고 하는 우진 씨를 풀어주고 싶기도 하더라. 우진 씨가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라, 촬영 당시 중간고사가 겹쳤는데도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 저는 쿡쿡 찌르면서 ‘하나쯤은 못 해도 돼’했는데, 열심히 하더라.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우진 씨구나 싶더라. 우진 씨의 어머니가 매니저를 맡고 계셔서 현장에 와계시는데, 얼마나 이 아들이 예쁠까? 싶어서 ‘어머니, 예쁜 아들이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했었다. 우진 씨한테는 ‘엄마한테 잘해야 해’했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 밖, 전여빈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종교를 가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여빈은 "크리스천이긴 한데. 나이브한 신자다.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성당을 다녔다. 신부, 수녀님들의 마음을 더 알아보고 배우려고 집 근처에 있는 성당을 가기도 하고, 미사 예배를 가기도 하고. 그 기간이 그래도 꽤 되었다. 6개월 정도. 지금도 종종 미사나 기도드리러 간다"라고 답했다. 전여빈이 생각하는 '믿음'에 대해서는 "믿음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인 거 같다. 신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인간은 유한한 존재 아닌가. 거기서 오는 태생적인 두려움이 있는 거 같다. 그걸 의지하고 극복하고 싶을 때 신에게 의탁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필요할 때도 있고. 너무나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란걸 자각할 때, 하늘의 신에게 부탁하는 심정이 생길 때도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저는 믿음이라는 것도, 물음표를 계속 띄어나가면서 배워나가고 있는 거 같다. 믿음이 무엇이다는 어렵다. 결국 사랑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라고 생각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남궁민과 함께 드라마 '우리 영화'를 촬영 중이라는 전여빈은 "10월부터 촬영했고, 올해 4월 말까지는 촬영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3분의 1. 중반 정도 찍어가고 있다. 남궁민 선배님이 너무 많은 도움을 많이 주시고, 감독님과의 호흡도 너무 좋아서 편하게 해나가고 있다"라며 "현재 촬영 중이라, '하얼빈' 무대인사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아쉽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동지들에게 마음이 안 좋다. '검은 수녀들'은 이제 홍보 시작이고, 마땅한 책임을 해야 하기에, 쉬는 날 없이. 홍보 안 하는 날엔 드라마 촬영하고. 촬영 없는 날엔 홍보로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다이어트는 뒤로 하고 밥 세 끼를 열심히 챙겨 먹겠다"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끝으로 흥행 장기전에 돌입한 '하얼빈'서도 활약을 보이는 전여빈은 "영화계 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안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지 않나. 그 속에서 걸음 해주신 관객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렇게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으로써, 보시는 분들의 시간과 비용이 헛되지 않게끔, 돌아가시는 발걸음에 하나를 꼭 안고 가실 수 있게 좋은 연기와 이야기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드는 날들"이라며 "제가 만날 수 있는 기회들, 인연들. 배우라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 한들 저를 만나주는 작품이 없고, 받아주시는 관객분들이 없으면 그 노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모르는 순간들이 많다. 무명인 시간은, 내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지금 제가 와준 이 모든 환경에 대해 너무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배우, 더 나아지는 연기를 드리고 싶어서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 그게 저를 자책하고 갉아먹는 노력은 아니고, 제 마음 안에 사랑과 감사를 담아서 어떻게든 날 쓰일 수 있게 노력 중이다. 겸허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려고 한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mail protected] [사진] 매니지먼트mmm 제공 유수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