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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男 갖고싶다..'춘화연애담' 강찬희, 도성 1등 신랑감 출두

중 강찬희는 동방국 여심을 싹쓸이하는 엘리트 이장원 역을 맡았다. 이장원은 이름대로 인물도, 인품도, 성적과 능력도 장원인 데다가 집안까지 출중한 사기 캐릭터다. 혼기 찬 양반 가문 여식들 사이에서는 꽉 찬 육각형 남편감으로 손꼽히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성 여성들의 열렬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이장원은 혼인에는 영 뜻이 없는 상황. 그러나 공주의 갑작스러운 부마 직간택 선언으로 인해 동방국이 발칵 뒤집히면서 이장원의 앞날에도 거대한 후폭풍이 닥치기 시작한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도성 최고의 신랑감 이장원의 일상이 담겨 있다.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근면 성실함과 정갈한 의복, 자신감 넘치는 태도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엘리트 포스를 풍기는 이장원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입덕을 부르고 있다. 이렇듯 존재만으로도 설렘을 부르는 이장원 캐릭터의 멋짐에 날개를 달아줄 강찬희의 연기도 기대되고 있다. 순한 눈빛과 대비되는 묵직한 저음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눈도장을 찍었던 만큼 '춘화연애담'을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할 강찬희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동방국 최고의 엄친아로 분한 강찬희를 만날 수 있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은 오는 2월 6일(목) 티빙에서 첫 공개된다. / [email protected] [사진] 티빙 하수정([email protected])

2025-01-12

[경희 한의원 윤승일 원장] 당신은 트라우마가 있나요? 트라우마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

뜻합니다. 심리적, 신체적 트라우마 모두 개인의 삶과 일상에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신적 트라우마 ▲ 원인: 폭력, 사고, 학대, 전쟁, 자연재해, 상실 등으로 인한 충격 ▲ 증상: 공황, 불안, 불면, 우울, 플래시백, 과민 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장기적 영향: 심리적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기능 저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육체적 트라우마 ▲ 원인: 신체에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사고나 부상, 예를 들어 교통사고, 폭력, 큰 수술 등이 포함됩니다 ▲ 증상: 골절, 출혈, 타박상, 신경 손상 등 신체적 손상이 나타납니다 ▲ 장기적 영향: 신체적 트라우마는 회복 후에도 통증이나 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으며, 심리적 트라우마와 결합되어 정신적 고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정신과 신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 트라우마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신체적 트라우마가 정신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트라우마는 역시 어릴 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 상처, 고통, 학대, 무관심, 성적 폭력일 것이다. 어릴 때 받은 상처라 뇌가 잘 기억을 못할지라도 몸은 기억을 잘한다. 만성 통증과 정신장애로 오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사실 어릴 때 상처가 큰 분들이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부모님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전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임신 중 엄마의 스트레스 또한 나의 트라우마 요인이 된다.  엄마 아빠의 불편한 관계와 그들의 유전적 취약함, 나약함, 상처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을 통해 나에게 유전자로 작동이 되는 순간 나의 트라우마 패턴은 나이들어 죽기 전까지 두고두고 나와 함께 존재하는게 큰 고통이 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뇌가 접수를 하는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이 제일 먼저 반응하면서 브레인과 콩팥 위 부신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동공이 커지고 식은 땀이 나며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소변을 자주보거나 입술이 마른 증세들을 갖게 된다.  가끔 받는 스트레스는 문제가 없으나 만성화 되면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면역시스템이다. 바로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혈액검사를 해보면 백혈구 중에서 호중성구와 림프구의 비율에 문제가 생긴다. 정상 비율은 보통 3:1 이하가 되야 하나 호중성구:림프구 비율(NLR)이 5:1 이상 10:1로 올라간다면 만성 스트레스와 면역저하, 노화, 체내 염증이나 그 이상의 문제들을 일단 확인하길 추천드린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고생했던 분들을 보면 대부분 NLR비율이 7:1 이상 10:1도 넘는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 스트레스는 당연히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사증후군(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을 유발함은 누구나 잘 아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신의학자 스티븐 포지스 박사의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rory)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도 그나마 건강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 신경은 12가지로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10번째 미주신경(vagus nerve)은 몸 속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미주(wandering)라는 말을 붙였는데 이 미주신경은 등쪽에만 있는 것으로 신경전문가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다미주신경에서는 앞쪽에도 있다는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5억년 전 파충류 등의 동물에게서 등쪽 미주신경핵이 존재했고 인간은 퇴화했으나 과거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들에게서 이 등쪽 미주신경이 심하게 작동하는데 특징적으로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꼼짝마!의 상태를 유발케 한다는 것이다. 히스테리칼 여성들이 갑자기 기절하면서 스스로를 Freezing 시키는 상황이 바로 등쪽 미주신경(Dorsal Vagal)이 활성화되는 순간인 반면에 정상적이고 건강하면서 행복한 인간의 모습은 바로 배쪽 미주신경핵(Ventral Vagal)이 활발할 때이며 인간의 사회적 공유, 관계형성, 교회모임, 사회생활 등으로 이어지는 편안하고 안전한 삶 자체가 배쪽 미주신경핵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배쪽과 등쪽의 중간 과정에 바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작동되는 HPA축이 있으며 이때 우리는 싸울건가? 도망갈건가? Fight or flight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짧은 순간이지만. 결국 우리의 신경시스템은 종족보존과 자기방어 두가지를 위해 세가지 라이프 상황에 직면하며 스스로를 승리케 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는데 안전(safety)과 위험(danger), 그리고 생명위협(life threat)이다. 극단적 생명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나 외상, 질병에서 시작되어 늘 불안하고 편안하지 않은 위험적인 상황을 지나 조용하고 안전하며 포옹과 포용의 삶에 직면하면 우리는 두려움 없는 목적있는 정신적, 육체적 삶을 통해서 사회적 앙가주망(social enganement)을 구가하게 된다. 교회를 다니며 느끼지만 과거 돌아온 탕자에서 이제는 주님 은혜에 역사하심을 받은 성도 신도님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이러한 세 가지 상황을 떠올리곤 한다. 12가지 뇌신경 중에서 미주신경은 10번째 신경인데 미주신경은 발생학적으로 비슷한 형제자매의 역할을 하는 신경들과 늘 함께 한다. 그 신경들은 5번 삼차신경과 7번 안면신경, 9번 혀인두신경, 11번 부신경이다. 따라서 건강한 사회성을 가진 사람들은 배쪽 미주신경의 social engagement이 발달할 것이고 동시에 안면근육의 발달과 턱의 움직임, 음식을 씹고 삼키며 말을 하는 언어표현력에서 뛰어나며 부신경이 관여하는 어깨 승모근육과 흉쇄유돌근이 탄력적이라 어깨 뻐근함이 없고 목과 어깨의 원활한 움직임을 유지할 것이다.   특히 안면신경과 삼차신경은 귀 속 중이의 등자뼈와 고막긴장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해서 저음의 소음들이 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필터링 작업을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과거 어릴 때 트라우마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지금도 힘들어하는 분들이나 만성질환이나 만성 스트레스, 최근 외상을 당해서 해결되지 못하는 분들의 근본 문제는 현재 갖고 있는 통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한 배쪽 미주신경 시스템의 안전성 결여다.   배쪽미주신경은 작아지고 교감신경으로 이어지는 도피냐 싸움이냐 능력도 떨어진 채 최악의 정신적 Freezing 상태를 표현하는 등쪽 미주신경핵의 과잉남용으로 인해 심폐기능문제와 소화장애, 안면표정 경직과 턱관절 장애(이 갈기 등), 청각과민증, 언어표현력의 문제, 음식삼키기 약함, 어깨통증과 뒷목당김 등의 다양한 증상들을 늘 달고 살게 된다.  귀 속이 먹먹하고 이명이 있으며 작은 소음에도 민감한 청각과민증이 있다면 시각과민증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릴 때 부모의 지나친 교육으로 억눌러져 살던 자식들은 말을 더듬거나 어눌한 발음을 하기 쉽다. 사람들 앞에서 얼굴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표현하며 발표하는 능력을 기대하기는 더군다나 어렵다.  경희 한의원 윤승일 원장 트라우마 영향 신체적 트라우마 정신적 트라우마 심리적 트라우마

2024-11-14

‘지옥에서 온 판사’ 사탄 박호산 특별출연, 철저히 숨긴 이유

중저음의 목소리와 말투,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표정으로 극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또한 강빛나(박신혜 분)와 전면전을 펼칠 때 보여준 몸 사리지 않는 액션도 시청자 시선을 강탈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동안 ‘지옥에서 온 판사’에는 신성록(바엘 역), 오나라(유스티티아 역)를 시작으로 양경원(양승빈 역), 오의식(최원중 역), 최대훈(파이몬, 장형사 역), 김승화(주은 역) 등 화려한 라인업의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열연은 ‘특별출연 매직’이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막강했다. 이에 제작진은 사전에 특별출연 배우들의 등장을 알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데 왜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 박호산의 특별출연은 사전에 오픈되지 않았을까. 이는 극 중 사탄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특성과 관련이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극 초반부터 사탄의 정체와 사탄이 훔쳐 달아난 지옥의 보물 카일룸에 대해 차곡차곡 단서들을 쌓아왔다. 그리고 중반부를 넘어서며 사탄은 연쇄살인마J와 함께 극 스토리를 이끄는 매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스포를 우려해 박호산의 특별출연은 사전에 오픈되지 않은 것. 이와 관련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진은 “시청자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사탄이 된 배우 박호산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충격의 크기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박호산 배우는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강렬한 연기와 화면장악력, 존재감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특별출연에 선뜻 응해준 박호산 배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사진] SBS 제공 강서정([email protected])

2024-10-28

[J네트워크] 뉴욕의 대명사 파괴 현장 목격기

뜻과 무관하게 부여된 생물학적 구별일 뿐, 진정한 성 정체성은 각자 삶의 경험을 통해 습득하고 계발된다는 논리다. 대명사 파괴 현상은 전통적 사고를 지배하는 언어의 틀을 깨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을 반영해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미 몇 년 전 ‘they’를 3인칭 단수 대명사로 기재한다. 단어를 새로 만든 나라도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15년 남녀 구분 없는 인칭대명사 ‘헨(hen)’을 만들었다. 심지어 이 단어 사용을 거부한 교사가 파면된 경우도 있었다.   5년 전쯤 지인 자녀가 미국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할 때였다. 본인이 원치 않으면 원서에 성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학교가 어린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선택을 강요하거나 장려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 정체성 인식 변화는 이미 가속도가 붙어 되돌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마음 가는 대로 살겠다는 자아실현의 의지가 강해지는 걸까.   뉴욕 체류 동안 다양한 대명사로 자신을 맘껏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마주쳤다. 지하철에서 본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 깊게 파인 드레스에 풀어헤친 긴 머리와 곱게 화장한 털보 얼굴. 중저음 목소리에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옆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다. ‘They’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대명사 목격기 대명사 파괴 단수형 대명사 뉴욕 체류

2023-06-01

[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구음시나위

뜻 그대로 입 소리다. 무슨 가사 하나 없이 “아” 한마디로 15분여 가량을 슬픈 살풀이 음 고저로 시나위를 한다. 시나위는 본래 무당들이 굿판을 벌리며 살풀이 할 때 대금, 피리, 해금과 같은 관악기에 장구와 북이 어울리면서 자유 분방하게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재즈도 이와 같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구음은 이 연주에 가사를 붙이지 않고 악기에서 울려나오는 특징적인 음들에 목소리를 내 맡겨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소리다. 그래서 재즈보다는 한참 더 버거운 연주다. 이 굿은 원래 호남 지방 진도 무녀들의 특징이다. 어렸을 적 서울에는 선바위를 중심으로 인왕산 자락에 무당들이 많이 살아 굿거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경기 지방의 특징은 주술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작두를 잘 탔다. 그래서 꽤나 동네가 떠나가게 요란하였는데, 구음시나위는 이러한 무당 굿을 음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인왕산 굿을 꽤나 잘하여 한때 인기가 많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구음시나위는 우선 악단이 있어야 할만큼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 등 변화 무쌍한 박자에 능통해야 하며 악기들을 구음으로 리드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안숙선 명창 외에는 이를 잘 부르는 진짜 무당 같은 국악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재작년 한국에서는 안숙선 명창이 4시간이 넘는 판소리 ‘수궁가’를 국립극장에서 송년맞이로 완창을 하였다. 안숙선씨는 2010년부터 매해 송년이 되면 판소리 완창을 하는데 이날 마지막 십년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특히 판소리 완창은 점심을 청중과 같이 먹어 가면서 하는 8시간 짜리도 있는데 판소리 다섯마당 이라 함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흥보가를 말한다. 이 다섯 마당을 완주한 명창은 안숙선이 유일하며, 40대 중반 나이에 일찍이 가야금 산조와 병창의 기능을 가져 인간문화재로 지정을 받았다. 이후 세계 무대에서 공연을 하여 프랑스에서는 천상의 소리라 하여 프랑스 문예 공로훈장을 받았으며, 또한 영국에서는 “영국에 세익스피어가 있다면 한국에는 안숙선이 있다”고 할 정도로 세계를 넘나든 국보적 존재 가치를 가졌다. 안숙선 명창은 오래 전 2005년 고려대학교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딸 최영훈;과 함께 공연을 하였는데 본인이 이때 마침 참석하여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딸을 왜 판소리를 안 가르치고 거문고 연주가로 길렀느냐는 질문에 “몸이 악기인데 몸 관리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일부러 거문고를 시켰다. 거문고는 산조 한번 타면 1시간 정도 타면 되는데 판소리는 7시간 혹은 8시간 소리를 내 질러야 하기 때문에 힘이 너무 든다”며 자신과는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게 하려는 어미의 정을 내 비추었다. 안숙선 명창은 그의 고향 남원시에서 그녀의 인생을 기록한 국악 전시관을 광한루 근처에 작년에 설립하였는데, 그의 작은 체구에서 울어 나오는 소리는 깊이 있는 중저음이나 고성으로 올라 갈 때는 윤활적인 굵은 창법이 특이하다. 구음시나위는 정선 아리랑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슬픈 가락이다. [[email protected]] 한홍기

2021-09-16

[삶의 뜨락에서] 어른도 장난감이 필요하다

뜻이다. 삼사십대의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당시에 즐겼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다시 찾는 이들이 많아 생긴 말이다. 성인용 만화책이 많이 팔린다는 일본은 키덜트족들이 많아서 그렇다. 키덜트들은 지금도 미니 카, 무선 자동차, 비행기, 드론 등을 좋아한다. 지난해 키덜트 산업 시장 규모가 6000억원이라는 통계만 보아도 장난감 사업은 단순히 어린이들만을 겨냥한 사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은퇴한 어른들도 어린이같이 장난감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자녀들은 성장해서 부모를 떠나가고, 평생을 바쁘게 일했던 직장을 은퇴하고 나면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싱겁게 노는 일은 재미가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을 하는 요즈음은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시간도 빨리 가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된다. 책 읽기, 키보드 연주, 그림 그리기, 탁구나 정구, 댄스스포츠 등은 좋은 놀이이다. 내가 아끼는 장난감은 골프채, 알토 색소폰, 셀폰 그리고 컴퓨터이다. 컴퓨터와 셀폰은 이제는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날씨만 좋으면 골프백을 메고 나가서 맑은 공기와 햇볕을 즐기며 걷는다. 지난 9년간 아껴온 색소폰은 이제 장난감 단계를 넘어 내 분신이 되었다. 만지고 쓰다듬으며 입술을 맛 대고 불며 내 속에 있는 감성을 키워간다. 올해에 산타가 내게 와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테너 색소폰’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중저음 톤으로 내년 결혼 50주년 기념 파티 때 트로트 음악을 맛깔나게 연주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김바울 / 수필가

2021-04-29

[자녀양육칼럼] 인종차별주의(Racism)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흑인배우다. 여러 영화에 출연하여 지혜로운 어른의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 프리먼이 인종차별주의를 없애려면 인종차별주의를 언급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 것인데,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귀가 번쩍 뜨인 이유는 그것이 내 생각과 같기 때문이다. 오래전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원에서 사역할 때 인종간의 화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모임이 있었다. 제목도 Reconciliation (화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흑백 인종간의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호기심에서 관찰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각자 인종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인종차별주의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서로 나누던 중에 내 의견을 물었다. 그때 인종차별주의가 없어지길 원한다면 그것을 언급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Reconciliation같은 모임을 갖지 않으면 인종차별주의가 잊혀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는 언젠가 어디선가 접했던 이야기를 참석자들에게 전해주었다. 악몽을 꿨다고 가정하자. 잠에서 깬 후 그 무섭고 기분 나쁜 꿈을 잊어버리자고 다짐한다. 한 시간 후에 또 다짐하고, 또 한 시간 후에 다시 다짐한다. 그렇게 해서 매 시간마다 그 악몽을 잊어버리기로 다짐을 한다면, 그것은 결코 잊쳐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날에 해야 할 일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일과와 내실강화에 몰두하다 보면 악몽은 언제 잊혀졌지는도 모르게 잊혀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종차별주의를 없애는 방법도 그와 같다고 본다.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자기개발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없어진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하고 개발하다 보면 인종차별주의는 사라지게 된다. 그것이 인종차별을 경험하거나 느끼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들은 대부분 외부의 변화만을 요구한다. 집단행동을 통해 정치와 사회구조의 개혁을 요구한다. 물론 그와 같은 요구로 인해 가시적인 결과가 생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만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순간적인 결과인 경우가 많다. 시위가 잠잠해지면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가기가 쉽다. 반면에 데모를 주동하고 그에 가담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오래 남게 되고, 그 부정적인 인상으로 인해 인종차별주의가 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외부의 변화를 위한 요구가 역기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거나 느끼는 사람들은 외부의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내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즉, 인종차별을 당할 수도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녀들은 주어진 일과 자기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인종차별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동시에 인종차별을 경험하지도 않고 느끼지도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차별대우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첫째,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 관해 말할 때는 존대말을 사용하고 다른 인종에 속한 사람들에 관해서는 반말을 사용하는 것부터 삼가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첫단계이다. 둘째,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느낌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종차별을 범하지 않게 된다. 셋째, 인종차별이 벌어지는 상황을 목격한다면 그것이 옳지 않은 일임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불편한 일일 수도 있고 자칫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나섬으로써 인종차별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 넷째, 인종차별주의는 죄라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들을 창조하셨고, 사랑하신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를 원하신다.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치셨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외모로 판단하고 차별대우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가르침으로써 인종차별주의를 없앨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는 흑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다. 과거와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죄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이민자들이 다른 사람을 나보나 낫게 여기는 자세로 살며, 그런 자세를 자녀들에게도 심어주는 삶을 통해 인종차별주의를 없애는 일에 크게 기여하게 되길 소망한다.

2020-07-16

"내년부터 마켓서 처방전 없이 보청기 구입"

중에서 거의 66%(2/3)는 청각상실(hearing loss)을 갖고 있는데 이중에 20% 정도만이 실제로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80% 되는 사람들은 왜 안 들리는 상태로 지내고 있을까? 첫째 원인이 보청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대가 1000~6000달러이다. 1000여 달러 보청기는 가장 기본적 기능만 있고 가장 업데이트 된 보청기는 6000달러가 넘는다. 이 중에서 평균적으로 도움될만한 보청기의 가격대는 4000~5000달러이다. 그래서 보청기를 하러 왔다가 가격이 부담되어 그대로 돌아서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7년에 FDA(연방식품의약국)에서 통과시킨 것이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일반 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처방없이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OTC(over the counter) 보청기 판매이다. 돋보기를 마켓에서 고르듯이 조절강도가 몇 가지로 나와 있는 보청기를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 가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100달러에서 500달러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물론 양쪽 귀). 가격부담으로 그대로 지내고 있는 80%의 청각상실된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자는 것이 취지라 하겠다." - 부작용은 없을까. "우리와 같은 청각의학 전문가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이 가격은 구입이 가능하게 됐지만 자칫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보청기를 골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청각신경이 더 상해서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니어들이 무조건 크게 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청각신경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신경에 부담을 줘서 손상을 입힌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문제가 될 확률이 높다." - 청각 상실도 노화의 하나인데 보청기가 왜 메디케어가 안되나. "메디케어 커버는 응급상황이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생명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되는 질병이 아닐 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소리가 안들린다는 것은 불편은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지도 더군다나 통증이 심해서 생활할 수 없지도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메디케어 혜택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메디케어 이면서 메디칼을 둘 다 가진 분들은 보험혜택을 받는다)." - 가격은 또 왜 고가인가. "TV나 컴퓨터, 셀폰처럼 소비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조비용이 내려갈 수 없다. 연구개발비용도 다른 분야에 비해서 높다. 또 환자에게 보청기를 일단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볼륨을 비롯해 서서히 적응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청기는 워런티가 3년 정도 된다. 이기간에 환자를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보청기 가격에 포함된다." - FDA에서 보청기 일반 판매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현대의 건강은 '삶의 질'에 초점을 둔다. 잘 들리지 않으면 자연히 사람과의 교제를 피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있으면 우리의 뇌 활동은 그만큼 줄어든다. 지금 계속 대학병원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는 보고가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사용하는 사람보다 알츠하이머가 더 빨리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이런 조치를 내리게 된 주요한 배경의 하나라 하겠다." - 청각의학 전문가들은 청각상실의 진단을 어떻게 하나. "잘 안들리는 것은 청각신경과 고막에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청각신경에서 하는 일은 소리를 클리어(정확하게)하게 해주는 것이고 고막은 소리를 크게 해준다. 청각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 두 가지를 검사해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낸다. 사람에 따라서 고음이 안들릴 수 있고 혹은 저음이 안들릴 수 있다. 또 볼륨에 따라서 듣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검사를 통해 정상보다 떨어진 부분을 보강시켜 주는 것이 보청기이고 우리와 같은 청각의학 전문가들의 일이다. 개인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하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 들리는데도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나. "청각신경은 한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보청기는 어느 정도 신경이 살아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의 청각신경은 계속 소멸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보청기로 청각신경의 악화진행을 지연시켜주지 않으면 점점 신경이 죽어서 아주 못듣게 된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 현재 가장 업데이트된 보청기의 기능은 어떤 것이 있나.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 옛날과 달리 요즘 대부분 보청기는 귀안에 넣으면 95% 정도는 안보일 정도로 작게 나와 있다. 기능으로 보면 주변 잡음 등이 저절로 소멸되면서 듣고자 하는 소리를 정확히 잡을 수 있다. 또 스마트폰에 웹사이트를 다운 받아서 자신이 그 때마다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에 따라 우리가 넣어준다. 예로 세미나에 참석해야 할 경우 스피커 울림을 없애고 말소리를 잘 들리게 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그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된다. 일일이 우리에게 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전화가 왔을 때에도, 자동차 안에서 블루투스로 통화하는 것처럼 보청기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옵션 제품은 가장 고가로 양쪽 귀에 6000달러 정도 된다." - 청각상실도 유전성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후천적으로는 학생과 같은 경우는 어려서 귀에 염증을 심하게 앓은 후 잘 들리지 않게 된다. 특정 약물은 청각신경에 손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노화의 경우는 보통 60세 이상부터 증세가 나타나는데 하루 아침에 갑자기 안들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진행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양쪽 귀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만일 갑자기 한쪽 귀가 안들린다면 그것은 이비인후과 쪽으로 문제가 생긴 경우이다. 그 때에는 우리가 그쪽으로 리퍼를 한다." 김인순 객원기자

2019-08-20

"예일대 의학도 대신 작곡가 택했죠"…한인 2세 작곡가 브라이언 김

중조명했다. 뉴욕주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릴 적부터 악기에 소질을 보였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 등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뤘고, 자연스럽게 음악가를 꿈꿨다. 하지만 의사였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김씨가 의사가 되길 바랐다. 결국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김씨는 예일대에 입학해 의사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전공을 음악으로 바꿔 대학을 마친 뒤 워싱턴DC로 거처를 옮겨 음악교사가 됐다. 그러던 중 12년 전 동부의 삶을 청산하고 LA로 건너왔다. 오로지 '작곡' 하나만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작곡을 배우기 위해 USC 영화음악 작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 그는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존 스위하트 음악감독 존 스위하트의 보조 작곡가로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각종 TV쇼 음악 작업에 함께했다. 특히 인기 장수 TV시리즈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How I Met Your Mother)'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낫싱 수츠 미 라이크 어 수트(Nothin' Suits Me Like a Suit)' 뮤지컬신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TBS 인기 TV시리즈 '서치 파티(Search Party)', 넷플릭스 필름 'G.B.F'등에 김씨의 솜씨가 담겼다. 최근 김씨는 디즈니채널의 'Star vs. The Forces of Evil(프린세스 스타의 모험일기)'과 성인 시트콤 'Abby's(애비스)'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그는 "마법 공주의 모험이야기 애니매이션과 샌디에이고서 불법 운영 술집을 배경으로하는 시트콤 음악 작업은 극과 극이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인 애니메이션의 경우 강하고 복잡한 전자 현악기의 혼합 작업이 주로 쓰이는 반면 시트콤 애비스는 먼저 대사가 들어갈 공간과 타이밍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처음 그가 USC 입학했을 당시 아시안 음악가에 대한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작곡가가 아닌 전형적인 클래식 피아노 잘 치는 아시안으로 보여지는 게 싫어 한동안 피아노를 놨다"며 "롤모델로 삼을만한 아시안 영화, 방송 음악 감독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그는 중국 음악감독 탄둔이 작곡한 무협영화 '와호장룡'을 보고는 큰 영감을 받았다. 김씨는 "전자음악 뿐만 아니라 기악 작곡과 아시안 유산에 대해 받아드릴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밝혔다. 현재 그는 전자 음악 및 '로파이(Lo-fi, 저음질을 뜻하는 음향 용어)'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클래식 작곡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작곡가를 꿈꾸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격려하면서 "지난해부터 아시안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할리우드 무대 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류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

2019-07-12

4.16재단 설립 후원 ‘희망콘서트’ 성황리 개최

뜻 깊은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베이스 홍일은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전속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월호 4.16 재단 설립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미시간 등 미국 각 도시를 순회 공연하고 있다. 이날 ‘희망 콘서트’에서 성악가 홍일은 연주에 앞서 “제 노래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또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활동에 힘을 주고 싶다. 세월호 가족들을 돕기 위해 노래하겠다”고 말해 참석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음악회에서 홍일은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축복하노라’ 등 성가곡, ‘카탈로그 송’으로 알려진 ‘돈 죠반니’ 중 ‘아가씨, 이게 명단입니다요’(Madamina, il Catalogo e` questo),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자 들어보세요 여러분’(UDITE, UDITE, O RUSTICI) 등 오페라 아리아, 그리고 ‘산아’, ‘뱃노래’ 등 우리 가곡을 선보였다. 또한 라성신 씨는 벨리니의 ‘Ma Rendi Pur Contento’, ’AURA LEE’(POULTON), 풋치니의 오페라 ‘라 론디네’의 ‘SOGNO DI DORETTA’와 한국가곡 ‘보리밭’을 연주했으 며, 홍일 씨와 이중창으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내가 산을 향하여’와 함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ALL I ASK OF YOU’를 선보였다. 특히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곡)을 마지막 곡으로 선정한 홍일과 라성신의 듀엣곡은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으며 앵콜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미국인 관객은 “세월호에 대한 관심으로 공연을 참석했는데 연주자 홍일의 나즈막한 저음이 마음을 울렸다”고 연주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난해 개최된 세월호 추도식 강연회와 세월호 어머니들과의 간담회 등에서 공연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라성신 씨는 “음악가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세월호가 던져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희망 콘서트’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홍일씨가 재능기부로 4.16재단 설립 추진에 힘을 보태고 ‘휴스턴 세월호 함께 맞는 비’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졌다. ‘휴스턴 세월호 함께 맞는 비’의 구보경 코디네이트는 “세월호 관련 콘서트에 참석해준 분 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하고 ‘휴스턴 세월호 함께 맞는 비’는 이번 음악회를 통해 후원금 모금 외에도, 4.16재단과 백만 ‘416 기억위원’ 모집내용을 소개하고 약정을 독려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편 4.16재단은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이 함께 만드는 비영리 민간재단으로 생명과 안전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휴스턴 이덕용 기자

2018-04-17

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 내정자 “부임하면, 교민 소통에 최선”

뜻을 거듭 밝히고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지만 “당연히 부임하면 동포들을 먼저 살피는 일을 중시할 것이고 얼마든지 편하게 교민들과 소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민의를 수렴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할애할 뜻을 시사했다. 전화 인터뷰 도중 간간이 구수한 부산 억양이 살짝 묻어난 김 내정자는 중저음의 보이스로 차분하고 무게감 있게 “(애틀랜타에서 전화를 준 것이)우선 반갑다”며 교민들에 대한 인사의 말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김 총영사 내정자는 “사실은 더 반갑게 전화를 받고 이것저것 말씀도 드리고 해야 하는데 아직 공식화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12월에 발령이 나서 애틀랜타에 가게 되는 것을 전제하면서 “중앙일보에 제가 먼저 연락해서 기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약속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24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했다. 애틀랜타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 조지아주립대(GSU)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럽연합 2등 서기관과 외교통상부 유럽연합통상과장,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거쳐 북극협력대화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참여정부인 2005년 김 총영사 내정자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근무 했다.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거쳐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던 문재인 현 대통령과 함께 같은 건물인 위민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허겸 기자

2017-11-17

[윌셔 플레이스] LA 다저스의 '붉은 10월'

뜻한다. 10월이 '가을의 고전'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왜 구태여 '붉은'이라는 사족을 붙이는 건지. '레드 옥토버'는 사연이 있다.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와 함께 하는 10월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 스컬리는 아일랜드계다. 유전인자 탓인지 헤어가 '붉은' 색깔이다.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팬들은 벅찬 감동을 누를 수 없다. 스컬리의 중계를 한달 더 들을 수 있어서다. '레드 옥토버'엔 내친김에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했으면 하는 팬들의 염원이 함축돼 있다고 할까. 스컬리의 또다른 별명은 '미스터 달싯(Mr. Dulcet)'이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가 바리톤 가수처럼 감미롭다고 해서다. 여기에 아주 평범한 영어로 중계를 하다 보니 누구나 중독이 될만도 할 터. '붉은 10월'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겠다. 한인사회와도 인연이 깊다. 20년 전 박찬호가 다저스에 몸 담고 있을 때 얘기다. 스컬리는 박찬호를 일컬어 '마운드의 신사'라고 치켜세웠다. 등판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주심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다. 훗날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이단옆차기로 상대선수를 눕혀 '신사'의 이미지가 다소 빛이 바랬지만. IMF 한파가 한국을 휩쓸 무렵, 스컬리는 이런 얘기도 했다. "챈호팍(박찬호)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에요. 한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고국에 박찬호의 승리 소식이 큰 위안이 되고 있다는 대목에선 가슴이 멍하기도 했다. 스컬리는 한국을 늘 긍정적으로 봤다.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엔 누구한테 배웠는지 한국을 '열공'해 와 팬들에게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놨다. 주류방송 앵커들이 서울 도심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 등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도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무리 스포츠 중계라지만 한국에 우호적인 멘트가 TV에 소개된 건 스컬리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에게 훈장 하나쯤 달아줄만도 했는데. 다저스 중계만 67년째인 스컬리는 올해 89세. 진작 은퇴를 하려 했지만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오늘에 이르렀다. "야구가 언제 재밌냐고요? 9회 홈팀이 1점차로 지고 있을 때지요." 스컬리가 남긴 명언 중 하나다. 스컬리가 다저스 구장에서 홈팬들에게 작별을 고한 지난 25일 그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2-3으로 지고 있던 9회, 동점 솔로포가 터져 다저스는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러고는 끝내기 홈런 한 방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이라는 멋진 선물을 스컬리에게 안겼다. 스컬리는 언제나 야구를 삶의 축소판으로 그렸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1점차예요. 뒤집을 수 있다는거지요. 그러니 어렵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스컬리는 떠났지만 LA의 밤하늘엔 붉은 달이 떠 여전히 '레드 옥토버'다.

2016-09-28

[잠망경]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중이 합세하여 반복적으로 부르게 할 때 자꾸 소리치는 "One more time!(한 번 더!)"을 연상시킨다. 이때 당신은 '한 번'이라는 가벼운 권유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생만사가 한 번에서 그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이 싱싱하고 늘씬한 자태의 여성에게 식사나 한 번 하자고 했을 때 어디 그게 딱 한 번에서 그치는 만남을 시사하는가. 남녀간에 한 번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중저음이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가수 김동률의 2001년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라는 히트곡 제목을 '다시 한 번 사랑한다 말할까'로 바꾸면 어딘지 모르게 불성실하게 들린다. 김민수의 '우리말 어원사전'에 '다시'가 한자어 '多時(여러 번)'에서 유래했다고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선 말기 1903년에 저자 미상으로 쓰여진 '동언고략(東言考略)'이라는 우리말 어원사전 책에 그런 해석이 있는 것을 김민수는 인용한다. 그 책은 우리말 대부분이 중국어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황당한 사대주의 사상이 얼마 전까지 우리를 지배한 것이다. 'again'과 'against'는 고대영어에서 같은 뜻으로 쓰였다. 'again'이 '다시'라는 뜻으로, 그리고 'against'가 '거슬러, 반대해서'라는 의미로 분리된 것은 16세기 초기였다. 영어에서 'among'과 'amongst', 또는 'amid'와 'amidst'에서처럼 마치 형용사의 최상급처럼 단어 끝에 공연히 '-st'가 붙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뜻이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again'과 'against'가 예나 지금이나 서로 같은 뜻이라고 당신이 바락바락 우겨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트럼프 표어의 마지막 단어 'again'에는 현재상황이 마음에 거슬려서 사태를 바꾸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우리의 '미워도 다시 한 번'도 밉고 역겨운 처지를 거슬러서 어떤 인간적인 시도를 해보겠다는 심리상태다.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또한 한 남자가 그리움의 근원지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의 표출이다. 우리는 '반복강박'이라 불리는 신경증세에 시달린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에 적용되는 이 현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시 또 다시 거듭거듭 반복되는 지구와 천체의 운행방침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당신과 나는 한갓 천체의 술렁임에 몸을 맡긴 채 자맥질을 계속하는 아프도록 애절한 반복행동에 머물러 있는지도 몰라. 때때로 크게 웃으면서 때로는 가벼운 흐느낌으로 저 광활한 우주에 시시각각 귀의하는 생명현상들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http://blog.daum.net/stickpoet

2016-07-26

[칼럼]성대

뜻 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성대는 동물의 성대와 달리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고 사람만의 특권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성대는 한 쌍의 떨림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리가 나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주로 숨을 내쉴 때 닫힌 상태에서 공기가 통과하는 힘으로 막을 떨리게 해 음성을 내게 됩니다. 남성의 경우는 성대의 길이가 깊어 저음을 내기에 알맞고 여성의 경우는 그 반대로 성대의 길이가 짧아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악기를 비유로 하면 소리의 고음과 저음에 대한 정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금관악기를 비유로 설명하겠습니다. 금관악기들 중에 소리가 높은 악기는 작은 악기들입니다. 트럼펫, 클라리넷, 플릇, 피콜로 등을 보면 소리가 매우 날카롭고 높은 소리가 납니다. 그것은 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고음이 쉽게 나 주로 멜로디나 높은 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관악기 중에 우리들이 보기에도 큰 악기들은 소리가 저음이 나는 악기들 입니다. 금관악기들 중에 가장 큰 수자폰이라는 악기는 금관악기들 중에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 입니다. 이렇게 큰 악기이기 때문에 소리도 높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가장 낮은 저음을 담당하는 악기가 바로 수자폰입니다. 수자폰 보다는 소리가 완전 저음은 아니지만 튜바라는 악기도 있습니다. 악기가 크면 소리도 높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사람의 성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비슷하게 만든 것이 바로 악기들 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위와 같습니다. 남성의 경우는 성대의 길이가 길어서 저음을 내기에 알맞고 여성의 경우는 그 반대로 길이가 짧기에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목이 쉬는 것은 성대에 염증이 이 생겼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판소리를 하는 국악인이나 소리를 많이 지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개 허스키한 것은 성대가 훈련을 해서 일반인들 보다 더 두꺼워진 상태로 고정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보면 훌륭한 부흥 강사 목사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쉰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성대 훈련을 하지 않고 그냥 목소리를 크게 해서 성대가 손상돼 허스키한 목소리가 된 것입니다.

2015-06-24

[중앙 칼럼] 가수 이선희의 '30년'

저음에서 고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감정선을 타고 자연스럽게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핑하고 튀어 올라가 때로는 듣는 게 부담스러운 가수였다. 그게 2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간간이 뉴스로 전해지는 활동 소식을 들었으나 그녀는 나에게 그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왕년의 스타가수였다. 그런 이선희가 돌아왔다. 지난 3월 30년 노래인생이 녹아있는 정규 15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더니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프로그램 '히든싱어3'에 출연해 그를 전설로 기억하는 후배들과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보는 이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이선희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음반 제목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행운, 우연을 통해 만난 운명이란 뜻이란다. 5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했던 이선희의 인기는 1980년대 선풍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거의 신드롬 수준이었다. 내놓는 음반마다 빅히트를 쳤고 이선희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27세에 서울시 최연소 시의원에 당선될 정도였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는 그녀에게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이혼했고 이혼한 그 남편이 자살하고 그후 4년 가까이 음반을 내지 못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 삽입된 노래 '인연'으로 인기를 얻으며 화려하게 복귀하는가 싶더니 마흔셋의 나이에 모든 것을 접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노래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처음에는 나의 에너지로 노래를 해요. 시간이 지나게 되면 나를 잃고 팬을 쫓아 노래를 하게 되죠. 그 시간마저 지나면 허탈감이 찾아와요. 나도 팬도 없는 공허한 순간이 돼요.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이 있어서예요. 아껴주고 힘을 주는 여러분, 노래하는 이선희로서 더 좋은 노래를 하겠습니다."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 딱 그 느낌을 주는 인터뷰였다.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한송이 국화 꽃. 유튜브에 들어가 타이틀 곡인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들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 다시 만나/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노래의 느낌이 달라졌다. 고음에 파워풀한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감정을 실어내는 기교가 훨씬 더 섬세해졌다. 이선희가 데뷔하던 시기 우리 또래들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섰을 나이가 됐다. 30년. 강산이 3번이나 변한다는 세월. 그 세월을 웃고 울고 버티고 살아온 '누님'과 '오빠'들에, 옛날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는 노래 한 곡 보내고 싶다. 이선희가 부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다. 역시 유튜브에 가면 들을 수 있다. 오늘은 왠지 힘내서 다시 30년을 가보자고, 이번에는 이 산인가 저 산인가 기웃거리는 세월이 아니라 30년 걸어온 그 길을 나침반 삼아 가볍고 단순하게 그저 쭉 가보자고, 이미 몇 번이나 걸려 넘어져 본 돌멩이 다시 만난다한들 무엇이 겁나겠느냐며 "괜찮아 다 괜찮아"라는 호기를 부리면서 그렇게 같이 걸어보자고 손도 내밀고 싶다.

2014-08-28

영그레이 칼럼

저음 만트라 찬팅의 배경 음악에 뒷쪽에 앉은 스님의 기도소리가 섞이자 경외감이 들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들과 벽을 따라 마련된 의자에 가부좌 자세로 묵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딸과 대화를 삼갔다. 조금은 익숙하고 또 낯선 분위기였다.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줄을 선 사람들 뒤에 섰다. 순서를 기다리며 어떠한 편견도 내 속에서 밀어 내려고 노력했다. 부처님과 고승들의 사리 전시회는 특별한 영적 이벤트였다. 호기심을 갖고 찾아왔다가 막상 깨달음을 얻은 선각자들의 영혼이 억겁의 세월을 건너뛰고 현실로 마주서자 당황스러웠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민망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고결한 스님들을 만날 준비가 없음에 더욱 부끄러웠다. 딸이 망설이는 나를 부추겼다. 우리는 손을 잡고 용기를 내어서 앞으로 다가섰다. 한사람씩 불상앞에 서서 물이 담긴 큰 그릇 중앙에 있는 손바닥 크기의 아기 불상에 국자로 물을 세번 부으면서 인사를 하는 의식이 시작이었다. 우리 모녀는 둘이서 교대로 국자로 아기 불상에 물을 부을적마다 옆에 적힌 글을 읽었다. 첫번째는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도록, 두번째는 선행을 하도록, 세번째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를 돕기 바라는 좋은 글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를 살폈다. 9개의 유리컵에 담긴 초록빛 물과 7개의 컵에 담긴 노란빛 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그 뒤로 전시된 사진들 중앙에 달라이 라마의 미소짓는 사진이 있었다. 테이블에 퍼진 은은한 향에 도취되었다가 시계방향으로 돌라는 설명에 따라 천천히 발을 떼었다. 사각형의 플렉시 유리 전시관에 있던 불교 교주인 석가모니의 사진과 사리를 담은 용기들이 확대되어 가슴에 들어왔다. 시신이 불에 타고 남은 재에서 모은 ‘자비와 광명’을 상징한다는 사리는 크고 작은 투명한 유리들로 빛을 품고 참으로 신비스러웠다. BC563-BC483년 경에 살았다는 석가모니의 전설같은 행적이 기억 저 편에서 가물거렸다. 자라면서 들었고, 대학시절 남한의 사찰들을 찾아 다니며 어깨 너머로 들었던 이야기 토막들이 기억났다. 그는 인간의 삶이 생노병사와 윤회의 고통으로 이어진 것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을 얻었던 성인이었다. 부처님을 지혜와 자비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는 나의 철부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질문 부호가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선한 마음과 깨달음이 행복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욕망이 많으니 자연히 번뇌도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행복찾기가 어디 쉬운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압박감이 가슴을 눌렀고 내 손은 은연중에 목걸이에 달린 십자가상을 잡았다. 수정 장식이 달린 둥근 나무통은 기도하는 바퀴라 했다. 안내서를 읽으면서 천천히 나무통을 돌렸다. 수정의 밝음에 정신이 맑아지고 계속해서 사랑과 자비 그리고 기쁨이 찾아든다고 했다. 욕심내어서 여러번 나무통을 돌리다 아차 싶었다. 사랑과 자비 그리고 기쁨을 구하고 싶은 것도 나의 욕망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놋그릇과 종을 울리며 그 맑은 소리에 영적인 지도를 받는 기쁨을 표현했다. 전시된 인도, 티벹, 중국과 한국 고승들의 사진과 그들의 흔적인 머리카락, 필적, 혈액, 뼈, 재등을 보다가 1993년에 돌아가신 한국의 성철스님의 뼈조각 앞에서 멈췄다. 성철스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했다. 아주 느릿하게 테이블을 돈 후에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나에게서 자질구레한 상념들이 빠져 나갔고 성현들의 평안스런 에너지가 내 속을 채웠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의 평화와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눈을 뜨고 경이와 감격으로 벅찬 가슴을 누르는 나의 손에는 여전히 십자가상이 꽉 쥐어져 있었다.

2013-10-18

[J 네트워크] 황수관, 큰 웃음이 남긴 교훈

중 한 명이 대학 신입생 시절 미팅을 나갔다. 일이 그렇게 되려고 했던 것인지 선배는 썩 내키지 않는 상대와 파트너가 됐다. 말도 하기 싫었던 선배는 음악이나 듣고 가겠다며 신청곡을 쓴 후 상대에게도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쓰시라"고 종이를 건넸다. 문제는 선배가 신청한 음악이 페이지의 'Changing Partners'였던 것이다. 선배의 뜻을 알아챈 상대가 자신의 신청곡을 쓴 다음 다시 건넸다. '지 클렙스(The G-Clefts)'의 'I Understand'였다. 노래 제목으로 대화를 시작한 두 사람은 호감을 갖게 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같은 도시 출신임을 확인한 둘은 내친 김에 각자의 고교 동창생들이 함께 하는 모임까지 결성하게 된 것이다. 그후 페이지의 'Changing Partners'를 들을 때면 그 모임이 생각나고 풋풋한 대학생들의 밝은 모습이 연상됐다. 그리고 '석별의 노래(Auld Lang Syne)' 멜로디를 이용 유난히 귀에 익숙했던 'I Understand'가 마치 같은 노래의 2절처럼 따라와 입안을 맴돌았다. 흑백 영화 삽입 음악으로 잘 어울릴 듯한 페이지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4형제와 어린 시절 친구 등 흑인 5인조로 구성된 '지 클렙스'의 남(男)저음 목청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페이지의 타계가 과거 혹은 젊은 날의 초상을 돌아보게 한다면 지난 연말 별세한 '웃음 전도사' 황수관 박사는 내일 또는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지금 황수관 박사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언제나 웃던 어려움이라고는 모를 것 같았던 '신바람 전도사' 황 박사는 누구보다 힘든 삶을 겪었다.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었던 그는 중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안 돼 1년간 산에서 나무를 해 학비를 마련했다. 그러던 중 집에서 30리 이상 떨어진 곳에 공짜로 다닐 수 있는 중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일 새벽 4시 일어나 3시간을 걸어서 등교했다. 사범대학 졸업 후 잠시 교사 생활을 한 그는 이후 의학에 관심을 갖고 의대 청강생으로 10년간 공부했다. 중간고사 때 시험지를 주지 않는 교수에게 "시험지를 달라"고 말했던 '청강생' 황수관은 당시 의대생들보다 더 뛰어난 답안지를 제출 교수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의대 졸업장도 없이 의대 교수 공개 채용에 지원 당당히 합격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어떤 난관이 닥쳐와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어진 여건 아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삶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황 박사는 지난 연말 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 측의 특별 진료를 사양하고 일반 환자와 똑같이 순서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가 생전에 보여주었던 큰 웃음과 투박한 말투는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다. 지금부터 걸어가는 우리의 발자국이 무엇을 남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2013-01-09

클래식 음악의 5대 장르

뜻의 이탈리아어. ●형식 '소나타는 소나타 형식과 다르다. 1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음악을 소나타라 부른다.' 수많은 음악대학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배우는 구절이다. 언뜻 보기엔 당연하지만, 사실은 클래식 음악 형식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교향곡·현악4중주·서곡 같은 음악 또한 소나타 형식에 기초해 작곡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수한 클래식 작품을 구성하는 소나타 형식은 17세기를 전후해 이탈리아에서 발전했다. 첫 번째 주제, 그리고 5도 위의 딸림조에서 두 번째 주제가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 이 두 주제가 얽히고 변형된 전개부가 이어지고, 다시 첫 번째 주제로 돌아가는 재현부가 나온다. 기승전결이 자연스레 갖춰지도록 하는 형식이다. 이 같은 안정적인 형식은 이성과 원칙을 중요시했던 18세기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특히 좋아했다. 이 시기부터는 독일권 작곡가들이 이탈리아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오스트리아 '빈 삼총사'는 소나타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이탈리아에서 이 형식이 시작될 땐 현악기를 위한 소나타가 주로 쓰였지만, 독일권에선 건반악기가 주인공이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각각 62·18·32곡 남겼다.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했던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겐 소나타의 인기가 예전만 못했다. 19세기의 스타 작곡가 리스트는 피아노 소나타라 이름 붙인 작품을 단 한 곡 남겼을 뿐이다. ●주요 작품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모차르트 소나타 11번 '터키 행진곡',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3번 심포니(Symphony·교향곡) ●어원 심포니아(symphonia). '동시에 울리는 음'이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두 개 이상의 악장으로 돼 있으며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소나타 형식에 기초해 작곡된다. 교향곡이 확립되던 18세기의 전통이다. 이는 물론 이후에 깨졌다. 한 악장으로 된 교향곡, 또 특정한 스토리를 설명하는 '표제음악'이 19세기 이후 등장했다. 요즘 심포니는 음악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장르다. 대규모의 무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교향곡은 음악회의 메인 프로그램, 즉 오페라나 실내악에 앞서 연주되던 서곡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소규모의 현악 앙상블에 저음 악기로 구성된 간단한 편성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만하임 학파가 18세기 시작되면서 교향곡의 규모가 커졌다. 여러 대의 관악기와 팀파니 등 장대한 소리를 위한 악기들이 추가됐다. 베토벤은 성악가들과 합창단을 더해 교향곡의 개념을 깼다. 베토벤은 3악장으로 작곡되던 방식도 바꿨다. 3악장을 미뉴에트나 트리오 형식의 간략한 악장으로 바꾸고, 한 악장을 추가해 4악장 형식을 보편화했다. 교향곡의 발전은 계속됐다.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는 민속 선율을 사용하면서 교향곡의 소재를 다양화했다. 베를리오즈·리스트·바그너는 교향곡에 제목을 붙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면서 '추상적'이라는 교향곡의 조건을 바꿨다. 특히 리스트는 교향곡 대신 '교향시'라는 이름을 붙여서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했다. ●주요 작품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말러 '천인' 교향곡 콘체르토(Concerto·협주곡) ●어원 콘케르타레(concertare). '경쟁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한 명의 협연이다. 그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모두 6번까지 있는데, 1번은 '바이올린1+오보에 3+호른 2'가 독주 '그룹'으로 참여한다. 협주곡 2번은 바이올린·오보에·트럼펫이 각 한 대씩 독주 그룹을 이룬다. 6번까지의 독주 '그룹'은 종류와 크기 모두 다양하다. 이처럼 협주곡의 역사는 복잡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같은 '합주 협주곡', 그리고 차이콥스키 협주곡과 같은 '독주 협주곡'으로 나눌 수 있다. 바흐의 바로크 시대까지는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형식이 있었지만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고전시대부터는 '오케스트라+독주자1'이 협주곡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협주곡은 주로 3악장이며, 독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1악장에선 독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카덴차(cadenza)' 부분이다. 여기에선 오케스트라가 잠시 쉬고, 독주자가 기량을 펼친다. 대부분 느리게 진행되는 2악장을 지나면 다시 빠른 악장인 3악장이 시작된다. 협주곡 역시 음악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다. 헝가리 작곡가 바르토크는 1943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란 작품을 내놨다. 독주자가 따로 없고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가 독주자 혹은 작은 앙상블처럼 연주한다. 쉽게 말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기량 과시가 이 작품의 골격이다. 또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Op.43, 쇼숑의 '시곡' Op.25 등 협주곡 형식을 하고 있지만 협주곡이란 제목이 붙지 않은 작품도 낭만시대 이후 많이 나왔다. ●주요 작품 비발디 '사계', 모차르트 세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Op.2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Op.104 푸가(Fuga) ●어원 푸게레(fugere) 혹은 푸가레(fugare). 각각 '도망가다' '쫓아가다'라는 뜻의 라틴어. ●형식 쉬운 말로 돌림노래다. 대신 주제 선율과 이후 나오는 '쫓아오는 선율'이 변형된다는 점이 다르다. 조성을 바꾸거나, 주제를 뒤에서부터 거꾸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두 개의 선율이 연주하면 2성 푸가라 부른다. 최대 6성 푸가까지 볼 수 있다. 여러 성부가 서로 교차하거나 번갈아 가며 주제를 이끌고 변형하면서 짜임새 있는 건축물과 같은 음악이 나온다. 수학에 가까우며 조직적인 형식이라 볼 수 있다. 푸가 형식을 집대성한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의 J S 바흐다. 그는 건반악기의 발전을 기념하면서 총 48곡의 푸가를 작곡했다. 여기에 각 푸가마다 전주곡을 짝으로 넣은 것이 '평균율' 1, 2권이다.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린다. 특히 그의 마지막 작품인 '푸가의 기법'은 단순한 주제를 놓고 각종 기법을 동원해 18종류로 발전시킨, 일종의 실험이다. 푸가 형식에 대한 바흐의 찬미에 가깝다. 규칙적이고 엄숙한 형식의 푸가는 바로크 시대에 꽃을 피웠지만 고전시대 작곡가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모차르트는 주피터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푸가를 써서 형식미를 노렸다. 베토벤은 주로 말년의 작품에서 푸가를 사용했다. 장대하고 무겁기로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 마지막에서 두 번째 피아노 소나타인 31번 마지막 악장을 푸가 형식으로 썼다. ●주요 작품 바흐 평균율 1·2권, 모차르트 레퀴엠 중 '키리에', 바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 오라토리오(Oratorio) ●어원 오라토리(oratory), '예배당'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형식 종교적인 내용을 노래하는 성악곡. 연기하지 않는 종교 오페라라 생각하면 쉽다. 드라마는 있지만 의상, 무대장치가 없고 성악가의 연기도 없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몇 명의 독창자가 나온다. 성경의 내용, 성인의 삶 등을 주로 주제로 삼았다.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화자가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장 성행했던 시기는 17~18세기다. 세속적인 오페라와 짝을 이루며 발전했다. 대부분의 훌륭한 오페라 작곡가는 오라토리오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이 시기에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좋은 오라토리오가 많이 나왔고, 이후 독일·영국에서 발전한다. 독일 태생이지만 유럽 각국을 무대로 활동한 '국제 스타' 헨델은 런던에서 오라토리오를 확립했다. 그가 1742년 작곡한 '메시아'는 현재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로 꼽힌다. 이탈리아·라틴어로만 쓰이던 오라토리오에 영어 버전을 추가한 이도 헨델이다. 멘델스존·리스트 등도 이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19세기 이후에는 반드시 종교적인 소재를 쓰지 않아도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이 결합한 형태를 통틀어 오라토리오로 부르기도 한다. 오라토리오를 쓰는 작곡가들은 줄어들었지만 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 등도 넓은 의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다. 종교적인 내용뿐 아니라 민족주의 등을 설파하는 '프로파간다' 음악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한 형식이다. 초기에는 예배당에서만 연주됐다. 하지만 현대로 들어오면서는 일반 공연장을 무대로 삼는다. 여전히 전통은 남아있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다룬 '마태 수난곡' 등이 공연될 땐 청중도 검은 옷을 입고 오는 것이 예의다. ●주요 작품 바흐 '요한 수난곡', 하이든 '천지창조', 헨델 '마카베우스의 유다', 멘델스존 '엘리야' 김호정 기자 [email protected]

2011-08-28

[공완섭 칼럼] 임재범의 눈물

중인 아내를 생각하며 ‘독종’을 부르던 그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청중들도 울고, 시청자들도 울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그는 또 한 번 청중들을 울렸다. 윤복희 노래 ‘여러분’ 을 마무리하며 청중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숨죽이며 듣던 시청자들은 눈물로,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진행자도, 동료 가수들도 넋을 잃었다. 그건 감동을 넘어선 일종의 충격이었다. 지금 한국은 임재범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그의 동영상 조회 건수는 단숨에 1000만 건을 넘어섰다.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가슴이 먹먹하다’ ‘많이 울었다’ ‘행복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진정한 가수다’ ‘너만 가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사람들은 왜 임재범에 열광하는가. 간단하다. 가수다운 가수, 감동을 준 가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10여 년이 넘게 가요계에는 가수다운 가수가 없었다. 요컨대,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가 별로 없었다. 현란한 율동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가사, 번쩍이는 조명으로 청중들을 뒤흔들어 놓는 가수와 노래들은 많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노래는 듣기 어려웠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 가요계는 힙합의 시대였다. 미국 흑인 청소년들의 뒷골목 문화의 상징인 힙합이 쓰나미처럼 한국을 휩쓸었다. 젊은 가수들은 너나 없이 힙합을 불러댔고, 시청률 높이기에 혈안이 된 방송사들은 쇼 프로그램 단골손님으로 10대 힙합 가수들을 내보냈다. 게다가 기업형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이에 가세, 걸그룹·보이그룹을 양성해 내면서 가요계는 현란한 율동에 점령당했다. 발라드나 록 음악은 밤무대로 밀려났다. 그 결과 40~50대 음악애호가들은 대중가요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TV를 켜거나 라디오를 켜면 혼을 쏙 빼놓는 10대들의 힙합 송을 귀가 따갑게 들어야 했다. 빠른 스피드로 읊조려대는 가사 내용도 알아듣기 어렵지만 알아본들 아무런 감동이 없는 가사, 뜻 모를 영어 가사들이 판을 쳤다. 가수 이은미 말대로 ‘박수는 있어도 감동이 없는’ 세대가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고로 대중가요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마음을 파고들어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법. 가수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부르는 이 따로, 듣는 이 따로 식이면 가요로서의 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다. 특히 작곡자와 작사자, 가수 등 가요 공급자들이 팬들과 더 멀어진 것은 대중가요의 정체성 상실에 있다. 예컨대, 우리말로 노래하다 느닷없이 ‘오 마이 베이비’ 하고 흐느끼거나 ‘오, 예’ ‘아이 러브 유’ 하고 토막 영어로 외쳐대는 정체불명의 가요들을 마구 생산해 낸 것이 공급자와 수요자를 유리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름조차 영어로 짓는 정체불명의 가수들. 그리고 국적불명의 노래가 판을 치는 현실. 그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임재범 노래를 듣고 깨달은 것이다. 그 동안 듣고 싶은 노래를 들어온 것이 아니라 팔리는 음악을 강요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임재범은 김현식의 애절함과 JK김동욱의 허스키한 목소리, 언더그라운드 가수 김재성의 바리톤 저음을 두루 갖춘 가수다. 득음의 경지에 이른 그의 소리에 사람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참아 왔던 갈등이 확 풀어지는, 해우(解憂)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노래보다 더 깊고 애절한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애환, 삶의 진정성에 더 감동하고 있다. 노래에서 뚝뚝 묻어나는 혹독한 소외감과 외로움, 병마에 시달리는 아내를 향한 자책감 같은 것들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동병상련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리라. 포효하는 ‘호랑이’ 임재범은 꽃미남, 꽃미녀 가수들이 판치는 한국 가요계에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의 등장으로 ‘가수는 노래로 승부해야 한다’는 명제를 한국 가요계는 다시 떠안게 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진정성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우리는 그의 부활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절규에 가까운 쉰 목소리, 투병중인 아내를 생각하며 흘리던 임재범의 눈물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봄날이다.

20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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