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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뷰에 ‘성지’ 됐다…‘깡깡이마을’ 옆 카페촌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민은 다리 건너 영도에도 정착했다. 이후 영도는 조선업이 번창했다. 일제 강점기에 약 5만명이었던 섬 인구가 1975년에는 21만6000명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현재 영도 인구는 10만명 정도에 그친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그 시절에는 일터가 부산 원도심에 있어도 영도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며 “공동 주방과 화장실을 써야 해서 주거 조건은 취약했지만 영도 집값이 워낙 쌌다”고 설명했다. 요즘 영도 관광 일번지로 꼽히는 ‘흰여울마을’이 피란민과 가난한 노동자가 살던 동네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알려진 뒤 전망 좋은 자리에 카페와 기념품점이 들어섰고, 해안동굴 등이 인증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마을의 급격한 변화 한편에는 과잉 관광의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비좁은 절벽 길은 급증한 인파 탓에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담벼락에는 ‘정숙 관광’, 그러니까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영도는 배를 고치는 수리 조선업의 전진기지다. 예부터 ‘깡깡이마을’로 불리는 대평동에서는 망치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50~60년 전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이 족장에 걸터앉아 위태롭게 망치질했다면,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나 기중기로 작업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산시는 2015년 도시 재생사업 차원에서 깡깡이마을을 예술마을로 지정했다. 문 닫은 유치원을 박물관으로 꾸몄고, 벽화를 그리고 설치미술도 전시했다. 마을 주민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다. 섬 방문객 대부분은 대평동 옆 봉래동으로 향한다. 소문난 카페가 많아서다. 최근 조선소 창고를 개조한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를 비롯해 ‘무명일기’ ‘원지’ 같은 카페·식당이 들어서면서 봉래동이 카페촌으로 알려졌다. 이들 카페는 소위 ‘조선소 뷰’로 유명하다. 부두에 가득한 바지선과 육중한 기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모모스는 박물관처럼 설계했다. 산처럼 쌓인 생두 자루, 대형 로스팅 기계,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다. 오르세미술관 걸작 만나볼까 영도에는 봉래동 말고도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다. 2023년 태종대 집라인 건물에 개장한 카페 ‘스릴 온더 머그’가 대표적이다. 13일 오후, 집라인을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바다 전망이 빼어난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봉래산 동쪽 기슭, 청학동에 자리한 ‘미피 카페’도 마찬가지다. 문구·선물용품 등을 만드는 신기산업이 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미피’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카페를 연 뒤 미피 팬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문객은 바다 건너 부산 시내까지 훤히 보이는 조망을 즐기고 기념품도 사간다. 특히 앞치마를 두른 자갈치 미피 인형이 인기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홍지수(24)씨는 “네덜란드를 여행하다가 미피 캐릭터에 반해 영도까지 찾아왔다”며 부지런히 셀카를 찍었다. 조선소가 모두 카페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동삼동 선박 수리창고에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공간 ‘아르떼 뮤지엄 부산’이 들어섰다. 파도가 넘실대고, 장미가 흩날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명작 360점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 장수진 관장은 “부산의 역동적인 풍광을 담은 ‘스태리 부산’까지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행정보=영도는 의외로 접근성이 좋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다. 섬 안에서도 주요 관광지는 버스로 다닐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번거롭다면 4~12월 주말마다 운영하는 ‘영도 스토리 투어 버스’를 추천한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태종대 유람선도 탄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받아가면 유용하다. 제휴 식당과 카페,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최승표([email protected])

2025-02-20

'조선소 뷰' 보며 셀카 찍어야 제맛...카페투어 성지 된 부산 핫플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피란민은 다리 건너 영도에도 정착했다. 이후 영도는 조선업이 번창했다. 일제 강점기에 약 5만명이었던 섬 인구가 1975년에는 21만6000명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현재 영도 인구는 10만명 정도에 그친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그 시절에는 일터가 부산 원도심에 있어도 영도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며 “공동 주방과 화장실을 써야 해서 주거 조건은 취약했지만 영도 집값이 워낙 쌌다”고 설명했다. 요즘 영도 관광 일번지로 꼽히는 ‘흰여울마을’이 피난민과 가난한 노동자가 살던 동네다.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의 촬영지로 알려진 뒤 전망 좋은 자리에 카페와 기념품점이 들어섰고, 해안동굴 등이 인증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마을의 급격한 변화 한편에는 과잉 관광의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비좁은 절벽 길은 급증한 인파 탓에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담벼락에는 ‘정숙 관광’, 그러니까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깡깡, 망치 소리 울리는 갯마을 영도는 배를 고치는 수리 조선업의 전진기지다. 예부터 ‘깡깡이마을’로 불리는 대평동에서는 망치로 배를 때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50~60년 전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이 족장에 걸터앉아 위태롭게 망치질했다면,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나 기중기로 작업하는 게 다를 뿐이다. 부산시는 2015년 도시 재생사업 차원에서 깡깡이마을을 예술마을로 지정했다. 문 닫은 유치원을 박물관으로 꾸몄고, 벽화를 그리고 설치미술도 전시했다. 마을 주민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다. 섬 방문객 대부분은 대평동 옆 봉래동으로 향한다. 소문난 카페가 많아서다. 최근 조선소 창고를 개조한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를 비롯해 ‘무명일기’ ‘원지’ 같은 카페·식당이 들어서면서 봉래동이 카페촌으로 알려졌다. 이들 카페는 소위 ‘조선소 뷰’로 유명하다. 부두에 가득한 바지선과 육중한 기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모모스는 박물관처럼 설계했다. 산처럼 쌓인 생두 자루, 대형 로스팅 기계,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다. 오르세미술관 걸작 만나볼까 영도에는 봉래동 말고도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다. 2023년 태종대 집라인 건물에 개장한 카페 ‘스릴 온 더 머그’가 대표적이다. 13일 오후, 집라인을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바다 전망이 빼어난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봉래산 동쪽 기슭, 청학동에 자리한 ‘미피 카페’도 마찬가지다. 문구·선물용품 등을 만드는 신기산업이 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미피’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카페를 연 뒤 미피 팬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문객은 바다 건너 부산 시내까지 훤히 보이는 조망을 즐기고 기념품도 사간다. 특히 앞치마를 두른 자갈치 미피 인형이 인기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홍지수(24)씨는 “네덜란드를 여행하다가 미피 캐릭터에 반해 영도까지 찾아왔다”며 부지런히 셀카를 찍었다. 조선소가 모두 카페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동삼동 선박 수리창고에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공간 ‘아르떼 뮤지엄 부산’이 들어섰다. 파도가 넘실대고, 장미가 흩날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프랑스 출신의 조향사가 전시실마다 다른 향을 연출했고, 압도적인 음향도 곁들여져 오감이 즐겁다. 19개 작품 중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고흐, 고갱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명작 360점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아르떼 뮤지엄 부산 장수진 관장은 “부산의 역동적인 풍광을 담은 ‘스태리 부산’까지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영도는 의외로 접근성이 좋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다. 섬 안에서도 주요 관광지는 버스로 다닐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번거롭다면 4~12월 주말마다 운영하는 ‘영도 스토리 투어 버스’를 추천한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태종대 유람선도 탄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받아가면 유용하다. 제휴 식당과 카페,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흥미로운 사실. 영도에는 제주 이민자가 많다. 하여 부산제주도민회관도 있고, 제주은행 지점도 있다. 식당도 ‘제주’ 간판을 내건 집이 많다. 제주복국이 대표적이다. 음식 맛이 부산 본토에 자리한 여느 유명 복국집에 뒤지지 않는다. 최승표([email protected])

2025-02-19

[Oh! 타임머신] 故유니·전태수·남보원·나철, 1월21일 하늘의 별이 됐다 (과거사 재조명)

영화 ‘본 투 킬’, ‘세븐틴’, ‘질주’ 등에 출연했다. 연기자 생활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활약했다. 2003년 ‘가’로 가요계에 데뷔한 유니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특히 ‘강호동의 천생연분’,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 당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활동했지만 악플이 유니를 괴롭혔다. 도가 지나친 악플과 심각한 인신공격에 고인은 미니홈피 등을 통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니의 사망은 악플의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 전태수  배우 하지원의 동생이기도 한 배우 전태수는 2018년 1월 21일 사망했다. 생전 우울증 증세로 꾸준히 치료를 받았던 고인은 상태가 호전돼 구체적인 연기 복귀까지 논의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향년 34세.  2011년 2월, 만취 후 택시 기사 및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전태수는 10월간 자숙 끝에 배우로 재기했다. 전태수가 세상을 떠난 뒤 누나 하지원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하지원은 “아름다운 별, 그 별이 한없이 빛을 발하는 세상에 태어나기를. 사랑하는 나의 별 그 별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별이 되기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나의 별 태수야”라며 동생을 애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 남보원  2020년 1월 21일, 각종 성대모사로 사랑받던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도 하늘의 별이 됐다. 건강 이상으로 입원 치료와 퇴원을 반복하던 그는 2020년 1월 21일 폐렴으로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남보원은 1963년 영화인협회 주최 ‘스타탄생 코미디’에 1위로 입상하며 개그맨의 길을 시작한 이후 스크린과 안방을 오가며 당대 최고 스타로 활약했다.  특히 남보원은 사람, 사물의 성대모사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전쟁을 겪으며 직접 체험했을 폭격기 폭격음, 기차 기적 소리, 뱃고동 소리 등을 실제에 가깝게 표현해 냈다. 성대모사뿐만 아니라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한 '원맨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2010년 7월 먼저 세상을 떠난 후배 故 백남봉과 투맨쇼를 펼치며 전성기를 달리기도. ‘원맨쇼의 달인’, '원맨쇼의 전설' 등으로 불리며 많은 개그계 후배들에게 영감을 안겨준 고인이다.  뜨거운 인기와 명성만큼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96년 예총예술문화상 연예부문, 1997년 제4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상 화관문화훈장, 2015년 제3회 대한민국 신창조인 대상 행복한 사회 만들기 부문, 2016년 제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 문화 훈장을 받았다. - 나철 배우 나철은 2023년 1월 21일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다. 당시 관계자는 나철이 건강 악화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를 표했다. 1986년 생,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팬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였다. 동료 배우 김고은은 “최고 멋진 배우 #나철 최고 멋진 사람 아빠 남편 아들 친구 #나철”이라는 추모 메시지를 SNS에 남겼다. 1986년생인 나철은 2010년 연극 ‘안네의 일기’로 무대 연기를 시작했다. 여러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3년에는 드라마 ‘삼생이’, ‘전우치’로 매체 연기에도 입문했다. 이후에도 그는 ‘굿와이프’, ‘안투라지’, ‘진심이 닿다’, ‘비밀의 숲2’, ‘빈센조’, ‘해피니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우월한 하루’, '슬기로운 의사생활2', ‘작은 아씨들’, ‘어쩌다 전원일기’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를 펼쳤다. 특히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을 통해 극강의 악인 연기로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가출팸의 우두머리이자 석대(신승호 분)와 영이(이연 분)의 족쇄,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큰형 역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email protected] [사진] OSEN DB, SNS, 방송 캡처 최이정([email protected])

2025-01-21

[독자 마당] '오징어 게임' 의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최고 권위의 방송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라니 놀라운 일이다. 이 드라마는 1년 전 처음 방영되자 단숨에 국가, 인종, 언어, 문화의 경계를 지우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대중문화 예술 장르에서의 성공을 넘어 한국의 국격을 높였다.     세계적 인기에 부응해 LA시가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기까지 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한 영상물이 전 세계를 열광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이것만이 아닌, 이전부터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과 인정을 받아온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근래 들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인의 재능이나 뛰어난 감성지수를 보여주는 우수한 문학, 영화, 드라마,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이제는 이런 현상이 당연한 일로 생각될 정도이다. 또한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나 상품에 K-팝, K-푸드 등 한국을 나타내는 알파벳 K를 앞세우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에나 목표에 도달해 성과를 이루려면 숱한 장애물을 넘어서며 최적의 방향을 잡아가야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 가는 각 개인의 성취가 이리저리 연결되면서 그 총체적 효과가 한류를 만들어내고, 선진 한국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세계는 일제의 수탈과 전쟁으로 소멸 직전까지 갔던 한국의 급성장을 두고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핀 것과 같다’고 평가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처참한 모습이었는데, 특출한 지도자들과 근면 성실한 국민의 노력으로 기적을 이루었다는 의미다. 불과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한류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한국 드라마 선진 한국

2022-09-25

적나라한 대한민국 선거판 안보면 후회 '특별시민'개봉

장미 대선을 앞두고 현실감 있는 영화 이 한국과 4월 28일 북미 동시 개봉한다.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이 그리는 현실 정치의 축소판, 선거의 리얼한 민낯이 기대되는 영화 이 개봉 전부터 뜨거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 영화 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헌정 사상 최초로 3선 서울 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담아낸 이야기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은 물론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헐리웃 루키 이기홍까지 실력파 배우들의 색다른 조합과 특별한 시너지를 담아낸 은 기존 정치 영화들과 차별점을 두는 선거라는 신선한 소재와 입체적 캐릭터로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선거’라는 소재에 집중하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뒷 이야기들을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좌중을 압도하는 서울 시장 ‘변종구’의 3선 출마 선언부터 표심을 얻기 위한 유세 과정, 지지도를 위한 치밀한 전략 수립을 하는 과정 등 서울 특별시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노련한 정치인들과 선거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는 치열하고 긴박감이 감도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온라인 실시간 검색 1위 이슈 만들기 등 선거전에 열을 올리며 곁에서 변종구를 든든히 보좌하는 베테랑 선거대책 전문가 ‘심혁수’(곽도원)는 에 이어 다시 함께한 최민식과의 연기 앙상블로 완벽한 호흡과 팽행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여기에 젊은 피를 대표하며 선거전에 갓 입문한 광고 전문가 ‘박경’역으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는 20대 대표 여배우 심은경을 비롯, 정치부 기자 ‘정제이’역의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여배우 문소리, 변종구에 맞서는 도전 후보 ‘양진주’역의 로 안방 스타로 떠오른 라미란, 역시 로 이름을 알린 충무로의 숨은 보석 류혜영이 양진주 캠프의 선거 전문가 ‘임민선’역을 맡았으며, 로 세계적인 헐리웃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기홍까지 합세해 ‘변종구’를 필두로 선거전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쟁쟁한 연기 시너지가 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리얼한 선거 현장을 다룬 신선산 소재와 30년 연기 인생 최초 정치인으로 분한 최민식을 비롯,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등 연기파 배우들이 그린 입체적 캐릭터들의 강력한 연기 앙상블로 주목 받고 있는 영화 은 라는 영문 제목으로 오는 4월 28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자세한 개봉관 정보와 영화에 대한 정보는 공식 페이지인 www.theMayor-Movie.com 및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인 www.facebook.com/HitKMovie 를 통해 빠르게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2017-04-19

[열린광장] 6·25 지게부대와 소년병

한국전쟁 발발 65주년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유엔 한국대표로 외교 활동에 헌신했던 모윤숙 시인은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일 무렵 피란길에 전장에서 전사한 젊은 육군 소위의 주검을 보고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장문의 시를 발표한 바 있다. "…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전선에 보낸 자식과 남편을 생각하며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원하는 피에 얼룩진 국민의 가슴에 불을 붙인 애절한 시의 한 구절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우리 군엔 없던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 만 3년1개월 2일간 계속되었다. 그 동안 쌍방은 38도선을 각각 3회씩이나 넘나들면서 남으로는 낙동강, 북으로는 압록강까지 오르내리며 전 국토의 80%에 달하는 지역에서 전투를 전개했다. 북한군의 남침공격은 일일 평균 10km의 속도로 낙동강 전선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으나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고 그곳에서부터는 국군과 유엔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대구마저도 점령하지 못한 채 공세가 꺾였다. 이후 남침 82일만인 9월 15일 이후에는 국군 및 유엔군의 총반격으로 그들의 남침기도는 좌절되고 말았다. 전쟁 중 우리 국군은 기존병력 10만5000명에 보충병력 약 77만 명 등 87만명이 참전했고, 이 중 15만7000명이 전사나 부상, 실종을 당했다. 국민의 심금을 울린 영화 '포화속으로'로 잘 알려진 학도의용군의 경우 20여만 명이 참전해 전후방에서 전투와 선무활동을 전개했고, 심지어는 18세 미만의 소년들도 소년병의 이름으로 참전하여 호국의 별로 산화했다. 뿐만 아니라 30여만 명의 어르신들은 지게부대를 편성해 지게를 지고 식량과 탄약을 포화 속 고지로 실어 날랐고, 여학생들도 간호사나 선무공작에 자원하여 전투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이토록 6·25는 전 국민이 함께 참전한 전쟁이자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조국수호에 앞장선, 그야말로 장엄하기 그지없는 애국의 기록, 호국의 전과라 할 수 있다. 자유와 평화를 거저 얻은 나라는 없다. 평화를 누릴 힘은 전쟁을 두려워 하지 않는 국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는 병역을 기피해도 호국은 전쟁을 피하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 북녘엔 핵무기와 미사일, 방사포와 탱크 그리고 붉은색 집단의 전쟁광 행렬을 자랑하는 북한이 있다. 거기에 김정은의 세습정권은 폭정과 숙청으로 미숙아의 권력을 지탱하고 있다. 근위 호위 군대마저 기아에 허덕이고 인민군 군관은 조금이라도 더 뇌물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병사는 탈영하거나 민간을 상대로 마약에 노략질까지 한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이 증언한 막바지 북한의 실상이다. 6·25는 조국 수호를 위해 국민 모두가 직접 전투의 현장에 뛰어들어야 했고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쳐야 했던 체험의 역사 그 자체다. 이것이 6·25 65주년을 맞는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며 유비무환의 진리를 되새겨 호국안보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하는 이유다. 군은 조국의 간성, 국군아 충성하라!

2015-06-24

[비정상의 눈]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한국의 3월은 3.1절로 시작한다. 조선인들은 나라를 잃은 지 9년 만인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당시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약 200만 명이 만세운동에 참가했다. 3.1운동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민간 용기(Civil Courage)'를 보여준 역사적인 비폭력 저항운동이다. 독일 역사에도 민간 용기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맞선 '백장미(Weiβe Rose) 운동'이다. 뮌헨에 살던 한스 숄과 소피 숄 남매가 중심이 된 5명의 대학생이 목숨을 걸고 벌였던 비폭력 반(反)나치 운동이다. 숄 남매는 학살 등 나치의 잔혹함을 보고 42년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한스는 낮에는 의대생으로 대학에 다니면서 밤에는 동생인 소피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전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정치적인 힘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나치에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전단을 만들어 사회 지도층에 보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분의 양심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독일의 명예를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42년 8월부터 43년 2월까지 소련에서 벌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나치 군대가 대패하면서 독일인들은 전쟁의 진상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나치에 대한 공포를 떨치진 못했다. 결국 숄 남매는 뮌헨대에서 전단을 뿌리다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재판정에서 "누구든 결국 시작해야 할 일이었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한 것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싶어한 것을 대신한 것일 뿐이다"고 했다. 이들은 "자유여 영원하라"고 외치곤 사형을 당했다. 숄 남매는 독일 사회에서 아직도 많은 존경을 받으며 민간 용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숄 남매의 이름을 붙인 학교가 전국적으로 설립됐다. 이들을 다룬 영화도 3편이나 제작됐다.(※한국에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으로 소개됐다.) 3.1운동도 숄 남매의 저항운동도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두려움이 없어 용감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무서워도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사실이다. 역사를 살펴보며 더욱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젊은 세대의 의무다. 그래야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해마다 봄이 3.1절로 시작하듯 독일에선 꽃피는 철이 돌아오면 백장미를 떠올린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2015-03-09

[삶의 향기] 도금의 시대, 개츠비의 시대

전쟁 이후 미국이 농업국에서 본격적인 자본주의 국가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물욕에 사로잡혀 부정부패가 속출하던 시대 금빛으로 도금한 덕분에 겉만 번지르르한 허황된 시대를 이름하여 '도금시대'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정작 도금시대를 세상에 알린 것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다. 알려진 대로 중서부 노스다코타 출신의 한 청년의 이야기다. 주인공 개츠비는 가난 때문에 남의 아내가 되어버린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보석을 더 사랑하는 팜므 파탈적인 옛 애인 데이지를 되찾아오기 위해 몸부림친다. 금주법 시대 주류 밀매로 거부가 된 그는 데이지를 바라볼 수 있는 장미꽃이 아름다운 언덕에 호화 저택을 장만하고 데이지에게 접근하지만 결국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1920년대 금주법과 스윙 댄스 파티 등 이른바 재즈 시대의 화려한 풍속이 생생히 그려져 있으며 동시대 미국을 지배했던 계급적 모순과 부에 대한 동경 물질주의가 가져온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의 인물 묘사를 통해 물질적인 풍요가 경우에 따라선 인간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바뀔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20년대 뉴욕 부자들의 부도덕과 퇴폐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과 로즈 클리프라는 유려한 대리석 저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은 인내심이 필요한 소설보다는 아직은 젊고 풋풋했던 로버트 레드퍼드 미아 패로가 등장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다. 나는 20대 시절 국내 재수입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부터 가끔 개츠비를 상상하며 술을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면서 언젠가 뉴욕에 가게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반드시 로즈 클리프에 들러보리라 다짐했었다. 이런 유치찬란한 다짐 덕분에 나는 잊혀질 만하면 롱아일랜드 로즈 클리프에 들러 시가를 물고 대서양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어 있던 개츠비를 상상하는 즐거웠던 순간들을 가진 바 있다. 뜬금없이 개츠비를 떠올리는 것은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개츠비의 시대 천박한 도금의 시대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진짜는 모두가 돌아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고 싸구려 도금한 것들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이고 있다. 어떤 이는 막말을 쏟아내고 정권은 검찰의 비호 속에 황당하게도 민간인 꽁무니만 쫓아다닌다. 뼛속까지 부패한 무능한 경찰의 외면 속에 어느 가냘픈 처녀는 어둠 속에서 숨져 간다. 재벌들은 주체할 수 없는 금력도 모자라 남루한 서민의 영역에까지 탐욕의 갈퀴를 뻗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누구 덕에 이만큼이나마 잘살게 됐느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개츠비는 겉만 번지르르한 허황된 시대 물신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풍요 속에 감춰진 인간 본원의 쓸쓸함과 고독을 냉정하게 그리고 있다. 장미의 언덕 로즈 클리프를 돌아보는 데만 30달러가 넘는 입장권에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가 꿈꾸었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간절함과 진정성은 지금과 같은 도금의 시대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러면서 나는 피츠제럴드가 그토록 증오했던 황금만능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것에 대해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가늠하는 시대 얼마나 더 많은 천박함이 우리 사회에 횡행할지 몹시 두렵다.

2012-04-09

베스트 셀러가 영화를 만났다

영화가 또렷이 기억나고 책장을 넘기며 숨죽였던 그 떨림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올 가을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같은 떨림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영어가 편한 자녀는 영어 책으로 부모는 한국어로 같은 책을 읽는다. 한 책(소재)을 읽다 보면 공통관심사가 생겨 할 이야기 거리가 많아진다. 내친 김에 그 원작으로 만든 영화도 함께 보면 대화는 더욱 풍성해진다. 자녀에겐 새로운 감동 부모에게는 진한 추억이 덤으로 주어진다. 책과 영화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다섯 작품을 명대사와 함께 소개한다. 감동(感動). 마음이 움직인다.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작. 오만과 편견을 넘어선 연인의 이야기. 배경은 19세기 영국, 평범한 부유층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진정한 사랑만이 결혼의 조건이라 믿는 엘리자베스는 한 댄스파티에서 매력적이지만 무뚝뚝한 다아시를 만난다. 서로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던 두 사람은 곧 진한 사랑에 빠지고 폭우가 쏟아지는 언덕에서 마음을 확인한다. 그쯤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과 다아시의 친구 빙리도 사랑에 빠져 결혼을 준비한다. 어느 날, 다아시가 명망있는 가문, 재산 등을 따지며 결혼을 반대한 것을 알게 되자, 엘리자베스는 그를 오만과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한다.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세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꿈꾸는 이야기. 배경은 1959년, 규율이 심한 남자고등학교에 독특한 교사가 부임한다. 키팅 선생님은 교과서를 찢거나, 교탁에 올라가 넓은 세상을 보라는 등 특이한 수업방식을 고수해 나간다. 시(詩)를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학생들은 남들의 이목을 중시하는 부모와 부딪치게 되고, 한 학생이 괴로움을 이기지못하고 자살한다. 모든 책임을 지게 된 키팅은 학교를 떠난다. 학생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을 떠나 보내며 책상 위에 올라가 경의를 표한다. "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봉오리를 거두라. 왜냐하면, 우린 반드시 죽기 때문이야.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봐. "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실화소설. 1965년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를 배경으로 한다. 워싱턴에서 온 사진작가 로버트는 길을 묻던 중 수줍게 다리로 안내하는 프란체스카에게 반한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불리며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온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이 없는 사흘 동안 낯선 로버트와 사랑을 나눈다. 사흘 후, 어쩔 수 없는 이별은 맞게 된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서로 그리워한다. 마음속으로 영원한 사랑을 그리던 프란체스카가 죽은 뒤, 숨겨진 사랑이 남겨둔 편지와 일기를 통해 밝혀진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 속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사랑하오." ▶ 더 리더(The Reader·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독일의 한 도시, 병에 걸려 허약해진 15세 소년 마이클과 30대 한나는 운명적인 만남을 한다. 사랑을 나누기 전 '책을 읽어준다'는 규칙을 세운 그 둘은 더욱 깊은 관계로 빠지다 갑자기 한나가 사라져 끝이 난다. 대학생이 된 마이클은 한 세미나에서 전범재판을 참관하게 되고 피고인이 되어있는 한나를 지켜보게 된다. 한나의 비밀엔 나치, 전쟁, 죄와 책임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모든 죄를 인정한 한나는 결국 무기징역을 받는다. 책을 읽지 못하는 한나를 위해 마이클은 10년 동안 읽은 책의 녹음 테이프를 보내지만 거절당한다. 순수한 여자, 글을 모르는 여자, 그러나 미안함은 아는 여자다. "그대의 영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바로 사랑입니다." ▶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카오리의 공동 작품. 뜨겁게 타오르지도 않고 차갑게 식어버리지도 않는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술 회화 복원 공부를 하고 있는 준세이는 아직도 옛 연인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공허함에 빠진 아오이도 마찬가지. 둘은 10년 전 했던 약속을 기억해낸다. 30번째 준세이의 생일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 그리고 둘은 10년 만에 처음 그곳에서 만난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간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 구혜영 기자

2011-10-25

[이 아침에] 산화한 젊은이들의 핏빛 애국

전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두 소재들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전쟁 속에 이미 사랑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전쟁은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다루어왔음에도 그 감동은 늘 새롭다. 감동을 주는 면에서 소재의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배후에 깔린 의식은 전혀 다르다. 사랑이 사람들의 갈망이라면 전쟁은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소재다. 사랑 중에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건 아무래도 남녀 간의 사랑일 것이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연인 간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기적인 열정이라는 점에서는 전쟁을 소재로 다룬 것보다는 한 수 아래다. 전쟁에서 보여준 사랑은 이타적이면서 모든 이에게 포괄적이다. 뭔가를 쟁취하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기에 존경심마저 갖게 한다.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디어 헌터'는 오래전에 나온 영화임에도 볼 때마다 생각을 되짚게 만든다. 펜실베이니아 철공소에서 일하던 동네 친구 닉과 스티브 그리고 마이클은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된다. 베트콩이 '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포로를 한 사람씩 쏴 죽일 때 극도의 공포를 경험했던 닉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자신을 찾아온 마이크 앞에서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다 그만 세상을 달리하고 만다. 'God Bless America'를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정이 복잡해지고 미묘하다 못해 경건함까지 밀려든다. 그 영화가 내게 단순하지 않은 건 그들은 러시아 부근에서 온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설정된 인물이 전부 백인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영화를 볼 때마다 고민도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이민자로 미국에서 살아보니 그 영화의 배경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감독은 이민자들에게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고 싶었던 건가? 한국전쟁 때 3년 동안 죽어갔던 미군의 숫자가 5만4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전사한 한인 미군도 20여명이라고 하는데 살아남은 군인에게도 전쟁의 상처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직업이라 해도 사람은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지는 않는다. 미국이 이익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군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 참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죽는 줄 알면서도 군인을 직업으로 택하는 젊은이들. 세계 평화는 자신의 일이라는 마음의 선택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살아가는데 자유가 절대적이라면 전쟁 또한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너무도 화창하게 6월이 시작되고 있다. 전쟁터에서 산화한 젊은이들의 넋 때문일까. 길을 걷다 활짝 핀 붉은 장미꽃을 바라다본다. 어느 땅에 스며들었을 전사자의 핏빛도 저렇게 붉겠지.

2011-06-02

남북 분단 주제 '무궁화' 무대 제작 LA매스터코랄 3인 인터뷰

영화나 드라마속의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어떻게 가족이 차를 타면 몇시간만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반세기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 극적인 스토리야 말로 음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떠한 단어로도 설명이 안되는 것 일테니까요. " 한국 분단 현실의 아픔을 노래, 내년 3월 LA 매스터 코랄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무대에서 초연하게 될 곡 '무궁화 : 섀론의 장미'(Mugunghwa:Rose of Sharon)의 작곡가인 마크 그레이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자신이 음으로 은유할 수 있게 된 것에 상당히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쁨을 표했다. 2일 LA 매스터 코랄이 마련한 기자회견에 뮤직 디렉터 그랜트 거숀,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와 함께 참석한 그는 "한인들이 일컫는 '한'을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가장 흥미로웠다"며 "제니퍼의 바이올린을 통해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아픔이 청중에게 잘 전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한인들이 관심을 기대했다. 그는 이 곡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에 관련된 문학작품을 읽었으며 한인의 정서를 바로 음으로 옮기기 위해 한국인 친구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었다며 이 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소개했다. 이 음악에 거는 뮤직 디렉터 그랜트 거숀의 기대도 대단하다. "다문화가 공존하는 LA에서는 공연단체들도 모든 문화를 수용하는 내용의 공연을 해야 하지요. LA 매스터 코랄도 'LA는 세계다'(LA is the World)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는 무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3월 6일도 이 프로젝트의 파트지요. 그러므로 이날은 LA 매스터 코랄이 온전히 한국의 프로그램으로 꾸미는 무대입니다. 마크 그레이가 작곡한 '무궁화'라는 곡외에 한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아리랑, 그외에도 다양한 민요가 선보일 것이고 한국의 유명 작곡가인 우효원(인턴 시립합창단 뮤직 디렉터)씨가 쓴 곡(Me-Na-Rii)도 무대에 오릅니다." LA 매스터 코랄의 뮤직 디렉터로 10년을 일해오는 동안 LA에서 엄청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한인들과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해 왔다는 그는 "제니퍼로 부터 이산가족의 스토리를 들었을 때 '바로 이것으로 교감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며 기쁨을 표했다. 이북에서 태어나 월남한 후 미국으로 이민온 어머니로부터 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제 전쟁의 상흔을 체험한 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2세 3세 세대들이 민족의 아픔을 잊지 않도록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제니퍼는 이런 아픔을 음악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게 돼 한인의 한사람으로 '할 일 했다'며 보람있어 한다.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들은 각자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전화로, 이메일로 화상 담화 형식으로 거의 매일 의견을 교환하며 이번 무대가 '최고의 콘서트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인들의 큰 관심을 기대했다. 한편 LA매스터 코랄은 3일 LA 한국 문화원 주최로 문화원에서 한인 커뮤니티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한국의 스토리' 공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유이나 기자 [email protected]

2010-11-02

[이 아침에] 현충원 가는 길

한국의 변화에 내 눈은 휘둥그레 정신이 없다. 캘리포니아 어느 동네보다도 번화한 쭉쭉 뻗은 빌딩 앞에서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잊어서는 안 되는데 잊혀져서는 안 되는데.' 현충원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주문이라도 외듯 입속으로 가만가만 읊조렸다. 세상을 나무라듯 아니 그건 나를 향한 쓴 소리였다. 팝콘을 씹으며 '람보'에 흥분하고 '아이언 맨'으로 전쟁을 즐기는 문화인으로서의 품격만 있을 뿐 전쟁의 기억은 어느 새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인스턴트 커피를 뽑아 마시듯 전쟁이 상품화 된 세상에서 나는 전쟁영화 티켓을 사고 1시간30분 동안 스펙터클한 쾌감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돌비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포탄 소리에 짜릿함을 느끼며 사실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는 분장술에 감탄하며 전쟁문화인으로 전쟁을 음미할 뿐만 아니라 은근히 책임까지 떠맡기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누군가 나를 지켜주겠지. 나 말고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었던 그 누군가의 비석이 즐비한 현충원에 당도했다. 녹음이 우거진 계룡산의 위엄은 언제나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 산 자의 삶이 부끄러워지는 장소에서 돌판에 새겨진 아버지의 함자를 눈으로 읽었다. 육군 대위 권. 만. 중. 이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드문드문 아버지가 들려주던 전쟁 일화도 몇 가지만 생각날 뿐. 그것도 이렇게 비석이나 마주해야 가물가물 떠오른다. "행진을 하다가 모르고 죽은 흑인 병사의 시체를 밟았어. 물컹하고 시체를 밟는 순간 썩은 물이 군복에 튀었지…." 그 죽은 흑인은 누구였을까. 무슨 운명을 타고났기에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파리 떼의 밥이 되고 오고가는 사람들 발길에 차이고 밟히게 되었나. 게다가 썩은 오물을 묻히고도 진군해야 했던 아버지의 담담함은 전쟁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었던 쾌감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이었다. 전쟁터에서 아버지는 온몸으로 죽음과 맞닥뜨렸지만 살아남은 자의 보답은 고작 일 년에 한 번 현충일에 조화를 들고 찾아와 요란스레 비석 사이를 지나가는 게 전부다. 목덜미와 팔뚝에 휘감기는 유월 땡볕은 왜 이다지 무더운 건가. 흠뻑 비라도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애꿎은 날씨를 들먹이며 더위 탓으로 돌려도 가슴은 오래 묵은 체증처럼 더부룩하기만 하다. '세상은 이렇게 좋아졌는데 아버지 덕에 우리는 이렇게 잘살게 됐는데….' 죽음을 눈으로 목격한 아버지에게 이 세상일이라는 게 한 판 벌어지는 마당극처럼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벌써 죽었어야 했을 내가 너무 오래 살고 있다고 숨을 쉬고 있는 호흡마저도 미안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에게 문명이 주는 혜택은 한갓 부질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이 눈부신 비약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버지에게 중요한 건 잘 살기 위한 3차 방정식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뿐이었다. 핏빛보다 더 붉게 나염된 장미 한 다발을 화병에 꽂았다. 이 가짜 꽃은 내가 떠난 후에 이곳에 남아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눈과 비를 맞으며 내 대신 아버지의 말벗이 되겠지.

2010-06-10

[중앙 시론] 1988년과 2010년

한국이 처음으로 여름올림픽을 주최한 역사적인 해였고, 올해 2010년은 겨울올림픽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해이다. 한국이 오직 쇼트트랙 경기에서만 강한 나라가 아니고 스피드 스케이팅, 그리고 겨울올림픽의 꽃인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등 서서히 영역을 넓히는 그야말로 전종목에 차근차근 도전하는 한국인의 끈기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겨울올림픽 제전이었다. 스포츠와 경제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올림픽 얘기를 하느냐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독자도 분명 있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면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 정말 신의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찬사를 세계인들로부터 받고 있는 피겨 선수 김연아가 ‘사우스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였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우선 그 얘기를 해보자. 물론 유형적인 가치라면 쉬운 산수로 합계를 낼 수 있지만, 그 선수가 펼친 감동적인 연기로 얻은 ‘무형 자산’은 그야말로 계산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 농구 선수들의 가치는 연봉과 광고로 벌어들이는 돈을 쉽게 합산하면 일년에 얼마를 벌었는가를 금방 알 수 있지만,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나라의 품위인 국격과 맞물려 있어 무형의 효과를 계산해내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의 소국, 그것도 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의 햄처럼 끼여있는 한국에 던져준 무형의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22년 전 영국 런던 금융시장에서의 경험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무형자산 산출이 가능하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도상 어디에 붙어있는지 아는 은행이 드물었다. 고작 한국에 대한 지식이라곤 우리 삼촌이, 또는 우리 친척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라는 정도였다. 그렇고 그런 나라, 즉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울 수 없다’는 인식을 지녔던 영국인들에게 한국의 올림픽 개최는 매우 신기한 사건이었다. 한국을 폐허로 만든 전쟁이 끝난 지 35년 만에 세계인들의 축제인 여름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사실은 런던 금융가에 충격으로 다가갔다. 그 충격은 나에겐 행운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만성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나라였다. 매일매일 런던 금융시장에 나가 오직 돈을 꾸는 일만 담당하였던 나에게 정말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거의 구걸하다시피, 이자 불문 자금을 꾸던 우리에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행운의 여신이었다. 그것도 그렇게 콧대가 높았던 영국 은행들을 비롯한 독일 은행 등 유럽계 은행들이 한국 은행들에 돈을 꾸어 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에는 통상적으로 ‘런던 은행 간 금리(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에 0.5% 내지 1%포인트라는 고리의 가산이자를 지급하고 빌렸지만, 그 이후 가산금리는 거의 0.25% 혹은 0%포인트, 즉 가산금리 없이 빌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000만달러를 빌릴 때, 가산금리 0.5%포인트를 줄이면 1년간 15만달러라는 이자가 줄고 1억달러를 빌리면 50만달러의 이자가 줄어든다. 이러한 수치는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분명 산정이 가능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계산하지 않은 무형의 자산이 더 크다. 또한 한국 기업 제품들이 얻는 마케팅 효과도 산정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제전을 한번 치렀다고 그렇게 많은 국가적 이득을 얻을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올림픽을 치른 ‘메이드 인 코리아’는 분명 과거와 다른 대접을 받았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제, 대한민국이 세계에 이렇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알릴 기회가 있었느냐는 얘기고,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나라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지구촌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도 매우 큰 부수효과였다. 스포츠가 나라의 품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남아프리카 연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작년 12월에 개봉된 ‘인빅투스’라는 영화에서 27년간 옥살이를 끝낸 흑인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후, 흑백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럭비라는 경기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봐도 분명 스포츠는 인종을 넘고 지역을 넘는 단일한 힘을 만든다. 지금, 김연아가 세계에 알린 ‘사우스 코리아’는 내가 22년 전에 경험했던 88올림픽의 무형적인 가치보다 훨씬 크다.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TV와 휴대전화를 만들고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만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라 김연아라는 ‘피겨전설’을 배출한 끈기의 나라라고 세계인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

2010-03-09

그저 연극이 좋아 30년을 했다

한국연극협회 제20대(2001-2003년)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도 연극배우로 관록을 자랑하는 최종원(57세) 씨를 소개하며, 달라스 연극 팀이 본국의 전국예술제에 참가할 때마다 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최종원 씨는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 대학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정통연기파 배우로 연극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며, ‘지금도 마로니에는’, ‘순수시대’, ‘남자는 괴로워’, ‘가족연애사’, ‘서울1945’ 등 수많은 TV드라마에도 출연했었다. 또한 최종원 씨는 ‘마누라 죽이기’, ‘박봉곤 가출사건’, ‘남자는 ’괴로워’, ‘장미빛 인생’, ‘첫사랑‘, ‘혈의 누’, ‘오로라 공주’, ‘가을로’ 등의 영화에 주연과 조연으로 열연하여 1995년에는 ‘영원한 제국’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TV드라마와 영화출연의 수입은 좋지만 연극은 살아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길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최근의 젊은 연예인들이 예술을 출세위주나 스타지향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개탄스럽다고도 말했다. 최종원 씨는 미국의 여러 도시에 비해 달라스에는 연극의 열정이 살아 있어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을 내어 네 번째 방문했다며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연극인들을 격려하러 왔다고 말했다. 금번 달라스 공연에서 최종원 씨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그리고 1980년대의 혼란기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보수적인 근대적 가부장제도에서의 아버지 역을 맡아 삶의 단면을 통해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게 된다. 낙천적이며 재치 넘치는 말솜씨로 연극계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하면서 그저 연극이 좋아서 30년을 연극에 정열을 쏟았다고 회고하며, 연극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원 씨는 남과 북, 보수와 개혁 등의 갈등문제도 연극을 통해서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달라스도 한인단체들이 연극협회를 후원하여 유익한 공연의 기회가 많아져 활발한 예술 활동으로 정서를 함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강영한 기자

2007-09-20

2006 뉴욕 아시안영화제

영화제 내달 막 오른다 '웰컴 투 동막골''혈의 루' 등 한국영화 6편 선봬 6월16일~7월1일 맨해튼서 상영 '2006 뉴욕아시안영화제'에 한국영화 '웰컴투 동막골' 등 6편이 초대됐다. 6월16일부터 7월1일까지 맨해튼 안솔로지필름아카이브와 이매진아시안시어터에서 열릴 2006 뉴욕아시안영화제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지에서 최근에 제작된 영화 25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특히 독립영화 감독 송일곤 감독의 작품을 '깃' '마법사들' 등 두 편도 초대됐다. 한국에서 8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태백산맥 산골의 동막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 마을에 추락한 미 전투기에서 살아남은 연합군 병사와 인민군 그리고 국군이 마을을 사수하려는 주민과 벌이는 갈등을 동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박광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정재영.신하균.강혜정.스티브 태슐러.임하룡이 출연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종상 감독상과 남우조연상 수상작인 '달콤한 인생'(A Bittersweet Life)은 냉혹한 보스의 애인을 조사하다 선의의 실수로 버림받게되는 한 남성의 운명을 그린 작품. 이병헌.신민아.김영철.황정민이 출연하며 연출은 '조용한 가족' '장화홍련'의 김지운 감독이 맡았다. '혈의 누(Blood Rain)'는 션 코너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으로'를 연상시키는 시대 추리극. 조선시대 후기 외딴 섬마을 동화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차승원과 박용우가 출연하며 연출자는 '번지점프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형사'(Duelist 2005)는 시대 액션극이다.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가짜 돈이 유통되고 좌포청의 노련한 포교와 물불 안 가리는 의욕적인 신참이 파트너를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쫓는 내용. 안성기씨가 포교로 하지원이 남순으로 분한다. 백상영화제 감독상과 청룡영화제 미술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폴란드 우츠에서 유학한 송일곤 감독의 '깃(Feather in the Wind)'은 6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단 10일간 촬영해 완성한 저 예산 멜로 드라마. 10년 전 애인과 우도를 여행했던 영화감독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도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비포더 선라이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장현성과 이소연이 출연한다.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The Magicians)'은 멤버의 사망으로 해체됐다가 다시 모인 밴드 '마법사'가 12월의 마지막 날 강원도의 깊은 숲 속 카페에서 벌이는 이야기. 송 감독은 96분 전체를 카페에서 롱테이크로 찍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밧줄'에서 시도했던 영화기법이다. 정웅인.장현성.강경헌이 출연한다. 상영일정은 웹사이트 참조. www.nayff.org. ▶안솔로지필름아카이브(6월16일-25일): 32 Second Ave.@2th St.(F 트레인 타고 2애브뉴 하차) ▶이매진아시안시어터(6월23일-7월1일): 239 East 59th St.@2nd Ave.(4.5.6.N.W.Q.R 타고 59스트릿 하차)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2006-05-30

“아버님, 사랑합니다”

한국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 날’ 로 해서 보모님 은혜를 함께 기리는 날로 하고 있지만, 미국은 부모의 날이 각각 따로 있는 것이다. 즉 5월 두번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 , 6월 세번째 일요일을 ‘아버지 날’ 로 지정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대부분 나라들이 ‘어머니 날’ 을 기념하지만 ‘아버지 날’ 을 따로 기념하는 나라는 많지 않은 듯 하다.  미국에서는 1972년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6월 세번째 일요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는 의회 법안에 서명함으로서 ‘아버지 날’ 이 탄생하게 됐다. ‘아버지 날’의 공식적인 꽃은 빨간색 장미나 흰색 장미 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날은 아버지에 의해 탄생하지 않았다. 남북 전쟁 참전 용사 였던 윌리엄 잭슨 스마트씨는 부인이 여섯번째 아기 출산 중 사망함으로써 홀아버지로 21년간 자녀 여섯 명을 양육하게 됐다. 1909년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딸 소노라 루이스 스마트 도드씨가 ‘어머니 날’ 제정을 제안하는 연설을 들으면서 ‘아버지 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음해 6월 19일 워싱턴 주의 스포케인 시는 처음으로 ‘아버지 날’ 행사를 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셔츠· 넥타이·자동차 공구 등 가장 인기     20일은 ‘파더스 데이’ 즉 아버지의 날이다.  이 날을 앞두고 각 백화점마다 선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버지 날’ 은 크리스마스·어머니날·발렌타인 데이에 이어 연중 4번째로 선물 판매가 많은 할리데이로 알려져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 날 선물 비용으로 평균 80달러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케팅 리서치사인 유니티 마케팅(Unity Marketing)사의 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의 55%가 ‘아버지 날’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백화점의 경우 ‘아버지 날’ 특수가 미국인들에게는 조금 못미치나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프라이스 클럽 담당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들을 위한 선물로 벨트, 골프 치는 아버지를 위한 자외선 차단 크림, 영양제 정도를 준비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세아 백화점 관계자는 “아버지들을 위한 선물로 벨트·지갑·넥타이·남성 화장품 세트 등을 구비해두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백화점들은 ‘아버지 날’ 특수를 누리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인 밀집 지역인 나일스 소재 J C 페니사 점원은 “이번 주 들어 백화점에서 ‘아버지 날’을 겨냥해 큰 폭으로 세일을 하고 있고 주중 낮 시간대에도 고객들로 바쁘다” 며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아버지·남편·삼촌 등에게 선물하기 위해 드레스·셔츠·넥타이·자동차·공구 등을 가장 많이 사가고 있다” 고 말했다.  아버지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선물들은 무엇인지 알아 보자.  ▶아버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  아버지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선물은 디지털 카메라와 그릴이다.  최근 가장 인기가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 이지웨어 5.0 메가픽설(Kodak 5.0 Megapixel)과 올림푸스 스타일러스 410(Olympus Stylus 410) 모델이다.  코닥 이지웨어 디지털 카메라는 직사 광선이 비추는 곳에서도 선명하게 찍히고 무게는 7.4온스이다. 정찰 가격은 2백99달러지만 서킷 시티에서는 더 싸게 판다고 홍보한다.  올림프스 스타일러스 410 디지털 카메라는 비 올 때나 비치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4.0 메가 픽설이며 사진을 찍은 뒤 즉시 또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은 장면을 놓칠 염려가 없다. 무게는 5.6온스이고 값은 3백99달러 95센트다.  또 미국 아버지들이 변함없이 좋아하는 그릴은 여행용부터 가정용까지 수많은 종류가 있고 홈 디포·타겟·월 마트 등 대형 체인점에서 살 수 있다.  ▶출장을 자주 가는 아버지  출장이 잦은 아버지들은 타이가 구겨지는 것에 신경을 쓴다. 바나나 리퍼블릭에서는 100% 가죽으로 만든 여행용 타이 케이스를 68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 여행용 타이 케이스는 양쪽으로 칸이 나뉘어져 있고 지퍼가 달려 있으며 모든 사이즈의 타이를 구김없이 보관할 수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  레드 엔벌로프에서는 골프 애호가를 위한 골프 스코어카드 오거나이저를 판매한다.  골프 스코어 카드와 사진, 골프 지도 등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보관할 수 있는 나무 상자로 가죽으로 액센트를 줬다. 크기는 가로 9인치, 세로 6인치, 두께는 4인치이며 이니셜을 새길 수 있고 가격은 45달러이다.  ▶기타  건강 관련 상품은 아버지의 연령층에 상관이 없이 인기 있는 품목으로 최근에는 음식을 재료로 해 만든 내추럴 비타민을 선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내추럴 비타민은 일반 비타민에 비해 가격이 두 배내지 세 배 비싸지만 최근 무공해 식품 붐에 맞춰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어린 자녀에겐 아버지날 선물로 아버지의 자동차나 구두 닦기를, 평소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십대 자녀들은 아버지와 함께 영화나 야구 경기를 보거나 박물관 관람을 하는 등 아버지와 함께 지내도록 권하고 있다.  성유나 기자

2004-06-21

억울한 테러 희생자 영혼 달래야죠

한국 불교 조계종 국제포교사인 차길진 법사(58)는 이런 상황에 주목한 듯하다. 그는 우선 위무돼야 할 대상으로서 9·11테러 희생자를 생각하고 있다. 테러 희생자 넋을 위로하는,천도를 겸한 대규모 진혼제는 그같은 고뇌의 결과로 보여진다. 9·11테러 3주년을 맞는 올해 9월 11일 그는 뉴욕시 동쪽의 유명 휴양지인 포코너 타미먼트 리조트에서 진혼제를 집전한다. 차법사는 지난 18년 동안 한국과 미국·일본 등지에 후암정사를 설립, 구명시식(불교의 진혼의식)을 통해 죽은 이의 넋을 불러 위로하고 산 자와 만나게 하는 등 영혼의 치료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혼제 준비를 위해 4월 초 뉴욕을 방문하는 차법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혼제 개최 배경과 영혼의 세계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진혼제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구명시식을 통해 테러로 희생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해 드리고 싶다. 9·11테러 희생자들 대부분은 민족·사상·이념·종교를 떠나 아무런 잘못 없이 고귀한 생명을 잃은 분들이다. 더구나 위기에 처한 다른 분들을 구하려는 경찰관과 소방관 수백명까지도 목숨을 잃었다. 테러의 비극성과 참상을 널리 알리고, 또 마음에 새기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진혼제의 목적이다. 진혼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 지고 양국민 간의 우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또 이번 진혼제는 한국의 인간문화재 급 국악인과 유명 동포 국악인들이 함께 출연하는 문화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진혼제 행사는 한국의 정신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영혼이란 무엇인가. 영혼과 귀신은 엄연히 다르다. 귀신은 죽은 사람의 혼이고, 영혼은 산 자와 죽은 자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영혼은 우주 삼라만상의 본질체이며, 인간 뿐만 아니라 무생물에도 영혼이 있다. 영혼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다. -‘영혼은 사랑이다’라고 했는데.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믿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영혼을 증명하는 것은 사랑을 증명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랑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았을 때 사랑이 싹튼다. 영혼도 필링을 느껴야 입증할 수 있다. 영혼은 이성적인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초감각적인 느낌의 문제다. -구명시식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처음엔 돌아가신 부친을 위한 초혼으로 시작했다. 11세 때 금강에 소풍갔다가 당시 공주경찰서장이었던 부친이 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지만, 실종된 시신을 거두지 못해 모친께서 애를 태우셨다. 결국 내가 부친의 시신이 6.25당시 버려진 탱크의 잔해 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때부터 스스로 영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빨치산 영혼들에게 붙잡혀 구천에서 방황하는 부친의 혼을 달래기 위해 천도제를 계속했는데 그러다 구명시식의 범위를 자연스럽게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영혼은 모두 아름답다. 새벽녘의 풀에는 모두 이슬이 맺혀있다. 모든 이슬은 진주와 같이 반짝거리고 사랑스럽다. 어떤 이슬 한 방울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이와 같이 내가 만난 수 많은 영혼들도 모두 가슴 시린 추억을 지니고 있다. -구명시식을 집전하면서 느낀 애로점은. 애로점이라기 보다는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섭섭하다. 이들은 구명시식을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생각한다. 구명시식은 오랫동안 정성을 모아 행해야 하는데, 무조건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구명시식의 문화적인 측면은. 내게 있어 구명시식은 하늘에서 부여받은 특기다. 나는 우리의 전통 불교의식을 문화 형태로 발전시키고 싶다. 수년 전 한국서 무대에 올린 연극 `구명시식‘도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9·11테러 희생자 진혼제는 물론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행사는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의 성격과 한국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문화행사를 함께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문화 메신저 역할도 하는데. 불교의 진혼의식인 구병시식을 모든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무대로 옮긴 것도 결국 문화가 삶을 즐기고, 삶의 의미를 새기고, 동시대의 정신성을 후세에 남기는 가장 훌륭한 형식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미술과 역사에도 대단히 관심이 많다. 과연 우리가 선열들의 희생을 오늘날 어떻게 되새겨야할 지를 일깨우기 위해 윤봉길 의사의 처형장면 사진을 어렵게 구해 공개했다. 또한 일본 황실과 인연이 있어 영친왕의 결혼식과 생활 사진을 입수 해 경찰박물관에 기증했다. 또 최근에 입수한 피카소의 그림 `청색시대’는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고, 한국영화의 최초의 작품인 나운규의 `아리랑‘ 원본 필름도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아는데.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팍에 후암정사를 설립하고 조계종 포교사로, 사업가로 상주하면서 활동했다.90년대 후반 한국에 들어가 대전 근처 유성에 법당을 마련하고 적지 않은 신도들과 함께 매달 법회도 갖고, 구명시식도 하고, 글도 쓰고, 사업도 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여러 곳에 후암정사를 운영하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무인속도 감지기, 방위산업 부품 등을 만드는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잘되고 있다. 앞으로도 3국을 오가면서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젊은이들은 인연(因緣)보다 디지털화된 전연(電緣)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인간과 영혼은 모두 아날로그다. 젊은이들에게는 시대에 뒤 처지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북도 정신적, 영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남북통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영적으로는 남북이 통한 상태다.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그 예다. 통일문제에서 시급한 것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다. 보수와 진보가 극명히 대치된 세대 간의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열은 계속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등 한국 정정이 불안한 데 올해 한국의 운세는. 현재 정치판 혼란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현실을 거울삼아,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키운다면 영화로운 세상이 곧 올 것이다. 갑신년은 항상 변혁의 해였다. 1884년 갑신정변이 그랬고, 1944년은 대동아전쟁 말로 어지러웠다. 올해 역시 갑신년이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긍정적인 변혁이 이뤄져 대한민국의 국운은 장미 빛으로 변화할 것이다.

2004-03-30

본국전망대-노무현 일병(?) 구하기

전쟁에 참가한 라이언가(家)에서 3형제가 전사, 하나 남은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해내기 위해 밀러 대위와 7명의 특공대원들은 적진 깊숙이 침투한다. 그들은 병사 한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8명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하는 숱한 혼돈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세상에 내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념 따위는 아예 사치다. 그들은 결국 라이언 일병을 구해낸다. 이 영화는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본능을 뛰어넘는 끈끈한 휴매니티가 와닿는다. 그래서 우리 시대 최고의 전쟁영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나 보다. 지금 본국의 노무현(盧武鉉) 후보야 말로 라이언 일병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가뜩이나 한나라당과 이회창이라는 거대한 탱크부대가 버티고 있는데 난데 없이 정몽준이라는 부비 트랩까지 앞을 막고 섰다. 게다가 자신을 엄호해주어야 할 민주당이 게릴라 같은 배신자들로 돌변, 부비 트랩을 앞세워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라 하고 있다. 사면초가다. 참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이 와중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이 노 후보 구하기 운동을 눈물겹게 전개,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노무현 지키기 국민운동본부’도 발족됐다. 요즘 민주당 대변인실에는 직원들 책상마다 노랑 장미 한 송이씩 꽂혀 있다고 한다. 노사모 회원들이 당사 앞에서 나눠준 것이다. 노랑은 노후보를 상징하는 색상이다. 이들은 이 장미를 주면서 “국민경선으로 뽑은 노후보를 도와주세요. 이 당에서 뽑았는데 이 당에서 흔들면 안되잖아요”하고 매일같이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주류가 노 후보 흔들기를 본격화 하자 이들은 조직력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노무현을 지키느냐 못지키느냐는 한국 정치의 희망을 지키느냐, 못지키느냐와 같다. 노사모가 최선을 다하자’라는 등 서로를 격려하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8·8 보선후 광주에서 당선된 같은 당 김상현 후보 연설 때는 광주공항에서 행사장까지 3km나 되는 도로를 노랑 티셔츠와 비옷으로 복장까지 통일해 노 후보 응원에 나서기도 한 그들이다. 밀러 대위가 돼주어야 마땅할 이인제·박상천·정균환·한광옥 등 이른바 반노비노(反盧非盧) 배신의원들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계속 그러면 머리띠 두르고 올라간다. 후보 잘 모셔라”는 협박성 소리가 그 일례다. 전북지역 노사모 회원들은 정균환 총무의 고창 지구당에서 노후보 지키기 운동의 일환으로 대규모 항의 집회도 벌인 바 있다. 국민통합 경선을 훼손하는 정 총무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정 총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정도다. ‘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보다 적극적이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후보를 지키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노 후보 지지 서명운동을 전 국민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MBC-TV 100분 토론 진행자로 잘 알려진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를 비롯해서 문화 비평가 진중권씨, 전북대 강준만 교수 등이 앞장 서서 밀러 대위 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국민경선 때 지지선언을 했던 전국 각 지역 지식인들, 수천명의 사이버 보좌관들에 노사모 회원들만 해도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7명의 특공대원 역할을 대신 자원, 조만간 한 데 모여 대규모 노무현 구하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노무현 일병(?) 구하기 운동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전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2002-08-23

캐나다 부차트가든(Butchart Gardens)

장미가 미를 겨루는 장미가든, 완벽한 조화미를 느끼게 하는 일본 및 이탈리아식 정원 등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한여름 밤에는 정원에 색색의 조명이 불을 밝히고 불꽃놀이가 흥을 돋워 더욱 환상적이다. 부차트 가든 전체에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된 것은 1953년. 당시 공사 규모로 북미 대륙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여름철 해질 무렵부터 불이 들어오는 조명은 한밤중까지 환상적 광경을 만들어낸다. 나무 꼭대기와 풀밭 사이에서 빛나는 형형색색 불빛이 수많은 연못에 반사되는 모양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이다. 시애틀이나 밴쿠버에서 출발 당일관광도 가능하다. 밴쿠버의 트와슨 페리 터미널(604­656­0757)에서 거의 매시간 출발하는 페리를 차량과 함께 타면 1시간30분쯤 지나 밴쿠버섬 스와츠만에 닿는다. 정원은 여기서 남쪽으로 20㎞정도 떨어져 있다. 미국쪽에서는 시애틀과 인근 포트엔젤스, 벨링햄 등에서도 곧장 가는 배편이 있다. 뱃길에 이따금 무리 지어 헤엄치는 바다사자의 모습은 물론 운이 좋으면 태평양을 이동하는 고래 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현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국어 안내 지도도 무료 제공한다. ▷개장시간=매일 오전 9시에 오픈. 5월에는 오후 6시, 6월1∼14일 오후 7시, 이후 9월1일까지는 오후 10시30분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시기별로 다르며 지금부터 6월14일까지는 성인 CN$16.00, 13∼17세 CN$8.25, 5∼12세 CN$1.50. ◇빅토리아시=언젠가 이곳 시민들이 꽃의 수를 세어보았더니 모두 4억 2천40만 1천5백63송이가 피었다는 도시. 그래서 캐나다인들이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곳 중 늘 1순위다. 밴쿠버섬 남단에 위치한 빅토리아는 인구 30만 명밖에 안되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 규모가 작은 만큼 도시 전체가 관광자원이라 할 정도로 잘 가꾸어진 영국풍 도시다. 19세기 중반 영국이주민에 의해 개척된 빅토리아는 영국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건축물과 수많은 정원들로 꾸며져 있다. 특히 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은 주의회 의사당과 엠프레스호텔이 나란히 서 있는 도심지역. 1897년 약관 25세의 건축가 라텐베리가 당시 전문가들이 설계도를 보고는 도저히 지을 수 없을 것이라 고개 저었던 이 정교한 건물들을 차례차례 지었다고 한다. 주의사당은 밤이면 건물 윤곽을 따라 3천3백여개의 등을 밝혀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앞에 서 있는 전몰장병 추모비에는 한국전쟁 참전사실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영국 왕실 등 역사적인 인물의 밀랍인형이 실제크기 그대로 전시돼있는 로얄 런던 밀랍박물관, 1850년대 헬름켄이라는 의사가 살았다는 헬름켄하우스, 빅토리아 최고의 호텔 엠프레스, 정교한 미니어처월드 등도 관광포인트. 미니어처월드는 유명한 동화 속 마을들에서부터 남북전쟁 등 역사 속의 갖가지 전쟁터, 미래의 우주세계 등 80여종을 축소해 보여주는 곳으로 빅토리아 시내 훔볼트스트릿에 있다. 여기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로얄런던밀랍박물관이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서부터 영국 왕실일가,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2백50여점의 진짜와 감쪽같이 닮은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 로열브리티시 컬럼비아박물관과 고성의 로맨틱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크레이그다로성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200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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