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제 대전망] 계속성장 vs 불황시작, 전문가도 엇갈려
임금 상승, 주식시장 활황, 주택시장 안정 등 비교적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호황기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연말에는 미-중무역 전쟁도 부분 합의가 성사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워싱턴 한인 경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타운은 아마존 제2본사 건설, IT산업 활황으로 성장 동력은 살아있으나 가장 많은 한인 인구를 구성하는 1세대 한인들의 노령화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 자영업 축소 등의 영향으로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한류 먹거리 등 주류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2세대들의 모국문화 및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며 한인 경제 상승 및 관련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찬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와 한인 경제를 전망해 본다.
미국 경제
2020년 경자년 새해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2019년에 비해 성장률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불경기와 주식시장 폭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지가 관심사다.
2020년 미국 경제에서 계속 언급될 이슈로는 무역 전쟁, 통화 정책, 제조업 부진, 달러화 약세, 선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경제는 2019년에도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임금 상승, 여기에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과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주식시장까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경기 후퇴(Recession)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며 “개인소비, 정부지출의 견조한 증가세가 고정투자, 수출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긴 하나 최근 제조업 부진이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을 비롯한 주요 경제 기관이나 금융기관은 2020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1.7~2.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주요 국제기구 자료를 언급하며 이들이 2020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2.0~2.1%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이슈 역시 대동소이한데 무역 전쟁이 올해도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부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됐으나 완전 타결에 대한 믿을 갖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또 무역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낮은 수준의 정책 금리와 부실한 재정 건전성으로 인해 재정 정책에서는 한계가 예상된다. 여기에 제조업과 비제조업 경기 지표와 고용 관련 선행 지표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이고, 산업생산지수도 내림세로 돌아서 제조업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11월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점도 경제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표를 얻기 위해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칠지, 그리고 그런 정책이 전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미국이 개인소비 증가, 주택투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업투자와 정부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6.4%를 기록했던 기업투자 증가율은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2019년 2.1%, 그리고 올해는 0.6% 정도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 요소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중 무역분쟁과 대통령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2009년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확장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큰 상황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의 내년도 전망은 더 장밋빛이다. 탄탄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소비가 지속하면서 올해도 계속 순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 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9% 증가하고 S&P500지수도 약 8%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워싱턴 한인 경제
워싱턴 지역 한인 경제는 전반적으로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약간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이유로는 버지니아 아마존 제2본사 건설에 힘입은 부동산 시장 상승과 한류 영향으로 인한 한식 및 관련 업계의 주류고객 성장 등이 꼽힌다.
그러나 한인 자영업체들이 1세대의 노령화에 따라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고, 1.5세와 신규 유입 층 역시 자영업 보다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 한인 경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이민 1세대는 자수성가에 성공했지만, 시대의 흐름에는 둔감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결국 성장의 한계라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포에버 21의 몰락이다. 포에버 21은 대형 매장 확대에만 신경 쓰다 지난해 10월 말 챕터 11 파산보호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워싱턴 지역의 대형 업체들 역시 시대 흐름에 뒤쳐질 경우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집값이 오를만큼 올랐다는 분석과,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교차한다. 아마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북버지니아 지역의 경우, 물량이 워낙 적어 “부르는 것이 값”인 부동산가격 폭등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DC와 타이슨스 등 대도시 권역에서는 대형 콘도와 아파트 개발이 한창이다. 새로 제출되는 개발안 건수나 개발 규모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이미 지난해 말까지 제출된 개발안과 진행 중이던 개발안에 대한 공사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워싱턴 지역의 부동산은 계속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기상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전자상거래 확산이라는 큰 물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품질이나 가격, 취급 상품 등에서 특화되지 않은 상점은 결국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한인타운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읽고 여기에 맞게 업종이나 대상 고객을 과감히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전적으로 한인 고객만 대상으로 하거나 한국말만 쓰는 1세대만 고객으로 하는 업종은 건강식품 관련 업종 말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영어권 고객을 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인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인 은행권도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정부 금융 당국의 각종 규정 강화에 따른 관련 비용 증가와 수익원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자산 건전성 유지에도 숨차하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진에서의 세대교체 바람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