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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만 하는 중국보다 '통 큰 거래' 가능한 미국이 더 낫다? [월간중앙]

심리는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체제 안정, 경제 부활 카드로 ‘정상국가’ 추구? 그렇다면 김정은과 평양 수뇌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의 최종 목표는 ‘북·미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정상국가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북·미가 협력하는 경우 트럼프가 떠안게 될 한·미 관계 악화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대한민국과 별개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김정은의 ‘두 국가론’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다. 중국의 대국주의적 간섭보다는 ‘권위주의적 친구’ 미국이 북한 입장에선 나을 것이다. 최근 김정은은 트럼프의 ‘핵 보유국’ 호명에 화답하듯 핵 보유 당위성을 인위적으로 강조하면서 핵무기 개발 관련 행보를 연일 강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김정은은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 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1월 29일에는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시찰했다. 이후 북한 외무성 보도국은 1월 25일 ‘미국이 주권과 안전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를 발표하여 북한의 대미협상 조건을 역설했다. 김정은이 그리는 ‘정상국가’가 비핵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월 25일 외무성 담화에서 보듯,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뜻이 없다. 향후 핵 보유를 인정받으면서 북·미 핵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북한이 2023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9차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고착화됐다고 규정한 이유는 핵 보유가 미국 핵전략 자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격으로부터 국가(북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기도하다. 또, ‘하나의 민족’이라는 전통적인 통일 관념과 부담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하나의 국가로 북미협상에 임하는 것이 핵 협상을 주도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한 이후 북한을 향해 발신한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푸틴과 김정은을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하며 이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진핑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푸틴과 김정은을 추켜세우는 이유를 읽을 수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대중국 압박이라는 일거양득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핵 보유국 인정’ 위한 평양의 대미 협상 시나리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내주고,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불러주면 트럼프도 이들 두 나라로부터 일정한 이권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윈-윈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 입장에선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점이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북한 외무성은 현재 다음과 같은 5가지 로드맵을 세웠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은 트럼프의 메시지는 무시하고 미국과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일 것이다. 동시에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상대로는 연일 ‘두 개 국가론’을 주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핵문제를 북·미 사이 문제로 전환할 것이다. 향후 김정은은 미국 압박용 핵 시찰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요구할 내역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2차 회담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김정은은 다음 북·미 정상회담에는 철저히 준비된 자세로 나타날 것이다. 북한의 준비된 자세란 7차 핵실험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진행될 것이다. 세 번째, 북한은 7차 핵실험 직후 유관국들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일 것이다. 대중국 압박에 올인하는 트럼프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북한은 이미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통한 정치적 개입을 탈피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준비 및 실행했다. 지난 2014년 북한이 베트남 하이퐁 항구의 일부를 임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중국이 자국 다롄(大連)항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자 베트남으로까지 활로를 찾아 나섰다. 네 번째, 북한은 미국의 ‘핵 포기’ 요구를 ‘핵 군축’ 협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원론적인 어젠다를 대거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다.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에는 이미 군축과가 존재한다. 북한은 ‘핵 군축’을 미국과의 협상 어젠다로 상정해 장기전을 유도할 것이다. 북한은 장기전 이후 궁극적으론 ‘관념적인 핵 보유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본다. 주의할 점은, 북한은 핵 군축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장기전으로 협상 대상자들을 지치게 하고 시간을 얻어 종국적으론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려 할 것이다. 지난 2007년 김계관 당시 외무성 1부상은 6자 회담에 나서 “우리는 인도와 같은 핵 보유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것이 북한의 진심이다. 따라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성 있는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한진명 前서기관 김일성종합대학 불어과 졸업. 북한 외무성 6국(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 담당국)과 7국(주체사상 대외선전국),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 3등서기관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1월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나와 공장 근로자로 생활하고 있다. 한진명 전 주베트남 북한 서기관 [email protected]

2025-02-22

[인터뷰] 우크라 국방정보국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가능해"

뜻하는 'Representative'다. 국방부 정보총국의 입장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국방부 정보총국은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보 수집과 분석, 군사 첩보 활동, 특수 작전, 심리 정보전을 총괄하는 군 내부 정보조직으로, 파병 북한군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다. 체르냐크 대변인과의 인터뷰는 키이우 시내 주거지역의 한 건물에서 이뤄졌다. 정보총국 소속 인원들은 여러 사무실에 분산돼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진 촬영 요청을 거부했다. 다음은 체르냐크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북한군 포로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한국 송환이 가능할까. ▲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한국 정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국정원, 특수부대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북한군 포로는 어디에 있나. ▲ 북한군 포로의 위치는 알려줄 수 없지만, 그들의 모든 필요는 충족되고 있으며, 안전하게 보호된 장소에 머물고 있다. -- 북한군의 현재 동향은. ▲ 북한군과 심지어 죄수들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1만1천여명의 북한군은 최신 무기로 훈련받았고, 지난 두 달 동안 실제 전투에 참여했다. 이 기간 약 4천명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한다. 일부는 회복 후 전장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 쿠르스크 최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지난달 중순부터 한동안 사라졌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 북한군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큰 손실을 보고 후방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전장에 투입됐다. 쿠르스크의 4개 여단이 모두 북한군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혼재된 상태다. 북한군이 있던 진지가 타격을 받았을 때, 러시아는 해당 지점을 화염방사기로 완전히 파괴했다. 시신조차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고, 이에 따라 시신 회수나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 북한군의 위치에 대한 초기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은. ▲ 초기에 북한군 병력은 약 1만1천명이었고, 그중 4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남은 병력은 약 6천명으로 추정된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총 15만명을 추가로 파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초기에는 북한군이 전술에 익숙하지 않아 큰 손실을 겪었으나, 그들은 빠르게 현대전을 학습하고 있다. 이제 북한군은 상당히 숙련되고 전문적인 전투력을 갖췄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운다. 반면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 군인들을 과소평가하고 하층민처럼 대하지만, 사실 북한군의 전투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 비록 활발한 적대 행위는 없지만 러시아는 정보 작전을 강화하며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군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을 지키며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약점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큰 병력 손실을 겪으며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실질적인 위협인가. ▲ 북한군의 존재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위협이다. 북한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같은 수의 러시아 병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대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 구형 무기가 대부분이지만, 러시아와의 협정에 따라 북한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고, 이를 통해 현대식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신창용

2025-02-21

'尹 운명' 3월 둘째주 결론? 마지막 변수는 '마은혁'

심리를 요구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지만, 지난 19일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과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양측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다. 선고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임명 보류 상태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취임 시기가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마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하면서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 임명 시기는 헌재가 들여다보고 있는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 사건 선고 시기에 달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며 낸 권한쟁의심판과 김정환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은 지난 10일 변론종결 후 헌재에 계류 중이다. 만일 3월 중순 전 헌재에서 결론이 나와 마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 재판관이 임명돼 심판에 관여하면 헌재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변론 갱신이란 법관이 바뀐 경우 새 법관 앞에서 양측이 입장을 밝히고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다시 조사하는 과정을 뜻한다. 변론 갱신 방법이나 소요 시간이 양측 합의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에서도 도중에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변론을 갱신했다. 이때는 국회와 이 위원장 양측이 모두 동의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2차 변론 내용을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변론 갱신을 갈음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마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일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재판관들이 마은혁 재판관 사건에 대한 선고를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설령 임명되더라도 스스로 회피해서 탄핵 심판 절차의 진행이나 선고 일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 마 후보자가 선고에 관여하지 않고 8인 체제로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전에 국회와 최상목 권한대행 간의 권한쟁의심판 결론이 먼저 나올지가 미지수다. 헌재는 당초 지난 3일을 선고 기일로 잡았으나, 추가로 입증할 사항이 있다는 최 권한대행 측 주장을 받아들여 당일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10일 2차 변론기일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면서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마 재판관 임명 시 탄핵심판 관여 여부에 대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며, 재판부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2025-02-21

[골프칼럼] <2361> 어드레스 변형이 실수 자초

심리적인 측면에서 파생되며 특히 장타나 목표 지점이 가까울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다시 말해 볼을 오차 없이 목표에 보내려는 의식이 헤드업(head-up)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몸까지 위로 치켜 올리는 실수가 생겨난다.   특히 오르막을 향한 샷이나 내리막으로 샷을 해야 할 때 실수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 볼 위치나 주위 상황이 불안정할 때 심리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미 친 볼은 자신의 시선으로 그 행방을 확인한다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확인하려 하는 것은 일종의 악습이다.   탑핑의 원인은 첫째 헤드업, 둘째 볼 위치, 셋째 무릎의 펴짐(어드레스 변형)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중 실수하는 샷의 70%는 헤드업이며 잘못된 볼 위치 선정과 무릎의 펴짐이 각각 25%로 헤드업이 탑핑의 주범이다. 볼을 강하게 치려는 생각이 근육에 전달돼 몸을 경직시켜 헤드업을 유발, 결정적인 순간 탑핑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무릎이 펴지면 악성 탑핑이고, 볼 위치까지 불안정하다면 생크(shank)로까지 치닫는 최악의 샷이 되고 만다.   또는 우 반신(오른발)을 틀어가며 백 스윙을 해야 함에도 오른쪽 무릎이 밀려나며(sway) 백 스윙을 시작하면 임팩트때는 여지없이 무릎이 펴지고 만다.       볼 위치가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몸과의 간격이 멀어도 탑핑이 발생한다.  특히 오르막에서의 볼 위치가 왼쪽에 있을 때 자칫 탑핑의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볼에 대하여 스탠스 위치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하며 다운스윙시 클럽 바닥면이 지나는 최하 점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막상 스윙을 시작하면 무릎이나 허리가 그 높이를 유지 못하는 것이 탑핑이 주 원인이므로 최초의 어드레스 자세 때의 무릎높이를 임팩트까지 유지해야 한다.   내리막이나 오르막 상황이라면 풀스윙(full swing)보다는 ¾정도의 스윙이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한 클럽 길게 선택, 그립을 내려 잡고 스윙에 임하는 판단력도 있어야 한다.   골프장은 샷이 길어 생기는 함정보다 샷이 짧을 때 함정이 많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짧은 샷 보다는 약간은 긴 샷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www.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 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어드레스 변형 어드레스 변형 실수 자초 어드레스 자세

2025-02-20

건설 부진에 기업 체감경기 넉 달째 하락…코로나 이후 최악

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p) 낮은 85.3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떨어져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았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다. 과거(2003년 1월∼2024년 12월)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를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CBSI(90.1)는 구성 5대 지수 가운데 생산(+0.6p)·업황(+0.4p)을 중심으로 1월보다 1.1p 올라 양호했다. 하지만 건설·서비스업 등 비제조업(81.7)은 업황(-1.1p)·자금 사정(-1.0p) 악화로 1.9p나 하락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수출 개선으로 제조업 업황은 좋아졌지만, 건설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비제조업 업황이 나빠져 전산업 CBSI도 1월보다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3월 CBSI 전망치의 경우 전산업(88.0), 제조업(91.1), 비제조업(85.8)에서 이달 전망치보다 각 2.6p, 2.0p, 3.2p 모두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세부 업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변화를 보면,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1차 금속, 전자·영상·통신장비를 중심으로 업황·생산·수주 등이 개선됐다. 자동차는 승용차 수출과 영업일 수 증가, 1차금속은 트럼프 상호관세 시행 전 물량 확보 수요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아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비제조업의 경우 건설, 도소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위주로 업황·매출·자금 사정 등이 나빠졌다. 특히 건설업 업황지수는 전월보다 9p나 떨어졌는데,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신규 수주 감소의 결과로 분석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0.2로 전월보다 3.5p 올랐다. 2019년 6월(+4.0p)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달 조사는 이달 6∼13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312개 기업(제조업 1867개·비제조업 1445개)이 조사에 응했다. 이승녕([email protected])

2025-02-20

기업 경기전망 3년째 한파…1분기 전망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

심리가 우세했다. 특히 철강이 포함된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89.7)은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하고 있다.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88.2)도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73.3), 식음료 및 담배(94.7), 석유정제 및 화학(96.3) 등도 기준선을 하회했다. 의약품과 목재·가구 및 종이는 기준선 100에 걸쳤다. 반면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0.5)와 전자 및 통신장비(105.6)는 긍정 전망을 보였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다수 업종의 경기 전망이 부진한 상태에서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는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제조업 업종은 정보통신(66.7), 전기·가스·수도(70.6), 운수 및 창고(73.9), 건설(81.0) 등의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건설 BSI는 2022년 9월(102.7) 이후 2년 6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조사 부문별 BSI는 투자(90.0), 고용(93.3), 자금 사정(93.6), 채산성(93.6), 내수(94.2), 수출(95.8), 재고(101.9)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과잉으로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소비·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가 불안, 대외 불확실성 고조로 내수·수출의 이중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범위 확대 등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진작책과 함께,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민관 공동 협력 체계를 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email protected])

2025-02-19

서울여대 김노미 동문, 모교에 100만 달러 기부

심리학과 76학번)은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모교를 향한 깊은 애정과 후배 사랑을 실천했다. 김 동문의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서울여자대학교의 발전과 학생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뜻깊은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김노미(Nomi Song) 동문은 1976년 서울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에 입학하고, 1980년 졸업 후 같은 해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1991년 의료용품 유통회사인 ‘메디텍 그룹(Meditech Group, Inc.)’을 설립하고 30여 년간 의료분야 사업을 운영하며 꾸준히 성장시켜 왔다. 그는 사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모교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고 2005년부터 지속적인 기부를 실천해 왔다. 지난 11월, 승현우 총장은 미국을 직접 방문하여 평소 교육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던 김 동문의 뜻을 전달받았으며, 그의 유산이 후배들의 학업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강당 리노베이션 사업에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기부를 받았다. 김 동문의 자녀들은 “어머니는 평생 하나님을 사랑하며, 가정과 사업,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사셨다. 또한, 자연과 여행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모자들을 수집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멋진 삶을 사셨다”고 회고했다. 미국에서 가까이 지내던 동문은 "녹수회 동아리 활동 등 친구들과 함께했던 대학 생활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모교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동문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동문의 가족들은 여름 즈음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가 거닐던 캠퍼스를 돌아볼 예정이다. 김노미 동문은 올해 1월 12일 미국에서 별세했다. 장례는 현지 시간으로 2월 12일 가족과 지인들의 추모 속에 진행됐다. 서울여자대학교는 김노미 동문의 숭고한 나눔을 기리기 위해 기부자의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제작하고, 캠퍼스 내 기념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2025-02-19

유승민 "30년 내리막길 나라 경제 이대로 둘 건가" [월간중앙]

심리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파면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60일 만에 대선 후보를 만들어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의 ‘무기력한 포로’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잠재적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이 증명이 쉽지 않으리라 직감한다. 보수 강성 지지층이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국민의힘이 광장 정치와 일체화한다고 해서 탄핵 시계(時計)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민의힘 상층부의 우경화 행보는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초래, 탄핵 인용 시 있을 조기 대선의 전망을 어둡게 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한다. 2월 10일 월간중앙 회의실에서 만난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금부터라도 빈사 상태에 빠진 민생을 보살피고,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 탄핵 이후의 정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Q : 요즘 유 전 의원 페이스북을 보면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극단적 선택, 폐지수집 노인의 죽음, 고려대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예산 중단과 같은 현장과 민생을 언급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더군요. A : “국정 컨트롤타워 공백은 경제와 안보에 주름살을 안기고 있고,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죠. 정치가 불안하면 할수록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청년 실업자 등 취약 계층의 고통은 가중되게 마련입니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진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 캐스터가 비정규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고통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또 기초연금만으론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어르신들도 있지요. 이분들이 인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차도로 가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생깁니다. 민생의 어려움과 정치의 파행은 무관치 않아요. 이렇게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서민의 삶을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를 묻는 뜻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언급합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은 탄핵 국면에서도 경제와 민생은 늘 챙겨야 합니다.” ━ 경제성장률 하락을 당연시하는 뉴노멀의 함정 Q : 1월 말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이 중점을 둬야 할 분야’로 민생 안정, 경제 활성화(48%)가 꼽혔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서민들에게는 가장 절박한 현실 같습니다. A :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저도 잘 봤습니다. 서울·부산·대구 할 것 없이 전국이 (탄핵 찬반) 시위로 난리이고, 국민도 정치에만 관심을 둔 것 같아도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경제라는 사실이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이지요.” Q : 고도성장을 거친 대한민국에서 경제 걱정이 더 커지는 이유는? A : “경제를 공부한 제 머릿속에는 늘 하나의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 매 시기 우상향하다가 1990년대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긋는 우리 경제성장률의 그래프가 그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40년 이상을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도 30년이 돼갑니다. 한마디로 성장할 힘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경제성장률은 2%대에서 이제 1%대로 떨어지고 있어요. 숫자는 별것 아닌 것으로 보여도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받고, 심지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Q : 그동안 정부와 기업, 국민은 무엇을 했을까요? A : “뭔가 착각한 것이죠. 성장률 하락을 당연하다며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인 것이죠. 1990년대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차례로 들어섰지요. 대통령 임기 5년 마다 경제성장률이 대략 1%씩 떨어진 셈입니다. 어느샌가 경제 관료, 기업, 정치인들이 이를 뉴노멀이라 체념하기 시작하더군요. ‘이 정도의 성장은 불가피한 흐름이니 적절한 분배에 신경을 쓰자’는 식이었죠. 저는 보수 정치인 중 복지와 분배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만, 성장의 가치는 진짜, 진짜 대단한 겁니다.” Q : 경제가 일정한 규모에 달하면 성장률이 하향, 고착화하는 것 아닌가요? A : “미국, 중국을 보시죠. 미국 GDP는 한국보다 20배 많아요. 두 나라는 경제 대국, 인구 대국이지만 성장세는 지속적입니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평균 2%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어요. 이렇게 큰 나라들도 성장하는데 대한민국이 성장을 포기한다? 30년 이상 내리막길에 있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입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 ‘전과(前科)’ Q : 유 전 의원이 생각하는 방법론은? A : “이를 타개할 길은 혁신성장밖에 없어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는 혁신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 혁신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국의 인공지능 딥시크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미국과 중국의 혁신에서 배워야 합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국가가 혁신을 주도하는 힘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혁신은 인재에서 나오죠. 미국은 세계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입니다. 중국도 ‘제조 2025(중국판 산업혁명)’, ‘1000인 계획(과학 인재 유치)’ 등 기술 굴기에 승부를 겁니다. 많은 국가가 STEM 영역, 즉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엔지니어링), Math(수학) 교육에 투자하고, 관련 인재 양성에 두팔을 걷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Q : 이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좌표를 짚는다면? A :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며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렸습니다. 이과(理科)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은 의과대학으로 진학하지요. 이공계 대학생조차 휴학하고 의사가 되려는 나라입니다. 문과에서도 가장 똑똑한 학생들은 판검사, 변호사를 선호해요. 의사, 판검사, 변호사에 대한 보상이 우리나라만큼 후한 나라가 어디 있나요. 이 인센티브 구조를 완전히 뒤집지 않으면 과학기술 인재, 혁신 인재를 배출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과학기술 인재들도 미국과 중국에 다 빼앗기게 될 판이죠. 2017년 대선 당시 제가 디지털 혁신 인재 100만 명 양성 공약을 제시한 것도 이런 흐름의 산물입니다.” Q : 문재인 정부도 출범 원년인 2017년 혁신성장 기치를 내걸었죠? A : “제가 2016년 처음으로 혁신성장 얘기를 한 거로 기억합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그게 좋아 보였던지 딱 가져가더라고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이 아니라 소득 주도 성장으로 치달았어요. 최저임금 올리고, 복지에 투자하면 성장이 된다는 논리죠. 그게 발전된 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사회거든요. 소득 주도 성장,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같은 정책은 경제 성장의 방해 요인에 불과합니다.” Q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월 10일 국회 연설에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A : “이 대표는 ‘전과(前科)’가 많은 사람입니다. 법적인 전과도 있지만, 공약(公約)에서도 전과가 많아요. 성남시장, 경기지사,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까지 주야장천 외쳤던 게 바로 기본소득, 기본사회 아니던가요. 그러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는 기본소득쑥 들어가고, ‘1호 공약은 성장’이라고 입장을 바꿨어요. 그리곤 또 최근까지도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한다며 난리를 쳤지요. 이제 또 기본소득은 서랍에 감춰두고 성장을 꺼내 듭니다. ‘성장’이라는 게 선거 때마다 팔아먹는 무슨 프로파간다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하는지 봤잖아요. 이재명 대표도 똑같이 할 겁니다. 선거를 앞두고 저렇게 성장 어젠다를 들고나오는 건 일종의 사기(詐欺)에 가깝죠. 신종 사기이므로 속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Q :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지요. A : “이 대표는 10여 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는 말인 거죠. 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라고 할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제가 보기에 윤석열 대통령하고 똑같아요. 지금의 윤 대통령도 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는 아니거든요. 이 대표는 대통령이 아니기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없었을 뿐,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보다 더 치밀하고 더 잔인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A : “이 대표의 평소 성품을 보면 알아요. 대통령에게는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게 제1의 과업입니다. 이 대표의 경제관과 경제 정책, 안보관을 볼까요. 말 바꾸기가 너무 잦아 종잡을 수도, 신뢰할 수도 없습니다. 안보관은 더해요. 그동안 한·미동맹, 주한미군에 관해 해온 얘기와 보여준 불안한 모습은 트럼프 시대에 국가를 제대로 지켜낼 사람일지 의문을 갖게 되죠. 북한, 중국, 러시아에 경도된 정책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을 무너뜨리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인물이지요.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은 미술에서 말하는 데칼코마니(좌우 대칭 이미지)와 같아요. 똑같이 위험한 정치인입니다.” ━ “변론에서 단어 몇 개 바뀐다고 판결 뒤집어지지 않아” Q :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에 가장 버거운 상대는 누구인가요? A :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는 걸 더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대표가 가장 (상대하기) 쉬운 후보지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중도, 합리주의적 이미지가 있어요. 대화와 타협의 정치도 알지요. 김동연 경기지사는 평생 경제 관료로 지낸 사람으로 관리나 기본 정책에서 큰 불안감은 없는 분이고요. 김부겸, 김동연 같은 분들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우리가 더 벅찰것 같습니다.” Q :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와 진행 방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A :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승복하지 않을 분들이 양 진영의 극단에 있습니다. 그 극단을 제외한 중간에는 상식적이고 선량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많은 국민이 계시죠. 다수의 국민이 헌재의 결정에 대해 ‘그 정도면 승복하겠다’고 수긍해야 나라가 분열을치유하고 통합의 길로 가게 됩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공정이 생명입니다. 윤 대통령 등 피청구인 쪽에도 충분한 변론과 증인 신청의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탄핵 심판에 한 점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되지요. 헌재가 정치적 계산과 조급함으로 일을 그르친다면 스스로 명을 재촉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나선 계엄 관계자들의 진술이 번복되거나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정황들이 유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에 영향을 주는가요? A : “일부 대통령 부하들이 검찰 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국회의원’인지 ‘인원’인지, 대통령 지시 사항의 명칭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지요. 체포자 명단을 담은 국정원 차장의 메모는 처음 갈겨 쓴 원본은 사라지고 보좌관이 정서(正書)한 것이더군요.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고, 사람의 기억도 불확실할 수 있어요. 비상계엄이 국민 모르게 CCTV도 없는 궁정동 안가, 밀실 같은 데서 일어난 게 아니잖아요. 12월 3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모든 장면을 전국의 국민이 지켜봤습니다. 대통령이 위헌적인 계엄 포고령을 발표하고 병력이 국회에 들어와 한 일들을 모두 알고 있지요. 관련자들의 국회 상임위 진술 내용도 많아요. 이런 일들이 (헌재 변론에서) 단어 몇 개 바뀐다고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인가요? 국민들께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리라 봅니다. 헌법재판관, 나아가 일반 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Q : 헌재 심리가 진행되면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장외 강경 세력 쪽으로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만. A : “탄핵이 만약 인용되면 두 달 안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국민의힘 내 많은 이들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부정하고, 탄핵에도 반대하고 있어요. 중도층, 수도권, 청년들은 옳고 그름을 따져 투표해요. 이들이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합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들이 더 많은 표를 줘서 윤석열 대통령이 0.73% 차로 간신히 당선됐습니다. 조국 사태, 부동산 실패,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넌더리를 불러온 결과입니다. 지금 여론 조사를 보면 중도층 민심은 국민의힘에 부정적입니다. 제가 탄핵 반대 수치와 국민의힘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는 여론조사가 국민의힘에 오히려 독(毒)이 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이 독(毒)이 되는 이유 Q : 탄핵 반대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가 정권 재창출이라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걸 강경 보수층도 알 텐데요. A : “제가 지난 두 달간 호소한 게 바로 그 대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흔들려 끌려다니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매몰되는 건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 5년을 갖다 바치는 지름길이라고 말이죠. 탄핵 반대 집회의 특징은 확증편향입니다. 입에 맞는 정보만 수용하고, 다른 사실이나 시각은 차단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여론조사 수치도 상승하면서 당내 탄핵 반대 세력도 몸집을 키웠어요. 지금으로선 대선 후보도 그들 중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요. 지금 민주당은 중원의 땅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중도층의 생각을 잘 헤아려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이렇게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것을 절연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다니다가는 그냥 같이 망하는 겁니다. 대선뿐만 아니라 그다음의 지방선거, 총선까지 연패(連敗)의 늪으로 지금 빠져들 수 있어요.” ━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해야 그칠 것’ Q :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 외연 확장성을 가진 주자들이 당내 경선에서 선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참 어렵지요. 저도 그걸 인정하고, 또 각오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윤 대통령 탄핵 문제나 다른 여러 사안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할 순 없지요. 그건 눈속임용, 눈가림용이니까요, 저는 옳다고 믿는 걸 붙잡고 정치를 해온 사람이고 이번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당원들에게 ‘이렇게 가면 여러분이 가장 혐오하는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는 길’,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제발 좀 정신 차려 달라’라고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따로 있을까 싶어요.” Q : 국민의힘 경선에 중도층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된다고 보나요? A : “2022년 말 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저는 압도적 1위를 달렸어요. 당시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대표를 뽑게 돼 있었어요. 이때 윤 대통령이 한마디 했어요. ‘당원 100%가 더 낫지 않냐’고 말이죠. 당 비대위에서 ‘당원투표 100%’로 경선 룰을 바꾸더군요. 현행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심(당원투표)과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을 각각 50% 반영해 뽑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선택 방지 조항도 두고 있지요. 당심이라는 건 당원의 뜻이고, 민심이라는 것도 국민의힘 지지층 플러스 무당층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아주 보수적인 분들이 (당의 대선 후보를) 뽑게 되는 겁니다.” Q :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반드시 참여하는 건가요? A :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여당이 돼서, 여당 대통령들을 겪어보니까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진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서 대한민국이 30년 넘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했지요. 저는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하게 만드는 걸 정치 인생을 바쳐 고민하고, 준비해 왔어요. 시대의 요구가 저 같은 정치인하고 맞아떨어지면 저한테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에서 그랬지요. 이 나라는 티끌 하나. 터럭 하나 병들지 않은 곳이 없어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해야 그칠 것이라고 말이죠. 낡은 나라를 새롭게 바꾸자는 뜻이죠. 저는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이라고 봐요. 제대로 된 개혁을 해서 경제와 안보를 살리고, 민주질서를 튼튼히 다질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email protected]

2025-02-18

증시 부진에 얼어붙은 IPO 시장…작년 하반기 상장 철회 급증

뜻한다. IPO를 하려면 먼저 공모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표 주관사는 IPO 전에 기업의 희망 공모가를 기관투자자에게 제시하고 투자 수요를 예측한다. 하지만 하반기 증시 부진에 IPO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자, 수요 예측 단계에서부터 포기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 29곳 중에서 20.7%(6곳)가 IPO를 중도에 철회했다. IPO에 성공했어도 높은 공모가를 받지 못한 기업도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IPO 기업 중 93%가 희망가(상단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공모가가 정해졌다. 희망 공모가 하단 이하로 가격이 정해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하반기엔 희망 공모가 하단(8%) 혹은 그것에도 미달(17%)한 기업이 25%에 달했다. 하반기에 희망한 공모가격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50%에 불과했다. 투자 심리 위축에 IPO 직후 기업의 주가 성적표도 좋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77개 종목 중 56종목(72.7%)의 연말 주가는 공모가보다 떨어졌다. 이들의 손실률은 17.9%로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부진했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도 24개(31.1%)나 됐다. 이 때문에 상장 때만 잠시 투자했다가, 이후에 바로 팔아버리는 이른바 ‘널뛰기’ 투자 경향도 강해졌다. 지난해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 비율은 18.1%로 전년 대비 8.3%포인트 떨어졌다. 5년래 최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IPO 시장 호황에 연간 공모금액은 3조9000억원으로 2023년(3조3000억원) 대비 16.4% 소폭 늘었다. IPO 건수는 2023년 82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감소했다. 금감원은 “IPO 시장이 단기 차익 목적 투자에서 기업가치 기반 투자 위주로 합리화될 수 있도록 지난달 발표한 ‘IPO 제도 개선방안’의 원활한 정착을 지원할 것”이라며 “또 주관사와 간담회를 통해 IPO 심사 과정에서 확인된 특이 사항을 공유하고 업계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통 강화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준([email protected])

2025-02-18

'파과' 민규동 감독 "액션배우 이혜영 신선한 경험 될 것"

뜻이다. 영화에서 물러진 과일이 늙어버린 킬러의 메타포로 등장한다. 파과(破瓜)는 여자 나이 16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민 감독은 소설 속 60대 노인 킬러에 매력을 느껴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장르적 설정은 있지만 심리 묘사와 문체가 더 장점인 소설이어서 새롭게 가공하는 시간을 거쳤다"며 "원작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새 이야기를 써서 멀리 갔다가 다시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로 돌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중간 지점에서 정리가 됐고 액션 누아르 정체성은 더 명확해졌다"면서 "인물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2009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음식과 환경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베를린영화제를 찾았었다. 이번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트리샤 터틀 집행위원장이 '파과' 트레일러(짧은 편집본)를 보고 완성본을 출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민 감독은 사극부터 SF까지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미장센으로 호평받아 왔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 연출한 장편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는 흥행 대박이 난 전편 '여고괴담'(1998)과 달리 '안 무서운 공포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 감독은 "전편이 흥행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연출하고 세 번만 놀래 달라고 해서 세 번은 놀랬다"며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시아의 10대 여성이 어른 사회로 진입하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포는 형식으로 취했을 뿐 목적이 아니었다"며 "나한테 익숙한 정서적 이야기를 낯선 형식에 섞는 걸로 시작하다 보니 이후로도 새로운 장르가 형식으로 주어지고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김계연

2025-02-16

"제발 '목사' 타이틀 떼라…종교 아닌 정치집회" 불편한 기독교

뜻에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명박) 장로님이 테러를 당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3일 금식기도를 시작하라”고 교인들에게 설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성향은 극우로 분류된다. 현실적 목표는 기독교를 앞세운 정치세력화다. 그런데 정작 기독교 내부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전광훈 목사를 향해 “일부 목회자의 영웅 심리에 의한 정치적 행위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속권력과 교회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가질 때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교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는 실제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진출을 줄곧 시도해 왔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전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당이 62만표(득표율 2.63%)를 얻었다. 득표율이 3%가 넘었다면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기독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통해 원내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주류 기독교계는 최근에 벌어지는 ‘탄핵반대 광화문 집회’ 역시 전 목사가 갈구하는 권력욕 혹은 정치세력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기독교 장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저는 평소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민운동을 정치를 위한 발판으로 썼다. 결국 시민운동이 대중의 신뢰와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며 “전광훈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를 위해 종교를 써먹고 있다. 정 그렇다면 목사 옷을 벗고 하면 된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교 집회 아닌 정치 집회=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에 비해 손현보 목사의 여의도 집회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정치적 성향은 우파이지만, 쓰는 용어가 덜 거친 편이다. 사실 여의도 집회의 첫 출발은 종교적ㆍ신앙적 성격이 강했다. 이유가 있다. 손현보 목사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담임이다. 출석 교인은 약 3500명이다. 소속 교단이 예장고신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의 온갖 핍박에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마지막까지 버틴 교단은 고신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기독교의 순혈주의적 정서가 강하고, 성향도 아주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한 편이다. 손 목사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손 목사의 기본적 관심사는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반대’다. 여의도의 1ㆍ2차 집회도 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이때만 해도 참여 인원은 적고, 언론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기독교연합기관의 한 관계자는 “3차 집회부터 달라졌다. 세이브 코리아가 등장했다. 우리말로 하면 구국기도회 아닌가”라며 “중도 우파적 목소리를 내는 전한길 강사가 집회에 결합하면서 순식간에 외연이 확장됐다. 지금은 종교 집회에서 정치 집회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기독교는 체계상 교단 조직의 힘이 가장 세다. 그런데 국내 최대 기독교연합기관인한국교회총연합 소속 36개 주요교단 중에서 ‘탄핵 반대’나 ‘탄핵 지지’를 표방한 교단은 한 군데도 없다. 수도권에서 목회한 한 원로목사는 “예전에는 기독교 집회에 정치인이 참석해도 단상에 올라가진 않았다. 앞에 앉아만 있었다. 요즘은 마구 올라가서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나”라며 “광화문 집회와 여의도 집회는 이미 정치 집회가 돼버렸다. 기독교 집회로 봐선 곤란하다. 이들 집회가 기독교 주류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백성호([email protected])

2025-02-15

'0.017초' 첫눈에 반해야 산다…컬리·당근 로고의 비밀 [비크닉]

심리·뇌 과학자 폴 왈렌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상대방에 호감과 신뢰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0.017초가 걸린다고 해요. 뇌의 편도체가 빠른 시간 안에 상대방을 파악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는데요. 이는 소비자의 첫눈에 들어야 살아남는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비슷비슷한 제품이 함께 있는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되는 온라인 쇼핑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그렇다면 요즘 가장 많이 선택받는 브랜드의 얼굴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컬리·당근·예스24·뚜레르·칠성사이다·티빙·SM엔터테인먼트까지…. 이름을 듣는 순간 컬러와 서체가 생각나는 이 브랜드들의 ‘얼굴’을 담당한 ‘CFC(씨에프씨)’도 0.017초의 마력을 누구보다 잘 꿰뚫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업력 13년 차에 접어든 CFC는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정체성을 내재화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맥락 있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봤다고 해요. 대체 사람들을 사로잡는 ‘한끗 다른’ 디자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서울 성산동 CFC 사옥에서 전채리 대표를 만났습니다. ━ “브랜딩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 ㅡ브랜딩 디자인이라고 하면, 로고를 만드는 정도로 생각하게 대부분이죠. CFC가 보여주는 디자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쉽게 얘기하면 그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이에요. 브랜드 디자인도 시각 세계에 있어 부재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구축해 나가는 일이거든요. 로고든 비주얼 시스템이든 이면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살펴보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됩니다. 리브랜딩 작업을 하다 보면 ‘기존 로고는 왜 이런 모양인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브랜드 구성원들의 의견을 입체감 있게 수렴하고 공감을 얻는 일이 그래서 중요해요. ‘그냥 위에서 이렇게 정했대’하는 상태가 되면 안 되는 거죠. 내부 사람에게 브랜드 본질이 내재화된 상태여야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한 목소리로 나갈 수 있거든요. 내러티브가 갖춰지면 ‘베이식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슈프림을 입는 사람인지 르메르를 입는 사람인지에 따라 스타일과 언어, 행동 등이 다른 것처럼 브랜드의 개성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고 보일지 만드는 일이죠. 이후엔 앱 아이콘이나 웹사이트 화면, 제품 패키지, 명함 등에 로고와 그래픽을 매체에 맞게 적용하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죠.” ㅡCFC가 이 분야에서 전문이 된 비결이 있나요. “클라이언트가 ‘아 여기는 좀 재미있게 해결책을 제시하는구나’하고 봐주신 게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컬리나 당근처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시각 자산을 잘 계승하면서 신선함을 더하는 방식의 리브랜딩도 있고, 런드리고나 리멤버처럼 변화의 폭이 큰 경우도 있거든요. 브랜드의 방향성에 따라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던 것이 주효했어요. 또 가끔 듣는 칭찬이 ‘그래도 CFC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네요’예요.(웃음)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더라도 한 팀이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간다는 마음이 있죠.” ━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업의 본질에 정답 있다 ㅡ처음 브랜드를 수립하는 프로젝트와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리브랜딩하는 경우 접근법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브랜드의 시각적 레거시(유산)의 유무인 것 같아요. 기존 브랜드의 시각적 자산을 출발점으로 변화의 폭을 살피며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 리브랜딩의 핵심이라면 신규 브랜딩은 언어로 존재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해석해 실체화하는 것이 핵심이죠. 무한하게 상상할 수 있기에 무척 재미있는 대신 제약이 없기 때문에 어렵기도 해요.” ㅡ당근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일은 어땠나요. “10대부터 80대까지 전 국민이 쓰는 앱이다 보니 변화의 폭이 크진 않았어요. 사람들이 앱 아이콘을 보고 0.1초 만에 당근임을 인지할 수 없으면 안 되니까요. 마침 브랜드는 당근 마켓에서 ‘마켓’을 떼고 동네 생활 커뮤니티로 포지셔닝을 확장하던 시점이었거든요. 동네에 대한 애정이 피어나는 콘셉트로 당근의 몸통인 ‘핀’ 형태는 지키되 이파리 부분을 비정형적인 하트의 모습으로 만들었어요. ‘익숙하면서도 새로움’을 주는 것이 리브랜딩의 관건인데 얼마큼 변화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 나가는 걸 지속해서 테스트하고 있어요. 컬리도 리브랜딩했을 때 고객들은 거의 몰랐다고 해요. 좋은 쪽으로 변화하면 첫째 날은 ‘어, 뭔가 다른데?’ 하고 둘째 날부터는 예전 것이 생각나지 않는 거죠.” ㅡ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플랫폼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은 앱이에요. 앱의 핵심 특징을 정리하다 보면 브랜드의 강점과 존재 이유, 나아가 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돼요. 이런 것들을 분석하다 보면 흩어져 있던 강점들이 묶이는 지점이 생깁니다. 리멤버의 경우 명함 관리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커리어 커뮤니티나 채용까지 가능한 직장인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저는 명함을 주고받는 아날로그적인 행동이 플랫폼 비즈니스가 된다는 지점이 재미있었어요. 리멤버의 슬로건이 ‘기회는 열린다’거든요. 멈춰 있지 않고 계속 현재 진행형으로 성장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명함의 고유한 직사각형 형태를 평행사변형처럼 ‘R’ 안에 구성해 열려 있는 순간을 표현했어요. 이런 식으로 업의 본질과 브랜드가 원래 갖고 있던 조형적인 단서들을 연결해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ㅡ백세주 리브랜딩은 지난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어요. “인지도 있는 브랜드지만 대폭 변화를 줬던 사례인데요. 원래 투명한 병에 담겼지만 제품의 퀄리티를 위해 빛의 영향을 차단하는 갈색 병을 도입하자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국순당 회장·대표님과 회의를 해보니 백세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큰 변화로 매출이 하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질을 위해 갈색 병으로 바꾼다는 결정에서 장인의 면모가 보였죠. 강원도 양조장을 가보니 윤형근·이배 작가의 단색화가 떠오르는 산세가 인상적이었어요. 백세주가 32년간 올곧게 이어온 정신을 담아보자는 뜻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이 완성되었습니다.” ━ ‘시대의 미의식’을 만든다 ㅡ‘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기업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면서도 기시감 들지 않는 디자인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디자인 사이트나 SNS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백세주처럼 원천 콘텐트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해요. 그럼에도 시시때때로 바뀌는 트렌드를 우리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유행하는 언어들을 양념처럼 적용하려고 합니다. 본질로 설계 하되 지금 시대에서 이야기되는 것들과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거죠.” ㅡ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도 브랜딩을 하는 요즘입니다. CFC의 손길이 닿은 분야도 꽤 넓어요. “회사 초창기에는 뷰티 브랜드 작업을 많이 했고 이후 케이팝 시장과 연결된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코로나 시기에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장했고 이후엔 다시 리테일 브랜딩이 주요해졌어요. 우리는 단순히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브랜드가 한 시대에 있는 만큼, 나중에 돌이켜 본다면 디자이너 역시 한 시대의 미의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ㅡ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이 있는 사람, 시간이 지나도 꾸준하고 한결같은 사람을 보통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잖아요. 여기서 ‘자기다움’이란 결국 내면과 외면이 연결되어 일치화된 걸 의미하지 않나 싶어요.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철학과 존재 이유를 지닌 상태에서 꾸준히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가 아닐까요.” 이소진([email protected])

2025-02-14

뉴욕증시, 관세·인플레 향방 가늠하며 눈치보기…혼조 마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평했다. 그러나 금융 지주회사 코메리카의 수석 경제학자 빌 애덤스는 "캘리포니아 대형 화재와 전국적 한파로 비필수 품목 지출이 제한되며 소매판매 급감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이틀간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더 뜨겁게 나오며 인플레이션 상승을 재확인시킨 가운데 소매판매 급감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시사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2차례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재생시켰다. 이날 빅테크 메타는 주가가 1.11% 오르며 20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나스닥100 구성 종목 최장 상승 기록을 하루 더 늘렸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1.27% 이상 오르며 5거래일 상승률을 6.53%로 높였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M7) 가운데 엔비디아(2.63%)·애플·메타는 오르고 마이크로소프트(0.51%)·구글 모기업 알파벳(0.49%)·테슬라(0.03%)·아마존(0.73%)은 하락했다. 전통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지난 4거래일 연속 고공행진한 후 2.20% 반락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금주 초, 미국 반도체 기술 보호와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대한 강력한 뜻을 밝힌 후 인텔 주가가 힘을 얻었으나 5거래일 수익률이 23%를 상회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했다. AI 서버기업으로 변신한 컴퓨터 제조사 델 데크놀로지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AI 스타트업 'xAI'에 50억 달러 규모의 서버를 공급하기로 한 소식에 주가가 3.74% 상승했다. 생사기로에 선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주가는 이날 13.32% 급등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지난 11일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장기 매출 가이던스를 발표한 이후 3거래일 연속 빠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3거래일 수익률이 20%를 넘는다. 대형 온라인 스포츠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는 양호한 매출 전망에 주가가 15.16% 뛰면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드래프트킹스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한 작년 4분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으나 지난 9일 열린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에 대한 베팅 열기가 수익 증대로 이어져 주가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강력한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7.98% 뒷걸음쳤다. 대형 제약사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 판매 부진의 여파로 지난 4분기 손실 폭이 시장 예상보다 더 커진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으나 주가는 3.35% 올랐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지난 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현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에 못 미쳐 주가가 8.18% 미끄러졌다.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매출과 순익, 가이던스가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잉여현금흐름(FCF)이 시장 기대에 미달, 주가가 0.92% 밀렸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견조한 수요와 예약 증가로 지난 4분기에 주당 73센트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55센트 손실)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된 실적을 내놓아 주가가 14.45% 급등했다. 대표적인 밈주식인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5% 이상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0.13%)·금융(0.14%)·테크놀로지(0.6%)·통신서비스(0.41%) 4개 업종이 오르고, 임의소비재(0.27%)·필수소비재(1.16%)·헬스케어(1.11%)·산업재(0.29%)·소재(0.33%)·부동산(0.44%)·유틸리티(0.51%) 7개 종목이 내렸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시간 기준,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5%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연준이 올 연말까지 현 기준금리(4.25~4.50%)를 동결할 확률은 15.7%로, 전일(22.4%) 대비 6.7%포인트 낮아졌다.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25bp 이상 낮아질 확률은 84.3%로 커졌다. 50bp 이상 인하 확률도 49.7%로, 전날 39%에 비해 10.7%포인트 높아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집계하는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0.33포인트(2.19%) 높은 14.77을 나타냈다. [email protected] (끝) 국제뉴스공용1

2025-02-14

"거듭 외친다, 친일자 추궁 말라…지금은 파괴보다 건설할 때" [김성칠의 해방일기(7) - 청년대 결성식 강연 요지]

뜻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오십보이소백보(五十步而笑百步)하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되풀이하지 맙시다. 거듭 외칩니다. 친일자를 추궁하지 맙시다. 그리하여 삼천만 동포에 한 사람의 낙오자도 내지 말고 모두 손에 손을 이끌고 신국가의 건설에 매진합시다. 동포란 말은 피를 같이 한다는 말입니다. 비록 어머니의 배는 다를지언정 조상의 피를 같이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동포들입니다. 비록 허물이 있을지라도 서로 용서하고 묻어 주어야지 왜 꿈에라도 서로 헐고뜯을 것입니까. 모든 잘잘못을 더욱이 일본 질곡 하의 그것을 말끔히 물에 흘려버리고 삼천만 동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맞잡고 나아갑시다. 나는 아까 친일가 아닌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지요만 그걸 거꾸로 말하면 진정한 친일자는 없었다고 나는 봅니다. 우리들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악랄한 동화정책 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얽매여 구구한 목숨을 부지하느라고 살아도 죽은 척했을 뿐이지 누가 진심으로 일본에의 충량한 신민이야 있었겠습니까. 그야 더러운 명리를 탐해서 조국에 화살을 겨눈 죽일 놈도 있었지요마는 그는 예외이고 적어도 우리 지방에 그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나는 봅니다. 사람은 흔히 근시안이기 때문에 눈앞을 가리운 표풍(飄風)과 취우(驟雨)를 영원한 것으로 알고 흐린 날은 언제고 개일 때가 있다는 너무나 명백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정신상의 착오를 범한 사람이야 있었겠지요. 그러나 진정 환장한 사람이나 허파가 뒤집힌 사람이 아니면 뉘가 진심으로 친일한 사람이야 있었겠습니까. 그야 이번 8월 15일에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문을 듣고 인제 우리는 못 살게 되었다고 엉엉 운 조선인 소학생이 있었답니다.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거센 바람이 아침내 가지 않고 쏟아지는 비가 하루를 다하지 않는다.) 〈노자(老子)〉] 그러한 착각을 가진 어른도 없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이례(異例)는 일본의 교육이 얼마나 심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고 그들이 앞으로도 가시어지지 않을 친일의 고질(痼疾)에 걸렸다고는 볼 수 없는 바입니다. 새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조선의 새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소학생을 친일가로 추궁할 사람이 있다면 남이 웃을 것 아닙니까. 우리들의 친일가 추궁은 다 이와 비슷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들의 앞날엔 광명이 있으니 이 좋은 명절에 조금이라도 질서를 문란하는 일 없이 대국민의 긍지를 가집시다. 그러나 다소의 소란이 있었다고 조금도 비관할 건 없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질서 있는 독립국민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기우(杞憂)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본 바로는 준렬한 경찰국가에서 갑자기 무정부 상태로 된 국가민족 치고 현하의 조선처럼 큰 파란 없이 지낸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이건 조선사람의 천성이 순하고 인자한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러니까 좀 더 떠들어도 좋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앞으로도 더욱 계신(戒愼)해서 이 빛난 역사의 페이지를 한층 더 아름답게 꾸며야 하겠습니다.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마는 일본은 40년 동안 우리에게 민족으로서의 자신(自信)을 잃어버리도록 교육해 왔습니다. 그 덕택으로 오늘날 조선사람들은 내남없이 민족적으로 비관하고 낙망하길 잘합니다. 심하면 인류의 공통된 약점, 인간으로서의 불가피한 허물까지를 가지고 이러니까 조선사람은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을 나는 흔히 보았습니다. 소물실망(小勿失望, 조금도 실망하지 말 것)하라는 민 충정공의 우리 민족에게 남긴 유언을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이나 민족을 물론하고 실속도 없이 너무 날치는 것은 나쁘지요마는 아주 자신과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욱 질색입니다. 저번 날도 어떤 사람이 와서 나에게 은근히 걱정하기를 일본 시대에도 일인 관리보다 조선인 하급관리가 악랄한 짓을 더 많이 했으니 그네들이 과연 행정을 잘 운영해 나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을 첫째, 일인 치하에 그리 우수한 조선인 관리가 (더욱이 순사 나부랑이에) 적었다는 것이며 둘째, 신분의 보장이 없고 더욱이 생활의 보장이 없으니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려면 다소 나쁜 짓이라도 아니할 수 없었고 셋째, 민중과의 접촉면에만 배치되어서 위에 있는 일인 상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다 보니 결과는 욕을 도맡아놓고 먹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했습니다. [일본인이 인정 있다는 말] 세상에서 흔히 걱정하는 만주 북중국의 조선사람 아편장수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들은 조국을 쫓겨나다시피 해서 아무런 희망을 잡지 못하는 보헤미안으로 정치적 배경이 없으매 이국에서 정상적인 경제적 발전을 기할 수 없고 더욱이 민족적 훈련이 용허되지 않으매 도의적 견제도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정상적인 해외 발전의 길만 열리었다면야 누가 즐겨서 사기와 협잡을 하겠습니까. 사기와 협잡을 해도 좋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국을 등진 민족이 이역에서 생활의 방도가 끊이매 좋지 못한 상로(商路)에 물드는 거야 그 사람 개인을 탄할 수 있을지언정 그렇다고 민족적으로 비관할 재료는 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날 세계에 웅비하는 나라 중에서도 정상적 해외무역의 길이 끊기면 곧 해적으로 변한 실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당파성. 우리는 이로써 나라를 말아먹은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도 아직 그 못된 버릇을 개를 주어버리지 못했음인지 오늘날도 무슨 당 무슨 단 하고 여러 가지 당을 모아서 대동단결에의 길이 요원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조 후년 사색당론의 고질화는 극단적 쇄국주의 하에 국민의 감정이 밖으로 산화하지 못하고 안으로 발효한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우리네들 가정에서 형제, 부부, 부모자식의 지친간일지라도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는 사람이 없이 밤낮으로 서로 얼굴만 치어다보고 앉았으면 감정의 격화를 초래하기 일쑤인 것과 마찬가지 경향이 아닐는지요. 또 물이 처음엔 골짝골짝이 여러 갈래로 흘러내리다가도 결국은 합쳐서 큰 강을 이루는 거와 같아서 오히려 그게 자연발생적일는지도 모를 것이며 또 경쟁은 발전의 모태라고도 하니 그러한 각당 분립의 세가 악성화하지만 않으면 도리어 반가워할 현상이 아닐는지요. 모쪼록 그러하기를 염원하는 바이며 또 그리되도록 우리들의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하리라고 믿습니다. [일국일당(一國一黨)이 반드시 좋은 게 아니다.] 또 우리들은 천성으로 비겁하고 나약한 민족인 것처럼 배웠고 따라서 우리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역사를 들춰 보십시오. 수군(隋軍) 백만을 청천강에서 무찌른 을지문덕은 우리들의 조상이 아닙니까. 당 태종의 십만대군을 두 번이나 물리치고 안시성에서 그 오만한 이세민의 눈을 뺀 것도 일본사람이거나 미국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조상들이었습니다. 다시 거란을 막아낸 강감찬은, 일본을 몰아낸 이순신은 어떠했습니까. 임진란을 그네들은 이겼노라 하지만 정작 이겼을진댄 삼백 년 전에 우리들의 조상은 이미 일본의 노예가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임란은 이번 일미(日米)전쟁과 같이 육군은 침략의 준비를 완성한 일군이 아닌 밤중의 화적떼처럼 삼천리강산을 파죽지세로 밀어 갔습니다마는 수군이 이순신 장군에게 연거푸 전멸을 당해서 보급의 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그들은 7년 대역(大役)에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다만 그 침략을 좋아하는 그 악독한 천성을 보였을 뿐 흐지부지 군대를 되돌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들의 필법으로 간다면 수백년 후에 또 일미전에는 일본이 이겼노라고 안간힘 쓰는 축이 생길는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키나와전 후에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하던 깜찍한 그들이 아닙니까. [동아 약소민족 해방이라는 일본의 전시(戰是)가 실현했으니 나는 그러한 의미로 대동아전에 일본이 이겼다고 본다.] 일천 년 전의 을지문덕과 삼백 년 전의 이순신은 그만두고라도 문약(文弱)의 폐풍이 민족의 고질이 되다시피 한 최근세에 제정 러시아의 남하세력을 흑룡강에서 막아서 만주로 하여금 오늘날의 만주로 만든 사람들이 그 뉘였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청국(淸國)에서 그 우수한 기술 때문에 요청해 간 삼백 명의 조선 조총사(鳥銃士)였다고 합니다. 이건 앞날의 만주의 운명과 아울러 생각해 볼 때 재미있는 사료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조상은 집단적으로 우수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퍽이나 꿋꿋하고 늠름했습니다. 저 단종조 사육신이 불에 벌-겋게 달군 쇳가치로 배를 지질 때 이윽고 “이 쇠가 식었으니 다시 달궈오라”고 외쳤다는 사실이나 [南秋江의 말] [해설 : 유응부(? - 1456)가 고문받으며 한 말로 남효온(추강, 1454-1492)의 〈육신전(六臣傳)〉을 통해 전해진다.] 가까이는 대원군 시절에 순교한 수많은 천주교도들의 신인(神人)이 공읍(共泣)할 초인의 의지력, 그중에서도 남상교(南尙敎)가 그 아들 남종삼(南鍾三)에게 용감한 최후를 가지라고 타이른 일이며 남 승지의 누이가 충주 목계강(牧溪江)에서 몸을 던졌단 이야기며 더욱이 홍봉주(洪鳳周) 김장운(金長雲) 등이 형사(刑死)할 때의 형조의 계문(啓文)에도 “堅如鐵石, 雖遭慘刑, 示死靡悔, 自顧所犯, 萬死無惜(굳건함이 철석과 같아 참혹한 형벌을 당하면서도 죽음 앞에 후회함이 없고 저지른 일을 스스로 돌아봄에 만 번 죽어도 애석함이 없다.) 운운”이라고 쓰여 있음으로 보아 불과 7-80년 전에 우리의 동포 중에 이처럼 용맹과감한 사람들이 있었음은 우리들의 자랑입니다. 그나 그뿐입니까. 일인은 조선사람은 노래조차 망국적이라고. 아리랑타령의 애조(哀調)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하는 따위의 퇴폐적 기분이 그 대표적인 것일까 합니다. 그러나 왜 그것뿐이겠습니까.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냐 어찌타 능연각(凌煙閣) 상에 뉘 얼굴을 그릴꼬” - 김종서(金宗瑞) 라든가 [해설 : 능연각(凌煙閣)은 당 태종이 공신들의 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누각이다.] “벽상(壁上)에 칼이 울고 흉중(胸中)에 피가 뛴다. 살 오른 두 팔뚝이 밤낮으로 들먹이니 시절아 너 돌아오거든 왔소 말만 하여라” 하는 시조도 틀림없는 우리 조상의 지은 것이고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야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날이 있으랴” 하는 포은(圃隱) 선생의 단심가(丹心歌)는 일본의 우미유카바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는 노래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해설 : “우미유카바”는 8세기 중엽 편찬된 〈만요슈(萬葉集)〉에 실린 글로 1937년 곡이 붙어 해군 군가로 널리 알려졌다. “海行かば水漬く屍 / 山行かば草生す屍 / 大君の / 辺にこそ死なめ / かえりみは / せじ (바다로 가면 물에 잠기고 / 산으로 가면 풀에 덮입니다. / 님이시여, 곁에서 죽겠습니다. /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녹이상제(騄駬霜蹄)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龍泉雪鍔)을 들게 갈아 둘러매고, 장부(丈夫)의 위국충절(爲國忠節)을 세워 볼까 하노라. / 최영(崔瑩)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단아장(斷我腸)을 하는고. / 이순신(李舜臣) 군산(群山)을 삭평(削平)턴들 동정호(洞庭湖) 넓어지며 계수(桂樹)를 버이던들 달이 더욱 밝을 것을 뜻 두고 이루지 못하니 늙기 설허 하노라. / 이완(李浣) 대붕(大鵬)을 손으로 잡아 번개불에 구워먹고 곤륜산(崑崙山) 옆에 끼고 북해(北海)를 건너뛰니 태산(泰山)이 발길에 차이어 웨각대각 하더라.] 그러나 조선사람이 천성으로 순한 민족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까 합니다. 역사상으로 보아도 남의 침략을 받은 일은 비일비재하나 이쪽에서 나아가 남을 침략한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묘청의 북벌칭제론(北伐稱帝論)이, 최영의 공요안(攻遼案)이, 효종의 북벌 계획이 모두 역사상의 꿈이 되어버리고 윤관의 여진 정벌이거나 세종의 대마도 정벌은 모두 동아의 대국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못했고 그나마 저쪽의 산발적인 도적질과 북새통에 시달리다 못해서 한 번 혼내 주려고 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조상이 지극히 순하고 또 침략적이 아니었다고 조금도 비관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설사 우리들의 살림살이가 가난하달지라도 우리들의 조상이 도적질할 줄 몰랐고 또 도적질할 념의를 내지 않았다고 털끝만치도 우리 조상을 원망하지 않으렵니다. 이즈음 이웃나라에 닥친 일을 볼지라도 침략의 업보가 만만치 않음을 알 것 아닙니까. “천하비수검(天下匕首劒)을 한 데 모아 비를 매어 남만북적(南蠻北狄)을 다 쓸어 버린 후에 그 쇠로 호미를 만들어 강상전(江上田)을 매리라.” 하는 것이 우리 조상의 티피컬한 심경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조상이 유난히 잘났고 모든 일을 다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어디든 얼빠진 구석이 있었기에 4천 년 역사를 말아 자시었겠지요. 또 우리들은 오죽 못났기에 4십 년 동안 남의 노예 생활에 감심(甘心)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 이러한 오점이 찍히었다고 조금도 슬퍼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흥망이 유수(有數)하다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항상 융체(隆替)와 기복(起伏)의 연속이어니 우리에겐 이제 오랫동안의 겁운(劫運)이 물러가고 새로운 희망이 우리를 손짓해 부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골로브닌의 말을 듣더라도 천성(天成)으로 강하고 우수한 민족도 없으려니와 그와 반대로 천성으로 비겁하고 나약한 민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지도자의 훈련과 교육 여하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실례로 그는 러시아의 댜뉴브 강변의 어떤 마을이 전에는 한두 사람의 화적이 들어온단 말을 듣고 온마을 사람들이 산중에 피란을 갔었는데 그후 적절한 지도자의 훈련을 받아서 60년 후엔 서구의 침략군에 대해서도 까딱 아니하고 감연히 일어나서 마을을 지켰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장래의 운명도 금후의 훈련과 교육 여하에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바입니다. [일본유수기] 조선사람이 해양에 약하다는 말은 도대체 누가 한 말입니까. 신라 말년에 동양의 제해권을 잡고 당시의 천하를 제패하던 청해진 장보고는 일본사람도 중국사람도 아닌 바로 우리 조상이었습니다. 청해진에 관한 기록은 조선 측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중국의 신당서(新唐書)와 일본의 속일본기(續日本記) 같은 그네들의 정사(正史)에서 더 자세히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당일의 일본사람들이 당나라에나 신라에 유학하려면 내왕에 청해진의 신세를 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일본의 중 엔닌(圓仁)이 지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 기타의 당시의 일본 측 기록에 명백한 바입니다. 다만 한스러운 일은 장보고가 미구에 망하고 따라서 청해진이 흐지부지되어 버린 일이지요마는 조선사람의 바다에의 진출은 비록 조직적이 아니나마 그 후에도 오래 계속되었고 고려 시절에도 배 타는 기술이 유난히 능란했기 때문에 당시의 동양무역의 중심지 유구(琉球)엔 고려 선인(船人)이 많았다는 사실이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저 17세기 영국 최초의 중국 사절 매카트니의 사행 기록에도 싱가포르 말라카 등지의 무역선에 코리아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청해진의 끄나풀이 비록 조국에는 용납되지 않았을망정 대대로 동양의 바다를 횡행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통쾌한 일입니까. 이순신 장군이 세계서 제일 먼저 군함을 만들어 일본의 침략을 무찌른 역사가 어찌 우연으로 생기었으리까. 나는 이걸 청해진 천년의 소산이라고 봅니다. [해설 : 매카트니 사행을 “17세기”라 한 것은 착오다. 18세기 말 중국과의 무역 역조에 시달리던 영국은 1787년 캐스카트 대령을 첫 사절로 보냈으나 항해 중에 병사하고, 1793년에 조지 매카트니를 사절로 보냈다. 매카트니를 통한 영국의 요청은 모두 거부되었으나 중국 사정에 대한 유럽인의 인식을 늘리는 데 큰 계기가 되었다.] [金澤庄三郞] 가나자와 쇼사부로는 메이지시대 일본 언어학자로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 제창자의 하나다. 필자가 일선동조론을 언급할지 생각하며 이 이름을 적어놓은 듯. 그뿐만 아니고 조선사람은 문화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해 줍니다. 우리 한글이 세계에서 제일 나은 건 우리 아닌 일본과 서양의 학자들이 입을 갖추어 말해주는 바입니다. 모든 문화의 근원인 문자(文字)가 세계에서 뛰어나게 탁월하다는 것은 자다가 문득 생각해 보아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일입니다. 만약 한글이 없는 조선을 떠올린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칠 노릇입니다. 독립의 의의도 반감할 것이외다. [가나(假名)과의 비교. 한문을 숭상함은 불가. 문자는 문화의 초석.] 나는 전에도 말한 일이 있습니다마는 이조 5백 년의 공죄(功罪)를 따진다면 다른 모든 허물을 세종대왕님의 한글 하나로 상쇄하고도 오히려 혜택이 더 많으리라고 믿습니다. 세계에서 군함을 제일 먼저 만든 나라가 조선이란 건 아까도 말씀드렸지요마는 활자와 천문대와 측우기도 역시 조선이 제일 먼저 만들었습니다. 경주의 석굴암은 1200년 전의 조선의 물리학의 수준이 오늘날의 세계 학자로 하여금 경이의 탄성을 발하게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보다 훨씬 앞선 일본의 문화도 그 근원을 캐면 조선이 스승이었습니다. 왕인 박사와 담징화상은 조선사람일시 분명합니다. 우리 조상은 어릴 적 일본의 훈장이었고 그때 우리의 조상이 그린 그림은 호류지(法隆寺)의 벽화로 끔찍이 떠받드는 국보가 된 것입니다. 저네들의 고대문학의 첫 번째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더라도 야마토(大和)시대의 일본인에겐 조선사람을 천상인(天上人)처럼 높이 우러렀고 조선에서 건너간 문물은 선진국의 수입문화로 백번 절하고 그 앞에 꿇어 엎드린 모양입니다. 나는 겐지모노가타리를 읽으면서 고려 관상가(こまの相人)니 고려 피리(こま笛)니 고려 음악(こま樂)이니 하는 구절이 나올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짐을 느끼었습니다마는 그 반면에 오늘날의 현상에 생각이 미치면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습니다. 옛날 글 배워준 아이들의 종이 되었으니까요. 개인이거나 국가 민족이거나 향상에의 지향이 무뎌지고 침체 윤락하면 참혹한 구렁에 빠지게 되는 예를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다시는 그러한 실수가 없도록 다시 마음을 도사리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은 옛날만 문화적 소질이 높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도 일본-조선인의 교육에 다년 종사한 일본 심리학계의 태두 구로다 아키라(黑田亮) 박사가 자기의 교육 경험과 또 심리학적 실험의 결과로 조선사람이 일본사람보다 훨씬 독창적이라고 하는 것을 나는 직접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체력은 어떠할까요. 그건 손기정 씨가 무엇보다도 단적으로 세계에 입증한 것이니 더 이러니저러니 할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 조금이라도 위구를 품거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민족적 자신(自信)을 붙잡으십시오. 우리들의 조상은 결코 비겁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우수한 민족이었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으뜸가는 천재적 독창력이 있고 세계를 제패할 체력이 있습니다. 세계사의 필연으로 독립이 이루어진 오늘날 우리는 이 문화의 묵은 터전에 그 체력으로 그 독창력으로 찬란한 새 조선 문화를 창조하여 세계문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독립이 되면 과연 무엇이 좋을까, 나는 전날 다섯 가지 조목을 들어서 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준 일이 있습니다. 나 개인으로 말하면 이때까지 죄인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살던 것이 한 사람의 자유시민으로 일생을 보낼 수 있고 또 언제 잡혀갈까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꿈에도 가위눌리던 것이 인제 네 활개 뻗고 살 수 있으니 눈물겹도록 반가워할 일입니다. 그나 그뿐입니까. 나도 이 민족이 국가의 일원이 되어 세계에 우뚝할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생각하면 미칠 듯 즐겁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가 앞으로 훌륭한 국가를 이룩하여 문화의 높은 탑을 쌓는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뿐이지 된다는 기정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때까지보다도 한층 마음을 도사려 삼천만 동포에 한 사람의 빠짐도 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이때까지는 우리가 남의 배를 타고 있은 셈이니 낮잠을 자도 좋고 흥떵거려도 좋았겠지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우리 배를 타고 우리가 키를 잡고 망망한 대양을 건너가야 하니 한눈팔아서는 못쓰고 만일 흥떵거린다면 큰일입니다. 우리가 한 수 잘못해서 파선해 버리고 다시 남의 배를 타게 되는 신세가 된다는 걸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만 해도 몸서리칠 일이 아닙니까. 우리는 이제 역사적으로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앞으로 천만년 조선의 운명이 우리의 두 어깨에 지워졌습니다. 우리는 모든 정성과 모든 힘을 기울여 이 대업을 완성해야겠습니다. 그리함에는 공연히 좋다고 날뛰는 일 없이 제각기 제가 맡은 직책에 최선의 심혈을 경주하고 한시라도 자기완성에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부질없이 정치계에 분주(奔走)하지 말고 자기 역량의 함양에 모든 정신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선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의 질적 향상이 조선의 질적 향상의 유일한 길이고 그래야만 조선의 앞날에 광명이 비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까딱 잘못하면 만년대계를 그르칩니다. 천추만대의 자자손손에게 우리는 죄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지난날에 일본의 채찍으로 움직인 우리가 아닙니까. 그 채찍이 물러난 오늘날 우리는 훨씬 더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만일 남의 채찍이 있었으니까 부지런했고 오늘은 그것이 없으니 게으른다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것은 조선 민족의 수치입니다.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 생각해 보십시오. 혹시 내 자신의 마음속에 그러한 점으로 접히는 일이나 없을까. 이러한 반성을, 나는 일본 시대보다 더 부지런한가 더 성실한가 하는 반성을 누구나 하루에 세 번씩 하기로 합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 다 그러하고 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그러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낮이면 제각기 부지런히 일하고 밤이면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과 딸이 모두 머리를 모아서 가갸거겨를 외이고 그 대문을 넘어선 사람들은 다시 진정한 조선사람이 되기 위하여 모든 조선학의 수련에 힘쓰고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이 일본의 채찍으로 움직일 때보다 몇 배나 더한가 항상 마음속에 가늠해보고 이러하면 조선의 앞날엔 우리들과 및 우리들의 자손에겐 무궁한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유학생과의 문답. 농민조합의 나갈 길 공산당이 외치는 8시간 노동 문제] 김기협([email protected])

2025-02-14

뉴욕증시, 상호관세 소화·소매판매 급감 주시…보합 출발

심리 위축'으로 읽어야 할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빅테크 메타(페이스북 모기업)가 나스닥 사상 처음 '20거래일 연속 상승'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려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30분 현재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70.83포인트(0.16%) 낮은 44,640.60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09포인트(0.07%) 오른 6,119.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7.11포인트(0.14%) 높은 19,972.75를 각각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전날 동반 강세로 마감한 바 있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직전월 대비로는 상승폭이 둔화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발효를 유보, 협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나타냈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판매는 7천239억 달러로 전월 대비 0.9% 급감했다. 연합인포맥스의 시장예상치는 0.1% 감소였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에 더해 한파와 캘리포니아 대형 화재가 소매판매 급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판매는 소매 단계의 상품 판매 총액 변동을 측정한 지표로, 미국 경제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을 반영하며 인플레이션 압력 척도로도 간주된다. 시카고 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증시 개장 시간 기준, 연준이 오는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5%로 전날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6월 25bp(1bp=0.01%) 이상 인하 가능성이 전일 대비 9.8%포인트 높은 50.2%까지 커졌다. 이날도 메타는 1% 미만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메타는 20거래일 연속 상승에 도전한다. 메타는 전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오르며 나스닥100 구성 종목 최장 상승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바 있다. 애플은 1% 이상 오르며 5거래일 상승률을 6% 위로 높였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M7) 가운데 엔비디아·애플·메타는 상승세,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아마존은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전통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지난 4거래일 연속 고공행진한 후 4% 이상 반락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금주 초, 미국 반도체 기술 보호와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대한 강력한 뜻을 밝힌 후 인텔 주가가 힘을 얻었으나 5거래일 수익률이 20%를 상회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온라인 스포츠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는 양호한 매출 전망에 주가가 13% 이상 뛰면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드래프트킹스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한 작년 4분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으나 지난주에 열린 슈퍼볼 베팅 열기가 수익 증대로 이어져 주가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형 제약사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 판매 부진의 여파로 지난 4분기 손실 폭이 시장 예상보다 더 커진 실적 보고서를 공개한 후 주가가 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지난 분기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현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에 못 미쳐 주가가 5% 이상 미끄러졌다.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매출과 순익, 가이던스가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잉여현금흐름(FCF)이 시장 기대에 미달, 주가가 5%대 하락했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견조한 수요와 예약 증가로 지난 4분기에 주당 73센트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55센트 손실)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된 실적을 내놓아 주가가 14% 이상 급등했다. 레스토랑 리뷰 플랫폼 옐프는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예상을 상회한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으나 주가가 6% 이상 밀렸다. 대표적인 밈주식인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5% 이상 올랐다. 온라인 중개사 XTB 리서치 디렉터 캐슬린 브룩스는 "오늘 증시와 채권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관세에 대해 지금 당장 걱정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시버트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말렉은 "상호관세 보류가 전날 시장에 안도감을 형성하고 긍정적 모멘텀을 부여했으나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은 전날, 뚜렷한 동력이 없는 가운데 동반 상승했다"면서 "오늘 시장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럽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27%, 독일 DAX지수는 0.55%, 영국 FTSE지수는 0.47% 각각 하락했다. 국제 유가도 내림세다.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43% 낮은 배럴당 70.98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16% 내린 배럴당 74.90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국제뉴스공용1

2025-02-14

[전영백의 아트다이어리] 미술사로 본 법정 풍경

뜻이 될 것이다. 어항 속의 붕어처럼 법정 역시 이제는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미술사에서 이 부분을 짚어볼 때 단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오노레 도미에(1808~1879)의 ‘재판 후에’(1840년대 추정, 사진 ①)라는 석판화이다. 신중해야 할 재판을 부당하게 진행하고 가볍게 마무리하는 법관들의 표정이 가관이다. 그저 지루하고 귀찮은 일 하나를 대충 해치웠다는 듯, 비열하고 오만한 모습이다. 뒷면에 앉아 노심초사 그 판결을 기다리는 선량한 시민들과 대조된다. 이처럼 법정은 오래전부터 신성불가침의 영역이고 법관은 신적 권위에 버금갈 정도의 권위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실상 그 내부에선 부정부패가 난무했고 불공정한 악취가 진동했던 것. 도미에는 자신의 붓끝으로 이를 적나라하게 형상화했다. 도미에 판화, 오만한 법관 조롱 앙소르 그림은 사회 위선 들춰 결단 앞둔 판관들 당당하기를 19세기 전반, 프랑스 혁명의 격동기를 겪은 도미에는 대중신문의 캐리커처에서 힘 있는 권력층에 대한 대담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작가이다. 당시 그의 그림은 문맹의 대중을 위해 발간되는 주간지에 실렸다. 석판화로 제작된 그의 풍자화는 부패한 고위 관리, 불공정한 판사와 변호사 등을 대거 다뤘는데, 카메라로 우연히 포착하듯 빠른 스케치로 인물의 자세와 표정을 관찰하고 심리적 특성을 표현해냈다. 실로 캐리커처의 본질인 간결한 묘사와 내용의 효율적 전달, 그리고 위트 있는 풍자에 천재적이었다. 훗날 그는 사회, 정치적 내용의 신문 풍자화를 중요한 미술작품의 수준에까지 승격시켰다고 인정받는다. 그처럼 프랑스 저널리즘에서 도미에가 대중에게 끼친 영향력은 상당했는데, 그 대가로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정부는 강력한 검열 법안을 제정하여 신문의 정치 풍자화를 금지했고 도미에가 기고하던 신문은 결국 폐간되고 말았다. 창작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도미에는 투옥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권력의 압제에도 끝까지 저항했던 그의 캐리커처는 대중의 정치 인식을 크게 일깨웠으며 전체주의 권력의 급격한 누수를 불러왔다. 거리낌 없고 대담한 그의 시각 언어는 이후 사회 비판적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도미에가 속했던 리얼리즘은 19세기 중반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작가들과 함께 봇물처럼 도래했다. 신고전주의의 정형성을 탈피하고 낭만주의의 주관적 감성에서 벗어나, 부조리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리얼리즘의 시대가 열린 것. 리얼리스트 작가는 머리로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손으로는 사실적 표현을 했던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 그리고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리얼리즘의 직설 화법이라면, 19세기 말 상징주의는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암시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벨기에의 상징주의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는 가면 모티프를 작업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가면 모티프는 기만과 허위를 상징하는 강력한 메타포이다. 이러한 가면에 대한 그의 집착은 작가의 고향에서 지켜온 카니발 전통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가면과 함께 있는 자화상’(1899, 사진 ②)에서 작가는 흉측한 가면들에 둘러싸인 자신을 그렸다. 가면은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당시 사회의 정치적 혼란 속 온갖 부패와 위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얼굴은 가면들 속에서 유독 차분하고 사색적이며 심지어 빛을 받아 돋보이기까지 한다. 예술가로서 자의식을 드러내며 대담하게 민낯으로 표현된 작가의 얼굴은 기괴한 가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혼란의 시기에, 대한민국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재판관들의 얼굴이 앙소르 자화상의 그 당당한 얼굴이기를 진정 바란다. 부패와 허위의 가면을 쓴 어떠한 정치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진실을 드러내는 민낯으로 빛나기를. 전영백 홍익대 교수, 미술사·시각철학

2025-02-13

“아가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늘양 학교 앞 추모 물결

뜻을 적었다. 주민 "교사가 묻지마 살인…믿을 수 없어" 주민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 학교 6학년 학부모인 이모(43)씨는 “딸 아이가 평소 그네도 밀어줬던 같은 학교 동생이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추모 꽃다발을 놓고 기도했다”며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한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범인이 교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교사가 학교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를 줄 누가 알았겠냐”며 안타까워했다. ━ 학교 앞 꽃다발·과자·추모 메시지 한 50대 주부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선생님이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오전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학교 앞을 지날 수 없었는데 용기를 내서 하늘이에게 국화꽃 한 송이를 건넸다”고 했다. 퇴근길에 동료와 함께 하늘양을 추모하러 온 오모(39)씨는 “하늘양과 슬픔에 빠진 부모를 위해 기도했다”며 “더는 하늘이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잘 세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40대 주민은 “하늘이와 비슷한 6살, 10살 자녀를 두고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다”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오는 14일까지 사건이 발생한 해당 학교에 휴업을 결정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한다. 1~3학년생들은 월요일인 오는 17일, 4~6학년 학생들은 18일 등교한다. 시 교육청은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심리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최종권([email protected])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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