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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의 금도로 패전 일본국민 대하자" 바깥뜰서 1시간 강연 [김성칠의 해방일기(2)]

소설 Grass Roof(1931)가 필자의 번역으로 1946년 정음사에서 〈초당〉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강용흘은 함경남도 출신으로 1919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 잡고 살았다.] 천만뜻밖의 일로 조합의 유(劉) 김(金) 양 서기가 치안을 방해한다는 혐의로써 제천 치안대(일본인의 무기를 인수한 전 경관대)에서 체포하러 온다는 소문이 있고 직원들끼리 수군수군하더니 피신하는 것이 좋다고 하므로 내가 좋도록 하겠으니 안심하라고 이르고 주재소로 나왔다는 치안대를 만나러 갔다. 마침 고개에서 이리로 오는 정(鄭) 순사를 만나서 사유를 물으니 17일 독립만세의 기(旗) 행렬 때 장평(長坪)으로 몰려가서 주재소를 때려부수라는 말로 군중을 선동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의 평소의 기질로 보아 그럴 리도 없으려니와 만일에 그러한 일이 있었더라도 나의 불민한 소치이니 내가 책임을 질 것이요, 기어이 누구를 잡아가야겠거든 나를 잡아가라고 했더니 그러면 나에게 사건을 맡기겠다 하므로 저윽이 안심할 수 있었다. 일부 직원 중에서 다른 곳 금융조합은 전부 문을 닫고 일을 보지 않으니 우리도 그리하자는 발언이 있었으나 이 과도기가 언제까지 계속할지 모르는 일인데 무턱대고 노는 것이 불가할지며 또 이것이 난리가 아니고 우리가 앞으로 더 훌륭하게 살아가자는 판국이니 새 명령이 내릴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직책일지며 또 예금자에 대해서도 현금의 제약으로 요구를 전적으로 수응(酬應)하지는 못할망정 그 사유나 곡진하게 일러주고 또 꼭 절박한 사정이 있으면 다문 얼마라도 보아주는 것이 좋지, 아주 문을 닫아버리면 일반의 불편이 많을 것이며 더욱이 남의 조합이 그러하다고 함부로 거기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 우리는 평정한 마음으로 일을 보아 가자고 일렀다. 이 지방만 하더라도 다른 모든 기관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기능이 정지되어 있는 이때 우리가 이렇게 안온하게 복무할 수 있는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오전의 면민대회에 나갔더니 일부에서 기어이 나의 출마를 요청하고 위원장의 후보로 세웠으므로 나는 이 지방 사정에 몽매할뿐더러 그 그릇이 아니니 추천을 사퇴하겠다고 발언했으나 면과 면민을 위해서 초지(初志)를 굽혀달라는 등 물의(物議)가 많아서 대 파란을 자아내었다. 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추어보아서 본인의 사피(辭避)를 무시하고 억지로 입후보시키는 법이 없으니 동진(東震)공화국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옹호를 위해서도 내 의사를 존중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낮에 이선호(李先鎬) 군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글월; 久霖快霽 喜氣新生(오랜 장마가 깨끗이 걷히고 기쁜 기운이 새로 일어나다.) 오후엔 선호 군과 여러 가지 이야기. 간밤에 전 순사 임순경(林淳敬) 씨도 와서 개탄하는 모양이었지만 최근 여러 사람이 치안의 문란에 대해서 민족의 소질(素質)을 운위하는 바 있었으나 나는 그때마다 세계 어느 민족의 역사를 들추더라도 이와 같은 정치의 진공 상태에 놓여서 이만치 질서정리(秩序整理)한 예는 별로 없으니 나는 이 점에 대해서 비관은커녕 낙관하는 바이며 40년 행악(行惡)한 저네들의 퇴장에 있어서 가지가지 인정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음은 조선사람의 천성이 순하디 순한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 8월 21일 개고 덥다. 아침에 전 구학(九鶴)역장이 찾아왔었다. 해쓱한 그 얼굴에 기쁨이 넘치었다. 오전, 제천 행. 건국준비위원회의 윤곽과 그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매신(每申, 매일신보)에서. 은행 지점에 이종덕(李鐘悳) 씨를 만나서 앞으로 당파의 걱정을 하기에 정당(政黨)은 얼마가 있어도 좋은 것이며 이조시대에 붕당의 화(禍)가 심한 것은 국제관계가 없기 때문에 국민의 감정이 내공(內攻)하기 때문일 것이요 앞으로 대외관계가 복잡해지면 그러한 감정의 내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낮에 나와서 오후는 봉양면 치안유지위원회에 참석, 교육부장이란 자리가 억지로 떠다맡겨졌다. ━ 8월 22일 개고 덥다. 아침부터 면사무소와 조합과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느라고 바빴다. 낮에는 박노창(朴魯昌) 씨를 모셔다 점심을 같이 먹다. 식후에 만주(滿洲)에 망명하던 시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마른번개 하더니 면사무소 창고 기둥에 낙뢰(落雷). 처음으로 보았다. 저녁때는 면에서 조선의 노래를 합창 1. 백두산 뻗어나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터전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예 사는 우리 삼천만 빛나도다 그 이름 조선이로세 2. 보아라 이 동산에 날이 새며는 삼천만 너도나도 함께 나가세 길러온 힘과 맘을 모두 합하세 우리들의 앞길은 탄탄도 하다 ━ 8월 23일 개고 덥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우리들이 당장 배워야 하고 앞으로 우리들의 자자손손이 배워나갈 우리의 학교를 지키자. 앞날의 희망을 바라고 온인자중(穩忍自重)! 실력의 함양에 힘쓰고, 함부로 경거망동 말자. 보이라! 대국민(大國民)의 금도를.” 하는 등의 삐라를 써붙였다. 학교에 가보니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학교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청소에 힘쓰도록 하였다. 면 치안유지회의 전 면직원 전부가 집단사직하는 기회에 나도 교육부장의 직을 내놓을까 했더니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 8월 24일 개고 덥다. 〈초당〉의 인용문 “隣國相望 鷄狗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이웃나라들이 서로 바라보며 개와 닭의 소리가 서로 들리는데 사람들은 늙어 죽기에 이르기까지 서로 오가는 일이 없다)”의 구절을 찾으려고 노자 도덕경(老子 道德經)을 들추다가 내가 학병 문제 때 마음의 한쪽 기둥이 되었던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也. 天地尙不能久 而况於人乎.(거센 바람이 아침내 가지 않고 쏟아지는 비가 하루를 다하지 않는다. 누가 이러한가? 천지다. 천지의 일도 오래가지 못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랴?)”의 구절을 보고 감개무량하였다. 치안유지회엔 아침에 잠시 나갔다. 부락 강연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무좀으로 보행이 곤란하다고 사절하였다. 낮에는 하야사카 씨가 찾아와서 그네들의 답답한 심지(心志)의 일단을 토로하고 자꾸 눈물이 쏟아질 듯 울먹울먹하므로 응대에 난처하였다. 오후의 신문에는 미국군(米國軍) 동경만 진주(進駐)의 보(報). ━ 8월 25일 개고 덥다. [오늘부터 바람이 선선하고 완연히 생량(生涼)한 듯] 이중연(李重淵) 씨가 매일신보를 가져와서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의 내용을 처음으로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밤에는 열여드레 달 밝기를 기다려서 윤태원(尹泰遠) 씨의 바깥뜰에 장평리 1-2구 사람들을 모아놓고 치안유지회의 일원으로써 한 시간 동안 강연하였다. 요지는 1. 너무 기뻐서 흥분하지 말고 오늘서부터 곧 실력을 길러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나라를 만들 일 2. 사사로운 감정을 격발시켜서 동포들끼리 서로 티각태각하는 일 없이 삼천만의 최후의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낙오자가 없도록 할 일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 생각해 보라. 우리들 모두 얼굴이 뜨뜻할 과거를 지니지 않았는가. 오십보이소백보(五十步而笑百步)로 대일(對日) 협력자를 탄하지 말고 잘 타이르고 북돋워서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모두 훌륭한 국민이 되도록 하자.] 3. 대국민의 금도로 일본국민에 대할 것 [일본이 여기서 집권(執權)했을 때는 모두 그 앞에 가서 허리를 굽신거리다가 이제 패전국민이 되어서 퇴각하는 그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모든 과거의 잘못은 물에 흘려버리고 따뜻한 마음씨로 그네를 보내자. 보따리 둘러메고 물러가는 그들이 아니냐.] 4. 유언비어에 귀를 기울이지 말 일 5. 식량 사정을 잘 살펴서 이 어려운 단경기(端境期)를 웃으며 지날 일 6. 부락치안대를 조직해서 우리들의 마을은 우리들의 손으로 고이 지켜 신정부에 넘길 일 7. 내일부터라도 곧 야학을 열어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 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가갸거겨를 익혀서 세계의 문명국민이 되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할 일 8. 일본에 가 있는 조선사람은 5백만이나 되어서 수송관계상 모두 한꺼번에 속히 올 수는 없는 일이니 아들, 조카를 일본에 병정으로 혹은 징용으로 보낸 이들은 너무 조급하게 기다리지 말고 더욱이 날마다 정거장에 나가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애태우지 말 일 9. 40년의 근심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가슴에 벅찬 희망을 안고 살아나가자. 앞으로는 삼천만 동포가 600만 석의 쌀을 먹게 되니 떡을 해먹어도 좋고 술을 빚어먹어도 좋을 것이다. [해설: 필자는 일기 작성을 일단 마친 후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을 상단의 메모칸에 적은 것 같다. 나중의 수정-보완 가능성을 생각한 듯. 이 발표에서는 적당한 위치에 이탤릭체(기울여 쓰기)로 옮겨 놓는다.] ━ 8월 26일 개고 덥다. 연박(硯朴) 가서 신(辛) 씨의 과수원 구경하고 아이들 데리고 비루박달로 고기 잡으러 갔더니 고기는 어제 제천 사람들이 약을 풀어서 다 잡아버렸으므로 없다기에 김한구(金漢九) 씨 댁과 박둔서(朴遯緖) 씨 댁에 놀다 왔다. 이중연 씨 오후 6시 차로 출발. 조선은 미-소(米-蘇) 양군이 점령한다는 경일(京日, 경성일보)의 뉴스. 분할하는 일이나 없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마음속에 빌건만 우리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 [해설 : 해방 당시 발행되고 있던 신문 경성일보와 매일신보는 모두 총독부 발행이었으나 일본어로 나온 경성일보에 비해 조선어로 나온 매일신보는 조선의 관점을 많이 비쳐보였다.] 조필환(曺必煥) 씨 방에서 레코드를 듣노라니 하야사카 씨의 어린 딸들이 와서 듣는 양이, 그리 보아서 그런지 맥이 없어 보이고 한동안 푸르던 서슬에 비기어 어쩐지 눈물겨워 보여, 이도 한 감상(感傷)일까. 정리 김기협 역사학자 김성칠([email protected])

2025-01-09

'저주토끼' 정보라, 퇴직금 소송 승소…“3300만원 지급하라”

소설집 ‘저주토끼’로 3대 세계 문학상인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에게 지급하지 않은 시간강사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수업시간으로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강지현 판사는 정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주휴·연차수당, 노동절 급여 청구소송에 대해 “연세대가 정 작가에게 퇴직금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8일 판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정 작가 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초단기 근로자’로 분류돼, 고용주가 퇴직금과 주휴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정 작가는 “한 학기에 6~9학점을 강의해 왔지만, 강의 준비 등을 고려하면 초단기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세대 측은 “시간강사에게도 퇴직금을 주도록 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지점인 2019년 8월부터 근로기간을 계산해 퇴직금을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정 작가가) 초단기 근로자가 아니기에 퇴직금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시간에 강의 준비·평가 등 행정 업무 시간도 포함해 시간강사 근로시간을 강의 시간 3배로 측정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 작가 근로시간은 주당 18~27시간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주휴‧연차‧휴가 수당 등에 대해선 “초단기 근로자는 아니지만 일반 근로자(주 근로시간 40시간 이상)와 다르게 ‘단시간 근로자(주 근로시간 40시간 미만)’로 보고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2010년 1·2학기엔 강의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해, 해당 기간은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됐다. 정 작가는 이날 판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돈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간강사의 업무가 정규직 교수와의 업무와 질적 차이가 없다는 판례를 원했다”며 “초단기 근로자로 보지 않은 것은 반가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단기 근로자라고 판단한 것은 아쉽다. 수업 환경에 따라 강의 외 노동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수업시간에 3배를 곱해서 계산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소송을 함께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과 상의 후 결정할 계획이다. 2022년 4월 정 작가는 연세대를 상대로 7700여만원 상당의 퇴직금, 주휴·연차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강의 절반 이상 담당하는 시간강사에게 퇴직금 및 수당 주지 않는 건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연세대가 퇴직금과 노동절 급여로 3000만원을 지급하고, 정 작가는 주휴·연차수당 청구를 포기하라”고 화해 권고했으나, 정 작가가 거부했다. 정 작가는 201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시간강사로 재직했다. 이찬규([email protected])

2025-01-07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dalgona·hyung'…한류 단어 7개 올랐다

소설이나 논문, 언론 기사,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에서 실제 사용된 문장이 들어간다. 영어라는 언어가 다양한 뿌리를 가진 말들을 수용하고 발달시켜온 역사가 사전 안에 담겨 있는 셈이다. 이번에 포함된 한국 관련 단어들은 한국 음식이나 호칭 등 문화적 의미가 깃든 것으로, 특히 영어권에서 큰 인기를 끈 'K-컬처'와 관련된 것이 많다. '달고나'에는 "녹인 설탕에 베이킹소다를 넣어 만든 한국 사탕과자로 보통 노점상에서 하트, 별 등 간단한 모양이 조각된 납작한 판형으로 판매된다"는 설명이 달렸다. 2022년 10월 보스턴 글로브에서 발췌한 "넷플릭스는 달고나 사탕으로 팬들이 몰리게 한 한국의 대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막 선보였다"는 예문도 제시됐다. '막내'에는 "한 가족이나 그룹에서 가장 어린 사람. K-팝 그룹에서 가장 어린 멤버"라는 설명이 적혔다. '떡볶이'는 "고추장으로 만든 매콤한 소스로 요리한 작은 원통형 떡으로 구성된 한국 요리로, 보통 간식으로 제공된다"고 설명돼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영어 단어를 골라 싣는 만큼, K-컬처가 실제로 얼마나 세계에 확산했는지 드러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인 조지은(영국명 지은 키어)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에 "영어권에서 많이 사용, 언급, 거론되고 그 증거가 텍스트로 남아 있는 말들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K-팝, K-드라마를 통해 영어권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단어를 많이 접하고 사용하게 됐다"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성기훈(이정재 분)이 친형제가 아니더라도 '형'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된 것을 예로 들었다. 앞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실리는 한국 관련 단어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해녀'와 '아줌마', '빙수'를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조 교수는 "한국 관련 단어가 앞으로 해마다 업데이트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 음식 단어는 앞으로도 계속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김지연

2025-01-06

'지거전' 유연석 "여객기 참사 다음 날 시상식, 축하받기 송구스러웠다" [인터뷰②]

소설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은 협박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12부작에 걸쳐 그려내 '어른 멜로'로 호평받았다. 이 가운데 유연석은 남자 주인공 백사언 역을 맡아 여자 주인공 홍희주 역의 채수빈과 함께 '사주 커플'로 불리며 드라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 5일 공개된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유연석은 미니시리즈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비롯해 채수빈과 베스트커플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공개가 늦었을 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다음날 진행된 시상식의 여파로 제대로 소감을 말하지 못했던 터.  이에 유연석은 "시상식 당일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저희도 마음껏 축하 받는다는 게 송구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 드라마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할 부분들이 많지만 그 때 당시에 슬픔을 겪은 분들이 많다 보니까 마음 편히 수상 소감들을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경황이 없었다. 말을 하다가 너무 우리 드라마 잘 써주시고 백사언을 멋지게 그려주신 작가님을 빼먹어서 당황했다.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서 하고 싶다. 다행히 생방이 아니라 따로 말씀도 드렸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 전화를 따로 드렸다. 나중에 방송 보시면 제 마음이 그런 게 아니라고 애정을 듬뿍 담아 축하의 말씀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드라마 제목이 '지금 거신 전화는'인데 막상 드라마 하면서 가족과 친구들 전화를 못 받았다. 그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하고도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유연석은 "온전히 저희 드라마를 사랑해달라고, 많이 봐달라고, 즐겨달라고 떼쓰기 힘든 상황에 저희 드라마가 공개돼서 방송을 했다. 그렇다 보니 힘든 상황에서도 저희 드라마가 한 편으로는 위로가 됐다고, 즐겁게 마음을 환기시키실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주시는 의견들 보면서 너무 감사했다. 끝까지 우리 드라마 기다려주시고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지금 거신 전화는'은 12부작의 비교적 짧은 호흡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 여객기 참사 여파 등으로 인해 종영까지 잦은 결방에 시달린 것. 국내 시청자들은 납득할 수 있었으나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팬덤이 두터웠던 '지거전'인 만큼 유연석이 직접 SNS를 통해 글로벌 팬덤에게 이 같은 상황에게 대해 설명하기도 했던 터다.  이와 관련 유연석은 "매회 공개될 때마다 해외 팬들이 너무 뜨겁게 반응을 해주셨다. 그런 부분에 감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예상 이상으로 한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시고 해외에서도 너무 열광적으로 반응들을 보내주셔서 놀랐다"라고 먼저 고마움을 밝혔다.  더불어 "결방하는 순간에 있어서도 안타까움 보다도, 해외에서 많이 지켜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분들이 놀라거나 갑자기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스토리에도 올렸다. 그 분들은 우리나라 상황을 모르니까 정확하게 알리고 기다려 달라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기다림이 작품에 대한 애정의 기폭제가 된 것 같다. 해외에선 답답함을 표현하는 밈들도 만들어 올리는 걸 보시면서 표현해주시더라.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했다. 결방 이후에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애정을 보내주셔서 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email protected] [사진] 킹콩 by 스타쉽 제공. 연휘선([email protected])

2025-01-06

'팝콘배우' 낙인 지웠다…"정말 충격" 63세 데미 무어의 경사

한국시간)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무어는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모았던 ‘오징어 게임2’는 최종 수상에 실패했다. 무어는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1990년대 ‘사랑과 영혼’ ‘G.I. 제인’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연기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후 이혼 등 개인사로만 회자됐던 배우다. 30년 전 한 프로듀서가 “팝콘 배우”로 낙인찍은 뒤로, “성공하고 돈 버는 영화는 만들지 몰라도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없을 거라고 믿어왔다”고 이날 고백했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거의 끝장났다”고 여겼던 시기에 그를 구원한 작품이다. 50번째 생일날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 당한 퇴물 배우의 신체 개조를 다룬 호러물에서 환갑의 무어는 전라를 불사한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이날 “(‘서브스턴스’는) 마법 같고, 대담하고, 용기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미친 대본이었다”고 운을 뗀 무어는 “(스스로가)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고, 예쁘지 않다”고 느낀 적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조언을 전했다. “한 여성이 제게 ‘당신은 결코 충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평가)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오늘 이 트로피를 저의 온전함과 사랑의 표시이자, 제가 사랑하는 일에 제가 속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선물로 자축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골든글로브 영화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은 최대 박빙이 점쳐졌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은 ‘챌린저스’ 젠데이아, ‘아노라’의 미키 매디슨, ‘위키드’의 신시아에리보 등 20~30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무어가 수상했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안젤리나 졸리(‘마리아’), 니콜 키드먼(‘베이비걸’), 틸다 스윈튼(‘룸 넥스트 도어’)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아임 스틸 히어’의 브라질 배우 페르난도 토레스가 차지했다.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뮤지컬·코미디 부문은 ‘어 디퍼런트 맨’의 세바스찬 스탠이 수상했다. 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뮤지컬·코미디 작품상, 외국어 영화상, 여우조연상(조 샐다나), 주제가상(‘El Mal’) 등 최종 4관왕을 차지하며 영화 부문 최다 수상작품이 됐다. TV시리즈 드라마 부문에선 미국 디즈니 계열 FX 채널에서 방영된 ‘쇼군’이 ‘오징어 게임2’ 등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았다. ‘쇼군’은 작품상 외에도 남우주연상(사나다 히로유키)과 여우주연상(사와이 안나), 남우조연상(아사노 다다노부)을 휩쓸며 4관왕을 기록했다. ‘쇼군’은 17세기 일본에서 권력 자리를 놓고 빚어진 갈등을 담은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오징어 게임2’는 지난해 12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 전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이례적으로 이름을 올려 주목 받았다. 다만 시즌2는 시즌3과 이어지는 내용인 만큼 자체 완결성이 떨어져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나원정.하남현([email protected])

2025-01-06

'팝콘 배우' 저주 풀었다, 데미 무어 "골든글로브 45년만에 처음"

한국시간)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무어는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30년 전 한 프로듀서가 “팝콘 배우”로 낙인찍은 뒤로 “성공하고 돈 버는 영화는 만들지 몰라도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없을 거라고 믿어왔다”는 무어. 1990년대 ‘사랑과 영혼’ ‘G.I. 제인’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작품활동이 줄면서 이혼 등 개인사로만 회자됐다. 그에게 ‘서브스턴스’는 “거의 끝장났다”고 여겼던 시기에 그를 구원한 작품이다. 50번째 생일날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 당한 퇴물 배우의 신체 개조 호러물에서 환갑의 무어는 전라를 불사한 인생 연기를 펼쳤다. "미친 대본"이 구원…"여성들이여, 잣대 내려놓으라" 이날 “마법 같고, 대담하고, 용기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미친 대본이었다”고 운을 뗀 무어는 자신이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고, 예쁘지 않다”고 느낀 적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조언을 전했다. “한 여성이 제게 ‘당신은 결코 충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평가)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오늘 이 트로피를 저의 온전함과 사랑의 표시이자, 제가 사랑하는 일에 제가 속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선물로 자축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골든글로브 영화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은 최대 박빙이 점쳐졌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은 ‘챌린저스’ 젠데이아, ‘아노라’의 미키 매디슨, ‘위키드’의 신시아에리보 등 20~30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무어가 수상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성전환 배우 최초 여자배우상을 받은 ‘에밀리아 페레즈’의 52세 스페인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도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안젤리나 졸리(‘마리아’), 니콜 키드먼(‘베이비걸’), 틸다 스윈튼(‘룸 넥스트 도어’), 케이트 윈슬렛(‘리’), 파멜라 앤더슨(‘라스트 쇼걸’)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아임 스틸 히어’의 브라질 배우 페르난다 토레스가 차지했다. 스페인어 뮤지컬 '에밀리에 페레즈' 최다 4관왕 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뮤지컬‧코미디 작품상, 외국어 영화상, 여우조연상(조 샐다나), 주제가상(‘El Mal’) 등 최종 4관왕을 차지하며 최다 수상작품이 됐다. 이를 비롯해 올해는 쇄신의 변화도 엿보였다. 골든글로브상은 백인 편향, 부정부패 의혹 등 보이콧 대상이 되며 80회 이후 시상식 운영권이 기존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에서 방송기획 제작사로 넘어갔다. 심사위원 규모도 6개 대륙 70여개국 300명으로, 기존 회원의 3배로 확대했다. 그런 결과, 올해 영화 부문 결과에선 지난해 유럽 주요 영화제를 휩쓴 다국적 화제작의 고른 수상 경향이 엿보였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수사망을 피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멕시코 카르텔 수장과 그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자배우상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부문 작품상‧감독상(브래디 코베)‧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 3관왕에 오른 ‘브루탈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 건축가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지난해 안시영화제 최다 수상작인 라트비아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의 ‘플로우’에 돌아갔다. 영화 부문 아시아 수상 불발 이밖에 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은 ‘어 디퍼런트 맨’에서 얼굴에 신경조직이 자라는 신경섬유종증을 앓는 배우의 삶을 그린 세바스찬 스탠, 남우조연상은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감독작 ‘리얼 페인’의 배우 키에란 컬킨이 받았다. 각본상은 가톨릭 교황 선출 과정의 뒷이야기를 다룬 동명 소설 원작 영화 ‘콘클라베’의 영국 극작가 피터 스트로갠, 음악상은 ‘챌린저스’ 음악감독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가 수상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웰메이드 블록버스터상을 받았다. 다만, 올해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은 방송 부문에 비해 아시아 수상자(작)가 실종됐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제82회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수상 결과 작품상-뮤지컬‧코미디 | ‘에밀리아 페레즈’ 작품상-드라마 | ‘브루탈리스트’ 감독상 | ‘브루탈리스트’ 브래디 코벳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 ‘서브스탠스’ 데미 무어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 ‘어 디퍼런트 맨’ 세바스찬 스탠 드라마 여우주연상 | ‘아임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레스 (브라질) 드라마 남우주연상 | ‘브루탈리스트’ 애드리언 브로디 여우조연상 | ‘에밀리아 페레즈’ 조이 샐다나 남우조연상 | ‘리얼 페인’ 키에란 컬킨 각본상 | ‘콘클라베’ 피터 스트로갠 음악상 | ‘챌린저스’ 트렌트 레즈너, 에티커스 로스 주제가상 | ‘에밀리아 페레즈’-‘El Mal’ 비영어 영화상 | ‘에밀리아 페레즈’ 애니메이션 | ‘플로우’ 웰메이드 블록버스터 | ‘위키드’ 나원정([email protected])

2025-01-05

"트럼프 시대, 한국 자체 핵무장론 설득력 얻을 수도"

한국 자체 핵무장론 설득력 얻을 수도" 영국 유력지, 김정은 오만·트럼프 동맹경시 여파 논평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 주장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영국 유력지에 실렸다. 영국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저버의 국제담당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4일(현지시간) 논평에서 냉전기를 포함해 70여년 동안 잠잠하던 한반도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티스달은 변화의 원인이 북한이 여러 예측처럼 내파되는 게 아니라 한국이 공공연하게 불안해진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가 전 세계에 중요한 까닭은 핵무기"라며 "김정은은 수십년간의 제재를 견뎌내고 강력한 미사일과 핵탄두 무기고를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더 도발적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사용한 군사적 압박과 협상 유화책이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한 현재로서 덜 효과적이며 나아가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진단했다. 티스달은 이 같은 전반적 상황과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경시 성향을 고려할 때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솔깃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외 분쟁에 개입하길 싫어하는 트럼프의 성향도 1953년 구축된 미국 핵우산과 관련한 한국 내 논쟁을 심화하고 있다"면서 "서울을 구하기 위해 트럼프가 아마겟돈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 믿는 이가 거의 없는 까닭에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억제력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타스달은 한국의 자체 핵보유론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동맹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와 불투명한 대북정책을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는 신뢰할 수가 없다"며 "그는 주한미군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향후 협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폐기해 북한이 일부 핵탄두를 계속 보유하는 걸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국 정부에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티스달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한국을 넘어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은 김정은은 어느 때보다도 뻔뻔한 위협을 늘어놓고 예측도 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미국은 믿을 수 없는 친구이고 다른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한국을 구해주겠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건 끔찍한 핵 관련 소설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이뤄질 선택"이라며 지구촌에서 다수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핵보유론을 제기하기 전에 강대국들이 다자간 군비통제에 다시 진지해져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끝) 황철환

2025-01-05

"트럼프 '마가' 尹은 '태극기 부대'" 외신이 때린 韓정치 고질병

한국 정치의 혼돈에 대해 고질적 정치적 양극화와 온라인 선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배후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있다면 윤 대통령에겐 ‘태극기 부대’가 있다”고 썼다. NYT는 윤 대통령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선거결과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부정선거 주장을 조사하기 위해 군인들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한국인들은 그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버들이 퍼뜨린 온라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면서도 “하지만 뿌리 깊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그들(유튜버)은 윤 대통령의 상황을 둘러싼 혼란을 부추겨 열성적 신봉자들을 거리로 내보냈다”고 적었다. NYT는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언론재단이 2022년 실시한 조사를 인용, 한국의 경우 국민의 절반이 넘는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며 이는 세계 46개국 평균(30%)의 갑절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AFP 통신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진을 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호한 음모론’을 되뇌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 매체는 국회가 윤 대통령을 탄핵한 와중에도 유튜버들의 발언에 자극받은 소수의 집단이 그를 보호하려 나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에서 실제 삶이 소설보다 더 이상해진 이유’라는 해설기사에서 한국 사회가 오랜 분열에 찢어지다가 모든 국가적 상처가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1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 기사에서 “서울에 살면서도 현대 한국의 모순을 이번처럼 극명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는 케이팝과 각종 상을 받은 영화,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 인기작들로 전 세계에 스스로를 능수능란하게 내보였지만, 반짝이는 표면 아래에선 오랜 상처와 새로운 위기들이 사회를 찢어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의 대통령 관저 바깥에선 매일 같이 이런 격렬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금요일 윤 대통령의 체포없이 끝난 6시간 동안의 대치는 (한국의) 미래가 여전히 얼마나 불확실한지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2025-01-05

"음모론이 위기 부추겨"…외신, 한국 정치적 혼돈 배경 주목

한국 정치적 혼돈 배경 주목 윤 대통령 체포영장 대치 두고 오랜 양극화·온라인 선동 지적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한국 정치의 혼돈을 두고 외신들은 고질적 정치적 양극화와 온라인 선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배후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있다면 윤 대통령에겐 '태극기 부대'가 있다"고 썼다. 이 매체는 "그들에게 윤 대통령 수호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종북주의자'들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과 동의어로 여겨진다"고 짚었다. NYT는 윤 대통령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선거결과를 더 이상 신뢰할수 없다고 주장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부정선거 주장을 조사하기 위해 군인들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한국인들은 그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버들이 퍼뜨린 온라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뿌리 깊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그들(유튜버)은 윤 대통령의 상황을 둘러싼 혼란을 부추겨 열성적 신봉자들을 거리로 내보냈다"고 적었다. NYT는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튜브는 선호하는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채택, 사용자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한국의 정치가 그런 함정에 빠져 양쪽 극단화로 치달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NYT는 한국언론재단이 2022년 실시한 조사를 인용, 한국의 경우 국민의 절반이 넘는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며 이는 세계 46개국 평균(30%)의 갑절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AFP 통신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진을 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호한 음모론'을 되뇌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 매체는 국회가 윤 대통령을 탄핵한 와중에도 유튜버들의 발언에 자극받은 소수의 집단이 그를 보호하려 나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에서 실제 삶이 소설보다 더 이상해진 이유'라는 해설기사에서 한국 사회가 오랜 분열에 찢어지다가 모든 국가적 상처가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1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 기사에서 "서울에 살면서도 현대 한국의 모순을 이번처럼 극명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는 케이팝과 각종 상을 받은 영화,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넷플릭스 인기작들로 전 세계에 스스로를 능수능란하게 내보였지만, 반짝이는 표면 아래에선 오랜 상처와 새로운 위기들이 사회를 찢어놓고 있다"고 적었다. 라시드 기자는 "서울의 대통령 관저 바깥에선 매일 같이 이런 격렬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 금요일 윤 대통령의 체포없이 끝난 6시간 동안의 대치는 (한국의) 미래가 여전히 얼마나 불확실한지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끝) 황철환

2025-01-05

"관저 앞 시위와 소름 돋게 닮아"…오징어 게임2 감독도 놀랐다

말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오징어 게임1’(2021)에 이어지는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한 기훈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는 분홍 옷을 입은 수백명 병정들과의 총싸움 끝에 궁지에 몰린 후 항복을 선언한다. 기훈의 무모한 반란에 몰두한 시즌2는 지난해 12월 26일 전 세계 공개 후 호평과 혹평이 뒤섞인 평가를 받았다. 황 감독은 “공개 후 일주일이 1년과 같았다. 정신이 없었다”며 “이거 잘못 만들면 엄청나게 큰 역풍이 불어온다”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80%를 넘겼음에 감사하다. 시즌1이 95%였는데, 시즌2에서 이 정도 평가가 나온 것은 내가 기대한 수준이다. 넷플릭스 TV 부문 93개국에서 시청량 1위에 오른 것은 아주 감사한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 “성기훈, 이상 좇는 ‘돈키호테’와 닮아” 국내외 커뮤니티에선 ‘기훈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같이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게임장에 다시 들어왔던 기훈이 마지막엔 “대의를 위해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어설픈 총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다. 황 감독은 “의도한 부분이다. 게임을 멈추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도했던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후, 기훈은 그 목표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킨다”고 답했다. 이어 “역사에서 혁명을 일으킨 많은 인물이 그런 실패와 좌절의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타협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좋은 의도로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실패하면서 망가지는 과정을 기훈도 똑같이 겪길 바랐다. 그래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뀐 것이고, 시즌3로 가면 기훈이 이 말 때문에 또 변한다”고 설명했다. 기훈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주인공 ‘돈키호테’와도 닮았다. 바보 같은 선함 때문에 시즌1에서 살아남았고, 그로 인해 게임장 시스템이 문제라는 걸 자각한 기훈은 무작정 게임장을 부수려고 시도한다. 황 감독은 “창을 들고 풍차(제도나 국가 권력을 상징)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기훈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반란을 한다. 비록 반란은 실패하지만 기훈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그런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요즘은 모든 분노가 옆으로 또는 아래로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사람들의 갈등과 분노는 ‘O, X 투표’ 상황에서 극대화된다. 자신의 이익 혹은 가치관에 따라 투표해 팀이 갈라지고, 주변에 동조해서 표를 정한다거나 ‘O’ 선택을 강요받아서 투표하는 인물도 있다. 황 감독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 과연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한 방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나,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통령 관저 앞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파가 나뉘어 모이고, 싸울까 봐 경찰이 선까지 그었다고 들었다”며 “(드라마 속) 게임장 숙소 안에 선을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고 말했다. ━ “절망 끝엔 무엇이 있을까” 국내와 해외에서 가장 반응이 달랐던 부분은 타노스(최승현)의 등장이다. 국내에선 ‘오글거리는 랩을 참기가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지만, 해외에선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영국 BBC는 “최승현은 마약에 찌든 래퍼 연기를 신명나게 한다”고 연기력을 호평했다. 황 감독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과장스러움을 생경하게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 해외에선 전체적으로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풀어줄 캐릭터를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최승현이 연기를 이상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건 캐릭터 설정에서 나온 오해다. 내 의도대로 최승현이 연기한 것이고 그 캐릭터 자체가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무리를 이끄는 타노스는 몰래 숨겨 가지고 온 마약으로 인해 몰락하고, 시즌3에서는 그 마약으로 인해 그 무리가 망가져 가는 과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젊은 친구들 사이 문제가 되는 마약, 인터넷 도박, 코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마약 전과가 있는) 최승현이 이 역할에 오디션을 보러올까 싶었는데, 깊게 고민한 후 해보겠다고 했고 이미지가 맞아서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시즌3 후반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시즌2의 모든 의문이 다 풀릴 것이고, 캐릭터의 서사도 드러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녹여서 시즌3에서 결론을 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즌3를 제일 좋아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마음의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 감정적으로 좀 세다”고 귀띔했다. 프론트맨(이병헌)에 항복한 기훈 이후의 이야기 흐름에 대해선 “절망의 끝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전 세계와 한국이 절망에 빠지면서 희망을 품었던 소수의 사람이 지금 다 꺾이고 있다. ‘그 후로 남은 것은 무엇일까, 절망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 질문을 시즌3에서 던져보려 한다”고 답했다. 황지영([email protected])

2025-01-04

[한일수교 60년] 차별 뚫은 재일동포…방적왕·야구전설·국회의원 '우뚝'

한국 최초 수출산업공단인 구로공단 건설을 주도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를 송금하는 등 조국을 잊지 않았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AI 미래 이끌어 일본 최고 부자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은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교포 3세 기업인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당선인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본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에 1천억 달러(14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손 회장은 1974년 일본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대학 졸업 뒤 귀국해 1981년 소프트웨어 유통 등을 하는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다.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에는 인터넷 기반 사업을 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는 모바일 사업에 힘을 쏟았다. 2017년 비전펀드 운용 개시 이후에는 투자사업에 주력하며 일본을 넘어 전 세계 벤처기업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자회사로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을 보유하고 있으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는 등 인공지능(AI)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 귀화한 손 회장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본 성명인 야스모토 마사요시(安本正義)가 아니라 한국 성인 손(孫)을 쓰고 있다. ◇ 소득세 납부 1위 방적왕 서갑호…주일 대사관 부지 무상 기증 일본에서 온갖 역경을 이겨낸 뒤 고국 발전을 위해 막대한 재산을 내놓는 대표 인물로는 '방적왕'으로 불린 서갑호(1915∼1976) 방림방적 설립자를 꼽을 수 있다. 고인은 1929년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와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재일 사업가였다. 한때 일본에서 소득세 납부 1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사카모토 방적을 설립했으며 1963년 한국 경제개발계획에 발맞춰 해외 동포로는 처음으로 고국에 거액의 외자를 투자해 방림방적과 윤성방적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한국 섬유산업 발전과 수출입국 초석을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2년 도쿄 중심지인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금싸라기 땅 8천264㎡를 한국 정부에 무상 기증했다. 이곳은 옛날부터 일본 왕실 친인척과 권력자들이 살던 곳으로 현재 부지 가치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기증 부지에는 주일 한국대사관과 대사관저가 건립됐다. ◇ 일본 프로레슬링계 신화 역도산…3천 안타 '야구 전설' 장훈 스포츠계에서도 온갖 차별 속에 최정상에 올라 일본인에게 사랑받은 재일동포가 적지 않다. 1924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역도산은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선수로 뛰다가 1951년 프로레슬러로 전향해 일본 프로레슬링계의 신화 같은 존재가 됐다. 역도산은 자신보다 큰 서양인들을 꺾으면서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패한 일본인들의 열등감을 잊게 해줬다. 1963년 사망하기까지 역도산은 생전 한반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일본의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는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야구 전설로 기억된다. 장훈은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1959년∼1981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며 일본 프로야구 최다안타 기록(3천85개)을 세웠다. 다만 장훈은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야구의 신'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과 아시아 유도 최강자에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독립유공자 고(故) 허석 선생의 후손으로 파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허미미 등도 모두 재일동포 출신 스포츠 스타이다. ◇ 재일동포라고 밝히고 국회의원 당선된 백진훈 일본에서 재일동포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 중 하나는 정치를 들 수 있다. 이 벽을 넘은 대표 인물이 민주당 전 참의원(상원) 의원을 지낸 백진훈(白眞勳·일본명 하쿠 신쿤)이다. 백 전 의원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재일동포 2세 출신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 2004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는 당시 이례적으로 선거 포스터에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0년과 2016년 선거에서 연속으로 당선됐고 대북 정책과 해방 후 여전히 일본에 남아 있는 한국인 유골 수습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의정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낙선했다. 다른 한국계 일본인 국회의원으로는 대장성 관료 출신인 아라이 쇼케이가 자민당 중의원(하원) 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 파친코 업계 평정한 정동필·한창우…재일교포 기업, 골프장도 천하통일 재일동포들은 국적 문제로 평범한 일본인이 선호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파친코 사업이나 야키니쿠(한국식 불고기) 식당 등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많았다.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 속 인물처럼 파친코 일을 하면서 큰 부를 일군 대표적인 인물은 헤이와(平和)의 정동필(일본 이름 나카지마 겐키치·1921~2012) 회장과 마루한그룹의 한창우 회장을 들 수 있다. 정 회장이 세운 헤이와는 파친코에서 골프업계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헤이와는 148개의 골프장을 가진 일본 2위 골프장 운영사 PGM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달 173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최대 골프장 운영사인 아코디아 골프를 5천100억엔(약 4조8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식 취득은 이달 말 완료될 예정으로 성사되면 세계 최대 골프장 운영사가 탄생한다. 이밖에 문화계에서는 영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피와 뼈' 등 재일동포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재 최양일 감독과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소설가 유미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email protected] (끝) 박성진

2025-01-01

[강찬호의 시선] 민주당, ‘이재명 딜레마’ 직시해야

한국갤럽, 1000명)에서 ‘이재명 불신’이 51%였고 ‘신뢰’는 41%에 그쳤다. ‘이재명 포비아’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요즘 민주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듯하다. 이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배석하겠다고 줄을 서고, ‘이재명 정부’의 장관이 되려면 대선 캠프에서 무슨 감투를 써야 하느냐를 놓고 수 싸움이 치열하다고 한다. 정신 차리고 민심을 직시하기 바란다.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 국민이 70%를 넘는데 ‘차기 대통령감’으로서의 이재명 지지율은 40%에 못 미치는 게 현실 아닌가.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리스크’는 별개라고 판단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다. ‘이재명 딜레마’를 풀 길은 민주당에 달렸다. 선거를 앞두고 리스크 많은 후보를 걸러내는 건 공당의 최우선 과제다. 이미 법원은 이 대표에게 의원직과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형을 선고(공직선거법 1심, 지난해 11월 15일)한 상태다. 6개월 안에 끝나야 했던 이 재판은 4배가 넘는 2년 2개월이나 걸려 법원이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절차를 질질 끄는 배짱도 이 대표의 역대급 재판 지연 꼼수와 그 꼼수를 순순히 받아준 법원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선지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법 1심은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끝내라는 공직선거법 270조를 지키라고 지난해 9월 30일 판사들에게 권고했다. 민주당이 올해 사법부 예산을 241억원 늘려준 것도 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권고대로 이 대표 선거법 2심을 2월 15일, 3심을 5월 15일 안에 끝내야 할 이유다. 법원이 예산을 늘려 받아간 사유가 바로 ‘재판 지연 해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대선 전에 이 대표의 3심이 원심대로 확정된다면 민주당은 어떡할 것인가. 유력한 대선 주자를 잃고 선거보전금 434억원을 토해내야 할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는 재수 없이 깐깐한 대법원장을 만나 당한 봉변이 아니라, 사법리스크 큰 인물을 유일 대선 후보로 밀었기에 자초한 위기가 될 것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 북쪽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엔 경찰 추산 3만5000명이 모였다. 광화문 남쪽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도 엇비슷한 수(경찰 추산)가 모였다.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이 주도한 탄핵 찬성 집회 분위기가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 집회만큼 뜨겁지 않은 이유는 “탄핵은 옳지만, 사법리스크 큰 사람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일 터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외에도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기본소득 등 ‘정책 리스크’, 대북 송금 의혹 등 ‘외교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이 대표는 자청해서 재판을 앞당겨 무죄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이 대표 주장대로 모든 혐의가 검찰의 소설이라면 재판 결과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나. 민주당은 170석 거야이자 원내 1당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신속히 진행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길 원한다면 이 대표 재판도 신속히 진행하라고 법원에 요구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면 이재명이 선거법 2심에서 중형을 받은 가운데 대선에 나오는 게 승리를 기대해볼 유일한 카드”란 말이 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은 분초를 다퉈 밀어붙이면서 자신의 재판은 질질 끄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이런 기대가 헛된 망상만은 아닐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안을 고민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내놓아 수권정당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강찬호([email protected])

2025-01-01

“신인감독에 바라는 건 이런 일탈” 영화인이 꼽은 2024 최고 데뷔작 1위는

말 '장손' 1위 압도적 1위는 지난 추석 연휴 “우리 집 얘기 같다”며 화제에 오른 오정민 감독의 ‘장손’이다. 대구 시골에서 두부공장을 하는 김씨 3대의 얽히고설킨 70년 가족사를 수려한 한옥 풍광에 담았다. 조부 세대와 작별하는 7분가량 롱테이크 엔딩신, 제사‧장례식 등 전통제례 장면은 요즘 상업영화에선 보기 드문 미학을 성취한다. 이상용 영화 평론가는 “(세대 차이로) 더 이상 통합되지 않는 대가족의 사연을 하나의 프레임과 풍경으로 담으려는 야심”에서 시대정신을 읽어냈다.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가족 내 숨겨진 비밀과 갈등을 스릴러처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고,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국장은 “한국현대사와 사라져가는 것들을 유려하게 담아냈다”고 추천했다.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KBS독립영화상‧CGK촬영상‧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넓힌 상상 '핸섬가이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이어 올여름 177만 컬트 관객을 사로잡은 ‘핸섬가이즈’가 2위에 올랐다. 험악한 외모 탓에 원치 않게 사망 사건에 휘말리는 두 목수(이성민‧이희준)의 소동극에 악령 씐 집이라는 오컬트 요소를 가미했다. 캐나다 영화가 원작이지만, “한국적 요소를 기막히게 리믹스”(김혜선)해 “토착화에 성공적”(강성률 영화 평론가)이란 평가. 영화 ‘부산행’을 제작한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는 “오랜만에 만나는 B급 정서의 도전적 영화”라고, 정윤철 감독(‘말아톤’ ‘대립군’)은 “한국 영화 지평을 넓혔다”고 짚었다. 3위는 김다민 감독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차지했다. 조기 입시교육에 지친 11살 동춘(박나은)에게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막걸리가 페르시아어 모스부호로 말을 걸어온다. “엇비슷한 한국영화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게 엇나가는 상상력”(김세윤 MBC 라디오 작가)과 “교육 현실에 대한 예리한 시선”(주희)이 돋보인다.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는 “창의력으로 전진하는 영화”라며 “신인감독에게 바라는 건 이런 종류의 일탈”이라 말했다. 광화문 연가 '미망', 리얼리즘 수작 '딸에 대하여' 4위 ‘미망’(감독 김태양)은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과거 연인을 재회한 남녀의 낮과 밤을 수년에 걸쳐 좇는 로드무비다. “시간과 공간,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사려 깊은 솜씨”(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에 매료돼, “아직도 (영화) 마지막 장면의 버스에 타고 있는 듯하다”(김세윤)는 감상평이 잇따른다. “삶과 이별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가 깊이를 더하는 영화”(허남웅 영화 평론가)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넷팩 심사위원 특별언급, 우디네 극동영화제 신인감독상 등을 석권했다. 5위는 동명 소설을 토대로 이미랑 감독이 각본‧연출한 ‘딸에 대하여’다. 혼자 사는 요양보호사 엄마, 동성애자 딸 커플, 존경받는 자선업가였던 치매 노파를 통해 “묵직하고 뚝심 있게 소수자‧노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리얼리즘 수작”(정민아 영화 평론가)이다. “예민한 테마와 이야기를 적절한 톤으로”(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담아내, “방 한 칸 내주는 것보다 마음 한 칸 내어주기가 더 쉽지 않은 세상에서 각별한 연민과 연대”(김세윤)를 보여준 연출이 호평 받는다. 팬데믹이 좁힌 등용문, 제2 봉준호 탄생하려면 아쉽게 순위권에 벗어났지만 2표 이상 받은 작품들도 있다. “불교 철학을 심도 있게 다룬”(백재호) 것으로 평가받는 ‘벗어날 탈 脫’(감독 서보형)과 “유튜브 생태를 잘 활용한 스릴러”(정민아)인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정형적이지 않게”(강성률) 그린 ‘정순’(감독 정지혜) 등이다. 수능 만점을 노리는 고3들과 귀신의 재기발랄한 술래잡기를 그린 B급 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김민하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지만, 김 감독의 첫 상업영화로서 언급됐다. 21세기 한국영화 르네상스로 꼽는 2000년대 초반엔, 흥행에 실패해도 비평적으로 주목 받으면 신인 감독에게도 차기작 기회가 주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2003),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 등이 이 시기 작품들이다. 요즘은 형편이 다르다. 팬데믹 침체로 등용문이 좁아져, 일생 한번 뿐인 첫 연출작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찾아보고 발견하는 것부터가 미래 거장 위한 응원의 첫 걸음이다. 호명된 작품은 모두 OTT‧IP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2024년 데뷔작 추천 영화인(가나다 순) 강성률(영화 평론가) 김세윤(MBC 라디오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작가)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모은영(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백재호(영화감독,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안소현(인디스페이스 국장) 이동하(영화사레드피터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이상용(영화 평론가)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 이화정(영화 저널리스트) 정민아(영화 평론가)정윤철(영화감독) 주희(엣나인필름 이사) 허남웅(영화 평론가) 나원정([email protected])

2024-12-31

[K-문학] ‘제 2의 한강’ 나올까…차세대 한인 작가들 주목

소설가 수전 최(한국명 최인자)는 작품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로 2019년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소설 부문 상을 받았다. 전미도서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 상으로 꼽힌다.      드라마로 제작돼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이끌었던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도 2017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민진 작가는 올해 10월 스캇 앤 젤다 피츠제럴드 뮤지엄이 시상하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인 작가인 캐시 박 홍은 2020년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라는 소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인 작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무렵으로 되돌아간다. 현재 스탠퍼드대 교수인 이창래 작가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내용을 담은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라는 작품으로 헤밍웨이 재단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6·25 한국전쟁의 참혹성을 그린 '생존자(The Surrendered)'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홍영옥 미주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은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협회에 노년 작가들이 대다수였지만 최근 들어 (영어에 더 익숙한) 1.5세 등 젊은 한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디아스포라라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는 더 다양한 문학 소재를 갖고 있다”며 “한국 등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는 한인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현숙 회장은 “K-팝을 비롯한 K-컨텐트에 대한 관심으로 젊은 세대가 한국 문학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한인 1.5세와 2세 작가들에게도 많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작가 김주혜(37)가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올해 10월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기도 했다”며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 실감 난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아직 번역의 질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은 “결국 얼마나 더 많은 번역 도서가 출판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는 타인종에 대한 한국어 교육 역량 확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무적인 통계가 있다. 미국현대언어협회(MLA)는 2023년에 발표한 ‘2021년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 외국어 수업 수강 현황’이라는 보고서에서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외국어 수강생 비율은 16.6% 감소했다”며 “조사 대상인 15개 언어 중 수강생이 증가한 것은 한국어(38.3%), 히브리어(9.1%), 미국식 수화(0.8%)뿐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은 2016년 1만3936명에서 2021년 1만9270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어는 약 14.3% 감소한 4만6492명, 일본어는 4.6% 줄어든 6만5661명으로 조사됐다. 2021년 통계에는 총 2455곳의 대학이 참여했다.     류 이사장은 “1만 명 대에서의 변화와 5만 명이 넘는 표본을 단순 퍼센트로만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류 이사장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번역 작품도 더 나오는 것은 물론 타인종 독자가 한국어로 한국 문학을 접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남 기자K-문학 미국 차세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한국 문학 비영어권 문학

2024-12-31

한강 '겨울 3부작', 밀란 쿤데라 유작...새해 풍성한 문학 잔치 [2025문화계]

소설가 한강의 신작 소설이 2025년 독자들을 찾아온다. 밀란 쿤데라(1929~2023)의 유작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도 신년을 맞아 국내 문학팬들을 만난다. ━ 한강 신작, '눈 3부작' 마지막 열쇠 한강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차기작 두 편의 집필 계획을 밝혔다. 그중 한 편인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내년 출간된다. 한강은 원래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합쳐 '눈 3부작'을 완성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집필 과정에서 세 번째 작품의 분량이 늘어 별도의 장편 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하게 됐다. 한강은 3부작 마지막 작품을 다시 써서 올해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노벨상 시상식 일정 등으로 한동안 작품을 쓰지 못해 아직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3부작'을 출판하는 문학동네는 "신작은 앞서 완성한 '눈 3부작' 두 편과 비슷한 분량의 중·단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3부작을 묶어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출간 시기는 미정이다. 앞선 두 단편은 겨울과 눈(雪)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잡지사 내부의 노동쟁의를, '작별'은 겨울날 눈사람으로 변해버린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룬 그간의 장편 소설과 달리, 차기작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 될 예정이라고. 한강은 또 스톡홀름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눈 3부작'을 완성한 후에는 "소설『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신작을 쓰겠다"고도 밝혔다. ━ 쿤데라·베르베르·하루키…풍성한 해외 문학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국내 문학팬들을 만난다. 4월에는 밀란 쿤데라의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이 국내 독자들을 찾아온다. '여든아홉 개의 말'은 1985년에 발표된 에세이로, 체코 출신 쿤데라가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 등 자전적 내용이 담겼다. 단행본에 담긴 또 다른 작품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1980) 체코 문화에 대한 고찰이 담긴 에세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에 관한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는 하반기 출간될 예정이다. 미국 디자이너 데이비드 스턴 마틴(1913~1992)이 디자인한 180여장의 재즈 음반 재킷과 함께 하루키의 글을 실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키메라의 시대』도 출간된다. 작품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한 생명체 '키메라'가 탄생한 이후의 세상을 그렸다. 폴란드 작가 브루노 야센스키(1901~1938)의 디스토피아 소설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는 부커상 최종 후보와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한국어로 옮겼다. 정보라 작가는 이 소설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단편 '작은 종말'로 소설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책은 전염병으로 무너진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실존의 의미를 묻는다. 홍지유([email protected])

2024-12-31

대작 줄고 봉준호·박찬욱 등판…'똘똘한 한방' 노리는 2025년 극장가 승자는? [2025 문화계]

한국영화 점유율은 58%로, 전년(48.5%)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영화는 2024년 개봉 편수(615편)가 전년(663편)보다 줄었음에도 연간 관객 수는 전년(6075만명)보다 증가한 711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해 2편의 천만영화(‘파묘’ ‘범죄도시4’)가 나왔고, ‘파일럿’ ‘소방관’ ‘탈주’ 등 중급 예산 영화의 선전도 한 몫 했다. 물량 공세보다 흥행 적중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올 3월 선보일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17’는 상반기 최고 화제작. CNN‧타임‧버라이어티 등 외신들도 ‘기생충’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을 ‘아바타3’ ‘슈퍼맨’ 신작 등과 함께 2025년 기대작에 꼽았다.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일회용’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살아남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얘기로,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 7』이 원작이다. 워너브러더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 박찬욱·이병헌 재회…'파묘' 최민식 로드무비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연출작 ‘어쩔수가없다’로 복귀한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한국 무대로 옮겼다. 제지 업체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만수(이병헌)가 아내(손예진)와 두 자녀,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려고 재취업을 향한 사투에 나선다. ‘하녀’(2010), ‘돈의 맛’(2012) 임상수 감독도 2020년 칸영화제(코로나19로 개최 취소) 공식 선정작 ‘행복의 나라로’를 5년 만에 개봉한다. ‘파묘’ 배우 최민식,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이 각각 탈옥수와 무일푼 환자 역을 맡은 로드무비다. 2025년 ‘어쩔수가없다’와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까지 한국영화 단 두 편을 개봉하는 CJ ENM은 오스카 수상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엠마 스톤 주연의 할리우드 합작 영화 ‘부고니아’도 선보인다. 유명 제약회사 사장을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으로 확신한 두 주인공의 납치극으로,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리메이크판이다. ━ 플러스엠·롯데 7편 신작…연초 오컬트 강세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 중에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다 7편씩 라인업을 공개했다. 2025년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 등 7편의 오리지널 한국영화 출시를 예고한 넷플릭스와 맞붙을 전망이다. 플러스엠은 31일 개봉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필두로 오는 설 연휴 동명 대만영화 리메이크작 ‘말할 수 없는 비밀’, 이어 강하늘‧유해진 주연 범죄극 ‘야당’, 연상호 감독의 ‘얼굴’, 하드보일드 액션 ‘열대야’,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 코믹 추리극 ‘백수아파트’를 차례로 선보인다. 롯데는 총제작비 300억원대로 알려진 김병우 감독의 웹툰 원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비롯해 배우 마동석의 악마 사냥극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부활능력이 있는 취준생(구교환)의 판타지 ‘부활남’,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 ‘행복의 나라로’ ‘정가네 목장’ ‘스트리밍’ 등을 개봉할 예정이다. 연초엔 오컬트‧공포 강세가 이어진다. ‘검은 사제들’(2015) 세계관을 이어받은 송혜교‧전여빈 주연의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1월 24일, 1990년대 동명 인기 소설 시리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2월 개봉한다. 배우 조정석이 좀비가 된 딸의 아빠가 된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좀비딸)’도 잇따른다. ━ 사랑하면 사망하는 바이러스, 소주 회사 매각 암투극… 오는 2월 5일 주연 범죄극 ‘브로큰’을 개봉하는 배우 하정우는 새해 3번째 연출작 ‘로비’도 선보인다. 김윤석은 배우 구교환과 호흡 맞춘 스릴러 ‘폭설’을 비롯해 6년 전 촬영을 마친 ‘바이러스’도 연내 개봉 예정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 뒤 수일 내 사망하는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로, 배두나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 부도 위기 국내 1등 소주 회사와 글로벌 투자사의 암투를 그린 유해진‧이제훈 주연작 ‘모럴해저드’(가제)도 개봉 준비 중이다. 장기화한 침체 속에 투자금이 마른 영화계에선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심한 요즘에도 순제작비 100억원 넘는 작품이 드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새로 제작되는 신작이 줄어 내후년은 더 힘들 것”이라며 “추후 대작들은 해외 판로를 넓혀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원정([email protected])

2024-12-30

원로 언론학자 정진석 교수의 “내 책들과의 기막힌 이별”… 『근대서지』 30호에 실린 가슴 아린 사연

소설집 『탁류(濁流)』로 장식했다.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은 『탁류』를 표지로 내세운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담잔인(大膽殘忍)하게 묘사한 인간탁류(人間濁流)와 세태의 나상(裸像)을 엿볼 수 있는 (『박문(博)』 13호, 1939.12) 『탁류』는 일제강점기 발행본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책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인연일까. 지난달(11월) 국립한국문학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최한 ‘한국문학의 동맥(動脈)’이란 전시에 『탁류』 초판(1939)이 선을 보였고, 같은 달 하순 인사동 경매에는 『탁류』 재판(1941)이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는 10여 년 전 정현웅의 장정(裝幀)을 갈무리하면서 『탁류』의 이미지를 구하는 데에 애를 먹어 이 책이 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근대 문학사나 소설사에서 이 책의 초판 발행 일자를 밝힌 것을 보지 못했다. (……) 필자가 정현웅 장정 자료집 『틀을 돌파하는 미술』에 소개한 『탁류』의 이미지는 앞표지 좌측 상단에 ‘재판금지(再版禁止)’란 기록과 함께 ‘1941년 5월 27일 자’의(총독부) 도장이 찍혀 있다. 『탁류』는 1939년 12월 15일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며, 1941년 5월 30일 재판 발행되었는데 물론 앞의 ‘재판금지’가 단순한 ‘재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발행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추가 발행이 확인되지 않은’ 『탁류』의 표지 그림은 월북 화가인 정현웅이 그린 것이다. 월북 소설가 김남천(南天)은 『탁류』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신문에 났던 것을 다시 고쳐 쓰고, 그러노라고 여간 정성을 쓰지 않았다. 책도 당당 7백여 페이지로 장정은 정현웅 씨 것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리만큼 잘 되었다.”(『濁流』의 魅, 『조선일보』,1940.1.15.)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책, 『탁류』의 이미지를 기념비적인 『근대서지』 30호의 표지로 삼은 ‘깊은 뜻’을 오영식 근대서지학회장의 이 글로 충분히 살펴볼 수 있겠다. 예나 마찬가지로 다양, 다채롭게 꾸며놓은 『근대서지』 30호에는 특히 원로 언론학자인 정진석(85)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평생 모아온 책들을 품 안에서 떠나보낸 가슴 아린 사연'을 실은 글이 눈길을 끈다. ‘내 책들과의 기막힌 이별…책을 쓰고 만들며 보낸 일생, 사라진 언론 사료들’이라는 제목으로 써 내려간 정진석 교수의 글은 평생 언론인, 언론학자로 살아온 노교수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돌아본 회고록이자 한 책(언론 관계) 수집가의 사무친 ‘책 이별기’이기도 하다. 정진석 교수는 “나는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논문과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책과 자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 좋아서 모았고, 많은 책을 만들었다. 저서가 30여 권에 공저와 편저도 적지 않다. 수십 권이 넘는 신문과 잡지 영인본을 편찬했다.”면서 “우리 최초의 신문인 『한성주보』에서 서재필 선생의 『독립신문』, 배재학당 학생들이 만든 『협셩회회보』, 『매일신문』, 『대한매일신보』의 국한문판과 한글판, 해방 후에 발행된 4대 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1945~1953) 지면(해방공간 17책, 전쟁기 간행12책)까지 내 손으로 영인했다. 내 글이 실린 잡지와 논문집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그 책과 자료들을 노교수는 ‘어쩔 수 없이’ 떠나보냈다. “내 일생의 동반자이자 분신이기도 했던 책과 자료가 일시에 내 품에서 사라졌다. 좋은 장소를 찾아 고이 보내지도 못했다. 내게는 한 권 한 권이 소중한 책들이었다. 하지만 고서점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두 가지 기준으로 생존과 폐기의 기로에 놓인다. 찾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라는.” 책 수집가라면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의 운명과도 같은, 노 교수의 회한과 한탄은 길게 이어진다. “(책은) 상품 가치 있는 물건이냐, 쓰레기 파지 신세가 될 것인가로 운명이 정해진다. 하지만 이 세상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 나 같은 사람이 마냥 껴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능력도 없다. 모든 인연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님, 형제, 친구, 연인, 소중한 인연도 언젠가는 이별의 쓰라림과 마주한다. 하지만 학문의 동반자, 내 인생 고비마다 사연이 담겨 있는 책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허전하다. 책을 사랑했던 연구자 입장에서 책과의 이별은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은 심정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는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내가 수십 년에 걸쳐 모았던 언론 관련 책들을 함께 볼 장소는 없다. 책은 영원히 사라졌다. 사회와 언론학계에 죄스럽고 안타깝다. 가슴이 아프다”는 노 교수의 술회는 ‘책의 운명과 유전(流轉)’, 그리고 책의 세상과 그와 연관된 세태를 가늠해보고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로 만든다. 『근대서지』 30호는 출판과 문학, 예술 분야의 여러 자료를 연구자들의 다각도의 시각으로 편찬해놓았다. 그 가운데 시집 『진달래꽃』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엄동섭 창현고 교장의 ‘『진달래꽃』 초간본 이본의 인쇄 방법 추정에 대한 반론’이나 한상언 영화연구소 소장의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두 권의 『천자문』’같은 글이 자못 흥미롭다. 조선전기 명필로 이름난 한석봉(韓石峯)의 『천자문』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다수의 필사본을 포함하여 목판본, 활자본 등 다양한 판본의 책 가운데 한상언 소장은 그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두 권의 『천자문』을 중심으로 구입 과정과 더불어 그에 얽혀 있는 얘기를 재미나게 풀어주었다. 바로 대조적인 인물인 만해 한용운과 을사오적 이완용의 『천자문』이 그것이다. 이번 『근대서지』 30호에는 근대서지에 관심 있는 애호가, 동호인, 연구자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자료가 잔뜩 실려 있다. 오영식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연재해온 “해방기 잡지 목차 정리 ⑧-‘치읓’ - ‘히읗’으로 시작하는 잡지들”이 이번 호로 장저의 마무리를 지었다. 아울러 지난 29호부터 시작한 ‘문학서적을 중심으로 살펴본 근대문헌의 가치-②소설책’도 흥미로운 연재물이다. 오 회장은 “‘수집가와 연구자의 가교(架橋)’를 내세우며 학회를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료의 확보가 능사(能事)는 아니었다.(……) 여전히 ‘세상은 넓고 자료는 많다.’ 『근대서지』에는 책 관련 정보와 많은 글이 실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말 영인(影印)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들이 사업 채산상 영인본을 쉽사리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잊혀가는 자료 하나라도 원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영인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근대서지』 발간의 의미를 되짚었다. 사진 제공=근대서지학회 홍윤표

2024-12-30

"민주주의 지키겠단 마음에…" 묵직한 사회과학 책 '계엄 특수'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정씨는 “제주에 여행 온 손님들 대부분은 소설이나 에세이 등 흥미 위주의 책을 구매해 가시고, 어렵고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은 잘 안 산다. 그런데 최근엔 손님들 반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다룬 책들을 펼쳐 보거나 선물을 한다며 추천해 달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이던 사회과학 분야 도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권성우(27)씨는 “최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플라톤 『국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등 정치철학 고전을 읽는 4회차짜리 모임을 열었다”며 “계엄 이튿날 모든 회차별 정원 20명이 꽉 찼다”고 했다. 대학생 최건호(27)씨도 계엄 다음 날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샀다. “이번 계엄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가진 공직자로서 자질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골랐다”는 이유를 댔다. 서울도서관에서 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읽고 있던 이모(26)씨는 “계엄 이후 한국 정치에 관심이 생겼고, 앞으로 민주주의 지켜야겠단 마음에 관련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도 자녀를 위해 관련 도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6년 차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윤정(40)씨는 어린이용 민주주의 교육 도서를 읽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눈 독서 활동 자료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열 명 넘는 부모가 자료를 신청했다. 이씨는 “독서를 하면서 그동안 당연하다고 느꼈던 자유를 누리려면 늘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회원 수 약 6만명의 온라인 독서교육 카페에도 '초2 민주주의 도서 추천해달라, 나라가 어수선하니 아이가 궁금해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어린이용 도서를 추천해주는 댓글이 줄이었다. 실제 사회과학 서적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작품 일색인 최근 도서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정치·사회분야 도서 판매량은 계엄 전인 11월 22일~지난 3일 대비 4~15일 15.2% 신장했다. 계엄 전 민주주의 키워드 관련 판매량 상위 목록에도 없던 스티븐 레비츠키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계엄 이후 열흘간 판매량 1위 도서로 올라섰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내용이 어려운 사회과학 서적은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계엄이 선포되고 내란, 쿠데타 등 단어가 흔히 쓰이다 보니 이 개념을 탐구하려는 흐름이 생겼다”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계엄으로 모든 문화적, 사회적 성과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의식이 최근 ‘텍스트힙’ 현상과 맞물리면서 관련 도서 인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소영([email protected])

2024-12-27

'소년이 온다' 밀리언셀러...노벨문학상에 뜨겁게 화답한 독자들[2024출판계]

한국 사회 전체로도 올해의 톱 뉴스감. 한국 첫 노벨문학상 소식에 독자들은 빠르게, 그리고 뜨겁게 화답했다. 지난 10월 10일 수상자 발표 직후부터 책 주문이 폭주해 서점 매대의 물량이 동나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판매량도 놀랍다. 덕분에 최근 서점가에서 보지 못한 연간 밀리언셀러, 즉 한 해 판매량이 100만부 넘는 책이 탄생했다. 출판사 창비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120만부가, 『채식주의자』는 97만부가 노벨상 발표 이후 새로 판매됐다.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 이후 기존의 판매부수도 100만부를 넘었던 작품.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는 기존 판매부수가 57만부였다. 그 두 배가 노벨상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에 새로 나간 셈이다. 놀라운 속도는 문학동네가 펴낸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 2021년 출간된 최신작으로 노벨상 발표 이후 84만부를, 같은 출판사가 펴낸 『흰』은 33만부를 새로 제작했다. 문학과지성사가 펴낸 6종의 한강 책들 역시 유일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23만부를 포함해 53만부를 새로 배본했다. 판매·제작·배본 등 출판사마다 집계 기준이 다르지만, 열거한 책들만을 합해도 어림잡아 400만부에 가깝다. 특히 1980년 광주의 아픔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12월 들어 노벨상 시상식은 물론 계엄령 선포와도 맞물려 관심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창비 염종선 대표는 "계엄령 이후 시위 현장에 책을 갖고 나온 독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예스24의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는 1~3위를 포함해 10위 중 절반을 한강 책이 차지했다. 두 서점은 '한강 효과'가 다른 문학서 판매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가 '소설'과 '시/에세이'로, 예스24가 '문학'으로 분류한 책들의 판매량은, 한강 책을 제외하고도 노벨상 발표 이후 11월 말까지 전년 대비 각각 30.0%, 26.6%, 13.7%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교보문고는 올해 베스트셀러 100위권의 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8.4% 늘었지만, '한강 효과'를 제외하면 8.1% 줄었다고 밝혔다. 사실 최근 출판계는 노벨상의 감격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시기 전반적으로 도서 판매가 늘어났던 것과 달리 출판시장이 위축된 데다 전망도 밝진 않다. 이를테면 성인 독서율은 꾸준한 하락세다. 문체부가 올봄 발표한 2023년 성인 독서율, 즉 교과서·수험서·만화·잡지 등을 제외하고 일반도서를 1년에 1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43.0%에 그쳤다. 1994년 조사의 86.8%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은 젊은 독자들의 열기와 함께 성황을 이뤄 화제가 됐다. 5일간 관람객이 15만명. 지난해의 13만명보다 2만명 늘었다. 어린이책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이금이 작가가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같은 상의 그림 작가 부문을,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 어린이책에 세계 무대의 조명이 이어졌다. 쇼펜하우어는 올해 베스트셀러의 또 다른 주역.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그의 말과 생각을 담은 책들이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중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지음)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모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9월 출간 이후 배우 하석진이 읽는 모습이 TV에 비춰져 폭발력을 더했고 지금까지 46만부가 팔렸다. 유노북스 이현정 팀장은 "''삶은 고통'과 같은 오히려 따뜻하지 않은 쇼펜하우어의 말이 지금 시대 독자들에게 위로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클레어 키건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아일랜드 작가는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인 『맡겨진 소녀』로 지난해에야 처음 한국에 소개됐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등 명사들의 추천 속에 관심이 이어졌고 올해 영화로도 개봉한 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예스24와 알라딘이 각각 독자 투표로 정한 '2024 올해의 책'에서 나란히 1위에 꼽혔다. 출판사 다산북스에 따르면 10만부 넘게 팔렸다. 교보문고, 예스24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외국 소설 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후남([email protected])

2024-12-27

코바코 공익광고, 디지털 광고대상 등 수상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는 올 한해 저출생 극복, 공공매너, 청소년 도박 예방 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의식 확산에 기여하였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4 대한민국 디지털 광고대상 등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한국디지털광고협회에서 주최한 2024 대한민국디지털광고대상(KODAF 2024)에서 공익광고 ‘공공매너-반전매너’ 편이 특별부문 내 공공분야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갈수록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일상 속 공공매너 실천을 강조한 메시지의 수용도가 높았다는 평가였다. 사회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한 ‘장애인(발달장애 등)’ 편은 공익광고 송출과 함께 진행한 ‘위드 슬로우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공익광고 ‘보이스피싱예방’ 편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각색해 광고 주목도를 높이고 관련 범죄 예방 및 대처 방안을 쉽게 안내하여 국민들의 보이스피싱예방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지난 3월 제32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코바코 공익광고협의회는 지난 11월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제2회 한국공공브랜드대상에서‘공공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익의 극대화를 위한 국민 소통에 탁월한 활동으로 공공이익 제고에 공헌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공익광고 작품의 수상 발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바코 관계자는 “코바코 공익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해 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공익광고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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