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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닥칠 현실 당긴 '미키17'…봉준호 "부부 독재할 때 이상한 시너지"

사랑에 울었죠" 1980년대 군사정권 시대상을 새긴 형사물(‘살인의 추억’), 386세대와 한·미 관계를 은유한 괴수 액션(‘괴물’), 신랄한 계급 풍자(‘기생충’) 등을 만들어온 사회파 거장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유럽(런던‧베를린‧파리) 홍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봉 감독을 19일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만났다. 영화 말미 미키가 꾸는 악몽이 오히려 그간 봉준호 영화 속 현실적인 결말답게 느껴졌다고 말하자, “해피엔딩을 보고도 못 믿었단 말이냐, 너무한다”고 농담조로 운을 뗀 그가 진짜 속내를 털어놨다. “그동안 내 영화가 현실의 쓰라린 모습을 풍자하다 보니,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대했어요. 미키한텐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손해를 봐도 웃기만 하는 이 착해 빠진 청년이 이미 17번이나 죽었는데 또 죽게 하고싶지가 않았다는 얘기였다. 원작에서 인간의 짓밟힌 존엄성을 상징하는 '휴먼 프린팅' 개념과 함께 "절대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게 바로 미키의 사랑 이야기였다. 최정예 요원인 여자 친구 나샤(나오미 애키)가 미키를 어떻게 지켜주는가. 이를 묘사한 대목을 읽다 말고 눈물까지 흘렸단다. 미키의 세계를 구하는 것도 나샤의 사랑이다. “나샤의 순수하고도 상식적인 마음과 정치가 어긋나지 않는 것. 그런 게 좋은 정치 아닐까요.” ━ "과거에도 부부가 독재할 때 이상한 시너지" 영화엔 세상을 망치는 사랑도 나온다. 외계 개척선의 독재자 마셜(마크 러팔로)과 그 아내 일파(토니 콜렛)다. 지구에서 실패한 정치가인 마셜은 화려하고 자기 과시적이지만, 사실 아내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일파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를 봉 감독이 새롭게 빚어낸 것. 홍보차 방문하는 나라마다 자국의 정치가 부부가 연상된다는 이가 많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봉 감독이 비상계엄 후 탄핵 지지 성명에 동참한 것도 이런 해석을 불러냈다. 이날 “대통령 선거 이전인 2021년 시나리오를 탈고해 촬영을 2022년 마쳤다”고 거듭 강조한 봉 감독은 “독재자 캐릭터가 끔찍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매력 있어야 했다. 과거에 부부가 독재할 때 이상한 시너지가 있더라”며 역사적 사례를 들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부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부부 등이다. 영미권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상 영화로 주목받았다. 극 중 마셜이 총살 시도에서 살아남는 장면이 지난해 대선 유세 중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촬영 당시 마크 러팔로와 한국‧미국 정치가들을 서로 휴대폰으로 보여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두 과거의 정치가들이었다. 작년에 그 사건(트럼프 저격 미수)이 있은 후에 저희도 신기하다는 얘기는 했다. 영국에선 '봉 감독 집에 미래를 보는 수정공이 있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그는 돌아봤다. 또 “이탈리아에선 마셜한테서 무솔리니를 보더라”면서 “각 나라의 정치적 스트레스를 투사해서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영화사가 빼자던 그 장면, 되풀이 정치사 악몽에 담아 외계 얼음 행성 원주민 '크리퍼'들의 끈끈한 동족애도 부각했다. 인간들은 미키에게 죽을 만한 임무를 몰아주곤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지만, 크리퍼들은 인간에게 납치당한 아이를 구하려고 다 같이 쏟아져 나와 평화적인 시위를 한다. 인간 사회의 한심한 모습을 대비하기 위한 설정이다. 인류 정치사에 반복돼온 악순환을 "다크한 단편영화처럼 강렬한" 악몽 장면에 담은 것도, "이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우리가 다시 (한심한 모습으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인상을 확실히 남기고 싶어서다. 스튜디오(워너브러더스)에서 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가 거절했다"고 봉 감독은 설명했다. 실제 그의 정치적 관점과도 연관되는 연출이다. 전날 방영된 MBC 시사 프로 ‘시선들’에서 "12·12 군사반란을 초등학교 4학년 때 겪었는데 우리 세대가 생애 다시 한번 계엄령을 겪으리라고는 상상 못 했다. 황당했다"고 밝힌 그는 20일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과 함께한 내한 간담회에선 "다행히 일상은 계속됐고, 국민은 계엄을 극복했다. 남은 건 법적·형식적 절차"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면 지하철역에서 나와 주택가 골목을 걸을 때 어떤 냄새가 나는지, 행인들의 디테일까지 머릿속에 떠오르죠. 다른 언어권 무대의 작품은 조사하고 상상하며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SF처럼 우화적인, 약간 추상화하거나 직설적인 이야기를 해버려도 상관없는 장르에 더 의지하고 싶어지죠. 그게 SF의 재미이기도 하고요." ━ "2054년도 시나리오 쓸듯…이상한 감독으로 기억되고파"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이후 세계적 거장이란 명성에 대해 그는 “세계 제패란 표현은 차범근 선수,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손흥민 선수나 방탄소년단(BTS), 로제 같은 분들이 더 맞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차기작은 심해어를 소재로 한 그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 서울 배경의 실사 공포 액션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미키 17’의 배경인 2054년, 85세 노인이 됐을 자신을 이렇게 상상했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기계 몸을 장착하고 계속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184번째 영화까지…. 좀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계속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원정([email protected])

2025-02-20

[K컬처에 빠지다]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언어 교재에서는 “제임스가 메리에게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이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같은 일반적인 문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재에서는 “제임스는 메리를 배려해 마지막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은 선생님의 지혜를 배우며 경청했다”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에서는 “건강을 잘 챙기세요”, “술을 많이 마시지 말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부모님을 존경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좋은 학습 습관은 행복과 성공으로 이어집니다”와 같은 문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문화가 도덕적 교훈을 포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 교훈을 판소리를 통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행운을 가졌다. 이와 같은 공연 예술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판소리는 하나의 사촌격인 장르가 있다. 판소리의 멜로디적 특성은 미국 블루스의 ‘벤트 노트(bent notes)’와 매우 닮았다. 기술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감대도 같다. 판소리와 블루스는 모두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슬픔을 표현하며, 억압을 극복해 존엄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음악이다.     판소리의 ‘한(恨)’은 블루스와 직결된 감정이다. 블루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판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판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블루스를 공감할 것이다.   판소리의 힘은 단순히 놀라운 체력과 강한 폐활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판소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국가 간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음악의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열정과 도덕성은 좌우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음악에 대한 공통된 사랑으로 중심에 설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존엄성과 미덕을 추구하며, 삶의 의미를 갈망한다.   우리는 다양한 예술에서 이러한 공통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비록 의견과 신념은 다를지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예술을 공유할 수 있다. 판소리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사랑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과 미국인이 개인적, 정치적 차이를 넘어 판소리를 함께 즐기며 이 예술을 만들어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경외감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판소리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가 많은 해외 국가와 도시에서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가끔 판소리 단가 공연이 열리지만, 최근 몇 년간 내가 알기에는 미국에서 전막 판소리 공연이 열린 적은 없다. 미국 내 2세, 3세 한인들과 미국 시민들이 이 독특한 공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면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판소리의 놀라운 힘을 모두와 함께 나누자. 음악은 세상을 더 즐겁고 감동적으로 만들며, 판소리는 음악을 더욱 감동적이고 즐겁게 만든다.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음표 진보 판소리 예술가 판소리 공연 판소리 단가

2025-02-19

이준영 “군입대 기대돼..그만둘까 싶던 지난날, 사건사고없이 이대로만”[인터뷰 종합]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같은 시간을 그린 작품. 지난 14일 첫 공개된 ‘멜로무비’는 넷플릭스 국내 TOP 10 시리즈 중 1위 자리를 지키며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이준영은 “저도 1위인줄 어제 알았다. 들뜨기도 하면서도 너무 들뜨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한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작품인 만큼 SNS에서도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된 코멘트를 받고 있다는 그는 “온갖 언어 덕에 많은 국가에서 우리 작품이 사랑받고 있구나 체감했다”며 “‘왜 헤어졌냐’는 댓글들이 많더라. 처음 보는 언어들도 있어서 번역기도 돌려보고 했던 것 같다. 결과론적으로는 ‘왜 아름다운 만남을 이루지 못했냐’는 질문을 해주시더라”라고 글로벌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작중 이준영은 천재라 자부하지만 현실은 무명 작곡가 홍시준 역을 맡았다. 홍시준은 7년간 교제한 손주아(전소니 분)와 헤어진 뒤 5년만에 재회하지만, 끝내 함께할 수 없음을 깨닫고 완전한 이별을 하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는다. 이준영은 이같은 결말에 대해 “이준영으로 봤을때는 그렇게 마무리하는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노력해서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보다는 현재 본인 모습을 인정하는 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저는 느꼈다. 시준이의 입장에서는 아마 다시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져야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준영’으로서의 생각과 ‘홍시준’으로서의 생각을 명확히 구분지은 그는 “시준이는 음악을 하는 친구이다 보니 음악 작업을 할때 모습에 저를 많이 투영하려 했다. 비슷한 점은 그래도 포기 안 하고 해왔다는거. 학창시절부터 서른이 되기까지 성공하고 빛을 발하진 못하지만, 나중에 가서 성공하게 되기 전까지도 계속해온 꾸준함은 비슷한 것 같다”고 공통점을 짚었다. 실제로 이준영은 홍시준이 그랬듯 음악 활동을 하면서 여러 번의 도전과 좌절을 겪어 왔다. 이에 그는 “개인적으로 위로받았던 신이 최우식 배우랑 같이 찍을 때 시준이가 ‘나 이제 그만 둘까’라는 대사를 한다. 되돌아보니까 저도 그 생각을 몇번 했더라. 그런 상황적인 부분이 비슷했던 것 같다. 제가 자존심이 없는 편도 아니고, 어릴때 ‘난 해낼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을 하다가 부딪히는 상황들이 생기면 가끔 ‘아무도 모를 때 그냥 그만 두는게 맞나, 계속 하는 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돌이켜 봤다. 이어 “그래도 제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하더라. 이 일 말고 뭘 할수있을까 생각했을 때 대안이 없었다. 그정도로 이 일을 너무 사랑했고, ‘많이 만나지 못하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해요’, ‘이런 모습이 참 좋은것 같아요’라는 글이나 편지를 보면 그냥 이 꽉 깨물고 버텨보자는 생각도 들었다”며 “전에는 저도 ‘왜 내 음악을 많이 안 들어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전 회사에서 아이돌 활동을 했을 때 회사에 제가 만든 곡을 내면 ‘X’가 나왔다. 그때마다 내가 재능이 없나 싶어 좌절했다. 근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라. 본인이 만들어낸 음악과 작품은 본인만이 만들어낼수 있는거라 최대한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고 지칠때도 계속 썼으면 좋겠다. 기록같은 걸 많이 해놓고 절대 겁먹거나 기죽지 말고 본인이 제일 잘 하는 작품들 많이 내달라. 제가 꼭 들어보겠다”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향한 응원과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준영과 홍시준의 교집합이 음악이라면, 연애 스타일은 정 반대였다. 이준영은 연애할 때 미련이 있는 편인지 묻자 “저는 칼같다. 서로 안 맞아서 헤어진거면 100% 그 부분을 가지고 또다시 언쟁하는 상황이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한번 두번 유예기간 존재하겠지만 그 이상이 된다면 저는 ‘들어가십쇼’ 이렇게 된다”며 “(시준이는) 답답하다. 조금만 본인 걸 내려놓고 옆의 사람을 챙겼으면 주아랑 그렇게 틀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읽을 땐 ‘이 정도인가?’ 싶었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제가 봐도 별로더라. 그런부분들이 주아를 많이 지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애 경험이 많이 없다는 그는 “많이 바빠서 데이트 할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자신의 경험담보다는 자주 가는 단골집 사장에게 조언을 구해 연기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멜로 작품 속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액션 장르를 더 선호한다고. 그럼에도 ‘멜로무비’를 택한 이유를 묻자 이준영은 “주아와 시준이의 멜로적인 스토리도 있지만 오히려 시준이에게 놓인 상황들이 끌렸다. 현실적이지 않나. 제가 항상 작품을 고를때 조금 더 제대로 내 감정을 보여줄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싶다는게 1번이다. 시준이를 보는데 나이도 비슷하고 제가 해봤던 고민들을 똑같이 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끌렸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는데, 감사하게 작품 나오고 저를 아는 지인들이 ‘이거 그냥 넌데?’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 부분은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이 너무 재밌었고, 오충환 감독도 작업을 해보고싶었다.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연애경험 많냐’고 여쭤보셨는데, ‘사실 없다’고 답했다. 근데 감독님께서 ‘우리가 주가 멜로같지만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중요 메시지 중 하나라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해서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약한영웅 Class2’랑 같이 찍고 있을 때라 감독님께서 눈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시준이로 돌아와’라고 해주셔서 조금 더 집중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영은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가정해서 꾸며야하는 캐릭터보다 살면서 한번이라도 느껴봤던 감정 가진 캐릭터가 항상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멜로무비’ 속 홍시준의 핵심 감정은 ‘불안정함’이라고. 그는 “저도 지내오면서 사람이다 보니 모난 부분이 있다. 그게 매 해 나이를 먹을수록 깎여나가거나 정제된다고 생각했는데 시준이나 다른 인물들도 하나씩 뾰족한 부분들이 있더라. 그런 성장 이야기들이 좋았고 그래서 음악적 고민이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고민했을 때의 모난 부분들을 오랜만에 끄집어봤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마스크걸’, ‘로얄로더’ 등 악역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준영은 오랜만에 따뜻한 작품들을 하며 “편했다”고 털어놨다. 박상식(김영웅 분)과의 장면에서는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다만 주아와의 감정신을 연기하며 심적으로 지쳤다는 그는 “완전한 멜로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 이제 안 싸우고 싶다. (감정신이)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힘들었다는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기회가 생긴다면 헤어진걸로 시작하는거 말고 서로 좋아하다가 만나는 장르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준영은 ‘멜로무비’에 대해 “제가 살다가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왔을 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것 같다. 제가 보면서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위로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더라. 고민하고 있는 모든 세대들이 위로 받는다는 게 굉장히 어렵지 않나. 저희 작품을 통해서 꼭 위로 받으셨으면 좋겠고 저한테도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시간을 갖는 능력을 얻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치열하게 앞만 봤다. 저한테 굉장히 냉정하고 채찍질도 많이 하고.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내가 이런 시기가 있었을때 나를 조금 돌아볼걸’ 싶더라. 한번이라도 괜찮다, 쉬어도 된다는 얘기를 제가 안하니까 남들이 좋은 얘기를 해줘도 안들렸던 시기였다. 앞으로는 조금 많이 안아주고 가자는 생각도 들었고. 오랜만에 따뜻했고, ‘마스크걸’이나 ‘로얄로더’ 다음에 ‘이런 연기도 할 수 있어요’ 하는 것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그런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전했다. ‘멜로무비’를 마친 이준영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약한영웅 Class2’, KBS2 ‘24시 헬스클럽’까지 차기작 공개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그는 “제가 했던 일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사는 사람은 아닌데 정말 다 다른 성격을 띤 작품이 연달아 나오게 돼서 이런적 처음이라 반응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잘 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느정도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1997년생으로 만 28세인 이준영은 군입대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준영은 군입대 계획을 묻자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올해 아니면 내년쯤 생각하고 있다. 군대에 대해 크게 생각은 안 한다. 가면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거라 배우 입장에서는 기대도 된다. 제가 안해봤던 경험을 하러 떠나는거기때문에 건강한 마음으로 입대를 할 예정”이라며 “군대가 기대된다. 좀 엉뚱하죠? 보통 다들 걱정을 하는데, 물론 걱정은 된다. 모두가 하는 갔다 와서의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생각할 수 있지만 크게 저를 좌지우지 하게 만들진 않고, 재밌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특히 ‘군백기’가 바짝 다가온 시점에 앨범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이준영이 가수로서 노래를 내는 것은 2020년 10월 디지털싱글 ‘AMEN’ 발매 이후 약 4년만이다. 그는 “제가 야심차게 준비하는게 있다. 오랜만에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정말 준비 단계다. 지금 열심히 곡도 쓰고 있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무대에 대해서도) 회의 중이다. 올해 안으로는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며 “입대전 마지막 선물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덧붙여 기대를 더했다. 특별출연한 tvN ‘원경’을 포함해 올 상반기에만 무려 다섯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이준영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옛날에 정말 시준이 같았던 때는 무조건 성공하고 싶다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다. 인정 받아야 되고, 잘 해내고 싶고, 완벽한 걸 만들어내고 싶고. 하지만 지금은 이 상태를 쭉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것도 저는 너무 행복하다. 반대로 지금 정도도 유지 못하게 되면 상실감이 클것 같아서 지금 제 가장 첫번째 목표는 사건사고 없이 지금 이 상태를 쭉 유지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본에 나온 감독님과 작가님이 전하고싶은 메시지를 과장없이 진실되게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싶다. 그게 어렵더라. 아직은 저도 성장하는 중이고,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말 툭툭 내뱉는데 모두에게 위로되거나 경각심을 주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싶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email protected] [사진] 넷플릭스  김나연([email protected])

2025-02-19

[이아침에] ‘희랍어 시간’을 읽고

언어에 대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우리처럼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운 모국어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부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네 살 때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아직 자음, 모음에 대한 인식 없이 모든 글자를 통 문자로 외웠다니 가히 놀랄만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녀는 일기장 뒤쪽에 단어들을 적기 시작했고 후에 그 단어들은 스스로 꿈틀거리며 낯선 문장을 만들었다.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수시로 잠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명치를 눌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 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겨울, 수천 개의 바늘로 짠 옷처럼 그녀를 가두며 찌르던 언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뭉클뭉클한 솜처럼 시간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침묵이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는 말을 잃게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눈이 멀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남녀 모두 각자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삶을 견뎌내던 중 희랍어 강사인 남자와 수강생으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어느 날 희랍어 교실로 향하던 중에 빌딩 지하실에서 사고로 생명줄과도 같은 안경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말을 잃은 그녀가 시력을 잃은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를 그의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면서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그 둘은 남자의 작은 방에서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며 치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이토록 우아하게 묘사할 수 있는가 완전 감동이다. 언어에 그토록 예민한 작가는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자신의 혀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말 외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인간의 혼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 보완해 가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 아닌가. 세상은 이제야 그녀를 알아본다. 이제 그녀는 활짝 꽃피울 일만 남았다. 정명숙 / 시인이아침에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희랍어 교실 국어 시간

2025-02-18

"'아저씨' 인기로 따돌림, 심하게 괴롭혔다" 故김새론 짧은 삶, 생전고통 '먹먹' [Oh!쎈 이슈]

언어나 다른 공부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던 바. 김새론은 이어 “영화 ‘아저씨’가 워낙 유명했지 않았나. (그 영화의 개봉) 이후 전학을 갔는데 새로운 학교의 친구들은 나를 연예인으로 인식했던 거 같다. 심하게 괴롭혔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새론의 하교 길에 위치한 놀이터 미끄럼틀에 욕이 적혀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 매일 사용하는 신발장에서 신발이 없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생일파티 한다고 오라고 했는데 가면 아무도 없던 때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연기 활동 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김새론은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다. 근데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좋았다.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게 영화를 개봉하고 극장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데 내 이름을 보는 희열이 엄청 컸다”라고 말했다.  2009년 영화 ‘여행자’로 데뷔한 김새론은 2010년 배우 원빈과 함께 출연한 영화 ‘아저씨’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영화 ‘나는 아빠다’ ‘이웃사람’ ‘바비’ ‘참관수업’ ‘만신’ ‘도희야’ ‘맨홀’ ‘대배우’ ‘눈길’ ‘동네 사람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패션왕’ ‘엄마가 뭐길래’ ‘여왕의 교실’ ‘하이스쿨:러브 온’ ‘화려한 유혹’ ‘마녀보감’, '사냥개들'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변사사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서가 발견된 것은 없다”라며 “특별한 수사내용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새론은 전날 오후 4시 54분께 서울 성동구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새론과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자택에서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과 변압기를 들이받고 도주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3년간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 연극 '동치미'로 2년여 만에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복귀가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건강상 이유로 하차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김아임’으로 개명하는 등 카페 개업과 연예계 복귀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아산병원에 빈소가 마련됐으며 배우 원빈, 한소희, 김보라, 가수 악동뮤지션 등의 동료들이 조문하며 애도를 표했다.  발인은 19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사진] OSEN DB, 방송 캡처, SNS 최이정([email protected])

2025-02-17

4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92년생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 사랑으로 혐오와 미움을 부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예소연(33)이 17일 서울 중구 한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다. 출판사 다산북스는 예 작가의 소설 ‘그 개와 혁명’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반세기 동안 이 상을 주관해 온 문학사상에서 다산북스로 운영권이 넘어간 이후 나온 첫 수상작이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재미와 공감을 주면서 우리가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혁명 지점을 차갑게 보여준다”며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심사위원 본심 대표로 간담회에 참석한 은희경 작가는 “아버지와 딸 세대 간 반목, 대립과 정면대결하지 않고 유머를 통해 날카롭게 돌파해간다는 데서 소설의 커다란 기세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등단 4년 차…김애란과 최연소 타이기록 1992년생인 예 작가는 김애란(2013년 수상 당시 33세) 작가와 함께 이상문학상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1990년생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예 작가는 장편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과 단편집 『사랑과 결함』을 펴냈다.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지난해 1월 ‘문장웹진’에 발표되고 단편집 『사랑과 결함』에 수록된 ‘그 개와 혁명’은 대학 85학번 운동권 출신 아버지 태수와 청년 페미니스트 딸이 의기투합해 치르는 태수의 ‘혁명적’ 장례식을 배경으로 한다. 예 작가는 “우리의 삶에 좀 더 유연함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며 “소설을 쓰면서 힘들었던 대학 시절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는데,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상작에 대해서는 “(투병하다 작고하신) 아빠가 아플 때 어찌할 줄 모르고 동동거렸던 제 모습이 담겨있어 부끄럽고 슬프게도 느껴지는 소설”이라고 했다. 은희경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아버지 태수로 상징되는 시대를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파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장례를 치르는 동시에 그 시대의 언어로 새 출발을 꾀한다”며 “포용적이면서도 혁명적이라는 형용모순이 성립된다”고 평가했다. 은희경은 1998년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 “출간 여부, 수상 전력 보지 않았다” 소설가 이상(1910~1937)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국내 중·단편 소설 분야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힌다.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 대상은 지난해 국내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300여편. 기존 방식과 달리 작품의 발표 플랫폼과 기출간 여부, 이상문학상 수상 전력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은희경 작가는 “그간 이상문학상은 다른 작품집에 실렸거나 단행본으로 묶인 작품을 수상작에서 제외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책에 실린 작품과 이미 다른 문학상을 받은 작품까지 제외하지 않고 올해 가장 멋진 소설이라 생각되는 작품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작품집에는 수상자 6명과 예심 심사위원 6명이 심층 대담한 인터뷰 여섯편이 함께 수록됐다.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에는 김기태 ‘일렉트릭 픽션’, 문지혁 ‘허리케인 나이트’,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최민우 ‘구아나’가 선정됐다. 이상문학상 상금은 대상 5000만원, 우수상 각 500만원이다. 홍지유([email protected])

2025-02-16

'하늘과 별과 바람의 시인' 윤동주 …日서 80주기 맞아 '명예박사' 받아

언어 표현과 깊은 감정 표현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대표작으로 꼽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한국에서 높게 평가받으며 서거 8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가 공부한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지만, 그의 시에는 자유와 인권,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으며 도시샤의 교육이념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일동포들과 도시샤대가 힘을 합쳐 30년 전인 1995년 교정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도시샤 캠퍼스를 찾고 있다”며 “30년 동안 시비가 있는 한쪽엔 헌화가 끊이는 날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동주 시인이 ‘시’라는 형식을 통해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는 점에서 존경을 표함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유대 강화와 평화를 기원한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시비 건립을 주도한 박희균 윤동주를 추모하는 모임 회장은 “이번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윤동주 시인이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후 열린 추도식에서 진창수 주 오사카 총영사는 “시비가 건립된 후 매년 2만명이 넘는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화해와 평화 정신을 되새기며 한일 양국이 가져야 할 역사적 교훈을 깨닫게 해줬다”고 밝혔다. 1917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연희전문대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1942년 4월 도쿄에 있는 릿쿄대(⽴教⼤)에서 공부했다. 릿쿄대에서 영문학과 동양철학사를 공부했던 윤동주는 학교 문장이 새겨진 원고지에 ‘쉽게 씌여진 시’ 등 5편을 남겼다. 이후 1942년 도시샤대 영문학과로 편입했고, 1943년 7월 항일독립운동 사상범으로 체포된 뒤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 나이로 옥사했다. 한국에서 윤동주의 시가 공개된 것은 1947년의 일이지만 일본에서 윤동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5년 재일조선인 시인 허남기의 번역으로 ‘슬픈 족속’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받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1990년 일본 문학작가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가 윤동주의 시를 인용해 쓴 수필이 실리면서 일본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윤동주가 공부했던 릿쿄대 역시 80주기를 맞아 오는 23일 추도예배와 시낭송 행사를 개최한다. 김현예([email protected])

2025-02-15

크래비티, 日 도쿄 전석 매진→오사카 콘서트 성료.."러비티 고마워"

언어로 소통했다. 이어 크래비티는 일본 팬들에게 스페셜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는 3월 26일 정식 발매를 앞둔 일본 두 번째 미니 앨범 '젤리 빈(Jelly Bean)'의 수록곡이자 일본 오리지널 곡 ‘스코치(SCORCH)’ 무대를 깜짝 공개해 공연장 분위기를 예열했다.  '뉴 애딕션(New Addiction)'과 지난해 12월 발매한 '파인드 디 오르빗(FIND THE ORBIT)'의 타이틀곡 '나우 오어 네버(Now or Never)'로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무대를 꾸민 크래비티는 이어진 VCR 영상으로 공연의 퀄리티를 더욱 높였다. 이어 발매 전인 '에니그마(Enigma)' 무대를 선보이며 콘서트 장에 열기를 띄운 후 에너제틱한 무드의 '문라이트(Moonlight)'와 '세라비(C'est La Vie)', 그리고 일본어 버전의 '러브 오어 다이(Love or Die)'로 '로드 투 킹덤'의 감동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후 크래비티는 일본 가수 Da-iCE의 '아이 원더(I wonder)'를 톡톡 튀는 멜로디만큼 매력을 뽐냈고, 백 넘버(back number)의 '수평선(水平線)' 무대에서는 러비티에게 힘을 주며 황홀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더불어 무대 중간에 멤버들의 케미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해 6월 발매한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쇼 오프(SHOW OFF)' 무대로 크래비티는 앞서 선보인 무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부드러운 멜로디와 멤버들의 보이스로 무대를 완성시켰다. 이어 '그루비(Groovy)'와 '딜리 달리(Dilly Dally)' 등 흥겨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으로, 크래비티다운 청춘의 뜨거운 에너지를 느끼게 만들었다.  또 크래비티는 앨범 발매에 앞서 먼저 선공개된 '젤리 빈' 무대를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하며 현장을 찾은 러비티에게 특별한 경험과 선물을 선사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무대를 떠난 크래비티는 팬들의 뜨거운 앵콜 성원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블루 앤 화이트(Blue & White)'와 팬송 '치즈(Cheese)'를 끝으로 관객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했다. 특히 공연 시작부터 무대, 토크, VCR 등이 쉴 새 없이 몰아치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무대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선공개 당일에 개최한 콘서트인 만큼 선공개곡 '젤리 빈'을 비롯해 발매 전인 수록곡들까지 소화하며 팬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크래비티는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오랜만에 일본에 있는 러비티를 마주하고 무대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내내 설렘 가득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냈고, 이번 공연을 통해 발매되는 앨범의 선공개곡 '젤리 빈'과 수록곡들을 먼저 선보였는데 관객분들이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주셔서 고마웠다. 앞으로 공개되는 '젤리 빈' 앨범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 크래비티는 언제나 이 자리에서 러비티를 위해 노래할 테니 언제든 다시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사랑해요 러비티"라고 소감을 전했다.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크래비티는 오는 3월 26일 일본 신보 '젤리 빈'을 발매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사진]아뮤즈 제공. 선미경([email protected])

2025-02-15

[문화산책] 한글 전용과 문해력 논란

언어순정주의자(言語純正主義者)의 탄원서다”라고 적혀 있다. 저자의 서문은 한결 절절하다.   “우리 어문의 타락상이 하 분키로 부득이, 실로 마지못해, 이 통분(痛憤)의 글을 쓴다.”   작심하고 쓴 저자의 용기를 존중하지만, 많은 논쟁을 불러오거나 아예 무시당할 것 같은 걱정도 든다. 가령, 저자는 우리 말과 글이 타락한 원인은 한글 전용 때문이라고 고발한다. 어조도 매우 격정적이다.   “이 모든 문제의 장본(張本)은, 넓은 의미로, 한글 전용에 있고, 그 장본인은 다름 아닌 한글 전용론자(專用論者)들이다. 우리 선인(先人)들이 수천 년간 써오신 한자(漢字), 우리의 그 국자(國字)를 짓밟고 한글 전용 광란(狂亂) 반세기에 남은 것이 무엇인가? 우리 민족 문화는 쇠진(衰盡)하고 단대적(斷代的) 비극을 초래했을 뿐이다. 한글 전용은 우리 민족 문화의 난적(亂賊)이다.”   물론, 공감 가는 견해이기는 하지만,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나는 이민 오기 전에 잠시, 한 미술대학에서 한국미술사 강사 노릇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수강생들이 공교롭게도 한자를 배운 적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었다. 그런 학생들에게 미술사를 가르치려니 강의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강의 때마다 문교부의 언어정책을 원망했던 악몽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글전용을 전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반대할 수 없다.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국민의 대부분이 한글 전용 세대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더구나 “한글이 한국어인가?”라는 저자의 문제 제기에 이르면 더욱 동의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 논란이 심각한 최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문해력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문자의 이해와 활용 능력을 의미한다. 한국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심각하다. 예를 들어 보자.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한데”   “고지식? 지식이 높다는 뜻?”   “우천시 장소 변경 예정? 우천시가 어디 있는 도시냐?”   이 책의 저자 변완수 선생 같은 전문가들은 이런 기막힌 현상이 한글 전용의 부작용이라고 강력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역사적 맥락으로 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의 70% 이상이 뜻글자인 한자에 온 낱말이라고 본다.   그러니 한자를 모르고는 우리의 정신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은 영어의 알파벳 같은 ‘발음기호’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게 토대가 허약해진 어문(語文) 환경에 일본말 찌꺼기가 아직 상당히 남아 있고,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밀려들어 오고, 거기에 정체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말 사랑 지극한 이들이 피눈물로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좋은 글, 건강한 문장이 많아져야 한다. 품격있고 바른 글, 아름다운 문장의 문학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빌고 또 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한글 전용 한글 전용론자 모두 한글 한국미술사 강사

2025-02-13

[조승현의 기쁨과 희망] 결국 모든 기계는 지능을 가질 것이다

언어를 몰라도 외국인과 가볍게 대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그림도 그려주고 문학작품도 작성해 준다. 이런 가공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 앞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가진다. 기계는 자기 죄에 눈물 못 흘려 AI 윤리는 결국 개발자 윤리 교황청 윤리 가이드라인 발표 AI 노예 여부 우리에게 달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온다. 인공지능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 능력을 닮는 것이라면 인공지능이 닮고자 하는 ‘인간’에 대해 파악하는 일은 당연하다. 인간을 설명하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은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진리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오직 인간만이 마음의 눈으로 진리이신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 사람들의 사랑을 보며 인간은 신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다. 혹은 고통이나 죽음을 통해서도 신을 만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인간만이 기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정보처리 할 수 있을 뿐이지 인식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진리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없는 인공지능은 삶의 도리를 깨우칠 수 없다. 무엇보다 진리를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하느님의 소리가 들리는 양심이 없다. 인간은 양심을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하고 삶의 바른길을 찾아간다. 인간은 다른 이를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기도 한다. 인간은 선한 일을 했으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죄를 지으면 자책하며 양심의 아픔을 느낀다. 인간은 양심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프로그램대로 작동하지 못한 ‘오류’가 있을 뿐이지 ‘양심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더욱이 인공지능은 삶의 도리, 윤리적 가르침을 인간에게 가르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에게 제공하는 윤리적 가르침이나 삶의 도리는 이미 종교나 사회 규범으로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지혜는 언론이 작성한 기사를 무단으로 베껴와 조합하곤 새로운 지식인 양 알려주는 정보 제공 수준이다. 삶이 답답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공지능에 물어봤자 인공지능은 여러 종교 경전과 신앙인의 훌륭한 가르침을 재조합해 답할 뿐이다. 그래서 양심 안에서 윤리적 행동을 하는 인간만이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최근 교황청은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안티구아 엣 노바(Antigua et nova, 옛것과 새것)’를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첫째, 인공지능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단순한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이다. 인공지능의 결정이 불분명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확실한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개발자와 운영자는 책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은 공공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편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인공지능은 선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노동 시장의 왜곡, 프라이버시 침해·조작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이라고 했지만 결국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인간의 윤리를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인간이 윤리적이면 인공지능도 윤리적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 초인적인 인공지능이 등장하더라도 인간은 인공지능을 하느님의 대체물로 삼을 수 없다. 근대를 시작하며 “신은 죽었다”고 호기롭게 말한 인류는 물질 만능주의 아래 황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결국 모든 기계는 지능을 가질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지능을 가진 기계의 노예가 될지 아니면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의 도움을 받는 주인이 될지는 우리 인간의 선택에 달려있다. 조승현 가톨릭평화방송 신문(cpbc) 보도주간

2025-02-12

홍상수·김민희 6번째 수상할까…봉준호 SF 가는 베를린영화제 관전 포인트3

언어와 그 리듬, 그 안에 담긴 통찰을 사랑하며 보았다”면서 “직관적이고, 많은 순간 신랄하게 익살스럽고 웃기기도 했다”고 제작사 전원사에 추천사를 전했다. 하성국·권해효·조윤희·강소이·박미소 등 ‘홍상수 사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근 임신설이 불거진 홍 감독의 연인이자 배우 김민희는 배우가 아닌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홍 감독은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1997년 포럼부문에 초청된 뒤 12편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됐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의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도망친 여자’(은곰상-감독상), ‘인트로덕션’(2021, 은곰상-각본상), ‘소설가의 영화’(2022,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지난해 ‘여행자의 필요’(은곰상-심사위원대상)까지 5차례 수상했다. 올해 6번째 수상으로 ‘베를린이 사랑하는 감독’ 수식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 자연이…’는 오는 20일 현지 최초 공개된다. ━ 칸·오스카 거장 봉준호 복귀작 '미키 17' 첫 반응은 이달 28일 국내 개봉하는 ‘미키 17’은 지난달 버라이어티‧할리우드리포터 등 미국 언론에 베를린 초청 소식이 도배됐을 만큼 글로벌한 기대작. ‘기생충’(2019)의 칸 황금종려상, 오스카 4관왕 이후 봉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여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이 원작인 디스토피아적 SF로, 화려하고 대중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 스페셜 갈라에 초청됐다. 마동석의 ‘범죄도시4’가 지난해 이 부문에 한국영화 최초로 초청된 바 있다. ‘미키 17’은 ‘설국열차’(2013) ‘옥자’(2017)로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그렸던 봉 감독의 제작비 1억 1800만달러(버라이어티 보도) 대작 SF로, 극중 몸뚱이가 무한 재생산되는 극한직업의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도 기대 포인트. 최근 한국에 다녀간 패틴슨 외에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 출연 배우들이 15일 공식 상영 등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한국 개봉에 맞춰 내주 방한할 예정이다. 봉 감독의 영화가 베를린 상영되는 건 2014년 ‘설국열차’(포럼 부문) 이후 11년 만이다. ━ 베를린 가는 킬러 이혜영, 알코올 중독자 된 한예리 이 밖에도 다채로운 한국 신작이 선보인다. 배우 이혜영이 젊은 남성 킬러(김성철)에 쫓기는 60대 킬러로 분한 민규동 감독 영화 ‘파과’는 16일 비경쟁 부문인 베를린 스페셜에서 베일을 벗는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이혜영은 ‘땡볕’(1985, 경쟁 부문) 이후 40년 만에 민 감독과 함께 현지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지난해 ‘파묘’가 상영된 포럼 부문에선 배우 한예리가 알코올 중독자와 류머티즘 환자의 애처로운 사랑을 연기한 ‘봄밤’(감독 강미자)이 초청됐다. 젊은 감독들의 실험적 작품도 베를린을 찾는다. 리서치 기반의 미디어 전시작업을 병행해온 김무영 감독이 박정희 정권 시기 반공 예술을 되짚은 다큐멘터리 ‘폭력의 감각’이 포럼 부문 상영한다. 실험영화 부문인 포럼 익스팬디드에선 일제에 의해 동물원이 됐던 창경궁의 아픈 역사를 탐구한 이장욱 감독의 ‘창경’, 차재민 감독이 불교화 구상도에서 영감을 얻은 ‘광합성하는 죽음’이 진출했다. ━ 베를린 경쟁은 왜 홍상수 감독만 부를까 다만,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선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홍상수 감독 말곤 공식 경쟁에 초청된 한국 감독이 전무했다. 2000년대까진 임권택‧장선우‧박찬욱 등 신구 감독이 고루 수상해왔다. 그간 한국영화가 칸‧베니스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국제 감각을 키운 거장 감독들을 배출하며 세계적 위상을 높여왔다면, 최근엔 이런 신인 등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 받는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작품적 완성도 문제와 함께 영화제가 가진 시장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예전엔 영화사의 출품에 더해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한국작품을 소개하고 추천했는데 최근엔 이런 외교적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기생충’ 이후 칸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외 영화제는 대중적‧상업적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요인”이라 짚었다. 세계 영화의 미학적 흐름 속에서 평가를 받는 차세대 작가주의 감독이 줄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산업적으로 침체한 한국영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성장하려면 영화제 같은 외부적 자극이 필요한데, 최근엔 한국 영상 콘텐트의 평가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의 상업적 성과로 집결되는 분위기”라면서 “이야기나 연출적 창의성을 가진 젊은 재능들이 영화보다 웹툰, 게임, OTT 시리즈를 선택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원정([email protected])

2025-02-11

[삶의 뜨락에서] ‘희랍어 시간’을 읽고

언어에 대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우리처럼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운 모국어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부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네 살 때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아직 자음, 모음에 대한 인식 없이 모든 글자를 통 문자로 외웠다니 과히 놀랄만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녀는 일기장 뒤쪽에 단어들을 적기 시작했고 후에 그 단어들은 스스로 꿈틀거리며 낯선 문장을 만들었다.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수시로 잠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명치를 눌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소름 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겨울, 수천 개의 바늘로 짠 옷처럼 그녀를 가두며 찌르던 언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뭉클뭉클한 솜처럼 시간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침묵이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는 말을 잃게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눈이 멀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남녀 모두 각자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삶을 견뎌내던 중 희랍어 강사인 남자와 수강생으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어느 날 희랍어 교실로 향하던 중에 빌딩 지하실에서 사고로 생명줄과도 같은 안경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말을 잃은 그녀가 시력을 잃은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를 그의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면서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그 둘은 남자의 작은 방에서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며 치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이토록 우아하게 묘사할 수 있는가 완전 감동이다. 언어에 그토록 예민한 작가는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자신의 혀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말 외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인간의 혼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 보완해 가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 아닌가. 세상은 이제야 그녀를 알아본다. 이제 그녀는 활짝 꽃피울 일만 남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희랍어 교실 국어 시간

2025-02-10

'강원래♥' 김송, "이혼하고 싶었다" 고백 후.."나 건들지 마" 의미심장

사랑하는 내 애인였던 원래 오빠도 잃었고, 나의 해달별이었던 우리 엄마도 잃었고, 등등. 또 잃을까 봐 두려운 건 건강, 선이, 돈, 가족 다 세상의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하나님께 가까이 더 가까이 가고프다"라며 "영과 진리로 더 힘을 내야 할 일은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욱 기도로 매진하고 힘쓰는 것"이라며 신앙심을 고백했다. 특히 김송은 "좀 전에도 남편 피드에서 함부로 글 쓴 사람한테 한바탕 욕을 풀어서 시원했지만, 여전히 언어순화가 안됨. 나 건들지 마. 나 침 좀 뱉던 X이라고. 그러니 나랑 상대가 안 되니까 제발 건들지 마라"라고 분노하면서도 "그래서 더더욱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일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송은 SNS를 통해 "예전에 하나님을 믿기 전에는 가정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혼으로 벗어나고팠다. 지금은 먼저 하나님을 인정하게 되니 이생망 결론은 강선"이라고 털어놓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편 강원래는 구준엽과 클론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활동했지만 2000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불법 유턴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재활을 통해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됐고 2001년 김송과 혼인신고 후 2003년 결혼식을 올렸다. 13년간 시험관 아기 시술에 도전해 2014년 아들을 품에 안았다. /[email protected] [사진] SNS 유수연([email protected])

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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