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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겨야 사는데" 갈 길 바쁜 K배터리, 관세 전쟁 한숨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 우려에 관세 전쟁까지 겹치면서다. 중국 배터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시장 공략이 중요한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미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차전지 제조업의 미국 직접투자 신고금액은 41억9900만 달러(약 6조660억원)였으나, 실제 집행 금액(3분기 누적)은 49.6%인 20억8200만 달러(약 3조80억원)에 그쳤다. 배터리 대미투자는 2021년 2억5300만 달러에서 2023년 37억9900만 달러로 15배 급증했으나, 지난해에는 3년 만에 전년 대비 투자금액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미국 공장을 짓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부터 미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켄터키 2공장 가동을 연기한 데 이어 최근 테네시 공장도 가동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로 인해 당분간 ‘전략적 투자 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은 “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통상정책 변화 등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속도 조절을 진행 중”이라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시점에 최적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투자·현지생산을 강조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계획했던 투자도 미룰 수밖에 없고, 보조금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관세 타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수준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 달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를 본격화할 경우 캐나다에 생산 기지가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은 해당 물량을 미국 대신 유럽에 수출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만약 한국에도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에서 소재·부품을 미국으로 조달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9일 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관세는) 예견했던 시나리오 중 일부이며, 그 영향을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대로 준비하고 있으며 큰 기조는 리밸런싱, 즉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를 직접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으로 보완하는 내용이다. 사업 초기 막대한 투자로 적자를 보고 있는 배터리 업체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은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면 최대 수천억원의 공제액을 환급받을 것으로 보여 보릿고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터리는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미래 성장을 위해 지금 투자를 멈춰선 안 된다”라며 “정부가 업체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상 현금 지급 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은 걸림돌이다. 최선을([email protected])

2025-02-21

이재명 다시 띄운 '근로소득세 물가 연동'...전문가 "큰 틀 없이 감세만 하면 포퓰리즘"

재정부는 이번에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감면한 세수를 어디서 채울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연동 소득세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과세 표준이나 면세자 비중을 함께 조정하지 않으면 감세 포퓰리즘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법인세가 줄어들면서 소득세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게 발단이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전년보다 1조9000억원 증가해 61조원으로 늘어난 반면, 법인세수는 62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8조원 감소했다. 전체 세수에서 월급쟁이가 내는 근로소득세 비중이 기업이 내는 법인세 만큼 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근로소득세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의 임광현 의원도 16년간 그대로인 기본공제 금액을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통한 실질세 부담을 낮추자는 의견을 냈다. 이재명 대표 직속 기구인 월급방위대(위원장 한정애)는 다음달 초 구체적인 소득세 개편안을 도출하기 위한 집담회를 열기로 했다. 실제 멈춰 있는 과표는 ‘소리 없는 증세’라 불린다. 매년 물가만큼 임금은 오르는데 과표 기준은 18년째 그대로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 임금이 제자리라도 이전보다 훨씬 높은 세금(세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재정견인(財政牽引·fiscal drag)’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물가 상승이 납세자를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견인’해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소득세 과표가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다. 기재부는 2008년부터 유지하던 소득세 과표 구간을 15년 만인 2023년에야 수정했다.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4600만원 이하’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렸다. 하지만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은 바꾸지 않아, 2008년부터 17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2개국이 이미 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누적 증가율을 반영한 ‘생계비지수’를 기준으로 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시행하고, 과표뿐 아니라 각종 공제 항목에도 물가를 연동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CPI 누적 증가율이 5% 이상일 때 소득세를 조정한다. 한국에서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은 2008년부터 매해 논의되어 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그만큼 논란도 많다. 당장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반기지 않는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물가연동을 어디까지 할 건지부터 문제”라며 “과표만 할 건지, 인적 공제도 물가에 연동할 건지,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는 놔둘 건지 등 조세의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는 복잡한 문제라 단시간에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도의 ‘역진성(소득이 적은 사람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나는 것)’도 딜레마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준을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면서 “하지만 물가 연동제를 도입하면 고소득자 위주로 세수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줄어드는 세수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물가 상승을 반영해 과표를 바꾸면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결국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출을 줄이거나 다른 세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 녹록지 않다”며 “이미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고 부가가치세나 유류세 등을 올리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세출을 줄이는 것 역시 재정 투입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높은 면세자 비율 역시 걸림돌이다. 한국 면세자 비율은 33%(2023년 기준)로, 10명 중 3명꼴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과표 구간을 높일 경우 이 비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이에 국내 세금 전문가들은 물가연동 소득세에 동의하지만, 전반적인 소득세 체계 개편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감세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 실효세율은 OECD 국가 대비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과표 체계와 과도한 공제 체계도 함께 고쳐야지 이걸 두고 국민의 불만만 부채질해 감세만 해주는 물가연동 소득세만 도입한다면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을 항상 바꾸기 힘든 만큼 자동으로 물가에 연동하는 건 합리적인 방안”이라면서도 “물가 연동제를 추진하되 면세자 비율을 줄이기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소득세를 감면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내도록 하는 등 전반적인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2025-02-20

[김성재의 마켓 나우] 트럼프 경제의 제도 불신이 위험하다

미국 대통령이 한 달여 동안 가져온 변화는 크다. 불법 체류자 추방이 대표하는 강경한 이민정책, 관세가 상징하는 미국 우선 고립주의, 공무원 해고가 예시하는 정부개혁이 트럼프 시대를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주의의 전도사인 일론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변화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정부효율부의 활동은 그의 목표가 정부 규모의 축소와 예산·재정 적자 감축을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념적 메시지가 다분한 이들의 정부 개혁 방향의 우선 타깃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증진 정책이다. DEI 관련 부서의 폐지와 인력의 축소를 압박한다. 이를 통해 1965년 인권법 도입 후 시행된 소수자 우대정책을 약화하려 한다. 다음은 진보적 정부 기관과 프로그램의 철폐다. 저개발국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나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폐지 시도가 좋은 예다. 심지어 저소득층에 대한 학자금 대출을 관장하는 교육부도 없애려 한다. 트럼프는 일련의 강경 조치를 행정명령을 통해 집행해 적법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연방정부 기구는 의회가 만든 법률을 통해서 탄생하고 폐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의회의 입법 권한을 경시하는 태도다. 트럼프 정부가 무리하게 예산과 인력 감축을 시도하자 이를 막기 위한 소송도 빈발하고 있다. 법원은 일단 트럼프의 불도저식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문제는 과연 트럼프가 법원의 결정까지 무시하려 들 것인지다. 과거에도 법원을 무시하고 독단적 정책을 펼친 대통령이 있었다. 트럼프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앤드루 잭슨은 1812년 미·영전쟁의 영웅이다.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영국군을 대파해 승리를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영국 편에 선 원주민을 일부 학살하고 미국 역사상 첫 계엄령을 선포했다. 법원이 민간인에 대한 계엄령은 불법이라 판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엄령에 반발해 구금된 언론인을 석방하라는 판사를 체포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 서명한 ‘인디언 제거법’ 때문에 미 동남부에 거주하던 체로키 원주민이 서부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수천 명의 원주민이 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연방대법원이 원주민 토지의 박탈은 정부의 권한을 넘는 행위라고 결정했지만, 잭슨은 밀어붙였다. 잭슨은 중앙은행도 폐지했다. 은행을 혐오한 잭슨에게 중앙은행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지폐도 불신했고 금은과 같은 실물화폐만 인정하려 했다. 결과는 1837년의 혹독한 금융위기였다. 연방준비제도를 불신하는 트럼프 경제의 앞날도 우려가 앞선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2025-02-19

달라진 '검소국' 덴마크…방위비 대폭 증액 예고

재정검소 국가'로 꼽히는 덴마크가 일명 '재무장'을 선언하며 국방비 대폭 증액을 예고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안보 상황이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면서 재무장이 매우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 당국에 단축된 일정으로 신속히 무기 조달을 할 수 있는 결정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액 규모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현지 공영방송 DR은 덴마크 정부가 2025∼2026년 방위비 추가 지출을 위한 7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기금 신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기금 신설이 확정되면 2025년과 2026년 덴마크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덴마크 일간 벨링스케는 전했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와 함께 EU의 '재정검소 4국'(Frugal Four)으로 불렸다. 방위부문에서는 지출에 더욱 인색했다. 그러나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며 '확 바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따르면 덴마크 방위비는 2022년까지만 해도 GDP의 1.1∼1.3% 수준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듬해인 2023년 방위비를 2.01%로 늘리며 처음으로 나토 목표치인 2%를 달성했다. 지난해는 2.37%를 기록했다. 가파른 속도로 방위비를 늘리는 나토 회원국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주요국 정상 간 비공식 회동에 발트·북유럽 국가를 대표해 초청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EU 차원에서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돕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덴마크는 과거 신중했던 입장과 달리 EU 공동채권 발행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듯한 분위기다.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재정적자 및 부채 비율에 관한 EU 예산 규정 완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덴마크는 가장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원국이기도 하다. 덴마크 외무부에 따르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지원액은 75억 2천만 달러(약 10조8천억원)에 달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전날 파리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미국의 일사천리 휴전 시도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다시 공격하거나 유럽의 다른 나라를 공격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끝) 정빛나

2025-02-18

[시론] 벤치마킹 할만한 트럼프의 정부효율부 실험

재정에 대한 주기적 감축이 없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DOGE)’ 신설 실험은 파격적이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도 많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정부 혁신을 추진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인력과 재정 지출 문제가 누적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이 무려 15만명 늘어났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를 앞장서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 머스크에게 비효율 수술 맡겨 한국 공무원 비대, 재정지출 방만 미국처럼 파격적 개혁 시도해야 미국의 정부효율부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기업인의 약진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위원장을 맡고, 대다수 위원 자리에 실리콘밸리 빅테크 임원들이 영입됐다. 정부 부문에 기업의 시장 원리를 적용해 정부의 비효율을 걷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에서는 정부 대수술을 기업인에게 맡긴 사례가 없다. 이제라도 기업인들을 대거 활용해 정부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기업인들의 개혁안을 묵살하지 말고 과감히 수용하는 열린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부효율부의 도전적 목표치도 본받을 만하다. 머스크 위원장은 428개 연방 기구를 99개로 줄이고, 200만명이나 되는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폭 감축해 2조 달러(연방정부 예산의 약 30%)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IMF 위기 당시 정부 인력의 30% 감축 목표가 있었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사실 공무원 신분은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 감축이 말처럼 쉽지 않다. 애써 감축해도 공기업 등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정부’의 인력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도 도전적 목표는 중요하다. 목표의 절반만 달성해도 엄청난 성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선제 감축도 배워야 할 대목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총고용에서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6%보다 낮지만, 미국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빠르게 추진할 태세다. 정부 출범 초기임에도 교육부 해체 논의를 시작했고, 보건복지부 인력 감축도 착수했다. 한국의 공무원 비율은 8.9%로 아직은 낮다 보니 ‘작은 정부’라는 안이한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한국의 통계는 공무원 신분자에 한정한 것으로 다른 나라의 기준과 차이가 있다. OECD 기준대로 군무원과 사립학교 교원 등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인력을 포함하면 한국의 공무원 비율은 17.8%로 치솟는다. 미국 못지않게 한국이 정부 효율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채무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122.1%로 꽤 높은 편이다. 한국은 50.4%로 미국이나 OECD 평균(62.3%)보다 낮다. 하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 신흥국들이 국가채무 비율 60%대에서 경제위기를 맞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한국도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급증한 정부 재정적자는 국가 채무를 늘리고, 이는 다시 국가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차례 국가부도 위기를 경험한 한국은 정부 효율화를 통해 국가채무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 효율화의 마지막 시험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실업률 개선을 위해 정부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그래도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25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자는 제안도 이런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2025년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13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 인력 감축 없이 지출만 늘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새로운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기존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부 재정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아니다. 정부 곳간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조직과 인력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트럼프의 정부효율부 실험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2025-02-18

[비스 나야르의 마켓 나우] 세계는 불확실, 아시아 투자 시장은 유망

미국 역시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국제적 긴장 완화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로 인한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매도 전략이 유효하며, 긴장 완화의 조짐이 보일 경우 매수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 속도가 첫 임기보다 빠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신속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제시한 ‘3-3-3 플랜’으로 미 행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축소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GDP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며, 원유 생산량을 일일 300만 배럴 증산한다는 이 계획이 실현되면, 금리와 물가 상승이 억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 우려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금리 완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적극적인 매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의 통화정책이 경제 안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4.4~4.5% 수준으로 예상하는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내수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글로벌 변동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일부 아시아 시장의 성과는 이를 넘어섰다.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한국·중국·인도·대만 기업 중 20~25%가 2024년 7개 빅테크 기업 ‘매그니피센트7’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이 이룩한 성과가 두드러졌다. 2025년에도 일본 중·소형주와 특정 아세안(ASEAN) 시장에서 랠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테마를 보유한 시장이 더 큰 성장 잠재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국가와 경제 구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시장이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할 전망이 밝다. 글로벌 경제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아시아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지름길이다. 비스 나야르 이스트스프링 최고투자책임자(CIO)

2025-02-18

[서경호의 시시각각] 경제학 교과서와 싸우는 트럼프

미국 수입품은 1만3000개 품목 정도고, 미국은 대략 200개 국가와 무역을 한다. 나라별·품목별로 관세를 매기면 260만 개의 어마어마한 개별 관세율이 나온다. 어윈은 과연 미국 관세시스템이 이런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는지 묻는다. 보수 경제학자인 맨큐는 지난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 이유는 단지 “트럼프가 아니라서”였다. 맨큐와 어윈뿐이 아니다. 연초 미국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는 트럼프 성토장이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물가를 자극하고 전 세계에 불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무역적자를 결정하는 건 관세가 아니라 국내 저축과 투자의 균형이라는 게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잉 소비)이다. 고민과 반성 없이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알래스카의 북미 최고봉 이름을 ‘매킨리’로 복원하겠다고 했다. 25대 대통령(1897~1901) 윌리엄 매킨리를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한다. “관세로 미국을 부강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 칼 로브는 매킨리가 처음엔 강한 보호무역주의자였지만 나중엔 상호 관세 인하 협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통상전쟁은 수익이 안 난다”는 말도 했다. 세상은 달라졌다. 매킨리가 대통령이던 1900년 연방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3%로 커졌다. 매킨리 시대에는 관세가 연방 세입의 거의 절반이었지만 지난해 연방 세입의 48%는 개인소득세가 차지했고, 관세는 1.9%에 불과했다. 관세로 재정 곳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에서 ‘크게 생각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등 자신의 협상 원칙을 거론했다. 일단 크게 내질러서 상대방의 얼을 빼놓았다가 자신의 선택 범위를 서서히 넓혀 가는 그의 스타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잘 대비하되 너무 가슴 졸이며 정부 대책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조바심을 치지는 말자. 그럴수록 협상력이 떨어지고 트럼프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를 못 한 것 자체는 우리의 국가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전화 통화에 계속 매달리면 향후 협상에서 써야 할 우리의 외교통상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관세 전쟁으로 결국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건 미국 기업과 소비자다. 트럼프는 단기적으로 관세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관세를 영구적이 아니라 협상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올린다면 인플레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뒤집으면 관세 폭탄이 계속될 때는 물가가 불안해지고 경제에 악영향이 있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트럼프는 좋다는데 버냉키는 ‘글쎄요’다. 관세 부담에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후자에 더 마음이 갈 것 같다. 서경호([email protected])

2025-02-17

트럼프 압박에 인텔 투자 고민하는 TSMC...굳건해지는 미-대만 반도체 동맹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공장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ade in USA’를 강조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압박하면서다. 미국과 대만의 실리콘 동맹이 굳건해질 경우 파운드리 업계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TSMC와의 만남에서 인텔 공장 운영권 인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TSMC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지만 트럼프 행정부로선 현재 고전하고 있는 인텔을 TSMC를 활용해 심폐 소생하고 3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 파운드리 재진출로 적자 허덕인 인텔, 기사회생할까 실제 경영난에 휘청이던 인텔에는 기사회생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인텔은 현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3년간 올인했던 인텔은 500억 달러(약 70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고, 고강도 구조조정(인력 15% 해고)를 실시했다. 파운드리 재건을 목표로 삼았던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도 회사를 떠났다. 로이터통신은 TSMC의 인텔 공장 인수 거래가 성사될 경우 경영난에 빠진 인텔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TSMC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죽어가는 인텔을 살리기 위해선 돈과 인력을 써야 하는데 파운드리 산업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TSMC가 이를 자진해 떠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벌써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TSMC 주주 가운데 7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이 인텔과의 협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간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 및 보조금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린 건 이번 제안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며 “TSMC로선 사업성이 떨어지는 제안이지만 미국 압박을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투자나 협력 방식이 아닌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면 장기적으로 TSMC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인텔을 인수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 미국+대만 동맹 강화될수록 삼성엔 '악재'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대만의 동맹이 강해질수록 파운드리 분야의 '추격자'인 삼성전자엔 더없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을 보면 TSMC가 64.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삼성이 9.3%, 중국 SMIC가 6%로 삼성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일감을 수주받는 건데 미국과 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 TSMC에 일감이 몰릴 것”이라며 “삼성에 가는 기회가 줄어들고 그럼 파운드리 점유율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얘기가 나온 건 파운드리 분야지만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양팽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마이크론밖에 없다. 삼성에 미국 내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또 다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메모리 칩의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김 연구원은 “계획된 것 이상으로 공장이 세워지면 공급 과잉이 돼 메모리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2025-02-16

1천달러 지원 뒤집은 이비 수상… 애초 가능성 낮은 공약(空約)

미국의 관세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재정적자 상황에서 애초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브렌다 베일리 BC주 재무장관은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불확실해졌다"며 환급금 지급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약 발표 당시에도 경제 불확실성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비드 이비 BC주 수상은 지난해 9월 29일 선거운동 기간에 이 정책을 "선거 공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인당 500달러, 가구당 1천 달러의 식료품 구매 환급금을 "몇 달 안에" 지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시 이비 수상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5년 후가 아닌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류 준비에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새 정부 첫해에 바로 1천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94억 달러에 달하는 BC주 역대 최대 재정적자 상황에서 추가로 18억 달러를 지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BC주정부는 재정적자 감축과 지출 삭감 없는 균형재정을 동시에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존 러스태드 BC주 보수당 대표가 제안한 대안은 4년에 걸쳐 연간 1,700달러의 주택비용 세금공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었지만, 당시 여당은 "2029년에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늦장 지원"이라며 조롱했다.         베일리 재무장관은 "당초 환급금 지급을 진심으로 원했다"면서도 "지금은 대규모 새 지출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일자리와 사업체, 정부 수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3일 선거 공약 발표 당시 이비 수상은 "BC주 주민들이 직면한 생활고를 해결하는 것이 내 약속"이라며 "이 정책 없이는 우리 선거 공약이 존재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철회된 이 공약은 정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당의 점진적 감세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던 여당이 오히려 자신들의 공약을 철회하면서 정책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C주 정치권에서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심을 얻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걸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BC주정부의 이번 결정은 선거 과정에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보다 당장의 득표에 치중하는 정치 문화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억 달러 규모의 환급금 공약이 실현되지 못한 것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더욱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공약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공약 가능성 선거 공약 공약 발표 재정적자 상황

2025-02-14

EU 수장 "우크라 실패하면 美도 쇠약해질 것"

미국도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실패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도전을 심화하고 우리 공동의 이익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세계의 독재주의자들은 이웃을 침공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을 침범했을 때 처벌이 이뤄지는 지, 실질적 억지력이 있는 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연설했다. 조기 종전에만 집중한 나머지 러시아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종전 협정이 성사된다면 후과를 치른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하다. 유럽도 힘을 통한 평화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했듯 미국 역시 힘을 통한 평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설 중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의 면책 조항 발동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예고없이 발표했다. 재정준칙 규정 위반 걱정 없이 방위비 지출을 늘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EU 재정준칙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기준을 위반하면 원칙적으로는 EU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그는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번 주 초반 미 고위 당국자들이 한 발언으로 유럽 내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심지어는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유럽이 솔직하게 말할 뿐만 아니라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안보에 관해서는 유럽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12∼13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방문해 유럽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에 '안보 분업화'를 요구하며 "영구적인 (평화의) 보증인일 것이란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를 '가속'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email protected] (끝) 정빛나

2025-02-14

한국도 예외없는 美 '상호 관세'…"무역 흑자 '리밸런싱' 관건"

미국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상호 무역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우리가 그들(교역국)에게 청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우리에게 청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관세를 매길 땐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비(非)관세 장벽, 환율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규제까지 반영하겠다고 했다. 배석한 상호 관세 ‘집행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며 “국가별 조사와 협상을 거쳐 관세율을 차등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은 4월 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즉시 부과하지 않기로 한 건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어 뜻 그대로라면 한국과는 거리가 있다. 일찌감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만큼 대미 수출입 품목의 98%에 상호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역 적자도 문제 삼는 트럼프에겐 의미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對)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중국·멕시코·베트남·아일랜드·독일·대만·일본에 이어 무역 흑자 규모 8위다. 실제 서명에 앞선 브리핑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든,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이든 관계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특정해 언급한 만큼 상호 관세 부과는 시간 문제란 얘기다. 결국 트럼프가 걸고 넘어질 비관세 장벽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매년 펴내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비관세 장벽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NTE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관련 규제(온라인플랫폼법)가 구글·메타 등 미국 빅 테크만 규제할 것을 우려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규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NTE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 배기가스 부품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연령 제한 ▶미국산 블루베리·사과·배 등 수입 제한 ▶지도 정보 등 위치기반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의약품 가격 책정 및 보험 급여 관련 불투명성 ▶미디어·통신·전력 등 외국인 투자 제한 등 규제를 문제 삼았다. 관세 부과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반 남짓이다. 어떻게든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여나가는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특정 산업의 흑자 규모를 줄이는 건 해당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고, 되돌리기도 어렵다”며 “전반적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쉽게 말해 수출을 줄일 수 없으니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려야 한다”며 “어차피 꼭 필요하거나, 수입처를 미국으로 돌렸을 때 장점이 있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무기 등 수입을 늘려 교역 수지 ‘리밸런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자도생’에 나설 경쟁국과 차별화할 한국만의 강점도 앞세워야 한다. 한국은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에 의존하지만, 미국에도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산업에서 핵심 파트너이자 동북아 정세 ‘균형추’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은 다르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며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메시지를 지속해 내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단 대책을 마련하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4월 1일 전까지 양국 간 대화 채널을 마련해 경쟁국보다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대비에 나섰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ㆍ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 간 첫 회담도 열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5일 독일에서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한·미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갖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17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와 USTR 등 통상 당국자를 만난다. 민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이 19∼20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정·재계 인사와 면담한다. 무협도 3월 중순 윤진식 회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내 미국 남부(애리조나·텍사스·테네시) 주 정부 인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기재부는 ‘한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13.6%’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약 13.4%지만, FTA 체결로 현재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0.79% 수준(환급 미포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급을 고려하면 더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에는 0%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김기환.노유림([email protected])

2025-02-14

트럼프 상호관세에...최상목 권한대행 "미국에 설명할 자료 준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올해 4월 초에 세계 각국에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에 비관세 장벽 등도 고려한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14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한·미 FTA로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념으로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고 있어 교역 상품의 98%가 무관세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은 “부가가치세·디지털서비스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산업부는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서울 섬유센터에서 업종별 협·단체 및 경제단체와 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미국은 무역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뿐만 아니라, 세금(부가가치세 등)·보조금·환율·불공정관행 등 비관세 조치도 고려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국가 중 하나”라며 “비관세 조치로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미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차관보는 17일부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통상 당국자들을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경제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모두 취임한 이후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재부는 외신에서 한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13.6%라는 보도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 관세율은 약 13.4%지만, FTA 체결로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환급 미포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급을 고려하면 더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에는 0%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김원([email protected])

2025-02-14

[하준경의 퍼스펙티브] 산업정책 업그레이드하고, 국가 공동체 유지에 힘써야

미국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 수단일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 실효 관세율이 중국에 대해서만 크게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중국 견제 수단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는 ‘협상 수단이 아니라 순수하게 경제적인 것’이라고 강조한 점, 관세가 여러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보면, 관세는 하나의 협상 수단을 넘어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관세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미국이 그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자유무역이 위축되면서 세계화의 후퇴가 본격화할 것이다. 이는 트럼프 1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충격이다. 노동 존엄 되찾겠다는 미 중산층 반세계화 기조 되돌리기 어려워 미국의 산업공동화·중산층 붕괴 대미 흑자국들에 수출될 수 있어 국민국가·민주정치 조합 불가피 필요하면 재정도 적극 활용해야 미국 공화당의 반세계화 강령 자유무역의 전도사였던 미국 보수 정권이 왜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펴게 됐을까. 미국 공화당의 최근 강령엔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정치인들은 불공정한 무역협정과 세계화라는 세이렌의 유혹에 빠져 우리의 일자리와 생계를 외국에 팔아넘겼습니다.” 세계화를, 그리스 신화에서 뱃사람들을 홀려 물에 빠져 죽게 만든 달콤한 유혹의 노래에 비유하고 있다. 공화당의 반세계화 강령은 세계화 때문에 외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 넘쳐나 미국 제조업이 망가지고 좋은 일자리와 중산층이 붕괴했다는 현실 인식에 근거한다. 세계화는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본격화됐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가속화됐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약화하고 전통적 산업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가 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또 세계화로 운동장이 넓어지자 강자와 약자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돈의 흐름이 강자 쪽으로 몰리게 됐다. 한쪽에 쌓여 넘치는 돈을 경제 전체적으로 순환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빚을 지게 하는 것이었고, 금융규제 완화가 이를 뒷받침했다. 모든 자산이 금융상품처럼 거래되는 금융화가 심화하면서 늘어난 빚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 거품으로 부풀어 올랐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됐는데,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선 큰 은행과 대기업들은 공적자금과 구제금융의 혜택을 받았던 반면, 서민들은 일자리와 집을 잃었다. 이런 경험은 세계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경제학계에선 데이비드 오토 MIT 교수가 ‘중국 충격’이라는 논문에서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부문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딤을 보임으로써 세계화, 특히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미친 충격이 작지 않음을 보인 바 있다. 반세계화의 논리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자유무역의 이익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세계화의 부작용이 초래한 손실보다 자유무역의 이익이 더 크니 함께 견뎌내자고 할 수가 없다. 미국 노동자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자. 이들에게 ‘세계화의 이익이 충분히 크니 세계화를 확대해서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가 돈을 더 많이 벌게 한 후 세금을 걷어 분배를 강화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대다수 노동자는 복지의 시혜를 받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예전처럼 노동의 존엄을 되찾고 노동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당당한 중산층이 되고 싶다고 할 것이다.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겼다고 믿는 한 반세계화 기조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 타격에 국내 투자도 부진 전망 그러나 반세계화가 미국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사실 세계화의 부작용 스토리에서 ‘세계화’의 자리에 ‘기술혁신’을 갖다 놓아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한다 해도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예전처럼 생겨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에 농업이 일자리의 70%를 차지했었으나 지금은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듯 제조업도 좋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기술 혁신과 세계화라는 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세계화, 구체적으로는 외국인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쉬운 접근법이다. 분노의 대상이 명확해지면 정책 대응 방향도 명확해진다. 국경, 장벽, 그리고 관세는 이제 손에 잡히는 문제 해결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 수단을 쉽게 버릴 수 있겠나. 노동자와 청년층의 불만, 1.6명대로 떨어진 출산율 등을 감안하면,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화-양극화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국 견제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유무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미국의 시장 규모가 주는 힘을 활용해 다른 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는 이 일을 외국 기업에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주는 방식으로 실행했으며 실제로 그것이 미국에 투자 붐을 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관세라는 채찍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이 상황에선 한국과 같은 대미 수출 의존형 국가들은 수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대미 투자 확대가 가져올 국내 투자 부진 문제도 함께 겪을 수 있다.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과는 세계시장에서 더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국내 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미국이 겪었던 산업 공동화와 중산층 붕괴 문제가 대미 수출 흑자국들에 수출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보호무역이 강화될수록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 특히 대체 불가능성이 중요해진다. 한국 상품을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선 한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 부담은 주로 상대방이 지게 된다. 결국 국내 산업 경쟁력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의 운영 방식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 과정에서 자리 잡았던 워싱턴 컨센서스, 즉 자유무역과 정부 역할 축소라는 글로벌 규칙이 미국에서부터 변화하는 만큼 우리도 새로운 질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로드릭의 세계 경제 트릴레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세계 경제의 트릴레마, 즉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선택이 가능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로드릭 교수는 저서 『세계화의 역설』에서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 국민국가(nation state), 민주정치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민국가를 유지하면서 자유무역, 작은 정부 등 세계화의 규칙을 따르려면 민주정치로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또 국민국가가 국민의 요구에 따라 민주적으로 정책을 펴면 세계화의 규칙을 모두 따르기는 어렵게 된다. 세계화를 따르면서 민주정치를 유지하려면 국민국가를 포기하고 세계정부를 받아들여야 한다. 로드릭은 국민국가가 세계화의 규칙을 따르는 조합을 스스로 손발을 묶는 ‘황금 구속복’에 비유했으며, 국민국가가 민주정치에 충실한 조합은 각국의 자율성이 폭넓게 허용되는 ‘브레턴우즈 타협안’이라 불렀다. 한국은 ‘브레턴우즈 타협안’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산업화를 시작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세계화라는 황금 구속복을 입고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 대신 대중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정치는 일정 정도 포기하면서, 국내의 여러 문제는 정부 재정보다는 민간 금융, 특히 대출 확대를 통해 틀어막아 왔다. 그러나 이제 세계화의 중심인 미국이 방향을 바꾸게 되면 스스로 황금 구속복을 입고 있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작년에 IMF가 주요국에 다시 재정 긴축으로 돌아가라고 강력히 권고했었으나 그 말을 실제로 따른 나라는 한국 이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주요국들은 브레턴우즈 타협안에 가까운 자국 중심 산업정책을 펼치며 기술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경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트럼프의 말이 ‘상식’이 되는 상황에선 한국도 좋든 싫든 초세계화보다는 국민국가와 민주정치의 조합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가 후퇴하는 가운데 국민의 요구인 좋은 일자리를 늘리면서 국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산업의 질적 경쟁력을 높여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산업정책을 강화하되 선진국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노동시장 정책, 교육정책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하고, 필요하면 재정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함께 적응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25-02-13

트럼프 인프라 투자 확대, 건설·전력기기 업계 기회 될까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전력기기 분야가 대표적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노후한 인프라 시설에 투자를 늘리겠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 투자기금을 설립해 고속도로·공항 등 인프라 사업이나 의료 연구 등 ‘위대한 국가적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국부펀드가 생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이 기금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 장비 업계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도 호재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인프라 투자가 실현되면 건설 장비 수요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두산밥캣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보호무역 기조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북미 매출 비중과 생산 비중은 각각 74%, 67%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도 올해 북미·유럽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5%, 14%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는 건설 장비 수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장비 업계가 기대감을 갖는 건 트럼프의 관세 타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0년대 이후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국내 건설 장비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만큼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건설장비 전문지 KHL이 발표한 글로벌 건설장비 기업 순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매출 점유율 3.1%를 차지해 10위에 올랐고, HD현대인프라코어(1.5%)와 HD현대건설기계(1.2%)는 각각 20위, 21위에 올랐다. 1~3위엔 미국 캐터필러(16.8%), 일본 고마쓰(10.4%), 미국 존디어(6.1%)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한 건설 장비 업계 관계자는 “건설장비 산업은 미국의 영향력이 커 미 정부가 무역 보복을 노리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기업의 건설 투자 확대를 기회 삼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도 미국 내 전력 인프라 교체 흐름을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에너지부(DOE)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변압기의 약 70%가 설치된 지 25년이 지나 노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DEO는 지난달 16일 8개 전력회사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229억2000만 달러(약 33조2480억원)의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정보 기술 발달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1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5000억 달러(약 725조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젼력기기에 대해 미국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긴 하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2년 한국산 수입 변압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며 14.9%~2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1차례의 연례 재심을 거치면서 관세율은 조정됐지만, 여전히 최고 10.6%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에 185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30%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 공장과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한 효성중공업은 올해도 현지 공장 추가 증설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까 봐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자동차·반도체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부터 인프라 투자를 강조해왔지만,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넘어서 우리 기업까지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트럼프는 무역·재정 적자 해소, 자국 산업 보호와 같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마약 문제 등 비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관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분야에, 어떤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서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삼권([email protected])

2025-02-13

미국 재정적자 눈덩이…4개월간 1천220조원 증가

미국 재정적자 눈덩이…4개월간 1천220조원 증가 누적 규모 25% 확대…고금리로 이자 부담 크게 늘어 트럼프 감세 추진 속 공화당 긴축파에 힘 실릴 전망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8천400억 달러(약 1천220조원)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보건 및 사회보장, 퇴역군인 지원, 부채 이자 분야에서의 지출 증가로 2025회계연도 첫 4개월간 8천400억 달러가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까지다. 올해 1월에만 재정적자가 1천290억 달러 증가했다. 작년 10월~올해 1월의 누적 적자 폭은 25% 확대됐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고용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이처럼 확대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해 6.4%에서 향후 3%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같은 적자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대신 대폭적인 지출 삭감을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 예산 긴축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난 4개월간의 세입은 1조6천억 달러로 전년 동기와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치는 전년도의 자연재해로 인한 세금 납부 유예분이 들어와 부풀려졌다. 이 기간 지출은 총 2조4천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다. 기존 저금리 국채의 만기가 다 되면서 새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물가가 크게 오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에 대응해 2022년과 2023년에 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자 비용은 3천920억 달러에 달했다. 메디케어(노인 대상 공공 의료보험)와 사회보장 수혜자 수도 늘어 관련 지출도 증가했다. 전쟁 중 유해 물질에 노출된 참전용사들에게 의료 혜택을 확대하고 보상을 강화하는 이른바 PACT 법도 지출 증가 요인이 됐다. [email protected] (끝) 주종국

2025-02-12

'親트럼프' 아르헨티나 밀레이, 美 철강관세에 국내서 비판 직면

미국 대통령 당선이후 친분을 과시하며 '친트럼프 행보'를 보여왔지만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피해가지 못하게 되면서 현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하면서 '아르헨티나에도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부과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르헨티나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교역에서 우리(미국)가 조금 적자를 보고 있으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에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고 아르헨티나 언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국가 정상 가운데 제일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행보를 보였다. 특히 아르헨티나 정부는 트럼프 정부를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의사를 밝히는 등 트럼프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미국의 관세를 피해 가지 못했다고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꼬집었다. 아르헨티나의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루아르는 연간 생산량의 40%를 미국에 수출하며 수출액은 연간 6억 달러(8천725억)에 이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3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30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무역적자를 이어왔고, 다만 2024년에는 극심한 내수경제 침체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27.9% 급감하면서 2억달러 정도 소폭 흑자를 낸 정도인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이 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재정 긴축 정책의 일환인 공공 건설 중단으로 일 년 새 생산이 22.6% 감소한 철강·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고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와 관련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관세를 아르헨티나-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다음 주 9번째 미국을 방문하는 밀레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양국 간 FTA를 적극 설명할 것이며 이를 통해 관세 문제를 협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와 미국의 경제는 상호보완적 구조가 아니며, 농업 수출 등에서 서로 경쟁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양국 간 FTA가 실현이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밀레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확정됐는지에 대해서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식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끝) 김선정

2025-02-12

KDI, 성장률 전망 2→1.6%로…“통상분쟁 땐 더 낮아질 수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통상 분쟁이 확산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11일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2.0%에서 한꺼번에 0.4%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내수와 수출 증가 폭이 모두 축소될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내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DI는 정국 불안 때문에 가계 등의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기존 전망 1.8%에서 1.6%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데다, 건설업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이유로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인 -0.7%에서 -1.2%로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또 “미국 정책 변화로 통상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품 수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1.9%에서 1.5%로 내렸다. KDI는 이번에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만 반영했다. 철강 관세와 상호관세 등 미국의 추가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 경제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수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쪽에 타격을 받는다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대해 정규철 실장은 “이미 1%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을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KDI는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정 실장은 “재정 적자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상당 폭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장세가 떨어진다는 건 재정만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법적인 추경 요건이 갖춰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제 상황에 비해서 여전히 고금리라고 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두세 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DI의 이번 예측치는 한국은행(1.6~1.7%)과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전망 평균(1.6%)과 비슷하다. 임성빈([email protected])

2025-02-11

KDI, 경제성장 전망 1.6%로 낮춰…“美 반도체 관세 시 타격 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통상 분쟁이 확산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2.0%에서 한꺼번에 0.4%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내수와 수출 증가 폭이 모두 축소될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내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DI는 정국 불안 때문에 가계 등의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기존 전망 1.8%에서 1.6%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데다, 건설업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이유로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인 –0.7%에서 –1.2%로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KDI는 “미국 정책 변화로 통상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역 제약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각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 수출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세계 반도체 경기도 둔화할 것으로 전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품 수출 증가율 전망도 기존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KDI는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만 반영했다. 철강 관세와 상호관세 등 추가 조치가 구체화하면 한국 경제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수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쪽에 타격을 받는다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대해 정규철 실장은 “이미 1%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둔화 국면인 것은 틀림없다”며 “통화·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을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KDI는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정 실장은 “재정 적자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상당 폭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장세가 떨어진다는 것은 재정만으로 성장세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대량 실업 등 법적인 추경 요건이 갖춰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제 상황에 비해서 여전히 고금리라고 보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두세 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DI의 이번 전망치는 한국은행(1.6~1.7%)과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전망 평균(1.6%)과 비슷한 수준이다. KDI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0.9%, 하반기는 2.2%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 실장은 “정국 불안의 영향이 점점 없어질 것으로 가정해 소비 심리도 올해 2분기 정도에는 상당 부분 회복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임성빈([email protected])

2025-02-11

볼리비아 출신 美부호 "모랄레스 前대통령 현상금 100만불 고려"

미국인 억만장자가 성관계 목적으로 여성 청소년을 인신매매한 혐의를 받는 에보 모랄레스(65) 전 볼리비아 대통령의 검거 포상금으로 100만 달러(14억5천만원 상당)를 지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이목을 끌고 있다. 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와 라라손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태생 미국인이자 옛 통신회사 스프린트(Sprint)를 운영했던 마르셀로 클라우레(54) 클라우레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 수배 전단 이미지를 하나 올렸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 "제가 100만 달러의 보상을 제안하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이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 적었다. 모랄레스는 대통령 재임 시절(2006∼2019년) 15세였던 미성년 여성의 뜻과는 관계 없이 그와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여성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지 법원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모랄레스는 원주민 지지층 도움으로 은신 중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클라우레 게시글에 대해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정신이 나갔거나 멍청한 언급"이라고 반발했다고 엘데베르는 전했다. 부호로 알려진 클라우레는 올해 8월 진행될 예정인 볼리비아 대선을 앞두고 전국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좌파 집권당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고국 정치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CEO의 행보가 연상되기도 하는 클라우레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보수파 지지를 받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54)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볼리비아 재무장관은 경제 위기와 관련,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11%에 근접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재집권 의지를 드러냈는데, 대통령직 출마 횟수 제한과 관련한 볼리비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적으론 피선거권이 없다. 모랄레스의 최측근이었다가 정적으로 갈라선 루이스 아르세(61) 대통령은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email protected] (끝) 이재림

2025-02-09

[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미·중 관세전쟁, 위안화 절하 압력 커진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응해 중국 당국은 지난주 5일 선별된 상품에 대한 무역 관세 10~15% 부과와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비관세 조치로는 블랙리스트 기업 확대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포함됐다. 또한, 첨단 제조업 제품의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방산 기계 및 반도체 제조용 텅스텐, 갈륨, 게르마늄 등) 공급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베이징은 이들 자원의 통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다. 양국 접근 방식의 차이가 흥미롭다.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산업 및 기계제품에 관세 부과의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중국 상품 전반에 걸친 포괄적 관세 부과 방식을 선택했다. 최근 행정명령에 나오는 보다 강경해진 보복 관련 표현으로 보아,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정밀하게 목표를 정한 맞춤형 관세 목록을 내놓았다. 중국 또한 미국의 추가 관세에 추가 관세로 맞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와 달리, 대(對)중국 관세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모델링에 따르면, 10%포인트의 관세 인상은 중국 GDP를 0.4%포인트 감소시키고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올해 중국에서 재정 완화는 중국 경제가 입는 타격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우리는 2025년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한 4.6%로 수정했다. 결국, 관세 부과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당국이 상대적인 성장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경제는 당분간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정부의 경기 부양 지출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하는 확대 재정 적자가 향후 3년간 GDP 대비 약 10%의 높은 수준을 지속해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된 관세 불확실성을 시장이 반영함에 따라 중국 위안화는 지속적인 평가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고시된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5일 7.1693으로 책정됐다. 이는 시장의 평균 예상보다 강한 수준이었다. 낙관론자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것이다. 인민은행은 무역 협상의 길이 열려있는 한, 통화를 강세 쪽으로 고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올해 위안화 현물 가격이 7.5를 향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책당국이 높은 관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추가적인 평가절하 가능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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