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위기 땐 외연 확장보다 체제 지킬 전투력 필요…尹에 대한 의리 저버릴 생각 없다" [월간중앙]
미국에선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났을 때 닉슨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표결 절차까지 2년이 걸렸다. 클린턴 대통령도 모니카 르윈스키하고 1997년 스캔들을 일으켰을 때 사법 방해냐, 위증이냐 아니냐 문제로 특검이 1년을 수사하고 탄핵 표결이 진행됐다. 근데 우리는 어떤가. 탄핵 심판은 그냥 하나의 정권 찬탈 도구가 됐다.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의회의 듀 프로세스(due process·절차적 정당성)가 없는 것에 화가 치민다.” Q : 초반에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엉거주춤해 보였다. A : “탄핵 반대가 당론이었으면 민주당과 붙어봐야 할 것 아닌가. 이인호 중앙대 헌법학 교수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이고 위헌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허영 교수는 대통령의 과잉 국가 긴급권 행사에 대해서 내란죄로 처벌한 역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게 내란이냐, 아니냐. 내란죄에 관한 형법 87조를 보면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어느 나라 대통령이 나라를 망가뜨릴 작정으로 내란을 벌이나? 대통령 스스로 뭔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비상계엄을 한 거다. 우리 당은 민주당이 쳐 놓은 내란죄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는 게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적어도 15명은 당론과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다.” Q : 계엄 직후 거리로 나선 보수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격앙돼 있었다. 위기에 오히려 자중지란을 벌인다고. A : “충분히 토론한 뒤 당론을 정해도 안 따르는 의원들이 꼭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그리고 헌법기관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개체다. 본인 나름의 소신이나 양심에 따라 국가 이익이 그거라고 믿는데 어떻게 하겠나. 다만 지금 와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때를 돌이켜보면 당시 우리는 언론이나 특검에서 나온 얘기들을 다 믿었다. 근데 허무맹랑한 얘기가 얼마나 많았나.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계엄에 연관된 일부 군 장성은 민주당 의원들과 유착한 뒤 진술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제는 다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참석한 중진들부터 먼저 탄핵 반대로 작금의 난제를 함께 극복하자는 데 동의했다.” Q : 중진들에겐 학습 효과가 있다는 건가? A : “문재인 정권 들어서 어떤 일이 있었나. 대한민국의 가치와 근간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군부 독재 시절에도 그렇게는 안 했다. 그리고 경제는 폭망했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자영업자 몰락시켰지,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가계 부채 1800조원, 국가 채무 1000조를 시대를 만들었다. 외교 안보는 어땠나. 한·미, 한·일 관계 모두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렇다고 북한은 잘 상대했나.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를 한답시고 김정은한테 속았다. 결국 겪어보니 우리가 윤 대통령 탄핵을 못 막으면 대한민국 체제가 탄핵당한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거다.” ━ 국민의힘엔 절박함 없다…당원에 의한 혁명해야” Q : 그런 말도 있지 않나. 보수는 분열하지만 않으면 이기는데 그걸 못 참아 분열한다고. A :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 제가 한동훈 전 대표에게 수차례 경고했다. 호소도 했다,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계속 그렇게 하면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올 거라고. 근데 못 알아듣더라. 결국 본인도 죽고 대통령도 죽이는 모양새가 됐다.” Q : 국민의힘은 표(票) 계산에만 눈이 밝다는 비판이 있다. A : “왜 그러겠나. 민주당과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가치를 위해 함께 싸워온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학생운동을 통해 사회 변혁의 가치를 공유하고 싸워본 경험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해 같이 싸워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모른다. 저쪽이 가치 지향형이면 우리는 이익 지향형이다. 나 자신의 이익, 나 자신의 공천, 이걸 좇을 수밖에 없는 흐름이 국민의힘에 내재해 있다. 이걸 깨야 한다.” Q : 이런 비판을 받게 된 것도 충분히 오래되지 않았나. A : “그저께(일요일) 오전 9시에 일이 있어서 국회로 출근했다. 원래 국민의힘은 주말에 출근 안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말마다 정치 아카데미를 열고 일을 한다. 이것부터 다르다. 저들은 어떻게든 나라를 잡아보려고 처절하고 절박하고 절실하게 움직인다. 배경도 봐라. 우리는 검사, 판사, 교수 다 전문 지식인이다. 그래서 잘 싸우질 못한다.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도 진다. 그래서 생각한 게 당원 혁명이다.” Q : 당원 혁명? A : “우리 당 의원이 108명이다. 지역구 의원 90명 중 대구·경북(TK)이 64명이다. 서울 강남 3구도 7명이다. 우리 가운데 공천받고 험지에서 민주당과 싸워 당선된 사람이 몇 명쯤 될 것 같은가? 손에 꼽는다. 이 결과에 대해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선에 유리한 공천만 받으려는 구조를 깨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협위원장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불신임제를 도입하고, 비위 사실이 있으면 당원들이 비밀리에 당 지도부로 알릴 수 있는 신문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 위원장들 모두 당원을 두려워해야 당원 혁명이 이뤄진다.” Q : 윤 의원은 광화문부터 한남동 관저, 부산, 대구 등 보수 집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눈으로 본 현장은 어떤가? A : “광장에 가면 보수 시민들이 의원들보다 더 나라를 걱정하신다. 그리고 그분들은 단지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붕괴하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나오는 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탄핵 주도 세력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 벌어질 미래를 염려하는 거다. 이재명 대표는 사건 재판만 5개고, 혐의는 12개다. 대장동 사건 배임 액수는 4895억원이고, 성남FC 불법 후원모금 뇌물 액수는 133억원이다. 하지만 헌법 79조를 보면 일반 사면이란 게 있다. 법원 선고가 난 것도, 공소 제기한 것도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국회에서 과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여기에 사활을 건다. 그리고 민주당이 작성한 1차 대통령 탄핵안을 보면 윤 대통령이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고 적어놨다. 이게 탄핵소추 사유가 되나? 민주당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그들의 집권은 나라의 재앙이다. 그런 생각에 다들 나오는 거다.” ━ 청년의 보수화는 민주당의 폭주에 질려서 Q : 박 전 대통령 사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보수 집회에 2030세대 청년들이 등장한 건데, 어떻게 해석하는가? A : “저는 1월 15일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출두하기 전까지 매일 한남동 관저에 나갔다. 제가 아침 일찍 관저를 돌았는데 새벽 5시 30분부터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놀랐다. 한 번은 토요일 새벽 1시인데 젊은이들이 1000명 이상 나와 있었다. 현장이 그런데 통계라고 다를까. 여론조사를 봐도 2030세대 과반이 우리를 지지한다. 청년들은 민주당을 이해 못 한다. 자기들 뜻대로 안 된다고 카카오톡을 검열하고 유튜브를 검열하겠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드니 여론조사기관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만들겠단다. 이재명 대표처럼 비리 혐의에 싸인 정치인도 ‘범죄 혐의자’라고 부르는데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라고 단정해 버린다. 공수처, 검찰, 서부지법, 헌재 모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사태를 보고 청년들은 ‘도대체 이 나라는 뭐야’ 라고 생각하는 거다. 거기다 국민연금 문제까지. 이대로 가면 청년들은 30년 후에 월급의 50%를 4대 보험에 빼앗긴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민주당은 생각이 없다.일단 이렇게 해라. 지금 일단 나눠주고 보자. 하지만 청년들은 피부로 직감한다. 민주당 세력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래서 우리에게 돌아온 거다.” Q :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을 몇 차례 만났다. 무슨 대화를 나눴나? A : “대통령이 그러더라. 대한민국이 멀쩡한 나라인 줄 알았다고. 하드웨어가 멀쩡해 보여서. 근데 소프트웨어가 너무 거덜난 탓에 계엄으로 국민들께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Q : 윤 의원은 비상계엄으로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는 3대 카르텔이 드러났다고 했는데, 지나친 의미 부여 아닌가. A : “먼저 좌파 사법 카르텔이다. 대통령 체포에서 구속까지 공수처·서부지법·헌법재판소 다 연결된다. 그 중심에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있다. 그들은 자기 진영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단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이거 위법 수사다. 그런데 그걸 서부지법에서 영장을 발부해줬다. 그러면서 형소법 100조, 111조는 적용 예외라고 했다. 법률에 대한 개폐권은 판사의 권한이 아니다. 초법적인 판단인 거다. 헌재는 어떤가.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선관위 카르텔이다. 거긴 현대판 음서제도가 있는 곳이다. 지난번 부정 채용 사례 300여건, 인사 복무규정 위반 1200여 건이 드러났다. 그런데 중앙선관위원장이 노태악 대법관이다. 그래서 감사원이나 검찰이 들어오면 헌법기관이니 함부로 터치하지 말라고 한다. 어떤 조사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 “저쪽은 짱돌, 우린 모래알. 전투적 자세 필요” Q : 세 번째 카르텔은 뭔가. A : “종북 주사파다. 예전에 민노총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다.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폐지하라고 했다. 그리고 연방제 통일하고 국가보안법은 폐지하자고 했다. 2022년 8월 13일 조선노동당 산하 조선직업총동맹으로부터 민노총이 광복절 연대사를 받았는데, 거기 이런 구절이 있다. 한·미 군사훈련은 북침 전쟁 연습이니 단호하게 짓뭉개버리라고. 그러다 작년 11월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이었던 석모 씨가 간첩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여기말고도 종북 주사파들이 암약하는 단체는 많다.” Q : 최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장외로 나가고 있지만, 연단에 올라 주목받는 건 꺼리는 분위기다. A : “극우 프레임에 갇힐까봐 그러는 거다. 그러면 물어보자. 동대구역에 모인 10만여 명의 시민이 다 극우인가? 민주당은 탄핵안 29차례, 특검법안 25차례 발의했다. 예산안도 자기들 마음대로다. 4조원 이상을 깎아버렸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0원으로 해놨는데, 문 전 대통령 때에는 90억원 넘었다. 검찰 특활비 0원. 경찰 특활비 0원. 감사원 특활비 0원. 그러면서 국회 특활비 200억원은 남겨뒀다. 이런 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맞서서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선량한 시민들이다. 그분들을 폄훼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분들의 외침에 우리 제도권이 화답해야 한다. 이런 문제 의식을 못 느끼면 못 나서는 거다.” Q : 하지만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심각한 문제 아닌가. A : “너무 안타까웠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날 저는 부산의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연설한 뒤 저녁 늦게 서부지법으로 갔다. 어머니부터 청년들까지 저를 둘러싸고 하소연을 하더라. 아들이, 동생이, 친구가 연행됐다고.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실제로 연행된 건지 알아봤다. 그들이 법원 담을 넘어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다음 날 새벽 폭력 점거가 있었다. 누가 뒤에서 불을 질렀는지는… 그런데 어느 시민단체에선 저를 내란 선동으로 고소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어디 한 번 봐라, 그런 선전선동에 내가 눈 하나 깜빡 하나.” Q : 7일에는 서울구치소에 윤 대통령도 접견하고 왔는데 어떤 메시지가 있었나. A : “대통령이 그랬다. 저쪽은 짱돌인데 우리는 모래알이라고. 쟤들은 어떻게든 카르텔을 만들어 서로를 끝까지 보호하고 옹호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약하다고. 지금 같은 위기에선 중도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우리 체제 자체를 지키기 위해 전투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Q : 탄핵 기각 후 결집과 조기 대선 중에 보수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A : “당연히 탄핵 기각이 목표여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과제가 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본인이 임기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헌재의 최후 진술에서 비상한 결단이 왜 필요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거라 본다. 그게 개인 윤석열의 불행을 막고 국가적인 불행을 막는 거다. 그래서 저는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尹 대통령, 최후 진술서 ‘결단’ 밝힐 것” Q : 친박계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지난 시절 보수의 여러 위기를 경험해왔다. 지금 사태에 느끼는 소회는 어떤가. A : “보수 시민들께서 그동안 제게 매번 요구했던 게 대체 왜 안 싸우냐는 거였다. 항의도 많이 받았다. 제가 치열하게 싸웠던 때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을 때였다. 대통령의 신임도 받았고 보수층에서도 이미지가 좋았다. 그러다 박 대 통령이 축출됐고 친박계가 와해했다. 많은 친박 인사들이 교도소에 다녀오고 공천에서 탈락했다. 저도 무사했던 건 아니다. 선거법 재판을 받았다.” (21대 총선에서 윤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왔을 당시의 사건이다. 그는 이른바 ‘함바왕’으로 불리는 유모 씨로부터 도움을 받는 대가로 함바식당을 수주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도(政道)는 정즉인(政卽人)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성에 호소할 때 최고의 정치가 나온다. 그래서 의리는 저버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의리도 저버릴 생각 없다. 윤 대통령은 스케일이나 호방함이나 통도 큰 사람이다. 감옥에서조차 ‘뭐 이런 데 올 수도 있지’ 하는 스타일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와 검사 생활을 오래 한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치는 좀 다른 것 같다. 정치에 있어서 그가 폴리티컬(political) 마인드를 함양할 기간이 짧았던 게 아쉽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