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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알사탕’ 오스카 최종 후보…'에밀리아 페레즈'는 '와호장룡' 깼다

영어 역대 최다 13개 후보 올해 시상식에선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여우주연‧여우조연‧각색‧촬영‧편집‧헤어&분장‧주제가‧음악‧국제장편상 등 최다 13차례 후보에 호명됐다. 이는 역대 비영어 영화 최다 후보 신기록이다. 기존 최다 기록을 보유한 ‘와호장룡’(2000) ‘로마’(2018)보다 3개 많은 수치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멕시코 카르텔 두목의 성전환 수술과 이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이 영화 주연을 맡은 스페인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97년 시상식 역사상 최초로 후보에 오른 성전환 배우가 됐다. 이어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각색한 또 다른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작품상과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의 여우주‧조연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브래디 코벳 감독의 3시간 30분에 달하는 2차 대전 직후 시대극 ‘브루탈리스트’도 작품상과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남우주연상 등 10개 후보에 호명됐다. ━ '에밀리아…' '브루탈리스트' AI 연기 보정 논란 다만, 이날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브루탈리스트’와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연상에 오른 배우들의 대사 일부를 AI 음성 복제술로 보정한 게 폭로되며 연기상 후보로 정당하냐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브루탈리스트’는 브로디의 헝가리어 억양을 조정했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칼라 소피아 가스콘의 가창 부분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 데미 무어, 이번엔 첫 오스카 노린다 한편, 배우 데미 무어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됐던 ‘서브스턴스’는 이날도 기록을 세웠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올해 작품 및 각본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유일한 여성 감독이 됐다. 무어도 생애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을 겨루게 됐다. 올해 오스카 후보 발표는 원래 17일로 예정됐지만, LA 산불로 인한 후보 투표 기간 연장과 함께 이날로 연기했다. 다음 달 10일 예정됐던 오스카 후보자 오찬은 산불 여파로 취소됐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2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 시상식 진행은 유명 코미디쇼 MC 코난 오브라이언이 처음으로 맡았다. 나원정([email protected])

2025-01-23

'Mr. 플랑크톤' 정찬호 "배우로서 조바심내면 피폐해져..알바하며 멘탈관리" (인터뷰②)

두목 왕칠성(오대환 분)이 이끄는 왕자파 일원 중 한 명으로 '할 말 다하는' MZ 조폭으로 등장해 웃음유발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인터뷰 ①에 이어). - 배우가 된 계기는?  ▲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극단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연기자를 꿈꿨다. 대학에 뮤지컬과에 갔다가 편입을 했다. 한 선생님께서 연기결이 매체 쪽이 더 어울리는 거 같다고 해서 영화과 연기 전공으로 졸업을 했다. - 꽤 오랜 기간 배우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겠다 ▲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흉내내기, 상황극 같은 것에 재미를 느꼈다. 막연하게 어른들한테 예쁨 받는 게 좋았다. 노래와 춤을 잘 못췄는데 특출 나게 어릴 때 뭘 잘했나 생각해 보니 흉내 내가 표현하기를 잘한 것 같아 자연스럽게 연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집안 사정이 어렵다 보니까 뭘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 청소년 연기 극단에 저렴하게 들어가 연기를 배울 수 있었다.  - 좋아하는 작품들에는 뭐가 있나?  ▲ 최근 본 '룸넥스트도어' 같은 잔잔한 드라마를 즐겨본다. 보기와 다르게ㅎㅎㅎ ‘시그널’ 같은 작품도 좋아하고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 제가 보기보다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웃음).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작품도 힐링 그 자체다. 너무 해보고 싶다.  - 연기자 롤모델이 있나?  ▲ 이병헌 선배님이다. 영화 '광해'를 보고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것만이 내세상'에서는 와....(그저 감탄). 집에 이병헌 선배님에 대한 연구 서적도 있다. 그리고 요 근래 들어 제게 영감을 주는 배우는 류성록 선배님이다. '스위트홈'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다른 작품에서 선배님의 독백연기를 보고 정말 많은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다. 너무 옆에서 배우고 싶은 그런 배우다.  외국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 내한 행사했을 때 바로 앞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너무 팬이 됐다. (본인에게 '스파이더맨'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인가? 토비 맥과이어보다도?) 물론이다. 마블의 완전 팬이다. (마블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겠다?) 생각만해도 너무 좋다. 수현 배우님이 마블에서 연기한 닥터 헬렌 조의 아들 아마데우스 조가 한국인 히어로인데 머릿 속으로 그 역에 대해 상상하기도 했다.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아직 20대 젊은 나이이지만, 배우로서 조바심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이모 손에 자랐다. 이모가 내가 20대 초에 치매 증상을 보이셨는데 병세가 더 깊어지기 전에 (배우로서 나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꾸준히 배우로서 하려면 멘탈 관리가 중요한 데 직업적으로 조바심을 느끼면 피폐해지는 거 같다. 신사동에서 아르바이트로 화장품을 파는데 그런 마음이 들수록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을 하며 바쁘게 살려고 한다.  - 2025년 계획, 그리고 포부 들려달라.   ▲ 앞으로 공개될 작품으로는 드라마 ''마녀', '유쾌한 왕따', 그리고 독립영화 등이 있다. 내년에는 얼굴, 목소리를 더 발전시키고 벌크업도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최근 들어 악역을 제일 많이 했으니까 내년에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물 등 가리지 않고 다 도전을 해보고 싶다.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email protected] [사진] 박준형 기자  최이정([email protected])

2024-11-30

[김현일의 세상 보기] 양아치만도 못한… 국방장관과 대령이 치고 받는 나라

영어로 'bully'나 'gangster'로 번역하지만 아무래도 의미가 와 닿지 않습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불량 청소년(bully)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깡패(gangster)와 동의어로 쓰이는 경우가 없진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뉘앙스가 다르네요. 굳이 양아치를 표기해야 한다면 'gangster' 앞에 'nasty'나 'dirty' 'base'라는 수식어라도 동원해야 할 겁니다. 깡패들도 기피하는 이 양아치가 공석 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7월 하순, 경찰청장 인사 청문회 결과를 논의하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입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발언 중 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끼어들면서 논쟁이 벌어졌고 강 의원의 "완전히 양아치 수준"에 조 의원이 "(나도)욕해봐! 선배 자격이 없는 거야"로 받아 치면서 난장판이 됐습니다. 정식 소집된 국회 상임위에서, 4선의 여당 의원이 3선의 야당 의원을 향해서 행한 발언이니 '공식(公式) 등장'으로 불러도 되나요. 어차피 '양아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더한 욕설도 심심찮았으니 뉴스 비중은 떨어집니다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양아치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회 양아치 시비는 3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장본인도 강 의원이었지요. 소속만 새정치연합으로 달랐습니다. 강 의원은 예결위 소위에서 상대가 말을 끊자 "저×× 깡패야~ 저런 양아치 같은…"하며 호통을 쳤습니다. 사실 욕설로 치자면 '개xx'가 으뜸일 겁니다. 'F'로 시작되는 영어 욕설과 같은 뜻의 'ㅆxx'도 있고요. 하지만 직접 옮기기조차 민망해 이처럼 x로 둘러대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점잖을 빼야 하는 정치인이 공석에서 차마 입에 올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대타로 등장한 게 양아치인 모양입니다. 다른 욕설을 덧대지 않아도 상대의 속을 확 뒤집어 놓을 수 있고 대다수에게 의미가 전달되니까 말입니다. 저열한, 비겁한, 인간 쓰레기 등등 누구나 싫어하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니 효과만점이지요. 모욕을 참지 못한 상대가 거칠게 대응하다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가능성도 농후하니 패착을 유도하는 도발수단으로서도 여간 용이한 게 아닐 수 없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 이라던가요. 말하는 이의 됨됨이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러고 보면 비속어를 구사한 당사자가 양아치 소리를 들은 상대 이상의 고약한 평가를 받을 여지가 다분합니다. 사태의 발단이 무엇인지, 누가 분란을 촉발했는지 등에 따라 둘에 대한 비난 수준이 달라지겠습니다만 쌈질 자체만으로도 좋은 평가는 그른 겁니다. 여하튼 덕분에 국회 전체가 양아치 수준이라는 덤터기를 썼습니다. 양아치 수준임이 비단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닌데 새삼스럽게 들춘다는 힐난도 있으니 다음 얘기나 겉들이고 그만두렵니다. 실은 '양아치' 국회를 넘어서는 다른 볼썽 사나운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서울에선 계엄령 문건을 둘러싸고 국방장관과 기무사령부 간에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온전한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아찔합니다. 국가 최후의 보루가 콩가루가 됐습니다. 기무사 일개 대령이 군 최고지휘관인 장관을 공개리에 치받으며 진실게임을 벌이는 창군 이래 초유의 추태가 연출되는 위기상황임에도 청와대는 '구경'이나 하는 모양새입니다. 해군출신 장관의 지휘권 손상, 하극상 어쩌느니 운운하는 게 한가하게 들리는 가공할 사태입니다. 다들 소식을 들었을 터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끔찍하고 한심해서 재론을 않으렵니다. 앞서 욕설 예를 들며 '개xx'라고 에둘러 옮겼듯이 소름 돋치고 구역질이 나니까요. 한마디만 거든다면 이 문건이 왜 큰 문제가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수 십 만 다중이 운집한 시위가 격해져 경찰력만으로 치안유지가 불가능할 때 마지막에 기댈 곳은 군입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위수령이나 계엄령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나요. 그냥 손 놓고 있다면 직무 태만.유기를 넘어 반역죄 수준으로 처벌받아야 할 겁니다. 자발적 민주 시위를 훼방하려 했다는 이유를 들지만 만약 불순세력이 끼어들어 대규모 혼란 사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한데 그래도 관망만 해야 할까요. 군이 바보 멍청이 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출동명령 내린다고 총 들고 진압에 나설 리 없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숙군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서해안 교전 처리 등을 겪으며 이빨 빠진 군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차라리 그럴 패기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탱크로 민(民)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장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지 궁금합니다. 말로는 진실 규명이라지만 저만 살겠다고 버둥대는 꼬락서니가 역력합니다. 명예나 체면.염치.의리는 아예 실종됐습니다. 나라 기둥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권은 물론 장난감 병정으로 전락한 지휘관들도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자존감과 의리는 지켜야지요. 실체를 은폐하라는 게 아니라 이름 값, 가슴에 단 알록달록 훈장 값은 하란 말입니다. 그런데 막가파만도 못한… 이런 아수라이기에 '양아치만큼의 의리도 없다'는 돌팔매가 날아듭니다. 양아치도 제 두목은 모시고 두목은 똘마니 챙긴다는데 위아래가 뒤엉켜 싸우는 목불인견 추태 때문이겠죠. 팔뚝에 문신 새기고 뒷골목 휘젓다가 센 상대 만나면 땅바닥에 머리 박고 기는 양아치만도 못하다니 말이 되나요. 제 허물 감추느라 다른 양아치 찔러 바치는 양아치 세계의 의리는 따질 것도 없는데 그만도 못 하다니… 백악관이 'Supreme Leader'로 명명한 북한의 '젊은 지도자' 웃음소리가 뉴욕까지 들립니다. 김현일 / 논설고문

2018-08-01

"집 팔 때 범죄 기록 숨겼다" 계약 물렀다면

영어가 부족해 웨스트 밴쿠버의 다른 학교로 전학 가기 때문"이었다. 614만 달러에 집을 사기로 한 샤오씨는 계약금으로 30만 달러를 우선 건넸다. 계약을 마친 후 샤오씨는 주변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사할 집이 범죄조직 두목이 총 맞고 숨진 곳"이라는 것. 남편이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소문은 사실이었다. 중국계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왕씨의 사위가 2007년 11월 누군가로부터 총을 맞고 집 현관에서 사망한 기록을 찾아냈다. 샤오씨는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집을 사지 않겠다고 알렸고 변호사는 중대한 결함을 숨겼으므로 계약이 무효라는 편지를 집주인에게 보냈다. 집주인 왕씨는 계약을 어긴 것은 자신이 아니므로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나중에 팔릴 때 샤오씨가 사려던 가격보다 낮아지자 차액까지 물어내라고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우선 주인 왕씨가 사위의 사망 사실을 주택 매매시 내역서(property disclosure statement)에 기록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구매 희망자가 매물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면 금세 드러날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 희망자가 계약 전 집의 거래 이유를 물었을 때 사건 내막을 들었어야 마땅하다"며 "판매자의 계획된 은폐"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왕씨의 손녀가 전학을 간 일도 사실이지만 계약 당시 이유로 댄 언어 때문이 아니라 사망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요청받았기 때문이라며 이사 이유는 일견 사실일 수 있으나 불완전한 설명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결국 원고 왕씨에게 계약금 30만 달러와 이자까지 물어내라고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광호 기자

2018-03-14

[최선호 역사칼럼] 백인 우월주의의 표상 KKK

두목으로 영입했다. 이때부터 세력을 급속히 확대한 이들은 남부 전 지역에 지부를 두었다. KKK라는 글자는 Ku Klux Klan의 머리 글자이다. 원래 그리스어의 키클로스(Kyklos)라는 단어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고,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 나는 소리를 나타냈다는 주장도 있다. Klan은 영어의 Clan(씨족)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이다. Kyklos는 둥근 원을 뜻하는데, 아마 옛날로 되돌아가 노예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족속’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많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 중에 이들이 가장 크게 눈에 띄게 된 것은 이들의 폭력과 잔인함 때문이었다. 전직 남부군, 목사, 변호사 등 사회 지도인사들이 적극 주도한 KKK 단원들은 뾰족한 두건을 쓰고 흰 가운을 입고 돌아 다니면서 유색인종에 대해 구타, 방화, 살해, 성폭행을 저지르며 공포를 조성했다. 이들의 주된 표적은 흑인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대인을 포함한 카톨릭 신자, 동성애자, 신규 이민자로 폭력 대상이 확대되었다. KKK의 폐해가 심해지자 1871년에는 연방의회가 연방법을 만들어 이들의 활동을 규제하기 시작하므로 이들의 활동이 수그러들었다. 새로 제정된 연방법의 효력이 있기도 했지만 이때는 남부군 출신들이 남부 각 주정부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블랙 코드(Black Code) 혹은 짐 크로우(Jim Crow) 법을 만들여 흑인들을 공식적으로 차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므로 굳이 KKK가 설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본다. 이때는 흑인들을 분리는 하되 평등하기만 하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이론을 내세워 인종분리(Racial Segregation)을 공식화하는 짐 크로우 법을 시행했다. 고개를 숙였던 이들은 1920년대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다시 세력을 불리게 된 원인은 대량의 이민자들이었다. 이 당시에 미국에 유대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이 들어 왔다. 유대교와 카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적 반감 때문이었다. 세력을 확대한 이들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400만을 넘었었다. 그후 KKK 내부 권력다툼, 성추문 등의 문제로 이들의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듯하다가 1960년대 흑인 차별 철폐 움직임에 반발하여 다시 이들은 다시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전매 특허인 살인, 폭행이 난무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들어서서 연방정부의 단속으로 이들의 세력은 크게 약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KKK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전국적으로 독립된 개별적 분파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회원이 7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개 이들은 백인들을 위한 민권운동이란 캐치프레즈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백인들이 유색인종 때문에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의 뜻이다. 2017년의 샬로츠빌(Charlottesville) 사태에서 보듯이 KKK는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 세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종의 차이를 인격의 차이로 몰고가는 인간의 비열함은 아직도 계속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

2018-03-05

[잠망경] 촌사람을 싫어하세요?

두목은 아주 점잖거나 유머러스할 수도 있는데 까딱 잘못하면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대개 악인들은 이기적이고 교활하고 끝까지 반성할 줄 모르는 특징을 지닌다. 판소리 심청전에서 악역을 맡은 뺑덕어멈을 묘사하는 구절이 다음과 같다. (뺑덕어멈은) "…고기 잘 먹고 술 잘 먹고, 시원한 정자 밑에서 웃통 벗고 낮잠 자고, 여자 보면 내외하고 남자 보면 쌩긋 웃고, 코 큰 총각을 유인하여 밤낮으로 거시기 하고…" 이런 묘사를 보고 당신은 크게 분노하기보다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저도 모르게 터질지도 몰라요. 판소리 흥부전에서 놀부에 대한 표현은 이렇다. 해부학적으로 오장육부 대신에 왼쪽 갈비뼈 아래에 조그만 심술 주머니가 하나 더 달렸다고 해서 오장칠부라 불렸던 그는 심술이 나면 이런 짓들을 했다. "…불 난데 부채질, 호박에 말뚝 박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우는 어린애 똥 먹이고, 애 밴 부인네 배 차고, 달리는 놈 다리 걸고, 이 앓는 놈 뺨 때리고…" 미국 만화 '슈퍼맨(Superman)'에 나오는 'Lex Luthor'의 악역도 유머러스한 데가 많다. 그리고 '배트맨(Batman)'에 등장하는 'Joker'며 결코 당신이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Penguin'도 잔인한 해학으로 스토리 진행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다. 악한을 영어로 'villain'이라 한다. 이 이상한 단어는 13세기에 고대불어에서 생긴 말로서 원래 출신이 비천한 '촌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황당한 어원이다. 촌사람들이 악당이라는 개념은 어디서 오는가. '빌라(villa, 별장)'도 악한이라는 뜻의 'villain'과 말뿌리를 같이한다. 'villa'는 17세기에 들어서서 로마인들이 즐겨 찾던 시골 별장을 뜻했다. 이 어원학에 따르면 요새 한국에서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악당들이다. 'village (마을)'도 'villain'이며 'villa'과 말뿌리가 같다. 이 세 단어는 하나같이 우리 한글로는 표시가 불가능한 소위 '브이' 발음. 다시 말하면 이렇다. 악당 = 촌사람 = 별장에 사는 사람 = 마을 주민 1996년에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쓴 책, 'It takes a village.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이 필요하다'에 대한 언급도 해야겠다. 어원학적 차원에서는 한 아이를 악당들이 키워야 된다는 이론이 참 수상하다. 같은 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공화당의 'Bob Dole'은 이런 말을 했다. "…with all due respect, I am here to tell you, it does not take a village to raise a child. It takes a family to raise a child. -- 죄송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이 아니라 한 가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여기서 말씀 드립니다." 당신도 양심이 있으면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보라. 소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촌무지렁이를 악한으로 취급하는 서구적인 의식구조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그런 악한이 행패를 부려야만 당신이 손에 땀을 쥐면서 주인공 남녀가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또 무엇인지를. http://blog.daum.net/stickpoet

2017-05-02

[굿스푼 굿피플]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갱그룹 MS-13

영어 알파벳 13번째가 M)의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도시들과 46개 주에 만명 이상의 조직원들이 있고, LA, 달라스, 휴스턴, 마이애미, 샬럿, 워싱턴 DC, 메릴랜드 랭글리파크, 타코마파크, 볼티모어, 버지니아 페어팩스, 뉴욕, 보스턴 등에서 확장일로에 있다.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온갖 사회악에 연루되고 있는데, 마리화나, 필로폰, 코카인, 헤로인을 운반 유통하는 나르꼬 뜨라피깐떼(Narco Trafficante 마약 상인)로, 살인, 납치, 인신매매, 매춘, 라이벌 조직인 MS-18과의 피비린내 나는 세력 다툼과 보복으로 미국 내 사회안전을 깨뜨리는 가장 위험한 빤디예로(Pandillero, 폭력배)로 악명이 자자하다. MS-13 저들은 누구이며, 언제 어떤 이유로 흡혈 몬스터처럼 진화하고 있는가.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엔 1979년부터 12년 동안 아비규환의 전쟁이 벌어졌다. 좌파 공산주의 게릴라들이 정부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바 7만5000명이 전사했고, 부상자와 실종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인근 중미 국가들로 수십만명이 피신하였고, 미국은 LA와 워싱턴 DC 두 곳에 전쟁난민들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하며 보살폈다. LA 지역 삐꼬 유니온에 도착한 후 기존의 멕시칸 조폭들의 텃세가 심각해지자 호세 아브레고가 MS-13 을 조직하고 헤페(Jefe, 두목)가 된 것이 효시가 됐다. 잔혹한 호세가 구속되었고 국외 추방과 재차 밀입국을 네 번 반복하면서 조직 확대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조직이 영입하려는 최고의 신입 멤버는 역기능적인 가정 출신의 10대 초반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분노와 적개심으로 일그러져있는 저들에게 기성세대와 사회질서를 파괴하라는 악마적 주문을 넣어 의식화한 후 선배들의 폭력 세리머니(13초 동안의 무차별 타격)를 갖게 했다 파란색 두건을 두르고 손에 마쩨떼(정글칼)와 총기를 든 어린 갱들은 스라소니처럼 의기양양해졌다. 온몸에 MS-13 을 형상화한 문신을 흉측스럽게 가득 채웠다. 악마의 두 뿔을 상징하는 암호화 된 핸드 사인(M)으로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면서 조직원들 상호 간에 의사소통도 한다. 범법 행위로 미국으로부터 추방당한 조직원들이 중미와 멕시코 전역을 장악하였고, 강제 구인(拘引)하면서 6만명이 넘는 조직으로 덩치를 키웠다. 매년 2만명 이상이 살해되고 있고, 전쟁 중인 시리아보다 더 잔혹한 살육현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슬람 과격 급진 테러단체 알카에다, ISIS 와도 긴밀한 회합을 갖고 있어 미 정보당국이 긴장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워싱턴과 볼티모어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시선교: 703-622-2559 / [email protected]

2017-04-21

[최선호 보험칼럼] 조지아 주의 HERO 란 무엇인가?

두목처럼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을 가끔 영웅이라고 묘사하는 때도 있으나, 이런 무자비한 인간을 영웅이라고 대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남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위험한 일을 해낸 사람을 흔히 영웅이라고 부른다. 영웅을 영어로는 ‘HERO’라고 한다. 그런데 애틀랜타 일대 도로에는 ‘HERO’라는 글자를 붙인 차량이 자주 눈에 띈다. 설마 이런 차량이 ‘영웅’을 모시고(?) 다니는 것은 아닐 테고. 조지아에만 특수하게 있는 HERO 차량에 대해 알아보자. ‘오해한’ 씨는 최근에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본인이 잘못한 사고는 아니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하니 시간 낭비와 정신적 고통이 말이 아니다. ‘오해한’ 씨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사고로 인해 다른 차량의 발이 묶이게 된다는 점이었다. 경찰을 불렀으나 무슨 이유인지 경찰이 즉시 출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이 오기 전에 노란색 차량이 나타나더니 사고 차량을 정리하는 등 사고 수습을 하면서 교통이 제대로 흘러가도록 조치를 해주었다. 보아하니 경찰은 아닌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차량의 뒤편에 모 보험회사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이 보험회사가 교통사고를 처리해 주기 위해 온 것을 보니, 사고를 낸 상대방이 이 보험회사의 자동차 보험을 갖고 있구나 생각했다. 사무실에 돌아온 후 사고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해 주며, 모 보험회사에는 사고처리 차량이 따로 있더라고 말해 주었다. 그 얘기를 듣던 한 동료가 그것은 그 보험회사가 파견한 차량이 아니라, 주 정부가 운영하는 사고처리 차량이며, 공식 명칭은 ‘HERO’라고 부른단다. 모 보험회사의 사고처리 차량이라고 오해한 ‘오해한’ 씨는 본인의 무지함을 창피해했다. 그렇다. 조지아 주 정부가 운영하는 사고처리반 HERO의 차량을 모 보험회사의 사고처리 차량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HERO 차량 측면과 뒷면에 모 보험회사의 로고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HERO는 ‘High Emergency Response Operation’에서 머리글자를 따와서 만든 말이다. 이 기관이 하는 일의 애틀랜타 일대의 교통이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원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둔 1994년에 만들어졌으며, 지금까지도 그대로 본래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HERO가 하는 역할이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된 임무가 교통이 원활하게 하는 것이므로 특히 사고 현장에서 차량 정리 등을 조치하기도 한다. 경찰이 하는 역할을 대신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고장으로 움직이지 않아 길가에 서 있는 차를 견인해 주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차량이 교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길 한쪽으로 밀어 치워주거나 한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차량이 길에서 멎었을 때 이 차량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511을 다이얼 하면 되고 경찰이 미처 오지 않을 때 이 차량을 불러 도움을 받으면 유용하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 차량은 모 보험회사의 로고를 달고 다닐까? 조지아 주 정부의 HERO에 대한 예산이 부족하므로 모 보험회사가 그 경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그 보험회사를 로고를 달고 다닌다. 그냥 광고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애틀랜타 일대의 ‘영웅’(HERO)에 대해 잘 알아두면 유익할 것이다. ▶문의: 770-234-4800

2016-03-18

[Saturday] 교사와 조폭이 고향 같다고 어울려 … 미국선 상상도 못 해

두목을 만났다. 그를 “오야붕”이라고 불렀다. 오야붕이 “쫀슨, 너 한국 건달 보고 싶어”라고 물었다. 건달은 깡패·양아치와 다르다. 건달 보고 깡패 또는 양아치라고 부르면 큰일이 난다. 깡패는 조직이 없으며, 양아치는 동네 불량배다. 깡패와 양아치는 건달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건달은 깡패와 양아치를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자 ‘두목행사’에 데려갔다. 전국구 두목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자리다. 일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막후세력자’다. 두목행사는 겉으로 보기엔 칠순잔치·돌잔치·결혼식이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린다. 전국구 두목과 막후세력자 15~20명은 따로 작은 방에서 새로운 사업을 논의하거나 내부 분쟁을 해결한다. 참석자 상당수는 ‘범죄와의 전쟁’ 때 교도소를 다녀왔다. 두목행사에 참가하려면 매번 축의금 형식으로 돈을 내야 한다. 액수는 조직 규모에 따라 다르다. 보통 400만~500만원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종종 내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다. 난 무슨 얘기를 할지 관심이 없었다. 민감한 정보를 알게 되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서다. 건달들에게 늘 “경찰이 모르는 걸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한국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건 눈덩이를 굴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한 사람을 뚫으면 그를 통해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 향우회·동창회 덕분이다. 한국에선 초등학교 교사와 조폭이 단지 같은 학교나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함께 어울린다. 미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두목급을 알게 되면서 수하 행동대장들과도 인사할 수 있었다. 행동대장급은 소속 파(조직)가 달라도 또래끼리 잘 어울린다. 미국의 마피아는 다른 조직원과 그다지 만날 일이 없다. 이런 식으로 상당한 수의, 또 다양한 부류의 조폭을 직접 만나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건달을 만나도 이름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들도 내게 명함을 주지 않았다. 실제론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형님’이라고 불렀다. 별명이 있으면 ‘형님’ 앞에 붙였다. 한 형님은 영어를 조금 했다. 그는 다른 형님들을 가리키며 “저 양반들은 은퇴했어. 나는 ‘ing’(영어 진행형을 뜻하며 자신이 아직 현역이라는 의미)야”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ing 형님’이 됐다.  처음엔 건달들과 친해지기 힘들었다. 건달은 매우 마초적인 집단이다. 모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욕은 입에 달고 산다. 남을 위협하는 게 장기니 더 그렇다.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소주 5병까지 마신 적이 있다. 형님들과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 형님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왔어. 난 미국사람 싫어.” 술에 취한 그는 사방에 물을 뿌렸다. 옆에 있던 형님이 내게 물병을 주면서 “너도 저 XX에게 뿌려”라고 했다. 막상 술 취한 그의 눈을 쳐다봤더니 살기가 느껴졌다. 옆 형님은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라고 계속 나를 채근했다. 딜레마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일어나 물을 내게 부었다. 모두 웃으며 손뼉을 쳤다. 이후 그 형님은 나를 좋아했다.  주로 낮엔 경찰을, 밤이 되면 건달을 만났다. 어느 날 경찰관과 점심을 먹었다. 조금 뒤 경찰서 앞에서 건달 차를 탔다. 그리고 건달과의 점심 약속장소에 갔다. 난 경찰과 건달을 많이 안다. 그래서 경찰관은 만날 때마다 내게 정보를 달라고 한다. 어떤 면에서 내가 건달에 대해 아는 게 경찰보다 많기 때문이다. 반면 건달들은 내게 경찰과 끈이 닿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양쪽의 청을 모두 거절했다. 내 연구를 위해서였다. 논문을 위해 건달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권력과의 유착관계 등 민감한 질문이 많았다. 건달들은 인터뷰를 싫어했다. 그래도 전국의 건달 20명에게서 답을 받았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논문에서 빠졌다. 연구를 도와준 건달들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건달은 보통 한밤중 나를 밖으로 불렀다. 오전 2~3시에도 전화가 왔다. “쫀슨, 뭐해. 부산 가자.” 이런 식이었다. 그들과 전국을 돌아다녔다. 2~3일 일정이었다. 한번은 새로 뽑은 BMW 750을 타고 포항을 다녀왔다. 스피커에선 힙합이 크게 울렸다. 48시간 잠을 못 잔 상태라 몽환적으로 들렸다. 건달들과는 늘 크고 좋은 차만 탔다. 고급 호텔에 묵었고, 값 비싼 보트도 탔다. 2012년 미국으로 돌아온 뒤론 낡은 혼다를 몰았다. 정말 비교가 됐다. 내가 만난 건달들은 대부분 돈이 많았다. 한국의 폭력조직은 실력주의가 원칙이다. 똑똑한 사람만이 행동대장→부두목→두목으로 승진한다. 똑똑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버티기 힘들다.  지난 2년간 나는 조폭 세계에서 ‘내부의 국외자’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 경찰의 끄나풀이 아니니까. 건달들도 한국어를 하는 백인에게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흥미만으로 나를 만났던 게 아니었으리라. 우린 서로 간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었다고 본다. 언젠가 오야붕은 “너, 오야붕 사랑해?”라고 물었다. 나는 “네”라고 답했다. 지금도 오야붕과 연락한다. 오야붕은 내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걸 안다. 그래서 이 기사가 오야붕, 수많은 형님들과 쌓아온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S BOX] 재개발·노점상 철거 … 국가가 용역회사에 폭력 하청하는 셈 존슨 펄트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경찰, 준군사조직, 민족주의자, 그리고 폭력조직: 한국의 건국 과정’이다. 다음은 그의 연구 요지다.  “결론은 국가가 조폭 등 폭력을 사용하는 사적 집단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적당한 협력관계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길 꺼리는 상황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결과다.  나는 용역회사에 주목했다. 1970~80년대 재개발 사업이 한창일 때부터 철거용역은 조폭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국가가 용역회사에 폭력을 하청하는 셈이다. 2011년 5월 인사동에서의 노점상 단속을 보고 나서 이 같은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당시 종로구청 측이 동원한 용역들이 노점상 리어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는데도 경찰이 지켜만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할머니 노점상이 피를 흘리면서 경찰관에게 ‘너희는 뭐하고 있나’라고 따졌다. 물론 노점상이 불법이고, 폭력 상황을 협상에 이용하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미국이라면 단속은 경찰이 한다. 한국 경찰은 당시 폭력을 ‘가두려고’만 했지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용역회사를 동원한다고 한국 공권력이 부패하고 무능하다는 건 아니다. 살인·강도 등 피해자가 있는 범죄엔 한국의 공권력은 강력히 대응한다. 그러나 도박·매춘 등 피해자가 없는 범죄엔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용역회사 동원엔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나 차이가 없었다. 누가 배후에 있는지가 달랐을 뿐이다. 이 같은 내용이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어느 국가에서든 정도만 다를 뿐이다.  한국의 검찰과 경찰은 ‘마피아와 같은 대규모 폭력조직을 거의 다 뿌리 뽑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목격한 사실은 다르다. 한국 조직범죄의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외부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숨겨졌을 뿐이다. 폭력조직은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행사를 자제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권력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email protected]

2014-11-21

비, "할리우드 컴백 신고합니다"…복귀작 '프린스' 오늘 개봉

두목인 오마르를 대신해 모든 험한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은 물론,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진심어린 충언도 격의 없이 던질 수 있을만큼 철저한 신임을 받는 2인자 캐릭터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비는 시종 말쑥한 수트 차림으로 강렬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을 뽐낸다. 적지 않은 분량의 영어 대사는 차분한 톤의 낮은 목소리로 에지있게 소화한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최고 무기로 꼽히는 성실함으로 열심히 연습한 흔적은 진하게 묻어나는 대사 처리다. 후반부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날렵한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지는 비의 열연에 힘입어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완성됐다. 비는 크레딧 상에서도 제이슨 패트릭과 브루스 윌리스, 존 쿠색에 이어 4번째로 등장한다. 크레딧에는 연기자로 활동할 때 사용하는 본명에 예명을 덧붙여 'Jung Ji-Hoon a.k.a Rain'으로 자신을 표기했다. '프린스'를 연출한 브라이언 A 밀러 감독은 지난 18일 열렸던 영화의 프리미어 행사에서 "이번 영화의 출연진은 지금껏 일해 본 어떤 배우들보다도 훌륭하고 존경스러웠다"며 "브루스 윌리스, 제이슨 패트릭, 존 쿠색은 물론 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4-08-21

최민식의 압도적 존재감…할리우드가 반했다

두목 미스터 장 역을 맡았다. 뇌 활동량을 촉진하는 특수 약물을 루시의 몸속에 넣어 운반하려다 사고로 이 물질이 루시의 몸속에 퍼지며 그녀가 예상치도 못했던 힘을 가진 존재로 진화해가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되찾으려 돌진해 나가는 악역이다. 영화 속 최민식의 비중은 상당하다. 주인공 루시인 스칼렛 요한슨, 그녀를 돕는 박사 역의 모건 프리먼에 이어 세 번째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만큼 중요한 역할이다. 최민식은 영화에서 모든 대사를 100% 한국어로 처리한다. 일부 장면에선 자막도 나오지 않는다. 루시가 미스터 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통역을 통해 그 뜻을 전달받는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해 전달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미스터 장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뉘앙스를 받아들이며 웃고, 압도당하고, 전율한다. 언어를 넘어서는 최민식의 존재감과 연기력 덕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측이 제작과정을 소개한 자료를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이 역할에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한국까지 건너가 그를 설득했다. 한국어로 대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한 것도, 영어 연기나 해외시장 진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최민식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내가 지금 할리우드에 가서 뭐하냐"고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최민식도 뤽 베송 감독의 정성에 마음을 돌렸다. "연기를 시작했던 젊은 시절부터 뤽 베송의 영화를 즐겨 보곤 했다. 그의 영화는 늘 좋은 영감이 돼 줬다. 자연히 그와 함께 일하는 건 어떤 경험일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세트에서는 어떻게 연출을 할까, 사람들의 정신 세계는 어떨까,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고 그 호기심이 날 '루시'로 이끌었다."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내가 지금껏 만나 본 배우들 가운데 최고다"라고 할 만큼, 최민식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미스터 장에 대해서도 "'레옹'에서 개리 올드먼이 연기했던 캐릭터 이래로 최고의 악당이 탄생한 것 같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스칼렛 요한슨 또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최민식에게 극찬을 보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영적으로는 충분히 의사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민식은 표현력이 굉장히 빼어나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는 배우였다. 존재감도 너무나 강렬해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미스터 장은 그저 아주 악하고 나쁜 캐릭터로 비칠 수 있지만, 최민식은 그 단순한 캐릭터에도 여러 얼굴을 더해줬다." 영화 '루시'는 오늘부터 북미 전 지역에서 개봉된다. 등급 R.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2014-07-24

[중앙시론]박정희 대통령 방미의 기억

두목"이라고 묘사하고 있었으니 존경심을 갖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 방미는 암살당한 케네디의 장례식 참석. 세 번째 방미는 달라야 했다. 미국이 그리도 불쾌해했던 군사반란의 주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신성시 하는 민주적 선거를 거친 합법적 대통령. 박정희는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각인시켜야 했다. 그가 방미 기간 중 남긴 어록을 분석하면 '박정희 독트린'이라 불릴 만한 비전이 나타난다. 흔히 당시의 한국의 경제 수준을 아프리카 가나에 비교하는데, 이런 약골의 나라의 지도자가 정리된 외교철학을 내뿜었다. 60년대 미국의 약소 동맹국에 대한 정책은 한마디로 갈팡질팡. 비전은 엄청났다. 케네디의 취임사에 다음과 같은 감동적 문장으로 요약돼 있다. "오두막과 촌락에 살며 대규모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기간이 걸리더라도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도울 것을 맹세합니다…만약 자유로운 사회가 가난한 다수를 도울 수 없다면, 그 사회는 부유한 소수를 지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땠나. 약소국들을 향한 그의 소위 '진보적 동맹'이라야 시골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평화봉사단'의 파견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주지하는 대로 케네디의 군사정책은 진보적이지 못했다. 쿠바와의 대립에서 빗어진 중남미의 긴장과 베트남 내전 개입에 따른 아시아에서의 냉전고착은 그의 외교패착으로 꼽힌다. 이런 미국에 대해 박정희는 당돌하고 당당한 요구를 한다. '그랜드바긴(Grand Bargain)'이다. 미국의 정책을 대담하게 지원하겠으니 미국도 확실하게 빈곤탈출의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박정희는 월남전 파병, 한·일 국교 정상화, 그리고 한국에서의 미국의 작전, 자유권을 완전히 수용했다. 그는 존슨에게 한국군은 "미국 군대의 일부다(Part of U.S. forces)"고까지 했다. 이 같은 친미를 넘어 착미(着美)적 정책의 반대급부는 스케일 큰 경제·기술 지원이었다. 존슨은 과거 '상원의 마스터(The Master of Senate)'라 불린 협상의 귀재이다. 그는 원조의 최종 인준은 자신이 아니라 의회라며 의사당 뒤로 숨었다. 박정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원조삭감 얘기가 나오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의회에 계류 중이던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 개발차관이 존슨의 약속대로 의회를 통과한다. 한국의 발전이 곧 미국의 득이라는 공동운명의 관계가 맺어진 것이다. 박정희에게 중요한 소득이 하나 더 있었다. 존슨과의 동질감이다. 존슨은 텍사스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해 가난의 상징인 멕시코 농장인부들의 자녀들을 가르친 시골 교사출신이다. 빈곤과 후진성이 없는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가 그의 정치철학이었다. 박정희와 통했고 둘은 친근감을 느꼈다. 이렇게 시작된 박-존슨 관계는 밀월이라 불릴 만큼 돈독했다. 양쪽이 약속한 바를 성실히 실천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1965년 5월 박정희의 방미 성과는 ABCD로 요약된다. Affection(친근감), Bold(대담성), Commonality(동질감), 그리고 Delivery(실천)를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반세기 전 아버지가 이룬 외교적 성과를 재현할 수 있을까? 기대해볼 일이다. 이 길 주 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2013-04-30

제가 갱단 두목이라뇨? 김용하 몽고메리한인회장 법적 대응키로

두목(또는 배후조종자)라는 허위 주장을 형사 고발장 등에 담았다”며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회장은 또한 “나를 상대로 제기된 세 건의 형사고발 사건 중 최소 한 건은 박대원(53·수도워싱턴DC한인회장)씨가 영어 고발장 작성을 도운 것으로 안다”며 “올해초 박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고발 사건을 도와줬다고 해서 박씨가 나에게 개인적 감정으로 보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씨를 상대로 한 고발 사건은 모두 증거·혐의부족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소유예(취하) 처분이 내려졌다. 한편 메릴랜드시민협회 한모씨는 가택침입, 절도, 강도 등의 혐의로 김 회장을 수개월 전 형사고발했다. 한 씨는 소장에서 ‘김씨가 내 집에 무단 침입해 협회 깃발, 뱃지, 금품 등을 훔쳐 달아나는 등 수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김 회장은 다른 사건으로 추가 피소되면서 지난 10월6일과 11월14일 각각 하룻밤씩 유치장 신세를 지고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또한 김 회장이 다니던 몽고메리카운티의 M교회의 이 모씨 등 두 명은 김 회장과 서재홍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을 지목하며 ‘지난 9월 김씨가 서씨와 함께 교회 자물쇠를 부수고 교인 전 모씨의 카메라를 빼앗는 행패를 저질렀고, 김씨는 평소 한인사회에 갱단 배후조종자(gang mastermind)로 알려졌다’고 고발장을 통해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들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한 날 난 여러 행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 교회 건물에는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 사무실이 있고, 이들은 교회 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발생한 알력 다툼에 불가피하게 연루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같은 교회 민 모씨도 고발장에서 “김씨와 서씨가 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두 사람은 팀을 이룬 조직 범죄그룹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주장은 동안 한인사회에서 여러 단체 활동 등을 하며 봉사한 내 경력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며 “결백을 입증하고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송훈정 기자

2012-11-29

[영화이야기] 폭력으로 대응해선 안되기에 더욱 두려운 폭력

영어권을 위한 제목은 ‘In a Better World’이다. 우리말 제목은 이걸 이상하게 음차해 정했다. ‘베터’가 아니고 ‘베러’다. 주인공 안톤 (미가얼 페르스브란드 분)은 스웨덴 의사로 집은 덴마크에 있지만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안톤이 덴마크에 머물던 중, 작은 아들 몰던이 다른 아이와 다투는 걸 말리다가 다른 아이의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봉변을 당한다. 아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안톤은 애꿎게 당하고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돌아선다.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다. 한편 수단의 난민 캠프로 ‘빅맨’이라는 반군 두목이 다리 치료를 받고자 찾아 온다. 뱃속에 든 태아의 성별 맞추기 내기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부들의 배를 가르는 천인공노할 악행을 일삼는 악당이다. 그를 내치기를 바라는 난민들의 바람을 뿌리치고 안톤은 그를 치료해 주기로 한다. 이런 평화주의자 안톤과의 대척점에는 열 두 살 난 큰 아들 엘리아스의 친구인 크리스티앙이 있다. 외국인이며 치아가 못생겼다고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엘리아스를 런던에서 새로 전학 온 크리스티앙이 구해주면서 둘은 친하게 된다. 크리스티앙의 지론은 힘을 과시해야 남들이 자신을 건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한 건 반드시 몇 배로 갚아야 하는 크리스티앙이다. 영화는 선진국인 덴마크의 상류층 사회에도 아프리카의 난민 캠프에도 폭력이 난무하고, 아이들 사회에도 어른들 사회에도 폭력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서로 달리 대응하는 두 가지 유형을 안톤과 크리스티앙을 통해 보여 준다. 과연 폭력에는 같은 폭력으로 대응해야 하나, 아니면 무저항이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보다 나은 세상이 될까?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관객의 머리와 가슴은 괴롭다. 영화 속에서 안톤이나 크리스티앙 모두 완벽한 인격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우선 폭력에 대해 성인군자 같은 안톤이지만 여자 문제로 역시 의사인 아내와 별거 중이다. 폭력 문제로 돌아와서도 분노를 삭이며 치료해 주던 반군 두목을 결국엔 성난 군중에게 내어주고 만다. 그리고 폭력에 대한 자신의 인내를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커다란 폭력을 일으키게 되는 걸 막지 못한다. 크리스티앙은 폭력에 같은 폭력으로 대응했다가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자신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단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화적 대응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폭력으로 대항해서는 희망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영화가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공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기 쉽다. 더 어려운 건 작은 개인적인 폭력이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 우리 곁에 늘 자리잡고 있는 작은 폭력들에 대해서는 잘 대응하는 게 더 어렵다. 다른 쪽 뺨마저 내놓으며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영화 속의 안톤도 억울하게 빰 맞고 돌아와선 화를 삭이느라 쌀쌀한 날씨에 옷 입은 채 찬물로 몸을 던진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가족이 함께 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눠봄 직하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2011-07-21

[윌셔 플레이스] '위시본' 의 사랑 게임

영어의 '세가지 소원(three wishes)'은 지니에서 비롯된 조크다. 버전이 수십 가지나 되지만 가장 압권은 '마피아 두목'이다. 어느날 마피아가 FBI의 추적을 피해 대서양을 항해하는 유람선을 탔다.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세 사람만이 무인도에서 살아남았다. 생존자는 마피아 보스와 미국인 부자 그리고 프랑스의 바람둥이였다. 셋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지니가 들어있는 요술램프를 주웠다. "주인님 세가지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먼저 미국부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투자한 주식이 대박을 터뜨려 억만장자가 되게 해줘." 프랑스 남자는 바람둥이 다웠다. "난 애인과 함께 알프스로 보내줘." 혼자 남은 마피아 두목은 너무 심심했다. "야! 아까 걔네들 다시 불러줘." 허무맹랑한 소원을 말하면 오히려 벌을 받는다고 경고해 몇해 전 인터넷에서 '올해의 유머'로 꼽히기도 했다. 해가 바뀌면 늘 '올해만큼은 꼭…'하며 소원이 밥상의 화두로 떠오른다. 이때 지니 대신 등장하는 것이 '위시본(wish-bone)'이다. 치킨이나 칠면조 등 조류의 목과 가슴 부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뼈다. V자로 생긴 이 뼈가 튼실해야 새는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치킨을 발라 먹은 다음엔 부부가 재미삼아 이 뼈의 양 끝을 잡고 당겨 부러 뜨린다. 긴 쪽을 쥐는 사람은 그해 마음 속으로 빈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이긴 쪽은 입이 귀에 걸린다. '위시본'은 글자 그대로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뼈다. 남부에선 새해 이브 11시 11분 이 치킨 게임을 하며 부부가 세가지 소원을 서로에게 들려주는 관습이 있다. 이 시각이 돼야 지니의 신통력이 꼭지점에 오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경기의 찬바람이 단란했던 가정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새해 초부터 이혼에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도돼 우울해지기도 한다. 울적할 때나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을 때 통닭을 사다가 먹으면 어떨까. '위시본'으로 내기를 해 진 쪽은 설거지와 청소를 이긴 쪽은 디저트를 사고…. "자~ 힘주고. 똑 부러졌네." 누가 이겼을까. 하기야 부부사이에서 이겨봤자다. 소원도 좋지만 부부금실 키우기에 '위시본' 만큼 좋은 게임도 없을 것 같다. 성경에서도 '믿음과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가 물으면 부자나 출세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답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2011-01-06

[윌셔 플레이스] 독립기념일 핫도그 대회

영어는 더듬거렸지만 그가 만들어준 핫도그의 맛과 성실함에 반한 것. 손님 중엔 유명인사들도 더러 있었다. 이들이 개업할 것을 적극 권유해 코니 아일랜드에 네이던스 제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 때가 1916년이다. 가게는 늘 손님들로 북적여 네이던스 대신 '텐 디프(Ten Deep)'로 불렸다. 고객들이 열 줄이나 깊게 늘어서 있어 이런 별명이 생겨났다.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도 줄을 서 사 먹었다니 당시 네이던스의 명성을 가늠할만 하겠다. 핸드워커는 자신과 같은 이민자를 차별 않고 부자로 만들어준 미국이 고마웠다. 그해 독립기념일이 가까워오자 핫도그 먹기 대회를 개최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이 가장 애국하는 사람'이라며 널리 홍보했다. 상금도 두둑히 내걸어 신청자들이 몰렸다. 첫 대회 챔피언은 제임스 멀런. 기록엔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그가 12개를 먹었다고 쓰여있다. 대회가 중단된 것은 딱 한 번. 나치 독일이 자신의 조국 폴란드를 침공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자 이에 항의 대회를 걸렀다. 넬슨 록펠러 뉴욕주지사도 단골이었다. 네이던스에서 핫도그를 먹지 않으면 비애국자로 찍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우스개를 남길 정도였다. 루디 줄리아니 시장 재임시절 네이던 핸드워커는 '뉴욕을 빛낸 100대 명사'에 수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조 디마지오 앤드루 카네기 등 수퍼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 핫도그는 원래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식품이 아니었다. 개고기를 구워 판다는 소문이 나돌아 핫 도그(hot dog)란 흉칙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한 이민자의 나라사랑이 미국인들의 입맛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민자의 꿈이 담겨져 있다는 핫도그. 어쩌면 핫도그 하나가 미국의 건국이념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여럿(이민자들)이 모여 하나(From many one)를 이룬다는 그 이념이다. 4일 대회에서 한인 이선경씨가 기록경신에 성공해 '진정한 애국자'란 칭송을 들을지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의 또다른 볼거리다.

2010-07-01

[잠망경] '달하 노피곰 도다샤'

영어에서 ‘heafod’라 했는데 ‘top of the body; upper end of a slope: 몸의 꼭대기, 언덕의 정상’이라는 뜻이었다. 사람 머리도 머리지만 언덕 위에 걸린 해나 달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적인 말이다. 거두(巨頭: 큰 머리)는 영향력이 크며 주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고, 두목(頭目)은 한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일컫는다. '머리 수’와 ‘도읍 도’가 합쳐져서 수도(首都)를 ‘capital city’라 하는데 이 단어는 13세기 초 라틴어의 ‘caput: 머리’에서 파생됐다. 한 나라의 최고 신경중추에 해당하는 도시에 ‘머리’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모자(cap)도 배의 선장 ‘captain’도 같은 말에서 유래했다. 동물을 셀 때 ‘한 마리, 두 마리’ 하는 것도 ‘머리’의 파생어. 양키들도 머릿수를 셀 때 ‘head count’라 하고 시체 수를 셀 때는 ‘body count’라 한다. 그들에게 죽은 생명은 머리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headway’는 ‘진전’ 혹은 ‘진척’이라는 뜻이다. 동물이 앞으로 나갈 때 맨 먼저 머리가 앞으로 나가는 법이려니. 그래서 ‘We made lots of headway’하면 일이 많이 이루어졌거나 많은 진보가 있었다는 말이다. 즉 멀리까지 전진을 했다는 의미다. 정읍사의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라는 구절에서 ‘멀리’의 말뿌리가 ‘머리’에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당신도 한 번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보라.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밤 늦게 귀가하는 님을 기다리던 그 옛날 한 여인의 아련한 자태를. http://blog.daum.net/stickpoet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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