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러·우크라 협상, 돌파구 없었다…휴전에 입장차 극명(종합2보)
3년만의 러·우크라 협상, 돌파구 없었다…휴전에 입장차 극명(종합2보) 포로교환 2천명 합의에 그쳐…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여부에 논의 집중 우크라 무조건 휴전 요구…러는 "휴전 조건부터 명확히" 추가 회동 합의했지만 시기 미정…트럼프-푸틴 회담 성사 주목 (모스크바·브뤼셀=연합뉴스) 최인영 정빛나 특파원 = 우여곡절 끝에 3년 2개월 만에 성사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협상이 90분 만에 종료됐다. 양측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 속에 일단 협상장에 나왔지만, 휴전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회담은 90분 만에 끝났다. 다른 외신들도 회담이 2시간도 되지 않아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날 협상에 러시아 측에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선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협상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중재하는 3자 회담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단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양측 대표단이 "휴전을 목표로 하는 협상을 위해 다시 만나기로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결과를 전했다. 또 서로 각각 1천명씩 포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총 2천명 규모의 포로 교환이 이뤄지는 건 2022년 2월말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포로 교환 합의를 제외하면 실질적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로 교환은 그간 양측간 직접 소통이 단절된 동안에도 제3자 중재를 통해 여러 차례 이뤄졌던 부분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휴전과 러·우크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 메딘스키 보좌관은 회담이 끝난 뒤 "전반적으로는 (회담) 결과가 만족스러우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연락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요청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 가능성이 논의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또 "각자가 미래의 휴전에 대한 구상(vision)을 내놓고,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러한 구상이 제시되고 나서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 수석대표인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도 이날 회동에서 휴전과 양국 정상 간 접촉이 논의됐다고만 말했다. 휴전, 정상회담 등에 관한 탐색전 수준의 원론적 논의만 오갔을 뿐 휴전 조건과 기간, 점령지 귀속 문제, 추후 회담 일정 등과 같은 핵심적이고 구체적 쟁점에 대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견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외교 소식통은 이날 AFP에 "러시아 대표단은 휴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광범위한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하는 등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소식통은 AP 통신에 "오늘 회의에서 아무런 성과없이 떠나기 위해 애초 의도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문제만 내놓은 것 같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메딘스키 단장은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이날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2022년 벨라루스 고멜에서 합의한 협정 조건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28일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고멜에서 처음 협상에 나선 바 있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을 2022년 3월 중단된 이스탄불 협상의 연장선으로 간주한다고 밝힌 만큼 이스탄불 협상이 열린 배경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딘스키 단장은 "고멜에서 우리가 무엇을 합의했는지 떠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그때 우크라이나가 평화에 합의했다면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났을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당시 합의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결과 이스탄불에서 다음 협상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휴전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는 무조건적이며 즉각적인 30일 휴전을 지속해 요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휴전부터 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재무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이날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의 대표단 협상이 끝난 뒤 엑스를 통해 "러시아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살상 중단을 거부한다면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독일, 영국, 폴란드 정상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스탄불 협상 결과를 논의했다고 우크라이나측은 전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협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사'를 자임하며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탄불 협상에 대해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되는 대로'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그런 회담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유럽은 러시아 압박을 위한 추가 제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PC 정상회의 연설에서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데 쓰는 그림자 선단, 노르트스트림, 금융 부문을 겨냥하는 새로운 제재를 마련하는 한편, 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공조를 통해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