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100세까지 운전하려면
운전하지 말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눈이 텁텁하다.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다. 고속도로에서 옆 차와 접촉할 뻔했다. 우선 속도를 줄이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한다. 그러나 오늘 오후 인식력, 즉 판단 미스로 또 사고 날 뻔했다. 우리가 사는 주택단지 후문으로 나오면 링컨 도로다. 우측 회전을 하기 전 좌측을 보니 차가 계속 오고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끊이지 않는다. 약간 틈이 난 사이 회전했다. 파란색 세단이 내 차의 뒤를 받을 뻔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구순이 지나니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기적거리며 걷는다. 운전할 때 고개를 돌리기가 힘들다. 미국에서 75세 이상의 시니어 약 80퍼센트가 운전을 그만두거나 줄인다고 한다. 보통 7~10년만 더 운전한다는 통계가 있다. 나는 이 통계를 무시하고 아직 운전대를 붙들고 있다.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운전을 하지 못하면 큰일이다. 아내는 매주 여러 번 병원에 간다. 약국에서는 거의 매일 두 사람의 처방약을 가져가라고 연락이 온다. 나는 풀단지에 쥐 나들듯 시장에 자주 간다. 운전을 하지 못하면 발이 묶인다. 바쁘게 일하는 딸에게 부탁해야 한다. 택시를 부른다. 택배를 부른다. 아이고, 맙소사. 운전은 시력, 청력, 체력, 인식력이 뒷받침해줘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시력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그동안 눈 관리를 게으르게 했다. 오른쪽 눈에 안질이 생겼다.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진 탓이다. 눈곱이 자꾸 나왔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응급실에 가서 항생제 안약을 처방받아 눈에 넣으며, 아침저녁으로 더운 물로 거즈 수건을 적시어 습포(濕布)를 했다. 안과 의사를 만나 보았다. 황반변성 증상이 없다고 한다. 눈은 먹는 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작용으로 눈이 텁텁해지거나 감긴다. 두통, 설사 또는 어지러운 증상도 생긴다. 난 반대로 약을 먹지 않으면 눈이 감긴다. 눈에 좋다는 루테인, 비타민 D와 E 그리고 피시 오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피곤하지 않도록 고양이 잠을 자주 잔다. 앞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운전하려면 시력을 가꾸어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나는 운전하지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라고 주장하지만, ‘그만’이 기다리고 있다. 면허를 한 번 더 갱신하면 97세까지 운전할 수 있다. 욕심으로 3년을 더 해 100세까지 운전하고 싶다. ‘Aim high’. 목표를 높이 세우자.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운전 시력 청력 황반변성 증상 우측 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