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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고 시설 만족, 매년 훈련 오고 싶어요"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 챔피언팀인 기아 타이거즈가 오렌지카운티 코스타메사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한국 프로야구팀이 남가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KBO 출신의 김혜성 선수가 LA다저스에 입단해 한인 야구팬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 15일 열기 가득한 기아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전지훈련) 현장을 찾았다.    맑은 하늘 아래, 묵묵히 공을 던지고 치는 선수들의 눈빛에는 오직 승리만이 담겨 있었다. 올 시즌, 한층 더 단단해진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와 동시에 V13(한국시리즈 우승 13회)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이날 오전 9시 존 알토벨리 파크(John Altobelli Park) 야구장. 3루 외야 쪽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모여있다. 그곳에서 갑자기 K팝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워밍업(몸풀기)을 알리는 소리다. 코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이 허리와 다리를 틀며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뛰는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한다. 이른 아침 몸과 함께 정신도 깨우기 위해 선수들이 연신 ‘파이팅’을 외친다.         한쪽에서는 이범호 감독이 야구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기아 타이거즈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쓰는 인조잔디 야구장이다. 최근 계속 내린 비로 기존의 어바인에 있는 그레이트 파크 야구장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래서 이 감독이 인조잔디는 어떤지 허리 숙여 보고 또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마운드에 직접 서서 투구 자세를 잡아보는 등 야구장 상태를 세심하게 챙겼다. 이 감독이 옆에 있는 코치에게 “라이브 훈련(실전 연습) 처음 할 때 인조 잔디도 괜찮다”고 말한다. 야구장 상태가 괜찮은가 보다. 이어 그는 “여기 날씨 진짜 좋다"며 “훈련하기 딱 좋다"고 날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이 공을 던져 주고받는 캐치볼도 워밍업의 일종이다. 윤도현 선수와 변우혁 선수가 짝을 이뤄 캐치볼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수비코치가 매서운 눈으로 몸동작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코치가 윤 선수의 다리 동작을 지적하자 이내 그의 자세가 달라진다.     수비코치가 야수(내야수와 외야수를 일컫는 말)들을 불러 모았다. 그가 몇 마디 하자 선수들이 각자 위치로 흩어진다. 1·2·3루수를 비롯해 유격수, 중견수, 좌익수 등이 자신의 자리에 섰다. 그러자 타석에 선 코치가 배트로 야구공을 친다. 펑고(연습 타구로 진행되는 수비 연습)가 시작된 것이다.     옆에서 펑고를 함께 지켜보던 코치가 “야수들이 타격 훈련보다 수비 훈련을 더 힘들어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즐겁게 훈련에 임한다. 박민 선수가 타석에서 빠르게 굴러오는 공을 멋있게 잡아내자 동료들이 “민이, 민이 나이스”라고 외치며 격려했다.     오전 10시. 라이브 훈련이 시작되며 야구장에 전운이 감돈다. 투수가 실제 경기처럼 공을 던진다. 타석에 선 타자도 실전처럼 훈련에 임한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마운드와 타석 뒤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 홍보팀 관계자는 이를 초고속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손 모양을 포착하여 구질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KBO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제임스 네일 선수가 마운드에 섰다. 그가 초구부터 공을 힘껏 던졌다. 타석에 선 박찬호 선수가 “어떻게 치냐”며 감탄을 내질렀다. 한 코치가 공의 속도가 시속 93마일이라고 하자 타석 네트 뒤에 있던 다른 타자들이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다. 감탄하는 동시에 날아오는 공의 구질과 투구 스타일을 면밀히 관찰하고, 몸을 움직이며 타격 타이밍을 시뮬레이션한다.     뒤이어 팀의 맏형, 최형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최고참답게 초구부터 네일의 공을 쳐 냈다. 그러나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그만큼 네일의 공은 강력했다.     네일의 투구에 연거푸 감탄을 외치던 김선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헛스윙이다. 이를 지켜보던 이 감독이 “(이)의리 공은 자신 있어 하더니 이건 못 치냐”라고 한마디 한다. 그러자 김 선수가 다음에 날아오는 공을 힘껏 쳐 우중간으로 보냈다. 역시 고참 선수는 달랐다.     감독은 선수의 장비도 관찰한다. 라이브 훈련 중, 김도영 선수가 타석 네트 뒤에서 배트를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배트를 본 이 감독이 “배트가 코팅되어 있으면 조금 더 멀리 나간다”며 “나중에 코팅 더 받아”라고 조언했다.   네일 선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의 투구를 경험한 서건창, 최형우 선수가 통역 없이 그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한인 야구팬들이 훈련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안소빈씨는 10년째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 중이다. 아버지를 따라 팬이 됐다. 안씨는 캘스테이트 풀러턴 교환학생으로 지난달 한국에서 어바인으로 왔다. 야구를 좋아하는 교환학생 친구 3명과 함께 아침 일찍 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한국에서는 가까이서 선수들의 훈련을 볼 기회가 없는데 좋아하는 팀의 훈련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3주째 주말마다 기아 타이거즈의 훈련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완 LA총영사도 먼발치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 야구의 오랜 팬인 그는 “한국 야구팀들이 스프링캠프로 남가주를 계속해서 찾아주면 좋겠다”며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라고 전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 그리고 V13을 향한 도전. 기아 타이거즈는 이제 그 길의 출발선에 섰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KBO 리그에서, 기아 타이거즈는 다시 한번 왕좌를 향해 질주한다.      ━   이범호 감독   이번 스프링캠프를 총평하자면. "부상 선수 없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넘어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만족스럽다. 선수들이 체력을 잘 끌어올려 오키나와에서 경기 위주의 훈련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2년 차 감독으로서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은 없다. 선수 시절에도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한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감독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으며, 작년 우승팀이라는 부담보다 다시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투수 교체나 경기 중 선수 기용 타이밍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렵다.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며,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소통에 어려움은 없나. "1년 동안 퓨처스 리그 감독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생각과 성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대화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선수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고참 선수들과의 균형 유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김도영, 황동하, 윤영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또한, 윤도현과 박정우 같은 선수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기대되며, 잘 성장해주길 바란다."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프로야구는 전쟁터다. 스스로 하지 않고 누군가 시켜서 하면 100%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야구를 할 수 없다.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누가 시켜서 야구공 1000개를 치는 것보다, 스스로 훈련 방법을 터득해 100개를 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역 생활이 길지 않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은 더 짧다. 짧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가장 견제되는 팀은. "특정 팀을 꼽기는 어렵다. 10개 팀 모두 비슷한 전력을 갖추고 있어 누가 5강에 진입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작년 5강에 올랐던 팀들은 견제 대상이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고,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는 외국인 선수와 FA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올 시즌도 가만히 있을 예정인가. "가만히 있을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개입하지 않겠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머리는 계속 빠르게 움직인다.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양현종 선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집중한 훈련은.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었고,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상 없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투구 스타일에 변화가 있나. "특별한 변화는 없다. 구종과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비결은. "딱히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몸이 유연한 편이라 부상 위험이 낮은 것 같다. 꾸준한 운동과 스케줄 관리 덕분에 건강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사실상 기아의 원클럽맨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 팀에서 오랜 시간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다."   고참으로서의 장단점은. "특별히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은 없다.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선후배 기강이 예전보다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고,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연속 170이닝을 던졌다. 올해도 가능할까.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 목표이지만, 감독님께서 이닝을 줄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주문하셨다. 팀을 위해 짧게 던지면서도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은퇴 후 감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아직 너무 먼 이야기다. 은퇴 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또 동료들에게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   나성범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집중한 훈련은. "비시즌 2주만 쉬고 곧바로 몸을 만들었다. 다리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달리기를 통해 유산소와 하체 근력 강화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30홈런-100타점을 목표로 삼았는데. "나 자신을 믿고 있기 때문에 부상만 안 하면 많은 경기를 뛰면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상만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롭게 변화하는 투수 스타일과 규정 변화에 대한 대비는. "투수의 공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크존이 낮아지는 등 여러 규정도 바뀌었다. 아직 새 규정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빨리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할 것 같다. 규정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것은 모든 선수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급 신체 조건을 갖추기 위한 루틴이 있다면. "시즌 준비 시기에는 근력 운동 시 중량을 많이 들려고 하고 있다. 하루에 해야 하는 운동량을 계획적으로 다 수행해 힘을 끌어올린다. 시즌 때는 중량을 적당히 치면서 일주일에 2회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힘들다고 안 하면 루틴이 깨진다. 그래서 최대한 운동 계획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 몸을 유지하는 것 같다."   주장으로서 팀을 어떻게 이끌고 있나. "선수들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틀에 벗어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지금 선수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움직여준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늘 감사하다."   외국인 용병 선수 적응 어떻게 도울 건가. "매년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팀에 오면 먼저 다가가서 한국 야구 문화와 팀과 친해지게 하는 게 몸에 베어져 있다. 주장이 아닐 때도 그래왔다. 외국 선수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재밌어서 그런지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그들과 빨리 친해지는 편인 것 같다."   올 시즌 주장으로서 목표는. "2연패를 향해 달려가는 건 당연하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르면 좋겠다. 또 건강한 시즌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성적은 알아서 좋아질 것이다. 또 팀 내 선수들이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   김도영 선수   수비력 보강 위해 어떤 훈련 집중했나. "핸들링 연습, 공의 방향을 따라가는 스텝 훈련 등을 통해 나한테 잘 맞는 수비 방법을 찾고 적용하는 데 노력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가는 것 같다."   힘과 유연성 모두 갖췄다. 비결이 무엇인가. "시즌 때는 팀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주고 비시즌에는 다니는 운동 센터에서 운동 방법을 세심하게 잘 알려준다. 덕분에 크지 않은 체구에도 비거리가 잘 나오게 됐다."   루틴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떤 노력 중인가. "수비와 타격 모두 나에게 맞는 훈련을 통해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타격 훈련법은 따로 있어서 작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고, 수비 훈련 관련 루틴도 최근 끌어 올리고 있다. 루틴 잘 세우면 디테일하고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터들 다녀갔다. MLB 진출 계획은. "MLB의 꿈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지금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상이 생겨 내실을 다질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지금은 몸 만드는 게 중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데만 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기록 세웠다. 깨고 싶은 기록은. "기록을 크게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잘 모르겠다. 또 아직 어리다 보니 지금 당장 기록을 깨야겠다는 욕심이 없다. 선배들이 세운 큰 수치들을 보며 열심히 훈련하고 성장하고 싶다."   뜨거운 관심받고 있다. 부담 안 느끼나. "되레 부담이 없다. 사실 부담이라는 느낌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항상 마음가짐 자체가 '관심 줄 때 잘하자'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기아 타이거즈 팀원으로서는 당연히 우승,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타율 3할에 풀타임 출장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성적, 또 자신감 있는 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팀에 입단할 때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고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팬분들도 꾸준한 사랑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김경준 기자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김도영 양현종 나성범 이범호 최형우 김선빈 서건창 한국시리즈 어바인 미국 캘리포니아 가주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LA뉴스 한인 뉴스 미주 한인 한인 LA중앙일보

2025-02-16

[J네트워크] 1984년 가을, 두 투수

 올해는 2011년 세상을 떠난 투수 고 최동원의 10주기였다. 별명 ‘무쇠팔’은 훈장이자 멍에였다. 오른쪽 어깨 하나로 팀을 떠받쳤다. 역설적으로 그랬기에 대기록을 쓴지도 모른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1패)을 거두며 롯데 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1987년 5월 16일에는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58)을 상대로 15이닝 무승부(2-2) 완투를 펼쳤다.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1988년, 그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현 프로야구선수협회) 결성을 추진했다.     구단들 방해로 실패하고 트레이드 당해 고향을 떠났다. 2009년 7월 4일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시구자로 부산 사직구장에 서기까지, 20년간 타향을 떠돌았다. 끝내 고향 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의 1984년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이 오는 11일 개봉한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전·후기리그 우승팀끼리 맞붙었다.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은 후기리그 막판 져주기까지 하며 상대적으로 쉬운 롯데를 한국시리즈 상대로 골랐다. 롯데가 내세울 건 최동원뿐이었다.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은 1·3·5·7차전 선발로 최동원을 예고했다. “동원아,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강병철) “알겠심더, 마 함 해보입시더.”(최동원) 그 유명한 두 사람 대화다.     최동원 성적은 이랬다. ▶1차전 완봉승 ▶3차전 2실점 완투승 ▶5차전 3실점 완투패 ▶6차전 5이닝 무실점 승(5회 구원등판) ▶7차전 4실점 완투승. 그렇게 4승 1패다.   롯데 최동원의 4승에 가렸지만, 그해 한국시리즈 삼성 마운드에도 그 못지않은 투수가 있었다. 삼성의 재일동포 투수 김일융(70)이다.     그의 성적은 이랬다. ▶2차전 1실점 완투승 ▶4차전 8이닝 무실점 승 ▶5차전 3이닝 무실점 승(7회 구원등판) ▶7차전 7과 3분의 1이닝 6실점 패. 그렇게 3승 1패다. 6차전까지는 최동원과 나란히 3승씩이었다.   최종 7차전 결과에 따라 누구든 4승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지친 최동원도 김일융도 7차전 구위는 좋지 않았다. 운명은 한순간 갈렸다. 김일융은 8회 롯데 유두열(2016년 작고)에게 3점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직전까지 한국시리즈 20타수 2안타, 1할 타자 유두열의 한 방에. 그렇게 김일융에는 ‘비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84년 9월 30일 1차전으로 시작해 10월 9일 7차전으로 끝난 한국시리즈가 명승부로 기억되는 건 모든 걸 쏟아낸 최동원과 김일융이라는 두 투수 덕분이다. (누군가는 혹사당한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다음 시즌인 1985년 최동원은 20승, 김일융은 25승을 기록했다.)   어디 스포츠만 그렇겠는가. 승패를 겨루는 모든 경쟁이 다 그러하다. 선거도 다르지 않다. 내년 3월 9일까지, 명승부를 기대한다. 장혜수 / 한국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J네트워크 가을 투수 최동원 성적 한국시리즈 상대 재일동포 투수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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